코끼리 조련사와의 하룻밤 - 어른들을 위한 이상하고 부조리한 동화
김도언 지음, 하재욱 그림 / 문학세계사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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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는 어른들을 위한 이상하고 부조리한 동화라는 소제목이 달려있다.

그 작은 소제목이 내 궁금증을 자극했다.

어른들의 이야기라면... 부정부패, 더럽고 추한 이야기, 성적인 이야기... 어떤 이야기가 담겨 있어도 순수하고 깨끗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조금은 찝찝한 이야기와 함께 말이다.

예상대로 성을 대상으로 한 이야기가 많았다.

동화라는(그림책이라고 되어 있어도 괜찮을만한) 이름답게, 글과 삽화가 같이 등장한다.

물론 표지의 그림처럼 어른들을 위한 그림 말이다.

조금은 민망한 그림들도 있기에, 꼭 어른들만 봐야 할 것 같다.

저자는 이슈화되었던 기사를 토대로 동화를 만든 것이 여러 편 있었다.

물론 자신의 이야기를 토대로 만든 동화도 있었고 말이다.

어떤 이야기도 부조리하고, 이상한, 어른 동화의 테두리를 벗어나지 않았다.

그럼에도 와닿는 이야기, 와닿지 않는 이야기가 있게 마련이니...

개인적으로는 첫 번째 이야기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나무 이야기였는데, 나무 이야기를 읽으며 우리의 현실이 느껴져 입맛이 쓰기만 했다.

햇빛을 잘 받을 수 있는, 양지바른 곳에 심어진 나무는 부족함 없이 풍족하게 자라난다.

곧고, 길고, 튼튼하게 말이다.

반면, 그늘지고 음습하고 물도 없는 곳에 심어진 나무 혹은 씨앗은 늘 허기를 느끼며 자란다.

덕분에 구부러지고, 짧고, 약하게 말이다.

풍족한 환경에서 잘 자란 나무는 좋은 가구, 멋진 악기 등으로 쓰이며 사라질 때까지 많은 것을 누리며 살지만,

부족한 환경에서 자란 나무는 이곳저곳 때우는 용도나 이런저런 용도로만 사용된다.

나무 이야기에 빗대었지만, 우리의 모습과 공감이 가는 것은 단지 기분 탓일까?

부모를 잘 만나 누릴 것 다 누리며 살아가는 사람도 있지만, 부모가 없거나 형편이 녹록지 않은 탓에 먹고 살 것

조차 없어서 다른 것은 신경 쓸 겨를 없이 그렇게 살아가는 사람도 있다.

누구의 잘못도 아니지만, 답답한 가슴은 진정할 수 없었다. 나무의 이야기라지만 그냥 우리 이야기 같아서 말이다.

이 책에는 이런 이야기가 담겨있다. 어른이어서 이해되지만, 어른이어서 답답한 이야기들... 삶의 이야기들 말이다.

길지 않고, 삽화가 많아서 오래 걸리지 않는다. 하지만 읽고 남은 묵직함은 꽤 오래간다.

그 묵직함 또한 이 책의 일부이다. 그 묵직함을 감당할 수 있는 어른이 읽어보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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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새움 세계문학
루이스 캐럴 지음, 안영 옮김 / 새움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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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어린 시절 그림책으로 봤지만, 몇몇 장면을 제외하고는 기억나는 게 없었던 책이다.

제목은 너무나 익숙하고, 토끼에 의해 이상한 나라로 여행을 떠났던 정도라고 할까?

얼마 전 걸리버 여행기를 읽고 어린 시절의 동화와 다른 상당수의 내용을 경험했었다.

아무래도 재미있는 부분 혹은 짧은 테마만 그렸기에 소인국 이야기만 접했지만, 걸리버는 소인국뿐 아니라

거인국, 말들의 나라 등 접하지 못했던 이야기가 가득했다.

아마 그래서였을 것이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보는 순간 저절로 손이 간 것이...

물론 걸리버 이야기보다 더 기억 안 나는 옛 추억의 책이기도 하겠지만 말이다.

사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는 정말 이상했다.

아니, 이해하기 힘들었다. 상상력이 있어야 읽을 수 있는 책일까?

읽다가 맥락을 놓치는 경우도 상당했고, 살짝만 정신줄을 놓으면 몇 번을 반복해서 읽어도 아리송하기만 했다.

이상한 것은 나라였지만, 앨리스도 이상한 아이 호기심이 많은 아이였다.

겁 많은 나로서는 절대 시도하지 않을법한 일들을 아무렇지 않게 벌이니 말이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읽다 보면, 앨리스의 몸이 수시로 변하는 것을 느끼게 된다.

커지기도, 작아지기도, 길어지기도... 아마 그것만 상상해도 정신없을 것 같다.

엄청 커진 앨리스가 흘린 눈물들의 양이 강을 이룰 정도라니?!

작아진 앨리스가 그 눈물을 강처럼 건너는 장면을 보고 정말 놀라웠다.

작가의 상상력은 생각 이상이었다. 어떻게 이런 상상을 한두 번도 아니고 책 가득히 펼쳐낼 수 있을까?

어른이 되어 만난 앨리스와 이상한 나라는 보는 눈에 따라 이상향이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힘으로, 서열로, 뭔가 경쟁을 하고 그에 따라 줄 세우기를 좋아하는 어른들의 나라와 다르니 말이다.

물론 수고한 모두에게 상을 주는(참가상? 어린 시절 그림 그리기에 참가만 해도 장려상을 주었다. 나는 늘 장려상을 받았지... ㅠ), 특이한 시상 속에서 모두가 상을 받는 것은 좋지만, 그래도 순위를 매겨야 하는 거 아닌가를 생각하는 걸 보면 나도 정말 때가 많이 묻긴 한 것 같다.

생각보다 어려웠다. 하지만 신기했다.

아마 그런 신기함을 느껴보라고 좀 더 신경 써서 번역을 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오랜만에 만난 앨리스는 여전한 것 같지만, 내가 많이 변했나 보다.

가끔은 어린 시절 읽었던 책을 다시 만나는 경험도 좋은 것 같다.

여전히 변함없는 동화지만 내가 바뀐 걸 알게 되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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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 샘과 함께하는 시간을 걷는 인문학
조지욱 지음 / 사계절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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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출근을 하면서, 한 번도 길에 대한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다.

어린 시절 아빠를 따라 우리나라 곳곳을 다녔을 때도, 처음으로 동아리 선배들과 산에 올랐을 때도,

연애를 하며 우리나라의 이름난 예쁜 길을 거닐었을 때도 말이다.

길은 그냥 길이지... 그게 무슨 의미를 가지나!라는 생각 때문이었을까?

아마 이 책을 만나지 않았다면 길에 대한 내 생각은 여전히 거기에 머물러 있었겠다 싶다.

책을 읽으며 처음으로 내 출근길에 마주치는 길을 돌아보게 되었으니 말이다.

지리 선생님이어서 그럴까? 우리나라의 길과 더불어 세계의 길에 대한 이야기가 간결하지만 재미있게 펼쳐진다.

단지 이동을 위한 수단으로의 길뿐 아니라 문화와 예술, 감정과 사랑 등에 관한 이야기가 가득하다.

읽다 보면 가보고 싶은 길도 있고 말이다.

이 책에는 현재의 길뿐 아니라 과거의 길과 미래의 길도 표현되어 있다. 실제로 우리가 걷는 길뿐 아니라 물이 흐르거나, 하늘을 가로지르는 길도 포함된다.

그렇게 보자면 길의 의미는 상당히 깊고 커진다고 볼 수 있다.

개인적으로 재미도 있었지만, 생각해 볼 문제들을 던져줘서 좋았다.

길은 사람에 의해서도 생기지만, 동물이나 식물 등 우리가 함께 사는 생태계에 의해서도 생긴다.

살기 위한 길이 죽음을 위한 길로 바뀌기도 한다.

자녀와 함께 읽으며 같이 이야기를 나눠봐도 좋을 주제들이 많기 때문에, 꼭 한번 읽어보면 좋겠다.

개인적으로 문경에 있는 토끼비리는 한번 꼭 가보고 싶다.

역사를 바꾼 길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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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너에게 10년 치의 『 』을 전하고 싶어 - JM북스
아마노 아타루 지음, 구자용 옮김 / 제우미디어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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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은 풋풋한 연애소설이 생각난다. 내 현실은 아니지만 간접 만족(?)이라고 할까?

처음 봤을 때는 순정만화 같은 류의 연애소설이 아닐까 하는 생각에 기대가 적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소설 속 이야기가 현실이 된다면... 내가 소설 속이 당사자라면 여러 가지 생각이 교차할 것 같다.

나 역시 사랑하는 사람이 있지만, 과연 이 책의 주인공 다이스케처럼 그런 선택을 할 수 있을까?

만약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큰 사고로 인해 나와의 기억을 몽땅 잃어버린다면 과연 어떨까?

여기 말도 안 되는 상황에 빠져버린 연인이 있다.

나 카메이도 다이스케는 26살에 엔지니어로 일하는 남자다. 사귄 지 3년이 된 2살 아래의 애인 미츠루 츠루기와는 결혼 전 동거를 위해 준비 중이다.

츠루기를 기다리는데 갑자기 요란한 소리가 나고, 경찰차와 구급차가 지나간다.

애인인 츠루기가 일하는 애완동물 가게에서 사고가 났고, 일하는 여직원이 크게 다쳤다는 사실에 나는 놀라 병원으로 향한다. 그리고 맞닥뜨린 츠루기는 다이스케를 기억하지 못한다.

그녀의 기억 3년 치가 사라져버린 것이다.

덕분에 츠루기에게 다이스케는 처음 보는 남자일 뿐이다.

다이스케는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며 생각하다 다시 처음부터 츠루기에게 다가가기로 한다.

3년의 시간을 묻는 게 아쉽고 슬프지만, 억지로 기억을 되찾기 위해 츠루기가 감수해야 할 엄청난 고통을 간과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게 둘은 처음 만난 그때처럼 조금씩 가까워지게 되지만 예상치 못한 변수가 드러나게 되는데...

과연 둘은 기억을 되찾고 다시 연인이 될 수 있을까?

사실 내가 다이스케라면 어떻게든 츠루기의 기억을 찾기 위해 조금은 강압적으로 노력했을 것 같다.

3년이라는 시간, 그리고 결혼까지 생각하고 있는 상황인데 그 모든 것을 기억하지 못하다니... 기억을 잃은 츠루기도 힘들겠지만, 그 모든 기억을 고스란히 갖고 아무것도 기억 못 하는 연인을 바라보는 다이스케는 더 괴롭지 않을까?

하지만... 그녀의 성격을 알기에, 그녀가 고통받는 것이 더 아플 것이라는 결론을 내리고 다시 시작하고자 하는 다이스케의 모습 속에서 이게 진정한 사랑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봤다.

물론 다시 한 걸음씩 내딛다가 예상치 못한 상황을 경험하게 되지만 말이다.

책을 읽는 내내 가슴을 졸이고, 때론 나도 모르게 미소 짓게 되는 상황들을 경험하게 되었다.

연애소설의 큰 매력이 아닐까?

그저 둘 사이의 알콩달콩만 이 아닌 큰 문제 앞에 놓였을 때 과연 어떤 식으로 풀어나갈까가 소설의 묘미일 테니 말이다. 기억을 잊은 기간은 3년인데... 왜 제목은 10년일까?

궁금하다면 이 책을 만나보자. 오랜만에 사랑 이야기에 빠져드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테니...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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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하는 미술관 - 그림으로 보는 8가지 사회문제
이만열(임마누엘 페스트라이쉬).고산 지음 / 앤길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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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감정과 생각, 행위들은 아름답기도 하지만, 더럽고 추하기도 하다.

그 모든 것을 여실히 드러내는 것이 예술작품들이 아닐까?

감추고 싶고, 알리고 싶지 않고, 아닌 척하고 싶은 인간의 심리가 고스란히 담겨있으니 말이다.

이 책에는 인간의 8가지 행동 혹은 감정(과 그에 의해 파생된 일)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있다.

차별, 혐오, 불평등, 위선, 탐욕....

이 책의 최대 장점은 그런 행동들에 의해 신화, 미술작품, 소설 등의 작품들을 통해 인간의 감정 안에 깃들인 모습들을 만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냥 글로만 서술했다면 직접적으로 와닿지 않았던 이야기들이 예술작품과 어우러져서 시각적으로 보이니 마치 영화를 보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고 할까?

큰 주제 안에 작은 주제들이 담겨있어서 실제 우리 주변에서 일어난 사건들이나 예술작품의 배경이 되는 이야기가 한대 어우러지니 한 편의 연극 혹은 영화를 본 것 같은 기분 또한 들었다.

어떻게 인간의 감정과 행동을 이렇게 대놓고 꼬집을 수 있는지 읽으면서 내 치부를 들킨 것 마냥 민망한 감정도 들었고, 비슷한 감정을 느꼈던 적이 있었지만 대놓고 외치지 못했던 답답함이 책을 통해서라도 해소되었음에 속 시원한 감정도 들었다.

개인적으로 여러 가지 이야기 중 작금의 현실이 눈에 너무 들여다보였기도 했고, 오해하고 있었던 부분을 깨닫게 되어서 그런지 메두사 이야기가 제일 기억에 남았다.

메두사와 눈이 마주치면 돌로 변한다는 신화 속 이야기 외에는 왜 메두사에게 그런 저주가 내려졌는지 이유를 몰랐다. 물론 신화 속에서도 여러 가지 이야기가 있지만, 저자는 두 가지 중 메두사 성폭행 설레 초점을 맞춰 차별에 대한 이야기를 해나간다. 그 옛날 신화 속 이야기가 현재에도 변함없이 드러나고 있다는 사실 말이다.

피해자인 메두사에게 오히려 처벌(뱀 머리와 흉악한 얼굴, 보면 돌로 변하는 것)이 내려졌고, 가해자인 포세이돈은

오히려 처벌과는 전혀 상관없이 신으로 너무나 잘 지냈다는 사실에 경악했다.

사실 이 이야기의 주인공만 바뀔 뿐 현재도 이런 상황이 여전히 펼쳐지고 있지 않은가?

성폭행을 당한 피해자에게 화살을 겨누면서 처신을 잘못했고, 그런 장소에 있었고, 원래가 그런 사람이 아닌가 하는 말도 안 되는 죄목을 씌워 되며 교묘히 상황을 피해 가려고 하는(혹은 죗값을 덜고자 하는) 모습들 말이다.

이 책에는 바로 이런 이야기들이 가득 담겨있다.

너무나 실제적이지만 차마 입 밖으로 내뱉지 못한 이야기들이 각 작품들을 통해 드러난다.

교양은 기본적으로 쌓이고, 현실에 대해 다시 한번 돌아볼 수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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