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청년 마이클의 한국전쟁
이향규 지음 / 창비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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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의 상황을 볼 때마다 가슴이 답답하다. 특정한 정치 성향을 가지고 있지 않지만, 어느 쪽도 고운 눈으로 바라볼 수 없기 때문이다.

우리 할아버지는 대전 현충원 애국지사 묘역에 계신다.

대전에 들를 때마다 할아버지가 살아계시다면 묻고 싶은 이야기들이 있었다.

왜 힘든 상황을 스스로 선택하며 고통스러운 삶을 사셨냐고...

아마 살아계셔서 지금의 현실을 보신다면 할아버지는 과연 어떤 생각을 하실까?

적어도 우리 할아버지는 내 나라의 독립을 위해 그런 선택을 하셨을 것이다.

반면, 우리와 아무 상관이 없고 한국이라는 나라가 어디에 있는지조차 모른 채 우리나라를 위해 목숨을 버린 그들은 왜 그런 선택을 했을까?

사실 이 책을 읽기 전부터 내 안에 드는 의문이었다.

가장 많은 인원을 참전시킨 미국과 영국.

적어도 그들은 개인주의 성향이 강한 서양에서 온 사람들인데 말이다.

이 책을 처음 만났을 때는 소설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책을 읽어나가면서 느낀 것은 이 책은 소설이 아니라 실제 이야기였다는 것이다.

저자 역시 나와 같은 의문을 가졌던 것 같다.

왜 그들은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남의 나라를 위해 자신의 젊음을, 목숨을, 시간을, 물질을 내놓았던 것일까?

글을 읽으면서 더 읽어나가지 못하는 페이지가 갈수록 많아졌다.

눈물 한 방울이 아니라 주르륵 흐를 정도로 가슴이 메이는 이야기가 가득했다.

그들의 그 고귀한 희생 덕분에 적어도 지금 내가 이 나라에서 살고 있는 것이라는 사실이 너무나 명확해졌다.

이 책의 주인공인 마이클 역시 그런 삶의 주인공이었다.

그에 대한 기록은 많지 않다. 그저 한 줄에 지나지 않는(전사일 기록)기록을 토대로 영국군이자 전자사인 마이클의 삶을 그려낸다.

한국전쟁 중 영국 시신 수습팀으로 26개월간 참전한 제임스 그룬디 할아버지의 한마디가 가슴에 박혀 잊히지 않는다.

For your 'tomorrow', we gave our 'today.

당신의 미래를 위해 우리는 오늘을 바쳤습니다.

p.45

여야가 격돌하고, 네 편과 내 편이 나누어지고, 보수와 진보가 서로를 헐뜯기에 혈안이 되어있다.

70년 전 아무 이유 없이 자신의 것을 내어준 그들의 희생 앞에 우리는 과연 어떤 모습으로 서야 할까?

헬 조선이라 이야기하고, 이 나라는 희망이 없다고 이야기한다.

과연 그들 앞에서도 우리는 이 이야기를 서슴없이 할 수 있을까?

잊고 있어서, 기억하지 않아서, 당신들의 희생 덕분에 우리가 평화로운 지금을 살고 있음에 미안하고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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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멜의 후손
박숙자 지음 / 지식과감성#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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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시절 들어본 외국인의 이름 중에 하멜이라는 사람이 있다.

그리고 그와 함께 기억나는 한 줄은 하멜표류기라는 책을 썼다는 정도...?

물론, 방대한 우리의 역사를 기록한 교과서에서 그 사람에 대한 이야기는 한 줄 이상 이어지지 않았다.

그 이름은 들어본 적 있는 이름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시간이 많이 지났으나 궁금하긴 했다.

이역만리 어떤 정보도 없이 선박의 난파로 표류하게 된 하멜은 과연 우리나라에서 어떤 읽을 겪었고, 그 이후에는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 말이다.

소설이지만 "하멜"의 이름이 들어있는 하멜의 후손이라는 책은 그래서 반가웠던 것 같다.

하멜표류기를 읽어보지 않았지만, 이 책에서 어느 정도 다루고 있었기에 이름만 아는 정도여도 책을 읽는데 무리는 없다. 또한 하멜표류기에 한국에서의 이야기(당시 환경, 문화 등)가 생각보다 빈약하게 다루어졌다고 하는데 그 이유는 하멜이 표류기를 쓴 이유가 그동안 밀린 급여를 받기 위해서였다고 한다.

실존 인물을 토대로 작가의 상상력이 더해진 이야기라서 그런지 참 흥미진진하다.

하멜이 실제 결혼 여부는 알 수 없는데, 한참 혈기왕성한 20대부터 30대까지 14년간 조선에 머물렀다고 하니, 가계를 이루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에 이야기를 보태서 쓰인 것 같다.

책 속에 등장하는 아내 해심과 아들 용이 그리고 하멜의 후손이자 주인공 남진수의 증조부인 남민석의 이야기까지...

하멜은 조선에 의해 7년간 살던 곳(전라도 병영성)을 떠나 여수로 이동을 명 받는다.

혼자의 몸이라면 어려울 것 없지만, 가정을 이루고 자녀까지 있는 상황에서 여수로의 이동은 답답할 수밖에 없다.

아내인 해심의 직업은 무당. 마음대로 이사할 수 없는 형편이다.

아들인 용이를 더 이상 보지 못한다는 사실을 경험하고서야, 네덜란드에 있는 어머니가 십수 년간 자신의 생사조차 모른 체 살고 있는 사실이 피부로 와닿는다.

자신을 닮아 혼혈인 아들은 과연 어떤 일을 하면서 살 수 있을까?

용이의 삶을 걱정하는 하멜의 모습에서 나 또한 아이를 키우는 엄마로 눈물이 흘렀다.

그럼에도 하멜은 자신의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어 한다. 네덜란드로 가기 위해서는 일본의 나가사키로 가야 하고, 그를 위해 그는 여러 가지 생각을 하고 실행에 옮긴다.

과연 하멜이 떠난 후 남겨진 가족들은 어떤 생활을 하게 될까?

가끔은 역사적 사실 하나를 두고 상상하는 작업이 재미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본다.

짧은 한 줄이지만 그 안에 감춰진 이야기를 이어간다는 것은 또 다른 재미를 선사할 것 같다.

아마 그런 면에서 하멜의 후손은 그 재미를 가득히 전할 수 있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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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온통 화학이야 - 유튜브 스타 과학자의 하루 세상은 온통 시리즈
마이 티 응우옌 킴 지음, 배명자 옮김, 김민경 감수 / 한국경제신문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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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물론 나는 수학보다 몸서리칠 정도는 아니고, 물리를 제외한 다른 과학(화학, 지구과학, 생물)은 좋아하는 편이었기에 나쁘지 않다. 물론 그렇다고 과학에 관심이 많거나 잘한 것도 아니다.

(나는 문과형 인간이기에... ㅋ)

첫 장을 넘기면서부터 상당히 놀라웠다.

자신의 출생의 비밀(?)까지 공개할 정도로, 저자는 자신에게 화학이 얼마나 예쁜 내 새끼 인지에 대해 침이 마르도록 이야기한다. 자신이 보고 경험하는 모든 것을 바라보며 분자를 이야기하는 그녀이기에, 타인이 화학을 사랑하지 않는 것에 대해 몹시 아쉬운 것 같다.

그런 끌어넘치는 화학 사랑이 이 책 가득히 드러나있다.

(저자 소개 사진이 커피를 마시는 사진인 줄 알았는데, 자세히 보니 비커를 들고 있는 사진이라니...!)

저자는 자신이 사랑하는 화학이 우리의 삶에 얼마나 깊이 관여되어 있는지에 대해 이야기한다.

잠에서 깨고, 모닝커피를 마시고, 양치를 하고, 핸드폰을 사용하고, 요리를 하는 매일매일 반복하는 삶에서 말이다.

전혀 동떨어진 이야기를 한다면 아마 책을 보다 덮었을 것이지만, 그녀가 하는 이야기는 지극히 우리의 삶이다.

덕분에 관심을 가지고 읽을 수 있었다.

워킹맘이다 보니, 아침마다 출근 준비와 더불어 아이를 등원시키는 것이 정말 고역이다.

일어나지 않는 아이를 깨우고, 씻기고, 아침을 먹이고, 옷을 입히는 시간이 쉽지 않기에 말이다.

특히 아이 깨우기는 정말... ㅠ(어린 시절 나를 생각하면 우리 엄마도 참 고생이 많으셨겠다 싶다ㅠ)

우리 집 안방에는 늘 암막 커튼이 쳐있다. 물론 커튼을 걷는 경우는 청소할 때 정도이다.

대신 어두운 안방에 불을 켠다. (인공 빛이다.)

책을 읽으며 화학반응과 더불어 아이를 깨우는 다른 방법을 하나 알게 되었다.

바로 자연채광! 자연채광이 주는 코르티솔이라는 성분이 잠을 깨운다고 한다.

그리고 모닝커피에 대한 이야기까지...

이 책에는 이렇게 실생활과 관련된 이야기들이 가득하다.

덕분에 화학 지식뿐 아니라, 실생활에 유용한 정보나 상식도 풍부해질 수 있었던 것 같다.

이런 화학이라면 더 이상 두려움에 떨지 않아도 되지 않을까?

유튜브에도 관련 이야기가 많이 있다고 하니(물론 외국인인지라... 한국어로 진행되지는 않겠지만^^;;), 같이 참고하면서 읽으면 더 유익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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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을 위해 사느라 오늘을 잊은 당신에게 - 90세 현직 정신과 의사의 인생 상담
나카무라 쓰네코 지음, 오쿠다 히로미 정리, 정미애 옮김 / 21세기북스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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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인가부터 미래를 위해 당장의 고통은 감내해야 한다는 사실을 당연하게 생각하면서 살기 시작했다.

덕분에 참을 수 있는 의지가 생기긴 했지만, 뭔가를 하다가 힘들거나 어려워지면 해결 방향을 찾기보다는 미래를 위한 투자 혹은 고통이라고 생각하게 되기도 했다.

어떻게 보면 미래를 위한 또 하나의 안주가 되어버렸다고 할까?

90세지만 현재도 정신과 의사로 일하고 있는 저자의 글이 그런 나에게 오히려 적잖은 충격을 주었다.

그녀의 삶과 글을 통해 그동안 만나지 못했던 또 다른 삶의 철학을 깨달았다고 할까?

물론 그렇다고 저자가 쾌락주의자 거나 비관주의자 혹은 그 반대의 성향을 가진 사람 같지는 않다.

이 책은 제목 그대로 내일을 사느라 오늘을 잊은 당신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가 담겨있다.

아마 나처럼 조금은 극단적인 모습으로 현재를 버티고 있는 사람에게 주는 조언이라고 할까?

저자는 주어진 환경에서의 자족을 이야기한다.

너무 빡빡하게 살아왔고, 살아가고 있는 나에게 저자의 글 한 줄은 마치 인자한 할머니와 다과를 앞에 두고 이야기를 나누는 기분이라고 할까?

그렇다고 강요나, 자기 자랑이 담겨 있지도 않다.

그저... 나는 이런 인생을 살았어요, 나는 이런 생각을 하고 있어요... 정도의 이야기가 담겨 있으니 말이다.

나 역시 워킹맘으로 살고 있어서 그런지, 가끔 주변에서 그렇게 모든 것을 다 하려고 너무 애쓰지 말라는 이야기를 종종 듣는다. 타고난 성향이 완벽주의자기도 하고, 하는 업무 덕분에 그런 성향이 더 강해지긴 했지만 말이다.

하지만 결국 지치고 힘든 것은 나였다.

굳이 그렇게까지 하지 않아도 되는데...라는 생각이 문득 들 때 저자의 책을 만났다.

그동안 선배들의 조언에 그냥 웃으며 흘렸던 것들이 책을 읽으며 생각났다.

이 책은 나이에 상관없이 미래에 대한 불안과 부담을 가지고 있는 모든 사람들이 읽어보면 좋을 것 같다.

각자의 고민과 환경은 다르지만 우리 안에 잘 해내야 한다는 생각들, 앞이 안 보이는 답답함 등이 조금은 씻길 것 같기 때문이다.

또한 직업관과 돈에 대한 이야기들도 기억에 남는다.

직업은 돈벌이를 위한 것이라는 것. 결코 돈 벌기 위해 직업을 갖는 것에 대해 죄책감을 갖지 말라는 말.

더 나아가 일을 좋아하는 사람은 많지 않고(거의 없다는 것이 맞겠지만... ㅋ),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갖지 못했다고 힘들어하지 말라는 이야기는 청년들 넘어 청소년들에게도 도움이 될 이야기였던 것 같다.

오랜만에 부담감을 덜 수 있는 시간이었다.

지금도 충분히 열심히 살고 있지만, 너무 애쓰지 말자.

어쩌면 다가올 미래를 위해 포기하는 지금의 기회비용이 더 클 수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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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후의 만찬 - 제9회 혼불문학상 수상작
서철원 지음 / 다산책방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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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최후의 만찬이라는 작품은 종교와 상관없이 한번 즈음은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예수와 그의 12명의 제자가 예수의 잡힘을 앞두고 모여서 식사를 하는 장면이 그려진 그림 말이다.

물론 성경에서는 그 당시의 이야기나 분위기, 그곳에서 나누었던 내용들이 담겨있다.

과연 이 최후의 만찬과 소설이 어떤 내용을 품고 있을까? 제목부터 표지 그림까지 너무 궁금했다.

이 책은 신해년 10월 부모의 신주를 태우고, 제사를 거부한 죄 몫으로 처형된 천주교 신자 윤지충과 권상연의 죽음에서부터 시작된다. 그리고 그 판결을 내린 최무영은 임금인 정조에게 그 사실을 보고하러 온다.

당연히 임금의 뜻이라 생각했던 그 판결이 사실은 노론들의 입김으로 작용했다는 사실...

정조는 그들에게 참수형을 내리고 싶지 않았다. 단지 비세의 실선인(책에 이 표현이 자꾸 뭔가를 생각나게 한다.) 그들에 의해 임금의 뜻과는 다른 결과가 내려졌을 뿐이다.

그러면서 최무영은 윤지충의 집에서 본 그림에 대해 이야기한다.

바로 그 그림이 최후의 만찬이다.

단지 그림인데, 그 그림 안에 여러 가지 이야기가 얽히고설켜있다.

작가의 생각이 참으로 놀라웠다.

정조는 그 그림을 김홍도에게 보여주고, 뜻밖의 답을 얻게 된다.

그림을 보고한 최무영도, 그림의 내용을 듣고 또 다른 생각을 하게 된 정조도, 그리고 그 그림을 본 김홍도의 대답도 모든 게 놀라울 뿐이다.

서양의 그림 속의 우리나라 인물들이 들어있다니...

소설임에도 불구하고' 실제로 그런 것일까?' 하는 기분에 사로잡혀서 묘하게 몰입되었다.

이토록 탄탄하게 구성했기에, 혼불문학상을 수상한 게 아닐까? 하는 놀라움은 역시 읽어 본 사람만이 알 수 있을 것이다.

사실 종교적인 내용을 차용하여 소설을 쓰다 보면, 여러 가지 논란이나 문제에 휩싸일 수 있다.

나 역시 종교를 가진 사람인지라, 종교에 반하는 내용의 글을 읽으면 사실 눈살이 찌푸려지기도 하니 말이다.

아마도 성경의 내용을 그린 그림을 토대로 이야기가 전개되기 때문에 반감이 생기지 않았고, 우리의 역사와 절묘하게 연결되어 그려진 내용이다 보니 나름의 매력을 발견할 수 있었다.

시대적 배경과 맞물려, 그 상황에 들어가다 보니 여러 가지 감정이 교차되었다.

소설 속 가득 등장하는 익숙한 위인들의 이름과 더불어, 신앙 앞에서 목숨을 버린 그들의 죽음이 결코 헛되지 않았다는 생각 또한 하게 되었다.

여러 가지 감정을 일으키는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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