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 연인

이중 연인 ㅣ 로망 컬렉션 Roman Collection 13
전경린 지음 / 나무옆의자 / 2019년 10월

 

이중 연인이라는 제목을 보고 갸우뚱했다. 연인과 이중이 합쳐져 무슨 의미를 지닌 것일는지...?

책을 읽으면서 알게 되었다.

좀 특이한 제목이 설정되었지만(그것이 뜻하는 바가 있기에 이중이라고 쓰인 것이지만...), 비슷한 다른 말로 하자면

양다리 연애를 뜻한다고 볼 수 있다.

수완과 이열 그리고 황경오.

비슷한 시기에 수완의 마음에 들어온 두 남자다.

이열과 썸을 타던 수완. 본격적으로 연애를 하고 싶어 잡은 세 번째 만남에서 이상한 상황에 엮이고 만다. 만반의 준비를 했던 수완을 비웃기라도 하듯 막 들어선 술집에서 이열을 보고 폭포수 같은 눈물을 쏟아내는 보라를 만난다. 그녀와 이열 사이에 일이 궁금했던 수완은 와인 한잔하자는 보라의 말에 집으로 가게 되고 무반주로 왈츠를 추는 보라와 이열 그리고 잠결에 들은 이상한 소리에 수완은 기분이 부쩍 상한다.

한편, 출장 후 동료 장의 대학 동기 모임에 함께 가게 된 수완은 2년 전 프로그램에서 만난 황경오를 만나게 된다. 호감이 있었지만 유부남이라는 사실에 마음을 접었던 수완은 경오의 이혼 소식과 함께 하루아침에 마치 오랜 기간 알던 연인과 같은 관계가 되어버린다.

동시에 수완의 마음으로 들어온 둘. 이 이중 연인 관계는 결국 어떻게 진행되는 것일까?

사실 사람의 마음은 무 자르듯 단정 지을 수 없다. 사실 머리로는 알지만, 가슴의 움직임까지 통제할 수 있는 사람이 세상에 몇이나 될까? 그래서 바람도, 불륜도 그 옛날부터 지금까지 여전히 진행되고 있는 게 아닐까?

한 번에 여러 사람과 데이트를 해본 적은 있지만(썸조차 아닌 상태), 누군가를 동시에 사랑한 적은 없기에 이 둘과의 관계 속에서 허우적대는 수완의 모습이 공감 가지는 않는다.

물론 이열과 경오 둘 다 다른 모습을 가지고 있고, 둘의 매력이 다르긴 하지만 말이다.

둘 중 누구를 선택하느냐의 문제는 사람마다 취향의 차이가 있기에 누구도 옳고 그르다는 말로 설명할 수 없다.

수완이 두 남자에게 순식간에 빠져들 듯, 나 역시 이 책에 순식간에 빠져든 것 같다.

아마 빠르게 진행하는 내용 속에서 정신을 차릴 때 즈음이면 마지막 부분에 와 있지 않을까?

사랑은 언제나 복잡하고 미묘하고 어렵다.

[100자평] 안녕, 드뷔시 전주곡

안녕, 드뷔시 전주곡 - 휠체어 탐정의 사건 파일, <안녕, 드뷔시> 외전 ㅣ 미사키 요스케 시리즈
나카야마 시치리 지음, 문지원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19년 10월

믿고보는 시치리 작가의 책! 안녕,드뷔시 읽으면서 순식간에 빠져들어서 읽었는데 그 전에 일어난 사건이라고 하니 너무 궁금합니다. 기대 증폭입니다!

오리 이름 정하기

오리 이름 정하기
이랑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9년 10월

 

특이하지만 평범하고, 우울하지만 황당하기도 한 여러 가지 이야기가 가득 담겨있다.

짧은 단편들의 목록이라고 할까?

사실 처음 접해보는 작가이자 음악감독이자 엄마이자 페미니스트이자...

제목은 이 책에 수록된 단편 중 한 편의 제목을 그대로 가지고 온 것 같다.

오리라는 동물이 나와서 내심 우화? 동화? 라 생각했는데... 하하하!

특정 종교의 이야기가 있지만(소설은 소설로만 생각하기로 했다.) 소설로만 보면 캐릭터가 있다.

총 3부로 나누어져 있는데 내가 느낀 주제로 본다면...

1부는 좀비 관련, 2부는 섹스 관련, 3부는 이러저러한 삶 관련 이야기가 들어있다.

1부에 등장하는 몇 편의 이야기는 꼭 희곡 같은 느낌이 들어서 신선했다.

물론 좀비라는 장르 자체가 아직은 영화 속이나 작품 속에서나 볼 수 있어서 그런지 희곡틱한 글과 매치되니 또 다른 맛이 있었다고 할까?

그리고 똥손좀비라는 제목의 작품은 그냥 웃고 지나가기에는 뭔가 좀 뒷맛이 개운하지 않다.

보조출연자(일명 보출)일을 하는 용훈은 지하철 사고로 현장에 늦게 도착하게 된다.

당장 촬영이 급한 터라 아무거나 잡히는 대로 얼굴에 셀프 분장을 하고 촬영에 임한다.

그에 손에 잡힌 물감은 파란색... 꼭 스머프 같은 우스꽝스러운 분장이 되어버렸다.

개봉 당일 다운로드해 보던 한 유저에 의해 용훈의 모습이 클로즈업 되고 용훈의 모습은 SNS에 올린다.

그 일을 계기로 망해버린 영화도 이슈가 되고, 용훈 또한 똥손좀비라는 이름으로 이슈 인물이 된다.

용훈의 이슈를 계기로 용훈을 이용해 먹으려는 사람들 속에서 용훈은 그저 예전처럼 보출의 역할을 하고 싶어 하지만, 오히려 그런 용훈의 태도가 이해가 안 가는 사람들 속에서 용훈은 진실에 가까이 가게 되는데...

무명이었는데, SNS를 통해 하루아침에 이슈가 된 용훈의 이야기는 어디선가 본 듯하다.

우리 주변에도 그런 인물들이 종종 있으니 말이다.

용훈을 통해 한몫 챙기려는 사람들 속에서 수더분하고 성실하지만 순진하기만 한 용훈은 오히려 자신이 주인공임에도 조연 혹은 보출 같이 보인다. 사기 아닌 사기극(?)에 연루될 정도이니 말이다.

이 책 안에는 어딘가 정말 살아있을 법한 인물들과 사건들이 다수 등장한다.

물론 설마스러울 일들도 있지만 말이다.

왠지 모르게 빠져들게 되지만, 길지 않은 이야기 모음 속으로 들어가고 싶다면 책을 당장 펼치길...!

[100자평] 꿈꾸는 아이의 그림책 놀이

꿈꾸는 아이의 그림책 놀이 - 생각하는 힘과 창의력이 쑥쑥 자라는 엄마표 책육아 가이드 ㅣ 바른 교육 시리즈 4
우기윤 지음 / 서사원 / 2019년 11월

책과 친해질 수 있는 방법이 늘 고민이었는데, 그림책놀이를 통해 자연스럽게 책과 친해지는 법을 배울 수 있을 것 같아요. 창의력도, 생각하는 힘도 길러준다니 기대가 됩니다.

어둠을 뚫고 시가 내게로 왔다

어둠을 뚫고 시가 내게로 왔다 - 소외된 영혼을 위한 해방의 노래, 라틴아메리카 문학 ㅣ 서가명강 시리즈 7
김현균 지음 / 21세기북스 / 2019년 10월

 

나는 사실 시랑 친하지 않다. 왠지 모를 거리감이 있다고 해야 할까?

시와 담을 쌓는 것을 좀 줄여보고자 올해 목표로 시집 1권 읽기를 세웠다.

다행히 1권이기에 달성을 하긴 했지만... 여전히 시는 쉽지 않다.

그런 내가 우리나라도 아닌 라틴아메리카의 시. 문학을 쓴 이 책을 집어 든 이유는...?

서가명강이라는 4자 때문이었다.

그동안 6권의 서가명강을 만났는데, 걔 중에 어려운 내용도 있었지만 대다수가 흥미 있고, 어렵지 않게 전문지식을 알 수 있어서 만족스러웠다.

그래서 이 책 또한 한 번도 만나지 못했던 라틴아메리카의 문학 이야기지만 왠지 모를 기대감을 가졌다.

이 책에서는 4명의 라틴아메리카 문학에 큰 획을 그은 시인의 이야기가 나온다.

이름조차 생경하지만, 그들의 삶을 이렇게나마 만날 수 있음에 또 다른 매력을 느낀 것 같다.

루벤 다리오(니카라과), 파블로 네루다(칠레), 세사르 바예호(페루), 니카노르 파라(칠레).

각 시인마다 자신만의 색과 성향, 문학적 특징을 가지고 있다.

무엇보다 문학의 주류(혹은 관심 대상?)라고 이야기하는 유럽이나 미국 등이 아닌 라틴아메리카의 문학이기에 민족성과 더불어 그들 문학의 특징 또한 알 수 있었다.

아무래도 라틴아메리카 하면 떠오르는 그 이미지가 있을 것이다.

나에게 라틴아메리카는 흥 많고, 자유로운 보헤미안의 이미지가 있다.

또한 꽤 오랜 시간을 유럽이나 미국의 식민지 상태로 지내왔기에 우리 민족만큼이나 큰 울분도 가지고 있다.

그런 민족적 기질이 시를 통해 응축되고 터져 나오는데 큰 역할을 한 4명의 시인들은 각자의 개성을 분출하며 자신만의 색을 드러냈다.

물론 이 책에서는 그들의 시도 만날 수 있지만, 그들의 인생이나 삶, 그들의 문학이 라틴아메리카와 세계문학사에 남긴 족적에 대해서도 경험할 수 있다. 개인적으로 칠레의 두 명의 시인이 기억에 남는다.

아버지의 반대에 이름까지 바꾼 파블로 네루다(파블로는 칠레에서 너무나 많고 평범한 이름이라고 한다. 우리나라의 철수나 영희 같은 느낌 아닐까?)와 그런 선배 시인 네루다에 대해 날카로운 비평을 가하며 독자적인 자신만의 문학의 모습을 개척한 니카노르 파라.

우리나라도 마찬가지지만 라틴아메리카에서도 시인의 삶은 가난과 상통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길을 걸어갔던 그들의 발자취 속에서 여러가지 감정을 느낄 수 있었다. 자신이 시인이지만 시인이 너무 많은 세대에 안타까움을 토로하며 "길을 가다 아무 돌멩이나 뒤집어보라. 시인 다섯 명이 기어나올 것이다."라는 한 마디가 기억에 남는다.

사실 이 책은 시인에 대한 책이지만, 그 시인들의 시와 더불어 여러 모습을 함께 발견할 수 있어서 독자적인 시집과 다르게 부담도 덜하고 재미도 한층 있었던 것 같다.

물론 새로운 라틴아메리카문학을 만들어내긴 했지만, 걸출한 4명의 시인 이후에 문학은 그들이 만든 문학의 한계를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고 하지만 말이다.

전혀 낯선(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분야임에도, 생각보다 어렵지 않고 재미있게 익힌 것은 전문가의 포스와 더불어 서가명강이 주는 또 하나의 묘미가 아닌가 생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