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을 들고 도망친 101세 노인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
요나스 요나손 지음, 임호경 옮김 / 열린책들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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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란 칼손이 돌아왔다. 1살 더 먹은 101세로 건강하게 말이다.

전 작인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에서 특유의 유쾌함을 뿜어냈던 그 후의 이야기라고나 할까?

세계사의 굵직한 사건마다 얼굴을 들이밀었던 그인 지라, 이번에는 어떤 곳에서 얼굴을 나타낼까 궁금했다.

물론 제목에 힌트가 있다.

이번에는 "핵"이다.

핵 하면 떠오르는 나라가 하나 있지 않은가? 당신이 생각하는 바로 그 나라가 맞다.

전작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이미 세상을 떠난 유명한 인물들이었다면, 이번에 알란과 함께 등장하는 인물들은 우리와 동시대에 지금도 함께 살고 있는 그네들이다.

핵에 관한 이야기이기 때문에 북한. 미국. 남한... 실제 인물들이 등장한다.

물론 뜬금없이 왜 알란이 북한으로 간 것일까?

아마 전작을 읽어보았다면 연결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될 터인데....

갱단의 돈 가방을 가지고 발리로 떠난 알란과 율리우스는 발리의 고급 호텔에서 흥청망청 하루하루를 보낸다.

하지만 그 많던 돈도 바닥이 날 지경에 놓인다.

알란의 생일을 맞아 파티를 계획한 율리우스는 알란에게 특별한 경험을 선사하고 싶어 열기구를 준비한다.

하지만 이런저런 실수로 열기구는 하늘로 떠오르고, 열기구의 연료가 떨어질 즈음 바다로 추락한다.

한편, 콩고에서 몰래 농축 우라늄 4kg을 싣고 돌아오는 배에 의해 그들은 구조된다.

(구조가 되는 데도 해프닝이 좀 있었다.)

알란의 화려한 전적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도중 핵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고(전 작에서도 원자폭탄 관련 프로젝트에 참여한 경력이 있긴 하다), 현재의 문제를 해결할 유능한 전문가가 된 알란은 결국 김정은이 있는 북한으로 가게 되는데...

사실 전 작도 그랬지만 어수룩한 듯하지만, 상황이 딱 맞게 떨어지는 기묘한 타이밍이 알란의 이야기가 매력적으로 느껴지는 이유다. 이번에도 역시나 스스로 뭔가를 적극적으로 행동한 게 아님에도 물 흐르듯이 자연스레 흘러갔으니 말이다. 대놓고 실명을 거론하고, 그들의 성향(읽기에는 비슷한 거 같은데, 실제로 그런지는...;;)과 이야기들이 골고루 섞여서 또 다른 재미를 선사한다.

역시 읽으면 읽을수록 저자의 글 속에 담긴 풍자에 웃음이 나는 걸 보니, 확실히 풍자에 일가견이 있는 작가임에 틀림없다.

아마 북한과 관련된 이야기인지라, 다른 어느 나라보다 우리나라에서 더 피부로 와닿는 이야기가 될 것 같다.

우리나라 독자들을 염두에 두고 쓴 것인 지는 모르겠지만... ㅋ

여전히 유쾌하고 변함없는 101세 할배 알란을 만나러 가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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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세에 은퇴하다 - 그만두기도 시작하기도 좋은 나이,
김선우 지음 / 21세기북스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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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상당히 쇼킹했다.

40세와 은퇴라는 단어는 아무리 생각해도 어울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100시대를 바라보고, 평균 수명이 80인 시대에 살면서 40세는 한창 일할 나이라는 생각이 가득 차 있어서 그런지 놀라웠다.

저자의 전(前) 직업은 기자였다. 주말도 없이(자의반, 타의 반) 강행군을 했다.

직장에 다니면서 대학원을 병행하기도 했고...

그러다 아내가 큰 아이를 데리고 미국으로 공부하러 떠났다.

아내 교육을 위한 기러기 아빠 생활 5년에 지칠 대로 지친 저자는 과감히 사표를 던진다.

그리고 무작정 아내가 있는 미국으로 둘째 아이를 데리고 간다.

미국에서 생활하며 느꼈던 것들, 취업에 대한 갈망으로 결국 농사 인턴이 되기도 하지만 요령 없음으로 인한 부상을 입고 한 달 만에 관둔 사건들, 벌이가 없으니 쓰는 것을 줄이기 위해 했던 일들(소비 줄이기), 그리고 그동안 소홀했던 아이들과의 따뜻한 유대관계 만들기...

사실 잘 모르겠다. 이 책은 지극히 저자의 이야기로만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아내 혹은 두 딸의 생각은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한번 즈음해보게 되었다.

아마 내 경우에 대입을 해서 생각해서 그런지도 모르겠지만...

만약 이 상황에(아이가 둘이고, 나는 박사과정 마지막 1년이 남은 상태에서, 다른 가족들이 아무도 없는 상태에서, 남편이 회사를 그만두었다) 처했다면 나는 정말 답답했을 것 같다.

아니 의논도 없이(의논을 했더라도), 덜컥 사표를 던진 남편을 바라보면서 과연 잘했다는 이야기를 할 수 있을까?

다행히(?) 이 책의 은퇴는 정말 모든 경제활동, 직업으로부터 철저히. 완전히 떨어져 나온 것이 아니라 잠깐의 쉼 혹은 숨 고르기라는 의미였다.

어쩌면 40이라는 나이가 가지는 무게나 중요성 때문에 은퇴라는 단어가 더 도드라져 보였을지 모르지만,

(나에게는 그래서 더 묵직하게 다가왔던 것 같다.) 어쩌면 당장의 쉼이 더 큰 손해나 손실을 막아줄 수 있지 않았을까?

저자처럼 나 역시 도시에서 나고 자라고 살고 있다.

의욕만 가지고는 살 수 없다는 그의 말에 나 또한 공감한다.

의지가 있어도, 자신에게 맞는 일이 있다는 사실 또한 이해한다.

나에게 잘 맞는 일을 찾는 것도 복이라는 생각이 또 들었다.

삶의 어떤 순간이든 선택에는 기회비용이 존재한다.

저자는 안정된 직장, 재정, 사회적 지위를 포기하고 아이들과의 관계, 아빠로 남편으로 사랑을 얻었다.

사람은 누구나 좀 더 이익이 되고, 좀 더 자신에게 좋은 것을 선택하기 마련이다.

그런 면에서 그가 선택한 것은 그의 입장에서는 당시 가장 중요하고 가장 가치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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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시 읽고 울어 봤어?
송민화 지음 / 문이당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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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랑 친하지 않다. 어린 시절에는 동시 쓰기도 자주 하고, 나름 시 짓기도 즐겼던 거 같은데...

입시라는 관문을 통과하면서 시와 멀어진 것 같다.

시를 가슴이 아닌 머리로 배웠고, 성인이 된 후에도 시를 읽으면 많은 것을 깨달아야 한다는 부담이 있었던 것 같다.

덕분에 시와 거리를 두고 살게 되었고, 올해 목표로 친하지 않은 시집을 1권 이상 읽기라는 목표를 세웠다.

물론 목표를 이루기는 했지만 여전히 시는 쉽지 않다.

이 책을 읽게 된 것은 "동"시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온 가족을 위한이라는 소제목이 마음에 들었기 때문이다.

뭔가 거창하지 않지만, 안에 숨겨진 의미를 다 파악하지 않아도 되는, 편하게 읽고 그저 느끼기만 하면 되기에 어른 시에 비해 부담이 없다고 해야 할까?

그림책(혹은 동화책)에서 어렵지 않게 교훈을 만날 수 있듯이, 동시도 그런 것 같다.

감춰두고 숨겨둔 감정이 아니라 드러나 있는 감정을 자연스럽게 만날 수 있다.

거창한 이름이 없어도, 쟁쟁한 사람들의 추천이 없어도 그저 독자의 마음에 편안하고 따듯하게 때론 눈물 나게 들어오면 그걸로 된 것 아닐까?

왜 제목에 "울어봤어"라는 단어가 있을까 궁금했다.

아니, 그 제목 덕분에 절대 울지 않겠다고 마음먹었기도 하다.

하지만 첫 페이지 두 페이지 넘기면서 입술을 꽉 깨물었다.

언제 들어도 따뜻하고 가슴 저미는 엄마의 이야기가 첫 번째 주제를 장식한 것은 제목 탓일까?

동시기에 내용이 길지 않다. 동시지만 어른들 마음에 더 박힐 것 같다.

적어도 내 기분에는 그랬다.

첫 주제에서 눈물을 왈칵 쏟아냈기에 뒤에 이어지는 내용들은 따뜻하기도 하고, 정답기도 하고, 여러 생각을 하게 하기도 한다. 엄마와 인생을 앞뒤에 배치한 이유는 저자만이 알겠지만 자꾸 제목이 생각나는 건 어쩔 수 없다.

오래간만에 부담 없이 시를 만날 수 있었다.

가족이 같이 읽어도 좋겠지만, 아이보다는 어른이 더 와닿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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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허수아비 북극곰 무지개 그림책 52
베스 페리 지음, 테리 펜 외 그림, 이순영 옮김 / 북극곰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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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아이의 책이지만 어른이 읽어보면 더 좋을 그림책이다.

허수아비를 보며 여러 감정이 교차했다.

왜 허수아비는 혼자일까? 왜 허수아비는 다가가지도, 허수아비에게 다가오지도 않을까?

여기 홀로 서 있는 허수아비가 있다.

논 위에 혼자 서 있기에, 어떤 말도 행동도 하지 않고 서 있기에 어떤 동물도 편하게 다가오지 않는다.

오히려 무서워하고 친구가 되고 싶어 하지 않는다.

허수아비 역시 그런 자신의 처지를 아는 건지, 아니면 친구가 필요 없는 건지 아무런 반응 없이 혼자 서 있을 뿐이다.

 

어느 날 그런 허수아비 앞에 아기 까마귀 한 마리가 하늘에서 떨어진다.

누구에게도 아무 반응 없고, 차갑기만 한 허수아비인데 까마귀는 자신의 품 안에 넣고 따뜻하게 품어준다.

허리를 굽히기도 하고, 팔을 움직이기도 한다.

그렇게 허수아비는 까마귀의 어미 노릇을 하며 추운 겨울을 보낸다.

봄이 되자 아기 티를 벗은 까마귀가 떠났다.

허수아비 가슴에 구멍이 뻥 뚫렸다. 더 이상 즐겁지 않고 슬프기만 하다.

허수아비는 그동안 정을 준 경험이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봤다.

그래서 정을 준 대상이 떠났을 때 가슴 가득 남은 공허의 구멍을 메꾸는 것이 외로움보다 더 컸던 경험 덕분에 홀로 있는 것을 좋아했던 것을 아닐까?

 

물론 이 책의 제목은 "행복한 허수아비"다.

하지만 행복하기 위해서는 허수아비 나름의 희생이 필요했다.

행복이라는 경험이 지극히 주관적이지만, 겁나서 행동하지 않았다면 과연 허수아비는 행복을 경험할 수 있었을까?

어쩌면 허수아비는 구멍 난 가슴을 가지고 살았던 그 시간이 있었기에 비로소 행복해질 수 있었던 것 같다.

아이에게 이 감정을 설명하는 것은 참 어렵다.

스스로 느껴봐야 할 터지만... 부모의 마음으로 허수아비가 겪은 그런 아픔을 겪지 않고 행복해지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는 걸 보니 나도 부모가 맞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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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비록 - 역사를 경계하여 미래를 대비하라, 오늘에 되새기는 임진왜란 통한의 기록 한국고전 기록문학 시리즈 1
류성룡 지음, 오세진 외 역해 / 홍익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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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에 관심이 많은 편이긴 하지만, 막상 손에 잘 안 잡히는 책이 있다.

하나가 난중일기고, 또 다른 하나가 징비록이었다.

한참 드라마 붐이 일었을 때도 한번 읽어봐야지 했지만 실행에 옮기지 못했었고, 얼마 전 한 프로그램에서 징비록을 다루었을 때도 관심이 생겼지만 고민만 했었다.

왠지 전쟁을 다루고 있지만, 엄청 어렵고 이해 못 하는 이야기만 나열된 건 아닐까 하는 생각 때문이 가장 크겠지만 이 또한 선입견일 것이다.

내가 만난 징비록은 사실 그런 내 걱정에 무색하게 생각보다 재미있고, 빠져드는 책이었다.

아마 저자 류성룡의 글 자체의 매력도 있겠지만 우리 말로 옮긴이의 공도 있을 것이다.

징비라는 제목부터 저자의 울분이 느껴진다.

체면을 상당히 중시하는 조선시대임에도 이런 글을 남긴 것은 그가 이 나라를 어떻게 생각했고, 앞으로의 후손들은 똑같은 과오를 겪지 않기를 간절히 소원했기 때문일 것이다.

물론 그 모든 정보를 수집하기 좋은 자리에 있었기 때문에 이런 완성도 높은 책이 나온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 또한 해본다.

역사는 반복된다고 한다. 그래서 역사교육이 꼭 필요하다고...

사람이 세상에서 살아가면서 겪는 기본적 감정이나 상황은 세대가 흘러도 비슷할 것이다.

수천 년 전 기록에도 젊은이들이 버릇이 없다는 말이 남아있다고 하지 않는가?^^;;

저자는 그렇기에 좀 더 구체적이고, 반성적인 이야기를 명확하게 담고 싶었던 것 같다.

무엇보다 각 장이 길지 않아서 좋았다. 무한대로 이어지지 않고 적절하게 나누어져서 보기 편했다.

또한 각주가 있어서, 실제 내용이나 당시의 상황을 파악하기 상당히 용이했고, "징비록 깊이 읽기"라는 글이 첨가되어 있어서 아리송한 부분들(진관제도, 제승방략 제도의 차이점처럼)에 대해 한결 편안하게 이해할 수 있어서 좋았다.

혹시나 나처럼 징비록 같은 한번 읽어보고 싶지만 엄두가 안 나서 시도조차 못하고 있는 독자가 있다면, 자신 있게 일독을 권해본다. 아마 생각보다 수월하고 책에 빠져드는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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