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더 크라임 이판사판
덴도 아라타 지음, 이규원 옮김 / 북스피어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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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 부터 책을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맞은 놈은 다리 뻗고 자는데, 때린 놈은 못 잔다.'는 속담이 있다. 근데 성인이 되어 이 속담을 들을 때 종종 이런 생각이 든다. 그래도 속담 속에 때린 놈은 적어도 양심은 있구나! 하는 생각 말이다. 십여 년 전, 82년생 김지영이라는 소설이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놀라운 것은, 이 책을 읽기 전까지는 너무 일상적이라 생각했던 일들이 실제 차별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 것이다. 남편과도 책 이야기를 했는데, 남편 역시 그 모든 게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사람 중에 하나였다.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한국에서 여자로 사는 것은 여전히 썩 편하지 않다. 당장 내가 전에 다녔던 회사에서만 봐도, 내 급여와 남직원의 급여에는 갭이 있었다. 올라가는 폭 역시 달랐는데, 아직도 대표의 말이 기억난다. 남직원은 가장이니까 더 줘야 한다는... 업무의 양 대비가 아닌 성별이 이유였다는 사실이 여전히 썩 유쾌하지 않다.

일본 소설을 접할 기회가 종종 있는데, 내가 읽는 작품들은 추리소설 혹은 사회파 소설 이렇게 두 종류로 나뉜다. 이 작품은 그중 사회가 소설에 속한다. 제목과 표지에서 유추할 수 있듯이 여성에 대한 폭력과 차별에 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과거에 비해 나아졌다 하지만, 아직도 우리 주변에서는 성에 따른 폭력과 차별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그래서 소설임에도 실제 같은 내용이 참 씁쓸했다.

본청 수사 1과에 구라오카 나오야 경부보는 생활안전과 요다 과장을 지원하기 위해 함께 차를 타고 출동한다. 범인들은 sns나 앱 등을 통해 소녀들을 상대로 개인정보를 알아낸 후, 채팅을 통해 얼굴 사진을 받고 이를 빌미로 협박을 해 결국 수치스러운 사진 등을 받아내거나 직접 만나 포르노 영상 등을 촬영해서 판매하는 파렴치한 인간들이었다. 마치 우리나라의 n 번 방 사건처럼 말이다. 피해자들은 대부분 10대인데, 이들이 만든 영상들을 삭제한다 해도 이미 인터넷상에 퍼진 영상들까지 처리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하지만 잡힌 가해자들은 오히려 피해자들을 조롱하고, 혐오 발언을 하는 등 자신들의 죄를 뉘우치지 않는다. 10대 딸을 둔 구라오카는 이런 가해자들을 벌주고 싶지만, 이는 경찰의 일이 아니기에 더 화가 난다.

그러던 중, 살인사건이 발생한다. 양손이 박스테이프로 결박된 나체의 남자 시신이 도로에서 1미터 아래쪽 풀밭에 엎드린 자세로 발견된 것이다. 신고가 들어왔지만, 발견하는 게 쉽지 않은 상태였다. 이 피해자는 54살의 사토 마사타카라는 남자로 생활용품 제조 판매회사의 인테리어 부장으로 근무하고 있었다. 구라오카와 한 팀이 된 시바 형사는 나체로 발견되었다는 사실에 의문을 제기한다. 법의학교수인 이소나가 교수에게 혹시 이 시신이 성폭행을 당했는지는 확인해 보지 않느냐는 의문을 제시한다. 알몸으로 발견되었다면, 당연 여성의 경우는 조사를 하지만 남성의 경우는 조사를 하지 않았다는 것이 이상하다는 것이었다. 시바의 말대로 조사를 하다 보니 항문 안에서 작은 비닐봉지 안에 접은 종이 하나가 발견된다. 종이에는 "눈에는 눈"이라는 문장이 적혀있었다. 함무라비 법전에 나오는

눈에는 눈, 이에는 이"는 자신이 한 일에 대해 똑같이 당한다는 뜻을 담고 있다 보니 형사들은 우선 사토의 주변을 조사하기 시작한다. 조사 결과, 사토의 아들 신토는 과거 FFP라는 이름의 서클에서 활동하는 남학생(요네다 도시후미, 구스모토 게이타로, 요시카와 다쿠미) 3명과 함께 여대생(하시모토 마이카) 한 명을 집단 강간한 사건으로 집행유예 선고를 받은 전과가 있었다. 그들은 피해자인 마이카가 마실 음료에 약을 탔고, 집단 강간을 하다가 마이카가 구토를 하자 그녀를 버려두고 도망을 쳤다. 하지만 이 일로 이들이 직접적으로 징역형을 받지 않았다는 사실이 밝혀진다. 가해자 중 하나가 유력한 정치인과 연줄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피해자는 그날 이후로 끔찍한 고통 속에서 밖으로 한 발자국도 나가지 못하는 것은 물론이고 잠도 제대로 자지 못하고, 식사도 못하는 지경이 된다. 그뿐만 아니라 남성에 대한 끔찍한 공포로 아버지와 오빠도 두려워하는 까닭에 아버지와 오빠는 따로 나가 살 정도로 고통 속에 있었다. 그렇다면 이 사건의 범인은 마이카의 가족들일까?

참 씁쓸한 것이 요즘도 피해자를 향한 2차가 해가 여전히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이다. 특히 성폭행의 경우, 피해자의 외모나 옷차림 등에 죄를 전가시키며 말도 안 되는 것들로 가해자를 두둔하는 상황이 현재도 펼쳐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책 속의 등장하는 경찰들 역시(의도를 가진 것은 아니지만) 같은 동료 여자 경찰이나 가정 안에서도 스스럼없이 성차별적 발언들을 하기도 한다. 일본의 소설이지만, 우리 역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사실이 답답함을 자아낸다. 과거에 비해 젠더에 대한 차별이나 성인지 감수성 등이 조금씩 성장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우리의 갈 길은 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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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의 부자 유전자 - 부자의 삶은 무엇으로 결정되는가 내 인생에 지혜를 더하는 시간, 인생명강 시리즈 30
한민 지음 / 21세기북스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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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 부터 책을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이십 년 전, 초등학생들이 친구를 사귈 때 이름 다음으로 묻는 질문을 듣고 경악한 기억이 있다. 그 질문 중에 대부분이 사는 곳, 부모의 회사, 그리고 차와 같은 소위 돈과 관련된 질문이었기 때문이다. 그 질문은 현재도 여전하다. 그 지역이 치맛바람으로 말이 많은 동네긴 했지만, 20대 초반이었던 당시 그 질문을 들으며 앞으로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게 되면, 이런 문제들이 꽤 고민스럽겠구나!라는 생각을 했었다. 아직 우리 아이는 친구들과 그런 대화를 나누며 친구를 골라 사귀지는 않지만, 언젠가 이런 부분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겠다는 생각도 든다.

사실 부자에 대해 우리 사회의 이미지는 이중적인 것 같다. 마음으로는 격하게 부러워하지만, 겉으로는 욕을 하는 그런 문화 말이다. 저자가 책 안에서 언급하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가 가족보다 돈이라는 사실에 대해 꽤나 수긍이 되는데, 외국에서는 그런 우리의 모습에 우려의 눈길을 던진다고 한다. 하지만 우리 조상들의 삶을 통해 뼈에 새겨진 가난으로부터 가족을 지키는 유일한 방법이 부였다는 사실을 마주하고 보니 마냥 비판만 가할 수는 없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착취당하고 억압받으며 일제강점기를 지나 해방을 맞이했지만, 6.25전쟁으로 폐허가 된 곳에서 그 어떤 기술이나 자원도 없이 맨땅에 헤딩하듯 그저 내 가족들 밥이라도 굶기지 말자는 생각으로 삶을 영위했던 그 시대 가장들에게 돈은 강력한 가치가 될 수밖에 없었다. 돈이 있어야 가족들을 지킬 수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정당하게 일한 대가를 받았다면, 좀 더 다른 그림을 그릴 수 있었겠지만 일한 만큼의 대우를 받지 못한 우리의 부모 세대들은 가난을 대물림하지 않기 위해 또 다른 부를 이룰 수 있는 수단으로 교육을 선택한다. 그러다 보니 경쟁은 당연한 것이 되었다. 타인보다 위 자리를 차지해야 출세할 수 있고, 출세는 곳 부를 이루는 한 가지 수단이 된다.

책 안에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특성을 잘 분석해두었다. 우리의 문화 중 하나가 자기 가치감이 높다는 것인데, 이는 "우쭐"이라는 단어와 연관시켜 이야기할 수 있다. 타인보다 내가 더 낫다는 생각이 은연중에 우리 가운데 있는데 이는 좋게 말하면 자존감이 높다고 볼 수 있지만, 문제는 이 자기 가치감이 높다 보니 자신에 생각과 다른 환경이나 결과가 펼쳐졌을 때 더 쉽게 좌절하고 포기하게 된다는 데 있다. 또한 그렇기에 상대적 박탈감도 더 심하게 느끼게 된다. 한국과 중국, 일본을 비교하여 국민성을 설명한 부분도 꽤 인상적이었다. 한이나 화병은 우리만의 독특한 감정이라는 것은 이해하는데, 억울함 또한 그렇다는 것이 꽤 신선했다. 아마 이 억울함은 앞에서 말한 사회가 발전하면서 노동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받지 못하고 착취당했던 과거의 기억들에서 더 깊이 자리 잡게 된 것 같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부"에 대한 우리의 평균을 다시 한번 바라보라고 조언한다. 우리가 생각하는 부의 평균이 정말 평균인 걸까? 자기가치감 만큼 우리가 생각하는 평균도 상당히 상향화되어 있다. 그렇기에 내 현실에 만족할 수 없고, 늘 부를 좇는 삶을 살 수밖에 없는 구조가 우리나라 가운데 있다. 부자가 되지 못하면 실패하는 삶일까? 그렇다면 얼마큼의 부를 가져야 성공한 삶일까? 평균 43억 정도 있어야 부유하다고 생각한다는 통계는 많은 이들을 절망의 구렁텅이로 밀어 넣는다. 근데, 우리에게 43억이 주어졌다고 과연 만족할 수 있을까?

책을 통해 우리 사회가 가지고 있는 부의 이미지와 그로 인해 파생된 여러 문제들을 다시 한번 마주할 수 있는 시간이 되었다. 상대적 박탈감에 시달리며 삶의 기준점이 흔들리지 말고, 내게 주어진 삶의 "부"의 관점을 돈뿐 아니라 다양한 관점으로 재조정해 보자. 돈뿐 아니라 넉넉한 마음과 깊은 생각 등 다양한 부를 통해 우리의 삶을 좀 더 윤택하게 가꾸어가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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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나를 찾아라 (양장) - 법정 스님 미공개 강연록, 2판
법정 지음 / 샘터사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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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 부터 책을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불교도는 아니지만, 의외로 내 서재에는 스님들의 저서가 꽤 여러 권 자리하고 있다. 법륜스님과 혜민스님 그리고 법정 스님과 팃닛한의 저서까지...! 나는 크리스천이지만, 스님들의 책에서 위로를 받을 때가 있다. 목사님들의 저서에 비해 스님들의 저서는 좀 더 세상사에 눈을 맞춘 느낌이 든다. 그래서인지, 타 종교인이나 종교가 없는 사람들의 경우 기독교 서적보다는 불교서적을 좀 덜 부담스러워하는 것 같다.

그러고 보니, 법정 스님을 처음 만난 것은 국어 교과서에 실려있던 무소유를 통해서였던 것 같다. 개인적으로 책은 좋아했지만, 독서가 다른 목적을 가지게 되는 경우 반감이 생기는 것 같다. 의외로 법륜스님이나 혜민스님보다 글이나 강의로 먼저였던 법정 스님의 저서 중 하나를 아주 오래전 구입했었다. 여전히 내 서재 한 편에 자리하고 있는 책 옆에 이 책이 함께 놓여있다. 이 책은 이미 과거에 나온 책인데, 새롭게 리커버를 한 것 같다. 책 안에 담긴 글에는 어디서 강의를 진행했느냐에 따라 불교의 교리가 진하게 담긴 부분도 있지만, 상대적으로 청중이 불교도가 아니거나 일반 대중이 많은 경우는 좀 더 실제 삶의 이야기가 담겨서 읽기가 편했다. 여러 부분에서 얼굴에 대한 이야기가 등장했는데, 얼굴에서 얼이 정신을, 굴이 꼴(모양)을 뜻하다는 사실을 이 책을 통해 알게 되었다. 나이 마흔이면 자신의 얼굴에 책임을 질 수 있어야 한다는 말 또한 그런 면에서 얼굴의 뜻과 상통한다고 볼 수 있다. 스님 역시 자신의 마음 씀씀이가 나이가 들수록 얼굴에 드러난다고 이야기한다. 내가 어떤 정신과 마음을 가지고 삶을 대했는냐에 따라 내 얼굴이 아름답게도, 추하게도 보일 수 있다는 것 말이다. (여기서 미의 기준은 꾸밈이나 화장, 생김새를 말하는 것은 아니다.) 또한 이 아름다움에는 자기다움이 포함된다. 내 삶을 스스로 형성하지 않고 타인을 닮아가기만 하면 결국 자신만의 얼굴, 자신만의 삶을 이룰 수 없다.

책 안에서 스님은 욕심을 참 많이 경계하고 있다. 움켜지고, 나누지 않는 삶에 대해 책망을 하기도 한다. 아마 그런 면에서 무소유의 정신이 책 안에 고스란히 담겨있는 게 아닐까 싶다. 아웅다웅하며 움켜진다고 그것이 전부 내 것이 된다는 보장이 과연 있는가? 오히려 나눌 때 그 안에서 행복이 움트고 더 깊은 소유를 맛볼 수 있다. 또한 스님은 자신이 지내다가 떠나게 되면 꼭 자신이 머물렀던 곳의 흔적을 지우고, 자신이 만든 쓰레기는 태웠다고 한다. 뭔가를 남기지 않고, 소유하지 않는 모습이 진정한 참선이고 삶의 지혜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스님들의 책을 읽다 보면 가장 자주 마주하는 단어가 참선인데, 이 참선은 또 마음을 다스리는 것에서 시작된다. 책을 읽다가 와닿는 문장이 있었는데 바로 이 문장이다.

마음을 안정시키기보다는 마음을 어지럽히지 않는 것이 더 중요한 일입니다.

내게는 이 구절이 마음을 안정시키고 다스리는 것이 쉽지 않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졌다. 아니 오히려 마음을 안정시키기보다는 평소의 마음을 가지고 사는 것이 기본이 되어야 하는 것 같다. 당장 내 마음이 지옥이 되지 않도록, 내 마음을 지키는 것만 해도 참선의 시작이 아닌가 싶다. 그런 면에서 보니 오히려 조금은 부담이 덜어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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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그나르 주식회사 - 김동식 AI 초단편선
김동식 지음 / 요다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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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 부터 책을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김동식 작가의 책을 우연히 읽은 후, 그의 매력을 알게 되었다. 적어도 그의 이름이 주는 기대감이 있기에, 그의 이름이 붙은 책을 만나게 되면 궁금해진다. 사실 "초단편선"이라고 쓰여있어서 무척 짧은(한두 장?) 단편선이라 생각했는데, 하하 하하! 그 정도는 아니다 싶다. 물론 일반적인 단편소설에 비해서는 짧은 편이지만 말이다. 저기서 중요한 것은 바로 "AI"다. 어쩌면 김동식 보다 더 중요할지도 모르겠다.(작가님 미안요...;;) 그리고 대부분의 단편소설집들이 그렇듯, 작품 중 하나의 제목일 거라는 예상과 달리 분명 보그나르 주식회사를 만났는데, 제목에서는 찾을 수 없다. 근데 여기저기 비슷한 이름이 등장한다. 잘 찾아보자. 몇 개나 나올까?

정말 다양한 AI가 등장하는데, 사업적으로 혹하는 이야기도 꽤 된다. 이런 걸 틈새시장 혹은 블루오션이라고 하나? 싶을 정도다. 아니! 작가의 상상력으로 이런 사업들을 만들어 내도 되는 건가? 싶다. 꽤나 유망해 보이는 사업들도 있으니 관심 있다면 읽으면서 사업적인 아이템으로 승화시켜보자.(물론 아이디어비는 작가에게 지불하시길!)

역시 AI에도 부익부 빈익빈이 존재하나 보다. 더러운 세상! 보그나르 주식회사가 바로 그 부익부에 해당한다. 제대로 된 아이템을 하나 개발하고, 그를 추종하는 충성고객들이 늘어난다. 충성고객은 또 다른 충성고객을 만든다. 하나를 잘 성공시키고 그롤 통해 중독이 된 사람들을 위해(아니 회사가 돈을 벌기 위해서다.) 또 다른 아이템을 만든다. 그렇게 점점 동화된 사람들을 향해 거머리처럼 피를 빨아먹는 상품들이 등장한다. 죽을 때까지 이어지는 이 중독과 구독은 사라지지 않는다. 그래서 씁쓸하다.

딸 진주가 납치되었다는 전화를 받은 아빠 김남우는 기가 찬다. 딸은 지금 자기 방에서 자고 있는 데 말이다. 딸을 깨워 전화를 바꾼다. 범인은 당황한다. 범인은 남우에게 AI로 만든 가짜 딸의 목소리는 당장 끄라고 말한다. 남우 역시 범인에게 내 딸은 버젓이 내 옆에 있는데 뭔 소리냐며 딸을 바꿔준다. "내가 김진주인데, 너는 누구니?" 도대체 이게 무슨 상황일까? 누가 거짓말을 하는 걸까? 예상치 못한 반전에 소름이 돋는다. 이 정도로 구별이 안 가 다니...!

20만 구독자의 모태솔로 유튜버 보근이는 이제 1,000명 밖에 안되는 구독자를 가진 유튜버 너르너르와 합방을 한다고 밝힌다. 구독자들은 두 부류로 나뉜다. 드디어 합방 날. 근데 진짜 함께 하는 방송이 아닌 너르너르와 원격으로 방송을 하는 상황에 구독자들은 황당해한다. 그래도 너르너르를 감싸는 보근이. 덕분에 보근이의 구독자 수는 빠지고, 너르너르는 구독자가 급격히 올라간다. 문제는 너르너르가 실제 사람이 아닌 그림 AI로 만들어진 가짜라는 사실이 밝혀진다. 상처를 받은 보근이. 하지만 대인배답게 너르너르를 만든 사람을 고소하지 않기로 한다. 근데 아무도 모르는 진실 하나.

저자는 초단편 소설 속에 예상치 못한 선물 같은 반전들을 숨겨놓고 있다. 꼭 보물찾기 같은 기분이다. AI를 떠나서는 무엇도 할 수 없는 상황이 된 미래의 모습이 소름 끼친다. 설마 이런 미래는 아니겠지? 읽는 내내 흥미롭지만 식은땀이 흐른다. AI에 의해 삭제될 상황에 처한 인류임에도 실행을 완료하지 못한 이유는 인간이 생각을 계속하기 때문이라는 사실이 고개를 끄덕이게 한다. 책 안에는 기초과학을 연구하는 이야기가 등장하는데, 필요 없고 의미 없다고 여겨지는 연구들이 결국은 인류를 존속시키는 이유가 된다. AI도 아는 사실을 왜 우리는 모르고 있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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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 스터츠의 내면강화 - 흔들리면서도 나아갈 당신을 위한 30가지 마음 훈련
필 스터츠 지음, 박다솜 옮김 / 다산초당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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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 부터 책을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이 책의 저자 필 스터츠는 미국의 정신과 쪽에서는 알아주는 인물인가 보다. 나는 초면이지만... 40년을 정신과 의사로 일했다는 저자는 스타들의 정신과 의사로 유명하다고 한다. 그리고 이 책은 아주 오래전(1990~200년대 초반) 쓴 에세이로부터 비롯되었다. 우연히 읽은 자신의 에세이를 보고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지금에도 충분히 가치가 있다는 생각이 들어 책으로 펴냈다고 한다. 약간의 손을 보았다고는 하지만 지금 읽어도 고리타분하거나 어색하지 않는 내용이었다.

세상의 과학과 기술은 급속도로 진보하고 있지만, 과연 우리의 마음 또한 그 발전을 따라가고 있을까? 많은 것이 편해졌기에 우리의 삶 또한 편해졌지만, 그만큼 마음도 편해졌을까? 이 질문에 과연 예스라고 대답할 사람이 얼마나 될까? 왜 우리는 여전히, 아니 과거에 비해 더 힘든 마음을 추스르지 못하고 살아가고 있을까?

참 아이러니한 게, 우리에게 고통의 문제는 어제오늘 일이 아님에도 우리 안에 이상한 믿음이 도사리고 있음을 느낀다. 갑자기 펼쳐진 문제 앞에서 우린 문제의 원인을 나 자신에게서 찾는다. 내가 어떤 말을 해서, 내가 어떤 행동을 해서, 내가 어떤 생각을 해서 등 문제의 원인은 무조건 나에게 있다는 생각 말이다. 결국 문제의 시작은 나이기에, 그 어떤 해답도 쉽게 주어지지 않는다. 문제의 원인을 제거할 수 없기 때문이다. 물론 이 생각이 극단적으로 가게 되면 안타까운 일이 벌어지거나, 깊은 우울의 감정 속으로 매몰될 수도 있다.

한편, 이와 반대로 우리는 우리에게 비극적인 상황이 벌어질 때 왜 내게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인지 원망을 쏟아내기도 한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왜 나에게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인지 분노가 치밀어 오르기도 한다. 책을 읽다 보니 얼마 전 읽었던 박완서 작가의 에세이 내용이 떠올랐다. 갑작스러운 외아들의 죽음 앞에서 왜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에 대해 극심한 분노와 고통이 치밀어 올랐다고 한다. 우리도 그렇지 않은가? 불치병에 걸렸을 때, 가족 중 누군가가 사고를 당하거나 세상을 떠났을 때 등 다양한 문제 앞에서 우리는 적어도 내게 왜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인 지 의아해한다. 왜 내게는 그런 일이 벌어지면 안 되는 것일까?

또 다른 이야기를 해보자. 내 판단은 언제나 옳은가? 내가 아웃이라고 생각했던 사람은 정말 문제가 있는 사람일까? 내가 이 프로젝트는 가망이 없다!라고 판단하면 그냥 끝인 걸까? 내 말이, 내 판단이 100% 옳은 것일까? 책 안에는 참 다양한 우리 삶의 상황과 문제들이 등장한다. 그가 상담을 진행한 여러 인물들의 이야기도 이해를 돕기 위해 함께 등장한다. 그리고 그들의 실제 사례를 통해 우리의 생각의, 마음의 방향을 바꿔줄 수 있는 이야기들이 등장한다. 그 이야기들 중 상당수는 바로 적용이 가능하기도 하다. 사실 반신반의하는 마음으로 책을 읽기 시작했는데, 꽤 여러 곳에서 고개가 끄덕여졌다. 생각보다 차분하고 어렵지 않게 이해할 수 있었고 여러 곳에서 공감이 갔다. 물론 자기 계발서에서 보기 어색한 영성이라는 단어가 꽤 굵직하게 등장해서, 약간 의아하긴 했는데 그마저도 우리의 내면을 강화하기 위해 필요하다고 여기기에 책에 실었을 거란 생각이 든다. 너무 부담감을 가지지 않고(이 책은 지극히 종교적이지는 않고, 그 표현 또한 순화되어 활용한다. 특유의 어떤 종교를 믿으라는 전도 행위도 아니다.) 읽어도 좋을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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