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손에 닿았을 뿐
은탄 지음 / 델피노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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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 부터 책을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혹시나 앞으로 홧김에 한 말로 일어날 결과에 자책하지 말라는 거예요.

그건 당신의 의도와 상관없이 단순 우연히 일어난 일이니까.

만약 당신에게 초능력이 있다면, 어떤 것이었으면 좋겠는가? 나는 꽤 자주 순간 이동을 하는 초능력이 있었으면 하는 생각을 한다. 두 아이를 데려다주고, 회사로 향하는 아침마다 아직 출근을 하지도 않았음에도 온몸에 힘이 빠질 때가 있다. 그럴 때면 순식간에 회사 내 자리로 이동하는 능력을 가졌으면 하는 생각을 한다.

밑도 끝도 없이 초능력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이 책의 주인공인 서은우가 초능력을 가진 사람이기 때문이다. 은우는 마인드 컨트롤러다. 자신의 생각대로 타인의 마음을 조정할 수 있는 능력자 말이다. 과연 그 능력은 정말일까?

태어나서부터 지금까지 서지영은 삼산에서만 살았다. 떠나고 싶지만 떠날 수 없었던 유일한 이유는 할아버지 때문이었다. 마을의 유지로 꽤 넉넉한 집안이었던 지영의 집은 할아버지가 선거에서 세 번 낙선을 함으로 졸지에 형편이 어려워졌다. 급기야 치매까지 발병한 할아버지를 누군가는 챙겨야 했다. 집안에서 유일하게 할아버지의 기억에 남은 것은 아들도, 며느리도 아니고 손녀 지영이었다. 그래서 지영은 할아버지를 케어하는 일을 도맡게 된다. 집안 형편이 기울어서 대학은 꿈에도 못 꾸고, 동네에서 그나마 급여가 괜찮다는 과자공장에 취업한 지영은 할아버지 병수발은 물론 월급까지 고스란히 할아버지의 병원비로 보태는 현실이 죽도록 싫었다. 할아버지만 돌아가시면 이 지긋지긋한 삼산을 뜨겠다는 마음만 가지고 있을 뿐이다. 몇 년 전 갑작스러운 사고로 해리성 기억상실을 앓게 된 지영은 한 번씩 기억이 사라지는 경험을 한다. 그래도 달인 프로그램에 출연할 정도로 빠른 손놀림 덕분에 계속 일을 하고 있다. 같은 회사에 다니는 동갑내기 친구 재욱은 서울에서 대학을 나왔지만 다시 삼산으로 내려온다. 지영은 재욱을 친구 정도로 생각하지만, 재욱은 아니었다. 자꾸 지영에게 마음을 쓴다. 하지만 재욱과 엮이면 삼산에 눌러앉아야 하기에 지영은 재욱을 밀어낸다. 우연히 재욱과 이야기를 하다가, 오래전 몇 달 엄마와 함께 내려온 서은우의 이야기를 듣게 된다. 기자를 하다가 신문사를 나와서 사람 저널이라는 신문사를 차렸다는 이야기와 함께 지영은 은우에 대한 기억을 떠올린다. 꼭 지영을 서울로 데려가겠다는 어린 시절 약속도 말이다.

갑작스럽게 할아버지가 돌아가셨다. 그동안 기다리던 일이었는데, 이제 삼산을 떠날 수 있게 되었는데 지영은 뭔가 혼란스럽다. 장례식 중 모르는 사람이 온다. 알고 보니 그가 은우였다. 하지만 은우는 지영을 기억하지 못한다. 재욱을 통해 이야기를 전해 들은 것일까? 은우는 지영에게 명함을 건넨다. 서울에 올 생각 있으면 연락을 하란다. 그렇게 지영은 서울로 향한다. 그리고 은우의 회사로 출근을 한다. 처음에는 커피 내리는 일만 시키던 은우는 마치 비서처럼 지영을 이곳저곳에 데리고 다닌다. 조금씩 은우와 가까워진 지영에게 은우는 자신이 마인드컨트롤이라는 초능력자라는 이야기를 한다. 처음에는 황당했던 은우의 말을 믿지 않았지만, 정말 은우가 악수를 하는 사람들은 이상하게 은우의 말대로 움직이고 행동한다. 이 남자 정말 초능력자인 건가? 지영은 은우를 믿어보고자 한다. 왠지 묘한 매력을 풍기는 이 남자의 말이 진짜 같이 느껴진다. 그리고 같이 퇴근을 하던 어느 날, 지영은 은우의 초능력에 사로잡힌다. 거침없이 그의 집까지 들어가는 지영. 이 모든 게 은우의 초능력 때문이라 믿었는데, 은우는 지영에게 그날 절대 초능력을 쓰지 않았다고 한다. 그렇다면 지영의 마음이 은우에게 향했던 것일까?

소설의 중반부를 지나면서 이들의 정체가 밝혀진다. 그때부터 독자들은 헷갈리기 시작한다. 은우는 정말 초능력자일까, 아님 조현병 환자인 걸까? 지영만큼 혼란스러운 감정이 마구 들이친다. 그리고 예상치 못한 반전. 과연 진실은 무엇일까? 마지막 페이지까지 책을 놓을 수 없는 강렬한 이야기를 읽다 보니 나 또한 은우의 초능력에 걸린 건가 하는 생각이 든다.

같은 상처를 가진 두 사람의 이야기 속에서, 상처받은 치유자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같은 상처를 가지고 있기에, 상대를 위로할 수도, 상대에게 더 공감할 수도 있는 게 아닐까? 그리고 그렇기에 상대를 치유할 수도 있다. 어떤 감정의 울타리를 지났는지를 누구보다 잘 알기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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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명한 세계사 2 - 전쟁과 혁명의 시대 선명한 세계사 2
댄 존스.마리나 아마랄 지음, 김지혜 옮김 / 윌북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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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략전쟁, 즉 자기 나라의 방어를 의미하지 않는 전쟁은 집단범죄다.......

차코전쟁에서 평화조약을 중재한 아르헨티나 정치인 카를로스 사베드라라마스, 1936년

역사의 순간을 사진이나 영상으로 남긴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인류가 문명이라는 것을 가지기 시작한 이래로 사진이 등장한 것은 200년이 채 되지 않았으니 말이다. 그 또한 상당 기간은 흑백사진에 머물러 있었고, 현재 우리의 눈으로 보는 그대로의 색을 가진 사진이 나온 것은 그로부터 또 시간이 흘렀을 때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은 꽤 흥미로웠다. 제목처럼 선명한 세계사의 각 장면을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흑백 사진에 원래의 색을 입히는 작업과 함께 1만 장의 사진 중 200장을 뽑아내는 작업에 2년여가 걸렸다고 한다. 덕분에 좀 더 생동감 있게 역사의 순간을 마주할 수 있었던 것 같다. 1권이 1850년대부터 1900년대까지를 다루었고, 2권은 1900년대부터 1950년대까지를 다루고 있다. 1권을 보지 못해서겠지만, 개인적으로 2권이 좀 더 우리가 떠올리는 굵직한 사건들이 많았던 것 같다. 당장 세계 1,2차대전을 비롯하여 히틀러와 레닌, 스탈린, 마오쩌둥 등의 인물들이 등장한 시기가 바로 2권이 서술하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우선 책을 넘기며 또?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용이 바뀌고, 제목이 바뀌지만 그 안에 담긴 내용의 대부분은 전쟁 이야기였다. 누가 누군가를 죽이고, 빼앗고, 어떤 위해를 가하는 그런 역사가 책의 2/3를 차지한다. 전투와 전투 그리고 또 전쟁. 이번에는 동양에서, 이번에는 서양에서, 이번에는 서부에서, 이번에는 인도에서, 이번에는 러시아에서, 이번에는 오스트리아에서, 이번에는 일본에서... 장소만 달라질 뿐 참혹한 전쟁의 이야기는 책 어느 페이지를 펴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혹시나 싶어서 펼쳐본 1950년대에서 우리나라의 이야기도 만날 수 있다. 같은 민족끼리 총부리를 겨누고 싸우는 것은 단지 한국에서만 일어난 역사는 아니다. 또한 전쟁터에 나가있는 남자들을 대신해서 남아있는 여자들이 전쟁 군수품을 만들기 위해 공장에 동원되기도 한다. 이 덕분에 여성의 참정권이 인정되었다는 이야기가 참 씁쓸하기만 하다. 쓸모가 있어야 권리를 인정받는다는 뜻일까?

전쟁의 이야기가 빠지고 난 곳에는 스페인 독감과 대기근, 공황이 차지한다. 설상가상인 걸까? 이보다 더 참혹할 수 있을까? 싶었던 상황에 재를 뿌린다. 끔찍한 사진들도 있다. 뼈밖에 남지 않은 사람들이 길거리에 누워있고, 목이 잘린 시체가 길에 놓여있다. 이 모든 것이 역사의 한 장면이라니! 끔찍하기도 하다. 물론 그 와중에 연예인인 루이 암스트롱과 마릴린 먼로도 등장한다. 끔찍한 시기에 음악으로, 영상으로 위로를 주었던 인물들이어서 담겨있나 보다. 전쟁과 혁명과 쿠데타로 이곳저곳으로 역사의 장은 옮겨간다. 이 중에는 당시에는 환호를 받았지만, 후에는 끔찍한 욕을 먹은 역사도 있다.

이제는 누구나 주머니에 사진기를 넣고 다니는 시대가 되었다. 사진을 넘어 동영상까지 아무렇지 않게 찍을 수 있을 정도로 발전된 사회다. 우리가 살고 있는 지금의 역사를 100년 후 혹은 50년 후 돌아봤을 때 과연 어떤 평가를 받을 수 있을까? 적어도 얼굴을 찌푸리는 역사의 주인공은 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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댕글댕글~ 갯벌 한 바퀴 - 갯벌 유형에 따라 만나는 생물 댕글댕글 9
심현보.정재흠.이학곤 지음 / 지성사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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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부모님 덕에 어려서부터 소위 말하는 체험학습이나 캠핑을 많이 했었다. 당시는 지금처럼 텐트를 치고 여행을 하는 문화도 많이 없었고, 체험학습 프로그램도 없었을 때였는데 말이다. 갯벌에 가서 바지락과 방게를 잡기도 하고, 가을이 되면 메뚜기나 밤을 따러 가기도 했다. 아직도 기억에 남는 게 물이 빠지고 갯벌이 드러나면 아빠가 직접 만든 갈고리와 통을 들고 엄마를 따라 갯벌에 들어가 바지락을 캤다. 아빠는 투망을 들고 가서 망둥이 등의 물고기를 잡아오셨다. 두 아이를 키우는 나는 사실 엄두도 안 나는데, 30년도 더 전부터 부모님은 두 딸을 위해 체험학습을 직접 준비하셨다는 사실이 이제서야 대단하게 느껴진다.



다행이라면 여전히 부모님은 자연에서 무언가를 보고 잡는 것을 좋아하신다. 이제는 손주들이 생긴 나이임에도, 아이들과 함께 한 번씩 갯벌 나들이를 한다. 물론 예전처럼 바지락을 캐거나 하진 않고, 돌을 치우면 빠르게 움직이는 작은 게들을 잡고 직접 만져보는 체험활동을 한다. 작년에도 동생네 가족까지 함께 갯벌 나들이를 했다. 이게 뭐냐고 묻는 아이들의 질문에 솔직히 나도 정확한 대답을 해주기가 쉽지 않았다. 갯벌에는 참 많은 생물들이 살고 있지만, 그에 대해 구체적으로 배운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 책을 보는 순간! 내 기억과 작년에 갔던 갯벌이 떠올랐다. 아는 만큼 보이는 법이라는 사실은 아이들에게도 통하기 때문이다. 올해도 아이들만 원하면 부모님은 갯벌체험을 생각하고 계시기에, 그런 면에서 갯벌에 살고 있는 많은 생물들을 책을 통해 만나고 실제로 갯벌을 간다면 훨씬 더 재미있는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것 같다.

책 안에는 갯벌이 어떻게 생기고, 우리나라의 갯벌의 종류를 시작으로 다양한 생물군을 설명해 주고 있는데, 갯벌은 밀물과 썰물이 있는 서해안이나 남해안에 많이 분포하고 있다. 우리가 자주 가는 갯벌은 그중에서 펄 갯벌이었다는 것을 이번에 처음 알게 되었다. 엄마로부터 작은 게를 방게라고만 들었는데, 잡아서 넣기 바빠서 이게 진짜 무슨 게인 지 헷갈리기도 하다. 사진을 자세히 보니 방게나 세스랑게, 칠게 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봤다. 게만큼 종종 보이는 것 중 하나는 바로 망둥어 같은 물고기와 고둥도 만난 적이 있다. 사실 이 정도가 내가 아는 전부였는데, 도요새나 오리, 쇠기러기뿐 아니라 왕모시풀, 해홍나물, 나문재 등의 식물도 있었다. 그러고 보니 갯벌의 물이 빠지고 제일 먼저 만나게 되는 초입부에서 봤던 식물들이 책 안에 있었다. 그냥 들풀이나 잡초라고 생각했는데 엄연히 이 식물들도 이름을 가지고 있었고, 나문재의 경우는 나물로 무쳐먹기도 한다니 놀라웠다.

개인적으로 식물에 대한 대발견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스쳐 지나갔던 생물들이 참 많았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특히 갯벌은 우리의 소중한 자원이라는 사실을 책을 읽으며 다시 한번 하게 된다. 아이도 어른도 누구나 유용하게 만날 수 있는 1,000여 종의 갯벌 생물들을 책으로 만나고 실제로 갯벌에서 다시 만나면 무척 반가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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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령의 말 - 나를 향해 쓴 글이 당신을 움직이기를
이어령 지음 / 세계사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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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 부터 책을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언어는 세탁비누처럼 정화력을 지녀야 한다.

창조의 언어보다는 이 정화의 언어가 더욱 시급해진다.

생활한다는 것은 때를 묻힌다는 이야기이다.

때는 처음 묻을 때만이 눈에 띈다.

오염의 두려움은 내가 오염되어 있다는 이식까지도 오염시키고 만다.

비누는 본연의 빛을 캐내는 연장이다.

비누 거품은 허망하게 꺼지지만, 그 소멸 뒤에는 순백의 빛깔을 다시 찾는 그리움의 발언이 있다.

비누 중

생각해 보면, 이어령 교수의 글의 백미를 알게 된 것이 그리 오래지 않았던 것 같다. 그를 설명하는 시대의 지성이라는 말에 대해 실제로 마주한 것도 그리 오래지 않았다. 교수님이 별세하시기 몇 년 전부터 우연히 읽게 된 한국인 이야기 시리즈 덕분에 이어령 교수의 책을 맛보게 되었고, 읽는 내내 재미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연거푸 시리즈로 엮인 책을 읽다 보니 이제는 서재 한 칸에 이어령 교수의 책이 꼽혀있는 상황이 되었다. 그러고 보면 학창 시절 처음 읽었던 국어 교과서의 디지로그 역시 성인이 되어 읽었을 때 그 참맛에 놀랐던 기억이 있다. 그저 교과서 속 문제로만 읽었던 글을 아무런 억압(?)과 부담 없이 읽었을 때 이렇게 다를 수 있을까 싶을 정도였다. 다행이라면, 이어령 교수의 책과 글이 여전히 우리 곁에 남아있다는 사실이다.

개인적으로 그의 글을 좋아하는 여러 이유 중 하나는 위트가 있기 때문이다. 그의 글을 지루하지 않다. 여기서 저기로 엮어가는 것이 퍽 자연스럽기도 하다. 마치 구렁이가 담 넘어가듯이 자연스럽게 다른 주제로 연결이 된다. 물론 그런 글을 쓰기 위해 저자는 얼마나 힘이 들었을까 싶지만, 덕분에 너무 흥미롭게(마치 소설책처럼) 읽을 수 있었다. 1933년생이셨으니, 80이 넘은 나이임에도 그의 글은 소위 꼰대스럽지 않았다는 것도 장점이다. 오히려 젊은 감성이나 요즘 시대를 아우르는 글도 참 많았다. 그러면서도 그의 글에는 확실히 생각해 볼, 기억해야 할, 정확한 이성적 판단이 담겨있다.

이 책은 이어령 교수의 부인되시는 강인숙 교수와 여러 편집위원들이 지난 3년간 이어령 교수의 글 중 주옥같은 내용들만 추려서 만든 어록집. 즉, 이어령 사전이라 할 수 있다. 어떤 주제를 이야기해도 다 담을 수 있을 정도로 많은 저작과 강의를 남긴 이어령 교수의 글을 이렇게 다시 만날 수 있게 되어서 다행이다. 사실 그가 남긴 글을 전부 읽는 것조차 쉽지 않은데, 각 주제에 맞는 글을 모은 어록집 안에서 다시금 마주하는 이어령 교수의 글은 참 다양한 깊이가 있었다. 하나하나 글을 읽을 때마다 그가 왜 시대의 지성이라는 닉네임을 가졌는지 충분히 납득할 만하다.

모든 창조는 던지는 거야. '돈만 있으면 할 수 있습니다'하는 건 의미가 없어.

'천금을 줘도 할 수 없습니다'하는 걸 시도해야지.

용기 중

밑줄을 치고 접어야 할 어록이 참 많다. 책의 반 이상을 옮길 것 같아서 깊이 와닿는 문구만 추려보았는데, 아쉬움이 남기도 했다. 이젠 더 이상 창조적이고 새롭게 생산된 저자의 글을 읽을 수 없다는 사실 때문이다. 그럼에도 위안이 되는 건 어록집이 또 나올 수 있다는 기대 때문이다. 판형이나 표지 디자인 자체도 글의 깊이만큼 멋지게 나와서 선물을 해도 좋을 것 같다. 첫 장부터 깊은 지성의 길로 인도한 글 하나를 더 적으며 고마운 마음을 마무리해본다.

실망과 희망은 가장 가까운 이웃이다.

실망이 있기에 희망이 있고, 희망이 있었기에 실망이 있는 것.

어린아이들처럼 모래성을 쌓고 허물고, 허물고 쌓는 것이 인간의 생인지도 모른다.

사실 인간의 길엔 진행형만이 있을 뿐이지 결론은 없는 것이라고 할 수도 있다.

진행형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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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 살 내 꿈이 궁금해! - 어린이를 위한 퍼스널브랜딩
하랑쌤(황현하) 지음, 정일 그림 / 서사원주니어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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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 부터 책을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퍼스널 브랜딩이라는 말이 낯설다. 무슨 뜻인가 궁금했는데, 자신에게 어울리는 꿈을 찾아, 자신을 브랜드화하는 것을 뜻하는 단어라고 한다. 조금 낯선 단어를 사용했지만 한편으로는 장래희망을 조금 더 구체적으로 설명한 단어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봤다. 어느 정도 직업에 대한 지각을 가지기 시작할 나이부터, 어른들은 아이들에게 장래희망과 꿈을 물어본다. 내가 어린 시절만 해도 선생님이나 경찰, 과학자 같은 직업을 장래희망으로 꼽는 경우가 많았는데, 요즘은 축구 선수나 연예인을 지나 유튜버를 꿈꾸는 아이들도 참 많은 것 같다. 내가 어렸을 때도 그렇지만, 주변에 자주 노출되는 직업을 꿈으로 꼽는 경우가 많았는데 그런 면에서 요즘 아이들은 유튜브에 많이 노출되다 보니 유튜버를 꿈으로 꼽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하지만 그 또한 적성이나 자신의 기질에 맞아야 한다는 사실. 그저 보기에 좋게 보인다고 직업으로 꼽기보다는 자신의 성격이나 좋아하는 것, 잘하는 것들과 잘 매치되어야 진정 나만의 브랜드가 만들어지지 않을까 싶다.

한참 MBTI가 인기를 끌었다. 내가 대학 재학 당시에도 학교에서 MBTI 검사를 할 수 있었고, 해외로 봉사활동을 떠나기 전 서로의 기질을 알면 서로에 대한 이해의 폭이 넓어질 거라는 생각으로 MBTI 검사를 했던 기억이 있다. 할 때마다 늘 똑같은 형태가 나와서 나 또한 내 MBTI를 알고 있다. 하지만 성인들이 하는 검사지는 문제도 길고, 어휘도 어려워서 아직 초등학교 저학년인 우리 아이가 하기에는 애로사항이 있다 보니 뭔가 아쉬웠는데, 책 안에는 간단한 MBTI를 통해 자신의 기질을 확인하는 내용이 가장 먼저 등장한다. 퍼스널 브랜딩에 앞서 나에 대해 정확히 알아야 조금 더 선명한 꿈을 꿀 수 있을 테니 그런 면에서 이 책은 확실히 여러모로 도움이 될 것 같다.

아이들의 입장에서 스스로 읽고 적어볼 수 있는, 스스로 활동할 수 있는 장이 매 주제마다 담겨있기에 그로부터 스스로의 모습을 도출해낼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 총 8개의 섬으로 구성된 내용 안에는 성격이나 취향, 주변인(가족과 친구, 선생님 등), 다양한 감정들, 여러 관심사들, 직업과 이 모두를 통해 확인된 나에 대한 좀 더 구체적인 정리로 이루어져 있다. 사실 가장 마음에 들었던 부분은 바로 부정적인 감정을 설명해 주었던 5번째 주제 감정의 섬 ②였다. 질투나 미움, 두려움 등의 감정들에 대해 사실 우리는 안 좋은 것 혹은 나쁜 것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억지로 그 감정을 피하려 들 때가 많은데, 이 책에서는 그런 감정들조차 자연스러운 것이고 그런 감정을 어떻게 활용해서 좀 더 발전적이고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는지에 대해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설명해 주고 있다.

또한 각 주제들의 경우 경험 떠올리기, 표현하기, 질문하기, 등을 통해 해당 내용을 내가 경험했던 내용으로 가지고 와서 좀 더 공감할 수 있도록 만화를 통해 그렸고, 그를 통해 내가 느꼈던 생각이나 감정, 행동 등을 통해 좀 더 구체화시키는 작업을 한다. 마지막으로 주제에 맞는 질문을 통해 해당 내용을 더 확장하며 스스로를 더 잘 알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

길지 않지만 아이 스스로 읽고 생각하면서 자신에 대해 더 정확하게 파악하고 앞으로의 꿈을 좀 더 구체적으로 세워나가는 데 도움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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