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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라이언 - 스스로를 찾아가는 라이언의 모험
카카오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25년 6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학창 시절 곱슬이 심했던 터라, 내 별명은 사자 부인이었다. 사자 부인. 암사자는 갈기가 없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이상하긴 했다. 사자 부인이라는 별명을 좋아하지 않았다. 물론 중3 때 갑자기 내린 단발령으로 나는 결국 머리를 잘라야 했고, 그때 이후로 사자 부인이라는 별명은 세모 머리 혹은 피라미드로 바뀌긴 했지만 말이다.
우리 집에 있는 유일한 카카오 캐릭터 인형은 라이언이다. 작은 아이를 임신했을 때 받은 인형이었는데, 안전벨트 앞에 매는 인형으로 생각보다 컸다. 이제는 두 아이 모두 인형의 도움을 받을 나이는 지났지만, 여전히 우리 집 한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사실 처음에 인형을 보고 당연히 곰!이라 생각했다. 근데 이름이 라이언? 사자네? 근데 숫자라고? 갈기 없는 수사자... 왠지 모르게 동질감을 느꼈다. 라이언 역시 얼마나 외모에 대한 콤플렉스를 느껴왔을까 싶어서다. 라이언을 보니 아이들이 잘 보는 만화 브레드 이발소의 윌크(WILK)가 떠올랐다. M이 뒤집혀서 나온 아이. 라이언도, 윌크도 소수자라고 볼 수 있다.
갈기가 없어 라이언은 가발을 쓰고 다니기도 한다. 그것도 손수 제작한 가발 말이다. 하지만 누구도 라이언의 갈기가 가발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 그래도 라이언은 한 번씩 가발을 쓰고 밖을 나간다.

그동안 알지 못했던 라이언의 상처와 아픔 그리고 꿈을 이 책을 통해 마주할 수 있다. 우선 라이언은 부모님이 안 계시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되었는지는 언급되지 않지만 배사 고가 아니었나 싶다. 그렇게 라이언은 유일한 가족인 할머니 디온 여왕과 함께 지내게 된다. 왕의 부재에 라이언에게 왕위가 넘어온다. 대관식까지 얼마 남지 않은 시간 동안 라이언은 왕이 되기 위한 교육을 받아야 한다. 코끼리 선생님의 도움으로 조금씩 왕이 갖춰야 할 것들을 배우는 라이언. 단지, 왕이 되기 두려움 때문이라기엔 라이언의 표정이 밝지 않다. 사실 라이언에게는 다른 꿈이 있었기 때문이다.

떠나고 싶지만, 둥둥섬 왕국을 이끌어갈 누군가가 필요하다. 그리고 그 일은 오로지 라이언이 해야 할 일이다. 하지만, 라이언은 이곳저곳을 여행하고 싶다. 여러 번 도망 쳐보기도 했지만, 번번이 보디가드들에게 걸린다. 결국 다시 원래 자리로 돌아오게 되는 라이언. 일기장 가득 수놓았던 미래의 꿈은 결국 이렇게 덮고 말게 될까? 드디어 D 데이. 라이언의 대관식 날 아침이 밝았다. 모든 준비를 갖춘 왕궁에서는 새로 왕이 되는 라이언을 기다리고 있다. 과연 라이언은 꿈을 접고 둥둥섬의 왕이 될 수 있을까?
어떻게 보면 라이언은 장애를 가지고 태어났다고 볼 수도 있겠다. 거기다 왕이라는 무게까지 짊어져야 한다. 라이언의 이야기를 통해 과연 진정한 행복이 무엇인가를 자문하게 된다. 또한 내 콤플렉스 속에 갇혀서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을 놓치는 삶을 살고 있지는 않은지 또한 생각해 보게 된다. 모두가 행복해지는 방법을 만날 수 있는데, 역시 그에는 지혜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모든 꿈을 이루고 다시 둥둥 섬에 돌아온다면, 라이언은 그땐 정말 멋진 왕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이미 행복의 경험을 다 누렸을 테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