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를 나와 고시원을 차렸습니다 - 교사에서 고시원 원장이 된 인생 커리어 전환기
노지현 지음 / 두드림미디어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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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우리는 자신이 생각하고 말하는 대로, 원하고 바라는 대로 자신의 인생을 만들어갈 수 있다.

내가 원하는 길을 갈 수 있다는 자신에 대한 믿음이 있으면 된다.

그 꿈을 오랫동안 가슴에 품고 지속해가면, 결국 그 꿈에 닿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면 된다.

자신이 원하는 대로 삶을 이루어가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그것도 안정기에 들어간 삶을 박차고 나와 내가 원하는 길로의 방향 전환은 정말 힘들 것 같다. 근데 그걸 이루어낸 한 사람이 여기 있다.

40대의 과학교사였던 저자는 인생에서 큰 충격을 받은 시점이 있었다. 육아휴직을 하고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던 중, 함께 근무하던 교사 중 2명이 장학사가 되었다는 소식을 들은 후였다. 저자는 그 상황을 상대적 박탈감을 느꼈던 상황이라고 표현한다. 자신의 선택에 대해 후회를 하기도 했다. 그녀들처럼 아이들을 부모님께 맡기고 휴직 없이 교사 일을 했어야 했나 하는 자괴감이 꽤 오랜 시간 그녀를 괴롭혔다고 한다. 고민을 거듭하던 그녀는 "우리 교육의 희망과 행복을 노래하는 사람이 되자."라는 목표를 가지고 복직을 하게 된다.

그녀는 그날 이후 자신의 교과목인 과학에 인문학적 소양을 담은 수업을 준비하기 시작한다. 그런 그녀의 마음을 공감해서였을까? 그녀의 수업을 좋아해 주고 인정해 주는 제자들도 많았다고 한다. 제자들뿐 아니라 교사들에게도 강의를 통해 교육의 가치를 되새기는 일로 만족할 거라 생각했던 것과 달리, 그녀의 꿈은 조금 더 커졌다. 교사뿐 아니라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희망과 행복을 노래하고 싶다는 꿈 말이다. 그녀가 학교를 그만두게 된 계기는, 자신이 뱉어낸 말을 지키지 못하고 있는 자신의 삶을 마주했을 때였다. 아이들에게 꿈을 꾸고 노력하면 결국 그대로 이루어진다는 말을 전하던 그녀는, 자신은 자신의 꿈을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지에 대해서 자신 있게 이야기할 수 없었다. 결국 그 일로 고민을 하던 그녀는 사표를 내고 교사가 아닌 강연자의 삶을 향해 나갔다.

하지만 쉽지 않았다. 고정수입이 하루아침에 사라지자, 생활이 힘들었다. 생계를 위해 돈벌이가 필요했다. 결국 그녀는 고시원을 경영하는 고시원 원장이 된다. 하지만 그마저도 쉽지 않았다. 꿈을 택한 대가는 쉽지 않았다. 고시원을 열면서도 경험이 없는 그녀에게 인테리어를 하고 고시원을 정비하는 일은 모든 것이 낯설기만 했다. 입주자를 찾지 못해 몇 달간 공실로 보내기도 했다. 그리고 1년여를 하루 종일 고시원에 매달리다 보니 아이들을 챙기는 일도 소원해져서 그 또한 많이 미안했다고 한다. 그럼에도 책 안에 등장한 그녀의 꿈을 향한 여정은 계속되고 있다. 다행히 고시원 2개를 경영하면서 수입은 안정화가 되었고, 덕분에 자신의 꿈인 강연을 하면서 제2의 인생을 살고 있기 때문이다.

책 안에는 그녀의 수고로움과 노력에도 예상대로 바뀌지 않는 삶의 이야기가 고스란히 담겨있다. 읽는 내내 쉽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 안에 담긴 글 중 기억에 남는 게 있는데, 꿈을 위해 노력하는 삶은 힘듦을 동반한다는 것이다. 노력을 하기 때문에 힘든 거지, 노력하지 않는다면 힘들지 않다. 지금 힘들다면, 노력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꿈꾸고 그 방향으로 간다면 언젠가 내 꿈에 도달할 수 있다. 물론 그 꿈은 사람마다 다르고, 가는 방향과 시간도 같지 않다는 사실.

늘 늦었다는 생각을 한다. 무언가를 새로 시작하기에 내 나이가 젊지 않다는 생각 말이다. 오래 다닌 직장을 나올 때도 그랬다. 여기를 나가면 내가 갈 만한 곳이 과연 있을까? 나는 ISTJ라서 정확한 계획이 서지 않으면 실행하기가 쉽지 않은 사람이다. 하지만 결국 시간이 지나고 나니, 더 빨리 나왔어야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을 읽으며 내가 진지하게 꿈꾸던 꿈은 무엇이었는지를 다시금 돌아보게 되었다. 저자처럼 삶의 방향을 돌릴 정도의 도전은 아니지만, 나만의 속도로 내 꿈을 향해 나아가고 싶다.


우리는 자신이 생각하고 말하는 대로, 원하고 바라는 대로 자신의 인생을 만들어갈 수 있다.

내가 원하는 길을 갈 수 있다는 자신에 대한 믿음이 있으면 된다.

그 꿈을 오랫동안 가슴에 품고 지속해가면, 결국 그 꿈에 닿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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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기를 배달합니다
최하나 지음 / 한끼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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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오늘도 새로운 하루가 시작됐다.

누군가에게는 못 견디게 지루한 똑같은 날들의 연속이겠지만,

내게는 포장지를 벗길 때마다 새로운 맛을 맛볼 수 있는 사탕 같은 날들이다.

26살의 주인공 김여울은 어린 나이에 산전 수전 공중전까지 겪은 베테랑 청년이다. 어린 시절부터 재정적으로 어려움을 겪었던 여울은 그 흔한 선물하나 받아본 적이 없다. 혼자 힘으로 지금껏 살아온 여울의 희망은 3년 안에 1억을 마련하는 것이었다. 몸이 힘들지만, 벌이가 좋다는 이야기를 들은 여울은 그렇게 요구르트 배달원이 된다. 새벽부터 나가 배달을 준비하는 여울은 같이 일하는 여사님들에게 특유의 친화력(이 또한 다년간의 알바를 통해 터득하게 된 능력이다.)을 발휘해 사랑을 듬뿍 받는다. 늘 계란을 챙겨오는 서계동 여사, 두유를 챙겨주는 동계동 여사, 여울을 싸늘하게 대하는 남게 동 여사까지... 여울이 맡은 지역은 얼마 전 담당자가 퇴사를 했다. 얼른 단골 고객도 확보하고 신규 계약도 많이 따서 목표를 이루고 싶은 여울을 힘들지만 배달 머신 콩콩이를 끌고 특유의 친화력을 발휘하며 요구르트 언니로 활약한다. 비 오는 어느 날, 갑자기 품속으로 뛰어든 강아지 한 마리. 그리고 강아지가 없어졌다고 혹시 봤냐고 걸려온 한 통의 전화는 여울에게 또 다른 삶을 선사한다. 아파트 부녀회장이라는 아줌마는 자신의 딸을 밖으로 좀 꺼내달라는 요청을 한다. 대가는 신규 계약 20건이다. 해본 적은 없지만 그래도 신규 계약 20건을 놓칠 수 없었던 여울은 그렇게 히키코모리 청임을 밖으로 끌어내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사실 청임은 계속되는 입사의 낙방으로 자신감을 잃고 집안에 처박혀서 지내는 청년이었는데, 가족과도 말을 안 할 정도로 혼자만의 생활 속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었다. 청임이 빵을 좋아하는 사실을 알게 된 여울은 매일같이 와플을 구워서 청임의 방 앞에 둔다. 하지만 청임의 방은 열릴 생각이 없다. 토핑을 바꿔가면서 와플을 굽던 어느 날. 아이스크림을 올린 와플을 문 앞에 두고 가며 꼭 먹으라는 말을 하고 여울은 청임의 집을 나간다. 그리고 그 다음 날, 처음으로 청임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늘 같이 와플을 먹으며 청임과 조금씩 이야기를 시작하는 여울. 그리고 그렇게 여울의 도움으로 청임은 세상 밖으로 나오게 된다.

책 안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각기 다른 환경 속에 살고 있다. 히키코모리 청임과 전직 여경출신의 트러블메이커 욕쟁이 할머니, 여울의 썸남이자 보이스피싱을 당해 자살을 시도하는 함군 최경인까지...사실 이들은 여울의 도움으로 각자의 방식으로 세상과 다시금 소통을 이어갈 수 있었다. 하지만 여울만 이들의 삶에 도움을 준 것이 아니었다. 이들을 통해 여울 역시 조금씩 자신이 진짜 원하는 삶을 찾아가기 시작하는데...

힘든 상황 속에서도 꿋꿋하게 자신의 길을 가는 여울이 참 안쓰러웠다. 3년 동안 1억을 모으려고 열심히 사는 모습도 대견하지만, 타인과의 만남과 그들의 삶을 다른 방식으로 열어주면서 여울 또한 자신의 새로운 삶을 준비하는 모습이 참 인상적이었다. 자신만 위하고 타인의 삶에 관심도, 참견도 하기 싫어하는 요즘 세대에 여울의 삶은 과한 오지랖으로 비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런 여울이기에 타인의 필요를 정확히 알고 행동할 수 있었던 것 아닐까?


오늘도 새로운 하루가 시작됐다.

누군가에게는 못 견디게 지루한 똑같은 날들의 연속이겠지만,

내게는 포장지를 벗길 때마다 새로운 맛을 맛볼 수 있는 사탕 같은 날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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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자비의 시간 1~2 세트 - 전2권
존 그리샴 지음, 남명성 옮김 / 하빌리스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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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추리소설 중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장르는 법정 드라마다. 전공과 연관이 되기도 하지만, 마지막까지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스토리와 도무지 해결되지 않을 것 같은 상황이 극적인 증거 등과 마주치며 속시원히 해결되는 매력이 있기 때문이다. 물론 현실 속 법정과 소설 속 법정은 엄연히 다르긴 하지만, 어쩌면 그래서 소설에 더 매력을 느끼는 건지도 모르겠다.

1990년 3월 25일 새벽. 911로 한 통의 전화가 걸려온다. 경찰관 스튜어트 코퍼가 자신의 어머니인 조시 갬블을 무자비하게 폭행했고, 어머니가 죽은 것 같으니 빨리 구급차를 보내달라는 전화였다. 그리고 얼마 후, 도착한 구급차는 부엌에서 쓰러져 있는 조시 갬블을 안고 있는 딸 키이라 게일 갬블을 발견하고, 안방 침대에서 머리에 총상을 입고 사망한 경찰관 스튜어트 코퍼를 발견한다. 키이라는 경찰에 자신의 오빠인 16살의 드루 앨런 갬블이 총으로 의붓

아버지(어머니의 애인)인 스튜어트 코퍼를 살해했다고 진술한다. 사실 스튜어트 코퍼는 알코올중독에 가정폭력을 일삼는 문제 경찰이었지만, 어디까지나 그를 잘 아는 사람들 사이에서만 알려진 사실이었다. 유능한 경찰로 지역 사회에서는 꽤 이름이 났던 인물이었던지라, 이 사건은 얼마 되지 않아 마을의 주목할 만한 사건이 된다. 졸지에 성실한 후임을 잃은 오지 월스 보안관은 상심하지만, 이 사건의 범인이 16살의 아이였다는 것과 과거 스튜어트 코퍼의 가정폭력과 알코올 중독 등에 대해 이제서야 알게 되었기에 머리가 복잡하기만 하다. 사실 전에도 조시와 드루 남매는 스튜어트에게 수시로 폭행을 당했고, 사건이 일어나던 날도 조시를 폭행한 후 남매가 숨어있는 방의 문을 열려고 했다. 어머니는 이미 사망했고, 자신들 또한 스튜어트의 손에 죽을 거라는 두려움을 가진 드루는 자신과 여동생을 지키기 위해 또한 어머니의 복수를 위해 스튜어트를 죽인 것일까? 다행히 남매의 어머니 조시 갬블은 사망하지 않았고 병원으로 옮겨진다. 어머니가 죽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게 된 드루는 입을 닫고, 오지 보안관은 키이라와 드루를 경찰서로 데려간다.

한편, 해당 사건을 검토한 지역 판사 오마르 누스는 제이크 브리건스 변호사에게 전화를 건다. 이미 5년 전, 인종 차별 등의 사건을 성공적으로 변호했던 제이크에게 바로 드루의 사건을 맡긴 것이다. 이미 같이 일하는 헤리 렉스 변호사로부터 누스 판사가 제이크에게 전화해서 해당 사건을 맡길 것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던 터라, 누스의 전화가 썩 유쾌하지만은 않았다. 이미 5년 전 사건으로 꽤 오랜 기간 브리건스 가족은 협박과 같은 어려움을 겪었다. 거기다 현재 제이크의 자금 사정 또한 썩 좋지 않은 상황이었다. 특히 미국 사회에서 경찰 살인은 1급 살인죄로 처벌을 받는 중대한 범죄기에, 이 사건의 피의자인 드루와 그의 변호사를 향한 눈초리가 결코 좋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 충분히 예상되는 상황이었다.

16세의 소년이지만, 스튜어트에 대한 지역의 여론이 좋았던 터라 드루는 궁지에 몰린다. 어느 것도 드루에게 유리하지 않다. 함께 있던 여동생의 진술이 드루의 범행을 증명해 주고 있는 터라, 드루에게는 사형선고가 내려질 수도 있는 상황이다. 드루를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제이크의 노력과 달리, 사건을 갈수록 꼬여가기만 한다. 그런 와중에 여동생인 키이라가 임신 중이라는 사실을 드러나게 되고, 그에 대한 진실이 밝혀지는데... 과연 이 일은 드루의 판결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까?

우리와 다른 미국의 문화에 대한 배경지식이 있다면 좀 더 작품을 재미있게 읽어나갈 수 있을 것 같다. 보안관제와 배심원제도에 대한 지식이 더해지면 확실히 흥미가 더해질 것 같다. 나 또한 궁금해서 찾아봤는데, 책에 어느 정도의 내용이 등장한 것처럼, 보안관은 미국의 경찰인데 선거제로 임명된 군의 집행관이다. 사건이 벌어진 지역의 배경이 백인에 대한 우월의식이 자리 잡고 있는 동네라는 설정 속에서, 보안관 오지는 흑인이지만 70%의 지지율로 당선이 되었다. 그럼에도 그는 알게 모르게 편견 속에 살고 있다. 물론 드루가 흑인은 아니었지만, 백인 경찰을 살해했기에 그를 향한 냉혹한 잣대 역시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번에도 존 그리샴은 법정 스릴러의 대가답게 사건을 속시원히 해결해 주면서, 그 안에 깊은 여운까지 한 스푼 담았다. 살인이 정당화될 수는 없지만, 지금과 같은 상황이라면 쉽게 판단을 하기 힘들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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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화 해방 - 생체 나이를 거꾸로 돌리는 저속노화 프로젝트 프린키피아 3
장 마르크 르메트르 지음, 김모 옮김, 정희원 감수 / 21세기북스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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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진시황이 불사의 꿈을 이루기 위해 불로초를 찾아 나선 일은 우스갯소리처럼 들리지만, 인류가 지구상에 등장했을 때부터 늘 꿈꾸는 일이었다. 나이가 들면서 자연스럽게 우리 몸에 일어나는 노화는 인간의 힘으로는 극복할 수 없는, 죽음을 향한 평등한 걸음이었다. 이 책은 그런 사실에 대해 발칙한 반기를 든 책이다.

누구에게나 시간은 공평하다. 매일 24시간의 시간이 주어진다. 당연히 같은 해에 태어난 사람은 나이가 같은 것 역시 불변이다. 하지만, 진짜 모두의 시간은 같을까? 같은 해에 태어난 모든 사람의 생체 시간은 같을까? 이 책을 읽기 전에는 나 역시 같다고 대답했을 테지만, 책을 읽고 나니 묘한 기시감이 들었다. 유난히 동안으로 보이는 사람, 또 반대로 노안으로 보이는 사람이 있다. 이들의 시간이 보기와 달리 같을까라는 질문에 대해 이 책은 아니다.라고 이야기한다. 이에 대한 이야기는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과 결을 같이 한다. 그리고 모두의 시간은 다르게 흐른다고 감히 말하고 있다. 책 안에는 다양한 실험과 그에 대한 이야기들이 등장한다.

왜 저자는 노화가 사람마다 다르게 나타난다고 이야기할까? 그에 대한 흥미로운 실험이 벌어졌다. 이 시간의 상대성을 확인하기 위해 일란성 쌍둥이 중 한 명인 마크 켈리는 지구에서, 스콧 켈리는 국제우주정거장에서 1년간 생활을 하는 실험을 했다. 1년 후 다시 만나 쌍둥이 중 누가 더 노화를 겪었을까? 사실 대부분의 영화에서는 우주여행을 다녀온 사람이 지구에 있는 사람보다 더 젊은 것으로 묘사하고 있지만, 실제 실험 결과는 반대였다. 우주에서 생활한 사람은 지구에서 살던 사람에 비해 생리적, 인지적, 면역적, 유전적 노화가 더 급격히 일어났다. 마치 20년을 더 산 사람과 같은 상황이 된 것이다. 다행이라면, 6개월 후 스콧은 다시 원래의 수준을 되찾긴 했지만 이 실험의 결과는 노화 분야의 연구에 도움을 주게 된다.

연구자들은 우리 몸속에 노화를 일으키는 세포를 발견하는데, 이 노화를 일으키는 세포에는 염증 유발 물질이 들어있었다. 이 염증 지표 중 하나는 CXCL9이라는 단백질인데, 이 세포는 혈액을 통해 신체 곳곳을 돌아다니며 염증을 유발한다. 대부분의 세포는 염증성 물질을 분비하여 면역 체계에 자신을 제거하라는 신호를 보내지만, 이 세포가 노화되는 경우 그 반응성이 떨어지게 되고 제거되지 않은 세포들이 조직 내에 축적되면서 계속 염증을 퍼뜨리게 된다. 결국 이 염증이 쌓여서 죽음에 이르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노화는 질병의 하나가 아닐까? 하는 결과가 나올 수 있겠다. 그리고 노화가 질병의 일종이라면, 일반적인 병처럼 노화 역시 치료가 가능하다는 결과도 도출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길게 보자면 죽음에 이르는 시간을 상당히 유예시킬 수 있다고도 볼 수 있지 않을까?

책 안에는 저속 노화를 위한 방법들이 소개되고 있다. 가령 건강검진 등을 통해 체내 염증을 일으키는 상황을 벗어나게 만드는 것이다. 이 염증을 일으키는 상황은 고혈압, 당뇨병, 성인병 같은 질환들이 포함된다. 그뿐만 아니라 건강한 몸을 위한 운동과 식이요법도 저속 노화에 도움을 준다. 그 밖에도 실제적인 방법들이 책에 소개되고 있으니 꼭 한번 읽어보길 바란다. 그와 함께 세계 각국의 장수하는 지역을 조사하며 그들의 습관들이 저속 노화에 어떻게 도움을 주었는지도 소개해 준다. 책을 읽으며 들었던 생각 중 하나는 노화가 치료 가능한 질병이라는 사실이다. 물론 건강하게 장수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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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화와 시대의 만남 - 시대를 담은 위대한 화가들의 이야기
고동희 지음 / 쉼(도서출판)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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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낫숫물이 댓돌을 뚫는다는 속담이 있다. 물론 내가 사용하기에는 좀 거창한 감이 있긴 하지만, 꾸준히 하고 나니 조금씩 보이는 게 있다는 의미를 담고 싶었다. 미술에 대한 두려움이 있다. 여러 예술의 장르 중에서 유난히 미술은 친하지 않았다. 음악회는 가도, 미술관은 왠지 부담스러웠다. 하지만 언제까지 그럴 순 없겠다는 마음이 생긴 후 매년 미술 관련 책을 1권 이상 읽자는 목표를 세웠고 몇 년째 그 목표를 지키고 있다. 근데 신기한 것이, 그렇게 미술이나 명화 관련 책을 꾸준히 읽다 보니 낯익은 화가와 작품이 생기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어디서 본 것 같은데... 하던 것이 이제는 곧잘 눈에 들어와서 제목까지는 몰라도 누구의 작품인 지는 기억이 난다. 때론 화가와 관련된 사연이나 그의 생애에 대한 내용도 기억이 난다. 그렇다 보니 이제는 미술 관련 책을 읽는 게 예전처럼 부담스럽지는 않다.

명화와 시대의 만남이라는 제목의 이 책 안에는 16명의 화가와 그들의 이야기와 명화들이 담겨있다. 표지 가득 담긴 명화들 속에서 낯선 그림이 3개 있었는데, 그나마 한 작품을 제외하고는 화가가 누구인지 짐작이 갔다.



아마 미술에 관심이 많은 독자라면 단번의 누구의 그림인 지 맞출 수 있을 정도로 책 안에는 정말 한 시대를 풍미한 대단한 화가들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이름만 들어도 고개가 끄덕여지는 인물들, 빈센트 반 고흐, 앙리 마티스, 구스타프 클림트, 프리다 칼로, 파블로 피카소.... 그리고 생각보다 많은 명화들이 그 자리를 같이 채워준다. 얼마 전에 만났던 앙리 마티스의 그림을 보니 앙리 마티스 전에는 얼굴에 사용하지 않았던 다양한 색감으로 표현한 모자를 쓴 여인이 나올까?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역시나 다시 만나니 반가웠다. 사실 이 책을 읽으며 궁금했던 두 명의 인물이 있다. 한 명은 너무 유명하지만, 그의 그림을 좀처럼 이해하기 힘들어서 늘 뒤로 미뤄뒀던 파블로 피카소와 이번에 처음 이름을 마주한 아마데오 모딜리아니다.




도저히 알아볼 수 없는 다양한 형태의 입체파 그림을 그렸던 피카소가 처음부터 그런 기하학적인 그림을 그린 것이 아니었다는 사실이 놀라웠고, 그의 예술세계만큼이나 다양했던 여성편력도 책 안에 소개된다. 두 명의 아내와 여러 명의 애인들... 그리고 그들과의 사랑이 깊어질수록 피카소의 예술세계도 깊어졌다. 그리고 다양한 여성들과의 사랑은 또 다른 형태의 예술로 승화된다. 피카소의 남성적 매력이 깊었던 것일까? 피카소 사후 자살을 택하는 애인들도 있었으니 말이다. 한편으로는 그의 이야기를 보면서 그가 성공한 예술가가 아니었다면, 그의 사랑 이야기가 지금처럼 미화(?) 되지 않았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또 한 명의 예술가인 아마데오 모딜리아니는 단 한 명의 여성 잔 에뷔테른과 사랑에 빠졌다. 하지만 그의 예술세계는 피카소처럼 생전에 인정받지 못했다. 인정받지 못하는 상황에 속이 상했던 그는 자신의 그림을 판 돈으로 또 술을 마시고 마약까지 한다. 부유한 부르주아 집안에서 자란 잔은 사랑에 빠진다. 잔의 헌신적인 희생에도 모딜리아니는 건실하게 살지 못했다. 오히려 술에 취해 잔에게 폭력을 휘두를 정도가 된다. 결국 잔 과의 사이에서 딸이 태어나지만 생활고에 시달린 잔의 부모님은 잔과 딸을 데리고 간다. 홀로 남겨진 모딜리아니는 결국 죽음을 맞이하고, 그에 충격을 받은 잔은 둘째를 뱃속에 품은 상태에서 자살을 하게 된다. 모딜리아니가 그린 그림 중에는 유달리 잔의 초상화가 많다. 그중 눈동자가 없는 그림이 있었는데, 왜 눈동자를 그리지 않았느냐는 잔의 질문에 모딜리아니는 이렇게 대답한다.

당신의 영혼을 알게 되면 눈동자를 그릴게요.

모딜리아니와 잔의 깊은 사랑 이야기가 곁들여지니 작품의 의미가 더 깊이 와닿았던 것 같다. 작품과 시대상 그리고 그들의 삶의 이야기가 작품과 어우러지며 또 다른 감상을 마주하게 되는 시간이었다. 시간이 흘렀지만, 그들이 남긴 주옥같은 명화들은 여전히 우리 옆에 살아 숨 쉬고 있고 명화들 속에 담긴 의미 역시 또 다른 의미로 다가오는 것 같다.


당신의 영혼을 알게 되면 눈동자를 그릴게요. - P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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