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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르트르를 만나다 - 구토 나는 세상, 혐오의 시대
백숭기 지음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25년 4월
평점 :
사르트르를 만나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사르트르를 만나다』 라는 책이다.
책 제목처럼, 이 책을 읽으면서 사르트르를 만났다.
만나서 그를 알게 되었다.
사르트르, 전에는 모르던 사람이다. 알지 못하던 철학자다.
뭐 알기는 했다. 이런 정도로.
시몬 드 보부아르와 계약결혼을 했다든가, 그가 했다는 유명한 말 몇 마디 듣기는 했다.
가령 인간은 내던져진 존재, 말도 어렵지 피투(被投)라니. 그리고 실존은 본질에 앞선다는 말. 하여튼 어렵고 그저 안개 속에 있는 듯, 그것도 저 멀리에 보일락말락했던 철학자였는데, 이 책으로 자세하게 알게 되었다.
그간 들었던, 그래서 알고 있었던 것들보다 더 정확한 그의 모습과 발언의 참된 의미를 알게 되었다.
그것은 무엇때문이었을까?
저자는 그 어려운 철학, 그 중에서도 더 어려운 사르트르를 아주 쉽게, 그리고 재미있게 독자들에게 전해주고 있다. 내가 사르트르를 제대로 만날 수 있었던 이유이기도 하다.
그런 것은 저자의 바탕에는 이런 마음이 있기 때문이다.
철학은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는데, 다음과 같은 것들이다.
역사, 다른 인물, 이슈, 시사 문제, 사회 문화
그래서 저자는 철학을 쉬운 말로, 일상적인 표현으로, 현대적 언어로 풀어내고 있다.
문학, 음악, 영화 등을 통해서 쉽게 접근하도록 한다. (15쪽)

저자의 이런 다짐대로 이 책에는 사르트르에 쉽게 다가설 수 있도록 관련된 소설, 시, 음악과 영화 등 수많은 장치가 녹아들어 있다. 해서 사르트르에 올라가는 등산길이 재미있고, 즐겁기만 하다.
이런 것들이 이 책에 등장한다.

그래서 사르트르에 대하여 제법 많이 알게 되었다. 이런 것들.
사르트르는 유독 우리나라에서 인기가 없다는데, 이 이유를 저자는 이렇게 말하고 있다.
한국전쟁은 남한의 북침으로 발발했다는 프랑스 공산당의 거짓 주장에 속아 한동안 북한을 두둔했던 사르트르를 받아들이기 쉽지 않았겠지. (50쪽)
부조리란?
지금까지 부조리라는 말을 문자적 의미, 즉 ‘이치에 맞지 아니하거나 도리에 어긋남. 또는 그런 일’로만 알고 있었는데, 이 책을 통해 그 말에 철학적인 의미가 담겨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부조리란 세상에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뜻이다. (38쪽)
그런 설명을 듣자, 이게 뭐지 라는 생각에 다시 한번 그 문장을 새겨보게 되었고, 결국 위키백과의 도움을 받아, 이런 개념인 것을 알게 되었다.
[부조리 不條理 absurdism) 위키백과
부조리(不條理, 영어: absurdism)는 불합리·배리(背理)·모순·불가해(不可解) 등을 뜻하는 단어로서, 철학에서는 '의미를 전혀 찾을 수 없는 것'을 뜻한다.
원래는 조리에 맞지 않는 것이라는 논리적 의미만을 표시하는 말이었으나, 합리주의 철학의 한계 속에서 등장한 실존주의 철학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 용어가 되었다. 알베르 카뮈는 부조리라는 개념을 철학적으로 의미화하는 데 크게 기여하였다.]
이런 설명도 의미있다.
사르트르는 흡연자였다. 그는 평생 담배를 끊으려고 노력했다.
그가 흡연과 관련해서 한 말에 이런 말이 있다.
흡연은 전유적이고 파괴적인 행동이다. (203쪽)
이런 말 읽었으면, 예전같았으면 두말할 필요없이 패스했다.
흣, 멋진 말이구먼, 흡연은 전유적이라..... 멋져!
그랬을 것을 이번에는 달랐다. 그 말을 설명한 것이 마음에 와 닿는 것이었다.
그것을 이 책에서는 청년 p와 신사와의 대화를 통하여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청: 무슨 말인지 도통 모르겠네요.
(흡사, 나의 경우를 말하는 듯하다. 해서 더 관심을 갖고 읽게 된다.)
신: 사르트르는 담배를 파괴적인 행위라고 말하고 있어. 그 파괴적인 행위를 통해 담배를 소유한다고 봤지
청: 담배를 소유한다고요?
신: 그의 말은 단지 담배 한 갑을 주머니에 갖고 있다는 의미가 아냐. 담배를 피우는 행위 자체가 소유의 본질, 즉 모든 소유 욕망의 동기를 가장 추상적인 형태로 보여준다고 봤어. 담배 연기가 코를 타고 폐로 들어가 분해(파괴)되면서 내 몸의 일부가 되는 거야. 이를 사르트르는 ‘결정화’라고 불렀지. (205쪽)
내가 담배를 피운다면 이 말이 더 잘 이해되었겠지만, 피우지 않아도 이해가 된다.
결정화라는 용어도 그럴 듯하게 들린다. 이게 바로 담배 하나도 놓치지 않고 철학으로 설명하려고 하는 철학자들의 철저한 직업의식(?) 아닐까.
하여튼, 저자의 친절한 설명이 나로 하여금 사르트르를 친근하게 만나도록 한 것이다.
특이한 이 책의 서술 구조
저자는 사르트르를 독자들에게 소개하기 위해 특이한 서술 방법을 사용하고 있다.
바로 대화를 이용하는 것이다.
그러니까 나처럼 사르트르를 모르는 사람 (청년 P)와 사르트르를 잘 아는 신사를 배치하여 두 사람이 대화를 나누는 형식을 취하고 있는데, 이는 앞서 인용하면서 소개한 바와 같다.
해서 나같은 사람은 청년 p에 감정이입을 하면서 나의 마음을 거기에 담아놓고, 말한 다음에 신사가 뭐라 대답하는지를 고대하면서 읽게 되는 것이다.
그 대화중에 앞에, 앞에 소개한 것처럼 소설, 음악, 영화 등을 인용하면서 설명의 도구로 사용하니, 머릿속에 쏙쏙 들어오게 되는 것이다.
사르트르의 발언중 ‘사랑하는 사람을 판단하지 말라’는 말이 있는데, 저자는 이를 셰익스피어의 『오셀로』를 통해 설명하고 있다.
이아고의 이간질에 빠져 아내 데스데모나를 오해한 오셀로와 비슷하지. 결국 오셀로는 아내의 불륜을 의심한 죄책감에 시달리다 자살하고 말잖아. ‘사랑하는 사람을 판단하지 말라’는 사르트르의 말을 더 노골적으로 표현하면 사랑하는 사람을 멋대로 심판하지 말라는 거야. (247쪽)
밑줄 긋고 새겨볼 말들
우리는 눈으로 신체를 제일 먼저 훑지. 몸을 바라보는 거야. 사르트르는 이렇게 신체les corps를 바라보는 시선이 타자를 소유하도록 이끈다고 말했어. 그다음 우리는 시선으로 타자를 흡수하지. ‘아, 이 사람은 이렇고 이런 사람이구나. 저 사람은 저렇고 저런 사람이구나.’
그걸 두고 사르트르는 이렇게 말했어. “타자의 시선이 세상을 통과하여 나에게 엄습한다”라고…. (95-96쪽)
다시, 이 책은?
이 책의 특징을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바로 이 말이다.
소수의 전문가만 전유(專有)해온 지식의 무게감을 최소화한다. (15쪽)
그래서인지 사르트르에게 다가가는 내 발걸음이 무척 가벼워졌다.
사르트르, 이제는 더 더 알고 싶은 철학자가 되었다.
이런 가르침도 이제는 그냥 넘어갈 수 없게 되었으니 말이다......
사족 : 사르트르의 가르침 – 사르트르 어록
“나는 존재하도록 던져졌다.”
“혼자 있을 때 외롭다면 나쁜 친구만 사귀고 있는 것이다.”
“타인은 지옥이다.”
“말은 장전된 총이다.”
“타자의 시선이 나를 엄습한다.”
“인간은 자유롭도록 선고받았다.”
“우리는 우리의 선택이다.”
“선택하지 않는 것, 그것 또한 선택이다.”
“실존은 본질에 앞선다.”
“인간은 날마다 발명되어야 한다.”
“불통은 모든 폭력의 근원이다.”
“흡연은 파괴적인 소유 행위다.”
“우리는 자유를 그만둘 자유가 없다.”
“죽은 자로 있는 것은 산 자의 먹잇감이 되는 일이다.”
“사랑하는 사람을 판단하지 마라.”
“신은 인간의 고독이다.”
“참여는 행동이지 말이 아니다.”
이상 인용한 글은 모두 사르트르의 가르침이다. 짧은 문장으로 이루어져 있지만 깊은 가르침을 담고 있다. 저자는 그런 가르침을 독자들이 잘 이해하도록 청년 P와 신사의 대화를 통해 그 뜻을 헤아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