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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관에 간 수학자
제롬 코탕소 지음, 윤여연 옮김, 이종규 감수 / 북스힐 / 2025년 4월
평점 :
영화관에 간 수학자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영화를 말한다. 아니 수학을 말한다.
아니, 영화 속에서 수학을 말한다. 이 책은 그런 책이다.
이 책은 수학과 관련있는 영화 열네 편을 다루고 있다. 수학이 영화에서 상당히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영화들이다.
먼저 저자가 영화를 수학의 관련 정도에 따라 어떻게 분류했는지 살펴보자.
카테고리 0 : 수학을 다루는 장면이 어디에도 없는 영화.
카테고리 1 : 제목을 봤을 때 수학을 마주치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품게 만들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은 영화.
카테고리 2 : 수학이 주요 소재는 아니지만 적어도 한 번은 수학 관련 장면이 나오는 영화.
카테고리 3 : 수학이 영화에서 상당히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지만, 영화 플롯의 핵심은 다른 곳에 있는 영화 <네이든>, <퓨처라마>.
카테고리 4 : 메인 주제가 수학과 연관이 있는 영화. <무한대를 본 남자>, <넘버스>.
카테고리 5 : 플롯이 수학을 다루고 있을 뿐만 아니라 등장인물들도 수학 개념인 100% 수학영화, <플랫랜드>을 각색한 애니메이션.
이런 분류 방법은 비단 수학에만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다른 주제에도 얼마든지 적용할 수 있을 것이다. 예컨대 문학이라든가 혹은 음악을 ‘수학’에 대입해보면 가능해진다.
따라서 먼저 저자가 제시한 이런 분류방법을 듣는 순간부터, 이책은 의미가 있게된다.
이 책을 문학과 예술을 보는 방법을 배우고, 알게 되는 것에서부터 시작하게 되는 것이다.
그럼 이 책은?
위의 카테고리 분류에서 3과 4에 해당하는 영화 14편을 다루고 있다.
대런 애러노프스키 감독의 「파이(1998년)」
알렉스 데 라 이글레시아 감독의 「옥스퍼드 살인사건(2008년)」
루이스 피에드라이타 감독과 로드리고 소페냐 감독의 「페르마의 밀실(2007년)」
매슈 브라운 감독의「무한대를 본 남자(2015년)」
모르텐 튈둠 감독의 「이미테이션 게임(2014년)」
모건 매슈스 감독의 「네이든(2014년)」
알레한드로 아메나바르 감독의 「아고라(2009년)」
구스 반 산트 감독의 「굿 윌 헌팅(1997년)」
빈센조 나탈리 감독의 「큐브(1997년)」
안드레이 세큘라 감독의 「큐브 2: 하이퍼큐브(2003년)」
론 하워드 감독의 「뷰티풀 마인드(2001년)」
시어도어 멜피 감독의 「히든 피겨스(2017년)」
마크 웹 감독의 「어메이징 메리(2017년)」
로버트 루케틱 감독의 「21(2008년)」
이 책은 영화에서 수학을 어떻게 다루고 있을까?
영화에서 수학이 최전방으로 나온 상징적인 장면에서 멈추고
수학 내용을 분석하고
해당 내용을 현실과 교차시키면서,
촬영 뒷이야기를 꺼낸다. (9쪽)
그렇게 하면서 영화에서 다루고 있는 수학을 일단 공부한다는 차원에서 살펴보고
더하여 그것을 어떻게 다루고 있는가를 또한 살펴보면
영화의 재미를 느낄 수 있게 된다.
이런 장면, 수학 영화에서 흔히 본다.
칠판에 수학 방정식이 가득 써있다.
그런 칠판이 배경으로 깔리고, 그 앞에 선 교수가 거기에 써있는 방정식을 설명하는 장면.
또는 방정식이 써있는 칠판 앞을 그 학교의 청소부가 지나간다거나.
그렇게 시작하는 영화, 기억할 것이다. 바로 「굿 윌 헌팅(1997년)」.
「굿 윌 헌팅(1997년)」.
이 영화는 출연 배우만으로도 의미있다. 맷 데이먼과 로빈 윌리엄스.
그 두 사람의 출연에, 수학과 심리 상담, 그 어울림이 벌써 느껴지지 않는가.
자, 여기서 위에서 말한 저자의 영화속 수학 살피는 방법을 상기해보자.
[영화에서 수학이 최전방으로 나온 상징적인 장면에서 멈추고
수학 내용을 분석하고, 해당 내용을 현실과 교차시키면서, 촬영 뒷이야기를 꺼낸다.](9쪽)
그러면 이 영화에서 상징적인 장면에서 멈추는 곳은?
멈출 곳이 많다. 이 책에서 그 중 두 개를 보여주고 있는데, 그걸
<「굿 윌 헌팅」에 나오는 첫 번째 문제>와 <「굿 윌 헌팅」에 나오는 두 번째 문제>에서 풀어준다.

여기에서 수학을 좋아하는 독자들은 그 속으로 풍덩 빠지게 된다.
아, 이 문제가 나왔구나, 이 문제를 이렇게 풀어가는구나, 하면서 재미있게 이 책을 읽어갈 수 있다.
그런 과정을 거치면서 문제를 압축 설명하고 나서, 이런 말로 그 영화에 대해 결론을 내린다.
이게 압권이다.
결론적으로 영화 제작과정에서 참여했던 자문가들이 상당히 많았지만, 화면에 등장하는 방정식들은 영화감독과 시나리오 작가들이 원했던 이야기와는 완전히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다. 램보 교수는 신중한 교수로 소개되었지만 고등학교 3학년 수준의 수학과 바칼로레아 통과후 대학과정 4년을 밟은 학생의 수준 사이를 오락가락하는 수학 수업을 했고 또 그런 수준의 문제를 냈으며, 이미 선대 수학자들이 해결했던 문제를 푸는데 엄청난 시간을 보냈다. (166쪽)
다시. 이 책은?
프랑스의 수학자인 저자의 예리한 수학적 지식을 토대로 매같은 눈으로 살펴본 결과 위와 같은 결론이 나왔다는 것, 영화를 보는 재미와는 별도로 이런 것도 독자들은 알아둘 필요가 있다.
그렇게 살펴볼 영화가 이 책에 무려 14편이나 있다는 것 독자들에게는 행운이다.
어떤 것을 살펴보더라도 저자는 결코 실망시키지 않는다. 영화라면 영화, 그 속에 담겨 있는 수학이라면 또 수학도 공부하게 되니, 말 그대로 일석이조다.
더하여 이런 깨알같은 정보도 알게 되니 금상첨화가 아닐 수 없다.
아는 것처럼 노벨상에는 수학 분야가 없다.
왜 없을까? 그 이유에 이런 이야기가 있다고 한다.
알프레드 노벨의 아내가 수학자 예스타 미타그 레플레르와 바람이 나서, 노벨이 수학을 넣지 않았다는 그럴듯한 이야기다.
그런데 그런 이야기가 사실일까? 팩트 체크를 해보니 노벨은 결혼을 하지 않았다는 것(155쪽) 해서 바람날 아내가 아예 없는데, 어찌 그런 말이 떠돌까?
그런게 사람들이다. 헛소리를 만들어내고, 또 그것을 퍼뜨리는 게 인간인데, 그런 경향을 어떻게 수학적으로 풀어내는 수학자 어디 없을까?
그런 수학자와는 별개로 수학자 제롬 코당소가 쓴 이 책, 읽어가다 보면 그런 헛소리를 팩트 체크할 수 있는 안목도 생긴다는 것, 분명히 해두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