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 따라 공간 따라 역사 문화 산책 - 신병주 교수의
신병주 지음 / 매일경제신문사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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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 따라 공간 따라 역사 문화 산책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이 책 <인물따라 공간 따라 역사 문화 산책>은 인물따라라는 말이 있지만, 공간별로 일어난 사건을 기록한 것이다.

이 책의 목차를 살펴보면, 그게 확연하게 드러난다.

 

1부 왕실의 역사, 궁궐 속으로

2부 갈등과 변화의 공간, 서울

3부 외곽의 역사, 경기도

4부 선비의 고장, 경상도

5부 유배지에서 꽃핀 학문, 전라도

6부 청백리와 천주교의 흔적, 충청도

7부 허난설헌과 김만덕, 강원도·제주도

 

7부만 제외하고 모두가 장소를 기준으로 역사를 살펴보고 있다.

해서 장소별로 기록하기에 추사 김정희는 <추사 김정희와 과천 과지초당>(166)<세한도의 탄생과 제주추사관>(332)으로 이 책에서 두 번 등장한다.

 

우선 여행안내서로 읽어보자

 

요즘에는 해외여행이 대세이지만, 국내여행도 쏠쏠한 재미가 있다는 것, 주지의 사실이다.

그러니 공연히 외화 소비하느니 국내에서 볼만한 곳을 찾아, 아기자기하게 여행을 해보는 것도 권할만하다.

 

그런 여행, 이 책으로 하면 좋을 것이다.

서울에 산다면 훌쩍 저 아래 동네로 가보면 어떨까?
우리나라 남쪽 지방에 가볼 만한 데가 많다.

 

양산보와 소쇄원 그리고 다산의 흔적이 남아있는 강진

더하여 다산의 형인 정약전의 유배지 흑산도도 가볼만하다.

 

이 책에는 그곳들에 대한 역사가 자세히 나와있으니, 이 책 들고 가보면 여기저기 선인들의 흔적을 찾아가며 여행을 즐길 수 있다.

 

담양에 있는 소쇄원은 정원이다. (242쪽 이하)

조선시대 양산보(1503~1557)가 지은 정원인데, 스승 조광조가 비극적으로 생을 마감하자 이곳에 정자를 짓고 은거하며 살았다. 그런 삶을 위해 만든 소쇄원은, ‘맑고 깨끗하게 한다는 뜻으로 그 이름에 걸맞게 정원과 정자가 어울려 있으니, 휴식하며 역사를 생각할 수 있는 좋은 여행지가 될 것이다.

 

특히 강진은 저자가 추천하는 여행지이기도 하다.

 

여름 휴가철이면 많은 사람들이 여행에 나선다. 필자도 역사와 문화의 향기가 묻어나는 여행지에 대한 추천 요청을 받는데, 남도 답사 1번지라 불리는 전라남도 강진을 추천하곤 한다. 정약용이 유배길에 오른 후, 유배의 시간을 실학의 완성이라는 성과로 승화시킨 공간이기 때문이다. (267)

 

 

이번에는 역사 안내서로 읽어보자

 

우리가 역사를 안다고 하지만 얼마나 알 것인가. 저자는 역사학자이기에 우리가 미처 몰랐던 역사 이야기를 재미나게 들려주기에, 이 책으로 역사탐방, 역사를 여행할 수 있다.

 

이런 역사는 어떨까?

명분만 내세우다가 치욕과 굴욕의 시간을 만들어낸 인조. 병자호란 이야기다.

병자호란에 청나라의 군대에 맞서지도 못하고, 인조는 청나라 황제 앞에 엎드려 머리를 아홉 번 찧는 굴욕을 당했다.

게다가 청나라에서는 그걸 기념하기 위하여 승전비를 세우라 했으니, 그게 바로 삼전도비.

 

그 삼전도비는 현재도 남아있는데, 남아있게 된 데에 얽힌 사연도 많다.

 

삼전도비는 청일전쟁 이후인 1895년 고종의 명으로 쓰러뜨렸으나, 일제강점기인 1913년에 다시 그 자리에 세워졌다. 1956년에는 문교부의 주도로 땅속에 묻는 등 비석의 수난은 이어졌다. 1963년의 홍수로 비석의 모습이 드러나자, 정부에서는 삼전도비를 반성의 역사로 삼자는 의미에서 원래 위치했던 곳 근처인 석촌동으로 옮겼다. 현재의 위치인 석촌호수 쪽으로 옮긴 것은 2010년이다. (106)

 

그 삼전도비에 얽힌 이야기 중, 이런 게 가장 의미있다.

 

<정부에서는 삼전도비를 반성의 역사로 삼자는 의미에서 원래 위치했던 곳 근처인 석촌동으로 옮겼다.>

 

삼전도비는 우리의 자존심에 큰 상처를 주고 있음이 분명하지만, 한편으로는 명분만을 내걸고 치루는 잘못된 전쟁이 얼마나 위험한지를 생생하게 기억시켜 주고 있다’(106)는 그 역사적 의미를 우리는 가슴에 꼭꼭 새겨야 할 것이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고 했으니 말이다.

 

이런 것 알게 된다.

 

정약용와 김정희, 그리고 초의선사


그전에 정약용과 초의선사의 관계에 대한 책을 읽은 적이 있는데, 이 책에서 다시 초의선사를 만났다. 이번에는 김정희가 초의선사와 교류가 있었다는 것,

 

김정희가 제주도 유배시절 가장 많은 편지를 주고받은 사람은 초의선사라는 것이다.(333)

 

맨처음 이 글을 읽었을 때, 이 초의가 그 초의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같은 사람인가, 하고 말이다.

그런데 같은 사람이었다.

바로 그 글 뒤에 이런 대목이 나온다.


초의는 다산 정약용의 유배지인 강진의 다산초당을 찾아 정약용을 스승처럼 섬기면서 차와 학문에 대한 논의를 주고 받기도 했다. (333)

 

해서 생몰 연대를 살펴보니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동시대 사람이다.

정약용(1762-1836), 김정희(1786 1856), 초의 (1786-1866)

 

다시, 이 책은?

 

역사를 기록하는 방법중에 편년체(編年體)와 기전체(紀傳體)라는 게 있다.

편년체(編年體)는 연대를 따라 일어난 사건을 기록하는 것이고

기전체(紀傳體)는 인물별로 일어난 사건을 기록하는 방법이다.

편년체는 조선왕조실록, 기전체는 사마천의 <사기(史記)>가 그 예이다.

 

그렇다면 궁금해진다, 사건을 기록하되 그 사건이 일어난 장소를 중심으로 하면 어떨까?

예컨대, 지금 사용하지 않는 청와대를 중심으로 해서 일어난 사건을 기록한다든지, 이토 히로부미가 죽은 중국의 하얼빈, 그 중에서도 하얼빈 역을 중심으로 사건을 기록하는 식으로 말이다.

 

그러면 훨씬 현장감(現場感)이 살아날 것이다.

말 그대로 현장에서 일어난 사건을 기록할 것이니, 그 기록의 구체성에서 현장감은 다른 기록방법보다 더 할 게 분명하다. 비로 이 책이 그런 책이다.

이 책은 그래서 현장감이 넘치는 역사가 어떤 것인지를 보여주는, 가치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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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관에 간 수학자
제롬 코탕소 지음, 윤여연 옮김, 이종규 감수 / 북스힐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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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관에 간 수학자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영화를 말한다. 아니 수학을 말한다.

아니, 영화 속에서 수학을 말한다. 이 책은 그런 책이다.

이 책은 수학과 관련있는 영화 열네 편을 다루고 있다. 수학이 영화에서 상당히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영화들이다.

 

먼저 저자가 영화를 수학의 관련 정도에 따라 어떻게 분류했는지 살펴보자.

 

카테고리 0 : 수학을 다루는 장면이 어디에도 없는 영화.

카테고리 1 : 제목을 봤을 때 수학을 마주치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품게 만들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은 영화.

카테고리 2 : 수학이 주요 소재는 아니지만 적어도 한 번은 수학 관련 장면이 나오는 영화.

카테고리 3 : 수학이 영화에서 상당히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지만, 영화 플롯의 핵심은 다른 곳에 있는 영화 <네이든>, <퓨처라마>.

카테고리 4 : 메인 주제가 수학과 연관이 있는 영화. <무한대를 본 남자>, <넘버스>.

카테고리 5 : 플롯이 수학을 다루고 있을 뿐만 아니라 등장인물들도 수학 개념인 100% 수학영화, <플랫랜드>을 각색한 애니메이션.

 

이런 분류 방법은 비단 수학에만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다른 주제에도 얼마든지 적용할 수 있을 것이다. 예컨대 문학이라든가 혹은 음악을 수학에 대입해보면 가능해진다.

따라서 먼저 저자가 제시한 이런 분류방법을 듣는 순간부터, 이책은 의미가 있게된다.

 

이 책을 문학과 예술을 보는 방법을 배우고, 알게 되는 것에서부터 시작하게 되는 것이다. 

 

그럼 이 책은?

 

위의 카테고리 분류에서 34에 해당하는 영화 14편을 다루고 있다.


대런 애러노프스키 감독의 파이(1998)

알렉스 데 라 이글레시아 감독의 옥스퍼드 살인사건(2008)

루이스 피에드라이타 감독과 로드리고 소페냐 감독의 페르마의 밀실(2007)

매슈 브라운 감독의무한대를 본 남자(2015)

모르텐 튈둠 감독의 이미테이션 게임(2014)

모건 매슈스 감독의 네이든(2014)

알레한드로 아메나바르 감독의 아고라(2009)

구스 반 산트 감독의 굿 윌 헌팅(1997)

빈센조 나탈리 감독의 큐브(1997)

안드레이 세큘라 감독의 큐브 2: 하이퍼큐브(2003)

론 하워드 감독의 뷰티풀 마인드(2001)

시어도어 멜피 감독의 히든 피겨스(2017)

마크 웹 감독의 어메이징 메리(2017)

로버트 루케틱 감독의 21(2008)

 

이 책은 영화에서 수학을 어떻게 다루고 있을까?

 

영화에서 수학이 최전방으로 나온 상징적인 장면에서 멈추고

수학 내용을 분석하고

해당 내용을 현실과 교차시키면서,

촬영 뒷이야기를 꺼낸다. (9)

 

그렇게 하면서 영화에서 다루고 있는 수학을 일단 공부한다는 차원에서 살펴보고

더하여 그것을 어떻게 다루고 있는가를 또한 살펴보면

영화의 재미를 느낄 수 있게 된다.

 

이런 장면, 수학 영화에서 흔히 본다.

 

칠판에 수학 방정식이 가득 써있다.

그런 칠판이 배경으로 깔리고, 그 앞에 선 교수가 거기에 써있는 방정식을 설명하는 장면.

또는 방정식이 써있는 칠판 앞을 그 학교의 청소부가 지나간다거나.

그렇게 시작하는 영화, 기억할 것이다. 바로 굿 윌 헌팅(1997).

 

굿 윌 헌팅(1997).

이 영화는 출연 배우만으로도 의미있다. 맷 데이먼과 로빈 윌리엄스.

그 두 사람의 출연에, 수학과 심리 상담, 그 어울림이 벌써 느껴지지 않는가.

 

, 여기서 위에서 말한 저자의 영화속 수학 살피는 방법을 상기해보자.

 

[영화에서 수학이 최전방으로 나온 상징적인 장면에서 멈추고

수학 내용을 분석하고, 해당 내용을 현실과 교차시키면서, 촬영 뒷이야기를 꺼낸다.](9)

 

그러면 이 영화에서 상징적인 장면에서 멈추는 곳은?

멈출 곳이 많다. 이 책에서 그 중 두 개를 보여주고 있는데, 그걸

<굿 윌 헌팅에 나오는 첫 번째 문제><굿 윌 헌팅에 나오는 두 번째 문제>에서 풀어준다.



 

여기에서 수학을 좋아하는 독자들은 그 속으로 풍덩 빠지게 된다.

, 이 문제가 나왔구나, 이 문제를 이렇게 풀어가는구나, 하면서 재미있게 이 책을 읽어갈 수 있다.

 

그런 과정을 거치면서 문제를 압축 설명하고 나서, 이런 말로 그 영화에 대해 결론을 내린다.

이게 압권이다.

 

결론적으로 영화 제작과정에서 참여했던 자문가들이 상당히 많았지만, 화면에 등장하는 방정식들은 영화감독과 시나리오 작가들이 원했던 이야기와는 완전히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다. 램보 교수는 신중한 교수로 소개되었지만 고등학교 3학년 수준의 수학과 바칼로레아 통과후 대학과정 4년을 밟은 학생의 수준 사이를 오락가락하는 수학 수업을 했고 또 그런 수준의 문제를 냈으며, 이미 선대 수학자들이 해결했던 문제를 푸는데 엄청난 시간을 보냈다. (166)

 

다시. 이 책은?

 

프랑스의 수학자인 저자의 예리한 수학적 지식을 토대로 매같은 눈으로 살펴본 결과 위와 같은 결론이 나왔다는 것, 영화를 보는 재미와는 별도로 이런 것도 독자들은 알아둘 필요가 있다.

 

그렇게 살펴볼 영화가 이 책에 무려 14편이나 있다는 것 독자들에게는 행운이다.

어떤 것을 살펴보더라도 저자는 결코 실망시키지 않는다. 영화라면 영화, 그 속에 담겨 있는 수학이라면 또 수학도 공부하게 되니, 말 그대로 일석이조다.

 

더하여 이런 깨알같은 정보도 알게 되니 금상첨화가 아닐 수 없다.

 

아는 것처럼 노벨상에는 수학 분야가 없다.

왜 없을까? 그 이유에 이런 이야기가 있다고 한다.

알프레드 노벨의 아내가 수학자 예스타 미타그 레플레르와 바람이 나서, 노벨이 수학을 넣지 않았다는 그럴듯한 이야기다.

그런데 그런 이야기가 사실일까? 팩트 체크를 해보니 노벨은 결혼을 하지 않았다는 것(155) 해서 바람날 아내가 아예 없는데, 어찌 그런 말이 떠돌까?

그런게 사람들이다. 헛소리를 만들어내고, 또 그것을 퍼뜨리는 게 인간인데, 그런 경향을 어떻게 수학적으로 풀어내는 수학자 어디 없을까?

 

그런 수학자와는 별개로 수학자 제롬 코당소가 쓴 이 책, 읽어가다 보면 그런 헛소리를 팩트 체크할 수 있는 안목도 생긴다는 것, 분명히 해두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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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에는 기쁘다 - 한강의 문장들 푸른사상 교양총서 23
민정호 지음 / 푸른사상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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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에는 기쁘다 - 한강의 문장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한강은 우리나라 작가다.

우리나라 작가로서 처음 노벨문학상을 받았다. 그러니 우리말로 노벨문학상 작품을 읽을 수 있다는 것이 무엇보다도 기쁘다. 그런데 막상 한강의 작품을 손에 잡으면?

그게 쉽지않다. 분명 우리말로 쓴 작품인데도 읽는 게 그리 만만치 않은 것이다.

해서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하다.


마침 그런 때, 이 책을 만난다. 동국대 문예창작학부에서 후학을 양성하고 있는 저자가 한강을 읽어가면서, 한강을 보다 쉽게 우리에게 전해준다.

 

그래서 이 책에서 한강의 작품을 읽을 수 있다.

저자가 여기 이 책에서 읽고 있는 한강의 작품은 다음과 같다.

 

소년이 온다.

작별하지 않는다.

희랍어 시간

내 여자의 열매

채식주의자등 모두 11권의 작품.

 

어떻게 읽어가는가?

 

저자는 한강의 작품 하나씩 붙들고 읽어가면서, 그 안에서 되새김을 할 문장을 골라내 저자만의 읽기 스타일을 통해 독자로 하여금 한강을 친밀하개 다가가도록 해준다.

예컨대 이런 식이다.

 

저자는 채식주의자를 읽고 그중에서 3개의 글을 골라 제시한 후에 그걸 소재로 삼아 3꼭지의 글을 썼는데, 그 중의 하나 살펴보자,

 

문득 이 세상을 살아본 적이 없다는 느낌이 드는 것에 그녀는 놀랐다.

(나무 불꽃, 채식주의자, 197)

 

38쪽부터 41쪽의 글이다.

채식주의자는 작품명인데 세 편의 중편으로 이루어져 있다. 나무 불꽃채식주의자를 구성하고 있는 세 개의 중편 중 하나. 이야기 진행상으로는 맨 마지막 편이다.

 

그 글을 가지고 이렇게 저자의 생각을 펼친다.


<한강의 해당 작품에 대한 간단한 소개, 줄거리 요약 정리>

<저자의 생각 하나>

여기서는 슬라보예 지젝의 신을 불쾌하게 만드는 생각들이란 책에서 이런 생각을 가져온다.


최후의 인간은 위험을 감수하지 않은 채 오직 안전과 편안함만을 추구한다.”

 

저자는 그 말을 인용한 후에, 한 걸음 더 나간다.

 

그런데 여기에서 한 발 더 나가야 하는 이유는, 자신이 오롯이 최후의 인간이었음을 뒤늦게 자각하는 순간, 인생을 제대로 살아본 적이 없다는 회한에 자살을 결심할 수도 있다는 말이다. (39)

 

여기에서 저자의 말 중 자살에 밑줄 긋고 더 읽어보자.

 

누구처럼? 소설에서 영혜의 언니처럼 말이다. (39)

 

영혜의 언니가 자살을 했던가, 아니 시도했던가?

 

먼저 이 책 39쪽에 저자가 한강의 해당 작품을 요약해 놓은 부분에 이런 글이 보인다.

 

남편이 영혜와 사건에 휘말렸던 때, 그녀는 심한 하혈로 산부인과에서 자궁에 생긴 폴립을 제거하게 되는데, 그 사건 이후로 자신이 한번도 원없이 살아본 적이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아이 장난감에서 빼낸 끈으로 자살을 하려고 한다. (39)

 

해서 한강의 채식주의자에서 해당 부분을 읽어보았다.

 

마치 추운 듯 떨려오는 몸을 일으켜 그녀는 장난감을 놓아두는 방의 문으로 다가갔다. 지난 일주일 동안 저녁마다 지우와 함께 장식해 걸어놓은 모빌을 떼어낸 뒤 끈을 풀기 시작했다. 단단히 묶어두었기 때문에 손가락 끝이 아팠지만, 참을성 있게 마지막 매듭을 풀어냈다.(.......) 끈을 말아 바지주머니에 넣었다.

그녀는 맨발에 샌들을 꿰어 신었다.(............) 아파트 뒤편의 쪽문을 지나 뒷산으로, 어둡고 좁다란 길을 밟아 올랐다.

(.........) (243)

 

, 끈을 들고 뒷산으로 올라갔던 장면, 그게 바로 영혜 언니가 자살하려고 마음먹고 올라갔던 거구나. 나의 독서가 모자라도 한참 모자란 것을 알게 된다.

같은 장면을 읽고서도 나는 그걸 알아차리지 못했는데, 저자는 그걸 생각의 소재로 삼았다니.

해서 한강의 책을 잘 못 읽었던 것을 깨닫게 된다.

 

그렇게 저자는 한강의 책을 잘 읽어가도록, 한강에서 뽑아낸 생각을 우리에게 전해준다.

 

다시, 이 책은?

 

또 있다. 같은 글, 더 읽어보면 이런 글이 나온다.

 

(저자)는 언니가 섭식을 중단하는 영혜에게 정말 죽고 싶은 거냐고 물을 때, 언니가 자신이 오래전부터 죽어 있었다는 것”(201)을 이미 알고 있었다는 점에서 스스로 묻는 것으로 이해되었다. (40)

 

바로 이거다. 한강의 작품은 분명 우리말로 쓰여진 책이지만, 독자마다 그 이해가 다르니 이런 책의 도움이 필요한 것이다. 나름 한강을 읽었다고 생각했던 내가, 이 책을 읽어가면서 부끄러웠던 적이 한두번이 아니다. 오독, 오독의 행진이었다니!

한강의 작품 그 의미의 속까지, 끝까지 가지 못하고, 그저 수박껍질만 열심히 핥았던 게다.

 

그러니 이 책은 의미가 있다.

한강을 제대로 읽어보고 싶다면, 한강의 글을 읽고 그 안에서 인생을 찾아내고 싶다면, 이 책을 속속들이, 차근차근 읽어보자. 그러면 비로소 한강이 보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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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는 유전자를 춤추게 한다 - 호모 사피엔스의 눈부신 번영을 이끈 유전자·문화 공진화의 비밀
장수철 지음 / 바틀비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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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는 유전자를 춤추게 한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저자는 장수철, 생물학자다.

생물학자라는 말은 유전자라는 개념을 자연스럽게 논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는 말이다.

 

유전자.

그래서 유전자가 문화와 결합이 된다면 어떤 일이 생길 것인가,를 이 책에서 논하고 있는 것이다. 저자는 한국인의 삶과 문화가 유전자의 차원에서 어떻게 진화하고 있는가를 살펴보고 있다. 저자는 유전자와 문화를 다음과 같이 연결시키고 있다.

 

우리 인간은 문화를 지니고 있다.

이에 유전자가 개입하여 생물학적으로 변화한 유전자는 다시 역으로 새로운 문화를 창조하거나 기존 문화의 빠른 변화를 유도한다. 이처럼 서로 영향을 주고 받는다는 차원에서 유전자와 문화의 상호작용이 발생하게 된다. 그게 유전자·문화 공진화(共進化, coevolution)’의 개념이다.

 

다시 말하자면, 유전자와 문화가 서로를 끌어당기고 밀어내며, 인간 삶을 이루는 문화 요소들이 어떻게 유전자의 선택을 유도했고, 반대로 유전자의 변화가 어떻게 문화를 다시 진화시켰는지를 설명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찰스 다윈에서 시작된 현대 진화론의 최전선에 위치해 있다고 한다.

 

이 책은 그런 공진화의 과정을 여러 가지 상황에서 살펴보고 있는데, 각 항목마다 의미있는 논의들이 펼쳐지고 있는데 이런 것들이다.

 

춤과 인류 진화의 관계성.

인류의 음식문화

공정성의 진화.

인간만의 성적 매력과 가족 제도

조리를 통항 인간 문화

농업으로 인한 인류의 변화

목축문화가 초래한 변화가운데 우유를 소화하는 능력.

그리고 인류의 다양한 삶의 방식이 만든 문화의 다양성이 진화와 어떤 관련이 있는가의 논의.

 

그 중에서 예를 들어, 이런 논의를 살펴보자. 의미있다.

 

우리 인간의 이기성과 이타성을 논의하다보니, 그 논의의 결론이 공정성에 이르게 된다.

그 과정을 간단하게 짚어보았다.

 

우리 인간은 이기적이면서 이타적이다.

이기적인 유전자를 지닌 사람이 왜 이타적인 행동을 할까? (108)

혈연선택 :

자신과 유사한 유전자를 많이 남길 수 있다면 다른 개체를 위해 희생도 감수할 수 있다.

 

호혜적 이타주의

혈연 또는 친족을 향한 이타성을 비혈연 또는 비친족으로 더 확대한 개념으로 이타성의 보편적 특징을 설명한다. (112)

대표적인 사례 : 흡혈 박쥐.

 

호혜적 이타주의가 성립하려면 몇 가지 조건이 충족하여야 한다. (113)

첫째, 상호작용은 반복적이어야 한다.

둘째, 수혜자의 이득이 기증자가 감당하는 손실보다 훨씬 커야 한다.

셋째, 보답하지 않는 사기꾼(무임승차자)을 가려내야 한다.

 

인간은 어떨까?

초기 수렵채집 시기에는 이 세가지 조건이 쉽게 충족되었다.

그런데 사회를 이루는 구성원의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자, 그런 조건 충족이 쉽지 않게 된다.

그래서 호혜적 이타주의는 직접적인 양상에서 벗어나 영향을 미치는 범위를 한층 확장한 간접적인 호혜성으로 발전하게 된다.

 

간접적 호혜성이 제대로 작동하려면 상호 신뢰만으로는 부족하고 신뢰를 어긴 사람에게 대한 제재 수단이 필요하다. (115)


여기에서 무임승차자를 어떻게 가려낼 것인가?

 

그 기준이 바로 공정의 문제이다.

공정성의 출현과 작동은 무임승차자 제재와 연결된다.

호혜적 이타주의나 간접적 호혜성이 작동하는 사회 즉, 대부분 상대에게 호의를 베푸는 것이 상식인 사회에서 무임승차자는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무임승차자에 대한 대응은 호혜성에 기초한 이타적인 사회 유지에 매우 중요하다. (117)

 

그리고 그 논의는 도덕성의 발전으로 이어진다.

이렇게 이기적인 면과 이타적인 면이 공존하는 인간 사회에서 그 양자를 균형맞추도록 하다보니, 공정과 도덕이 등장하게 된다는 논의가 유전자 차원의 논의를 통하여 이루어지고 있다.

공정과 도덕을 윤리학 차원에서 논하는 것과는 색다른 접근이어서 새롭게 느껴진다.

 

다시 이 책은?

 

모기와 말라리아, 그리고 변형 혈구증의 관계를 살펴보자.


모기가 감염시키는 말라리아.

그런 병을 막기 위해 사람들은 다양한 방법을 강구하고 있는데, 우리 몸 역시 그에 대비하고 있다. 바로 돌연변이인 변형 혈구증.

그런데 그게 문제가 될 줄이야

변형 혈구증은 말라리아는 극복할 수 있었지만, 적혈구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하게 되어서 빈혈등 더 큰 문제를 야기한다는 것이다. (235)

 

공진화,라는 개념이 얼마나 신비한 것인지, 그런 과정을 지금 겪고 있는 게 바로 우리들이라는 것조차 신기한 일이다. 진화론은 물론이거니와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많은 사항들이 신천지나 다름이 없으니 바로 여기에 이 책의 진정한 가치가 있다고 볼 수 있다.

이에 대한 논의는 지금껏 듣지 못한 차원이기 때문에, 나에게는 무척이나 생소한 분야다.

 

그래서 이 책은 의미가 있다

모르는 분야, 접하지 못한 분야를 새로 개척한다는 차원에서, 이 책은 읽을 가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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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MP3 속 영화음악 - 멈추고 싶은 아름다운 순간, 우리들의 영화음악
김원중 지음 / 꿈공장 플러스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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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p3속 영화음악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영화를 나름대로 본다고 하는데도 이 책에서 소개하는 영화 중

못 본 영화가 많다. 해서 이 책에서 좋은 영화를 받은 셈이다. 

 

이 책에는 영화가 모두 54 편이 소개되고 있는데, 목차에 나오는 영화명을 참고하면서 영화를 찾아 즐기는 것도 좋다. 그래서 목차도 자세하게 나와 있어 나름 용도가 훌륭하다 하겠다. 

 

저자는 영화 각 편을 이런 순서대로 소개하고 있다.

 

<서론 들어가는 말>

<영화 개략적인 소개>

<영화 줄거리와 주연 배우 소개>

<영화 속 음악 소개>

<더 들어야 할 음악 소개>

 

이렇게 5개의 단계를 거쳐 영화를 소개하고 있다.

그러니 독자들은 저자가 소개하는 영화를 순식간에 한편 독파하는 셈이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단 한점의 스틸 컷도 보이지 않는다는 것, 그러니 독자들은 오로지 상상의 날개를 사용해서 영화를 감상할 수밖에 없다.

하기야 요즘 같이 좋은 세상에 보고 싶은 영화, 듣고 싶은 음악 마음껏 들을 수단 또한 많으니 그렇게 다른 경로를 통해서 보고 들으면 되긴 한다.

 

어쨌든, 저자는 영화 소개를 차분하게, 아주 간소하게 하고 있다는 것 말해두고 싶다,

대신 군더더기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도 말해둘 필요가 있다.

그러니 요즘 말로 가성비 좋은 영화 소개라 할 수 있다.

 

예를 들어보자.

내가 본 영화 한 편과 보지 못한 영화 한 편을 예로 들어, 저자가 영화를 어떻게 소개하고 있는지 보기로 하자.

 

본 영화 - <냉정과 열정 사이>

 

101쪽에서 104쪽에 걸쳐, 4개 쪽을 할애하고 있다.

 

<서론 들어가는 말>

저자의 어린 시절 이야기로 시작한다. 한자 이야기다,

독일과 프랑스를 합해서 한자로 법덕(法德)이라 한다,

유럽과 미대륙을 합해서 한자로 구미(歐美)라고 표현한다.

 

<영화 개략적인 소개>

왜 그런 말을 꺼내는가 했더니, 이 영화의 제목인 냉정과 열정을 상기시키기 위해 그런 것이다

냉정과 열정.

이 영화의 원작이 있는데, 그 작품 소개.

특이하게도 두 사람의 작가가 각각 남자 주인공, 여자 주인공을 맡아서 쓴 작품, <냉정과 열정 사이>를 소개한다.

 

<영화 줄거리와 주연 배우 소개>

대학시절 연인이었던 두 주인공이 헤어진 뒤 10년 뒤 이탈리아 피렌체에서 재회한다는 줄거리 소개에 이어서, 주인공 배우 소개.

남자 주인공은 일본의 미남 배우 다케노우치 유타카, 여자 주인공은 중국계 혼혈인 진혜림(陣慧琳)

여기서 여자 주인공 역을 맡은 여배우를 알게 된다. 그 영화를 볼 적에는 그저 이름만 알고 지나갔는데, 그녀가 혼혈이라는 것과 일본어에 원어민이 아니라서 캐스팅에 의문이 있었다는 이야기도 듣게 된다.

 

<영화 속 음악 소개>

음악은 일본 작곡가 요시마타 료가 맡았는데, 그 사운드 트랙이 우리나라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았었다. The Whole nine yards라는 곡이다.

 

<더 들어야 할 음악 소개>

이 곡이 마음에 닿았다면, sound of ocean이라는 곡도 들어보기를 저자는 권한다.

 

이렇게 내가 본 영화를 소개하고 있는데, 내 기억으로는 주인공들이 10년 후에 피렌체의 두오모에서 만나자는 약속을 하고 헤어졌다는 설정 때문에, 우리나라에서도 이탈리아 피렌체가 유명해졌다는 것이라 알고 있다.

 

못 본 영화 - <사랑도 통역이 되나요? (Lost is Translaion)

 

188쪽에서 191쪽에 걸쳐, 모두 4개 쪽으로 소개한다,

 

<서론 들어가는 말>

영화 제목에 관해 재미있는 말을 건넨다.

원어 제목보다 우리말 제목을 더 좋아한다. 더하여 번역된 우리말 제목을 좋아하는 영화가 더 있는데, <내일을 향해 쏴라><우리에게 내일은 없다>.

그 두 개의 영화는 원어 제목은 다른데, 그래서 우리말 제목 때문에 좋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나중에 그 제목을 우리나라에서 독창적으로 번역한 게 아니라, 일본을 통해 그 영화가 들어오면서 일본어로 번역한 것을 우리나라에서 그냥 받아들였다는 것을 알고, 실망하게 되었다는 이야기를 한다, 듣고 보니, 저자가 실망할만도 하겠다 싶다.

 

<영화 개략적인 소개>

<영화 줄거리와 주연 배우 소개>

줄거리를 소개하고 이 영화가 여러 군데에서 상을 받았다는 이야기로 영화의 평을 전하고 있다. 안 보았으나 이런 소개를 들으니 보아야겠다는 마음이 일어난다.

 

<영화 속 음악 소개>

저자는 이 부분에서 영화보다 음악이 더 좋았다고 한다,

Alone in Kyoto.

 

<더 들어야 할 음악 소개>

이 곡이 마음에 들었다면 같은 사운드 트랙에서 Are you awake도 감상하기를 저자는 권하고 있다.

 

다시, 이 책은?

 

역설적인 말이지만, 내가 보지 못한 영화가 많이 들어있어서 좋았다.

물론 내가 본 영화에 관한 것도, 내가 그 영화를 보긴 했는데, 혹시 놓친 것이 있을지 모르니, 자세하게 읽었다. 그래서 그 점도 의미있었다.

 

그리고 보았던 영화에서 음악은 관심없이 그냥 흘려 들었는데, 이 책을 통해 영화 음악의 가치를, 의미를 알게 된 것도 이 책의 가치를 높여 준 것이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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