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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는 세계 - TV 드라마를 향한 애호와 탐구의 시간
드라마 연구회 지음 / 뉘앙스 / 2025년 6월
평점 :
드라마는 세계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우리나라는 드라마의 왕국이다.
굳이 <오징어 게임>을 거론할 필요조차 없다.
우리나라의 드라마가 외국에서도 인기를 얻고 있다는 것도 굳이 말할 필요없다.
대신 이런 책에서처럼 우리 드라마를 살펴보는 것도 의미있다 할 것이다.
그야말로 수상한 연구회(262쪽)에 가입해서, 연구를 해보는 것도 재미있을 듯하다.
여기 이 책은 그런 수상한 연구회에서 활동중인 분들이 연구한 결과를 발표한 것이다.
먼저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은 필자들의 드라마 감상하는 그 열정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그 많은 드라마를 어떻게 다 보고, 본 것만 해도 대단한 작업인데, 그 드라마 속에 있는 세계를 짚어내고, 분석해서 하나의 연구 결과보고서로 만들어내다니, 이 책을 만든 필진에게 감탄을 금할 수 없다.
그들이 본 드라마 면면을 보니, 추억 속의 드라마도 있는데, 다행스럽게도 본 드라마 제목도 보이는지라, 아무래도 그런 드라마를 다룬 부분을 얼른 먼저 읽기도 했다.
먼저 이 책을 읽으면서 느낀 점은 마르셀 프루스트의 그 유명한 작품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에 나오는 ‘홍차와 마들렌’ 효과다.
마들렌 한 조각을 입에 넣는 순간, 먼 과거로 여행을 떠나듯이 생각이 흘러가는데, 이 책도 마찬가지다.
필자들이 언급하는 드라마 제목들이 줄줄이 나타나는데, 그 제목들이 독자들의 추억회로를 가동시키기 시작할 것이다, 나도 그랬다.
예를 들면 의학 드라마다.
<종합병원>은 본 기억이 없지만 그 뒤로 나온 <허준>이라든가. 최근에 본 <중증외상센터>까지. 본 의학 드라마가 줄줄이 떠오르는 것이었다.
드라마 <낭만닥터 김사부>에서 왜 낭만인 것일까?
그중 이런 것도 있다, 열심히 챙겨본 드라마 중 <낭만닥터 김사부>가 있는데, 왜 '낭만'인 것일까, 궁금했었다.
그 제목을 알고, 그 드라마를 보긴 했지만 김사부 앞에 왜 낭만이라는 말이 붙는지 생각해본 적이 없는데, 이 책에서 알게 된다.
김사부에 의하면, 낭만이란 바로 왜 사는지, 무엇 때문애 사는지를 잊지 않는 것이었다. (150쪽)
그렇게 듣고보니 그 드라마에서 김사부의 행동이 비로소 이해되는 것이다. 아, 그랬구나!
독자들은 어떤 점에서 이 책을 좋다할까?
일례로 <1부 시선 | 영상 매체의 양방향성과 외연 탈피 가능성 연구: 임성한 드라마를 중심으로>를 살펴보면, 그 글을 쓴 임영주에게 먼저 감탄을 하지 않고는 그 글을 읽을 수 없을 것이다.
임성한의 드라마를 중심으로, 그의 전 작품을 모두 다 보고, 그것들을 분석해낸다.
분석하는 내용은?
임성한은 1998년부터 2023년까지 무려 25년간 활동하고 있는 작가다,
그 중 몇 편을 본 기억이 나는데 필자는 그의 작품을 이렇게 평한다.
임성한 드라마는 반복되는 양상을 띠는 것 같으면서도, 작품 내부에서 점진적인 진화를 수행해왔다. 초창기에는 통속극의 공식을 활용해 대중과 접속했고, 중기에는 신화적 요소와 여성 서사를 중심에 배치했으며, 후기에는 매체의 경계를 넘는 장르 실험을 통해 서사의 ‘형태’ 자체를 전복했다. 이 흐름은 단지 작가 개인의 특성이 아니라, 한국 사회의 감각 구조와 미디어 환경의 변동을 적극 반영하는 지표이기도 하다. (44쪽)
막장인 줄만 알았는데, 임성한의 작품의 진행과정을 알게 되니, 그게 바로 우리 사회를 그대로 반영한 바로미터가 된다는 것, 그걸 알고 나니 막장에 대한 이해가 달라지는 것이다.
드라마가 진지해진다.
그래서 이제 이 책을 읽고 나니 드라마가 단지 소일거리, 킬링 타임이 아니게 되었다.
드라마는 세계다. 이 책의 제목 그대로 드라마 안에서 세계를 본다는 말이 맞다.
그 안에 세계가 고스란히 들어있는 것이다.
특별하게 새겨볼 부분 - 사극에 관한 내용이다.
사극에 대한 부분은 필자가 독특하게 사극에서의 발성과 연관시켜 연구를 진행하는 바, 발성에 관한 내용도 의미있었다. 그중에서 역사와 사극에 관한 이런 기록은 밑줄 칠 만하다.
역사서마저 객관적인 사실을 절대적 기반으로 삼지만 역사가의 주관이 투영되어 있기 때문에 무결하게 현실을 옮겨놓았다고는 볼 수 없지 않은가? 사극이란 역사적 사실의 단순 나열이 아니라, 과거와 현재, 사실과 허구의 터전 위에서 작가와 배우가 쌓고 부수기를 반복하는 대화다. 이를 통해 사극은 역사와 허구의 경계를 넘나들며 새로운 이야기로 재탄생하는 것일 테다. (246쪽)
재미있는 이야기들,
<폭싹 속았수다> 라는 드라마의 제목을 외국어로는 어떻게 번역했을까?
‘When Life Gives You Tangerines.’
인생에 어려움을 맞은 때를 의미하는 ‘When life gives you lemons’ 에서 레몬을 제주특산품인 귤로 변형했다.
영어권에서 ‘When life gives you lemons’ 뒤에는 ‘make lemonade’가 생략되어 있다,
삶이 준 어려움을 이용해 좋은 것을 만들어라는 경구다. (128쪽)
이런 말도 기억해둘 필요가 있다.
번역가 홍한별은 번역에 대해 말하길, ‘타자의 언어와 나의 언어가 포개어지고 간섭이 일어날 때 아롱거리는 무늬가 언어에 아름다운 흔적으로 남는다.’ (130쪽)
막장 드라마에서 연기자의 연기는?
막장 드라마는 의외로 배우에게 굉장한 연기력을 요하는 장르다. (139쪽)
배우 스스로도 납득하기 어려운 황당한 전개와 밑도 끝도 없는 분노, 소리 지르기, 몸싸움을 매번 하면서도 어떻게든 시청자에게 받아들여질 정도로 전달해야 하기 때문이다.
‘낭만’이라는 우리 말은?
일본 작가 나쓰메 소세끼가 ‘로망’이라는 말을 음역하면서 ‘물결 랑(浪)’에 ‘흩어질 만(漫)’이라는 한자어를 사용한 것을 다시 한국식으로 읽으면서 생겨난 단어다. (150쪽)
다시, 이 책은?
이야기 거리가 풍성하다. 넘쳐난다.
어느 챕터를 열어도 그 안에 이야기가 지천이다.
마치 우리나라 드라마가 요일 가리지 않고 펼쳐지는 것처럼 끊이질 않는다.
해서 독자들은 읽으면서 드라마의 속으로 들어가기도 하고, 또 들어가 본 것들을 가지고 다시 드라마를 본다면, 드라마가 이제 새롭게 다가올 것이다.
사랑하면 알게 되고 알게 되면 보이나니, 그때 보이는 것은 전과 같지 않으리라.
그 누가 한 말인지, 이 책을 읽고 드라마를 다시 보게된 독자의 모습을 묘사한 것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