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 쫌 아는 어른이 되고 싶어 - 읽으면 읽을수록 생각이 쌓이는 지식 탐사기
조이엘 지음 / 섬타임즈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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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 쫌 아는 어른이 되고 싶어

 

아슬아슬하게 이어지는 이야기

 

이 책에 실린 글들이야기가 아슬아슬하게 이어진다.

아슬아슬하다는 그 말은 내가 말한 게 아니다저자의 말이다.

 

인간은 태초부터 이야기에 중독되었다이야기를 만들고이야기로 세상을 해석하며이야기로 삶을 살아낸다인간은 이야기 없이 살 수 없다이 책은 갭투자고흐영조우주배경복사 등 무관한 단어들을 아슬하게 연결해서 만든 한 편의 이야기다.”(5)

 

프롤로그에서 인용한 문장에서 특별히 무관한 단어들을 아슬하게 연결해서에 밑줄을 긋는다.

 

저자는 <갭투자의 진실이>란 항목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가기 시작한다.

 

갭투자요즘 신문 지상을 오르내리는 단어다부정적인 의미를 지니고 있다.

그런 이야기 할 시간 없으니바로 넘어가자.

프랑스에는 비아(Viager)라는 계약 시스템이 있다예를 들어 설명하자.

그 사례를 듣는 동안 비아제라는 계약이 어떤 형태인지 저절로 알게 될 것이다,

 

1965년 프랑스의 남부 도시 아를시내 중심가 10억 원짜리 아파트가 팔렸는데매매계약서가 희한하다. (이게 비아제 계약이다.)

 

  • 매도인 : 잘 칼망 (, 90)
  • 매수인 : 앙드레 라프레 (, 49)
  • 매매 대금 : 0 .

 

이런 글로 시작한 이 책이야기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저자 말대로 때로는 아슬아슬하게때로는 무심하게 스쳐 지나가듯 글들이 이어진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책의 주인공은 위의 계약서에 매도인으로 등장한 프랑스의 아를 출신 잔 칼망이다그는 122세까지 살아 기네스북에 오르기도 한 인물이다. (300)

 

그녀가 왜 이 책의 주인공이 되었을까?

바로 고흐 때문이다. 그녀가 122세까지 사는 동안고흐를 한 번 만난 적이 있다.

그래서 유명해진 것이고그녀가 122세까지 살아 기록을 세운 것은 그 다음 순위다.

 

칼망과 고흐의 만남그 전말은 이렇다.

 

칼망은 평생 아를에 살았고고흐가 아를에 거주할 땐 10대 소녀였다그렇다면 칼망은 고흐와 길에서라도 우연히 마주치지 않았을까? (192)‘

 

이런 저자의 의문은 바로 자답(自答)으로 이어진다.

 

만났다. 1888년 어느 날고흐는 캔버스를 사러 아를 시내 화방에 갔다그곳에 열세 살 소녀 칼망이 있었다칼망은 당시의 고흐를 이렇게 평가했다.

지독하게 못 생겼다.”

만남 이후 100년쯤 지나 BBC 방송과 한 인터뷰라 칼망의 기억이 왜곡되었을 수 있지만 아를 이전에도 고흐에 대한 평가는 누더기 차림의 부랑자였다고흐는 술보다는 독에 가까운 압센트 중독자였다. (193-194)

 

당시 칼망이 있었던 화방은 칼망의 친척이 운영하는 화방이라고 하고, <뉴욕타임즈>는 아버지의 소유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이어지는 이야기 :

 

아를에서 고흐는 그림을 전혀 팔지 못했다교양있고 부유한데다 화방까지 운영했던 칼망 가문이었지만 고흐 그림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다몇 점아니 한 점만 사두었더라면 칼망은 노후에 돈 걱정은 하지 않았을텐데횡재를 놓친 아쉬움이 고흐에 대한 박한 평가로 이어지지는 않았을까? (195)

 

참고로몇 자 덧붙인다.

 

KBS의 간판 프로그램이라 할 수 있는 역사 저널 <그날>에서 정약용을 다룬 적이 있다.

그 프로그램에 패널로 출연한 임 모 변호사가 고흐와 잔 칼망을 언급했는데그 내용이 요즘 말하는 팩트 체크에 해당한다는 점여기 덧붙인다.

 

비아제 계약의 전말은?

 

이제 맨처음 인용한 계약의 전말을 살펴보자.

 

당시 칼망은 90소유하고 있던 아파트 한 채가 전재산이었다.

그나마 살고 있는 집이니돈 나올 데는 없고 세금과 건물 유지비는 갈수록 부담이 되었다.

그때 그런 형편을 알고 있던 앙드레 라프레가 솔깃한 제안을 해 온다.

 

아파트를 자기에게 팔되명의를 넘기고 아파트에 죽을 때까지 살아도 된다거기에 매매대금을 일시불이 아니라 마치 연금처럼 한 달에 얼마씩을 준다죽을 때까지.

 

그런 계약이 이루어지고그뒤로 시간이 흘렀다.

드디어 계약 당사자가 죽었다죽긴 했는데칼망이 죽은 게 아니라 앙드레 라프레가 먼저 죽었다당시 그는 77칼망은 120세였다.

 

그런데 계약서에 이런 조항도 있었다.

이 계약은 매도인이 죽어야만 종결된다. 매수인이 죽으면그의 자녀가 그 의무를 부담한다.

 

그래서 그 계약에 따라서 그의 후손들이 매달 얼마씩을 칼망에게 지급해야만 했다.

후손들이 그걸 거부하면매매계약을 무효가 되고칼망은 그동안 받았던 돈은 토해내지 않아도 된다.

 

그래서칼망은 죽을 때까지 그 집에서 살면서앙드레 라프레와 그의 후손이 지불하는 생활비를 받으면서 살았다는 이야기.

 

다시이 책은?

 

이 책어디로 튈지 모른다.

그 말이 딱 맞는다시작점에서 그 다음 글이 어디로 갈지대체 짐작할 수 없다.

예고편이 없는 것은 물론이고그 다음을 예측할 수 없는 그 어떤 단서도 보이지 않는다그저 툭 하고 던져 놓은 글이다.

 

그런데 조금더 더 읽다보면 어느새 저자의 글에 길들여져서이게 뇌를 자극하는 방법이구나 싶어진다,

 

이런 문구가 표지에 있는데이제야 그 의미가 잡힌다.

 

갭투자에서 고흐까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흥미로운 지식들로

당신의 뇌를 자극해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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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시작하는 일리아스 - 호메로스가 들려주는 신과 인간의 전쟁이야기 지금 시작하는 신화
양승욱 지음 / 탐나는책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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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지금 시작하는 일리아스

 

뭐 이런 일화 때문에 그런 것은 아니지만어쩌다 보니 일리아스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스티브 잡스가 다녔던 미국의 리드 칼리지(Reed College)에서는 신입생에게 입학 전에 두 권의 책을 보내준다고 한다대학생이 되기 전에 꼭 읽어볼 책이라면서.

그 책은 바로 호메로스의 일리아스와 오디세이아이다.

 

그렇게 해서 호메로스가 지었다는 두 개 서사시가까이 하게 되었다.

그래서 일리아스와 오디세이아』 관련 책을 어쩌다 보니 제법 읽게 되었다.

2차 저작물도 제법 찾아 읽었고, 1차 저작물인 원본도 제법 읽은 셈이다.

 

일리아스만 해도 서너권은 되는데이 책은 다른 일리아스에 비해 어떤 점이 다를까?

 

일단 천병희 역 일리아스(이하 천병희 역’)와 비교할 수밖에 없다.

 

이 책천병희 역에 비해 양적인 면에서 부담이 적다.

이 책은 360쪽인데 비해 천병희 역은 840여쪽그러니 천병희 역의 반밖에 되지 않는다.

 

그리고 원본에서 직역을 해 놓은 게 아니라의역을 했기에 읽기가 편하다

 

이런 대목 비교해보자.

 

아킬레우스가 분노하게 되는 사건아가멤논과 전리품을 두고 다투는 장면이다.

당시 정복지에서 여인은 전리품 취급을 받았는데브리세이드란 여인을 두고 아가멤논과 아킬레우스가 다투게 된다아가멤논의 발언이다.

 

그대가 싸우든 말든 그건 자유요고향으로 돌아가겠다면 돌아가시오그대가 없어도 나에겐 훌륭한 장수들이 많으니신께서 주신 알량한 재능을 믿고 더 이상 건방 떨지 마시오그대는 고향으로 돌아가서 그대의 백성이나 잘 다스리시오하지만 떠나기 전에 먼저 브리세이스는 나에게 보내시오!” (51)

 

천병희 역은 다음과 같이 장문이다. (34)

 


 

참고로 브리세이스의 이야기는 후에 또 등장한다.

아킬레우스의 친구인 파트로클로스가 죽었을 때브리세이스는 아킬레우스의 막사로 돌아와 파트로클로스의 죽음을 애통해 한다. (이 책, 302) 

한편 아킬레우스가 사랑했던 여인 브리세이스도 다른 여인들과 함께 다시 아킬레우스의 막사로 돌아왔다그녀는 자신에게 친절했던 파크로클로스가 죽어서 누워있는 모습을 보고그의 시신 위로 몸을 던지며 애처롭게 울었다.

파트로클로스님가련한 제 삶에 유일하게 빛이 되어 주셨던 소중한 분제가 이곳을 떠날 때만 해도 멀쩡히 살아계셨는데이렇게 허망하게 세상을 떠나시다니요신이여 어째서 제 인생은 이렇게 괴로움의 연속인가요? (하략)”

그녀가 통곡하자 다른 여자들도 박복한 자신들의 운명 때문에 눈물을 흘렸다. (302-304)

 

이런 부분호메로스의 반전사상을 잘 나타내는 구절이라 하겠다.

전쟁에서 가장 많은 희생을 당하는 여인들의 상황을 잘 보여주는 글이다.

 

이 장면을 묘사한 그림줄리앙 미셀 구에의 그림이 여기 수록되어 있다.

이 부분다른 책을 읽으면서 관심을 가지지 않았던 대목이라 특별히 여기 기록해둔다그림 또한 올려놓는다.

 


 

또한 여성 입장에서 쓴 대목이 또 있는데트로이의 왕자 헥토르가 싸움에 나가기 앞서 부인인 안드로마케와 이별하는 장면이다안드로마케의 애달픈 호소 들어보자.

 

안드로마케는 헥토르를 보자 눈물을 머금었다.

나는 당신의 그 용기 때문에 당신을 잃게 될 것이 두려워요당신은 나와 어린 아들이 가엽지도 않나요만약 당신이 쓰러진다면 내겐 의지할 사람이 아무도 없어요당신밖에 없다구요제 고향 테베가 멸망하던 날아킬레우스가 제 아버지와 일곱 형제를 모두 죽였지요왕비셨던 어머니는 아르테미스 여신의 화살에 목숨을 잃으셨어요그러니 당신은 제게 부모이며 형제이고 남편입니다제발 저와 당신의 어린 아들을 과부와 고아로 만들지 말아 주세요당신이 없는 세상이라면 차라리 죽는 편이 나아요그러니 당신을 죽이려고 혈안이 된 저 그리스군을 피해 성 안에 머물러 주세요.” 

그녀는 눈물을 흘리며 애원했다. (121)

 

춘향전에서 들을 수 있는 춘향의 이별가가 일리아스에서는 안드로마케의 입에서 흘러나온다.

 

일리아스엔 트로이의 목마가 안 나와요.

 

일리아스의 배경이 되는 트로이 전쟁에서 가장 알려진 것이 바로 트로이의 목마다.

트로이로 쳐들어온 그리스군은 싸움을 승리로 이끌지 못하게 되자오디세우스가 목마를 만들어 성 앞에 놓고 군사들을 철수시킨 것처럼 계략을 꾸민다그런 작전에 속은 트로이 진영 결국 망하게 되는데이 이야기는 일리아스에 등장하지 않는 내용이다.

 

왜 나오지 않는 것일까?

호메로스는 트로이 전쟁을 다루는 서사시 일리아스에 그것을 다루지 않는다.

일리아스는 트로이 전쟁 전부를 다루는 게 아니라그 중에 단 50일간만 다루고 있는 것이다해서 일리아스에는 트로이 전쟁의 마지막 결말 부분이 없다,

 

그래서 일리아스만 읽는다면의아해 할 것이다.

마치 중도에 그만 둔 것처럼 여겨질 것이다해서 이런 내용을 설명해주는 책이 필요하다.

트로이 전쟁의 앞뒤를 잘 설명해주고그 가운데에 위치하는 일리아스의 내용을 잘 짚어주어야 비로소 트로이 전쟁의 전모가 손에 잡히게 되는 것이다. 

이 책은 바로 그런 점을 잘 짚어주고 있다.

<서장>에 트로이 전쟁의 원인부터 시작하여 전쟁이 시작되기까지의 사연을 소개하고 있고, <맺음글>에서는 일리아스에서 미처 다루지 못한 트로이 전쟁의 끝부분을 설명해주고 있다.

 

해서 독자들은 이 책으로 트로이 전쟁의 원인부터 결과까지 완벽하게 정리할 수 있게 된다.

 

명화이해를 돕는다.

 

이 책에는 트로이 전쟁을 배경으로 하는 그림이 많이 수록되어 있어일리아스의 내용을 이미지로 이해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일리아스를 토대로 하는 2차 저작물을 보면간혹 그림의 제목은 물론 화가 이름도 적어놓지 않은 책들이 많이 있는데이 책은 말미에 <도판 목록>을 만들어 놓았다편자의 친절함이 돋보이는 부분이다.

 

다시 이 책은? - 트로이 전쟁이 정도는 알아야

 

트로이 전쟁에 참전하는 인물이 정도는 알아야 한다.

여기 리뷰에 일일이 적을 필요는 없는데저자는 이런 인물들을 그리스편과 트로이편으로 구분하여 일목요연하게 구분해피아를 구분할 수 있도록 해놓았다.

 

또한 그리스 신들도 편을 갈라 그리스와 트로이 편에 서서 전쟁을 진두지휘또는 응원을 하고 있는데어떤 신이 어떤 편에 섰는지 역시 잘 정리해 놓고 있다.

 

이 책으로일리아스는 물론트로이 전쟁의 전후가 어떻게 돌아갔는지를 알 수 있다.

이 책 한 권으로 트로이 전쟁을  손 안에 넣을 수 있다반가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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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 탐사선을 탄 걸리버 - 곽재식이 들려주는 고전과 과학 이야기
곽재식 지음 / 문학수첩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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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 탐사선을 탄 걸리버

 

책을 읽는 재미는바로 이런 책을 읽는 것이다.

제목부터 독자들을 끌어당기는 힘이 있다.

화성 탐사선을 탄 걸리버

 

화성탐사선이라 함은 최근에도 미국과 중국이 연이어서 화성을 향해 탐사선을 쏘아올린 적이 있는데그런 탐사선을 말하는 것이겠고, ‘걸리버라 함은 조너선 스위프트가 쓴 걸리버 여행기의 주인공인 걸리버를 말하는 것이겠다.

 

그런데 걸리버는 배를 탄 적은 있어도 비행기라던가 우주선을 탄적이 없다는 것굳이 말할 필요조차 없는 것인데저자는 화성 탐사선을 탄 걸리버란 제목을 뽑았으니걸리버에서 우주탐사선으로 연결되는 그 무엇이 글에 있다는 것이다그게 무엇일까?

 

먼저 이 책에 실린 글들의 제목을 살펴보자제목에 무언가 독자들을 끌어당길만한 요소가 보인다

 

1. 길가메시 서사시와 기후변화

2. 일리아스와 금속학

3. 변신 이야기와 콘크리트

4. 천일야화와 알고리즘

5. 수호전과 시계

6. 망처숙부인김씨행장과 화약

7. 걸리버 여행기와 항해술

8. 80일간의 세계일주와 증기기관

9. 오 헨리 단편집과 전봇대

10. 무기여 잘 있거라와 질소 고정

11.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와 자동차

12. 픽션들과 냉장고

13. 자신을 행성이라 생각한 여자와 화성 탐사선

 

다시 살펴보자.

이번에는 앞에 적혀진 작품 이름을 읽어보자그 옆에 살짝 저자 이름을 붙여 보았다.

 

1. 길가메시 서사시》 작자 미상

2. 일리아스》 호메로스

3. 변신 이야기》 오비디우스

4. 천일야화》 작자 미상

5. 수호전》 시내암

6. 망처숙부인김씨행장〉 허균

7. 걸리버 여행기》 너선 스위프트

8. 80일간의 세계일주》 쥘 베른

9. 오 헨리 단편집》 오 헨리

10. 무기여 잘 있거라》 어니스트 헤밍웨이

11.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애거서 크리스티

12. 픽션들》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13. 자신을 행성이라 생각한 여자》 반다나 싱

 

독자들은 일단 13편의 문학작품을 읽게 된다저자의 해설로 그 작품의 어느 부분에 포인트를 줘야 할지 알게 된다그러니 그간 읽어왔던 문학작품을 새로운 각도에서 살펴보게 된다.

 

수호전』을 살펴보자.

 

고전치고는 이상한 책이다.

일단 주인공이 한 명이 아니다무려 108명의 인물이 등장하는데 그중 대략 36명 정도가 주인공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아야 한다그리고 주인공들이 선한 사람들이 아니다그들은 대체로 도둑강도사기꾼살인자 등이다직업을 보면 영웅이라기보다는 범죄자이자 악당에 훨씬 가까운 사람들이다. 이게 간략하지만 그게 수호전의 외견상 모습이다.

 

그러면 그런 악당들이 주인공인 수호지를 어떻게 대해야 하나?

 

저자는 이렇게 수호전의 재미를 찾아낸다,

 

이야기가 다른 작품에 비해 특이한 이야기라는 점에 먼저 착안을 하고특히 소설의 주인공이 꼭 선할 인물일 필요가 없다는 점을 인식하고 읽으면 수호전은 달리 보인다.

세상일이란 것이 옛 전설과는 달라서 한 명의 영웅이 아니라 여러 사람이 함께 주고 받는 관계 속에서 이루어진다는 점을 알게 되고 나서는 수호전의 독특한 맛을 더 깊게 느낄 수 있다. (130)

 

<옛 문학의 걸작들 속에서 과학과 기술에 관한 이야기를 더 잘 보이게 잡아내어 설명하고자>, <소설 속에서 진기한 과학 이야기를 찾아보는 것>(11)을 목적으로 한 이 책그렇게 새롭게 읽어보는 수호전에서 저자는 어떤 과학과 기술을 찾아냈을까?

 

먼저 수호전에서 이런 과정을 거쳐 목적하는 과학에 이르게 된다.

 

작품의 저작 시대인 중국의 송나라 시대.

문화의 융성과 극적인 경제 발전.

물자가 풍부해지고기술의 발전.

기술의 발전으로 다양한 기계 출현.

그중에 하나 자동으로 옷감을 짜는 방적기.

이를 위한 거대한 기계 장치인 수운의상대(水運儀象臺)

 

수운의상대(水運儀象臺)란 어떤 기계일까?

 

(가 들어있으니 당연이 물과 관련있는 장치다.

물을 에너지원으로 사용한다.

의상(儀象)이란 고대 중국에서는 별을 관찰하는 것을 말한다.

그래서 이는 물시계와 관련이 있다.

이 기계는 물의 힘으로 작동하면서 밤하늘의 별을 관찰할 수 있는 장치다.

 

그럼 대체 왜 저자는 수호전에서 난데없이 별을 관찰하는 기계를 말하고 있는 것일까?

바로 당시 사람들은 별자리와 인간과 관계가 있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수호전은 하늘에 있는 별 가운데 108개의 별이 사실은 무서운 힘을 가진 신령이라는 설정애서 출발하기에, 저자는 그 작품에서 당시의 경제 문화에서 과학의 발전까지 살펴본 후에 시계를 찾아내 보여주는 것이다.

 

그렇게 해서 수호전에서 시계를 찾아내는 저자의 탐구생활이 한 편 이루어지는 것이다.

 

그런 과정들을 다른 글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그러니 독자들은 먼저 글의 제목을 보고글이 어떤 식으로 전개될지 생각해보고 읽어가면 저자가 얼만만큼의 능력으로 글을 이끌어가고 있는지를 알게 될 것이고그 연결 연결 부분마다 탄복하게 될 것이다.

 

여기에서 이런 것을 꺼집어내다니!

여기 이런 것이 숨어있었구나하는 탄성과 함께 책장 넘기는 속도에 가속페달을 저절로 밟게 될 것이다.

 

다시, 이 책은? 

 

망처숙부인김씨행장과 화약.

 

망처숙부인김씨행장은 허균이 먼저 세상을 떠난 부인의 행장을 쓴 글이다.

亡妻 淑夫人 金氏 行狀

 

허균의 부인 김씨는 임진왜란을 당해 피난을 가던 도중에 아이를 낳고 죽었다.

그때 허균은 벼슬하지 못하고 있던 때였다.

나중에 허균이 벼슬을 하게 되자 부인은 이제 숙부인(淑夫人)이 된다.

부인에게 숙부인 증표첩지를 내려주는 것이다.

이에 대한 허균의 소회를 담은 글이 亡妻 淑夫人 金氏 行狀에 보인다.

 

옛날 우리가 어리고 아직 성공하지 못했을 때내가 그대와 등잔불을 켜놓고 마주 앉아 밤을 지새워 책을 읽으며 공부하고 있다가 혹시 내가 조금 싫증을 내면 그대는 항상 농담하기를 당신은 게으름 부리지 마십시오그러면 내가 부인첩 받는 날이 늦어집니다라고 했는데.”

 

이런 글이 어디 한 두 개인가이 책읽다가 웃기도또 울컥하기도 한다.

물론 새로운 깨달음에 대해선 말할 필요도 없고.

이 모두가 저자의 글솜씨에 박학다식이 거의 괴력에 가까운 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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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환 - 세계를 바꾼 다섯 가지의 위대한 서사
바츨라프 스밀 지음, 솝희 옮김 / 처음북스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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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환

 

대전환, Grand transitions』 이다.

크게 바뀌었다많이 바뀌었다.

전환이란 다른 방향이나 상태로 바뀌거나 바꿈을 의미하는데간단히 말해서 바뀌었다는 말이니대체 무엇이 그렇게 바뀌었다는 것일까?

 

그런 의문을 자아내는 이 책, <세상을 바꾼 다섯 가지의 위대한 서사>라는 부제가 있어그 내용을 다소 짐작하게 만들어준다.

 

이 책대작이다.

 

이 책은 실로 저자의 혜안과 그것을 이 책에 담아놓기 위해서 애쓴 흔적이 보이는엄청난 노력의 결과물이다무려 500쪽에 달하는 방대한 저작물이기도 하지만그 안에 담겨진 내용이 워낙 방대하다 보니이 책을 읽는데 많은 수고가 필요한 책이기도 하다,

 

저자는 이 책의 목적을 이렇게 설명한다.

 

이 책은 우리가 진화를 통해 어떻게 이 지점까지 오게 됐는지어떻게 대전환이 어제의 상상을 뛰어넘어 오늘의 일상을 만들어 왔는지를 설명한다. (서문)

 

그래서 책의 기술 방향은 이렇다,

 

이 책은 서로 상호작용을 하며 현대 사회를 만든 다섯 가지의 대전환에 대한 연구를 담고 있다. 필자는 인구식량에너지경제환경 분야에서 일어난 대전환의 역사에 초점을 맞춰가며 이야기를 진행할 것이다.

 

해서 이 책은 세상을 바꾼 다섯 가지를 이렇게 압축하고 있다.

 

인구의 대전환

농업과 식량의 대전환

에너지의 대전환

경제의 대전환

환경의 대전환

 

그래서 저자는 이 책에서

 

이 책이 방대한 만큼 저자는 서문과 1장 <획기적인 다섯 가지의 대전환>에서 대전환에 대한 개략적인 설명을 하고 있다.

 

지금까지 세계는 어떻게 변화를 해왔으며지금의 모습은 어떻게 이루어진 것일까,를 비롯하여 다섯 가지 전환이 이루어지기 전과 후를 비교하기도 하고 있다.

또한 저자는 이 전환을 어느 일방에서만이 아니라 다각도로 바라보고 있음을 밝히고 있다.

 

<경제의 대전환>에 대하여

 

그래서 이 책은 우리가 살고 있는 현재 시점의 모습이 어떻게 해서 이루어졌는가를 알려주고 있는데그중 하나 <경제의 대전환>에 대하여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먼저 과거의 경제와 관련하여 다음과 같은 기술이 보인다.

 

고대와 중세 그리고 초기 근대 사회의 처음 200년 동안은 경제적 성장이 매우 느렸고변화 또한 적었다과거 전통적인 국가들간의 경제 구조는 서로 매우 유사한 모습을 보이는데인구의 대부분은 생계형 식량 생산에 종사하고 일부 나머지들은 수공업건설운송업에 종사하며교육받은 지배 계층은 극소수였다. (271)

 

여기서 말한 처음 200년 동안이라 함은 1500년에서 1700년 사이를 말한다.

 

조금더 읽어보자.

 

이러한 경제구조 속에서 풍요로움은 상대적으로 부유한 소수 특권층만을 위한 것이었다.

그러나 17-18세기에 전환이 시작되기도 전에도 몇몇 사회에서는 이러한 풍조가 조금씩 변하기 시작했다. (272)‘

 

그렇게 시작하는 글각종 사례와 통계가 또한 제시되어 숫자로 그 전환 과정을 살펴볼 수 있다.

저자는 이미 앞에서 수치 인용에 대해 독자들의 양해를 구하고 있다.

 

이 책에는 엄청나게 많은 숫자가 등장하는데 필자가 다루는 대전환 과정과 변화들을 수치화한 자료 없이는 제대로 이해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서문 중)

 

5장 <경제의 대전환>은 이렇게 요약할 수 있다.

 

현대 시스템으로 향하는 경제의 변화,

세계 경제성장률의 전환,

생계형 경제구조에서 현대 경제 구조로,

물질적 풍요이동성정보커뮤이케이션

 

이중 정보 부분에 대해 몇 가지 인용해 본다.

 

더 풍부해진 정보의 흐름과 더 쉬워진 소통이 농경사회가 산업사회로 전환되는데 근본적인 역할을 했다또 현대에는 인공지능이 보편화 될 것으로 예상되는데더욱 전산화 된 경제 사회로 전환이 전개되는 동안에는 정보와 커뮤니케이션이 더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343)

 

전체 정보량의 증가에는 새로운 대량 확산 수단이 따른다. (중략사람들이 정보 수신에 관심을 가진 덕분에 그 확산을 촉진하는 모든 새로운 기기들이 적극적으로 채택되었을 뿐만 아니라인쇄에서 방송으로 정보 전달이 변화된 속도는 역사상 가장 빠른 수준이었다. (345)

 

다시이 책은?

 

이 책을 읽으면지금 대하고 있는 세계가 어떻게 어떤 과정을 거쳐 현재의 모습에 이르렀는가를 알 수 있다.

 

인구면에서는 세상 시작할 당시 몇 명 몇십명이던 인구수가 현재의 80억명으로 증가하기 까지의 모습으로 현란하게 움직여 갈 것이고식량은 수렵채집 경제에서 농경 사회가 되어변천에 변천을 거듭하는 모습으로 또한 보일 것이다.

 

그러니까 다섯 가지 대전환 항목을 기록한 기록영화를 몇 배속으로 돌려보는 격이라고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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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이오, 연극 1 - 옛이야기 연극 수업 연극이오, 연극 1
임정진.송미경 지음 / 올리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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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이야기 연극 수업 연극이오연극! 1

 

궁금했다.

요즘 어린이들에게 연극이란 것을 어떻게 가르치고 있는지궁금했다.

 

우리 때에는 국어 과목 속에서 연극이라는 것을 배우기는 했겠지만 별 기억이 없다.

아스라이 기억에 남는 것 하나는

국어 시간에 이야기 하나를 극으로 만들어몇몇이 배역을 맡아 교실 앞에 나가 낭독하는 수준의 연극을 했던 기억물론 그것도 정확하지는 않지만 - 이 있다.

 

그러면 요즘 아이들은 어떻게 연극을 공부할까?

이 책이 그걸 알려주고 있다.

 

연극의 특성을 먼저 알려준다.

 

희곡이 주는 즐거움은극이 펼쳐지는 무대가 한정된 공간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이게 왜 즐거움이 되는 것일까?

그러한 제약이 오히려 배우와 관객에게 상상을 펼칠 여지를 주고 있기에 그렇다.

 

저자는 이런 사례를 들고 있다.

 

우리는 작은 천의 나풀거림을 보고 바다의 일렁임을 상상하고배우의 휘청거리는 몸짓 하나로 큰 바람을 상상할 수 있다.

또한 간단한 무대 소품과 의상만으로도 여러분의 상상을 도울 수 있다.

따라서 극에서 펼쳐지는 배경은 여러분의 상상력맘큼 살아있는 공간으로 바뀐다.

(작가의 말 중)

 

그런 즐거움을 주는 연극이 책에는 다음과 같은 5편의 극이 소개되고 있다.

 

1. 악어와 원숭이

2. 토끼의 간

3. 혹부리 영감

4. 짐승의 말을 알아듣는 목동

5. 반쪽이

 

그런데 이중 편은 우리에게 매우 친숙한 것들이다.

<토끼의 간>과 <혹부리 영감>

 

그동안 어디에선가 들었던그래서 줄거리는 알고 있던 것들을 이 책에서 자세한 대본으로 읽어볼 수 있다.

 

그래서 이런 내용도 알 수 있다중간 이야기만 기억에 남아있는데결론 부분혹은 도입 부분도 알게 된다이제야!

 

<토끼의 간>에서는

토끼에게 속아 넘어간 자라가 망연자실 하고 있을 때에 다람쥐가 나타나자루를 하나 건네준다.

 

(자루 주며이 안에 마침 도토리며 쑥이 들어 있소잘 가져가서 약으로 쓰면 분명 나으실거요. (62)

 

그렇게 해피엔딩으로 끝이 난다.

그런데 이 책에 수록된 극본의 원본이 되는 이야기에는 이런 식으로 끝이 난다.

 

용왕은 어떻게 됐냐고요별주부의 정성어린 간호로 병이 나았답니다. (83)

 

서로 다른 마무리과연 어떤 것이 맞는 것인지 궁금해진다.

(그 궁금증을 풀기 위해원본 <수궁가>를 찾아봐야 할지도?)

 

<혹부리 영감>에서는 그 도입부를 제대로 알게 된다.

착한 혹부리 영감이 혹을 떼고 부자가 된 것은 기억에 있는데그 과정이 아리송했었다.

 

이 책에서는 혹부리 영감이 산 속에서 일을 하다가 늦어지는 바람에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도깨비가 살고 있는 집으로 하룻밤을 묵으려고 들어가게 된다는 설정이다.

 

<악어와 원숭이>와 <토끼의 간>의 상관 관계

 

이 두 편을 읽다가 두 편의 줄거리가 묘하게 닮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악어와 원숭이>에서는

원숭이 염통을 빼앗아 어린 악어에게 먹이려고 감언이설로 원숭이를 속이려다 실패하는 아빠 악어가 등장하고

<토끼의 간>에서는

토끼의 간을 빼앗아 용왕의 병을 치료하려다 실패하는 자라가 등장한다.

 

그런데 그게 같은 나라에 있는 이야기가 아니다.

 

<토끼의 간>은 당연히 우리나라, <악어와 원숭이>는 뜻밖에 인도민담이다.

서로 다른 나라의 이야기가 묘하게 줄거리 구조가 같은 것이다.

해서 궁금해진다두 개의 이야기 사이에 어떤 관계가 있는지?

 

다시이 책은?

 

이 책에는 다양한 자료들이 실려 있다.

첫째는 5편의 극본그리고 그 극본의 모태가 되는 이야기(동화소설이 각각 실려있고

그 뒤에는 <교육연극 가이드>가 있어이 책으로 아이들에게 직접 연극을 교육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또한 각 극본마다 QR 코드를 통해 직접 수업 가이드를 활용할 수 있도록 해 놓아자료로서의 가치를 더하고 있다.

 

연극에 대한 기초적인 공부이 책으로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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