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헤어웨어 이야기 - 신화에서 대중문화까지
원종훈.김영휴 지음 / 아마존북스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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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헤어웨어 이야기

 

머리카락에 관한 모든 것역사로부터 시작하여 문학과 예술 작품에서 기록을 샅샅이 찾아내어이 책 한권에 담았다.

거의 사전 수준이다머리 카락에 관한한 그 어떤 자료집이 이보다 더 훌륭할 수 있으랴!

 

이 책의 구성은 다음 세 파트로 되어 있다.

무엇이 들어있는지 알리기 위해 목차를 적어본다.

 

파트1은 주로 신화와 전설의 세계에 등장하는 머리카락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파트2는 혁명과 연애를 주제 삼아 머리카락의 이야기가 진행된다.

파트3은 전통과 자유를 표현하는 머리카락의 이야기다.

 

이왕이면 들어있는 인명사건 등에 대하여 별도로 색인을 만들었으면 하는 바람도 있다.

예컨대 이런 식으로 말이다.

 

그리스 신화와 고전에 관한 헤어웨어 :

그리스 신화 속 여신들 38

여왕 디도그 숙명의 고리 71

영원히 나무로 변신한 다프네 77

니소스 왕의 보랏빛 머리카락 83

복수와 자비의 여신 88

메두사라는 이름의 여인 93

그 노래를 조심하라 세이렌 118

 

머리카락은 남자도 관심있다.

 

우선 이것 하나 적어둔다머리카락에 관련이 있는 인물은 대개 여성이지만 특히 이 책에서는 남자도 여러 명 등장하는데그중 특이한 두 명의 남자가 있다.

 

바로 앤디 워홀과 비달 사순이다.

앤디 워홀은 팝 아트의 창시자이지만 헤어 스타일로도 이름이 있다.

그는 자기 작품만큼이나 세상에 없는 독특한 헤어 스타일로 대중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더 자세한 이야기는 252쪽 이하 참조하시라.

 

비달 사순은 머리 미용술의 일대 혁신을 일으킨 사람으로 여러 머리 미용 제품으로 알려진 인물이지만그에게 주목하는 특별한 이유는 보브 컷의 창시자이기 때문이다.

보브 컷은 여성의 생활과 사고에까지 큰 영향을 끼친 일대 혁명적인 사건이었다. (253)

 

당시의 헤어 패션을 찾아서

 

가끔씻 미용실에 들러 머리카락을 손본다머리를 자르는 게 아니라머리카락을 자른다.

이발 의자에 앉아 머리카락을 다듬으며 앞을 보면거울 옆에 붙어있는 수많은 헤어스타일 모음표가 있다별별 희한한 게 다 있다.

그걸 보면서 옛날 사람들은 어떤 머리 스타일을 하고 있었을까생각한 적이 있는데 여기 이 책에서 그걸 아는 방법을 알려주고 있다.

 

바로 당시 그려진 그림을 보라는 것!

그 그림안에 머리 스타일이 보인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르네상스 시대의 피렌체 화가 보티첼리는 <아프로디테의 탄생>이란 그림을 남겨 놓았다그 그림은 그리스 신화를 바탕으로 한 것이니 당연히 배경 시대는 고대 그리스였을 것이다.

그러면 그 그림 속에 등장하는 아프로디테가 한 머리는 당시 고대 그리스의 첨단 헤어 스타일임이 분명할 것이다.

 

이에 대하여는 별도의 글로 정리해보았다.

http://blog.yes24.com/document/16257510

 

이제 보인다디도의 머리카락이

 

그간 베르길리우스의 아이네이스를 읽으면서 카르타고의 여왕 디도에 대하여 화가들이 그린 그림을 몇 점이나 보고 살펴본 적이 있다.

 

카르타고의 여왕 디도는 아이네아스가 떠나자 그 상실의 슬픔을 달래지 못해 결국 자신을 불태워 세상을 하직한다그런 장면의 여러 화가들의 눈길을 사로잡아 즐겨 화제(?題)가 되었다.

 

그래서 나도 디도의 죽음을 소재로 한 그림을 많이 보아왔는데오늘 이 책을 읽으면서 비로소 그간 눈으로 보면서도 그냥 지나쳤던 어떤 부분을 보게 되었다.

 

바로 디도의 머리카락이다.

디도가 머리카락을 꽁꽁 숨긴 것도 아닌데그걸 어찌 보지 못하였을까?

 

이 책은 그 장면을 이렇게 소개하고 있다.

빛과 결혼의 여신 헤라가 디도를 위로하기 위하여 자신의 전령인 무지개 여신 이리스를 보내 디도의 머리카락을 한 움큼 잡아 자르게 한다. ( 71)

 

이에 대하여는 별도의 글로 남긴다.

http://blog.yes24.com/document/16257313

 

신들도 머리카락에 반한다.

영원히 나무로 변신한 다프네

 

아폴로가 다프네에게 반해서 쫓아다닌 사건이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데그 이유 중의 하나가 바로 머리카락 때문이라는 것여기에서 알게 된다.

 

몸단장에도 관심이 없어서 하나의 머리띠 만으로 흐트러진 머리칼을 대충 묶을 뿐이었다. ... 목덜미까지 길게 흘러내린 다프네의 머리카락을 쳐다보면서... 얼굴에 불어오는 가벼운 바람은 머리카락을 뒤쪽으로 나부끼게 했다달아나는 다프네는 가만히 서 있을 때 보다 더 아름다웠다.

(변신 이야기오비디우스, 52) (78)

 

아폴로로부터 도망을 가던 다프네결국 나무가 되었다월계수가 바로 그 나무인데변신하는 과정을 이렇게 묘사하고 있다.

 

다프네의 부드러운 가슴 위로 엷은 나무 껍질이 덮였고머리카락은 나뭇잎으로두 팔은 가지로 자랐다.

(변신 이야기,53) (81)

 

그 밖에도 정리해 볼 머리카락이 많다.

 

머리카락 한 가지만 가지고도 이렇게 이야기 거리가 풍성한데저자가 여러 문헌을 샅샅이 훑어가면서 찾아낸 그 노고가 빛나는 책이다.

일일이 소개할 수 없는 것이 아쉽기만 하다.

 

그래서 여기 등장하는 인물더 기록해 둔다.

삼손

줄리엣과 데스데모나

메리 1

엘리자베스 1

헨델

마리 앙투아네트

오드리 햅번

마돈나

마릴린 몬로 등등

 

이런 사람들의 헤어 스타일에 얽힌 이야기가 여기 다 있으니궁금하지 않은가?

그런 궁금증이 다 풀리니 머리가 아주 상쾌해진다. 더하여 머리카락도 시원해지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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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들은 파란색으로 기억된다 - 예술과 영감 사이의 23가지 단상
이묵돌 지음 / 비에이블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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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들은 파란색으로 기억된다

 

무엇보다도 이 책에 등장하는 인물들에 관해서 몰랐던 것들을 새롭게 알게 되는 즐거움이 쏠쏠하다그래서 이 책 읽을만 하다.

 

이런 것들이 그렇다.

 

도스토옙스키의 작품이 장편에 그 내용이 긴 이유는?

 

거기에는 그럴만한 사정이 있다.

그 시기 러시아 소설을 단어 개수에 따라 원고료를 책정했다.

그런데 도스토옙스키의 경제적 형편이 어땠는가 하면말이 아니었다.

도스토옙스키는 허구한 날 도박 빚에 쫓겨가며 글을 썼기 때문이다.(19)

 

유명한 화가 중에 같은 이름을 가진 사람이 둘 있다미켈란젤로

 

미켈란젤로 부오나로티는 시스티나 성당의 천장화 <천지창조>를 그린 이탈리아의 화가이고,

미켈란젤로 메리시 다 카라바조는 역시 이탈리아 사람으로초기 바로크의 대표적 화가이다.

주요작품으로는 <의심하는 도마>와 <골리앗의 목을 든 다윗>이 유명하다.

 

이에 대하여는 별도의 글로 정리해보았다.

http://blog.yes24.com/document/16256584

 

렘브란트의 그림 <야경>에 관한 오해

 

먼저 이 그림의 제목에 대한 것부터 말해두자.

야경밤의 풍경밤 경치[夜景]가 아니라야간에 순찰을 도는 야경(夜警)이다.

 

그리고 또 하나,이 그림은 심지어 밤도 아니고 낮에 해가 떠 있을 때 순찰하는 모습을 그린 것인데물감 때문에 어두워 보였던 것을 영국의 화가 조슈아 레이놀즈가 오인한 나머지 야간 순찰대인가 보다’ 했고그게 정식 제목처럼 굳어버렸을 뿐이다.

 

이에 대하여는 별도의 글로 정리해 보았다.

http://blog.yes24.com/document/16256520

 

이런 것새롭게 알게 된다.

 

르네상스 시기 이전만 하더라도 예술을 바라보는 시선은 지금과 전혀 달랐다특히 회화는 예술보다 기술에 가깝게 인식되었다. (45) 

 

인상주의라는 말의 시작  

모네는 인물과 풍경을 객관적으로 묘사하기 보다는화가 자신의 시야에 비치는 인상 자체를 화폭에 담고자 했다실제로 인상주의라는 단어는 1872년 모네의 작품 <인상해돋이>로부터 시작되었다고 한다. (161)

 

저자는 고흐의 생을 이렇게 정리한다. 

고흐는 동생이 부쳐준 생활비로 물감을 샀고사후에 저명한 비평가를 통해 재평가되며 대중에게 알려졌다. (255) 

세상에 유명한 예술가 중에 남의 도움없이 위대해진 사람이 어디 있느냐며 한 말이다.

 

이런 것은 유머로 사용해도 좋을 듯싶다. 

저자의 학창시절국어선생님께서 윤동주의 시를 강의하시면서 하신 말씀이란다. 

윤동주는 꼭 짚고 넘어가야 할 시인입니다.

그리고 그 이유를 밝히기를...

왜냐수능 출제자 양반들이 엄청 좋아하거든요수능에서 가장 많은 작품이 인용된 시인이에요. (65)

 

밑줄 긋고 새겨볼 말들

 

정말로 슬픈 것은 아무것도 가지지 못했을 때가 아니라모든 걸 가졌지만 남은 시간이 없을 때다마일스 데이비스 (209)

 

에밀 졸라에 대한 마크 트웨인의 평가도 기억해 두자.

 

나는 에밀 졸라에 대한 존경에 사무쳐있다.... 군인이나 성직자 같은 위선자들아첨꾼들은 한해에도 백만명은 태어나지만잔 다르크나 에밀 졸라 같은 인물은 다섯 세기에 한 명 나온다.”(272)

 

다시이 책은?

 

책을 다 읽고 든 생각, ‘이거 엉뚱한데 재미있다.’

생각이 어딜 튈 줄 모른다는 말이 딱 맞는 대목이 도처에 출몰한다.

생각이 기발하다는 말로는 부족한 책이다.

저자의 재기발랄함이라고 할까?

읽다가 저절로 미소가 지어지는 대목이 무척이나 많다는 점도 강조해두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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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탑방의 문제아들 - 옥탑방에서 펼쳐지는 본격 지식 토크쇼
KBS [옥탑방의 문제아들] 제작팀 지음 / 포레스트북스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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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탑방의 문제아들

 

이 문제풀기 전에는 못 나가!

 

방안에 가둬놓고문제를 다 풀기전에는 내보내지 않는다.

그것도 밤에 말이다.

 

발상이 참 좋다.

그렇게 가둬 놓고 문제를 풀게 하는데 정작 문제의 답보다는 그 문제의 해답을 얻기 위해 다섯 명 초대손님까지 어떤 때는 6명 또는 7명 이 모여앉아 도란도란 풀어가는 모습이 참 정겹다.

 

문제는 함께 풀어야

 

그런 모습을 보니아메리카 인디언 아이들을 가르치는 학교 이야기가 떠오른다.

 

미국의 어느 인디언 보호구역 학교에서 있었던 일이다.

막 부임한 백인 선생님은 학생들에게 까다로운 시험문제를 냈다.

서로 커닝을 하지 못하도록 아이들을 떨어뜨려 앉힌 다음 시험지를 나눠주었다.

조금 지나자 아이들이 모두 일어나 책상을 서로 붙여서둘러 앉았다.

이게 무슨 짓이냐” 화를 내는 선생님을 바라보던 아이들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이렇게 반문했다.

어려운 문제라면 모두 힘을 합해 함께 푸는 게 옳지 않습니까?”

 

이런 일화가 사실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으나모름지기 어려운 문제는 머리를 맞대고 함께 풀어야 하는 법이다.

 

그렇게 재미나게 문제를 풀고 어떤 때는 야식도 먹고 어떤 때는 상금도 타가기도 한다.

그런 프로그램이 KBS의 <옥탑방의 문제아들>인데 진짜 문제를 일으키는 문제아가 아니라문제를 풀어나가는 문제아들이다.

 

어떤 문제들이 있나?

 

그렇게 풀어나간 문제 중에서, 63개 문항을 이 책에서 소개하고 있다.

처음 접하는 문제들이 많다그 중 몇 개 소개한다.

 

비누누구나 집에 몇 개씩 있는 비누,

그 비누가 사람 수명을 20년이나 늘게 했다는 것아시나?

 

나는 몰랐었다.

비누는 원래 메소포타미아에서 발명되어 그후로도 쓰였는데그 가격이 비싸기도 하거니와 사람들이 위생 관념이 철저하지 못해비누를 잘 사용하지 않았다.

그래서 불결한 위생 때문에 이질티푸스 같은 전염병에 많이 걸렸었는데프랑스의 니콜라스 르블랑이 새로운 소다 분리법을 알게 되었고그걸로 비누를 대량생산하여 보급하였다는 사실사람의 수명이 대폭 늘어나게 되는 계기가 된다. (20)

 

요즘에도 음주 운전 때문에 많은 사고가 발생하는데다른 나라에서는 어떻게 하나?

우리나라에도 도입할만한 좋은 사례가 있다태국의 경우다.

이렇게 신박한 방법이 있다니빨리 도입해서 시행해야 한다.

 

태국에서는 음주 운전하다가 적발이 되면시신이 안치된 영안실로 보내 봉사활동을 하게 한다영안실 청소는 물론시신을 담고 운반하는 일도 시킨다그렇게 50시간을 채워야 한단다. (35)

 

이는 영안실에서 죽음을 직접 눈으로 보게 해서 음주운전이 죽음과 밀접하다는 인식을 심어주려고 한 것이다.

이건 우리나라에도 꼭 도입해야 한다봉사활동 시간도 몇 배로 늘려서 말이다.

 

우리나라 음주운전 사망사고에 대한 처벌 현황은?

대부분 징역 8개월에서 2년 사이인데그것도 77%가 집행유예로 풀려났다음주운전 사망사고로 큰 형벌을 받지 않으니더더욱 그런 사고가 끊이지 않는 것이다.

 

전화를 받을 때어떻게 무슨 말을 하면서 받는지?

찬찬히 생각해보니 그렇다별 생각없이 수화기를 들면서또한 스마트폰도 마찬가지로 여보세요가 입에서 나온다그 의미를 전혀 생각하지 않은 채이미 굳어져 버린 표현이다.

 

그런데 그 말을 맨먼저 하자고 한 사람이 있다바로 미국의 에디슨이다.

미국 사람이니 여보세요라는 말 대신 다른 말을 썼을 것이다. Hello!

 

미국에서는 전화를 받을 때 “Hello?”라고 말한다영어를 사용하는 대부분의 국가들이 그렇다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여보세요라는 말을 처음 시작한 사람이 누구인지 모르지만미국에서는 전화를 받을 때 “Hello?”라고 말하자고 제안한 사람이 있다놀랍게도 그 사람은 토마스 에디슨이다. (79)

 

우리나라 말 여보세요의 원래 뜻은 이렇다,

여보세요,의 여보는 여기의 '여'와 보다의 '보'가 합쳐진 말이다거기에 ‘~세요를 덧붙인 말로 여기 좀 보세요’ 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79)

 

엘리에이터에서 스마트폰을 사용할 때 철로 된 엘리베이터에서 외부의 신호를 잡아야 하니스마트폰은 더 큰 힘으로 전파를 보낼 수밖에 없다그래서 전자파가 엄청나게 강해지는 것이다그러니 엘리베이터 안에서는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않는 것이 건강에 좋다. (111)

 

마천루라는 말의 뜻은?

하늘 끝에 닿을 듯 높게 지어진 건물을 말하는데원래 이 말은 높은 돛대에서 비롯된 말이다기껏해야 1-2 층 건물만 짓던 시절에는 돛단배의 돛이 가장 높은 데에 있었을 것이니 말이다. (169)

 

그런데 나무위키에서는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한자의 뜻은 '하늘()을 문지르는(다락()'이라는 뜻으로건물이 매우 높아서 하늘에 닿을 듯하다는 의미이다.

영어 'skyscraper' 역시 건물이 매우 높아서 마치 하늘(sky)을 긁어내는(scrape) 듯하다는 의미이다.

 

이런 명언도 기억해두자.

 

미국의 근육질 배우아놀드 슈왈제네거가 근육과 관련해서 한 말이다.

흔들리면 지방이다. (149)

 

다시이 책은?

 

이밖에도 제법 상식적이라 생각했던 나를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진짜 상식 문제들이 많이 들어있다즉 이 책 읽는 페이지마다 새로운 사실새로운 문제 파악 방법을 새롭게 알게 되는 것이다해서 책을 다 읽고나니 상식이 내 몸안에 차곡차곡 쌓여 충만해진 그런 기분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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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모 엑세쿠탄스 1
이문열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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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모 엑세쿠탄스 1

 

먼저 이런 말부터 하고 싶다.

 

이 책을 읽어가는데 가장 걸림돌이 된 것은 작가가 <책 머리에>라는 항목에 써놓은 글들이라는 것말하고 싶다.

 

이런 말들이 공연한 말 같다.

 

간청하노니문학 평론가라기보다는 설익은 정치평론가 여러분아니 지각한 좌파 논객 제군제발 소설은 소설로 읽어달라또 간청하노니 독자에게서 스스로 읽고 판단할 기회를 빼앗지 말라. (8)

 그 말 말고도 더 있다. 인용한 글 바로 앞에 구구절절 써 놓은 것들이 그것이다. 

그런 말을 듣고 나서이 소설을 읽다가 작가가 염려한 바와 같은 대목들이 눈에 들어오면 공연히 다시 한번 눈길이 가고 색안경을 쓰고 읽게 된다작가가 말한 것좌파 논객이 눈을 둘만한 대목만 나오면 공연히 신경이 쓰인다이게 그건지... 이 말이 다르게 해석이 되는 것인지내가 이해하는 것이 부족한 것은 아닐지등등 말이다.

 

이 책 2006년에 처음 나왔을 때도 그말을 달고 나왔는데이제 세월도 흘렀을만큼 흘렀는데도저자는 아직도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지이번 개정판에서 그 말을 빼지 않았다.

 

실상 이 책은 그런 좌파와는 별 상관이 없다.

소설의 내용은아직까지 1권에서는그런 내용은 주인공 신성민과 아는 형 재혁이 과거와 현재를 비교회상하면서 내뱉는 넋두리 같은 데에서 언뜻언뜻 비칠 뿐이다그런데도 자꾸만 그게 신경쓰이게 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코끼리는 생각하지 말라고 말하는 것을 듣는 순간코끼리를 생각하게 되는 이치가 바로 그것이다.

 

이 책 호모 엑세쿠탄스는 사람의 아들의 후속 격에 해당하는 소설이다.

책 제목인 호모 엑세쿠탄스(Homo Executans)’, ‘처형하는 인간이란 뜻이다.

 

나오는 인물들을 살펴보자처형하는 인간은 누구일까?

 

신성민 이 소설의 주인공

정화 애인

마리 노랑머리

재혁 어린 시절부터 알던 지인

보일러공 팔봉마을에서 만난 새로 오신 사람

보일러공을 따르는 마리와 사람들.

벙어리 청년 요한

임마누엘 박대박사 주지

얼굴에 흉터 있는 폭력배

새여모 (새 세상을 여는 사람들의 모임)

 

일단 1권에서도 처형하고 처형당하는 사건이 발행한다.

해서 그게 호모 엑세쿠탄스(Homo Executans)’의 모습이 나타난 첫 번째 사건이 되는지?

아직 3권까지 읽지 못했기에, 1권에서 그것이라 그저 짐작만 할 뿐이다. 1권에서는 그 단초만 보이고 있다눈 것. 

 

그렇다고 3권을 미리 읽어 미리 그걸 소개하여 앞으로의 독자들에게 김을 뺄 필요는 없으니이 소설의 줄거리 등 큰 그림 이야기는 여기까지 하도록 하자.

 

밑줄 긋고 새겨볼 말들

 

민중의 대의는 빵과 아첨으로 매수된다. (28)

 

아기가 엄마를 인식하는 과정 :

아기에게 첫 번째 사람인 엄마는 먼저 냄새와 느낌으로 기억되다가 이윽고 시각으로 확정되었다. (74)

 

사람은 자신이 가장 많이 바친 곳에서 가장 많은 것을 얻으려 한다. (78)

 

몇가지 기록해 둘 것들 내로남불의 원형

 

지금 척하면 바로 알아듣게 되는 조어 내로남불의 원래 말은 무엇일까?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다그 문장을 앞 글자들만 모아 만든 것이 바로 내로남불이다.

 

그러면 그 말의 원형은 무엇일까예전에는 이렇게 썼다.

 

내가 한 것은 로맨스고 남이 한 것은 스캔들이다. (118)

 

말을 줄여보자내로남스 ....어찌 어감이 안 좋은가?

그 말이 변해 이제 내로남불로 정착이 되었으니이 책에서 세월의 흐름을 진하게 느끼게 된다.

어디 그뿐인가.

이 소설이 맨처음 씌여진 2006년과는 참 세월이 많이 흘렀다는 것거기에 세상이 많이 변했다는 것등장인물들의 행동과 대화에서 느낄 수 있다. 

그러니 세월의 흐름을시대의 변화를 이렇게도 느낄 수 있다는 것이 책에서 얻게 되는 뜻밖의 수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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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십 뜨거워도 괜찮아
이명지 지음 / 수필in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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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십 뜨거워도 괜찮아

 

이 책, 『육십 뜨거워도 괜찮아을 읽고 나서 든 생각은 괜찮아였다.

이 정도 글이면 괜찮다.

글 내용이나 글을 쓰는 저자의 마음가짐이 괜찮아를 넘어서 너무 괜찮다.

에세이로 이 정도 진솔하게 글을 쓰는 작가아마 처음인 듯 싶다.

 

왜 그런가 하면 일단 여기 실린 글 제목만 봐도 그런 감이 올 것이다

 

한 번도 애인이 없던 적이 없다

모든 연애는 남자의 하중을 갈망한다

우린 아직 가임기야

욕망의 언저리에서

배설의 기쁨

이별의 품격 포옹

너를 안는 법

그대에게 가는 길

 

제목이 뭔가 솔직함을 품고 있음직 하지 않는가?

 

그리고 이런 글 읽어보자. (19금이다)

 

나는 육십에 바다를 보았어!”

얼마 전 사랑을 시작한 친구가 말했다.

(........)

우리는 늘 사랑을 꿈꾸지만상대가 섹스하자고 할까 봐 겁나서 연애 못한다는 것으로 낄낄대며 수다를 마무리하곤 했다그런 그녀가 바다를 보았단다바다를......(128)

 

여기가 바다가 무엇인지 짐작이 될 것이다.

그리고 이어지는 말......?

 

?”

 

이 말 역시 무슨 말인지 이해가 될 것이다.

 

그렇게 진솔한 이야기를 풀어놓는 저자그 입담에 글 솜씨에그러니 수준있는품격있는 에세이라 말할 수 있는 것이다.

 

에세이를 쓰려면 이 정도는 되어야지?

맨날 아들 자랑에 며느리 자랑하는 에세이집은 그야말로 나무가 아까운 책이 되는 것이다 

 

또 소개해 본다.

저자가 신혼 시절아파트 14층에 살았단다

그 이야기중 이런 문장하나 소개한다. 

 

난생 처음 고층 아파트에 살게 된 나는 자주 악몽을 꾸었다엘리베이터가 멈추지 않고 하늘로 치솟는 꿈그런데 그 꿈보다 참을 수 없는 건 비가 오면 빗소리가 안 들리는 것이었다아무리 세찬 소낙비가 와도장대비가 내려도 빗줄기는 창밖으로 그저 무늬만 그리고 땅으로 떨어져 갈 뿐이었다나는 공중의 섬에 매달려 사는 기분이었다. (80)

 

먼저 이 글을 소리내어 읽어보면서 리듬을 느껴보라.

문장과 문장 사이에 오선지와 음표가 들어있는 것처럼 리듬감이 느껴지지 않는가?

게다가 지금껏 아파트에 살고 있는 수많은 에세이 작가들을 읽어왔지만공중의 섬에 매달려 산다는 기분을 느껴본 이도글로 써낸 이도 만나지 못했다.

 

공중에 매달려 살아가면서도 그걸 느끼지 못하는 사람들이 다른 것은 어찌 제대로 느낄 수 있겠는가해서 저자야말로 제대로 체공(滯空감각이 있는 사람이다그 느낌을 느끼는 사람그래서 이런 글을 쓸 수 있는 것이다.

 

위에 언급한 문장 외에도 글마다 느껴지는 리듬감이게 정말 장난이 아니다.

이 책을 읽는 내내 그걸 느꼈다왜 이러지글을 읽어가다보면 어느새 입밖으로 소리가 되어 나온다입이 저절로 벌어지니참 별일이다 

 

카페에서 혼자 커피를 마시다가 느닷없이 눈물이 주르륵 흘렀다.

외로움이 훅 밀려들었다.

혼자라는 생각이 대책 없이 엄습할 때면 자식들에게 자꾸 섭섭해진다.

딸애보다 아들놈에게 더 그렇다. (214)

 

부사와 형용사가 군데군데 추임새처럼 쓰여서저절로 리듬이 일어난다.

산문이 분명한데시처럼 읽혀진다산문시.

(원래 글은 산문으로 행갈이 없이 이어지는데행을 갈아 적어본다.)

 

그래서 다시 말한다이 책육십 뜨거워도 괜찮아정말 괜찮아너무 괜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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