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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여행자의 주제 넘는 여행기
이지상 지음 / 의미와재미 / 2022년 5월
평점 :
오래된 여행자의 주제 넘는 여행기
여행기다. 역사 여행기.
여행을 하면서, 여행지의 역사를 살펴보는 여행기다.
그러니 독자들은 저자가 가는 그곳의 역사가 어떤 모습으로 서려 있는지를 알게 된다.
역사를 장소와 연결시켜 공부하게 되는, 그러한 곳이 모두 11곳인데, 자세한 내용은 다음과 같다.
경상 / 경주, 감포, 부산, 김해
충청 / 논산, 부여, 공주
전라 / 목포, 나주, 군산
섬 / 제주도
읽기전에 그러한 지명을 듣고 떠올리게 되는 역사는 어떤 게 있을지 상상해보자.
경상, 충청, 전라와 섬으로 구분된 우리 나라의 역사를 생각해 보면, 당연히 삼국시대의 역사가 떠오를 것이다.
신라와 백제가 등장할 것인데, 안타깝게도 고구려땅이던 한반도 북쪽은 이 책에 등장하지 않는다.
신라의 땅이던 경주, 감포와 부산, 그리고 가야의 땅이던 김해가 있고
백제의 땅이던 논산과 부여, 그리고 공주가 나온다.
그리고 호남의 목포와 군산은 과거 백제의 땅이었지만 백제의 역사 대신 일제 강점기 일본의 수탈의 역사로 더 뚜렷하게 기억되는 곳이다.
경상 / 경주, 감포, 부산, 김해
경상도에 가면, 일단 신라가 나타난다. 알에서 나온 박혁거세가 등장한다. 경주다.
박혁거세를 필두로 하여 경주의 곳곳마다 역사의 흔적은 신라의 왕들로 채워진다.
그리고 거기에 고스란히 남아 신라의 역사를 드러내 보여주는 유적들, 첨성대, 분향사, 황룡사, 등등.
신라의 경주는 고분조차 아름답단다. 해서 저자는 경주편을 이렇게 마무리한다.
아름다움은 죽음조차 평화롭게 만든다. (55쪽)
경주편에는 기록할 것들이 많이 보이는데, 그 중에 하나 우리나라의 역사서인, 『삼국사기』가 집중 거론된다.
박혁거세의 출현을 알리는 『삼국사기』, <신라 본기> (16쪽)
나정에서 10분 거리에 있는 오릉에 관한 기록 (20쪽)
알영부인의 우물터 (21쪽)
탈해 이사금(23쪽)
또한 『삼국유사』도 등장한다,
석탈해에 관한 기록 (22쪽)
이런 기록 일일이 소개하지 못할 정도로, 많이 보인다. 그러니 이 책은 『삼국사기』와 『삼국유사』, 두 책을 들고 경주를 여행하는 셈이라고 해도 무방할 것이다.
충청 / 논산, 부여, 공주
충청은 누가 뭐래도 백제의 본거지였다.
계백장군의 묘가 등장하고, 은진미록이 소개된다.
백제의 역사는 많은 부분이 야사의 흥미로운 거짓일화로 채색되어 있어, 수정하여 보는 안목이 필요한데, 이런 제목이 바로 그걸 말하는 것이다.
삼천궁녀는 허구이지만 그날의 비극은 사실이다. (162쪽)
전라 / 목포, 나주, 군산
이곳의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은 일제강점기의 역사이다.
그래서 출발을 현대의 시점에서 시작한다. 목포의 추억.
거기에서는 역사책 대신 코롬방 제과점이 등장한다.
대전에 성심당, 군산에 이성당이 있듯이 목포에는 코롬방이 있는데, 어디가 진짜 원조인가를 알고 싶다는 이야기가 많다. (202쪽)
그런 이야기로 시작한 호남의 목포.
목포는 1897년에 개항한 이래 일제 강점기를 거치면서 성장하고 근대화의 물결을 타고 앞서 가던 도시(205쪽)였으니, 아무래도 일제 강점기의 역사를 빼놓을 수가 없다.
나주를 거쳐 군산으로 가면, 군산 또한 일제 강점기의 역사가 곳곳에 서려있는 곳이다.
그런 역사 기행을 할 수 있는 역사 박물관이 도처에 있어, 군산의 역사적 위치를 가늠할 수 있다. 그런 역사 기행을 마치고 나면 음미해야 할 것으로 또한 먹거리가 있다.
비단 군산편만 아니라 경주를 비롯한 모든 곳에서 저자가 그려내 보이고 있는 맛의 향연 또한 무시할 수 없는데, 해서 이 책을 들고 경상, 충청, 그리고 호남까지 미식여행을 해도 충분할 것이다.
섬 / 제주도
제주도에는 여러 인물들이 귀향을 왔기에, 그들의 흔적이 많이 남아있다.
추사 김정희를 비롯하여 광해군도 여기에서 귀향을 살다가 죽었다.
광해와 관련해서 ‘광해우’가 있다는 것, 이 책을 통해 알게 된다.
광해군이 죽던 1641년, 제주에 극심한 가뭄이 들었는데 그가 죽은 후 많은 비가 내렸고 그후에도 계속 해마다 그 무렵이면 비가 왔다고 한다. 제주 사람들은 광해군이 죽은 무렵에 내리는 비를 광해우(光海雨)라고 부른다. (266쪽)
다시, 이 책은?
이 책의 의미는, ‘발로 걷는 역사’가 될 것이다.
단지 종이에 써있는 역사, 글로 읽는 역사가 아니라 저자를 따라서 역사의 현장을 돌아보고, 역사를 손으로, 발로 겪어보는 것이다. 해서 독자들에겐 책상에 앉아 읽는 역사가 아니라, 몸으로 느끼는 역사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