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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으로 생각하기 - 생각의 그릇을 키우는 42가지 과학 이야기
임두원 지음 / 포레스트북스 / 2022년 5월
평점 :
과학으로 생각하기
인간은 어떤 존재인가?
여러 사람이 인간을 정의했지만, 저자는 인간을 이렇게 정의한다.
인간은 과학하는 동물이다. (398쪽)
과학하는 동물인 인간은 그래서 당연히 과학이라는 창으로 세상을 바라봐야 한다. (5쪽)
해서 저자는 이 책의 성격을 이렇게 정의한다.
이 책은 과학의 창으로 바라본 세상의 이야기다. (6쪽)
그런데 저자가 과학의 창으로 바라보자며 꺼내드는 질문들이 참, 다양하다.
그 중에는 거창한 질문은 물론, 질문이라고 생각하지 못할 그런 사소한 질문들도 있다.
그런 질문, 굳이 물어볼 필요도 없는, 다 아는 것이라 생각해서 지나쳤던 것들도 과학의 창으로 보니 다르게 보이기 시작하는 것이다,
저자가 가져온 질문, 먼저 분류해보자. 어떤 항목들이 있는지.
크게 분류하자면 이렇다.
1부 · 죽느냐 사느냐, 과학으로 고민하기
2부 · 일상의 태도, 과학으로 생각하기
3부 · 이상한 호기심, 과학으로 해결하기
4부 · 존재의 비밀, 과학으로 상상하기
죽느냐 사느냐 고민할 정도의 큰 문제부터, 사소한 일상의 태도까지, 과학의 눈으로 생각해보자는 거다.
이런 것, 과학의 영역이라고 생각해본 적이 있던가?
인간은 모두 죽어야 하는 운명일까?
우리는 왜 지나간 일을 후회할까?
이런 문제는 과학의 영역이 아니라, 철학의 영역이라 생각했는데, 저자는 그것을 과학의 영역으로 이끌어낸 것이다.
과학으로 생각하기 - 높이 오르면 왜 더 멀리 보일까?
이건 언뜻 생각하면, 답할 가치조차 없어 보인다. 당연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앞선다.
그런데 저자는 그 이유를 이렇게 밝힌다.
지구는 둥글다. 그래서 높애 올라갈수록 더 멀리 보인다는 것이다.
그게 답이라고? 너무 쉬워서 생각하지 못한 것이다.
저자는 이런 설명을 덧붙인다.
잠시 눈을 감고 시야가 탁트인 평야에 서 있다 상상해보자.
저 멀리 지평선, 그러니까 땅의 끝이 보인다.
그다음에 옆에 있는 탑에 올라가보자. 만약 지구가 평평하다면 아무리 보는 위치가 높아지더라도 지평선까지의 거리는 일정할 것이다.
하지만 실제는 다르다. 다르게 보일 수 밖에 없다.
높이 올라갈수록 지평선까지의 거리가 점점 더 멀어져간다. 그 이유는 바로 지구가 평평하지 않고 둥글기 때문이다, (146쪽)
그런 설명에 이어 더 깊은 이야기를 하는데, 148쪽 이하를 참조하시라.
그런데 그런 과학적 설명만으로 그치지 않는다는데 이 책의 장점이 있다.
저자는 당나라 시인 왕지환의 <등관작루>를 소개한다.
欲窮千里目 (욕궁천리목) 更上一層樓 (갱상일층루)
저 멀리 천리를 바라보려면 다시 한층 누각을 올라야 하네
이 시에서 갱상일루 (更上一樓)라는 고사성어가 유래했다. 이 시는, 그러니까 저자가 논하고자 하는 과학적 주제인 <높이 오르면 왜 더 멀리 보일까?>와 걸맞는 시인 것이다.
이왕 읽는 김에 전문을 찾아 소개한다.
登?雀樓 (등관작루) / 王之渙 (왕지환)
白日依山盡 (백일의산진) 눈부신 해는 산넘어 지려하고
黃河入海流 (황하입해류) 황하는 바다로 흘러 가는데
欲窮千里目 (욕궁천리목) 저 멀리 천리를 바라보려면
更上一層樓 (갱상일층루) 다시 한층 누각을 올라야 하네
과학으로 풀어보기 - 물과 기름 같다는 표현
흔히들 서로 어울리지 않는 사람들의 관계를 물과 기름 같다고 표현하는데, 이 말을 과학으로 풀어보자. (359쪽)
물질은 극성이 있는 물질과 극성이 없는 비극성 물질로 구분할 수 있는데, 물은 극성물질의 대표이고, 기름은 비극성 물질이다. 그래서 물과 기름은 서로 섞일 수가 없는 것이다.
그러니 우리말에서 관용적인 표현인 물과 기름 같다는 표현이 과학으로 풀어보니, 이게 일리가 있는 것이다. 우리 선조들의 과학적인 언어 사용, 알게 된다.
과학으로 풀어보기 ? 눈이 하나인 괴물 키클롭스는?
호메로스의 서사시 『오디세이아』를 보면 트로이 전쟁후 고향으로 돌아가던 오디세우스 일행은 눈이 하나인 괴물 키클롭스(키클로페스)가 지배하는 섬에 도착하는데, 그 일행중 몇 명이 키클롭스에 의해 잡혀 먹힌다. 이 사건에서 저자가 풀어내는 과학은 '눈 하나만으도 입체적으로 충분한 시각 정보를 얻을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저자가 내린 결론은, 눈이 두 개라면 더 정밀하게 시각정보를 얻을 수 있겠지만, 하나로도 원근법에 의한 정보 이외에 시차 정보를 얻을 수 있기에, 충분하게 필요한 시각정보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110쪽)
고흐와 함께 하늘을 바라보자.
이제 그림을 과학으로 살펴보자. 고흐의 그림이다.
날씨를 전하는 한 기자의 멘트 들어보자.
“대기 상층부에 유입된 찬 공기의 영향으로 하강 기류가 발생해 미세먼지를 없앴고, 햇빛이 산란되면서 파란 하늘을 보였다. 고흐가 물감을 풀어놓은 듯하다.” (191쪽)
기자의 발언중 고흐를 언급한 것이 의외지만, 고흐의 작품을 잘 설명한 것은 맞다.
고흐의 그림은 강렬한 색채가 특징이다. 그의 그림에 등장하는 해바라기의 노란색, 그리고 하늘의 파란색은 실제 우리가 보는 색보다 훨씬 더 강렬하다. 심지어 그의 작품 <별이 빛나는 밤>을 보면 밤하늘조차도 짙은 파란색으로 그려내고 있다.
고흐의 그림은 한밤중인데도 하늘은 깊은 파란색을 띠고. 노란색과 초록색의 별들은 마치 하늘 위의 보석처럼 영롱하게 빛나고 있다.
고흐는 여동생에게 보낸 편지에서 다음과 같은 말을 했다. (224쪽)
“밤은 낮보다 더 풍부한 색을 품고 있다.”
이에 대한 저자의 설명은, 해당 페이지를 참조하시라.
(말이 나왔으니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을 감상하면서, 밤의 색깔을 음미해보자.)

다시, 이 책은?
과학이 재미있다.
저자의 입담이 좋아서 그런지, 과학이 이렇게 재미있고 흥미롭게 다가온 적은 없었던 것 같다. 저자가 과학이란 창을 통해서 우리 주변에 흔히 볼 수 있는 사소한 것에서부터 보여주어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저자는 이 책으로 과학으로 ‘고민하기’, ‘생각하기’, ‘해결하기’, 그리고 ‘상상하기’가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저자가 열어 보여주는 과학의 창이. 그래서 반갑고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