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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가 되는 오늘 - 역사학자 전우용이 증언하는 시민의 집단기억
전우용 지음 / 21세기북스 / 2022년 2월
평점 :
역사가 되는 오늘
사람은 말을 한다. 말을 할 수 있다.
말을 할 수 있다고 어떤 사람들은 아무 말이나 마음대로 한다. 그리고 지껄인다.
하지만 말은 입에서 나오는 순간 허공으로 사라지지만, 그 말은 듣는 사람들의 마음에 기억으로 남는다.
그런데 가끔 본인이 해 놓고도 안했다 우기는 경우도 있다.
또 그게 아니라 다른 말을 했다고 우기기도 한다.
그런데 듣는 사람 입장에서는 다행하게도 그 말은 글로 남게 되었다,
그래서 사람 기억이 갖는 한계를 글로 보완하게 되었다.
그런데 어쩌나? 그런 글로 기억을 기록한다 할지라도 상식이 없는 사람, 막무가내로 그런 말 한적이 없다고 우기면 당하는 재주가 없다.
그래서 저자는 이런 한탄을 한다.
‘상식’이 없는 사람에겐, ‘기억’도 무의미하다. 시공간에 대해 왜곡되고 날조된 기억들이 ‘몰상식’이기 때문이다.(69쪽)
이 책은 우리들에게 제발 정신차리라고, 그런 몰상식한 사람들이 싸질러놓은 ‘아무말 대잔치’를 조목 조목 분석해서 적어놓은 ‘역사책’이다.
먼저, 이런 말들, 벌써 잊지는 않았겠지?
(…) 윤석열 씨는 지난 몇 달 새 상식이 기절할 정도의 말들을 쏟아냈다.
노동자들이 한 주에 120시간도 일할 수 있어야, 없는 사람은 부정식품 이하라도 사 먹을 수 있게 해야, 말기 환자에게는 임상시험을 거치지 않은 약도 쓸 수 있게 해야, 후쿠시마 원전에서 방사능 검출되지 않았다, 손발 노동은 아프리카에서나 하는 것, 출산율이 낮은 건 페미니즘 때문, 집이 없어 청약통장 안 만들었다, 인문학은 대학 4년이나 대학원까지 공부할 필요 없다 등등.
(14쪽)
조선왕조실록을 살펴보면, 역사는 그런 말들로 이루어진 것이 맞다.
해서 이 책은 분명 역사책이다. 그렇게 누가 누가 어떤 말들을 해댔는지를 정확하게 기록해 놓은 책, 역사책이 분명하다.
읽기 전에 이런 말, 가슴에 새겨놓자.
진실과 거짓 사이에서 ‘중립’을 취하면 해충같은 것들이 사람 행세를 하게 된다. (67쪽)
요즘 툭하면 나오는 대장동 사건, 과연 사실은?
하도 대장동 몸통이란 말을 자주 들으니, 정말 헷갈린다.
분명 몸통은 하나일 것인데, 과연 누가 몸통인지, 이거 알아보자.
다른 것은 알기 어려우니, 일단 역사적으로 살펴보자. 역사적으로 사실 파악하기는 쉽다.
화천대유는 새누리당 박근혜 정권 때 설립됐다. 당시 대통령, 경기지사, 경기도의회 의장, 성남시 의회 의장이 모두 새누리당 소속이었고, 검찰총장, 감사원장, 국세청장, 경찰청장도 모두 박근혜가 임명한 사람들이었다.(194쪽)
성남시 대장동 개발을 앞두고, 이명박은 ‘공기업인 LH가 민간 사업자의 이익을 빼앗으려 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전면 민간사업으로 추진될 뻔했던 대장동 개발을 ‘민(民) 공(公)’ 합동으로 바꾼 건 가능한 범위에서나마 ‘공적 개입’을 적극화한 사례이다. 그 덕에 성남 시민들은 5천 500억 이상의 이익을 얻었다. (219쪽)
화천대유로부터 상상을 초월하는 규모의 돈을 받은 사람들이
박근혜 정권의 민정수석,
박근혜 정권의 검찰총장,
박근혜 정권의 대법관,
박근혜 정권 때의 새누리당 원내대표 등인데도 국민의힘은 “화천대유는 누구 겁니까?”라고 국민들에게 묻고 있다.(203쪽)
화천대유 돈 받은 전 성남시의회 의장은 한나라당 소속이었는데도 유승민씨는 그를 이재명 지사 측근으로 지목했다. (203쪽)
이명박, 박근혜 당시의 역사를 잊어버린 언론들, 그들은 자기네들이 발행한 신문을 거들떠도 안보는 것, 확실하다.
유승민, 인터넷 검색만 해보면 금방 그 사람이 어느 당 출신인지 알 것인데, 대체 왜 그런 주장을?
백신에 대한 방해 공작의 역사
조선시대의 일이다.
당시 천연두는 호랑이 보다도 더 무서운 병이었다.
당시 의료체계는 미비해서 많은 백성이 천연두에 걸리면 무당에게 가서 굿을 하곤 했다.
해서 당시 무당들에겐 천연두가 돈줄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러다 천연두를 예방하는 백신 우두 접종이 시작되자, 위기감을 느낀 무당들은 어떻게 대처했을까?
그래서 당시 무당들은 ‘백신’을 맞으면 사람이 소처럼 된다는 둥 마마님을 진노케 해서 오히려 더 위험하다는 둥 온갖 헛소문을 퍼뜨렸다. (131쪽)
다 아는 것처럼, 천연두는 우두 백신으로 이제 사라진 질병이 되었다.
백신의 효과 그렇게 이미 역사적으로 증명이 된 것이다.
그런데도 그런 무당의 행태를 오늘도 반복하는 사람들이 있다.
코로나가 문제가 되자, 또 백신이 나왔고, 그러자 또 무당들이 설쳐댄다.
백신 접종이 늦는다고 난리 치던 언론이 이제는 백신이 위험하다고 먼저 맞으면 안 된다고 난리를 친다. (91쪽)
“백신의 안전을 믿을 수 없으니 대통령이 먼저 맞아라.” 유승민
“백신에 대한 국민의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 내가 먼저 맞겠다.” (안철수)
두 번째 말은 국민의 불안감을 해소한다는 명분을 내새워 또다른 불안감을 조성하는 교묘한 말이다.
우리 언론, 정말 문제가 많다.
한국기자들 질문 이런 거‘만’ 한다.
문앞에 버티기 하다가 음식점 배달원을 붙잡고 묻는다.
“짜장을 먹었나요, 짬뽕을 먹었나요?”
검찰청 앞에서 피의자를 막아서선 “ 피해자에게 할 말은 없나요? 반성하고 있는 건가요?”
정말 쓰잘데기 없는 질문이다.
요즘 드라마에서 그런 장면들이 자주 등장하는데, 그걸 기자들은 자기들을 디스하는 것인지 알까, 모를까?
문재인 정부의 ‘친중반미’ 때문에 나라가 위험하다던 동아일보가
한미 정상 회담 이후에는 문재인 정부의 ‘친미반중’ 때문에 나라가 위험하다는 컬럼을 실었다. (104쪽)
이걸로 확실해졌다. 동아일보 기자들은 자기네 신문을 안본다. 퍼질러놓고는 거들떠도 안본다.
그러니 언제 무슨 말을 했는지, 전혀 모르는 것 아니겠는가?
말, 말, 말, 아무말 대잔치
“아버지가 가보래서 갔더니 7년 뒤에 50억원이 생겼다.”(187쪽)
“6,7년 아들이 회사에서 일하고 나름대로 기여한 것은 맞는데 일확천금한 것처럼 박하게 평가하면 안 된다.” (188쪽)
누가 한 말인지, 부자지간인데, 어찌 그리 말을 잘~하는지?
또 이런 말 들어봤다.
“내가 내곡동 땅으로 이익을 봤다면 영원히 정계에서 은퇴하겠다.”
“내곡동 처가 땅이 그린벨트에서 해제된 건 노무현 정권 때 일이다.”
“혼선이 있었다. ‘사실상’ 노무현 정권 때 일이다.”
“국장 전결이라 나는 몰랐다.”
“이익을 본 게 아니라 오히려 손해를 봤다.”
“내곡동에 처가 땅이 있다는 사실 자체를 몰랐다.”
....
.....
.... (242쪽)
“측량 현장에 내가 있었다 없었다는 이 사건의 본질이 아니다.” 오세훈 (241쪽)
그리고 또 하나, 희대의 명언!
“기억 앞에서는 겸손해야 한다.”
또 있다, 기억의 문제.
“내가 전달한 것일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기억하는 게 부자연스러울 수도 있다.”
- 국회의원 김웅. (263쪽)
이런 말 들으니, 내가 ‘김웅’이란 이름 기억하는 게 자연스러울 수도 있겠다.
대통령 선거, 누굴 뽑지? 이런 선정 기준 기억하자. (274, 286쪽)
? 역사의식이 있을 것
② 박식할 것
③ 부지런 할 것
④ 신중하되 과감할 것
⑤ 약자 편에서 살아왔을 것
⑥ 후덕할 것
저자는 이렇게 6가지를 거론하는데, 나는 거기에 하나 덧붙이고 싶다.
‘아무말이나 내뱉는 사람은 절대, 안 된다’고.
다시, 이 책은?
우리가 오늘 살아가고 있는데, 실상 오늘이 바로 우리의 역사가 된다.
그런 역사, 이 책에 기록되어 있다.
조선시대의 역사야 조선왕조실록을 살펴보면 알 수 있지만,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는 대체 무엇을 살펴봐야 역사를 제대로 알 수 있을까?
예전에는 신문이 그 역할을 했지만, 요즘엔 언론마저 역사적 사명을 망각하고 있으니 그것도 무망한 일이다.
그래서 이런 책이 필요하다.
우리의 기억을 도와주는 책, 우리의 상식을 북돋워주는 책, ‘우리로 하여금 제 정신을 차리게 해주는 책. 참으로 다용도, 다목적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