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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원섭 교수의 자투리 한국사 1 - 우리 역사 속 파란만장 이야기
장원섭 지음 / 푸른영토 / 2022년 1월
평점 :
장원섭 교수의 자투리 한국사
역사책을 읽을 때, 어떤 생각을 하면서 읽어야 할까?
이 책을 읽으면서, 페이지를 넘겨가면 갈수록 드는 생각이 바로 그거였다,
어떤 생각을 하면서 읽어야만 역사를 제대로 읽었다고 말할 수 있을까?
이 책은 그런 질문을 내게 던지고 있었다.
역사의 현장, 곧 갈등의 현장
이런 사건 읽어보자.
임진왜란이 한창인 때, 경기도 순찰사 겸 여주 목사인 성영과 목사 직분을 가진 홍효사,
영조 치세에 강원도 평창에 살던 명의 나두삼,
1907년 11월, 바야흐로 일제가 조선을 침략을 하던 그 시점에 의병부대를 이끌던 이인영.
그 사람들에게 닥친 문제는 무엇이었을까?
충효간의 갈등이 문제였다.
충이 먼저냐, 효가 우선이냐?
간단하게 정리해보면, 그들 앞에 놓인 문제는 적이 처들어오는데, 아버지가 돌아가셨다. 그럴 때 나라를 위하여 전장터에서 물러나 3년상을 치르기 위해 고향으로 가야 하는가, 하는 문제였다.
물론 지금 같으면 문제도 되지 않겠지만, 당시 그들에게는 그야말로 절체절명의 문제였다,
평창에서 이름난 명의 나두삼은 영조가 위급한 병에 걸리자, 왕의 치료를 위해 한양으로 올라가야 했는데, 마침 아버지가 위독한 상태였다. 그는 고심 끝에 충을 택한다. 길 떠난지 사흘만에 아버지의 부음 소식을 들고 노복이 쫓아왔다. 그는 장례 절차를 부탁하고 다시 길을 떠난다.
무사하게 영조를 치료하고 난 다음, 그는 중인에서 양반으로 신분이 바뀌고 아버지는 무려 호조참판으로 추서된다. 그러나 돌아온 것은 비난뿐, 결국 그는 평창을 떠날 수밖에 없었다. (80쪽)
의병부대를 이끌던 이인영.
전국 각지에서 올라온 의병들을 이끌던 의병 총대장 이인영, 그는 일본군과 결전을 앞두고 있었다. 그런 시점에 고향에서 행랑아범이 찾아와 아버지의 부음을 알린다.
그런 소식에, 이인영은 아래 사람에게 일을 맡기고 고향으로 향한다.
하는 말이, 지금 생각하면 기도 안 찬다.
“군사장께서 내 뒤를 맡아 잘 처리해주시오. 3년상을 복상한 후 다시 의병부대에 합류하여 일본을 몰아내는 데 앞장설 것이오.” (84쪽)
3년을 기다릴까? 일본군이?
이인영이 효를 다한다고 고향으로 표표히 길을 떠난 결과,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
그가 떠난 자리를 메꿀 수 없게 된 의병들, 모두 흩어져 버려, 진격 작전은 어이없이 무산되고 말았다.
그럼 이인영은 무사히 3년상을 치렀을까?
그래서 3년 후 다시 의병을 이끌고 나라를 지키기 위해 나설 수 있었을까?
문경으로 돌아가 3년을 복상하려던 이인영은 일본 헌병들의 추격으로 정작 본가에 이르지도 못하고 쫓기는 신세가 되고, 결국은 잡혀 교수형을 당하고 만다. (85쪽)
자, 이런 이야기가 역사에 적혀있다.
그럼 우리는 이 사건을 어떻게 읽어야 할까?
하나의 역사 스토리로? 아, 그런 게 있었구나, 그것 참, 그런 시대가 우리 역사에 있었구만!
그게 아니라는 것, 독자들은 다 알고 있을 것이다.
당시 사람들, 이인영을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충과 효의 갈림길에서 고민하고, 서로 다른 생각들을 가지고 갈등했을 것이다.
그런 결과 어떤 이들은 효를, 어떤 이들은 충을 택해 그 길을 갔을 것이다.
지금 우리에게는 말도 되지 않는 그런 문제들이 그들에게는 중차대한 문제였을 것이다.
지금 시점에서 누구 잘잘못을 가리자는 게 아니다.
역사를 읽으면서, 그 안으로 들어가 그들의 입장에 서보지 않으면 역사는 그저 한낱 소일거리 이야기밖에 되지 않을 것이다.
그러니 역사를 읽을 때는 이야기로 읽지 말고 내가 직접 그 자리에 있었더라면 어떻게 했을까, 하는 마음으로 읽어야만 역사가 절실하게 와 닿을 것이다.
역사의 현장에서 ‘사고 실험’을
해서 나는 이 책을 ‘사고 실험’의 항목들로 읽었다.
다음과 같은 역사의 현장으로 내 몸은 보내지 못했지만, 마음을 보내 그들과 같이 생각하고 고민하고 갈등하는 시간을 보냈다.
빼앗긴 왕위를 되찾아라 ― 김헌창의 난과 명주군왕
대야성(大耶城)에 부는 바람 ― 삼국통일전쟁의 불씨가 되다
후삼국의 명운을 가른 고창(古昌) 전투 ― 안동의 명문가 삼태사
효(孝)냐, 충(忠)이냐, 그것이 문제로다 ― 가문이냐, 국가냐, 선택의 기로에서
망국(亡國)의 왕자, 8백년 만에 돌아오다 ― 한국 땅에 뿌리를 내린 베트남 왕자 이용상
어리석은 군주(君主), 한 시대의 막을 내리다 ― 개로왕과 도림
조선의 치욕, 비변사(備邊司) 창고에서 시작되었다 ― 우물안 개구리였던 조선
7년 전쟁의 서막, 조선은 깜깜이었다 ― 무뎃뽀의 비극
비참하고도 서글픈 전쟁 신미양요(辛未洋擾) ― 광성진의 혼이 된 어재연 장군
마산포(馬山浦)의 한숨 소리 ― 흥선대원군 납치 사건
탄금대의 비극, 조선은 무대포(無鐵砲)였다 ― 신립과 무뎃뽀 군대
이국(異國) 땅에 꽃 피운 충절 ― 강항의 간양록
다시, 이 책은?
저자는 이 책의 성격을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이 책의 내용은 우리 역사의 변곡점애서 어떤 사건을 이해하는 데에 약간의 도움을 줄 수 있는 것들을 선택했다. 비록 우연하고도 사소한 일이지만 결과적으로 역사의 흐름에 큰 영향을 끼쳤던 일들이 대부분이다. (6쪽)
위에 적시한 사건, 의병들이 일본군에 대항하여 전투를 벌이던 그 시점에, 의병을 이끌던 의병대장이 3년 말미를 청하고 고향으로 간 사건, 나는 무척 궁금하다.
의병 대장, 그는 길을 떠나면서 어떤 생각을 했을까?
그 전투에서 패하더라도, 그래서 나라가 망하더라도, 자기 고향에는 일본군이 들어오지 않으리라 생각했을까? 그래서 무사히 3년상을 ....?
이 책을 읽으면서 생각한다.
우리들의 행동이 비록 태산에 한 줌 흙을 얹는 것에 불과할지라도 역사의 결과에 결코 책임없다고 말할 수 없으리라는 것, 그래서 우리는 우리의 선택에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할 것이다.
특히, 우리나라의 역사의 한획을 긋게 되는 대통령 선거에서 우리가 ‘생각하고 또 생각한 것’들이 나라 역사를 바꾼다는 것을 명심하면서, 이 책을 읽어보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