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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은 맑음, 때때로 흐림
마연희 지음 / 처음북스 / 2021년 11월
평점 :
여행은 맑음, 때때로 흐림
코로나 이야기 이젠 지겹다, 고?
코로나로 해서 어쩌구 저쩌구 하는 이야기들, 이젠 많이 들어 신물이 날 정도라고?
아니다. 코로나로 인해 어려움 겪는 것은 누구 다른 사람 이야기가 아니라, 바로 우리 이야기다. 해서 그런 이야긴 다 들어줘야 한다. 특히 이 책 같은 경우는 더더욱 그렇다.
코로나 때문에 이런 책이 나오게 되었는데, 오히려 이 책 이야기 다 듣고 나니, 더 듣고 싶어진다. 그러니 후속편도 써주시라.
이 책은 휴트래블 여행사의 대표 마연희가 여행에 관해 쓴 이야기들을 담아 놓았다.
저자가 운영하고 있는 여행사는 ‘맞춤 자유 여행사’이다.
그 여행사를 운영하면서 겪은 일, 일화들을 소개하면서 특히 코로나로 인해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모습을 가감없이 보여주고 있다.
여행은 ‘맞춤 자유여행’으로 !
먼저 저자의 여행사가 어떤 스타일의 여행을 지향하는지 알아보자.
여행사를 이용하는 방법에는 몇 가지가 있는데, 패키지여행과 자유 여행이 있다.
패키지여행은 다 아시는 것처럼 깃발 든 가이드를 졸졸 따라다녀야 한다. 그 뒤를 따라 여기저기 끌려다녀야 한다. 보석 가게도, 라텍스 공장도 따라가야 한다. 정작 가야할 곳은 안 가면서, 그런 곳을 들러 쇼핑을 하도록 하기 위해서, 그런 시간을 만들기 위해 아침 일찍 일어나야 하다.
나도 베이징에 가면서 패키지여행을 해본 적이 있다. 만리장성을 가려면 복잡할 것 같아 그곳을 가는 코스가 들어있는 패키지여행을 이용한 적이 있는데, 여기저기 쇼핑장소에 끌려다니느라 힘들었다. 그런 일정에 질려서 그 후 다시는 패키지 여행상품을 이용하지 않고 모두 여행사 없이 자유 여행을 다녀왔다.
그런 패키지여행 말고 ‘자유 여행’이 있는데, 저자는 그중에서도 ‘맞춤 자유 여행’을 주선하는 업체를 운영한다. 항공부터 숙소, 맛집, 투어까지 고객의 취향에 맞게 해주는 여행이다. (153쪽)
그래서 일어나는 일들이 그야말로 버라이어티, 그 자체다.
몇 가지 재미있는 일화들 소개한다.
비행기 비상구, 손도 대지 말아야
비행기 비상구, 곁에 혹시 앉게 되면, 그냥 앉아 여행을 즐기면 된다. 비상구 열면 어떤 일이 생기나 하는 쓸데없는 호기심 절대 부리면 안 된다. 만약에 비상구를 열어버리면?
1억원의 배상을 각오해야 한다. 자. 그 이야기 들어보자.
비행기가 활주로로 이동하기 5분 전. 비상구 옆에 앉은 승객이 비상구 문의 손잡이를 당긴 것이다. ‘오 마이 갓!’ 이런 일은 처음이다. 비상구의 그 승객은 무슨 생각으로 비상구를 열었을까? 사실 비상구는 아무나 앉을 수 없다. 말 그대로 비상시에 승무원과 함께 승객의 탈출을 도와야 하기 때문에 수속할 때 항공사 직원이 승객에게 직접 안내를 하고 동의를 받는다. 그런데 그걸 아는 사람이 비상문을 열다니. 문제는 항공기 비상문은 일회용이라, 열린 비상문을 교체하거나 다른 비행편으로 변경해야 한다. (58쪽)
항공사는 비상구를 열었던 승객에게 비행기 수리비와 지연 배상금을 청구했다고 한다. 무려 금액은 1억원이었다. (62쪽)
사우디 국왕의 해외 여행법
2017년 3월 1일, 살만 빈 압둘 아지드 알 사우드 사우디아라비아 국왕이 인도네시아를 방문했다. 그리고 발리에 갔다.
저자의 여행사는 마침 그 시기에 고객 몇 명을 발리에 보내고 있는 중이었다.
그런 상황이었는데, 사우디아라비아 국왕이 발리에 오면서 세인트 레지스(아마 호텔?)를 통째로 빌리는 바람에 거기에 투숙하고 있는 사람들을 다른 곳으로 옮겨가게 된다.
투숙객들을 다른 곳으로 옮기게 하면서, 내건 조건이 대단하다.
투숙객들이 가고 싶은 곳으로 옮기면서 들어가는 비용을 모두 국왕 측에서 지불한다는 것이다. 저자도 손님들을 다른 곳으로 옮겨주는 수속을 하느라 바쁘게 되었고...
그런데 사우디아라비아 국왕의 행차가 어마어마했는데, 이렇다. (138쪽)
수행원은 1,500명, 왕자 26명,
그 사람들을 실어 나르기 위해 비행기 36대가 동원되었고, 전용 벤츠 차량과 심지어 엘리베이터 2대를 가지고 왔다.
그리고 호텔 전체를 통째로 빌려서, 거기에 묵고 있던 투숙객들을 모두 다른 곳으로 옮기라고 한 것이다. 모든 비용을 다 지불하면서.
코로나, 아! 코로나!
코로나가 여행업계에 큰 타격을 입혔다는 것, 두말하면 무엇하랴?
그래서 저자는 이중고를 겪게 되는데, 미리 지불한 현지 호텔비, 항공료는 되돌려받지 못하고 있는데, 손님들은 여행사에 와서 받아달라고 하니, 중간에서 저자는 어떻게 그걸 감당했을까?
결국 항공료나 호텔로부터는 한푼도 되돌려받지 못한 채, 저자는 손님에게 환불을 해주기 위해 적금을 깰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이걸 어쩌나!
그래도 저자는 고객들의 이런 말에 위안을 삼는다고 한다. (187쪽)
“대표님 덕분에 잘 처리되어서 다행이에요. 제 친구들은 아직도 못 받았다고 들었어요. 힘내세요.”
그나저나 그 환불받은 손님, 그 돈이 누구 호주머니에서 나온 것인줄, 짐작이나 할지?
여행을 위한 꿀 팁 몇가지
여행시 가방 트렁크는 튀지 않는 색으로 :
저자는 맨처음 해외 여행을 떠날 때 멋진 트렁크를 준비한다고 신경을 써서 색을 골랐는데, 트렁크 색깔이 핫 핑크 색이었다.
그런데 그 트렁크를 들고 갈 때마다 입국 심사장에서 검사의 타깃이 되었다. 그것도 한 두 번이 아니라 갈 때마다 그 색이 눈에 뜨여서 그런지 검사를 받게 되었다.
그래서 저자의 조언, ‘트렁크는 눈에 잘 안 띄는 거로 해라’. (149쪽)
분실물, 그냥 돌려받을 수 없다는 것 :
여행사 업무의 1/ 3은 손님들이 여행 중에 잃어버린 물건 찾는 일이다.(198쪽)
이 말을 듣고 놀랐다. 다행히 여행 중에 물건 잃어버린 경험이 없어서 몰랐던 사실이다.
여행중 물건을 잃어버리면 그 물건 찾기도 어렵거니와, 나중에 찾는다 하더라도 돌려받는데 복잡한 수속이 필요하다. 거기에 더하여 해외니까 배송비도 만만치 않다는 것이다. 그러니 자기 물건은 자기가 열심히 챙겨가면서 여행하자는 것이다.
그런데도 저자의 경험담에 의하면,
손님들이 물건을 잃어버리고 그 물건값을 물어내라고 하기도 하고, 더해서 정신적인 보상도 받아야 한다고 찾아온 손님도 있다니 참, 황당한 노릇이다.
그럴 때, 이 말 기억하자.
냉정하게 들리실 수 있지만, 여행사에서는 여행자 개인 물품 분실에 대해 배상 책임은 없습니다. (69쪽)
service, 결코 공짜가 아니다. :
방안에 세탁 서비스라고 쓰여 있어서 그냥 세탁물을 호텔에 맡겼는데, 나중에 보니 돈을 내라고 하네요. (119쪽)
저자 여행사의 고객이 해외 여행중에 저자에게 하소연하는 말이다.
순진하게 service 란 말을 ‘공짜 서비스’로 해석해서 생긴 일이다.
외국 호텔에서 service란 말은 결코 공짜가 아니다. 우리나라에서처럼 서비스는 무료인줄 알았다가는 큰코 다칠 수 있다.
또한 레스토랑에서도 식사 전에 나오는 물도 공짜가 아니라는 것, 알아두자. (119쪽)
외국에서 물은 결코 셀프 서비스도 아니거니와 공짜도 아니다.
베트남에서 겪은 내 경험에 의하면, 식사 전에 내어놓는 물수건도 비용에 포함되었다.
다시, 여행 가방을 싸자.
이 책을 읽고 나니, 그간 다녔던 여행들이 얼마나 귀한 시간이었던가 하는 생각이 절로 난다.
그런 여행길, 하나하나가 그리워지는 시점에 이 책을 읽으면서 저자가 들려주는 여행 이야기에 어느덧 빠져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아무래도 당분간 비행기 타고 다니는 여행은 힘들 것 같다. 팬데믹 시대에 이젠 여행도 비행기 타고 가는 게 아니라, 책으로 가는 게 대세다.
해서 이런 책으로나마 여행의 기억들을 불러내는 것도 좋을 듯하다. 이 책은 그런 여행들을 압축해서 잘 보여 주고 있으니 말이다.
그나저나 아직 가보지 못한 곳이 많은데, 이 팬데믹의 시간은 언제 끝나려나?
지금 여행 기상도는 흐리지만, 조만간 맑은 날이 오겠죠. 그렇죠, 마연희 대표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