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면 보이는 명화 인문학이 뭐래? 2
햇살과나무꾼 지음 / 한울림어린이(한울림)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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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면 보이는 명화 [인문학이 뭐래? 2]

 

 

사랑하면 알게 되고알면 보이나니,

그때 보이는 것은 전과 같지 않으리라.”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유홍준, 1, <책을 펴내면서>)

 

유홍준은 그 말을 그저 조선 시대 한 문인이 한 말이라고 했는데유영만은 그 출처를 정확하게 밝히고 있다.

 

정조때의 문장가인 유한준이 당대의 서화 수장가였던 김광국의 화첩 <석농화원>에 부친 발문에서 따온 것이라 한다원문은 알면 곧 참으로 사랑하게 되고사랑하면 참으로 보게 되고볼 줄 알게 되면 모으게 되나니 그것은 한갓 모으는 것은 아니다.”로 해석된다즉 원문에서는 알면 사랑하게 되고였지만 이를 유홍준이 사랑하면 알게 되고로 바꾼 것이다.

(공부는 망치다유영만, 11)

 

어쨌든, ‘알면 보이나니그때 보이는 것은 전과 같지 않으리라’ 라는 말이 그대로 적용되는 책이다.

 

알면 보이는 명화그림을 알게 해주고해서 그림을 제대로 보게 해준다.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경우,

 

<모나리자>를 스푸마토 기법으로 그리게 되는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평면의 캔버스 위에 물체의 멀고 가까움을 담아내는 방법은 오랫동안 화가들이 고민하던 문제였다오랜 탐구의 결과 화가들은 멀리 있는 물건은 작게 보인다는 사실을 발견했고이 법칙을 그림에 적용해 캔버스에 공간감과 깊이감을 불어넣었다이게 바로 미술에서 혁명과도 같은 발견이라고 일컬어지는 '원근법'이다그런데 다빈치가 새롭게 발견한 사실곧 멀리 있는 물체는 작게 보일뿐 아니라 윤곽이나 색채가 흐릿해 보인다는 사실은 원근법에서 한걸음 더 나아간 놀라운 지식이었다.

다빈치는 이 발견을 풍경화에 적용해 보았다. 멀리 있는 물체를 그릴 때 윤곽선을 선명하게 드러내지 않고 옅은 물감을 몇 번이고 덧칠해 형태가 뿌옇게 흐려지도록 한 것이다그러자 그림의 깊이가 훨씬 생생하게 드러났다거기에다 풍경이 마치 뿌연 안개에 휩싸인 것처럼 표현되어그 속으로 들어가면 어딘가 신비로운 세계가 나타날 것 같은 여운을 남겼다. (9-10)

 

그런 생각을 하게 된 다빈치는 그 기법을 초상화에 적용하기로 한다.

바로 이것이 다빈치가 개발한 스푸마토’ 기법이다.

윤곽선이나 경계선이 드러나지 않도록 색조를 아주 섬세하고 부드럽게 변화시켜 빛과 그림자를 표현하는 기법이 스푸마토 기법이다이렇게 하면 윤곽선이 연기 속으로 사라지듯 뿌옇게 흐려져 보는 사람에게 신비로운 느낌을 준다. (12쪽)

이런 기법을 썼다는 것을 알고, 이제 <모나리자>를 다시 보면 과연 어떻게 보일지?

 

모네와 칸딘스키서로 통한다.

 

모네로 대표되는 인상파의 그림 특징은 이렇다.

모네가 그린 <인상해돋이>를 살펴보자.

 


 

동이 틀 무렵 항구 위로 아침 해가 떠오르는 풍경을 그린 이 그림은 어디를 보고 그린 것인지 항구의 모습도 정확하지 않았다노를 젓는 사람은 사람 같다는 인상만 주었을 뿐 눈입도 보이지 않고 형태 또한 뚜렷하지 않았다. (42)

 

당시 화가들은 역사 속에 나오는 영웅 이야기나 신화처럼 교훈을 줄 수 있는 이야기를 즐겨 그렸는데인상파 화가들은 일상생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풍경들을 주제로 다루었다그렇다 보니 이런 그림은 품위가 없고 집 안에 걸어두고 볼 만한 가치가 없다고 생각되었다.

 

모네를 비롯한 인상파 화가들은 순간의 인상을 포착하기 위해 세부 묘사를 줄이고윤곽선을 무시하고 강렬한 원색을 붓에 찍어 빠르고 대담하게 색칠했다. (47)

 

그렇게 시작된 인상파를 따라가다 보니뜻밖에도 칸딘스키를 만나게 된다.

 

<건초 더미 연작>

 

1896년 모스크바에서 프랑스 인상주의 전시화가 열렸다.

칸딘스키는 그 전시회에서 모네의 그림 하나를 보고 몹시 당황했다.

 

그가 당황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칸딘스키는 그림을 보고 그것이 무엇을 그린 것인지 알아보지 못한 적이 없었다그런데 그 그림은 아무리 봐도 무엇을 그린 것인지 알 수 없었다안내 책자를 보고 제목을 확인하고 나서야 그것이 건초더미인줄 알게 되었다.

 

그런데 그 그림은 칸딘스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무엇을 그린 것인지도 모르고 본 그림이었는데색채가 어찌나 강렬했던지 화면 구석구석까지 생생하게 떠오를 정도였다. (176)

 

그렇게 모네의 그림은 뒷날 칸딘스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기며 큰 감동을 주었고칸딘스키가 추상 미술의 세계로 나아가는데 용기를 주었다. (180)

 

이제 직접 살펴볼 차례다.

모네의 작품 <건초더미연작 중 하나를 보고 칸딘스키의 작품도 같이 감상해보자.

칸딘스키가 모네의 작품을 보고 무엇을 그린 것인지 몰랐던 것처럼우리도 칸딘스키의 작품을 보면 무엇을 그린 것인지 모를 것이다그러니 그 작품에서 색채와 형태 등을 유심히 살펴보면서 추상화의 경지로 들어가보자.

 


 

 

칸딘스키는 색과 선면 만으로도 음악처럼 감동을 줄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이 책인상파 화가들의 기법을 차용해서

 

위에서 모네를 비롯한 인상파 화가들은 순간의 인상을 포착하기 위해 세부 묘사를 줄이고라는 말을 인용한 바 있는데이 책의 서술 방법이 그렇다.

 

화가들을 다루면서 그들의 생애 전반을 다루지 않고마치 순간의 인상을 포착해서 그림을 그렸던 인상파처럼가장 중요한 시점의 일을 골라서 보여주고 있다.

 

미켈란젤로는 시스티나 성당의 천장화를 그린 것,

렘브란트는 <프란스 반닝 코크 대위가 중위에게 시민 사수대의 출발 명령을 내리다>를 그린 것을,

고흐는 고갱과 같이 지내던 시절을,

세잔은 볼라르라는 사람의 초상화를 그리던 이야기를,

이밖에도 많은 화가들의 반짝이는 장면장면을 잘 묘사해 놓고 있다.

 

우리 화가도 다루고 있다.

 

이 책에서 특기할 사항 하나는우리 화가들도 다루고 있다는 점이다.

 

신사임당정선김홍도장승업이중섭박수근.

 

우리 화가들이 그린 산수화에 대하여 이런 정리간단하게라도 해두고 싶다.

 

조선 초기까지는 우리 자연의 실제 모습을 그리는 전통이 없었다중국의 산수화를 그대로 모방한 관념 산수화가 유행했다.

 

조선 후기가 되어우리 산수의 아름다움을 그리자는 움직임이 일어났다그렇게 해서 진경산수화가 탄생한다.

특히 김홍도는 치밀한 묘사와 대담한 구도로 우리 자연을 그려 진경산수화를 완성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67)

 

조선 말기가 되자진경산수화를 비판하는 움직임이 일어났다이러한 흐름을 이끌던 사람이 김정희였다그는 진경산수화가 대상을 있는 그대로 그리는 일에 지나치게 매달리면서 그 밑에 숨은 뜻을 표현하는 일에 소홀하다고 비판했다. (67)

 

다시이 책은?

 

이 책은 어린이와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고 있지만 내용이 위인전이 아니라는 것말해둔다.

 

어린이용이라면내가 잘 못 알고 있는지도 모르겠지만주인공은 먼저 어린이로 등장한다어린이인 주인공이 어려운 환경을 이겨내고 성공한다는 줄거리로 이야기를 끌어가는 것이 일반적인데이 책은 전혀 그런 게 아니다.

다 큰 주인공이 등장하는데 그의 생애 중 가장 특별한 것 한 두 가지를 선별하여 깊게 파고들어 보여준다. ‘순간 포착이라고 할까그건 위에 인상파 기법이라고 말해 둔 바 있다.

 

저자는 머리말에서 단순히 지식을 얻는데 머물지 말고세계를 바라보는 더 넓고 깊은 시선을 얻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썼다고 말하는데그말 백번 맞는 말이다. 이 책을 통해 세계와 그림을 바라보는 넓고 깊은 시선 얻을 수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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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낼 수 없는 대화 - 오늘에 건네는 예술의 말들
장동훈 지음 / 파람북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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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낼 수 없는 대화

 

그림을 다시 보게 해준, <이카루스의 추락>

 

그림을 생각하며 다시 보게 된 계기가 있다.

그리스 신화를 공부하면서 본 한 폭의 그림이다.

피테르 브뤼헐의 <이카루스의 추락>이란 그림이다.

 

보통 그리스 신화를 주제로 하여 그린 그림은 척 보면 무엇을 그린 것인지 알 수가 있다그 대상이 그리스 신화의 스토리를 품고 있는 것이다그런데 그 그림은 달랐다.

분명 제목을 보면 이카루스가 하늘을 날다가 추락한 이야기에 바탕을 둔 것인데이카루스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 것이다. 그러나 그림을 자세히 살펴보다가 브뤼헐의 숨은 의도를 알아차렸다.

 

저자도 나와 같은 생각을 한 모양이다이런 말을 한다.

 

내게 브뤼헐이라는 이름을 기억하게 만든 첫 작품은 <이카루스의 추락>이었다동틀 무렵인지한낮을 지난 오후인지 해가 수평선 저쪽에 있다농부는 밭을 갈고목동은 양을 치고낚시꾼은 고기를 낚고한껏 바람을 머금은 범선이 바다로 나가는유럽 여느 해안가 마을 어디서나 있을법한 풍경이다거기서 화면 오른쪽 구석 고꾸라진 발만 보이는 이카루스를 찾기란 쉽지 않다. (........) (100)

 

그렇게 해서 찾아낸 브뤼헐의 천재성을 이렇게 말한다 

브뤼헐의 천재성은 아마도 이 두 개의 전혀 다른 농도의 시간을 한 화면 위에 잡아두고 있는 점일 것이다새가 낮게 날며 바라보는 듯한 시점은 저 아래 제아무리 어떤 끔찍한 변고가 있더라도 화면을 풍경화처럼 고요하게 지켜낸다어쩌면 브뤼헐은 이 의 시선과 저 아래’ 벌어지는 사건 사이의 공간을 비워둠으로써 오히려 이 공간이 얼마나 끔찍한 것이고그 크기만큼 인간이 얼마나 참혹한 존재가 될 수 있는지 폭로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102)


 

 그림을 보면서 이 글을 읽어보면그 그림이 다시 보일 것이다.

그의 그림의 특징하나 더.

 

브뤼헐 작품의 특징이라면 그 어떤 주제라도 조망하는 듯한 풍경화의 시점을 고수한다는 것이다. (97)

 

신부인 저자가 이 책을 쓴 이유는?

 

그런 글과 그림이 가득한 이 책의 저자는 현직 사제즉 신부다.

신부인 저자가 이 책을 쓴 이유는그가 세상에 건네야 할 말이 있기 때문이다.

 

제 2차 바티칸 공의회 폐막 직전에 당시 교황 바오로 6세가 교서를 발표했는데그 첫 문장은 이렇게 시작한다.

 

교회는 자신이 살고 있는 세상과 대화해야 합니다교회는 세상에 해줄 말이 있고 건네야 할 메시지가 있으며 나누어야 할 대화가 있습니다.” (9, 190,208 )

 

저자는 교황의 교서를 성실히 수행하고 있다자신이 살고 있는 세상과 대화를 해야 한다는 그 선언그림을 통해 저자는 우리에게 말을 건네고 있는 것이다.

 

무엇을 말하고 있는가그는 그림과 그림을 그린 화가에게서 다음과 같은 것들을 찾아내 보여준다.

 

에드워드 호퍼의 그림에서

 

에드워드 호퍼의 그림을 읽고 곧이어 과르디니의 근대의 종말을 찾아내어다음과 같은 말을 해준다인간 상실이 어디에서 비롯되었는지를 깨닫게 해주는 성찰이다.

 

태초의 인간은 자연을 포함한 외부 세계와 조화를 이루며 살아왔다인간은 자연에서 살아남기 위해 도구를 고안해냈지만그가 부리는 힘은 어디까지나 도끼나 곡괭이처럼 신체 일부와 결속될 때만 발휘되는 것으로 여전히 인간적이었다아직은 자신의 감각기관으로 파악하고 체험하는 범위안의 힘이라 자연의 형태나 본질을 전면적으로 바꾸는 일은 벌어지지 않는다한마디로 자신을 자연에 맞추어 들어가면서’ 자연을 다스렸다는 것이다.

하지만 기계 문명의 출현과 함께 비약적으로 강해진 힘은 감각기관으로부터 완전히 떨어져 나가 더는 그 크기를 가늠할 수 없는 일종의 낯선’ 힘이 되었다한계와 통제를 벗어난 이 힘은 인간이 외부 세계와 맺던 관계를 왜곡했고 마침내 인간 자신의 상실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33)

 

주세페 펠리차 다볼페도의 그림에서

 

신화와 성서에서이전의 세상에서 분명 존재했지만 존재하지 않았던’ 이들이 비로소 역사의 무대에 올라선 것이다.(65)

 

존재했지만 존재하지 않았던’ 이들이 어떻게 무대에 올라섰는가는 다볼페드의 그림에서 확인할 수 있다.

<굶주림의 대사들>, <범람>, <4계급>

<4계급>은 인터넷에서 얼마든지 찾아볼 수 있다인터넷 시대가 주는 축복이다.

 

화가의 시선에 시선을 보낸다.

 

오노레 도미에 :

그의 그림이 뿜어내는 알 수 없는 온기와 위로는 단순히 이런 표현 기법의 차이 때문이 아닌 그만이 가지고 있는 독특한 시선’ 에 있다. (137)

 

한스 홀바인이 그린 에라스뮈스의 초상 :

 

그의 초상 모두가 섬세한 손 묘사와 더불어 대개 초상화에서 인물의 정치적이고 지적인 개성을 강조하고자 사용하던 측면 초상으로 그려진 것은 홀바인이 그를 단순히 작품의 대상으로만 바라보지 않았음을 말해준다. (170)

 

오윤의 현실주의 :

 

그의 현실주의는 그러니까 있는 그대로의 현실 고발이 아니라 어쩌면 현실의 조금 앞쪽잃어버렸지만 잃어버리지 말았어야 했던 것들과 그래서 되찾아와야 할 것들에 관한 이야기인 것이다. (189)

 

또한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변화시대의 변화.

그 예로, 2019년 12월 23일 프란체스코 교황이 한 성탄 인사에서 다음과 같은 변화를 읽어낸다.

 

핵심은 오늘날 교회가 경험하고 있는 것이 단순히 모든 것이 빠르게 변하는 변화의 시대만이 아니라 그보다 더 근본적 차원의 세기적 전환곧 시대의 변화임을 자각해야 한다는 것이다. (194)

 

그래서 저자는 그 변화의 하나로코로나 19로 인한 세상의 변화에 민감하다.

이런 글을 추려내어 들려준다.

 

전염병 이후 도래할 세상을 두려운 마음으로 전망하는 경제학자 홍기빈은 예측이 안되는 상황에서 우리가 미래를 대하는 방식은 결단이라고 말한다. (86)

코로나 사피엔스홍기빈 외, 116)

 

세상도 교회도 또 한번 거대한 전환’ 앞에 서있다그 누구도 장담할 수 없는 혼미한 내일이다우리는 지금 어디쯤 있는 것일까팬데믹 선언 직후 곳곳에서 피어나던 인문학적 성찰은 온데간데 없고 어느새 전염병의 종식과 박멸만이 모든 담론을 집어삼킨 듯 하다. (279)

 

르네상스 미술에 대한 기록들

 

그런 변화 중의 하나로저자는 르네상스 시대의 변화에 대하여도 관심을 기울인다.

그래서 여기저기 르네상스에 대한 언급을 많이 하고 있는데그 중 몇 개 적어둔다.

 

마사초를 말할 때면 어김없이 언급되는르네상스 이후의 근대적 세계관을 엿볼 수 있는 원근법을 처음 그림에 들여왔다거나... (13)

 

흔히 르네상스의 의미를 인간의 재발견이라고 정의하지만그래서 왠지 고상하고 관념적으로 들리지만예술가들에겐 매우 현실적인 변화를 의미했다. (108)

 

투시 원근법단축법비례법 등 르네상스 미술이 축조한 용어들은 그러니까 단순히 조형기법의 변화만이 아니라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그 시대가 맞이한 인식론적 전환을 상징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247)

 

고대나 중세 미술이 평면적인 까닭은 표현력의 한계 때문이라기보다는 관심사 자체가 달랐기 때문이다. (249)

 

자연의 모방으로 시작된 서구회화는 르네상스를 거치며 원근법과 소실점 등 대상을 좀 더 실제처럼 보이기 위한 기술들을 고안해냈다. (268)

 

중세를 거치면서 르네상스 시대가 어떻게 시대의 변화를 이루어냈는지지금 이 시점에서 살펴봐야 할 대목이기도 해서옮겨 보았다.

 

다시이 책은?

 

이 책은 단지 그림을 감상하거나 하는 차원에서 끝나는 게 아니다.

 

저자는 신부이기에 하나님의 말씀이 이 땅에 어떤 식으로 전해져야 하는지에 대해 민감하다.

해서 그 말씀이 평범한 말이 아니라현실에 내려앉는 말이 되기를 바란다현실에 맥을 못추는 말이 아니라현실을 움직이게 하고 변화시키는 말을 원하는 것이다.

 

그는 교황의 말을 구체적인 예로 든다.

 

저 멀리 있는 늙은 교황의 말에 귀를 기울일 이유가 여기 있다교황이라서가 아니라 그가 다시 끄집어낸 말들과 그 방식 때문이다. ‘설교대의 말들이라도 그의 입을 거치고 나면 항상 단단한 몸통을 얻기 때문이다손을 뻗으면 금방 만져질 것처럼 말이다. (209)

 

저자의 말이 공감은 되지만교황의 말을 들어본 적이 없어 아쉽다.

대신 저자가 교황의 뜻을 받들어그림을 통해 그림 속에서 읽어낸 것들을 통해 타인의 고통을 살펴보고그런 아픔과 연대하려는 그 마음을 이 책에서 읽을 수 있었다.

 

독자들은 이 책을 읽으면서 본격적으로 그가 세상에 건네고 싶은 말을 들을 수 있다해서 그림이 이렇게도 말하는 것이구나하는 깨달음 얻을 수 있을 것이며또한 이 책의 제목이 왜 끝낼 수 없는 대화인지도 알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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퀀텀의 세계 - 세상을 뒤바꿀 기술, 양자컴퓨터의 모든 것
이순칠 지음 / 해나무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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퀀텀의 세계

 

먼저 이런 글읽어보자.

 

이 책 전체를 통해 전하고 싶은 중요한 메시지가 두 개 반 있는데그중 첫 번째가 바로 지금 소중한 지면을 할애해서 이야기하고 있는 양자물리는 아무도 이해할 수 없다는 사실이다이 사실만 제대로 전달이 되어도 책값은 했다고 느낀다이해가 되지 않는 것이 당연하며만일 마지막 쪽까지 읽고 덮었을 때 양자물리가 이해된다고 생각한다면 책을 제대로 읽지 않은 것이다사과 맛에 대한 설명을 아무리 들어도 직접 먹어본 느낌을 가질 수는 없다는 점을 받아들여야 한다이해를 포기하면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읽을 때처럼 재미있을지도 모른다.” (31-32)

 

이건 무슨 말일까독자들에게 던지는 격려용 미끼가 아닐까?

당신들이 이 책을 읽고 양자물리를 아무리 이해하려고 해도 안 될 거야용용 죽겠지?’

 

귀여운 미끼다해서 책을 더 열심히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더더욱 들었다.

양자물리대체 무엇인가무엇이 그리 어렵게 만들었을까?

 

양자컴퓨터는 물리학과 수학철학전자공학컴퓨터공학 등이 융합된 연구 분야이기 때문에앞으로 늘어놓을 이야기는 독자의 배경에 따라 때로는 어려울 수도 있다.”(32)

 

물리학과 수학철학전자공학컴퓨터공학 등이 융합된 연구라는 말에 일단 한 번 겁을 먹게 되고그다음 말에 다시 겁을 먹게 된다이과가 아니라서.

 

그래도 위안이 되는 말이 있다이런 말.

 

쉽게 설명한다고 본질을 빼놓고 껍데기만 이야기하면 결국 제대로 알지 못하게 되므로뼈대가 되는 주제는 어려워도 설명을 피하지 않았다다만 선행 지식이 없어도 읽을 수 있도록 양자컴퓨터의 원리를 이해하는 데 필요한 지식은 모두 설명했다.” (32)

 

이 책의 구성을 살펴보자.

 

1영자의 전성시대

2양자의 암흑시대

3양자의 르네상스

4암호

5양자컴퓨터의 현재와 미래

 

저자가 말한 것처럼, 양자컴퓨터의 원리를 이해하는 데 필요한 지식은 모두 설명했다.

해서 양자 컴퓨터의 역사에 대해그리고 미래에 대해 자세히 살펴볼 수 있다.

 

양자 물리와 양자 컴퓨터에 대하여

 

양자물리의 핵심 내용은?

이 세상 삼라만상은 모두 입자인 동시에 파동이다. (33)

 

양자 컴퓨터가 고전 컴퓨터보다 혁신적으로 빠른 이유는 양자 세계의 중첩 성질 때문이다. (74)

 

결국 논란의 핵심즉 우리가 이해하지 못하는 양자 물리학의 핵심은 물질파의 중첩으로 귀결된다. (87)

 

양자 컴퓨터의 조건 :

첫째로큐빗이 있어야 한다.

둘째읽기쓰기가 가능해야 한다.

셋째큐빗 간에 상호작용이 있어야 한다.

넷째결맞음 시간이 있어야 한다. (213-216)

 

회절이란 용어는 에돌이.

 

이 책에서 처음 듣는 말이 있다. 파동을 설명하는 말 중 이런 게 등장한다.

파동은 굴절반사에돌이간섭 등의 성질을 가진다. (53)

 

그런데 에돌이가 무슨 말일까?

 

한국물리학회에서 용어집을 만들 때 '회절'이라는 단어 대신 우리말로 새롭게 만든 용어다.

에둘러서 돌아간다는 뜻이다.

'에돌이'란 파동이 모서리를 돌아가는 현상을 말한다.

 

평행우주론 (82)

슈뢰딩거의 고양이 실험 (84)

 

설명이 재미있다.

 

이 책의 저자가 이 책을 쓰면서 수고한 흔적이 역력하다.

온 힘과 정성을 다하여 설명을 하고 있다는 것을 첫페이지부터 느낄 수 있다.

책의 모든 페이지에 저자가 심혈을 기울여 설명을 하고 있는데,  그런 설명이 이해를 하는 데 도움이 되는지는 차치하고 일단 재미있다.

군데군데 흥미있는 일화도 소개하면서유머도 곁들여서 독자들을 끌어당기고 있다.

재미있는 이야기도 들어있다.

 

암호와 관련하여 :

카이사르가 브루투스에게 살해당한 날에도위험하니 조심하라는 메시지가 암호문으로 전달되었지만 결국 받아보지 못한 채 죽었다. (241)

독일 보트의 암호가 알려지게 된 계기 (245)

 

<물리학자들이 사는 세상>

 

각 챕터마다 '물리학자들이 사는 세상'이라는 코너를 통해 저자는 생각할 거리를 던져준다.

예컨대, <젊은이들에게같은 것이다.

저자가 학문 연구에 대한 경험을 토대로 젊은 후학들에게 보내는 글인데이런 말 기억해 두고 싶다.

 

인생이란 당신이 숨을 몇 번이나 쉬었는지가 아니라숨막히는 순간이 몇 번이나 있었는지로 평가되는 것이다.”(320)

 

또한 다른 것중물리와 관련없을 것 같은 로제타 스톤의 문자를 해독하게 된 이야기가 소개되고 있는데그게 바로 물리학자인 토마스 영의 수고가 있었다는 것도 소개한다. (67)

 

다시이 책은?

 

양자물리를 이해할 수 없는 이유는 인터넷 강의가 양자물리에 대한 모든 내용을 친절하고 자세하게 가르쳐주긴 하지만 결정적인 비밀 하나를 절대 말해주지 않기 때문이다그 비밀이란 바로 양자물리는 들어도 이해할 수 없다는 사실이다. (24)

 

이책의 저자양자 물리에 관한 사항을 친절하고 자세하게 가르쳐주고 있다.

지나칠 정도로 여러 가지 방법을 동원하여 설명을 시도하고 있다. 

하지만이 말 그대로 몇 번을 읽어도 내가 속시원하게 남에게 설명할 수 있을 정도로 이해가 되지 않는다해서 아쉽다.

그래서 이런 말이 이해가 된다. 

양자컴퓨터는 우리 문명 전반에 걸쳐 혁명적 변화를 가져오겠지만미래에 전개될 세상의 모습을 조망하기는 쉽지 않다미래의 전망은 물리학자들보다는 양자컴퓨터가 무엇인가를 정확히 이해한 미래학자들의 몫이라 생각한다.  (314).

 

이 책을 몇 번 더 읽고 그 때 다시 리뷰를 쓸 것인데, 바라기는 그때 이 책에서 설명하는 양자물리에 대하여 나름대로 이해한 바를 설명할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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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을 까발린 영화감독 세르조 레오네
박홍규 지음 / 틈새의시간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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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을 까발린 영화감독 세르조 레오네

 

미국을 까발리다니?

 

책 제목이 자못 도발적이다미국을 까발린 영화감독 세르조 레오네

까발리다니미국이란 나라를 까발린단다영화감독 세르조 레오네가.

어떤 미국이라는 것을 까발리는가?

 

독일군이 돌아가고 미군이 이탈리아를 점령하자 그 전에 종교처럼 숭배한 아메리카 드림에 대한 실망이 찾아왔다그들도 독일군과 다르지 않았기 때문이다유일한 차이는 전승국의 군인이었다는 점뿐이다극단적인 물질숭배자이고 소유주의자이자 쾌락주의자인 그들은 전후 빈곤에 시달리는 이탈리아에서 갖가지 저열한 욕망에 젖었다그들은 레오네를 비롯하여 이탈리아 청소년들이 헤밍웨이나 챈들러의 소설에서 읽은 미국인과는 너무나 달랐다정통 서부극에서 보았던 미국인들과도 전혀 다른 인종들이었다그런 의식의 변화가 레오네의 서부극을 낳게 된다. (96)

 

그렇게 해서 레오네는 레오네만의 독특한 서부극을 창조하는 데 성공한다.

 

다음과 같은 사실을 레노네는 까발린다.

 

미국이 멋진 나라라는 공식그 선전적 역사를 뒤집어 미국은 폭력 위에 세워졌다는 진실을 폭로했다. (172)

 

어떻게 까발리는가?

 

이전 서부극에서는 주인공이 항상 긍정적인 성격으로 묘사되어 폭력장면이 거의 없고따라서 리얼리즘이 부족했지만 자신의 서부극에서는 리얼리즘을 살렸다는 점,

과거의 서부극에서는 주인공들이 모두 패션모델 같은 선남선녀였지만 자신의 서부극에서는 지저분하고 인간적인 복장을 하도록 연출했다는 점, (.......) (143)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에 비해 <석양에 돌아오다>는 모럴이 없다남북 전쟁은 더러운 역사로 배경이 되어줄 뿐이고영화에 나오는 세 사람에게는 완전히 남의 전쟁이다이는 소년 레오네가 2차 대전 때 느낀 감정과 조금도 다를 바 없다그래서 전쟁은 풍자의 대상일 뿐이다. (178)

 

레오네는 출발부터 완전히 달랐다서부가 소멸하는 시기의 서부극의 영웅들인 옛날 사람들과 새로운 철도 시대의 대비를 통해 미국 건국 역사의 실체를 보여주고자 했다가령 사업가가 되고자 하는 야심을 품고 철도회사에 고용된 킬러 프랭크(헨리 폰다 분)와 복수심에 불타는 마지막 개척자인 하모니카(찰슨 브론슨 분사이의 결투 앞에철도 부설로 재벌이 된 모턴과 같은 자들에 의해 곧 황금시대가 끝나는 것에 관한 음울한 대화를 끌어낸다. (201)

 

세르조 레오네그는 누구인가?

 

세르조 레오네그는 이탈리아 영화감독이다.

그런 그가 만든 7편의 영화중 6편은 미국의 이야기를 다룬 것이다.

그는 미국에서 살지도 않았다영화 일로 잠깐씩 들렀을뿐이다. (25)

 

이 책에서 저자는 다음 7편의 영화를 그의 작품으로 소개한다.

 

<로도스의 거상>

<황야의 무법자> : 원제는 <돈 한 웅큼> ( A Fistful of Dollars)

<석양의 무법자> : 원제는 더 많은 돈을 위해> ( For a Few Dollars More)

<석양에 돌아오다> : 원제는 <좋은 놈나쁜 놈추한 놈> (The good, the Bad, the Ugly)

<옛날 옛날 서부> (Once Upon a Time in the West)

<석양의 갱들> : 원제는 <엎드려멍청아!> (Duck, You Sucker!)

<옛날 옛날 미국> (Once Upon a Time in America)

 

그런 그가 미국을 까발리는 영화를 만들게 된 계기는 위에 밝힌 바와 같다.

 

그의 생애에서 기록할만한 것하나.

그는 영화를 보다가 죽었다그러니 영화 인간이라 할 수 있는데, 자세한 이야기는 이 책 31쪽을 참조하시라. 

 

레오네의 영화를 이해하기 위하여

 

특히 레오네의 영화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영화 자체에 대한 이해는 물론 음악미술문학역사정치그리고 영화사 전반에 대한 지식이 필요하다. (11)

 

그래서 저자는 이 책에 다양한 배경지식을 담아놓았다.

몇 개씩만 적어 둔다.

 

음악 :

음악 인간 모리코네 (36)

 

문학 :

현대의 많은 문화 이론가는 복잡한 현대사회를 분석하기에 고대 그리스 신화나 예술은 너무 단순하다고 생각했으나.... (57)

 

여기가 로도스다여기서 뛰어내려라. (117)

http://blog.yes24.com/document/15644737

 

그의 영화는 성서그리스 비극문학등 다양한 영역에 깊은 뿌리를 두고 있다.

예컨대, ‘무명인이라는 말은 그리스 서사시인 오디세이아에 나오는 말이다.

괴물이 오디세우스에게 이름을 묻자그는 nobody 라 대답한다. (154)

 

역사 :

이탈리아의 짧은 역사 (63)

 

영화사 전반에 대한 지식 :

서부 인간 클린트 이스트우드 (42)

아나키스트 채플린 (58)

이탈리아 초기 영화와 단눈치오 (66)

일본 감독 구로사와 아키라가 서부극에 끼친 영향 (144)

 

다시이 책은?

 

그의 영화는 대부분 미국을 배경으로 하지만 그 내용은 그의 조국인 이탈리아는 물론 유럽나아가 세계 어느 나라에서나 볼 수 있는 보편성을 가진다. (36)

 

그래서우리가 이 책을 읽고 세르조 레오네를 알아야 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그동안 오해하고 있던 것하나 바로잡는다.

 

예전에 보았던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주연한 무법자 영화에서그의 모습이 얼마나 멋지게 보였던가냉정한 모습으로 시가를 입에 물고 등장하여 몇 십대 일의 결투에서도 살아남아표표히 길을 떠나는 그의 모습그게 서부극의 또다른 모습인줄 알았는데그게 아니었던 것이다그건 레오네가 치밀하게 엮어낸 반서부극이었다는 것이다그걸 이제 알게 된다.

 

이 책으로 까발리는 자와 까발림당하는 나라확실하게 알 수 있다.

그러한 것역시 영화의 순기능이라 할 수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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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의 예술
레이먼드 챈들러 지음, 정윤희 옮김 / 레인보우퍼블릭북스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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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의 예술

 

이 책엔 모두 5편의 추리소설이 담겨있다. .

하드보일드 스타일의 추리소설그러니 잘 읽힌다.

 

하드보일드는 자연주의적이고 폭력적인 주제가 일단 등장하고일어난 사건을 냉철하고 냉담하기조차 한 주인공이 해결해 나가는 소설이다. 

그래서 등장인물들의 심리보다는 행동을 묘사하는데 중심을 두고 있다.

영화로 만들기 딱 좋은 소설이다화면이 휙휙 빠르게 지나가는 영화라 생각하면 될 것이다.

 

여기 수록된 작품 모두 그렇다.

 

<황금 옷을 입은 왕>

<영리한 살인자>

<사라진 진주 목걸이>

<호텔 방의 여자>

<시라노 클럽 총격 사건>

 

벌어진 사건을 해결하는 주인공은 모두 사립탐정이다.

사립탐정은 면허제이다다음 대화를 들어보자.

 

당신 아직도 사립 탐정 면허 가지고 있나?”
어디 있을텐데.....”

그럼 우리가 뺏으면 되겠군.” (298)

 

경찰과 사립탐정 카마디의 대화(<시라노 클럽 총격 사건>)에서 미국에선 사립탐정이 면허제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또 하나의 특징은 그 탐정들이 호텔에서 일한 경력이 있고그러니 사건의 발생 장소도 호텔이 주로 등장한다.

 

호텔의 경비원으로 일하다가 쫓겨난 스티브, <황금 옷을 입은 왕>

호텔 무선실 담당 토니, <호텔 방의 여자>

호텔의 소유주이기도 한 사립탐정 카마디, <시라노 클럽 총격사건>

 

그렇게 그들은 사건의 현장에서 일하면서 그 바닥의 생리를 몸으로 깨달은 사람들이라머리보다는 몸이 먼저 작동한다그래서 하드보일드 스타일의 작품에 알맞는지도 모른다.

 

책을 펴들면 승부욕 급상승

 

추리소설을 읽기 시작하면 뇌가 운동을 시작한다하드보일드 스타일의 이 책에서는 말해 무엇하랴?

 

저자와 한판 승부를 시작하려는 결기가 솟아나는 것이다.

한번 해볼까누가 먼저 범인을 알아차리는지 볼까하는 승부욕으로 뇌는 아연 활기를 띄기 시작한다그래서 추리소설은 마음의 양식을 넘어 마음의 활력소가 되는 것이다.

 

작가는 행간 곳곳에 단서를 흘리고묻어 놓는다독자들은 그런 작가들의 트릭을 하나 하나 파헤치면서 그 틈을 파고 들어 범인을 찾아내야만 하는 것이다.

 

몇 가지 소개한다.

 

<영리한 살인자> : 관자놀이 살인사건

 

추리소설에 어김없이 등장하는 트릭이 하나 있다바로 관자놀이 살인사건이다.

예컨대 이런 살인사건이 발생한다.

 

오른쪽 관자놀이에 검게 그을린 구멍이 보였고레이스처럼 현란한 핏자국이 얼굴 옆면과 목선을 가로질러 부드러운 셔츠 깃까지 길게 흩어져 있었다. (110)

 

관자놀이에 총을 맞았다는 말이 나오면 반드시 그 뒤에 오른손이니 왼손이니 하는 게 등장한다여기서도 마찬가지다그 다음 말을 읽어보자.

 

오른손은 두꺼운 카펫 아래 있었다손가락 사이에는 검은색 소형 권총을 쥐고 있었다. (110)

 

그렇게 등장한 관자놀이 살인사건결말을 살펴보자.

 

그 말인즉슨월든이 자살하지 않았다는 거죠총은 오른손에 있었어요몸싸움의 흔적도 없었고관자놀이에 생긴 총상은 총알이 발사되면서 화상을 당한 거라 정확히 조준한 것 같더군요그 얘기는 누가 쐈는지 몰라도 월든 가까이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사람이라는 뜻이에요아니면 술에 취해서 정신이 없는 상태였던가그 경우라면 열쇠를 가진 사람일 가능성이 있겠죠.” (118)

 

관자놀이에 총상을 입었다하면그건 자살이 아니라 타살인지 아닌지 살펴봐야 한다해서 피살자가 왼손잡이인지 오른손잡이인지, 그것부터 확인다행하게도 작가는 그것은 분명히 밝혀준다그러니 이제 그 사건은 타살로 인한 살인사건인 것이 밝혀지고그 다음 순서로 이제 탐정의 활약이 시작되는 것이다.

 

<사라진 진주 목걸이> : 진주 목걸이가 등장하면?

 

이 작품엔 진주 목걸이가 등장한다제목부터 진주 목걸이가 등장한다.

<사라진 진주 목걸이>

 

사립탐정 월터는 약혼자인 엘런으로부터 사라진 진주 목걸이를 찾아달라는 부탁을 받는다.

자기가 간호하는 펜러덱 부인의 목걸이를 찾아달라는 것이다.

크기가 고른 49개의 분홍진주알로 만든 목걸이가 도난당했으니찾아달라는 것인데 그 목걸이는 가짜 진주즉 모조품이라는 것이다.

 

부인이 진짜 진주 목걸이를 팔고 모조품을 만들게 한 거야.

그런데 모조품이면 왜 애써 찾으려는 거야?

부인은 누군가 그 목걸이가 모조품인 걸 알게 되어서 그 사실을 폭로한다고 협박을 할까봐 더 걱정하고 계셔. (169)

 

월터와 약혼자인 엘런의 대화중 주요한 부분이다.

그렇게 해서 월터는 그 목걸이를 찾으러 나선다.

 

여기서 독자들은 뭔가 진주 목걸이 하면 떠오르는 게 있을 것이다.

모파상의 <진주 목걸이>에 등장하는 진짜 목걸이와 모조품 목걸이.

 

해서 이 작품에 등장하는 모조품 목걸이가 과연?

그런 의심이 합리적이다.

 

사실 그 진주 목걸이가 모조품이 아닐 가능성이 많습니다.”

말투는 투박한데 머리는 꽤 영특한 친구로군.(.........) 자네 생각이 놀라울 정도로 적중했다네월터군.” (208)

 

그렇게 해서 모조품 진주 목걸이를 찾는 게 아니라진짜 진주 목걸이를 찾아야 하는 임무를 맡게 된다과연 그걸 훔쳐간 범인은 누구일까?

 

단서?

맨처음 의심을 받은 사람이 범인일 가능성이 높다과연 그럴까?

 

다시이 책은?

 

추리소설을 읽을 때에는 급하게 서두르지 말자.

내가 사건 해결을 위해 사건 현장에 투입되어 활약하는 사립탐정이 되어차근차근 주어진 정보를 검토하면서사건을 복원해 보는 것이다.

작가는 그렇게 독자들이 스스로 해결할 정도의 정보를 여기저기 숨겨 놓는다.

그걸 얼마나 잘 찾아내어사건을 해결하는가 하는 점이 독서의 재미를 좌우한다.

 

여기 제시된 다섯 개의 사건그중에 몇 개나 해결할 수 있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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