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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유럽 - 당신들이 아는 유럽은 없다
김진경 지음 / 메디치미디어 / 2021년 11월
평점 :
오래된 유럽
역사에 관심이 있어, 역사공부를 제법 했다.
해서 동양, 서양 역사에 대하여 제법 안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이 책을 읽어보니, 그건 옛날 이야기였다.
읽은 것, 서양 쪽 역사 특히 유럽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은 이 책 제목처럼 『오래된 유럽』이었다.
‘오래된 유럽’에 대하여 알고 있었으니, 머리에 담겨 있던 지식들을 이 책의 것들로 모두 갈아 끼워야했다. 업데이트.
저자는 한국에서 태어났으나, 현재 스페인 남편과 함께 스위스에서 살고 있다. 해서 스위스와 스페인를 비롯한 유럽에 대하여 따끈따끈한 현재 소식을 들려줄 수 있는 것이다.
먼저 이런 것 한번 들어보자.
외국인들은 우리 한국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매스컴에서야 K - 문화니 BTS니 읊어대지만, 실제 밑바닥에서는 우리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유럽 사람들에게, 아시아에 대한 이미지는 어떤 것일까?
그쪽 교육과정에서는 아시아에 대하여는 유럽과 접점이 있는 부분 정도 배우는데, 알렉산더 대왕과 징기스칸의 정복 루트, 아시아까지 이어진 마르코 폴로의 탐험로, 남부 스페인을 점령했던 무슬림 세력, 아편 전쟁, 2차 세계 대전에서 일본의 역할들이 그것이다. (8쪽)
그러니 우리나라에 대하여는 구체적으로 알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 그런 교육 과정 이외의 부분에 대한 아시아의 정보는 어떻게 듣게 되는가?
전통적인 루트는 일본 애니메이션, 중국 무술 영화, 유럽 전역에 널린 저가 중국 식당, 일본과 한국의 전자 제품, 중동의 전쟁이나 북한의 독재자를 다룬 국제 뉴스다. (8쪽)
그래도 요즘은 전보다 나아졌단다. K 드라마와 K 팝 덕분에.
그 정도로 알고 있는 우리나라, 해서 이런 경험 있을 것이다.
유럽 여행을 할 때, 국적을 물어 Korea 라고 답하면 꼭 돌아오는 질문이 있다.
south or north?
이 책에는 다음과 같이 4개의 챕터에, 21개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1부 코로나19, 상식을 뒤엎다
2부 유럽의 민낯
3부 논쟁으로 보는 유럽 사회
4부 코로나 시대와 다문화
첫째, 코로나 19로 전 세계가 몸살을 앓고 있는데 유럽 상황은 어떨까? 여기 그 실상이 잘 소개되고 있다.
코로나 발생당시 스위스에서는 마스크를 구할 수 없었다 한다.
중국에서 바이러스 전파 소식이 들려온지 두어 달이 지나도록 유럽이 사실상 바이러스에 전혀 대비하지 않았다. (13쪽)
그런데 다행으로 저자는 재외동포의 자격으로 한인회에서 마스크를 구입할 수 있었다 한다.
그때 저자의 남편왈,
“제 1세계에서 보급품이 도착했네, 한국인이라서 좋겠다.”
전세계가 바이러스 앞에서 정신 못차리고 있는데 바다 건너 자국 교민에게까지 마스크를 보내는 한국정부에 대한 부러움이었다. (4쪽)
그런 사항을 시작으로 스위스, 스페인등 유럽 각국이 어떻게 코로나에 대처하고 있는지를 자세하게 알려주고 있다. 단편적인 사건 위주가 아니라, 유럽의 보건체제, 의료보험 체계, 코로나로 인한 경제적 영향까지 다각도로 심층적인 분석을 해서 실상을 알려주고 있다.
둘째, 우리가 민주주의 모범으로 알고 있는 스위스, 과연 그럴까?
직접민주주의는 이상적인 단어지만, 그에 속한 구성원에 따라 많은 것이 좌우된다. ‘국민이 직접 결정한다’는 것과 포퓰리즘은 어쩌면 종이 한 장 차이일 수도 있다. 국민투표라는 제도는 ‘다수결’과 ‘소수 의견 존중’이라는 민주주의의 두 원칙 중 어느 것에 더 무게가 실려야 하는지 생각하게 만든다. 역사학자 유발 하라리는 국민투표와 선거가 언제나 인간의 느낌에 관한 것이지 이성적 판단에 관한 것이 아니라며, 국민투표를 ‘감정의 인형극’에 비유했다. (98쪽)
92쪽에서 저자는 투표 내용 및 결과를 포함한 투표 현황을 보여주고 있는데, 스위스에 직접민주의가 어떤 식으로 운영되고 있는지, 잘 알 수 있다.
참고로 여성에 투표권을 부여하자는 안건은 1959년에는 부결되었으나, 1971년에 통과되었다.
이에 비하여 우리나라는 언제 여성에게 투표권이 주어졌을까?
셋째, 영어 문법이 변하고 있다.
이런 글 읽어보면서 문법상 틀린 곳이 있는지 찾아보자.
We regret to inform you that a staff member who was active in kindergarten. A last week has been tested positive for the Corona virus yesterday evening. They are doing ok, given the circumstance, but are waiting for the more details on their Quarantine expectations.
이런 문장을 접한 우리 학생들은 읽자마자 금방 틀린 곳을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
앞에는 분명 a staff member 라고 되어 있는데, 뒤에 그 사람을 지칭하는 대명사는 They와 their 로 되어 있으니, 당연히 문법상 오류인 것이다.
그런데 이 글이 문법상 틀린 게 없다는 게 유럽의 새로운 트렌드다.
위의 글은 저자의 아이가 다니는 유치원에서 교사 한명이 코로나에 감염되었다는 소식을 전하는 가정통신문이다. 그런데 왜 저런 문법적으로 그릇된 영어를 사용했을까?
그건 확진자의 성별을 감추기 위해서다.
내용상 확진자는 한 명인데, 그 확진자의 성별을 표시하지 않기 위해 he나 she를 사용하지 않고 they로 표시한 것이다.
그렇게 3인칭 단수 대명사로 they 를 쓰는 것이 최근 몇 년 사이 영어에 새로 생겨난 용법이다. (201쪽)
IT 기업에 근무하는 저자의 지인에 의하면 미국에서도 지원자를 지칭할 때 he 나 she 대신 they를 쓰도록 하는 사내 지침이 이미 오래전에 만들어졌다고 한다. (202쪽)
넷째, 스페인의 역사, 최신판이다. (235쪽 이하)
간단하게 연도별 사항만 정리해 본다.
1936년 7월 17일 프랑코 장군의 군부가 쿠데타를 일으켜 ‘스페인 내전’이 시작된다.
공화파를 돕기 위해 전세계 50여개국에서 4만여명이 모여 ‘국제 여단’을 꾸려 참전한다.
이때 헤밍웨이와 조지 오웰도 참여한다.
파블로 피카소가 게르니카 폭격을 항의하는 그림 <게르니카>를 그린 것도 이때다.
1939년 4월 1일, 반란군이 수도 마드리드를 탈환하면서 내전이 끝나고 프랑코 정부의 독재가 시작된다.
1975년 11월 프랑코가 사망하면서 독재가 끝난다.
카를로스 1세가 즉위하여, 나라는 독재체제에서 군주제로 복귀한다.
1977년 망각협정을 맺고 사면법을 통과시킨다.
이 법의 내용은 1976년 12월 15일까지 저질렀던 모든 정치적 행위는 모두 사면 대상에 포함시킨다는 것이다.
2007년 ‘역사 기억법’이 통과되어 프랑코 체제 희생자들의 상황을 조사하기 위한 범정부위원회가 구성된다.
그간 궁금했었다. 이런 것들
외국 사람들에게 ‘구구단’은?
미국이나 유럽에 사는 한국인들이 그 나라 교육에 대해 쓴 걸 보면, 대개 한국이 주입식·암기식 교육인 데 비해 선진국은 구구단 하나도 몇 년 동안 가르치면서 원리를 완벽히 이해시킨다는 설명이 흔히 등장한다. (116쪽)
이런 말 흔히 들어왔다. 우리 교육은 주입식이고 암기 위주의 교육을 시킨다면서 우려하는 목소리에 구구단은 단골로 들어 있는 소재였다. 이에 대한 저자의 견해 들어보자.
그런데 구구단 원리를 이해하는 데 정말 몇 년씩 걸리는 게 사실이라면 어딘가 잘못된 게 아닌가. 만 9살짜리가 더하기와 곱하기의 관계를 이해하는 게 그렇게 어려운 일인가. 막상 내 아이가 3학년에 올라가면서 곱하기를 배우는 걸 보니, 선진국식의 대단한 ‘원리’ 교육이란 건 없었다. ‘무식한 반복’으로 구구단을 암기하는 건 스위스 학교도 마찬가지였다. 다른 점이 있다면 한국엔 구구단 노래가 있고 여긴 없다는 것뿐이다. (116쪽)
우리 교육 무턱대고 폄하하는 소리에 귀 기울일 필요 없다는 것이다.
외국에서 보는 우리 코로나 방역은?
한국에서는 백신 접종을 먼저 시작한 미국과 유럽이 ‘위드 코로나(즉 지금까지의 제한 조치를 일부 완화하고 위중증 환자 관리에 집중하는 새로운 방역 체계)’로 전환했다고, 그래서 일상을 회복했다고 부러워들 한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유럽에선 오히려 한국이 팬데믹 기간에도 일상을 완전히 포기하지 않으면서 방역에 성공했다고 평가한다는 점이다. 국경 통제와 통행금지부터 코비드 증명서 검사까지, 한국에는 없고 유럽에는 있(었)던 정책이다. 프라이버시와 개인의 자유를 생명처럼 여기는 유럽인들에게 이번 팬데믹은 스스로 굳건히 쌓아 올렸다고 생각한 가치가 무너지는 체험의 연속이었다. (338쪽)
외국에서는 우리를 높게 평가하는데, 우리는 자신들을 평가하는데 왜 그리 인색할까?
특히 언론들 말이다.
언론들의 평가 기준이 대체 얼마나 높기에 우리 자신을 깎아 내리기만 하는 것일까?
우리 언론의 실상, 한 가지
스위스에서 기본소득 법안이 국민투표에 부쳐졌는데, 스위스에 거주하는 모든 성인에게 매달 2,500 스위스프랑(약 314만원)을 지급하자는 안이었다.
그런데 이런 소식을 한국에서도 보도하긴 했는데, 어떻게 보도했을까?
당시 한국에서는 2,500 스위스프랑이라는 금액이 비현실적이라는 보도가 많이 있었으나, 사실이 기준에 대하여는 큰 이견이 없었다. (166쪽)
문장 뒤의 ‘사실상 이 기준에 대하여는 큰 이견이 없었다’는 말은 현지 상황을 말한 것이다.
그렇다면, 왜 현지에는 큰 이견이 없었을까?
스위스는 전 세계에서 물가가 가장 높은 나라 중 하나다. 월 소득 기준으로 4인 가구는 4,000 스위스프랑(약 503만원) 이하일 때, 성인 1인 가구는 약 2,300 스위스 프랑(약 289만원)이하일 때 사실상 빈곤층에 해당한다.
그런데 우리 언론에서는 단순비교를 해서 우리 돈으로 314만원이니 비현실적이라고 보도를 한 것이다. 현지 사정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책상에서 계산기만 두드린 것이다. 이게 바로 자의로 해석해서 보도하는 언론의 폐해가 아닐까.
다시, 이 책은?
코로나19 이후 세계 역사는 어떻게 흘러가고 있을까?
위드코로나로 해서 무언가 소망의 빛이 보이는가 싶었는데, 그것조차 새로운 변이 바이러스로 인해 여의치 않다니, 인간의 한계를 더 드러내고야 끝낼 것만 같아 안타깝다.
이렇게 우리가 알고 있던 유럽의 모습 변하고 있는데, 이 책은 그 실상을 제대로 알려주고 있으니, 이 책의 가치는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다. 또한 이 책은 예전과 완전히 달라진 유럽의 모습을 보여주는 데 그치지 않고, 우리나라의 모습도 같이 보여주고 있으니, 독자들을 지피지기(知彼知己)의 경지에 이르게 해준다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