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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갈량, 그와 다시 마주하다 - 우리가 몰랐던 제갈량의 본모습을 마주해보는 시간
류종민 지음 / 박영스토리 / 2021년 10월
평점 :
제갈량, 그와 다시 마주하다
제갈량, 제갈 공명 잘 안다.
잘 안다, 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이 책 읽어보니, 그게 아니다. 내가 알던 제갈량은 진짜 제갈량이 아니다.
『삼국지』를 몇 번이나 읽었기에 당연히 그를 잘 안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닌 것이다.
해서 이 책에서 ‘제갈량. 그와 다시 마주하게 된 것’이다.
먼저 혼동이 되는 것, 하나 짚고 가자.
우리가 알고 있는 『삼국지』는 『삼국지』가 아니다.
우리말로 번역된 『삼국지』는 중국에서는 『삼국지(三國志)』가 아니라, 『삼국지연의(三國志演義)』다.
‘연의(演義)’의 사전적 의미는 이렇다.
1. 사실을 부연하여 재미있고 알기 쉽게 설명함.
2. 중국에서, 역사적인 사실을 부연하여 재미있고 알기 쉽게 쓴 책이나 창극.
그러니 우리가 알고 있고, 읽은 소설 『삼국지』는 중국에서는 『삼국지연의』이고, 중국에서 『삼국지』라 하는 것은 역사책인 『삼국지』이다
다시 말해 『삼국지』는 역사책이다. 진수(233-297년)가 쓴 역사서이다.
『삼국지 연의』는 나관중(1330-1400년)이란 작가가 역사서인 『삼국지』를 참고해서 썼다고 한다. 발간 연도도 대략 1000년 차이가 있다.
그러면 당연히 이런 의문이 생긴다.
『삼국지연의』의 내용은 『삼국지』와 다를까, 같을까?
다시 말하자면 우리가 알고 있는 소설 『삼국지』의 내용이 역사서 『삼국지』의 내용과 다를까, 같을까?
당연히 그 둘의 내용은 다르다.
나관중은 역사서 『삼국지』를 말 그대로 참고만 했을 뿐 읽는 사람들의 흥미를 돋우기 위해서 『삼국지』에 기록이 없는 내용을 본인이 스스로 창작해내거나, 기록이 있는 사실에 대해서도 특유의 과장을 덧붙여 『삼국지연의』를 완성했다. (i 쪽)
따라서 우리가 알고 있는 소설 『삼국지』의 내용은 실제 역사적 사실과 상당히 다른 것이다,
그래서 저자는 소설 『삼국지』의 주인공인 제갈량의 실제 모습을 소설적 차원이 아닌 역사적 차원에서 살펴보면서 실제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조선시대 안정복은 제갈량을 평하기를 “후세에 오래도록 귀감이 될만한 인물이다.”라고 했는데, 왜 제갈량이 후세에 귀감이 되는 인물인지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우리가 알고 있는 제갈량의 모습에서 소설의 허구를 걷어내는 작업이 선결될 필요가 있다. (iii쪽)
그것을 위해 저자는 제갈량의 어린 시절부터 죽음에 이르기까지, 역사서에서 50개의 흥미로운 주제로 뽑아내 독자에게 소개하고 있다.
적벽대전, 과연 제갈량의 작품인가?
제갈량에 관한 이야기로 가장 흥미로운 사건은 아무래도 적벽대전이 아닐까?
그래서 과연 역사서에서는 그 사건을 어떻게 묘사하고 있을지 궁금했다,
과연 그가 소설 삼국지에서 보여준 것처럼, 바람을 마음대로 부리고, 모든 계책을 짜내어 조조를 궁지에 몰아넣었을까?
역사서 『삼국지』에는 이렇게 기록이 되어 있다.
손권이 크게 기뻐하며 주유, 정보, 노숙 등 수군 3만명을 보내 제갈량을 따라 유비에게로 나아가 힘을 합해 조조에게 맞서게 했다. 조조는 적벽에서 패하자 군을 이끌고 업으로 돌아갔다. (52쪽)
이게 전부다. 한글로 옮겨보니 채 100자가 되지 않는다. 그러니 원전인 한자로 하면 50자나 될까? 그 정도의 기록이 남아있는 적벽대전인데 소설에서는 기기묘묘한 작전들이 제갈량의 지휘하에 세워지고, 황충을 위장 귀순시키고, 화공 작전을 차근차근 준비한 다음에 드디어 제갈량이 제단을 쌓고 기도를 드리니, 바람의 방향이 바뀌었더라.
제갈량이 적벽대전 전투에 관여한 것까지는 역사적인 사실이 분명한데, 그 구체적인 전투에 관하여는 나관중의 창작인 것이다.
그러면, 이제 제갈량에 대한 평가가 달라져야 한다.
그런 세계 전쟁사에 기록될 정도의 적벽대전에서 제갈량의 기여도가 얼마만큼인지 확실하지 않으므로 그만큼의 성가는 제외시켜야 하는 것이다.
수어지교(水魚之交)는 사실인가, 허구인가?
먼저 도원결의(桃園結義)는 허구다.
복사꽃이 핀 정원에서 유비, 관우, 장비 이렇게 세 사람이 모여 형제의 결의를 맺은 도원결의는 소설이다. 그런 일은 없었다.
그러나 그런 도원결의는 없었을지라도 그 세 사람의 우정은 진실했다.
그 세 사람은 함께 군사를 일으켜 황건적에 대항하여 싸우기 시작하여 평생을 같이 했다.
그래서 명목상의 도원결의보다도 더한 우정을 보여준 사실상 도원결의를 맺은 것이나 다름이 없다.
여기에서 그 세 사람 사이에 문제적 인물 제갈량이 끼어든다.
유비, 관우, 장비는 항상 같이 하면서 대소사를 같이 의논했는데, 어느새 제갈량이 들어와 관우와 장비를 제쳐버린 것이다.
그러자 관우와 장비가 인간적인 마음으로 유비에게 항의아닌 항의를 한다.
그때 유비가 한 말이 바로 수어지교(水魚之交)다. 나와 제갈량은 마치 물고기와 물의 관계와 같다는 것이다.
그럼, 이 말도 허구일까? 나관중이 지어낸 것일까?
아니다. 그 말은 역사서에 등장한다.
역사서 『삼국지』 <제갈량전>에 이런 기록이 있다.
유비와 제갈량의 정이 날로 깊어졌다. 관우, 장비 등이 불편한 기색을 보이자 유비가 말했다.
“내가 공명을 얻은 것은 물고기가 물을 만난 것과 같다. 원컨대, 제군들은 이에 관해 다시 말하지 말라.” 이에 관우, 장비가 불평을 멈추었다. (45쪽)
그밖에도 과연 역사적 사실인가 아닌가 궁금한 것이 많이 있다. 예컨대 다음과 같은 것들이다.
27 제갈량은 위험에 빠진 관우를 일부러 구원하지 않았다?
32 맹획과의 고사, 칠종칠금(七縱七擒)은 사실이었을까?
36 세기를 뛰어넘는 명문 출사표, 제갈량이 출사표를 쓰며 눈물을 흘린 이유
38 마속은 가정에서의 패배 후, 벌을 받을 게 두려워 도망쳤었다? 제갈량이 마속을 아꼈던 이유와 죽일 수밖에 없었던 이유
이런 항목들이 모두 50개다.
저자도 제갈량에 대하여 궁금한 게 무척 많았던 모양이다.
저자와 같이 이런 궁금증을 해소하면서, 제갈량을 읽어보면 소설 『삼국지』에 대한 새로운 눈이 떠진다. 『삼국지』만이 아니다. 『삼국지』를 시작으로 읽었던 모든 중국 역사와 중국의 고전들이 새롭게 다가오는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