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우리 책과 한국 현대사 이야기 (보급판) - 책은 어떻게 지금의 우리를 만들었나, 2022 세종도서 교양부문
부길만 지음 / 유아이북스 / 2021년 12월
평점 :
우리 책과 한국 현대사 이야기
먼저 이런 문제 생각해보자.
이광수와 최남선은 어떤 차이가 있나?
일제 강점기에 활동했던 문인 이광수와 최남선의 친일행적과 관련하여, 그 두 사람의 차이를 논하라. |
이런 문제를 두고, 굳이 역사책을 펼칠 필요가 없다.
이 책을 펼치면 그 답이 자세하게 나와 있다.
두 사람 모두 변절을 해서 친일 행각을 벌였는데, 그래도 두 사람의 행적에는 분명 차이가 있다. 그 차이점을 간략하게 기술해 본다.
이광수의 친일 행각은 특이한 데가 있다. 단순한 친일 협력이 아니라 철저히 일본인이 되고자 했다. 그래서 스스로 창씨 개명을 하고 일본식 옷을 입고 “조선놈의 이마빡을 바늘로 찔러서 일본피가 나올 만큼 조선인은 일본 정신을 가져야 한다”라는 주장까지 나아갔다.
일본정신이 골수까지 박혀야 한다고 외쳤던 이광수에게서 민족의 앞날에 대한 비관주의를 느낄 수 있다. (70쪽)
최남선은 창씨개명을 하지 않았고, 만주에서도 여전히 한복 차림이었으며, 학생들에게 조선인으로서의 민족의식을 가질 것을 주문했다. 그러면서도 글을 쓰는 자리에서는 일제 침략 세력에 대해 태평양 전쟁을 성전이라고 하는 이중적 태도를 보였다.(73쪽)
이광수는 대동아공영권을 만들기 위한 성스러운 전쟁에 ‘천황의 적자’로서, 일본 민족의 일원으로 참여해야 한다고 하면서, ‘내선일체’의 이상을 신앙처럼 고백했다. 반면 최남선은 일본의 영광을 위해서가 아니라 조선 민족의 장래를 위해 참전해야 한다고 했다. 두 가지 근거를 대었다. 하나는 새 세계를 이끌어갈 젊은이들이 참전을 통해 군사 기술과 군대 조직의 경험을 익힐 수 있다는 것, 또하나는 .......(73쪽)
더 자세한 내용은 이 책 65쪽에서 74쪽까지 읽어보시라.
그러한 것들이 왜 이 책에 등장하는 것일까?
이 책이 책과 관련하여 우리 나라의 현대사를 살펴보고 있기에 그렇다.
그런 과정에 일제 강점기의 출판 현황을 소개하면서 두 사람의 문인을 소개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게 소개하는 자리에서 자연히 두 사람의 행적이 비교가 되는 것이다.
이 책의 내용은?
이 책은 일제강점기부터 1970년대에 이르기까지 출판과 관련된 역사를 통해 우리나라의 현대사를 살펴보고 있다.
제1부 일제강점기 출판
제2부 해방 이후 출판, 에서는
제1장 미군정기의 출판
제2장 제1공화국 시기 출판
제3장 1960년대 출판
제4장 1970년대 출판, 으로 나누어 살펴보고 있는데
그 세부 내역은, 일제 강점기를 예로 들면 다음과 같다.
- 일제강점기에 누가 책을 많이 읽었나요?
- 일제강점기 사람들은 어떤 종류의 책을 많이 읽었나요?
- 일제강점기에도 베스트셀러 작가가 많았나요?
- 일제강점기의 대표적인 베스트셀러는 어떤 책들인가요?
알고 싶은 사람들이 많이 있다.
먼저 우리나라 역사에 있어 베스트셀러 작가들은 누구일까?
베스트셀러는 어떤 책이었을까?
그 중에서 몇 명의 사례 적어보기로 한다.
이어령에 대하여
1960년대의 베스트셀러 작가로는 이어령과 김형석을 들 수 있는데, 이 두 분은 현재까지도 활동을 하고 있어, 관심을 끈다.
그중 한 분인 이어령, 그간 이어령의 책을 많이 읽었다. 강의를 직접 듣기도 했었다.
그러나 그의 생각을 시대별로 구분하여 평가해 볼 기회는 없었는데, 이 책에서 그의 사상의 변화를 살펴보고 있기에, 여기 옮겨본다.
이어령, 그가 대중들에게 글을 통해서 힘과 역할을 보인 것이 『흙 속에 저 바람 속에』이다.
그 책은 그저 대중 독자들에게 어필한 베스트셀러가 아니었다. 적어도 시민들의 의식의 전환을 이끈 요소를 가지고 있었다. (151쪽)
이어령의 저서가 꾸준히 읽히는 것은 무엇보다도 그의 독특한 문체와 수사법 때문일 것이다. (152쪽)
이어령은 당대의 비평가로서 문장을 장악하고 글을 쓸 줄 알았다는 점에서 인정받은 부분이 있다.(153쪽)
문장을 다룰 줄 아는 힘은 모든 베스트셀러 작가의 공통된 능력이지만, 이어령에게는 특히 강력하고 매력적인 힘을 나타난다.(153쪽)
문제가 되는 것은 서양이 동양을 타자화하여 그 차이를 확대 고정시킨 문명/야만, 질서/무질서, 남성/여성, 적극성/소극성, 능동/수동의 이분법적 오리엔탈리즘을 재생산해내고 있다는 점이다. (154쪽)
이어령은 『흙 속에 저 바람 속에』 출간 이후에도 계속해서 한국인과 한국 문화의 탐색에 열정을 바쳐왔는데, 그 결과물이 『신한국인』(1986년), 『그래도 바람개비는 돈다』(1992년)이다.
이 책들에서는 부정보다는 긍정의 목소리가 더 크게 느껴진다. (155쪽)
이어령이 한국과 한국인에 대한 생각이 부정에서 긍정으로 본격적으로 바뀐 시기는 『축소지향의 일본인』을 일어판으로 펴낸 이후라 할 수 있다. (155쪽)
지금까지 서양의 근대성과는 거리가 있었던 한국의 정체성에 대해 이제는 열등의식에서 벗어나 탈근대의 시각으로 그 가치를 평가할 수 있었기 때문에 지금까지 묻어두었던 한국 문화에 대한 가치를 새롭게 인식하며 나아가 한국 문화의 특성이 새로운 시대에 잘 적용될 수 있다는 확신이 작품의 표면에 나타나기 시작한다. (156쪽)
이렇게 오랫동안 즐겨 읽어왔던 이어령의 세계를 시대를 따라 살펴보는 것이 얼마나 값진 일인지 모른다. 앞으로도 그의 책을 더 읽을 기회가 있을 것인데, 그때 분명 그의 생각의 큰 흐름을 잘 따라 잡을 수 있을 것이다.
소설가 최인호와 황석영
문학, 소설분야에서 베스트셀러 작가로 빼놓을 수 없는 두 사람이 있다.
최인호와 황석영.
두 사람은 두 살 차이이니 같은 시대를 살았고, 두 사람 모두 고등학교 때에 문학적 재능을 발휘하여 문단에 등단하고, 등단 초기에 신문 연재 소설 작가로 활약한 것들은 공통적이지만 삶의 궤적과 문학적 지향점이 다르다. 그러한 점을 염두에 두고 읽었다.
최인호는 특정한 계층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 자체 또는 개별화된 주체로서의 인간의 문제를 고심한다. (........) 그러므로 최인호는 현실 사회의 변화 과정에 절망하면서 타락하는 인간의 운명에 집요한 관심을 가진다. 이같은 경향 때문에 최인호의 문학은 이성이라든지 역사의식과는 거리가 있는 일종의 개인적 도피 현상을 보여준다. 특히 인간의 내적 불안을 예리하게 투사하고 있기 때문에 오히려 인간과 인간의 진정한 사회 관계를 다분히 감상적이고 어떤 경우에는 추상적인 감각으로 해소시키는 경우도 있다. (211쪽)
최인호가 개인의 내면의식에 집중한 반면, 황석영은 사회구조적인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210쪽)
황석영이 추구하고 있는 세계는 개인과 사회의 조화로운 삶과 거기서 구현되는 삶의 총체성의 의미다. 이러한 문제의식은 당대의 현실에서 새롭게 사회적 문제성을 지닌 집단으로 등장하고 있는 노동계층에 대한 관심으로부터 기인한 것이다. (.........) 그는 소외된 자들이 겪는 고통을 한국 사회가 겪는 시대적인 아픔으로 간주하고 그들의 내면에 자리하고 있는 인간적인 진실과 삶애 대한 강한 의욕을 늘 강조한다. (210쪽)
최인호는 아깝게 고인이 되었지만, 황석영은 여전히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 그의 다음 작품이 기대된다.
다시, 이 책은?
우리가 읽고 있는 책의 의미는 역사적으로 어떻게 변했을까?
근대로 접어들면서 책은 한편으로 상품이자 매체이면서, 또한 일종의 도구가 된다. 가장 내밀한 사적 영역에 속하는 성과 육체에 관련된 부분부터 자본주의적 공적 생활을 기술적으로 해 나가는 방편인 ‘처세’에 이르기까지, 그리고 천하지대본인 농사짓는 일부터 가정요리에 이르기까지 세상의 모든 일은 이제 읽어서 알아야 하고 전습(傳習)해 주어야 할 대상이 된다. 머릿속에 기억되고 귀를 통해 구전되는 것은 이제 지식이 아니다. 모든 ‘앎’은 가시적인 형태로 축적된 것, 즉 책 속에 활자로 고정된 것을 가리키게 된다. (64쪽)
책이 가지는 의미의 변화를 이보다 더 잘 나타내는 글이 없을 것이다.
또하나, 소설 읽는 것의 의미는 어떻게 변했는지?
소설 읽기는 조선시대 사대부 선비들에게는 금기시되었던 행위였다. 그러나, 1920년대에 근대식 교육을 받은 지식인들에게 소설은 근대적 교양을 쌓고 예술적 취미를 즐길 수 있는 매개체였다. (60쪽)
이렇게 책, 출판의 역사를 살펴보면서 우리가 늘 접하고 있는 책의 가치를 확인해 볼 수 있다는 것, 즐거운 일이다.
참, 여기 빠트려서는 안될 것은 그러한 책을 출판하기 위해 평생을 바친 출판인들이 있다는 것, 꼭 기억해야 한다. 일제 강점기에, 그리고 박정희와 전두환의 독재 시대에 온갖 희생을 무릅쓰고 책을 위해 애쓴 그분들 특히 기억해야 한다. 우리가 지금 편하게, 마음 놓고 책을 읽을 수 있는 것은 모두다 그분들의 희생 덕분이라는 것, 알아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