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실격 책세상 세계문학 3
다자이 오사무 지음, 정회성 옮김 / 책세상 / 2021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인간 실격

 

사진 석 장인생 세 고비

 

이 소설은 <머리말>과 <맺는말사이에 갈무리 된 세 개의 수기로 이루어져 있다.

<머리말>에서 사진이 석 장 소개된다.

 

나는 그 남자의 사진 석 장을 본 적 있다.

한 장은 남자의 어린 시절이라고 해야 할까넓은 줄무늬 하카마를 입은

( ........)

정원 연못가에 서서 보기 흉하게 웃고 있는 사진이다보기 흉하게?

(.......)

두 번째 사진의 얼굴은 깜짝 놀랄 정도로 변해있다교복 차림인데고등학생인지 대학생인지 확실하지 않다. (..........) 그런데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 잘 생긴 학생에게는 왠지 모를 으스스한 기운마저 느껴진다.

나머지 한 장의 사진이 가장 기괴하다나이부터 전혀 가늠이 안된다. (9-11)

 

이렇게 석 장의 사진이 이 책의 주인공 요조를 설명해준다.

 

그런 <머리말>에 이어서 세 개의 수기가 전해진다.

요조 자신의 1인칭 서술로 이어지는 수기가 이 소설이다그 내용은 스포일러가 되니 소개하지 않으련다.

 

몇 개 짚고 넘어가자.

 

이 소설의 저자와 이 소설의 주인공

 

간단히 말해동일인이다.

이 소설을 다 읽고저자인 다자이 오사무의 소개를 읽으니이 소설은 자전적 소설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저자는 몇 차례의 자살 시도 끝에 도쿄 미타카의 다마강 수원지에 투신하여 삶을 마감하였고주인공도 자살 시도를 하며결국은 자살로 추정되는 삶을 끝냈다. (135)

 

집에 돌아갈래”  - 나 다시 돌아갈래!”

 

삶의 어느 단계에서 요조는 수면제를 먹고 자살을 기도한다.

 

상자안에 든 것을 한입에 털어넣고 컵에 담긴 물을 침착하게 마신 뒤 전등 스위치를 내리고 그대로 잠들었습니다.

사흘 밤낮을 죽은 듯이 누워있었다고 합니다. ( ............) 의식이 돌아온 내 입에서 맨먼저 튀어나온 헛소리는 집에 돌아갈래라는 말이었다고 합니다어느 집을 가리키는 말이었는지 당사자인 나도 모르겠습니다만아무튼 그렇게 중얼거리며 처량하게 울었다고 합니다. (117-118)

 

이 부분을 읽으면서 오버랩되는 장면이 하나 있다.

설경구 주연의 영화 <박하사탕>에서 철교를 배경으로 하여두 손을 높이 들고 나 돌아갈래라고 외치는 장면이다.

 

그 장면은 이내 두 가지 질문을 던진다.

하나는 "어디로 돌아가겠다는 것인가"이며,

다른 하나는 "왜 돌아가겠다는 것인가"이다.

 

똑 같은 질문을 요조에게 던질 수 있다.

어떤 집으로 돌아가겠다는 것인가?

왜 그 집으로 돌아가겠다는 것인가?

 

그래서 다시 이런 질문을 던지게 된다.

요조가 원하는 것은 무엇이었는가그가 원하는 삶은 어떤 것이었는가?

 

그저 돌아가서 편히 쉴 수 있는 집이 그의 행복의 조건이다.

그는 일생 동안편히 쉴 수 있는 자신만의 집이 없었다.

무슨 부동산을 말하는 게 아니다그는 유복한 집안에서 자라났지만그래서 집 자체가 없었다는 게 아니라 그가 마음 놓고 쉴 공간인 집이 없었다는 말이다.

 

그런 공간이 없어 그는 자연 떠돌이가 되고사람들 사이에서도 정착지를 찾아낼 수 없었다.

 

천사같이 착한 사람이 왜?

 

그런 행복을 왜 요조는 찾아내지 못했을까?

 

그 답이 <맺는말>에 나온다.

그를 알던 마담이 전해주는 말이다.

우리가 아는 요조는 아주 순수한 데다 남 배려할 줄도 알고술만 마시지 않으면아니 마셔도....천사같이 착한 아이였어요.” (135)

 

천사같아서 세상을 힘들게 살았단 요조그는 왜 행복을 찾지 못했을까?

 

주인공 요조에게 그런한 삶을 살지 못하게 하는 것은 과연 무엇인가?

그 자신이다.

그가 고백하는 불행의 단서들을 여기저기에서 포착할 수 있다 .

 

말하자면 언제부터인가 속마음을 그대로 드러내지 않는 아이가 된 것입니다. (17)

 

말수가 적은 나는 사람을 만났을 때 상대방과 나 사이에 무시무시한 침묵이 가로 놓일까 두려워 필사적으로 어릿광대짓을 해 왔는데, (........) (44)

 

겁쟁이는 행복조차 두려워합니다. (59)

 

반쯤 포기한 상태에서 어릿광대짓으로 적당히 얼버무리거나 말없이 고개를 끄덕임으로써 모든 것을 상대방에게 맡기는말하자면 패배자의 태도를 취했습니다. (75)

 

다른 사람에게 사랑을 주는 능력이 내게는 없었던 모양입니다. (79)

 

내 불행은 거부할 능력이 없는 자의 불행이었습니다권하는 것을 거부하면 상대방 마음에도내 마음에도 영원히 메울 수 없는 커다란 틈이 생길 거라는 두려움에 괴로워했습니다. (127)

 

그런 불행의 조건을 지니고 살아간 요조그는 심지어 스스로 인간 실격이라 자신을 평한다.

 

언젠가 이곳에서 나가더라도 내 이마에는 미치광이아니 폐인이라는 낙인이 찍혀 있을 것입니다.

인간 실격.

이제 나는 더 이상 인간이 아닙니다. (128)

 

그는 그렇게 해서인간 역사에서 한 점을 찍는다

그래서 이 소설의 제목이 인간 실격』인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읽는 인간 리터러시를 경험하라
조병영 지음 / 쌤앤파커스 / 2021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읽는 인간 리터러시를 경험하라

 

이 책을 펴는 순간 놀랐다무려 책이 370여쪽이다.

리터러시에 대해서 이렇게 두꺼운 책을 쓸 수 있다니!

 

그래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

리터러시가 이렇게 많은 분량을 할애해서 말해야 할 정도로 중요하단 말인가?

이 정도로 많은 분량의 이야기가 필요하다면?

리터러시 하면 그저 글을 읽고 거기에 더하여 맥락을 따라 읽는 정도로 생각했던 바거기에 중대한 결함이 있었던 게 분명하다.

해서 이 책을 그런 이유를 찾기 위하여 읽었다.

 

일단 목차를 훑어보자다루고 있는 내용이 만만치 않다는 것을 알 것이다.

 

1부 문해력이제는 리터러시

2부 우리는 제대로 읽고 있는가?

3부 디지털 시대 새로운 리터러시

4부 새롭게 리터러시를 경험하라

 

첫째읽는다는 것다시 생각해 보게 된다.

 

이 책에서 책 읽는 아이의 모습을 새겨보는데그 과정이 상세하게 복기되고 있다.

 

처음에는 어떻게 읽기를 시작할까?

읽는 척 하기의 단계다.

단어와 문장을 읽을 수는 없지만 그래서 무슨 내용인지 알 수 없지만 엄마 아빠 등 주변사람들의 책 읽는 모습을 기억해서 흉내내는 것이다.

그렇게 하면서 점점 글자를 알아가면서 읽기를 시작하는데이 때 메타인지가 작동한다.

즉 자기가 읽는 도중에 틀린 것을 알아차리고 수정하는 과정을 거친다는 것이다,

그 다음 단계는 읽어가면서 단어와 문장의 뜻을 알게 되고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해서 리터러시가 이루어지는데이는 결국 생각하기로 귀결이 된다. (48)

 

그래서 저자는 리터러시를 다음과 같이 정의한다.

 

리터러시는 생각하기이다.

리터러시는 실천이다.

리터러시는 게임의 법칙이다.

리터러시는 정체성이다.

 

이 책에서 유녕이라는 아이를 통해글을 읽으면서 그 아이의 정체성을 어떻게 나타내는지를 흥미롭게 표현해 놓고 있다. (58)

 

나 이렇게 책을 읽는 사람이에요.

· 나 이 책을 당당하게 읽을 수 있는 사람이에요.

· 나 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읽을 수 있는 사람이에요.

· 나 S, D, R, I, B를 소리 내어 읽을 수 있는 사람이에요.

· 나 이렇게 책을 넘기면서 자세하게 볼 수 있는 사람이에요.

· 나 이렇게 책을 통해서 읽생각하고실천하는 사람이에요.

 

그런데 유녕이라는 아이의 경우를 읽으면서 내 경우를 생각해보니어릴 적 책을 처음 읽을 때그렇게 나의 정체성을 확립해 본 기억은 없지만분명히 저런 과정을 거쳐 나의 모습을 만들어왔을 거란 생각은 든다그러니 리터러시가 정체성이라는 말이 맞다.

 

그래서 내 인생에 있어서 읽기를 시작했을 때를 이 책에서 저자의 설명을 따라 복기해보면서 새삼 읽기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닫게 된다.

 

둘째인터넷 세상에서 리더터시 새롭게 정립해야 한다.

 

인터넷 세상은 우리에게 새로운 숙제를 안겨주었다.

인터넷 세상에서 제대로 읽고 써야 한다는 것이 그 하나요,

다른 하나는 인터넷이라는 세상을 제대로 이해하고 경험해야 한다. (194)

 

셋째그래서 새로운 리터러시 이해해야 하는데...(186쪽 이하)

인터넷 시대의 상상과 실현

언어와 리터러시 환경의 변화,

뉴미디어 시대의 리터러시에 대하여미디어 리터러시 이해가 제대로 되어야 한다.

 

참고로 디지털 읽기 환경의 특징을 적어본다. (221쪽 이하)

디지털 환경은 공간적이다.

디지털 공간은 백과사전식이다.

디지털 환경은 다분히 비선형적이다.

디지털 환경은 상호작용적이다,

디지털 환경은 다원적이다.

 

넷째, ‘읽는 사람이 되기 위한 여러 조언이 있는데갈무리 해본다.

 

글을 읽을 때에정신의 관료화를 경계하라.

즉 눈 앞에 보이는 것을 기계적으로 처리하는 구태의연한 독자가 되지 말라누군가 정해준 방식으로 읽는 것영혼과 의식이 부재한 상태에서 읽는 것에 익숙해지지 말라는 것이다. (33)

 

 

다양성 시대의 리터러시를 실천하는 사람은 글자를 깨치고 글 내용을 이해하는 것을 넘어서그것으로 삶을 배우고 앎을 다진다. (34)

 

읽는다는 것은 생각보다 훨씬 복잡하고 섬세하며 인간만이 실천할 수 있는 매우 특별한 방식의 의 과정이다새로운 앎을 위해서는 원래 알고 있는 나의 지식과 경험을 활용하고 통합해야 하고나아가 원래의 앎을 새로운 차원의 앎으로 갱신하고 다듬어야 한다. (65)

 

글읽기는 추상적인 기호를 구체적인 의미로 전환시키는 작업이다이 작업을 수월하게 하려면 글자문장이미지수 등의 기호를 분석하는 능력에 더하여자신이 원래 가지고 있던 지식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능력과 자신감이 필요하다. (87)

 

여러분이 초등학교 시절 기억을 떠올려보십시오공부 잘하는 아이와 그렇지 않은 아이를 구별하는 가장 분명한 지표가 무엇이었습니까바로 읽기입니다. (122)

 

읽지 않으면 읽는 법을 연습할 수가 없고읽는 법을 연습할 기회가 부족하면 앞으로도 글 읽기가 점점 더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131)

 

다시이 책은?

 

읽은 소감은 이렇다이 책그저 휘리릭 넘겨 읽을 책이 아니다.

챕터 하나 하나씩 정리하며 읽어야 할 책이라는 게나의 결론이다.

리터러시그간 생각해오던 그저 문해력 정도문맥 정도행간 정도 이해하고 끝나는 게 아니라는 것분명하다.

 

읽고쓰기에 대하여 총체적으로 점검해 볼 수 있는아주 좋은 기회를 제공해주는 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언론술사
박은주.양지열.김만권 지음 / 미디어샘 / 2021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언론술사

 

먼저 제목의 의미는?

탈진실의 시대에 늘어나고 있는 거짓말 기술자들, 즉 언론술사에게 놀아나지 않도록 정신차리라는 것이다. 

읽으면서 맨 처음 든 건 내가 알고 있는 게 대체 무어지?’ 라는 생각이었다.

 

일례로이런 것 전혀 모르고 있었다.

이런 용어간 차이가 무엇인지? (263)

 

종군 위안부일본군 위안부일본군 성노예제.

 

그 차이는 이렇다.

 

종군 위안부 : ‘종군이란 자발적인 행동과 연결되는 것으로일본내에서 주로 사용하는 용어다.

일본군 위안부’ 위안부에 따옴표를 명시함으로써 일본이 주장하는 자발성을 제거한 정확한 용어다.

일본군 성노예제 ; ‘제도'를 명시하여 국제법적 책임을 묻기 위한 용어다.

 

이왕 말 나온 김에 위안부 문제 더 짚어보자.

일본은 사과했다는데왜 우리는 그걸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일까?

 

일본 정부가 주장하는 바는 이렇다.

겉으로는 사과한다고 하면서도 일본은 가장 중요한 사안인 '위안부'와 '강제동원' 여부를 전혀 인정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일본 정부는 할머니들이 '위안부' 역할을 알고도 스스로 '위안부' 역할을 떠맡았다고 말하고 있다자발적으로 왔지만 일본군이 운영한 위안소가 강압적 분위기였고 그 위안소의 삶이 비참했으니 거기에 위로금을 주겠다는 것이 현재 일본의 입장이다. (276)

 

그저 뉴스에서 나오는 아주 피상적인흘러가는 경마식 보도에 휘둘리다 보니정작 중요한 포인트는 전혀 모르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니까할머니들이 일본의 사과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게 당연한데도 일부 학자들은 그걸 받아들이라고 하니잘 못 되어도 한참을 잘 못 하고 있는 것이다더 심하게는 이만큼 사과하면 됐지어떻게 사과를 하냐는 사람들도 있으니참으로 안타깝다.

 

우리가 알아야할 20가지 문제들

 

이 책에는 그렇게 그냥 허투루 넘어갔던 사안들이 20 가지가 들어있다.

 

01 팬데믹 시대가짜 뉴스 백신은 개발될 수 있을까

02 여론조사에 숨겨진 여론몰이의 진실은?

03 언론의 자유어디까지 허용되는가?

04 검언유착이 가려놓은 진실은?

05 누구를 위한 복지제도인가? |

06 사법부의 선택언론의 역할은?

07 인면수심아동학대 없는 세상 만들려면?

08 검찰 개혁의 꿈은 이뤄질까

09 대의 민주주의 사회 속 언론의 역할은?

10 재난 보도어떻게 살려야 하나?

11 저널리스트가 찍은 사진 한 장의 가치는?

12 인종 차별 프레임혐오는 어디에서 오나?

13 공인의 사생활은 국민의 알 권리일까?

14 우리가 몰랐던 언론의 친일보도어디까지 와 있나?

15 일본군 위안부’ 문제어떻게 보도되고 있을까?

16 5월 18일의 광주언론은 어디에 있었을까?

17 언론은 노동을 자본만큼 존중할까?

18 우리는 왜 그해 6월을 기억해야 하는가?

19 우리가 아는 북한의 모습은 진짜일까?

20 세월호 참사 후언론은 달라졌을까?

 

이런 사안들을 구체적으로 새기며 이 시대를 살아가야 한다.

 

내가 허투루 알고 있었던 것 투성이인데 그런 거반성하는 의미에서 몇 가지 적어본다.

 

동아일보조선일보의 뿌리는?

 

두 신문의 뿌리는 친일이다.

 

일제는 우리 민족의 삼일 운동에 통치방침을 바꿔신문을 허가한다.

동아일보와 조선일보가 바로 그런 수혜에 힘입어 탄생한 신문이다.

 

동아일보는 민족주의자들에게조선일보는 친일파의 모임인 대정실업친목회에 내주었다.

그러니 조선일보는 그 시작부터 뿌리가 친일이고동아일보는 그 후 정체성을 바꾼 것이다.

 

조선일보의 태생이 그러니 자연히 독자들로부터 외면을 받자조선일보는 잠시’ 민족주의적으로 변모할 수밖에 없었다그러나 1930년대에 들어서자두 신문 모두가 친일로 정체성을 굳히게 된다.

 

민족주의 좌파를 대변하던 조선일보가 경영난에 시달리자금광왕 방응모가 판권을 인수한다해서 민족주의 신문에서 조선일보는 친일의 길을 걷게 된다민족주의 우파를 대변하던 동아일보도 일제의 만주 침략 이후 자본과 곁탁하여 결국은 친일 행적을 보이게 된다. (255-258)

 

결국 두 신문은 민족의 독립에는 관심이 없고 오직 밥그릇 싸움에만 몰두하다 해방을 맞은 것이다.

 

언론의 문제점들

 

이 책의 저자는 세 명이다.

사람담는 PD 박은주그림 읽는 변호사 양지열책 사는 철학자 김만권.

 

이렇게 세 사람이 한 개의 주제에 한 꼭지씩 글을 써모두 60개의 글이 여기 들어있다.

글의 지향점은 언론의 실체를 제대로 바라보자는 것이다.

해서 여기 그들이 지적한통찰한 언론의 모습나가가야 할 방향을 갈무리 해본다.

 

검언유착과 권언유착어느게 더 큰 잘못일까?

이에 대하여는 이런 말기억해두자.

오류가 또 다른 오류로 대체되는 상황그래서 이전의 오류가 새로운 오류로 인해 망각되는 상황오히려 이전의 오류가 마치 옳은 것처럼 취급받는 상황더 큰 문제는 하나의 오류가 또 하나의 오류로 대체되는 것을 우리가 이미 다 알고 있다는 것이지요그걸 공개적으로 지켜보면서도 또다시 망각에 빠져 새로운 오류에 집중하며 앞선 오류를 잊어버리는 상황과 이것들이 반복되는 상황이 우리가 안고 있는 문제라는 것입니다. (83)

 

지금 우리 언론은 하루살이 보도에 지나치게 치우쳐 역사를 제대로 바라보는 통찰력과 감각을 잃어가고 있습니다단순히 친일의 문제를 넘어서 역사를 바라보는 깊이 있는 눈우리 사회가 나아갈 방향에 대한 책임감 있는 생각들을 담아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248)

 

2020년 우리 언론은 과연 어떤 보도를 쏟아냈을까요누구 하나 다를 거 없이 관계자들의 말을 따옴표 처리하여 중계식경마식 보도를 이어가고 눈앞에 상황만 혈안이 되어 국민을 더 큰 혼란에 빠지게 했습니다사안에 대한 팩트체크보다는 흥미 위주의 선정적인 내용과 단독 경쟁으로 국민의 판단을 흐리게 했지요. (266)

 

다시이 책은?

 

영화 <내부자들>에서 나온 대사이런 말은 꼭 기억해두어야 한다.

 

어차피 대중들은 개 돼지입니다그 뭐하러 개 돼지들한테 신경을 쓰고 그러십니까적당히 짖어대다가 알아서 조용해질 것입니다. (71)

 

우리가 개 돼지 소리 듣지 않기 위해서끊임없이 이런 말 되뇌어 주어 우리를 각성시켜 주는 사람이 필요하다이 책의 저자 세 명그런 사명을 잘 감당하고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마지막 왈츠 - 세대를 초월한 두 친구, 문학의 숲에서 인생을 만나다
황광수.정여울 지음 / CRETA(크레타) / 2021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마지막 왈츠

 

이 책 제목이 마지막 왈츠인데그 내용은 어떤 것일까?

아마 그 뒤에 있는 부제를 읽지 않았다면왈츠곡에 얽힌 이야기를 다룬 책이겠거니 생각했을 것이다.

해서 부제를 읽어야 한다. <세대를 초월한 두 친구문학의 숲에서 인생을 만나다>

 

세월을 초월한 두 친구는 누구일까?

 

황광수와 정여울.

 

황광수와 정여울이다. 44년생 완도 남자와 76년생 서울 여인그런 두 사람이 절친이 되었다.

만나자 마자 절친이 되었다는 두 사람이 책에서 문학을 이야기한다.

 

안타깝게도 황광수는 이 책 출간을 보지 못하고 세상을 떴다.

그런 안타까운 사연이 이 책의 가치를 더하게 한다.

 

이책에는 두 사람이 나눈 대담과 편지들그리고 황광수의 글들이 담겨있다.

 

먼저 정여울의 시작글에서 몇 문장 인용하자면,

 

우리 사이엔 삼심이년의 차이가 있다하지만 우리는 만나자마자 절친이 되었다만나지 한 달도 안 되어서 별의별 비밀을 다 털어놓는 친구가 되었다. (9)

 

이런 글을 시작으로 하여정여울에게 황광수 선생이 왜 필요한지 말하는 부분도 읽어보자.

 

인간에게는 가족의 사랑만으로는 갈무리되지 않는 결핍이 있습니다. (....) 가족이 아닌 또 다른 타인의 사랑과 우정이 절실히 필요할 때가 있습니다저는 여전히 친구가 필요하고스승이 필요하고그리고 무엇보다도 언제나 제 곁에서 제 안의 또 다른 목소리가 되어 저를 응원해주는 선생님이 필요합니다. (99)

 

다행하게도 두 사람책을 읽어 아는 사람이다.

황광수의 책 셰익스피어를 읽었고정여울은 헤세로 가는 길공부할 권리빈센트 나의 빈센트를 읽었다.

 

두 사람은 같이 유럽여행을 했다사진작가인 이승원과 함께.

 

선생님과 나이승원 사진작가이렇게 우리 세 사람이 함께 두 달 동안 유럽여행을 하던 나날이었어요선생님은 셰익스피어에 관련된 책을 준비하고 계셨고저는 헤르만 헤세에 관련된 에세이 집을 준비하며 취재차 여행을 하고 있었지요. (73)

 

이 이야기는 사진작가 이승원의 <황광수 선생님을 추억하며>라는 글에서 다시 구체적으로 거론이 된다. (266)

 

그렇게 셰익스피어에 관한 책을 황광수가헤르만 헤세에 관한 책을 정여울이 쓰게 되었는데마침 운이 좋게 나는 그 두 사람의 책을 읽었던 것이다.

그래서 이 책을 읽으면서 두 사람의 교분이 더 가까이에서 지켜보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이 책을 읽고 그동안 해오던 공부더 심층적으로 할 수 있었다.

그리스 고전에 대하여 :

셰익스피어에 대하여 :

문학 비평에 대하여  

 

 

철학과 픽션이 갈라섰다.

 

나에게는 철학과 픽션이 갈라선 것이 세상에서 가장 애석한 일로 보인다. (228)

 

이에 대한 구체적인 이야기는 이 책의 앞부분에 나오는데그것을 갈무리해본다.

 

나는 픽션과 철학이 갈라진 것이 세상에서 가장 애석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황광수 선생님은 D.H.로렌스의 문장을 들려주시며바로 그 지점이야말로 우리가 고대철학에서 발견해야 할 진정한 매력임을 일깨워주신다문학과 철학이 분리되어버린 것은 문학에게도 철학에게도 불행한 일이었다로렌스는 문학적인 텍스트와 철학적인 텍스트가 서로 엄격히 분리되어 버린 것이 근대 철학의 불행임을 일찍이 깨달았던 것이다과연 고대철학에서 니체까지는 철학적인 글쓰기 속에 문학적인 이야기와 문체가 들어있기도 하고문학적인 글쓰기 속에 철학과 문제의식이 담겨있는 경우도 많았다. (24)

 

내가 밑줄 그은 '문체'는그 뒤의 문학적인 글쓰기에서 문제의식이란 말이 나온 것을 감안한다면, ‘문체가 아니라 문제가 아닐까?

 

계속 읽어보자.

 

하지만 모든 학문을 이미 그 안에 품고 있던 철학 속에서 수많은 분과 학문이 갈라져 나오면서 철학은 철학과나 철학자의 담론으로 갇혀버리게 되었다그런 철학은 철학과나 철학자의 전유물이 아니며 누구나 철학에 관심을 가질 수 있는 권리와 자유야말로 철학을 더욱 풍요롭게 변화시킬 수 있는 힘이 아닐까철학적 글쓰기조차 문학적인 감수성과 상상력을 지닐 때 다 많은 사람에게 더 깊고 오랜 호소력을 지닐 수 있는 것이 아닐까향연은 그런 의미에서 더욱 흥미로운 텍스트다. (24-25)

 

그렇게 해서 플라톤의 저작인 향연이 그 가치를 드러낸다.

 

셰익스피어와 황광수

 

이 책에서 황광수와 셰익스피어의 인연이 소개되고 있다.

그것에 대한 글들을 여기 모아보았다.

 

선생님은 이번 여행애서 다른 곳은 몰라도 꼭 덴마크의 크론보로(Kronborg) 은 꼭 가보고 싶다고 말씀하셨다크론보르 성은 셰익스피어의 작품 햄릿의 배경이 된 성으로 코펜하겐의 북쪽에 위치한 헬싱외르에 있다선생님은 자신의 아픈 개인사를 햄릿과 겹쳐 읽으신 적이 있다고 말씀하셨고그래서 그곳에 꼭 가보고 싶다고 말한 것이었다. (267)

(사진작가 이승원의 글)

 

이승원이 말한햄릿과 겹쳐 읽었다는 황광수 선생님이 아픈 개인사는 어떤 것일까그것에 대한 글은 따로 갈무리해놓았다.

 

[햄릿은 남의 일이 아닌우리들 이야기야.]

http://blog.yes24.com/document/15442802

 

황광수의 문학비평론

 

나는 외국 이론을 도입해서 작품을 해석하는 것보다는 작품 자체를 살리는 비평을 하고 싶었어오히려 지식이 작품을 제대로 읽는데 방해가 될 수도 있거든자신의 지식 체계에 문학작품을 적용하려고 하면 작품의 고유성을 살릴 수가 없으니까. (138)

 

이건 비단 문학비평에만 해당하는 말이 아니다인생관에까지 넓혀 적용할 수 있겠다.

자기의 생각체계를 남의 것으로 빌려서 세우면남의 이론에 자기 인생을 맞춰가는 일이 생긴다.

 

나는 이론이 아니라작품과 역사적 현실을 연관 지어서 텍스트를 읽는 데 집중하고 싶었어. (.........) 역사란 그 시대를 사는 사람들의 몸과 마음에 새겨지는 어떤 것이겠지그 역사와의 연관성을 서술하는 것이 비평이어야 하지 않을까. (138)

 

다시이 책은?

 

인문학은 저를 한없이 모자란 사람으로 만듭니다어떤 책을 읽을 때마다예전에 내가 안다고 믿었던 지식이 와르르 무너지는 것을 깨닫기 때문입니다그런데 그 와르르 무너짐이 싫지 않습니다. (6-7)

 

위의 글은 내가 정여울의 책 공부할 권리를 읽고 쓴 리뷰 중 일부이다.

http://blog.yes24.com/document/8521228

 

그래서 나는 어떤 책이든지읽을 때마다 그렇게 내가 가진 지식이 와르르르 무너지는 게 좋다내가 살고 는 조그마한 새장에서 벗어나는 기쁨을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도 역시 그런 기쁨 누려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기레기를 피하는 53가지 방법 - 신문과 방송을 모두 경험한 기자가 공개하는 우리가 알아야 할 언론과 뉴스의 비밀들
송승환 지음 / 박영사 / 2021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기레기를 피하는 53가지 방법

 

기레기라는 신조어는 더 이상 신조어가 아니다,

우리나라 언론의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는 용어가 되었고, 언론의 문제점을 그대로 보여주는 용어가 된지 이미 오래되었다.

이 책을 쓴 저자도 고백한다자기가 기레기 짓을 한 적이 있노라고.

 

나도 기레기 같은 기사를 써본 경험이 있다.”(169)

 

어떤 기사인지는 독자 여러분이 직접 확인하시라.

 

이 책언론의 속살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어떻게 뉴스가 우리들에게 전달이 되고 있는지 잘 보여주고 있다해서 뉴스를 수용하는 우리가 그 메커니즘을 안다면 뉴스를 제대로 볼 수 있을 것이다.

 

기사를 객관적으로 쓴다는 말은?

 

기사는 주관적으로 쓰면 안 된다모름지기 기사는 객관적으로 써야 한다.

 

그럼 다음 중 객관적인 기사는 어떤 것일까?

 

1) 사망자가 3명입니다.

2) 경찰이 사망자가 3명이라고 발표했다.

 

그중 2번이 객관적인 기사다객관적인 전달 방식이다.

사고 현장에서 사망자가 몇 명이 될지는 아직 알 수 없는 일이고기자는 경찰의 조사 결과를 전달하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162)

 

다음과 같은 사항을 지키면서 쓰면 객관적인 글쓰기가 담보된다. (162)

 

없는 것을 추가하지 않기,

어디서 어떻게 보고 들었는지 최대한 투명하게 공개하기,‘

전문가에게 확인받기,

남의 글을 베끼지 않고 스스로 취재에 의지하기,

가정하지 않기.

 

또한 뉴스를 생산하는 기자가 쓴 뉴스를, 우리가 위의 사항을 염두에 두고 기사를 읽으면그 기사가 객관적인지 아닌지를 어느 정도 구별할 수 있을 것이다.

 

뉴스를 화제로 만드는 몇 가지 방식

 

먼저 프레이밍 과정이 있다. framing.

우리말로 풀어보면, ’틀 짓기' 이다.

 

어떤 현상을 모두 나열해서 보여줄 수 없기 때문에 특정부분에 액자를 씌워서 주목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190)

 

틀을 씌운 부분을 중심으로 설명하면 시민들에게 더 사안을 쉽고 단순하게 보여줄 수 있는 장점이 있다하지만 언론사가 원하는 부분만을 강조하고 나머지는 생략하면서 어떤 사회 현상을 특정한 방식으로만 해석하도록 여론을 이끌어가기도 한다.

 

이와 비슷한 기교로 프라이밍(priming) 효과도 있다. (190)

우리말로 '점화'라고 부르는데 어떤 말을 들었을 때 머릿속에 특정 이미지가 먼저 연상되도록 불을 붙인다는 뜻이다.

 

글쓰기에도 적용되는 기사 쓰기

 

이 책을 읽다가 기사를 제대로 쓰는 방법을 말하는 부분에서그런 방법들이 보통의 글쓰기에도 적용된다는 것을 알게 된다몇 가지 적어둔다.

 

불필요한 수식 표현을 모두 빼라.

있는 사실을 그대로 얹어 놓기만 해도 누구나 문제라는 것을 알 수 있다. (120)

 

기사를 건조하게 썼더니 정말 문제 되는 행적이 오히려 더 선명하게 드러났다. (120)

 

내용을 전달할 때 너무 진지해선 효과적이지 않다. (129)

 

저널리즘이 가장 효과적일 때는 심각함과 재미 그 중간에 있을 때이다. (129).

 

자살 사건 보도에 대하여

 

요즘 자극적인 기사들을 보면서 저러면 안되는데 하는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는데과연 기자들은 그런 것에 대해 어떤 문재의식을 가지고 있는지 궁금했다.

 

일례로 자살 사건을 보도하는 경우자극적인 말들이 난무하고 있는데과연 그런 보도가 적절한 것인지?

 

자살 보도는 그래도 최근 긍정적인 방향으로 많이 변했다.  중앙자살예방센터에서 자살 사건이 발생했을 때기자들에게 경고 이메일을 보낸다이메일엔 자살 보도 권고기준에 따라 해선 안되는 원칙들이 적혀있다. (219)

 

예를 들어 기사 제목에 자살이란 표현과 이를 우회적으로 표현하는  '극단적 선택' 방법을 설명하는 '투신' 등을 쓰지 못하게 한다.  '사망', '숨지다' 등의 표현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지적한다.

 

저자는 최근에 긍정적으로 변했다고 하지만과연 그럴까?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

극단적 선택이란 말을 키워드로 해서 검색해보니놀라지 마시라.

다음과 같은 기사들이 떠오른다그러니 기자들의 각성이 더욱 요구되는 것이다.

 


 

선거와 관련하여

 

이제 선거철이 곧 다가오는데선거에 대한 보도는 어떨까?

여기 저자가 지적한 게 하나 있다오차범위내 앞선다는 말은 말이 안된다는 것.

 

오차범위 내에 있단 것은 이 범위내에서는 수치가 틀릴 수 있기 때문에 앞서거나 뒤에 있는 게 통계적으로 의미가 없다는 뜻이다.

오차 범위 내에 있을 때에는 접전을 벌이고 있다”, “우열을 가늠하기 어렵다는 식으로 쓰는 게 바람직하다. (227)

 

그래서 이런 것에 대한 경각심이 있나 확인하기 위해 오차 범위내를 검색해보니...

그런데 전혀 관심없이 그냥 쓰던 습관대로 기사를 쓰고 있는 것확인할 수 있다.

 


 

언론 지평의 정상화를 위해서는?

 

이러니기자들의 각성 절대로 필요하다 싶다.

어디 기자들만의 문제인가뉴스를 소비하는 우리들도 각성해야 한다.

우리들이 각성해서 뉴스를 제대로 보기 시작하면기자들로 따라서 각성하고 기레기 소리 듣지 않기 위해 애쓸 것이다.

 

그래서 이 책 저자 같은 기자가 있으니그나마 다행이다.

그런 차원에서 이 책은 우리가 뉴스를 제대로 보도록 하는데큰 몫을 할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