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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술사
박은주.양지열.김만권 지음 / 미디어샘 / 2021년 11월
평점 :
언론술사
먼저 제목의 의미는?
탈진실의 시대에 늘어나고 있는 거짓말 기술자들, 즉 언론술사에게 놀아나지 않도록 정신차리라는 것이다.
읽으면서 맨 처음 든 건 ‘내가 알고 있는 게 대체 무어지?’ 라는 생각이었다.
일례로, 이런 것 전혀 모르고 있었다.
이런 용어간 차이가 무엇인지? (263쪽)
종군 위안부, 일본군 위안부, 일본군 성노예제.
그 차이는 이렇다.
종군 위안부 : ‘종군’이란 자발적인 행동과 연결되는 것으로, 일본내에서 주로 사용하는 용어다.
일본군 ‘위안부’ ; 위안부에 따옴표를 명시함으로써 일본이 주장하는 자발성을 제거한 정확한 용어다.
일본군 성노예제 ; ‘제도'를 명시하여 국제법적 책임을 묻기 위한 용어다.
이왕 말 나온 김에 위안부 문제 더 짚어보자.
일본은 사과했다는데, 왜 우리는 그걸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일까?
일본 정부가 주장하는 바는 이렇다.
겉으로는 사과한다고 하면서도 일본은 가장 중요한 사안인 '위안부'와 '강제동원' 여부를 전혀 인정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일본 정부는 할머니들이 '위안부' 역할을 알고도 스스로 '위안부' 역할을 떠맡았다고 말하고 있다. 자발적으로 왔지만 일본군이 운영한 위안소가 강압적 분위기였고 그 위안소의 삶이 비참했으니 거기에 위로금을 주겠다는 것이 현재 일본의 입장이다. (276쪽)
그저 뉴스에서 나오는 아주 피상적인, 흘러가는 경마식 보도에 휘둘리다 보니, 정작 중요한 포인트는 전혀 모르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니까, 할머니들이 일본의 사과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게 당연한데도 일부 학자들은 그걸 받아들이라고 하니, 잘 못 되어도 한참을 잘 못 하고 있는 것이다. 더 심하게는 이만큼 사과하면 됐지, 어떻게 사과를 하냐는 사람들도 있으니, 참으로 안타깝다.
우리가 알아야할 20가지 문제들
이 책에는 그렇게 그냥 허투루 넘어갔던 사안들이 20 가지가 들어있다.
01 팬데믹 시대, 가짜 뉴스 백신은 개발될 수 있을까?
02 여론조사에 숨겨진 여론몰이의 진실은?
03 언론의 자유, 어디까지 허용되는가?
04 검언유착이 가려놓은 진실은?
05 누구를 위한 복지제도인가? |
06 사법부의 선택, 언론의 역할은?
07 인면수심, 아동학대 없는 세상 만들려면?
08 검찰 개혁의 꿈은 이뤄질까?
09 대의 민주주의 사회 속 언론의 역할은?
10 재난 보도, 어떻게 살려야 하나?
11 저널리스트가 찍은 사진 한 장의 가치는?
12 인종 차별 프레임, 혐오는 어디에서 오나?
13 공인의 사생활은 국민의 알 권리일까?
14 우리가 몰랐던 언론의 친일보도, 어디까지 와 있나?
15 일본군 ‘위안부’ 문제, 어떻게 보도되고 있을까?
16 5월 18일의 광주, 언론은 어디에 있었을까?
17 언론은 노동을 자본만큼 존중할까?
18 우리는 왜 그해 6월을 기억해야 하는가?
19 우리가 아는 북한의 모습은 진짜일까?
20 세월호 참사 후, 언론은 달라졌을까?
이런 사안들을 구체적으로 새기며 이 시대를 살아가야 한다.
내가 허투루 알고 있었던 것 투성이인데 그런 거, 반성하는 의미에서 몇 가지 적어본다.
동아일보, 조선일보의 뿌리는?
두 신문의 뿌리는 친일이다.
일제는 우리 민족의 삼일 운동에 통치방침을 바꿔, 신문을 허가한다.
동아일보와 조선일보가 바로 그런 수혜에 힘입어 탄생한 신문이다.
동아일보는 민족주의자들에게. 조선일보는 친일파의 모임인 대정실업친목회에 내주었다.
그러니 조선일보는 그 시작부터 뿌리가 친일이고, 동아일보는 그 후 정체성을 바꾼 것이다.
조선일보의 태생이 그러니 자연히 독자들로부터 외면을 받자, 조선일보는 ‘잠시’ 민족주의적으로 변모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1930년대에 들어서자, 두 신문 모두가 친일로 정체성을 굳히게 된다.
민족주의 좌파를 대변하던 조선일보가 경영난에 시달리자, 금광왕 방응모가 판권을 인수한다. 해서 민족주의 신문에서 조선일보는 친일의 길을 걷게 된다. 민족주의 우파를 대변하던 동아일보도 일제의 만주 침략 이후 자본과 곁탁하여 결국은 친일 행적을 보이게 된다. (255-258쪽)
결국 두 신문은 민족의 독립에는 관심이 없고 오직 밥그릇 싸움에만 몰두하다 해방을 맞은 것이다.
언론의 문제점들
이 책의 저자는 세 명이다.
사람담는 PD 박은주, 그림 읽는 변호사 양지열, 책 사는 철학자 김만권.
이렇게 세 사람이 한 개의 주제에 한 꼭지씩 글을 써, 모두 60개의 글이 여기 들어있다.
글의 지향점은 언론의 실체를 제대로 바라보자는 것이다.
해서 여기 그들이 지적한, 통찰한 언론의 모습, 나가가야 할 방향을 갈무리 해본다.
검언유착과 권언유착, 어느게 더 큰 잘못일까?
이에 대하여는 이런 말, 기억해두자.
오류가 또 다른 오류로 대체되는 상황, 그래서 이전의 오류가 새로운 오류로 인해 망각되는 상황, 오히려 이전의 오류가 마치 옳은 것처럼 취급받는 상황, 더 큰 문제는 하나의 오류가 또 하나의 오류로 대체되는 것을 우리가 이미 다 알고 있다는 것이지요. 그걸 공개적으로 지켜보면서도 또다시 망각에 빠져 새로운 오류에 집중하며 앞선 오류를 잊어버리는 상황과 이것들이 반복되는 상황이 우리가 안고 있는 문제라는 것입니다. (83쪽)
지금 우리 언론은 하루살이 보도에 지나치게 치우쳐 역사를 제대로 바라보는 통찰력과 감각을 잃어가고 있습니다. 단순히 친일의 문제를 넘어서 역사를 바라보는 깊이 있는 눈, 우리 사회가 나아갈 방향에 대한 책임감 있는 생각들을 담아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248쪽)
2020년 우리 언론은 과연 어떤 보도를 쏟아냈을까요? 누구 하나 다를 거 없이 관계자들의 말을 따옴표 처리하여 중계식, 경마식 보도를 이어가고 눈앞에 상황만 혈안이 되어 국민을 더 큰 혼란에 빠지게 했습니다. 사안에 대한 팩트체크보다는 흥미 위주의 선정적인 내용과 단독 경쟁으로 국민의 판단을 흐리게 했지요. (266쪽)
다시. 이 책은?
영화 <내부자들>에서 나온 대사, 이런 말은 꼭 기억해두어야 한다.
어차피 대중들은 개 돼지입니다. 그 뭐하러 개 돼지들한테 신경을 쓰고 그러십니까? 적당히 짖어대다가 알아서 조용해질 것입니다. (71쪽)
우리가 개 돼지 소리 듣지 않기 위해서, 끊임없이 이런 말 되뇌어 주어 우리를 각성시켜 주는 사람이 필요하다. 이 책의 저자 세 명, 그런 사명을 잘 감당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