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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 시티 Rome City - The Illustrated Story of Rome
이상록 지음 / 책과함께 / 2021년 9월
평점 :
품절
로마 시티 ROME CITY
이 책은?
이 책은 책 제목 전부를 적어야 한다. 그래야 이 책이 어떤 책인지를 알 수 있다.
이 책 제목은 『로마 시티』이지만 전부 읽어보면 『The Illustrated Story of Rome, Rome city』이다. 즉, 로마를 그림으로 볼 수 있는 책이다.
저자는 이상록, <홍익대학교 시각디자인과를 자퇴한 뒤 네이버, 넥슨 등 IT업계에서 일러스트레이터, 아트디렉터, 게임 컨셉 아티스트, UI디자이너 등으로 일하고 있다. 소소한 로마 여행 그림책을 만들어 보겠다고 시작했던 일이 15년이 지나는 동안 두꺼운 인문교양서가 되고 말았다.>
이 책의 내용은?
저자 소개에서 언급된 것처럼, 이 책 두꺼운 인문교양서다.
책이 두껍다. 양이 많다. 무려 582쪽이다.
하기야 하루 아침에 이루어지지 않은 로마, 그리고 무너지는데도 서서히 오랜 세월이 걸렸던 로마이니, 어찌 간단히 얇게 서술할 수 있겠는가?
그런 책을 만들되, 로마 시내를 일일이 걸어다니며 직접보고 또 그중에 많은 부분을 그림으로 남겨 책을 만들어 놓은 저자의 수고가 참으로 놀랍기만 하다.
로마, 그 도시가 눈으로만 보아서 될 도시인가, 아니다.
로마는 몇 겹으로 쌓여진 도시이니, 육안으로는 도저히 감당할 도시가 아닌 것이다.
이런 글 읽어보자.
오늘날 로마는 2층으로 되어 있다. 후세 사람들은 옛 건물을 흙으로 덮기만 하고 새 건물을 올렸다. 그러다 보니 로마의 지대는 5~18미터나 높아졌다. 명소로 알려진 고대 로마 시대의 건축물들을 유심히 보면 모두 한 층 높이 아래에 있음을 알 수 있다. (.........) 오늘날 로마에 온 사람들은 유적지 위를 걸어 다니는 셈이다. (24쪽)
그런 도시를 저자는 걸었다.
걸어다니며 유적지에 얽힌 사연들을 찾아내어 들려준다. 로마의 역사, 문화, 사회 전반을 두루 훑어가면서 걸어다닌 저자, 덕분에 독자들은 로마를 새롭게 만나게 되는 것이다.
이 책의 특색, 로마를 그려본다.
저자는 어느 순간 로마를 그림으로 담아보고 싶어, 가방에서 연필과 노트를 꺼낸다.
여행지에서 그림 그리는 경험은 처음이라 어색했지만 무척 즐거웠다.
그렇게 스케치 여행이 시작되었다.
글로 적어야 구체적인 형태를 갖추는 생각이 있는 것처럼, 그림으로 그려보아야만 비로소 눈에 보이는 이미지가 있는 것 같다. 바깥의 대상을 고스란히 흡수하고 간직하는 데 매우 유익한 행위가 바로 글쓰기와 그림 그리기가 아닐까. 글과 그림은 여행을 풍부하게 만들어주는 가장 확실한 방법일 것이다. (32쪽)
독자들은 이 책에서 글과 그림으로 로마를 풍부하게 경험해 볼 수 있을 것이다.
괴테로 로마 이야기가 시작된다.
괴테는 1786년부터 1788년까지 1년 8개월 동안 이탈리아를 방문했다. 방문한 도시 중에 로마가 들어있는 것은 물론이다.
그는 로마를 방문하고 이런 말을 남겼다.
내가 로마 땅을 밟게 된 그날이야말로 나의 제 2 탄생일이자 나의 진정한 삶이 다시 시작된 날이라고 생각한다. (37쪽)
괴테가 이탈리아를 방문한 모든 기록이 그의 책 『이탈리아 여행기』에 담겨 있다.
카이사르 - 갈리아 전기 중
카이사르의 승리엔 장애물이 없었다. 전쟁 4년차인 기원전 55년에는 도버 해협에 이르렀다. 배를 타고 바다를 건너 당시 미지의 섬이던 브리타니아 (오늘날의 영국)에 발을 내딛었다. (111쪽)
주사위는 던져졌다.
카이사르는 루비콘 강을 앞두고 이런 말을 했다.
“주사위는 던져졌다.”
다른 견해도 있다. 그리스 시인인 메난드로스의 시구를 인용해 ‘주사위를 던져라’라고 말했다는 설도 있다. (119쪽)
이에 대하여는 전에 『마스터스 오브 로마』 5부 <카이사르>에서 읽은 적이 있다.
그 책의 저자 콜린 매컬로는 라틴어로 알려진 "주사위는 던져졌다"보다 그리스어로 "주사위를 높이 던져라"라는 외침에 더 높은 가능성을 두고 있다.
루비콘강을 건널 때 카이사르가 실제로 한 말에 대해서, 그 자리에 함께 있었던 폴리오는 카이사르가 시인이자 신(新) 희극 작가인 메난드로스의 2행 연구(聯句)를 인용해, 라틴어가 아닌 그리스어로 “주사위를 높이 던져라!”고 말했다고 한다. “주사위는 던져졌다”가 아니다. 나는 폴리오의 말에 신뢰가 간다. “주사위는 던져졌다”는 우울하고 숙명론적이다. 반면 “주사위를 높이 던져라!”는 어깨를 으쓱하는 것과 같은, 어떤 일이든 벌어질 수 있음을 인정하는 태도다. 카이사르는 숙명론자가 아니었다. 그는 모험가였다. |
참고로 루비콘 강은 오늘날 이탈리아 북부 라벤나와 라미니 사이에 있었다고 전해질 뿐 어느 강인지는 분명치 않다. (118쪽)
카이사르, 성벽을 허물다.
로마의 테르미니역 광장에는 고대 유적이 하나 보이는데, 세르비우스 성벽이다.
무려 2500년 전에 세워진 성벽이다. 로마가 탄생한지 얼마 안된 작은 왕국이었을 때 도시를 보호하기 위해 만들었다 한다.
세르비우스 성벽의 잔해들은 다른 곳에서도 볼 수 있는데, 기차역 지하에 있는 맥도날도 가게에서도 볼 수 있다 한다. (23쪽)
그런데 그 성벽을 허문 사람은 누구일까?
바로 카이사르다. 그가 그 성벽을 허물었다.
그는 로마를 감싸던 세르비우스 성벽을 허물어버렸다. 로마가 안위를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시대임을 밝히는 과시이자 수도 로마의 개조를 알리는 선언이었다. (136쪽)
이런 사실은, 성벽을 쌓는 자와 성벽을 허무는 자를 대비하며 문명의 개방성을 은유하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로마 역사를 새로 쓴 셰익스피어
셰익스피어는 로마 역사의 아주 중요한 장면을 극으로 만들었다.
바로 로마 사극 『줄리어스 시저』,
『안토니우스와 클레오파트라』.
그리고 서사시 『루크레티아의 능욕』이다.
이 책에서는 『줄리어스 시저』에 나오는 유명한 안토니우스의 연설을 부분 인용하고 있으며 (141쪽), 『안토니우스와 클레오파트라』에서 나오는 장면들은 149쪽 이하에서 찾아볼 수 있다.
해서 이 책은 참으로 기록해 두고 싶은 게 많다.
위에 적어놓은 것뿐만 아니라. 다른 것들도 많이 있지만 생략하고 대신 이 책 목차를 주요부분만 적어둔다.
프롤로그 : 로마만의 시공간
1. 세계의 머리 : 로마의 시작
2. 처음에는 아무것도 아니었던 곳 : 마을에서 제국으로
3. 부서짐의 역사 : 고대의 무덤, 포룸로마눔
4. 파괴자 혹은 창조자 : 율리우스 카이사르 1
6. 이름의 힘 : 카이사르의 후계자들
8. 로마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았다 :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
12. 로마의 새 주인 : 신의 대리자, 유럽을 다시 만들다
14. 잔혹하고도 아름다운 연극 : 콜로세움이 보여주는 희극과 비극
17. 미래로 나아가기 위해 과거로 돌아가다 : 재생의 시대, 르네상스
21. 르네상스의 비용 : 다시 폐허가 된 로마
23. 예술의 격전지 : 두 천재 예술가의 전쟁
24. 빛의 시대 : 로마의 황혼
25. 승자 없는 승리 선언 : 이름으로만 존재하던 이탈리아가 만들어지다
그러니 로마의 시작부터 황혼에 이르기까지. 그 세월 동안 로마를 일으키고 세우고, 그 안을 채웠던 모든 역사를 독자들은 살펴볼 수 있다.
다시, 이 책은? - 로마는 걷기 좋은 도시.
저자는 로마를 일컬어 ‘걷기 좋은 도시’라 한다.
그게 무슨 말인가 하면, 도로가 깔끔하게 정돈되어 있다거나 편의시설이 제대로 갖추어져 있어서가 아니라, 피곤함 없이 지루함을 느낄 새도 없이 새로운 볼거리가 튀어나와서 다음엔 무엇이 나올까 기대하게 되는 도시라는 것이다. (28쪽)
이 책도 그렇다. 읽기 좋은 책이다.
읽기 좋다고 해서 조판이 새롭다거나, 책 편집이 잘 되어있다는 정도를 말하는 게 아니다. 물론 그런 것을 포함하고 또한 판형이 커서 보기에 시원시원하다는 점도 좋지만, 페이지를 넘길수록 색다른 이야기가 기다리고 있는 책이라서 그렇다.
우리가 그동안 많이 접했던 로마 이야기, 그런 책과 더불어 읽을만한 로마 관련 책, 여기 나타났다고 즐겁게 말해 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