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하제일명산 금강산 유람기 - 영악록 瀛嶽錄
정윤영 지음, 박종훈 역주 / 수류화개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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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하제일명산 금강산 유람기

 

이 책은?

 

이 책 천하제일명산 금강산 유람기는 금강산 유람기인 영악록을 한글로 번역한 것이다.

 

저자는 정윤영(1833~1898)은 <경기도 화성 출신으로본관은 초계草溪자는 군조君祚호는 석화石華·후산后山이다임헌회任憲晦의 문인으로이항로李恒老 학파와 교유하면서 심성이기론心性理氣論을 주기主氣의 입장에서 피력했다또한 신사척사운동辛巳斥邪運動때의 소장에 연루되어 함경도 이원현利原縣에 정배되었다소중화小中華 의식을 담아 화동연표華東年表》 등을 저술했고 애국우민의 마음으로 위방집략爲邦輯略》 등을 썼다특지特旨로 벼슬에 임명되었지만 나아가지 않은 채 포의布衣로 일생을 마쳤다.>

 

이 책의 내용은?

 

물론 지금은 코로나 때문에 뜸하지만여행이 보편화되어서 그런지 많은 여행기를 읽게 된다.

 

이 책은 시대만 다르다뿐이지 그런 여행기이다금강산을 둘러보고 기록한 영악록이 원전이다그걸 한글로 번역해 놓은 것인데, 1833~1898년 조선 시대를 살았던 저자가 보고 쓴 것이니지금의 경향과는 다른 점이 많다.

 

우선 첫 번째로 꼽을 수 있는 것은 저자가 인용한 수많은 중국 고전들이다.

금강산을 보고 기록하면서저자는 중국 고전에서 많은 구절들을 빌려와 금강산을 묘사한다.

 

산에 들어온 날을 계산해보니 모두 5일이 지났다내금강의 구경은 대략 마쳤지만오직 비로봉과 망군대 두 곳은 찾지 못했다.(129)

 

그리고 그 감회를 두보(杜甫)의 시를 인용해 표현한다.

 

그윽한 뜻이 갑자기 깨져버리니

돌아갈 때라 어쩔 수 없어서라네

문밖을 나서니 흐르는 물도 멈추고

머리 돌리니 흰 구름 가득하네

(129)

 

그렇게 해서 이 책에서 수많은 고전과 고전의 인물들을 만날 수 있었다.

해서 저자가 다녀온 금강산을 같이 구경하는 것도 좋았지만저자의 글 여기저기에서 발견하는 고전의 풍미를 또한 느낄 수 있어 좋았다,

 

이 책에서 발견하고음미하고깨달은 것이 무척 많은데 그중 몇 가지 적어둔다.

 

치도(馳道), 여기서 발견한다.

 

장안사 어귀로 들어가니 길이 갑자기 임금이 다니는 길처럼 넓어졌다. (74)

 

위의 글 원문은 이렇다.

入長安寺洞口路忽闢若馳道 (입장안사동구모홀벽약치도) (222)

 

역자는 그 말에 대하여 이런 설명을 붙여 놓았다.

임금이......원문은 치도군왕의 말이나 마차가 달리는 도로를 말하는데보통 말이나 마차가 다니는 큰 도로를 말한다.(74쪽 하단)

 

치도는 진나라 황제인 진시황이 치적으로 내세우는 것 중 하나인데중국을 통일하고 중국 전역을 다스리기 위해 빠른 정보 전달을 위해 도로를 건설했는데그게 바로 치도(馳道).

도로 한 복판에 말이 달리기 좋게 도로를 조성한 것으로그래서 치도(馳道)의 치()에 말 마()자가 들어있는 것이다. 

이 책에서 그 치도를 만난다.

해서중국의 치도가 조선에서는 보통 말이니 마차가 다니는 큰 도로를 말한다는 것알게 된다.

 

그게 논어에서 비롯된 것이구나

 

임진일 아침에 비로봉으로 향하려고 해 승려에게 길을 물으니승려들이 모두 갈 수 없습니다.”라고 하여 결국 가지 못한다이에 이런 감회를 덧붙인다.

 

이에 어쩔 수 없이 그만두고서 우두커니 서서 안타깝게 바라볼 뿐이었다이것이 이른바 우러러 볼수록 더욱 높고 우뚝하여 미칠 수 없다는 것인가? (128)

 

이 문장에서 인용된 저자의 발언은 논어에 나오는 말이다.

논어』 <자한>에 이런 구절이 있다. 

우러러볼수록 더욱 높으시고파고 들어가 보려고 하면 더욱 견고하시구나.”
(논어, <자한>, 9-10 김원중 역, 234)

이 글을 읽고나니 스승의 노래 한 구절이 떠오른다 

스승의 은혜는 하늘 같아서

우러러 볼 수록 높아만지네.

참 되거라 잘 되거라 가르쳐주신

스승의 은혜는 어버이시다.

~고마워라 스승의 사랑.

~보답하리 스승의 은혜.

 

<스승의 은혜가사가 바로 논어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것이제 알게 된다.

 

맹자』 한 구절그 뜻을 깨치다.

 

맹자』 <진심>()에 이런 구절이 있다. (진심, 14-35)

 

대인에게 유세할 때는 그를 내려다 봐야지 그의 드높은 위세를 염두에 두어서는 안된다(맹자박경환 역, 427)

 

대인을 설득하려면 그들을 예사롭게 여기고 그들의 높디높은 지위를 보지 말아야 한다((맹자김원중 역, 475)

 

이 책에서 역자는 이를 이렇게 번역했고해설을 붙여 놓았다.

 

대인을 설득할 때는 하찮게 여겨서 그의 드높음을 보지 말아야 한다. (137)

 

이런 해석에 다음과 같은 해설을 덧붙인다.

 

지위가 높은 사람을 만나서는 그 지위를 하찮게 여기면서 그 부귀와 권세에 위축되지 말아야 한다. (31)

 

맹자』 한 구절의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의미를 새기지 못하고 있었는데이 책에서 비로소 깨닫게 된다이 말의 뜻 - ‘위축되지 말아야 한다’ - 을 여기에서 제대로 새기게 되었으니 의외의 수확이다.

 

그때나 지금이나 산에 제 이름 새기는 건 매한가지

 

저자의 탄식 소리 들리는 듯한데읽어보자.

 

바위 면의 위아래에는 사람의 성명이 빽빽하게 새겨져 조금도 비어 있는 곳이 없으니또한 장관이라 하겠다명나라 중랑 원굉도가 법률에 산의 재목을 도둑질하거나 광물을 채굴하면 모두 일정한 형벌이 있는데세속의 선비가 명산을 훼손하여 더럽히는 것은 법률로 금하지 않으니 어째서인가청산의 흰 바위가 무슨 죄가 있다고 아무 까닭 없이 그 얼굴에 묵형을 가하고 그 피부를 찢는단 말인가매우 인하지 못하도다.”라고 했으니아마도 중국의 인사는 또한 이러한 것을 안타까워했단 말인가. (107)

 

저자의 인생이 담겨있다.

 

대개 천하의 낙지(樂地)는 그것을 소유한 자는 알지 못하고 아는 자는 소유하지 못한다. (67) 

대개 산수와 목석은 일찍이 아픔을 겪은 이후에 비로소 기이하게 된다산은 끊어진 다음에 우뚝하게 되고 물은 세차게 쏟아지다가 굽이치며 나무는 옹이가 난 뒤에 뒤틀리고 바위는 위태로운 뒤에 울퉁불퉁해지니이러한 것 때문에 기이하다고 일컬어진다산수와 목석이 모두 아픔을 겪었는지 모르겠지만만약 아픔을 겪지 않았다면 또한 어찌 사람들에게 칭송되겠는가? (69)

 

이 말이 어찌 산수와 목석에게만 해당하겠는가저자 정윤영의 삶을 살펴보니이 말은 분명 그가 인생을 살아보고 난 뒤 얻은 인생관이 아닐까 생각된다.

 

덧붙일 것은조선조 말의 정치에서 저자가 취한 척화의 신념이 이 책에서 드러나고 있다는 것이다역사에 대한 여러 가지 언급도 그래서 나오고 있는 것이다해서 이 책을 다만 금강산 여행기로만 읽을 게 아니라인생을 관조하는 선비의 인생론이라고 해도 좋을 것이다.

 

다시이 책은?

 

원래 이 책은 가을이라 읽고 싶었던 책이다.

가을엔 금강산에 단풍이 유명하다고 정평이 나서가을에는 금강산을 풍악산(楓嶽山)이라 부른다는데이 책을 읽으면서 못가보는 금강산 단풍을 와유(臥遊)하고 싶었다. 

해서 이런 구절로 그런 나의 심사를 달래본다. 

아침 일찍 길을 나서 영원동으로 향했다이곳부터는 길을 따라 맑은 시내와 흰 돌이 있으며기이한 바위와 높다란 암벽이 끊이지 않고 이어져 있었다온 산에 단풍이 한창이었는데완연히 붉은 비단 병풍을 펼쳐 놓은 것 같았다. (79쪽) 

더구나 가을에 하늘이 높아 기상이 맑고 단풍까지 들 때바위산의 뼈대가 더욱 가팔라 보이며 석양이 거꾸로 비춰 붉고 푸른색이 온갖 변화를 일으키기도 한다. (205) 

그렇게 단풍이 든 금강산이 책으로 다녀왔다 

그러니 저자의 이런 말나에게 하는 말이 아니겠는가?

나보다 뒤에 금강산을 유람하는 사람이 이 글을 먼저 보고 길을 간다면 또한 길을 잃어버리거나 멋진 풍경을 놓치는 탄식은 없을 것이다, (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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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경우
이미란 지음 / 예서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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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경우

 

이 책은?

 

이 책 너의 경우는 소설이다단편 소설집.

 

저자는 이미란, <1983년 광주일보와 1985년 서울신문의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했다. 1997년 광주문학상, 2009년 광주일보문학상을 수상했다현재 전남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로 문예창작론과 작가론을 강의하고 있으며글쓰기 치유와 관련된 연구와 활동을 하고 있다.>

 

이 책의 내용은?

 

이 책에는 표제작인 너의 경우를 비롯하여 모두 다섯 편의 단편 소설이 수록되어 있다.

 

당신?,

너의 경우,

일박 이일,

진실,

거짓말

 

이 소설들의 특징은?

 

그런데 이 소설들에서는 다른 소설에서 찾아볼 수 없는 특이한 점이 하나 있다.

그건 바로 화자가 /당신에게 말하는 형식을 띄고 있다는 점이다즉 이인칭 소설이다.

 

대개의 경우소설은 객관적인 시점에서 전지적 관점으로 말하는 화자가 등장하거나일인칭 시점에서 서술하는 형태의 1인칭 소설은 많이 볼 수 있는데 비하여 2인칭에게 말하는 형식의 소설은 드물다거의 없다고 말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이 소설집에 수록된 5편의 소설모두다 2인칭으로 진행이 되고 있다.

 

형식 면에서

 

이 다섯 편의 소설어떻게 서술되는지 살펴보자.

 

당신?

화자(話者)는 당신이라 불리는 사람의 부인이다.

그러니 당신은 남성화자는 여성이다.

그 화자는 라는 일인칭으로 자신을 지칭하니이건 일인칭과 이인칭이 혼합된 형식이다.

 

너의 경우,

여기에서 라고 불리는 사람은 수강생이고도중에 학우’, ‘다른 학생이라는 말이 등장하는 것으로 보아 학생이다화자는 연구실이라는 말이 있는 것으로 보아 그()를 가르치는 교수다.

 

일박 이일,

는 여성이다남편이 있고시어머니와 친정 어머니가 있는 것으로 보아 여성이다.

그런데 화자가 누구인지는 전혀 알 수 없다화자는 전지적으로 의 가정사를 다 알고 있는 사람임에 분명한데, ‘와의 관계는 알 수 없다전혀 정보가 주어지지 않은 채화자는 의 이야기를 독자에게 전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진실,

는 시간 강사이면서 해바라기 센터에서 일을 하고 있다. (123)

임상심리학을 전공한 사람이다. (124)

화자는이 작품 역시 화자에 대한 그 어떤 정보도 찾아볼 수 없다.

 

거짓말

당신은 여자다아들이 있고 남편이 있다이 작품의 주제는 아들의 여자 친구인 승혜가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을 알게 된다는 것이다. 

화자는전지적 시점에서 당신에게 말을 하고 있는데화자와 당신의 관계는 알 수 없다어떤 정보도 제공하고 있지 않다.

 

왜 2인칭을 사용했을까?

 

이상 살펴본 바와 같이 2인칭으로 쓰여진 소설이라는 것이 특이하다.

그러면 그런 2인칭 시점이 어떤 의미가 있을까?

 

이소설집의 말미에 있는 평론을 읽어보면 그 답이 나온다.

 

너의 경우,에서 사용된 2인칭 호칭의 사용은 독특한 서사적 효과를 발생시키는데 성공하고그러한 효과는 각 작품 주제 구현과 절묘하게 맞아 떨어진다는 점을 강조하지 않을 수 없다이는 각각의 작품에서 라든가, ‘당신을 모두 와 로 바꾸면그 즉시 작품을 감싸는 독특한 향취와 생생한 긴장감이 사라지고 만다는 점을 보더라고 금방 알아차릴 수 있다. (178)

 

그런데 위에 언급한 것은 당신?과 너의 경우에만 해당된다. .

왜냐하면 그 두 작품에서 화자와 당신/의 관계가 분명하게 나타나고 있기에 2인칭을 사용하는 것이 자연스러울 수도 있는데나머지 작품은 다르다. 

나머지 3편의 작품은 화자가 스토리를 전해주는 역할을 하는 데 그친다다시 말하면 굳이 화자가 당신이니 니 하는 2인칭을 사용할 당위를 느끼지 못하는 것이다 

이 부분을 역시 평자는 다음과 같이 언급하고 있다 

일박 이일,

이 작품은 라는 단어를 로 바꾸어도 아무런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사실상 이 작품은 일인칭 시점을 사용한 작품과 크게 다르지 않다. (192)

 

그러면 그러한 경우에도 2인칭을 사용한 것은 어떠한 의미가 있을까? 

평자는 이에 대하여 이렇게 말한다 

어쨌든 이 작품은 여전히 2인칭을 활용한다독자들을 향해 선언한다두 노인을 모시고 가는 의 입장이 되어라. 2인칭의 활용이 약간은 어색한 부분도 없지 않지만잃는 것이 있다면 얻는 것도 있는 법이 작품에서 2인칭 활용은 독자들에게 전달되는 디테일을 극대화하는데 기여한다. (193)

 

내용 면에서

 

당신?」 테세우스의 배의 절묘한 활용  

나는 테세우스의 배를 떠올린다아테네의 영웅 테세우스가 크레타의 괴물 미노타우루스를 죽이고 젊은이들을 구출하여 돌아왔을 때아테네 사람들은 이 승전의 배를 잘 보존하고 싶었다그들은 세월이 흘러 부식된 널빤지를 뜯어내고 새 목재로 교체해 가면서 이 배를 데메트리오스 팔레레우스의 시대까지 보존했다그런데 재료가 계속 교체되어 온 이 배를 그때의 테세우스의 배라고 말할 수 있을까? ‘테세우스의 배라는 정체성은 어느 정도의 변모를 허용하는 것일까당신의 몸에 계속 당신이 아닌 것들이 끼어든다면당신은 언제까지 당신이라고 할 수 있을까?” (36)

 

절묘한 활용이다.

이 작품에서 테세우스의 배를 등장시켜 소설 속의 남편에게 적용한 것은 그야말로 신의 한수다이보다 절묘하고 적절한 예를 찾아볼 수 없을 것이다.

남편의 신체는 마치 테세우스의 배처럼 바뀌고 있다해서 이제는 완전한 젊은이가 되었다. ‘와 같이 가면 다른 이들이 아들이냐고 묻고사위 삼으면 좋겠다는 말을 던지기도 한다.

그러니 이제 당신은 예전의 당신이 아닌 것이다마치 테세우스의 배처럼,

 

진실」 vs. 거짓말

 

제목부터 도발적이다완전히 대비되는 제목을 앞 뒤로 배치해 놓은 저자의 의도가 분명히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하게 되어두 작품을 비교하면서 읽게 된다.

 

진실에서는진실이 아닐 것이라고 생각을 하게 되는 상황그래서 분명 거짓이라고 판단할 수밖에 없는데마무리 부분에서 드러난 진실은?

거짓말에서는어떤 식으로 거짓말을 알아차리는가독자들은 호기심을 가지고 읽을 수 있을 것이다.

 

너의 경우에서 기록해 두고 싶은 것들

 

화자는 소설 창작을 가르치는 교수다.

해서 작품 곳곳에 소설 기법에 대하여 가르침을 주고 있다그 중 몇 개 적어 본다.

 

작가는 자신의 주인공을 최대한 괴롭힐 수 있는 상황을 만들어 내야 해요그래야 갈등이 극대화되거든요. (55)

 

주인공의 두려움을 독자가 이해할 수 있도록 써보세요주인공에게 벌어진 상황을 구체적으로 묘사하고주인공이 느끼는 감정도 면밀하게 그려보세요이야기의 진실성을 최대한 담보하려면디테일이 최곱니다. (56)

 

나는 소설의 진실성이라고 하는 게 사실이냐 아니냐의 문제가 아니라 이야기의 논리성과 통일성의 문제라는 것을 강조한다. (56)

 

다시이 책은?

 

굳이 2인칭 시점을 택한 이유가 무엇일까?

그런데 관심을 가지고 읽으면 작품들이 재미있게 읽힌다.

그 안에 화자와 당신/의 관계도 흥미를 갖게 하거니와저자가 2인칭을 사용하기 위하여 애쓴 흔적을 작품 곳곳에서 찾아보는 것도 마치 보물찾기를 하는 것처럼 재미있다.

 

일박 이일진실거짓말이렇게 3편에서는 평자가 말한 것처럼 화자가 말하는 당신/가 독자인 가 되어서 작품 속 상황으로 뛰어 들어가 본다는 마음으로 읽어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흥미롭고, 새로운 작품들을 만났다. 2인칭 구조로 소설 쓰기를 시도하여 소설의  지경을 한 차원 넓힌  저자에게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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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으로 보는 돈의 역사 - 명화로 읽는 돈에 얽힌 욕망의 세계사
한명훈 지음 / 지식의숲(넥서스)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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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으로 보는 돈의 역사

 

이 책은?

 

이 책 그림으로 보는 돈의 역사는 <명화로 읽는 돈에 얽힌 욕망의 세계사>이다.

 

저자는 한명훈, <20년간 인사교육 전문가로 일하고 있으며전문성을 인정받아 고용노동부문 장관상을 수상하였다또한 살롱과 클럽에서 강사와 작가도슨트로 리더십?영화?인문학을 주제로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으며저서로는 언택트 리더십 상영관(2020)이 있다현재는 경기도 용인에서 수상한 책방한스를 운영하며 독자들을 가까이에서 만나고 있다.>

 

이 책의 내용은?

 

이 책은 그림을 통해 부에 대한 인간의 욕망과 그것에 얽힌 세계사를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해서 단순하게 역사적 사실만을 나열하고 있는 게 아니라그 속에 다채로운 이야기를 담아놓았다. (7-8)

 

이 책은 다음과 같이 5개의 Part로 구성되어 있다.

 

PART 1. 돈은 권력이다

PART 2. 흑사병과 중세 암흑기

PART 3. 대항해 시대 부()의 지도

PART 4. 자본의 탄생

PART 5. 세계 경제를 지배하는 유대인

 

또한 재미있는 역사 상식도 <역사 잡학 사전>이란 항목에서 읽어볼 수 있는데다음과 같은 것들이다.

 

인간의 탐욕이 만든 세계사

소금이 월급이었다고?

해적들의 황금시대

허세 끝판왕들의 정상 회담

카사노바와 로또

주식 거래가 카페에서 시작되었다고?

생명 보험에 얽힌 역사

금주령이 탄생시킨 글로벌 톱 브랜드

 

새롭게 안 사실들이 많다.

 

여신 주노 모네타( Juno Moneta)’

 

그리스 로마 신화에 등장하는 여신 주노 모네타( Juno Moneta)’

 


 

1851년 남미 50달러 화폐 앞면에 보물상자와 같이 앉아 있다.

이 이름은 money의 어원이 되었다.

 

모네타라는 이름은 경고하다는 뜻을 담고 있다. (6)

 

오즈의 마법사가 은금 본위제와 관련이?

 

이 책은 영화로 만들어져 많은 인기를 끌었고그래서 지금도 많은 사람이 기억하고 있다.

그런데 그 책이 19세기 후반 미국에서 발생한 금본위제와 은본위제를 둘러싼 정치 투쟁을 은유적으로 표현한 것이라는 것은 처음 알게 된다. (42)

 

오즈의 마법사에 등장하는 주인공 도로시는 미국의 대표적 농촌 도시 캔사스에 사는 전형적인 미국인을 상징하며오즈(Oz)는 금의 단위 온스(Ounce)의 약자이다또한 도로시가 여행한 노란 벽돌길은 금본위제를도로시의 소원을 이루어준 은 구두는 은본위제를 의미한다.

그래서 이 작품은 은본위제로 돌아가야 한다는 것을 풍자한 것으로 당시 혼란스러웠던 미국의 사회를 그대로 담아내고 있다. (47)

 

기후변화가 몽골 병사를 움직였다.

 

13세기 초 지구에 소빙하기가 찾아오면서 중앙아시아의 목초 지대가 급격하게 줄어들게 된다풍요롭던 땅이 메말라가자 몽골의 칭기즈칸은 유럽 정복 전쟁을 시작한다. (60)

 

그렇게 몽골이 유럽으로 진출한 것은 바로 기후변화로 인한 생존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것이었다.

 

후추의 위력

 

지금이야 후추는 부엌을 떠나 밖에서는 아무런 힘을 발휘하지 못하지만, 15-16세기에 후추는 나라 경제를 좌지우지하는 힘있는 향신료였다.

후추를 구하기 위해 항해 기술이 발달되고대항해 시대가 열려 열강들의 각축이 시작되었다.

 

그러니 지금 부엌에 놓여있는 후추새롭게 바라볼 필요가 있다.

당시에는 후추는 한알씩 거래되었다. (80)

 

뉴턴의 기이한 이력

 

우리에게 만유인력을 발견한 과학자로 알려진 뉴턴에게 특이한 경력이 하나 있다.

바로 조폐국장을 지냈다는 사실이다.

 

그는 영란 은행에서 발행한 금 보관증으로 금본위제가 영국에서 시행되었는데당시 금본위제를 제안한 사람이 뉴턴이었다. (265) 

그는 그 공로를 인정받아 조폐국장이 되었고그 직을 무려 30년간이나 수행했었다.

 

시대가 바뀌고 역사가 바뀔 때마다 이 있었다.

 

찬란했던 로마 제국이 멸망하게 된 것도실상 돈 때문이었다.

화폐 개혁을 통해 데나리우스 은화의 은 함유량을 줄인 네로기존 화페를 다량으로 보유한 고리대금업자들이 화폐개혁으로 큰 손해를 보게 된다그래서 그들이 네로의 악행을 퍼뜨렸고결국 네로는 황제의 자리에서 쫓겨나게 된다.

그뒤로 로마는 차츰 차츰 멸망의 자리로 나아가게 된다. (25)

 

이런 식으로 시대가 변한다.

 

흑사병으로 유럽 경제가 초토화되었던 중세 암흑 시대무너졌던 화폐경제는 유럽 각지에서 채광된 은화를 중심으로 화폐 르네상스를 맞이하게 된다. (33)

 

유대인이 금융에 미친 영향

 

이를 잘 요약하는 문장소개한다.

 

유대인들은 추방과 이주의 역사를 반복합니다.

스페인의 종교적 탄압을 피해 네델란드로 이주하고암스테르담에서 금융업을 발전시킵니다.

네델란드에 대한 영국의 견제와 명예혁명으로 영국으로 진출한 유대인은 중앙은행을 설랍해 금융업을 장악합니다.

이후 반유대주의로 탄압받던 유대인은 미국으로 이주하여 글로벌 기업을 만들고 전세계 금융업을 장악합니다. (287)

 

영국의 경우를 살펴보자.

 

영국이 금본위제를 택한 것은 경제 패권을 독점하기 위한 것이다하지만 기축통화인 은을 금으로 바꾸려고 하자 금의 유통량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것이 문제가 된다영국은 1694년 영란은행을 설립하고 금보관증 제도를 도입헤 금부족 문제를 단숨에 해결한다.(39)

 

바로 이러한 영란은행을 설립한 것은 유대인들인데이에 대한 기록은 이 책의 후반에 등장한다.

 

엄청난 자금 조달 방법을 고민하던 유대 금융인들은 묘수를 찾아낸다전쟁 자금 모금 기구를 만들어 돈을 빌려주고 대가로 은행권을 발행할 수 있는 권한을 요청한 것이다이때 설립된 은행이 영란은행이다유대 금융인들에 의해 설립된 영란은행은 민간 소유의 중앙은행으로 금융 역사에 등장한다. (264)

 

이 책에서 만나는 문학 작품들

 

돈의 역사를 설명하는데뜻밖에도 문학작품이나 철학자의 저작이 소용되기도 한다.

아래 서적들은 그러한 데 사용된 것들이다이런 책들을 읽을 때 이 책의 내용이 참고가 될 것이라 여겨 목록을 작성해 둔다.

 

오디세이아호메로스, 4,

역사헤로도토스, 16

신들의 계보헤시오도스, 36

오즈의 마법사라이먼 프렝크 바움, 42, 47

위대한 개츠비피츠제럴드, 44, 50

신곡단테, 66, 234

데카메론, 66, 73

국부론』 아담 스미스, 76

동방견문록』 마르코 폴로, 92

베니스의 상인』 셰익스피어, 237,240

닥터 지바고보리스 파스테르나크, 288

 

다시이 책은?

 

세계사는 결국 우리들 인간들의 이야기인데  그 역사를 움직여가는 것은 뭐니 뭐니 해도 역시 돈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겉으로는 다른 명분을 내세운다 할지라도 한 거풀만 벗기고 살펴보면 거기엔 돈이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십자군 전쟁면죄부 발행유럽의 각 나라에서 유대인들을 추방한 사건들을 살펴보면 아무리 다른 이유를 거론한다고 해도 돈이 그 사건들의 중심에 있었다는 것부인할 수 없다.

 

이 책역사를 보는 눈을 새롭게 해준다새삼 돈의 위력을 실감하게 해주는 책이다.

문제는 그 돈의 위력이 부정적으로 작동한다는데우리 인류의 고민이 있다.

그런 고민도 하게 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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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 시티 Rome City - The Illustrated Story of Rome
이상록 지음 / 책과함께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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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 시티 ROME CITY

 

이 책은?

 

이 책은 책 제목 전부를 적어야 한다그래야 이 책이 어떤 책인지를 알 수 있다.

이 책 제목은 로마 시티이지만 전부 읽어보면 The Illustrated Story of Rome, Rome city이다로마를 그림으로 볼 수 있는 책이다.

 

저자는 이상록, <홍익대학교 시각디자인과를 자퇴한 뒤 네이버넥슨 등 IT업계에서 일러스트레이터아트디렉터게임 컨셉 아티스트, UI디자이너 등으로 일하고 있다소소한 로마 여행 그림책을 만들어 보겠다고 시작했던 일이 15년이 지나는 동안 두꺼운 인문교양서가 되고 말았다.>

 

이 책의 내용은?

 

저자 소개에서 언급된 것처럼이 책 두꺼운 인문교양서다.

책이 두껍다양이 많다무려 582쪽이다.

하기야 하루 아침에 이루어지지 않은 로마그리고 무너지는데도 서서히 오랜 세월이 걸렸던 로마이니어찌 간단히 얇게 서술할 수 있겠는가?

 

그런 책을 만들되로마 시내를 일일이 걸어다니며 직접보고 또 그중에 많은 부분을 그림으로 남겨 책을 만들어 놓은 저자의 수고가 참으로 놀랍기만 하다.

 

로마그 도시가 눈으로만 보아서 될 도시인가아니다.

로마는 몇 겹으로 쌓여진 도시이니육안으로는 도저히 감당할 도시가 아닌 것이다.

이런 글 읽어보자. 

오늘날 로마는 2층으로 되어 있다후세 사람들은 옛 건물을 흙으로 덮기만 하고 새 건물을 올렸다그러다 보니 로마의 지대는 5~18미터나 높아졌다명소로 알려진 고대 로마 시대의 건축물들을 유심히 보면 모두 한 층 높이 아래에 있음을 알 수 있다. (.........) 오늘날 로마에 온 사람들은 유적지 위를 걸어 다니는 셈이다. (24) 

그런 도시를 저자는 걸었다.

걸어다니며 유적지에 얽힌 사연들을 찾아내어 들려준다로마의 역사문화사회 전반을 두루 훑어가면서 걸어다닌 저자, 덕분에 독자들은 로마를 새롭게 만나게 되는 것이다.

 

이 책의 특색로마를 그려본다.

 

저자는 어느 순간 로마를 그림으로 담아보고 싶어가방에서 연필과 노트를 꺼낸다. 

여행지에서 그림 그리는 경험은 처음이라 어색했지만 무척 즐거웠다.

그렇게 스케치 여행이 시작되었다.

글로 적어야 구체적인 형태를 갖추는 생각이 있는 것처럼그림으로 그려보아야만 비로소 눈에 보이는 이미지가 있는 것 같다바깥의 대상을 고스란히 흡수하고 간직하는 데 매우 유익한 행위가 바로 글쓰기와 그림 그리기가 아닐까글과 그림은 여행을 풍부하게 만들어주는 가장 확실한 방법일 것이다. (32)

 

독자들은 이 책에서 글과 그림으로 로마를 풍부하게 경험해 볼 수 있을 것이다.

 

괴테로 로마 이야기가 시작된다.

 

괴테는 1786년부터 1788년까지 1년 8개월 동안 이탈리아를 방문했다방문한 도시 중에 로마가 들어있는 것은 물론이다.

 

그는 로마를 방문하고 이런 말을 남겼다 

내가 로마 땅을 밟게 된 그날이야말로 나의 제 탄생일이자 나의 진정한 삶이 다시 시작된 날이라고 생각한다. (37) 

괴테가 이탈리아를 방문한 모든 기록이 그의 책 이탈리아 여행기에 담겨 있다.

 

카이사르 갈리아 전기 중

 

카이사르의 승리엔 장애물이 없었다전쟁 4년차인 기원전 55년에는 도버 해협에 이르렀다배를 타고 바다를 건너 당시 미지의 섬이던 브리타니아 (오늘날의 영국)에 발을 내딛었다. (111)

 

주사위는 던져졌다.

 

카이사르는 루비콘 강을 앞두고 이런 말을 했다.

주사위는 던져졌다.” 

다른 견해도 있다그리스 시인인 메난드로스의 시구를 인용해 주사위를 던져라라고 말했다는 설도 있다. (119)

 

이에 대하여는 전에 마스터스 오브 로마』 5부 <카이사르>에서 읽은 적이 있다.

 

그 책의 저자 콜린 매컬로는 라틴어로 알려진 "주사위는 던져졌다"보다 그리스어로 "주사위를 높이 던져라"라는 외침에 더 높은 가능성을 두고 있다 

 

루비콘강을 건널 때 카이사르가 실제로 한 말에 대해서그 자리에 함께 있었던 폴리오는 카이사르가 시인이자 신(희극 작가인 메난드로스의 2행 연구(聯句)를 인용해라틴어가 아닌 그리스어로 주사위를 높이 던져라!”고 말했다고 한다.

주사위는 던져졌다가 아니다나는 폴리오의 말에 신뢰가 간다.

주사위는 던져졌다는 우울하고 숙명론적이다.

반면 주사위를 높이 던져라!”는 어깨를 으쓱하는 것과 같은어떤 일이든 벌어질 수 있음을 인정하는 태도다카이사르는 숙명론자가 아니었다그는 모험가였다.

 

참고로 루비콘 강은 오늘날 이탈리아 북부 라벤나와 라미니 사이에 있었다고 전해질 뿐 어느 강인지는 분명치 않다. (118)

 

카이사르성벽을 허물다.

 

로마의 테르미니역 광장에는 고대 유적이 하나 보이는데세르비우스 성벽이다.

무려 2500년 전에 세워진 성벽이다로마가 탄생한지 얼마 안된 작은 왕국이었을 때 도시를 보호하기 위해 만들었다 한다.

세르비우스 성벽의 잔해들은 다른 곳에서도 볼 수 있는데기차역 지하에 있는 맥도날도 가게에서도 볼 수 있다 한다. (23)

그런데 그 성벽을 허문 사람은 누구일까?

바로 카이사르다그가 그 성벽을 허물었다.

그는 로마를 감싸던 세르비우스 성벽을 허물어버렸다로마가 안위를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시대임을 밝히는 과시이자 수도 로마의 개조를 알리는 선언이었다. (136)

이런 사실은성벽을 쌓는 자와 성벽을 허무는 자를 대비하며 문명의 개방성을 은유하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로마 역사를 새로 쓴 셰익스피어

 

셰익스피어는 로마 역사의 아주 중요한 장면을 극으로 만들었다.

바로 로마 사극 줄리어스 시저,

안토니우스와 클레오파트라.

그리고 서사시 루크레티아의 능욕이다.

이 책에서는 줄리어스 시저에 나오는 유명한 안토니우스의 연설을 부분 인용하고 있으며 (141), 안토니우스와 클레오파트라에서 나오는 장면들은 149쪽 이하에서 찾아볼 수 있다.

 

해서 이 책은 참으로 기록해 두고 싶은 게 많다.

위에 적어놓은 것뿐만 아니라다른 것들도 많이 있지만 생략하고 대신 이 책 목차를 주요부분만 적어둔다.

 

프롤로그 로마만의 시공간 

1. 세계의 머리 로마의 시작

2. 처음에는 아무것도 아니었던 곳 마을에서 제국으로

3. 부서짐의 역사 고대의 무덤포룸로마눔

4. 파괴자 혹은 창조자 율리우스 카이사르 1

6. 이름의 힘 카이사르의 후계자들

8. 로마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았다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

12. 로마의 새 주인 신의 대리자유럽을 다시 만들다

14. 잔혹하고도 아름다운 연극 콜로세움이 보여주는 희극과 비극

17. 미래로 나아가기 위해 과거로 돌아가다 재생의 시대르네상스

21. 르네상스의 비용 다시 폐허가 된 로마

23. 예술의 격전지 두 천재 예술가의 전쟁 

24. 빛의 시대 로마의 황혼

25. 승자 없는 승리 선언 이름으로만 존재하던 이탈리아가 만들어지다

 

그러니 로마의 시작부터 황혼에 이르기까지그 세월 동안 로마를 일으키고 세우고그 안을 채웠던 모든 역사를 독자들은 살펴볼 수 있다.

 

다시이 책은? - 로마는 걷기 좋은 도시.

 

저자는 로마를 일컬어 걷기 좋은 도시라 한다.

그게 무슨 말인가 하면도로가 깔끔하게 정돈되어 있다거나 편의시설이 제대로 갖추어져 있어서가 아니라피곤함 없이 지루함을 느낄 새도 없이 새로운 볼거리가 튀어나와서 다음엔 무엇이 나올까 기대하게 되는 도시라는 것이다. (28) 

이 책도 그렇다읽기 좋은 책이다.

읽기 좋다고 해서 조판이 새롭다거나책 편집이 잘 되어있다는 정도를 말하는 게 아니다물론 그런 것을 포함하고 또한 판형이 커서 보기에 시원시원하다는 점도 좋지만페이지를 넘길수록 색다른 이야기가 기다리고 있는 책이라서 그렇다.

 

우리가 그동안 많이 접했던 로마 이야기그런 책과 더불어 읽을만한 로마 관련 책여기 나타났다고 즐겁게 말해 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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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모자를 쓴 여자 새소설 9
권정현 지음 / 자음과모음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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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모자를 쓴 여자

 

이 책은?

 

이 책 검은 모자를 쓴 여자는 소설이다장편소설.

 

저자는 권정현, <충북 청주에서 태어나 천안에서 고등학교를 마쳤다장편소설 칼과 혀(2017)로 2017년 혼불문학상을 받았다.>

 

이 책의 내용은?

 

아 소설의 시작과 끝은 동일하다.

 

시작은 이렇다. 

지금도 민은 그날 보았던 검은 모자를 똑똑히 기억한다낯선 존재를 감싸고 있던 외피의 특징 중에서 유달리 검은색 모자를 기억하는 이유는모자의 검은 후광이 한 존재의 전체를 압도해버릴 만큼 강렬했기 때문이다.

(중략)

민이 어떤 직감 또는 특이점 속에서 창문을 연건 정확히 새벽 2시였다. (7-8)

 

이 소설의 (정확히 끝 부분은 아니지만 거의끝을 살펴보자.

 

갑자기 304호 거실에 불이 켜졌다새벽 2시였다베란다 문이 열리고 여자가 난간에 기대 이쪽을 쳐다보는 게 느껴졌다민은 순간 갈등했다. (251)

 

작품 설명을 하기 위해 참고로 하는 말인데주인공 민의 위치가 바뀌어 있다.

처음 장면에서는 민의 위치는 304호 아파트다. 실내다. 낮에 마신 커피 때문에 잠들지 못하다가 우연히 창밖을 내다 본다.

마지막 장면에서는 민은 바깥에 있다바깥에서 아파트 안에 있는 여자와 위치가 뒤바뀐 상태로 밖에서 아파트 창을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

 

이 부분 무슨 의미일까열심히 생각하는데민이 들어가 있던 정신병원에 공연을 온 마술사가 그것을 잘 설명해 주고 있다.

 

마술사가 모자를 들어 올려 뒤집었다비어 있던 모자 안쪽에서 작고 흰 고양이 한 마리가 나왔다. (212)

그 다음에 마술사는 이런 설명을 덧붙인다 

"지금 저 흰 고양이는 모자 밖에 있습니다하지만 그전까지 고양이는 모자 속에서 시간을 견뎠을 겁니다모자 밖의 고양이는 실재하고 모자 안의 고양이도 실재했습니다제가 공연을 한 동안 여러분은 결코 고양이를 본 적이 없습니다그렇다고 해서 고양이가 허상일까요아닙니다안과 밖두 가지로 구분하지 마십시오." (212)

 

이 말은 무슨 뜻일까?

이 소설의 화자는 이렇게 설명한다. 

이해가 될 둣하면서도 이해가 되지 않는 말이었다하지만 사람들은 최면에 걸린 것처럼...(213)

 

이해가 되지 않을지라도 이 부분은 이 소설의 주요 포인트가 된다.

저자는 <작가의 말>에서 이런 말을 한다. 

이 소설은 처음과 끝이왼쪽과 오른 쪽이위와 아래가과거와 현재가 구분되지 않고 동그라미 안에 뒤섞여 있다우리는 여전히 제 꼬리의 기원을 찾아제 꼬리를 물기 위해 살아가고 있지 않은가진실과 정의시대와 역사슬픔과 기쁨잠깐 스치는 인연들나아가 우리 삶이 이럴 것이다. (263)

 

꼬리를 찾아꼬리를 물기 위해라는 말은 이 소설의 등장하는 우로보로스와 관련되는 것이다.

민이 상담하는 정신과 의사의 발언 중이런 말이다.

우로보로스는 제 꼬리를 힘껏 이빨을 박아 넣어 허물을 벗겨냅니다생살이 찢어지는 아픔을 제 독으로 견디며 낡은 육체를 버리죠.” (199)

 

다시이 책은?

 

이 소설은 이해하기 어렵다.

주인공인 민이 겪은 사건들이 그녀의 의식의 흐름과 맞물려 서술되기 때문에과연 어떤 것이 현실이고 어떤 것이 그녀의 의식의 흐름에 의한 진술인지 불분명하게 뒤섞여버리기 때문이다.

 

해서 이런 것들이 과연 사실인지 아닌지 판단하기 어려워진다.

 

(민은젖먹던 힘을 다해 까망이의 목을 졸랐고 오래지 않아 까망이는 몸을 축 늘어뜨렸다.

민은 팽개친 모종삽을 주워 와 땅을 파고 까망이 시체를 묻었다. (88)

 

까망이는 민이 기르던 검은색 고양이 이름이다.

그렇게 까망이를 죽여 묻었는데그 고양이는 다시 집안에서 목격이 된다.

2층집 여자에게 칼을 들고 해치려는 행동을 한 것 역시 마찬가지다. (229)

 

해서 이 소설은 줄거리조차 이해하기 어렵다.

다만 민이 상담하던 의사가 민의 말을 듣고 한 말이 민이 살아가고 있는 세계를 확실하게 보여주고 있다.

 

그러니까 어떤 것은 사실일 수도 있고 어떤 건 착각일 수도 있고 어떤 건 알 수 없는 부분이기도 하겠군요.” (183)

 

또한 읽고 있는 이 소설의 주인공 민을 망상장애라고 치부할 게 아니다. 

정신병원에 들어간 사람은 이렇게 분류가 된다고 한다.

이곳에 온 사람들은 보통 두 가지 부류로 나뉩니다자신이 왜 이곳에 왔는지 모르는 사람과 자신이 왜 이곳애 왔는지 아는 사람. (178)

 

저자가 이 소설에서 말하고 싶어하는 건 과연 무엇일까?

 

정신병원을 조금 넓혀 이 세상이라 한다면우리가 어떤 사람인지 금방 알 수 있다.

왜 세상에 왔는지를 아는 사람과 모르는 사람.

거기에 또하나 기준을 덧붙여보자자기 앞에 일어나는 현실 사건을 어떻게 파악하고 사는가를,

그러니까 어떤 것은 사실일 수도 있고 어떤 건 착각일 수도 있고 어떤 건 알 수 없는 부분이기도 하겠군요.” (183)

 

우리의 위치는 마술가가 한 말처럼안과 밖그렇게 두가지로 구분할 수 없다.

안이 밖이고밖이 안이다세상은 그렇게 흘러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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