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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가스라이팅이야 - 자기 불신에서 벗어나 삶의 확신을 되찾는 자아회복 지침서
에이미 말로 맥코이 지음, 양소하 옮김 / 에디토리 / 2021년 7월
평점 :
그게 가스라이팅이야
이 책은?
이 책 『그게, 가스라이팅이야』는 <자기 불신에서 벗어나 삶의 확신을 되찾는 자아회복 지침서>이다.
저자는 에이미 말로 맥코이, <면허를 취득한 전문 상담사(LPC, Licensed Professional Counselor). 정서적 학대 관계에서 고통받는 사람들이 그 관계를 끊어내도록 도우며 관련 글을 쓰고 있다. 약 10년간 미국 전역에서 찾아온 수천 명의 가스라이팅 피해자들을 치료하며, 그들이 스스로를 믿지 못하는 것을 목격하고 자기 불신에서 벗어나도록 돕기 위한 연구를 계속하고 있다. 또한 가스라이팅 피해자들이 하루빨리 일상을 회복할 수 있도록 다양한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이 임상 경험을 바탕으로 이 책을 집필했다.>
이 책의 내용은?
‘가스라이팅’이란 용어를 매스컴에서 듣고 떠오른 영화가 있었다.
예전에 보았던 고전 영화 <가스등>이다. 가스등, 원어로는 <Gaslight> 이다.
<가스등> 줄거리를 보면 남편이 아내를 조정하여, 아내로 하여금 본인의 판단을 믿지 못하고 고통에 시달리게 하는 장면이 등장한다. 그게 기억이 났는데. 그래서 가스라이팅이 혹시 그 영화와 관련이 있는 게 아닌가 싶었는데 내 짐작이 맞았다.
가스라이팅이란?
이 책에서 가스라이팅이란 용어의 기원을 이렇게 소개하고 있다.
이 용어는 1938년 영국의 극작가 패트릭 해밀턴이 쓴 연극 <가스등>에서 유래되었다. 이 연극은 1940년, 1944년에 각각 영화화되기도 했다.
그리고 이어서 가스등의 줄거리를 다음과 같이 소개하고 있다. 가스라이팅의 의미를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므로, 그대로 옮겨 본다. (15쪽)
비밀이 많은 한 매력적인 남자가 자신의 아내를 조종하여 아내가 스스로 미쳐가고 있다고 믿게 만든다는 내용이다. 극 중 집안의 가스등 불빛이 모종의 이유로 흐려지지만, 남자는 그저 모든 일이 아내가 미쳐서 정신나간 상상을 할뿐이라고 다구친다.
그러니 여기서 일단 가스라이팅의 개념이 등장한 셈이다.
다른 사람을 조종하여 자기 자신의 판단을 믿지 못하게 하여 그 사람을 이용하는 것.
피해자들의 현실 인식 능력과 판단 능력을 흐리고, 자기 인식과 상황 분별력을 의심하게 만드는 심리적 정서적 학대를 말한다. (15쪽)
또 가스라이팅에 관련된 다른 영화가 있다. <아벨리에>
이 영화 줄거리도 다른 상황에서의 가스라이팅을 이해할 수 있으므로 소개한다.
주인공 아벨리에는 직원을 구박하는 채소가게 주인 콜리뇽의 집에 몰래 들어가 물건들의 위치를 바꾼다. 그러고는 콜리뇽의 휴대폰을 조작해 그가 어머니에게 전화를 걸면 정신병원이 전화를 받도록 해둔다. 이에 콜리뇽은 겁에 질리고 혼란스러워하다 결국 자신이 미쳤다고 믿게 된다. (15쪽)
이런 상황을 모두 감안한다면, 가스라이팅이란 개념이 넓어지게 된다.
가스라이팅의 적용범위는 단순히 어느 한분야에만 국한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가스라이팅의 적용범위
이런 경우, 가스라이팅이다.
정치인들이나 유명인들이 쉽게 밝혀질 사실을, 거짓말로 호도할 경우 가스라이팅이다.
거짓말을 하고도 증거를 제시해도 뻔뻔하게 거짓말을 계속하는 경우, 가스라이팅이다.
각종 집단 안에서도 가스라이팅은 빈번하다. 특히 리더들은 개성과 개인적 책임을 없애는 일종의 집단사고를 유도하여 가스라이팅하기도 한다. 단결, 애국심, 리더를 향한 충성심이란 단어를 자꾸 쓴다면, 가스라이팅을 의심해봐야 하는 이유다. 지난 역사를 보아도 집단사고가 한 나라를 증오와 편견, 다중 살인으로 몰아갔던 사건을 찾아볼 수 있다. (17쪽)
따라서 가스라이팅는 단순히 개인적 관계에서만 이루어지는 게 아니라 정치적 영역, 매체 영역 등 점점 더 범위가 넓어지고 있다.
우리가 이런 것에 대한 주의를 해야하는 것은, 우리가 가스라이팅 시그널을 더 잘 알아챌수록 가스라이팅이 끼치는 해로움을 능숙하게 제한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17쪽)
가스라이팅 시그널, 어떤 것이 있나?
그래서 이 책에서 주의해서 살펴봐야 할 것은 가스라이팅 시그널이 어떤 것인가 하는 점이다.
일단 이런 말을 들었다면, 가스라이팅을 의심해 봐야 한다.
저 사람, 그랬었다며? : 근거없는 소문
할 수 있겠어요? : 무능한 사람 취급
꼭 말로 해야 알아요? : 말이 안통한다는 평가
지금 그런 말을 할 때입니까? : 위선자의 엄격한 기대
네가 내 말을 들었으면 됐을텐데 : 희생양 몰이
또 이런 경우도 있다. 이런 말 자주 하는 사람, 가스라이터다.
거짓말 아니야 : 뻔뻔한 거짓말
나 좀 혼자 둘래? : 불성실한 태도
너에겐 나뿐이어야 해 “ 고립시키는 말
네 본 모습을 회사에 알리겠어 : 지저분한 괴롭힘
장난이었어, 장난 : 악의적인 비난
실망이야 : 헛된 죄책감
오늘따라 왜 이렇게 과민반응이야? : 과민 반응 취급
내가 그런 것까지 해줘야 해? : 합리적인 부탁 거절
네가 그러니까 문제지 : 수치심 주기
앞으로 크리스마스 같이 보낼 생각 마 : 과한 보복
피해자가 입는 피해는 무엇인가?
구분은 어찌보면 간단하다.
위의 말들을 들었을 때, 다음과 같은 상황이 되면 그건 분명 가스라이팅이다.
분별력이 흐트러진다.
그 사람 말을 듣고 나니, 내가 처한 상황이 대체 뭔지 아리송해진다. 내가 지금 잘하고 있는 건지 못하고 있는 건지 분간할 수 없다.
침묵하게 된다.
그 사람 말을 듣고 대응하려고 해도, 무슨 말을 해야할지 가늠이 되지 않아, 입을 다물고 만다.
그래서 가스라이터는 내 일에 간섭하게 된다. 나를 조종하게 되는 것이다.
사사건건마다 그 사람의 눈치를 봐야 하고, 어떤 일을 할 때 이렇게 하면 혹시 그 사람이 뭐라 하지 않을까, 사전검열을 스스로 하게 된다.
가스라이터의 표적이 되는 사람은?
주로 상처받기 쉬운 연약함을 지녔거나 호감이 가는 사람이다.
성처받기 쉬운 연약함을 가진 사람 :
이경우는 이렇게 한마디로 표현할 수 있다.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려고 애쓰는 사람, 그리고 가스라이터에게 소리 내어 지적할 가능성이 적은 사람.
호감이 가는 사람 :
자신감 넘치며 사회적 성공을 거둔 사람인데, 이런 사람에게 가스라이터는 애정공세를 펼치며 접근하여, 신뢰를 얻어 친밀감을 느낀다 할 때, 가스라이팅을 시작한다.
자기의 의도대로 사람을 움직이려고 하는 것이다. 만일 마음대로 되지 않으면, 대중에게 알리겠다거나, 악의를 가지고 헛소문을 퍼트린다고 협박도 하면서 계속 조종을 하는 것이다.
어떻게 하면 가스라이팅의 피해를 입지 않을 수 있을까?
경계를 확실하게 만드는 것이 해답이다.
가스라이터가 접근해 올 때, 경계를 확실하게 그어, 그 선을 넘어오지 않도록 하는 수밖에 없다.
물질적 경계, 물리적 경계, 정신적 경계, 성적 경계, 사회적 경계, 시간적 경계.
이런 경계영역을 염두에 두고 다음 경우를 적용해 본다면, 경계의 의미가 확실하게 드러날 것이다.
사이비교주가 신도들을 물질적, 성적, 시간적으로 착취하는 경우.
친구가 물리적, 시간적 경계를 허물고 들어오는 경우,
연인이 물질적, 성적, 시간적 경계를 허물어뜨리고 들어오는 경우.
이러한 경우, ”싫다“ 라고 확실하게 말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다시, 이 책은?
위에서 잠깐 살펴본 것처럼 가스라이팅의 범위가 실로 넓은 것을 알게 되었다.
가스라이팅에 해당하는 말들은 언뜻 들으면 평범한 일상 대화 같이 들린다. 해서 가스라이팅에 해당하는지, 아닌지 구별하기가 어렵다.
과연 그런 말들이 가스라이팅에 해당하는지, 어찌 보면 이현령비현령 같기도하다.
가스라이터들은 그런 말을 서슴지 않고 뱉어 피해자를 힘들게 해놓고는, 문제가 되면 ‘농담이다’, ‘다 너 잘되라고 하는 말이다’ 등등 빠져나가기 딱 좋은 상황이 바로 가스라이팅인 것이다.
그러니 그런 가스라이터의 말에 휘둘리지 않도록 경계를 확실히 정해놓고, 그 경계를 넘는 순간 소리쳐 ‘싫다’라고 외칠 준비를 해놓으면, 힘들지 않게 나 스스로를 지킬 수 있을 것이다.
이 책, 그런 인생살이의 지혜를 가르쳐 준다.
인간관계에서 힘들게 당하지 말고, 남에게 휘둘리지 않고 살아갈 수 있는 자신감을 길러주는, 가치 있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