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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자 - 도가사상의 정수
열자 지음, 신동준 옮김 / 인간사랑 / 2021년 6월
평점 :
신동준 선생의 번역과 해설로 읽어보는 『열자』
왜 이 책을 읽었는가?
『열자』는 『노자』, 『장자』와 함께 도가(道家)의 3대 경전으로 꼽힌다.
그 중 『노자』, 『장자』는 전에 읽었는데, 이 책 『열자』는 이제 읽었다.
다른 책에 비해 늦게 읽은 셈이다.
중국의 고전을 이것저것 많이 읽은 편이고, 『노자』, 『장자』도 읽었는데, 이제야 『열자』를 읽게 된 것이니 늦게 읽었다.
왜 그런가 생각해보니 무엇보다 『열자』에 관해 읽을만한 책이 없었다는 것이다.
『열자』를 다룬 책들이 여럿 있긴 한데, 마땅한 책을 찾지 못하고 이것저것 둘러보다가 내려놓기를 반복한 것이다.
그러다가 이 책, 신동준 선생의 번역, 해설에 해석을 한 책을 만나자 바로 이 책이구나, 하는 생각에 드디어 『열자』를 읽은 것이다. 늦었지만 기다린 보람이 있다.
이 책의 특징은?
이 책 『열자』는 신동준 선생이 번역하고 해설을 붙여 펴낸 것이다. ‘
이 책의 특징을 몇가지로 정리해 본다.
이 책 한 권으로 열자, 충분하다.
대개의 경우 중국 고전을 읽으려면, 적어도 두 권 정도는 읽어야 한다.
한 권은 그 책에 대한 개론 또는 해설서, 또 다른 한 권은 그 책의 본문 해설 및 해석을 다룬 책, 그렇게 해서 두 권 정도는 읽어야 한다.
다른 말로 하자면, 1차 서적과 2차 서적을 모두 읽어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열자』 이 책은 그럴 필요가 없다. 이 책 한 권이면 된다.
이 책이 그런 것 두 권의 내용을 모두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의 1부와 2부의 편제론 까지가 열자에 대한 개설서와 해설을 담고 있으며, 2부의 제 2편 주석론이 열자의 해석이 되겠다,
그러니 독자들은 열자를 이해하기 위해 번거롭게 두 권, 또는 세 권씩이나 사서 읽을 필요가 없다. 이 책 한 권이면 충분하다.
제1부 인물론
제1편 생장론(生長論)
제2편 사상론(思想論)
제1장 귀허주의(貴虛主義)
제2장 낙생주의(樂生主義)
제3장 자운주의(自運主義)
제4장 우언주의(寓言主義)
제2부 주석론
제1편 편제론(編制論)
제2편 주석론(註釋論)
해설서인 1부에서는?
『열자』의 의미를 자세하게 설명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도가 사상에서 열자가 차지하고 있는 위치를 설정함으로써 노자, 장자와 함께 도가사상을 형성하고 있는 『열자』의 위치를 분명히 해 준다.
도가사상의 전개과정에서 볼 때 열어구의 『열자』는 노자의 『도덕경』과 장주의 『장자』의 중간지점에 위치한다. 보다 엄밀히 말하면 열자는 입세간의 현실 정치에 대한 관심을 잃지 않고 있어 출세간에 집착하고 있는 『장자』보다는 『도덕경』에 훨씬 가깝다. 이는 『열자』가 무(無)를 중시한 『장자』와 달리 허(虛)를 중시한 사실과 무관하지 않다. (7쪽)
이를 다음과 같이 그려볼 수 있자 않을까? .
『도덕경』 -- 『열자』 (虛) ----------- 『장자』(無)
저자는 다시 말한다.
그런 점에서 『열자』를 통하지 않고는 도가사상의 전모를 파악하는 일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말할 수 있다. (7쪽)
그래서 『열자』를 읽어야 하는 것이다.
귀허주의 (貴虛主義)
『열자』가 무(無)를 중시한 『장자』와 달리 허(虛)를 중시한 사실과 무관하지 않다,는 저자의 해설은 그 뒤 1부의 <사상론>에서 ‘귀허주의’(貴虛主義)로 이어진다.
원래 『열자』에는 잡다한 일화가 뒤섞여 있으나 나름대로 이들 일화를 관통하는 논리가 있다. 그것이 바로 ‘허(虛)’이다. (33쪽)
묵자는 겸(兼), 공자는 공(公), 전자(전자방)은 균(均), 열자는 허(虛)를 귀하게 여겼다. (33쪽)
『시자』의 <광택편>에 나오는 말이다.
허(虛)를 귀(貴)하게 여긴다고 해서, 귀허주의(貴虛主義)다. 허로 돌아간다[歸]는 의미의 귀허주의(歸虛主義)가 아닌 것, 알아두자.
해석서에 원문 해설이 충실하다.
해석서인 2부 2편 주석론을 살펴보면, 먼저 원문을 포함시킨 것이 눈에 뜨인다.
한문 원문을 같이 실어 한자 해석 및 해설을 하면서, 원문 번역에 충실을 기하고 있는 것이다.
220쪽을 살펴보자. 5-8이다.
孔子東游, 見兩小兒辯鬪. 問其故, 一兒曰,“我以日始出時去人近, 而日中時遠也”
공자동유, 견량소아변투. 문기고, 일아왈,“아이일시출시거인근, 이일중시원야”
(한글 음독은 책에 없으나, 리뷰 읽는 독자를 위해 써 놓은 것임
변투에서 '투' 자는 컴퓨터가 지원하지 않아, 다른 글자로 대체했다.)
해석은 이렇다.
공자가 동유(東游: 동쪽으로 유람함) 하다가 두 소아(小兒: 어린아이)가 변투(辯鬪: 말로 다툼)하는 것을 보았다. 그 까닭을 묻자 한 아이가 대답했다.
“저는 일출(日出) 때가 사람으로부터 가깝고, 일중(日中: 중천에 떠오름) 때 멀어진다고 했습니다.:(221쪽)
그렇게 친절하게 한자에 대한 설명을 일일이 붙여주고 있으니, 설령 한자에 어려움을 겪는 독자라 할지라도 그 뜻을 새기는 데는 전혀 지장이 없다. 물론 한자 세대에게는 이런 부분이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기우(杞憂)과 지음(知音) ? 『열자』에서 비롯된 것들
기우라는 말, 다 알고 있는 말이다.
하늘이 무너질까봐 항상 걱정하고 다녔다는 이야기, 그 고사가 여기에 실려있다.
기국의 어떤 자가 천지의 붕추로 자신의 몸을 둘 곳이 없어질까 우려해 마침내 침식마저 폐했다. (93쪽)
그런 사람에게 어떤 자가 그를 깨우쳐줄 생각으로 찾아가 말한다.
”하늘은 기운이 쌓여있는 까닭에 기운이 없는 곳은 없소. 그대는 굴신호흡하면서 종일토록 하늘 속에서 행지(行止: 활동, 행동거지)하고 있소. 어찌하여 하늘의 붕추를 걱정하는 것이오.“
천지의 붕추를 염려한 자가 물었다.
”하늘이 과연 기운이 쌓인 것이라면 일월성수는 응당 아래로 떨어질 수밖에 없는 게 아니오?“
그렇게 문답은 이어진다.
그런데 지금까지 알고 있던 이야기, 그 뒤 이야기가 이어진다는 것, 93쪽 이하 참조하시라.
또 있다. 백아절현의 고사와 지음이라는 고사 (230쪽)
백아와 종자기의 이야기다. 백아가 거문고를 타면 종자기가 알아주었다는 것이다.
거문고 소리를 들으면, 백아의 마음이 어떤지를 알아차리는 사람이 바로 종자기였고
그래서 나중에 종자기가 죽자, 백아는 이제 자기를 알아줄 사람이 없으니 거문고 연주를 끊었다는 고사.
그리고 종자기만이 백아의 마음을 알아주었기에 생긴 말 지음(知音).
그런 후세에 길이 남을 이야기기 바로 여기 『열자』에 들어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