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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린의 기억, 시네마 명언 1000 - 영화로 보는 인문학 여행
김태현 지음 / 리텍콘텐츠 / 2021년 6월
평점 :
영화로 보는 인문학 여행 - 『스크린의 기억, 시네마 명언 1000』
이 책은?
이 책 『스크린의 기억, 시네마 명언 1000』은 <영화로 보는 인문학 여행>이란 부제를 달고 있는데, 영화 속의 명대사를 소개하고 있는 책이다.
저자는 김태현, < 큐레이터, 한국외대 대학원 정보·기록학과 겸임교수>이다.
이 책의 내용은?
가끔 영화 대사가 기억나는 경우가 있다.
‘그때 그 영화 그 대사 아주 멋있었는데. 그게 뭐였더라’
‘그런 말 이런 경우에 써먹으면 좋을 텐데’ 하던 순간들 분명 있을 것이다.
그런데, 그게 생각이 나질 않는다. 입에서 뱅뱅 돌기만 할 뿐 그게 문장으로 되어 나오질 않는 것이다. 어떤 경우는 그저 배우 이름하고 어떤 상황인지 어렴풋이 떠오르는 데 정확한 대사는 아무리해도 떠오르지 않는다.
그런 때 방법은 오직 하나, 인터넷 검색의 힘을 빌리는 것이다.
그래서 마치 고기 한 마리 잡으려고 개울물 다 퍼내듯이 검색을 넓은 카테고리로 시작해서 점차 좁혀가는 식으로 해서, 결국 원하던 영화와 대사를 찾아냈을 때 그 감동이란!
얼마 전 <밀크>라는 영화를 본 적이 있다. 그래서 그 때 들었던 대사를 찾아보려니, 제목이 문제였다. 밀크, 아주 평범한 명사가 아닌가? 밀크, 우유.....
그나마 다행인 것은 주연배우 이름이 기억이 난다. 숀 펜.
만약 그것마져 몰랐더라면, 아마 영화 밀크를 찾다가 우유의 바다에서 헤매고 있었을지도 모르는데, 다행히 주연 배우 이름을 집어넣어 검색하니 단박에 영화가 컴퓨터 화면에 등장한다.
<1970년대 미국 샌프란시스코를 배경으로, 인권운동가이자 정치인이었으며 그의 시대로부터 지금까지 수많은 이들에게 희망의 이름이 된 실존인물, 하비 밀크의 생애 마지막 8년의 이야기. 1970년, 40세 생일을 맞이한 뉴욕의 평범한 증권맨 하비 밀크(숀 펜)는 스스로에게 솔직하지 못했던 지난 인생을 뒤돌아보며 애인인 스콧(제임스 프랑코)과 함께 자유로운 분위기의 샌프란시스코로 이주하기로 결심한다. 그곳에서 작은 카메라 가게를 차린 밀크는 편견 없는 마음과 유쾌한 성품으로 많은 이들의 친구가 되고, 동성애자들에 대한 일상적인 편견과 폭력으로 고통받는 이웃들을 보며 게이 인권운동을 시작한다. 인종, 나이, 성에 상관 없이 모두가 평등한 권리와 기회를 누리는 사회를 꿈꾸던 그는 3번의 실패 끝에 샌프란시스코 시의원에 당선되는데...>
그런데 이제는 그렇게 애타게 찾을 필요없다. 이 책 한 권 있으면 안심이다.
이책에도 <밀크>가 등장한다.
영화를 간략하게 소개한 다음, 그 영화에서 의미있는 대사가 소개된다.
원어와 번역문을 같이 소개하니, 더욱 좋다.
명대사 소개한다. (174쪽)
물론 희망만으로는 살 수 없습니다. 그러나 희망 없이는 삶이란 살 가치가 없죠.
(And I know you can’t live on hope alone. But without hope, life is not worth living.)
그러니 당신, 그리고 당신, 또 당신, 그들에게 희망을 선물하세요. 그들에게 희망을 선물하세요.
(So you, and you, and you, you got to give them hope.You got to give them hope.)
그렇게 각종 영화에서 만날 수 있는 명대사가 무려 1000개 소개된다.
그러니 우선 영화의 매력에, 그리고 대사가 주는 상황의 매력에 푹 빠질 수 있다는 점, 이 책의 큰 장점이다. 몇 개 소개한다.
사람들이 자신의 정부를 두려워해서는 안된다. 정부가 국민을 두려어해야 한다. (50쪽)
무슨 일을 하든 자신의 일을 사랑하렴, 네가 어렸을 때 영사실을 사랑했듯이....(53쪽)
시는 쓰는 사람의 것이 아니라 읽는 사람의 것이에요. (60쪽)
성공은, 단순히 넘어지는 것보다 넘어지더라도 한 번 더 일어나는 것으로부터 시작해 (63쪽)
우리 얘기를 글로 써. 그러면 우리는 영원히 함께 할 수가 있어. (69쪽)
네 이름으로 날 불러줘, 내 이름으로 널 부를게 (76쪽)
기억은, 기록이 아닌 해석이다. (136쪽)
틀린 질문을 하니까 맞는 대답이 나올 리가 없잖아. (155쪽)
문제에만 초점을 맞추면, 결코 문제를 풀 수 없어. (249쪽)
윌리엄 셰익스피어와 안톤 체호프
그렇게 명대사를 음미하다가, 셰익스피어와 체호프의 글을 떠올리게 되는 글을 만났다.
작별은 너무나도 달콤한 슬픔이기에 내일까지 계속할래요.(69쪽)
이 대사는 셰익스피어를 주인공으로 내세워, 그의 사랑 이야기를 아름답게 꾸민 영화, <셰익스피어 인 러브>에 등장하는 대사다.
재미있는 것은 그 대사가 바로 셰익스피어가 <로미오와 줄리엣>에서 사용한 대사라는 점이다.
그 유명한 줄리엣의 집 발코니에서 로미오와 줄리엣이 만나는 장면에서 나오는 대사다.
이제 로미오가 집으로 돌아가야 하는데, 헤어지기 싫어서 하는 말이, 인구에 회자되는 명대사다.
바로
‘이별은 달콤한 슬픔.’
줄리엣이 로미오에게 건네는 말이다.
잘 자, 잘 자요. 이별은 달콤한 슬픔. (『로미오와 줄리엣』, 2막 2장)
원문은 이렇다.
Good night, good night! parting is such sweet sorrow,
그런데 그 부분을 더 읽어보면, 뒤에 이런 말이 덧붙여진다.
That I shall say good night till it be morrow.
그래서 줄리엣의 대사 전부를 읽어보면,
Good night, good night! parting is such sweet sorrow,
That I shall say good night till it be morrow.
다시 번역해보자면,
잘 자, 잘 자요. 이별은 달콤한 슬픔.
날이 샐 때까지 안녕을 되풀이 할래. (민음사, 68쪽)
잘 가세요, 안녕. 이별은 참으로 감미로운 슬픔이라
내일이 될 때까지 ‘안녕’만 되뇌고 싶어요. (이윤기, 104쪽)
그 대사를 그 영화에서 사용했고, 이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것이다
작별은 너무나도 달콤한 슬픔이기에 내일까지 계속할래요.(69쪽)
Parting is such sweet sorrow, that I shall say good night till it be morrow.
셰익스피어 대사 또 있다.
<나의 왼발>에 나온다. 다니엘 데이 루이스가 주연한 영화다.
성공과 실패는 자신에게 달려있다. 그것이 문제로다. (267쪽)
To be or not to be, That is the question. Whether it is nobler in the mind.
『햄릿』에 나오는 대사를 응용한 것인데, 햄릿의 독백 중 일부를 그대로 옮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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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 be, or not to be, that is the question,
Whether 'tis nobler in the mind to suffer
The slings and arrows of outrageous fortune,
Or to take arms against a sea of troubles,
And by opposing end them? (『햄릿』, 3막 1장)
우리말 번역을 살펴보자.
죽느냐 사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어느 쪽이 더 고귀한 행동인가.
가혹한 운명의 화살을 받아도
마음의 고통을 참고 견딜 것인가,
아니면, 밀려드는 재앙의 바다를 힘으로 막아
싸워 없앨 것인가. (창비사, 145쪽)
다른 번역으로 읽어보자.
죽느냐 사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광포한 운명의 돌팔매와 화살을 맞아도
그 고통을 감내하며 사는 것이 정신적으로 더 고귀한 일인가
아니면 고통의 바다에 대항해 무기를 들고
맞서 싸워 그것들을 끝장내는 것이 더 고귀한 일인가. (동인출판사.117쪽)
이 영화에서는 대사가 여기까지다.
To be, or not to be, that is the question,
Whether 'tis nobler in the mind.
그러니 번역하자면,
죽느냐 사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어느 쪽이 더 고귀한 행동인가,
가 되어야 하는데
이 책에서는 ‘성공과 실패는 자신에게 달려있다. 그것이 문제로다.’ (267쪽)라고 번역했다.
영화를 다시 살펴보지 못해서, 어떤 상황인지 모르니, 번역의 잘 잘못을 가리기 어렵다.
그저 이 대사가 셰익스피어의 작품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것만 밝혀둔다.
이번에는 안톤 체호프의 소설이 떠오르는 부분이다.
영화 <라스트 홀리데이>에 나오는 대사다.
나는 화장되고 싶어, 평생을 박스에서 보냈는데, 한 곳에 묻히고 싶지 않아.(212쪽)
I would like to be cremated. I spend my whole life in a box. I don’t want to be buried in one.
이런 대사를 읽으니, 안톤 체호프의 소설이 떠오른다. 「상자 속의 사나이」
사냥을 나온 두 사람이 프로코피 이장의 헛간에서 잠을 자면서 나누는 이야기다.
벨리코프라는 사람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그 사람 죽은 사람인데, 그 사람 이야기가 화제에 오른다.
교사인 그는 혼자 지내고 있다. 행동거지를 분명히 하기 위해 극도로 절제된 생활을 한다.
집도 마찬가지다. 집에서도 행동을 조심한다.
벨리코프의 침실은 정말 상자처럼 아주 작았어요. (193쪽)
그의 결혼이야기가 나오게 되는 상황이 전개되자, 그는 그 일이 뭔가 병적인 것에 영향이라도 준 듯 오히려 더 여위고 창백해진 채 자기 상자 속으로 더 깊숙이 들어가 버린다. (198쪽)
결말은?
그는 죽는다.
장례식에서 관에 누운 그의 표정은 온순하고 편안했으며 심지어 행복해 보이기까지 한다. 이제는 영원히 상자 안에 들어가 있게 되었으니 정말 기쁘다는 듯이. (207쪽)
체호프는 <그가 편안했으며 심지어 행복해 보이기까지 한다. 이제는 영원히 상자 안에 들어가 있게 되었으니 정말 기쁘다는 듯이>라고 묘사했지만, 정작 그가 하고 싶은 말은 바로 이 영화의 대사가 아니었을까?'
평생을 상자같은 생활로 버텨냈으니, 이제 상자에서 벗어나고 싶지 않았을까?
그래서 그는 이 영화의 대사처럼 ‘이젠 관속에 들어가 묻히고 싶지 않다’고 말하고 싶지 않았을까?
다시, 이 책은?
저자가 엄선한 영화 200편에서 각각 5개의 대사를 다시 추려서 보여주는 것이니, 그 대사의 가치가 얼마나 대단한지 굳이 이야기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그런 대사들을 하나 하나 음미하면서, 영화 속으로, 그래서 인생의 깊숙한 의미를 찾아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이 말 특히 염두에 두고서 말이다.
시는 쓰는 사람의 것이 아니라 읽는 사람의 것이에요.
Poetry belongs to those who use it, not those who write it. (60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