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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그 미국이 아니다 - 미국을 놓고 싸우는 세 정치 세력들
안병진 지음 / 메디치미디어 / 2021년 5월
평점 :
품절
미국은 그 미국이 아니다
이 책은?
이 책 『미국은 그 미국이 아니다』는 <미국을 놓고 싸우는 세 정치 세력들>이란 부제가 말하는 것처럼, 미국 정치를 다룬 책이다.
저자는 안병진, <뉴스쿨 대학원(New School for Social Research)에서 정치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로널드 레이건과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을 비교한 박사 논문으로 한나아렌트상을 받았다. 경희대학교 미래문명원장, 총장실 정책실장을 역임했고, 현재 미래문명원 교수로 재직 중이다. >
이 책의 내용은?
대체 미국은 어떤 나라인가? 이 책은 그동안 우리가 알던 미국의 모습이 더 이상 ‘그 미국’이아니라는 전제에서 출발해 미국을 움직이고 있는 세 개의 정치 세력에 주목한다.
저자는 현재의 미국 민주주의를 이행기라고 진단하면서, 이런 이행기에는 서로 공존하기 어려운 세 세력들이 본격적인 쟁투를 벌일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72쪽)
세 정치 세력이란 ‘토크빌주의’, ‘헌팅턴주의’, ‘데브스주의’를 말한다.
기존의 미국적 가치와 경계선을 지키려는 ‘토크빌주의’,
체제를 넘어 문명 충돌적 시각에서 미국을 변화시키려는 ‘헌팅턴주의’,
안정성과 엘리트적 관리를 넘어 민중의 힘에 기반해 사회민주주의로 나아가려는 ‘데브스주의’다.
그 세 개의 정치 세력이 어떻게 맞물려 돌아가고 있는지를 다음과 같이 살펴보고 있다.
1장 이행기 미국의 정치 질서
2장 건국 시조의 오판
3장 미국을 사랑한 토크빌주의자
4장 문명 간 충돌을 일으킨 헌팅턴주의자
5장 자본주의의 급진적 재구성, 데브스주의자
6장 정치 세력 간 경쟁과 미국의 미래
각장에서 각 세력을 특성과 이를 상징하는 두 명의 인물을 예로 든다.
한 명은 대중정치가, 다른 한 명은 지적인 이론가나 전략가다.
토크빌주의 : 커멀라 해리스 부통령, 정치학자인 존 아이켄베리.
헌팅턴주의 :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전략가 스티브 배넌.
데브스주의 :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 ? 코르테스(AOC), 엘리자베스 워런
토크빌주의는
기존 미국의 경계선을 유지하면서 수선을 통해 회복 탄력성을 가지고자 하는 세력이다. (72쪽)
매디슨, 해밀턴 등 미국 건국의 주류 가치와 제도의 경계선 내부를 훼손하지 않고 더욱 내구성 있고 탄력 있게 강해 나가려는 세력을 일컫는다. (81쪽)
이 세력은 미국적 가치의 건강성을 예찬한 프랑스의 정치학자 알렉시스 드 토크빌의 이름에서 비롯되었다. 이들은 지금까지 미국을 지탱해왔고, 향후에도 천하삼분의 중요한 세력이 될 정치 블록이다. 따라서 미국의 현 시스템을 긍정하는 점진주의 세력이다.
특징은 다음과 같다.
첫째, 미국의 건립 정신인 자유주의나 넓게는 공화주의적 자유주의 기치를 존중한다. (81쪽)
둘째, 헌법에 녹아있는 건국의 설립정신을 부단히 현재화하는 사람들이다 (82쪽)
셋째, 공화주의적 애국주의자다. (85쪽)
넷째, 즐겨 인용하는 단어가 ‘제도적 건전성’이다. (86쪽)
다섯째, 정치를 적대적 투쟁의 공간이 아니라 선의의 경쟁으로 간주한다. (88쪽)
여섯째, 계몽주의자다. (88쪽)
일곱째, 미국적 자본주의 경로를 보존하면서 이를 점진적으로 개혁하려 한다. (90쪽)
여덟째, 과거 토크빌과 달리 미국의 힘과 지속 가능성에 대해 비관주의적 기조가 더욱 강해지는 특성을 가진다. (91쪽)
마지막, 미국 내 토크빌주의와 국제 토크빌주의의 일관되고 강력한 통합을 추구한다. (93쪽)
건국의 가치를 존중하는 한 토크빌주의는 정치를 적대적 투쟁의 공간이 아니라 선의의 경쟁으로 간주한다. 링컨은 취임식에서 우리는 함께 공존하지 않으면 홀로 죽게 된다고 경고했다. 그리고 우리는 적이 아니라 친구라고 규정하면서 전쟁이 발발하기 몇 주 전 “우리는 서로 적이 되어서는 안 된다. 열정이 이를 손상시킬지 모르지만 우리의 상호 연대감을 깨뜨려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다.
바이든도 취임사에서 “우리는 서로를 적이 아니라 이웃으로 대할 수 있다” “우리는 존엄성과 존경심으로 서로를 대할 수 있다. 의견이 다르다고 분열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고 호소했다. (88쪽)
저자는 토크빌주의를 구현할 인물로 부통령 카멀라 해리스와 존 아이켄베리를 꼽는다.
헌팅턴주의자
미 안팎 타자의 문명으로부터 미국을 방어하고자 하는 문명충돌론자다.
이 세력의 이름은 대표적인 문명충돌론자 새뮤얼 헌팅턴의 이름에서 비롯되었다.
첫째, 정치를 문명론적 이분법 패러다임에 기초해 정의한다. (113쪽)
둘째, 미국의 토크빌주의 제도와 문화의 통합성 훼손을 중요한 목표로 삼는다. (115쪽)
셋째, 기존 워싱턴 주류의 문제점에 대한 불편한 진실을 교묘하게 활용해 대중성을 확보하는 ‘신음모론주의자’다. (118쪽
넷째, 레이건 스타일 우파 포플리즘의 선택적 차용에 그치지 않고, KKK 전통에 기반한 인종적 우월주의를 통해 적의 절멸을 폭력적으로 시도하는 나치즘과 파시즘적 특징을 노골적으로 표출한다. (126쪽)
다섯째, 미국 보수주의의 뿌리깊은 기반인 시장 근본주의 및 반연방주의의 문화적 전통 속에 있다. (128쪽)
여섯째, 불안과 절망의 에토스를 들 수 있다. (129쪽)
일곱째, 미국 백인문명을 중심으로 한 국제적 연대와 패권적 문명질서를 구축하고자 한다.(130쪽)
헌팅턴주의의 대표자는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과 트럼프의 전략가였던 스티브 배넌이다.
트럼프가 대중적 정치가라면, 배넌은 어두운 배후에서 움직이는 전력가다. (135쪽)
레트로피아(retropia)
지그문트 바우만의 표현으로 복고적인 환상에 기초한 유토피아 비전을 말한다. (129쪽)
데브스주의.
유진 데브스, 미국의 자본주의와 정면 대결한 사회주의자이자 노동운동가다. 저자는 향후 미국 정치의 주요한 삼각 축 중 하나로 이 인물의 이름을 빌려 데브스주의라 일컫는다.
데브스주의는 미국의 매디슨, 해밀턴적인 자유주의적 건립 정신, 즉 토크빌주의를 데브스 스타일의 사회민주주의로 전환하려는 세력이다.
데브스주의자는 이를 위한 독립적 좌파 운동과 정당 및 민주당 내 사민주의 구축 시도자 등을 포괄하는 명칭이다.
특징은 다음과 같다.
첫째, 미국의 건립 정신의 재해석을 꼽을 수 있다. (152쪽)
둘째, 유토피아주의다 (155쪽)
셋째, 토크빌 주의자보다 훨씬 더 좌파적, 혹은 진보적 포풀리즘 전략에 의존한다. (156쪽)
넷째, 미국 자본주의 특성에 매우 비판적이다. (158쪽)
오늘날 리버럴은 지나치게 현실에 적응하다보니 상위 20%를 대표하는 진보적 신자유주의자가 되었다.
즉, 전환적 힘과 실험주의적 정신을 잃어버린 미국의 실용주의가 타락한 것이다.
이러한 현실적응적 자유주의와 대비되어 데브스 주의는 부단한 경계 파괴, 확장, 전환을 강조한다. (160쪽)
저자는 데브스주의의 대표적 인물로 엘리자베스 워런과 엘리자베스 오카시오-코르테즈(AOC)를 꼽는다.
미국의 정치 세력간 경쟁과 미국의 미래
그렇게 세 가지 정치 세력을 살펴본 저자는 이 책의 마지막 장인 6장에서 <미국의 정치 세력간 경쟁과 미국의 미래>를 살펴보고 있다.
앞에서 우리는 세 개의 정치 세력들을 살펴보았다. 향후 이들 간 천하삼분지계의 권력 투쟁은 어떠한 전망을 가질 것인가? (184쪽)
저자는 6장의 서두에서 도입 에피소드로 <왕좌의 게임>으로 시작한다.
드라마에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겨울이 온다”는 섬뜩한 경고.
그 경고가 비단 영화에서만 울려 퍼지는 게 아니라, 현실 세계에서도 그렇다는 것이다.
오늘날 지구적 문명은 세 가지의 실존적 위협에 직면해 있다.
기후변화, 팬데믹, 그리고 대량 살상무기.
이런 위협에 인류는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 실로 초미의 관심사가 아닐 수 없다.
미래학자인 짐 데이토는 다양한 미래 시나리오 옵션을 거론하면서, 앞으로 자신과 우리의 전망은 반드시 빗나갈 것이라고 전망한 바가 있다.
따라서 지금은 예측 가능하지 않다는 사실만 예측 가능한 시대다. (52쪽)
이런 시대에 과연 미국이 미국 건국의 아버지들이 지향했던 가치를 지금도 지향하고 있는가.
그 지향하는 가치를 미국 내 뿐만 아나라, 미국 밖에서도 추구하고 있는가?
그렇게 살펴본 다음에 저자는 <에필로그>서 우리가 그런 위협에, 미국 정치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를 몇 개의 테제로 정리해 놓고 있다. 옮겨본다.
새로운 전략 수립 전에 뉴노멀에 대한 실사구시에서 출발하자.
예방과 적응, 기적과 파국 등 다양한 경로를 고려하는 시나리오적 사고로 전환하자.
한반도 중심주의 넘어 입체적 시야를 가지자.
이제 융복합은 학문의 영역이 아니라 생존과 안보의 문제다.
자유주의 민주주의 정체성의 귀한 자산을 진영을 넘어 함께 소중히 진화해 나가자.
미국식 소유적 개인주의 자유주의를 넘어 모든 취약한 존재들의 자유주의로 전환하자.
국제 자유주의와 국제 자유주의 노선이 하나라는 인식으로 진화해야 한다.
이제 모호성이 아니라 다원주의적 (자유주의) 국제주의로 진화하자.
자유주의를 넘어선 바이오크라시의 실험주의를 선도하자.
시민윤리와 생태 윤리적 토대 없이 모든 혁신 논의는 공허하다.
왜 이 책을 읽어야 하는가?
우리나라는 미국이란 나라, 저 멀리 떨어져 있는 미국이란 나라와 떼려야 뗄 수 없는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
식상한 표현이지만, 미국이 잔기침이라도 한 번 하면, 우리는 졸도 아니면 ?
해서 미국에 새 대통령이라도 취임하면 양국 정상회담이 빨리 성사되어야지, 일본이나 다른 나라에 비해 한 발자국이라도 늦게 되면, 난리가 난다. 그런 난리가 없다.
각종 매체에서 들고 일어난다. 마치 나라가 망하기라도 하는 것처럼 외교가 어떻다느니, 미국과의 관계가 멀어지는 것 아니냐, 하면서 온통 까대기 모드로 일관한다.
미국과 대체 관계이기에?
미국이 대체 어떤 나라이기에?
여기 미국의 실상을 잘 알려주는 책이 있다.
트럼프가 한바탕 난리법석을 치르고 나간 다음에 새로 들어선 미국정부.
그 미국이란 나라는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어떤 정치세력들이 움직이고 있는지를 알려면 이 책을 읽어야 한다.
알아야 대처할 수 있다. 분명하다. 미국은 그 미국이 아니라는 것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그런 미국, 그런 미국이 아니라는 것, 우리는 잘 알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