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모든 여자는 체르노보로 간다 걷는사람 세계문학선 4
알리나 브론스키 지음, 송소민 옮김 / 걷는사람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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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모든 여자는 체르노보로 간다

 

이 책은?

 

이 책 세상의 모든 여자는 체르노보로 간다는 소설이다.

1986년 소비에트 연방 우크라이나의 체르노빌 원전에서 발생한 방사능 누출 사고로 인해 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은 대참사가 있었는데그걸 소재로 한 소설이다.

 

저자는 알리나 브론스키(Alina Bronsky), <1978년 러시아 예카테린부르크에서 출생해 1990년대 초반부터 독일에서 거주하고 있으며현재 베를린에 살고 있다의학 공부를 중단하고 광고 카피라이터편집자로 일하며 소설을 썼다데뷔작 쉐르벤파크(Scherbenpark)는 출간되자마자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고그는 단숨에 독일 현대문학의 신예 작가로 떠올랐다.>

 

이 책의 내용은?

 

우리가 알고 있기로는 원자력 사고가 난 곳은 체르노빌인데여기 책 제목 체르노보는 어떤 관련이 있을까그것이 궁금했다.

 

역자는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체르노빌 지역의 알레고리인 체르노보는 기괴한 판타지이자 악몽으로 묘사된다소설 중간에 망자들이 갑자기 튀어나와 아무 말이나 하며 헛소리를 하고 사산된 아이를 보며 엄마는 미소 짓는다이런 장면들은 체르노빌 원전 사고의 비극을 묵시적으로 증언한다. (193)

 

그러니, 그 이름이야 어쨌든 이 소설은 체르노빌을 무대로 하는 것으로 생각하면 될 것이다.

 

소설의 즐거리는?

 

체르노보원전 사고가 나서 마을 사람들은 마을을 떠난다.

그러나 그런 마을에 뜻밖에도 몇 몇 사람이 다시 돌아와 살고 있는데그들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진행이 된다.

 

이 소설의 주인공은 80대 여성 바바 두나.

가족으로는 이미 죽은 남편 예고르와 딸 이리나이리나의 딸 라우라(손녀), 아들 알렉세이가 있다.

 

그녀의 남편은 죽고 연락이 오가는 딸은 독일에서 살고연락이 되지 않는 아들은 미국에서 살고 있다.

 

그 밖에 마을 사람들이 있다.

 

마을에서 생긴 일 살인 사건

 

그런 마을에큰 길을 따라 주택이 30채 가량 서 있는데그 가운데 사람이 사는 집은 절반도 채 되지 않는다. (36)

 

사람이 살기 어려운 체르노보그 곳에도 사람이 찾아들어 살고 있는 것이다.

그 정도이니 모두가 모두를 알고모두가 다른 이들이 어디에서 왔는지 다 알고 있다.

그런 마을에 어느날방문객이 등장한다.

 

어린 소녀의 손을 잡고 어떤 남자가 나타난 것이다. (74)

그 남자는 살 집을 찾아왔기에 바바 두나는 그에게 살 집을 마련해 준다.

마을에 사람이 살지 않는 집을 부녀에게 살도록 해준 것이다.

 

그런데 사건이 생긴다.

그 어린 소녀가 아무런 이상이 없는즉 건강한 아이라는 것이다.

그것을 알게 된 바바는 그 집으로 처들어간다. (84)

 

결국 마을사람들과 그 사람간에 실랑이가 벌어지고........

 

체르노보의 현황

 

과연 원전 사고가 난 그 곳어떤 형편일까?

그게 무척 궁금하다얼마 전에 사고가 난 일본의 소식도 가끔 듣긴 하지만그런 사고가 난 곳에서 사람들이 과연 살아갈 수 있을까?

 

일단 이 소설에서는 사람들이 다시 찾아와 살고 있다고 한다.

 

체르노보는 크지 않은 마을인데도 자체 묘지가 있다왜냐하면 말리치 도시에서 우리 시신을 더 이상 받으려 하지 않기 때문이다사람들이 살아 있지 않아도 시신에서 방사능이 계속 방출되는 까닭에 체르노보 사람들을 말리치에 매장하려면 납으로 만든 관을 써야 한다는 문제를 두고 도시 행정부에서 논의 중이다. (14~15)

 

사람들이 방사능 피폭을 받고 있다는 사실, 알 수 있다.

그래도 이 소설의 주인공 바바는 80대다이제 살날이 얼마 남지않았으니고향에 돌아와 살고 있고또한 마을 사람들 모두 비슷한 형편이다.

 

해서마을 사람들은 어린아이를 데리고 들어온 남자에게 분노한 것이다.

이런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어린 생명을 지키려고 애쓰는 모습들이 마치 투쟁처럼 그려지고 있다살인도 불사하면서까지......

 

그래도 희망은 있다.

 

사람들은 그렇다 치더라도자연 환경은 어떨까?

 

우리 마을에 해충이 무지 많은 이유를 설명해 주었다원전 사고 이후 우리 지역에 새들이 많이 줄었기 때문이었다. (20)

 

동물들은 원전 사고에 저마다 다른 반응을 보였다.

벌들은 사라졌다. (80)

 

벌들이 사라지면 어떤 일이 생길까?

여기서 주인공은 다시 찾아온 벌들을 바라보면서전에 벌들이 사라졌던 때를 떠올린다.

 

그래서 나는 작은 붓을 이용해 토마토를 수정시켰다이제 벌이 꽃받침 속을 헤집고 돌아다니는 것은 어쩌면 페트로프가 원했던 바로 그 좋은 소식일지도 모른다. (80)

 

이게 과연 사실인지? 확인하고 싶어진다.

과연 실제 체르노빌에 벌이곤충들이 다시 돌아왔을까?

 

또한 여기 꽃밭과 정원을 가꾸는 이야기도 등장하는데과연 그게 사실인지 무척 궁금해진다.

그게 사실인지 아닌지를 떠나서저자는 이런 말로 희망을 노래한다.

 

곧 체르노보에 봄이 올 것이다새싹이 돋아나고 나무는 연둣빛이 될 것이다나는 숲에 들어가 자작나무 수액을 얻을 것이다백 살까지 살고 싶어서가 아니라 자연의 선물을 거절하는 것은 죄악이기 때문이다새들이 꽃으로 만발한 사과나무에서 재잘댈 것이다. (187)

 

재밌는 것은 그 마을의 새들이 다른 곳보다 더 시끄러운 이유에 대해 생물학자가 했다는 설명이다.

 

생물학자는 우리 마을의 새들이 다른 곳보다 더 시끄러운 이유를 설명해 주었다원전 사고 이후 암컷보다 수컷이 더 많이 살아남았다오늘날에도 암수 불균형이 존재한다그래서 절망적인 수컷들이 좋은 암컷을 찾기 위해 목청껏 노래를 부르는 것이다. (187)

 

다시이 책은?

 

생각지도 않은 장소를 배경으로 하는특이한 소설많은 것을 시사하고 있다.

 

인간 생명과 자연에 대한 경외또한 가족의 소중함도 다시 느끼게 된다.

그 어느 것도 인간에게는 없어서는 안되는 것임을 다시 깨닫는다.

그래서 이 책은 단지 원전 사고에 대한 문제뿐만이 아니라더 나아가 자연과 가족그리고 인생관에 이르기까지 우리에게 전해주는 이야기그 폭이 넓고또한 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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냄새의 심리학 - 냄새는 어떻게 인간 행동을 지배하는가
베티나 파우제 지음, 이은미 옮김 / 북라이프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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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가 대접받는 시대 냄새의 심리학

 

이 책은?

 

이 책 냄새의 심리학은 <냄새는 어떻게 인간 행동을 지배하는가>라는 부제를 달고 있다.

 

저자는 베티나 파우제, <인간의 후각적 의사소통에 관한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연구자독일 킬 대학교에서 심리학 학석사 과정을 이수하고 동 대학원에서 심리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냄새와 정서의 관계라는 제목의 박사 학위 논문으로 독일 대학 정교수 자격을 취득한 그는 이후에도 미국과 캐나다 등지에서 활발한 연구 활동을 이어 갔으며, 2005년부터 뒤셀도르프 대학교에서 생물 및 사회 심리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코를 코앞에 두고도 코를 잘 몰랐다.

 

저자는 우리가 후각에 관해 잘 몰랐던 데는 여러 이유가 있다며 그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세 가지로 제시한다.

.

첫째철학 및 연구사에서는 인간의 전형적인 특성으로서 감각보다는 사고와 이성을 훨씬 더 중요시했다감각을 중요하게 다루는 경우도 가끔 있었지만 그래도 후각은 늘 맨 마지막이었다.

둘째후각을 연구하는 방법은 몹시 까다롭다냄새를 정확하게 잡아내는 일은 이미지나 소리보다 훨씬 어렵다.

셋째화학에 의한 사회적 의사소통은 무의식적으로 이루어진다연구자들도 인간이기에 존재조차 모르는 대상을 연구하지는 못한다그래서 무의식적으로 이루어지는 신호 전달 역시 이들의 연구 대상이 되지 못했다. (81)

 

듣고 보니일리 있는 분석이다.

해서 코를 다시 보게 된다아니코는 우리 눈으로 볼 수 없으니 코를 다시 생각하게 된다.

 

코와 관련된 생각들기억들

 

코의 기능과 관련하여 기억에 남아있는 것은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향수.

그 민감하게 세상에 반응하는 그 후각살인자가 되어서 안타까운 일이지만 그 코만큼은 세상에서 독보적이었다는 주인공그게 기억에 남았을 뿐 코와 연관해서 다른 기억은 없다. 

그런데 이런 글 읽어가면서점점 코가 먼저 작동했던 것이 기억에 떠오르기 시작한다. 

어떤 곳을 가더라도 그 장소에서 기대했던 냄새가 나면 편안함을 느낀다아무 문제 없다성당에는 성당 냄새병원에는 병원 냄새 그리고 부엌에는 부엌 냄새가 있다냄새는 늘 그곳에 있고 우리는 그 냄새를 맡는다그런데 냄새는 암묵적으로만 지각된다그리고 이러한 암묵적 지각 역시 우리에게 영향을 미친다우리를 편안하게 만든다모든 게 기대했던 대로다걱정할 필요도 신경 쓸 이유도 없다그런데 성당에서 부엌 냄새가 나고 부엌에서 병원 냄새가 난다면아뿔싸이때는 종소리가 아닌 경고음이 울린다. (181)

 

고등학교인지중학교인지 학창 시절에 친구 병문안 하려고 병원에 간 적이 있다.

그때가 아마 처음 병원에 갔었는지아니면 그 병원이 유독 병원 냄새가 역했는지아주 고생을 한 적이 있었다는 것이 기억에 떠오른다병문안 하러 간 사람이 병원의 역한 냄새 때문에 얼굴이 하얗게 질려 안절부절 못했으니 말이다그래서 병문안도 하는 둥 마는 둥 하고 나온 적이 있다.

 

또 있다아기 냄새다.

태어난 지 몇 시간도 채 지나기도 전에 아기는 엄마의 냄새를 지각한다엄마의 냄새는 아기를 편안하게 만든다. (170)

 

그런 아기첫아이를 집안에 들이고퇴근하고 아이를 안을 때그 냄새는 사랑 그 자체였다그런 표현이 가능하다

 

그렇게 하나 둘 씩이 책을 읽어가면서 나도 모르게 냄새의 추억을 되새기게 된다.

 

그런 코가 푸대접을 받았다니..

 

감각에도 고등 감각과 하등 감각이 있다니아니그렇게 분류를 한다니 재미있는 일이다.

 

심리학의 창시자인 분트는 감각을 고등 감각과 하등 감각으로 분류했는데시각과 청각을 고등으로미각과 후각은 하등 감각으로 분류했다. (83)

 

분트는 하등감각인 후각은 아주 강한 정서적 흥분을 유발하므로 이에 따른 지각은 지극히 주관적이라고 했다는 것이다그러기에 주관적으로 느끼는 후각은 학술적 연구의 대상이 되지 못했다는 것을이 책으로 알게 된다.

그래서 후각에 관한 학술적 연구 결과인 이 책이 아마도 내가 읽은 첫 번째 후각 관련 책이 아닐까싶다.

 

그래서 니체가 코를 다르게 다루었다는 사실이 오히려 이상할 정도였다.

니체는 우상의 황혼에서 감각특히 코를 비롯한 후각이 있어야만 학문이 가능하다고 했고이 사람을 보라』 에서는 후각이 있어야만 영혼과 진실의 내면에 다다를 수 있기에 본인의 재능이 코에서 비롯된다고까지 표현했다. (90)

 

그래서 이 책의 가치는?

 

그간 제대로 대접을 받지 못하던 코후각에 대하여 저자는 본격적인 연구를 해서이런 책을 내놓았는데담긴 내용이 다양하고 다채롭다.

 

다음과 같은 항목에 많은 이야기가 담겨있다.

 

냄새를 잘 맡을수록 인생이 풍부해진다.

나는 냄새를 맡는다고로 존재한다

코가 오랫동안 베일에 싸여 있었던 이유

나는 냄새를 맡는다고로 느낀다.

늘 간발의 차이로 앞서 나가는 후각

바로 코앞에!

코가 냄새에 접근하는 방식후각의 비밀

사랑은 코를 타고

공기 중에 무언가 있다.

지능은 코에서 시작된다

친구들은 서로의 냄새를 더 잘 맡는다

두려움의 냄새

위험이나 함정을 냄새로 인지하다.

 

흥미진진한 내용이 많은데그 중 몇 개만 소개한다.

 

색맹(色盲)은 있는데냄새 맡는 것은?

 

건강 검진시에 눈은 제대로 검사 당한다시력도 왼쪽 오른쪽 번갈아 체크하고 또 색맹인지 아닌지도 검사한다.

그런데 코는왼쪽 코 오른쪽 코 전혀 검사하지 않는다어떤 냄새를 맡지 못하는지도 전혀 관심 밖의 일이다.

 

아무런 냄새도 못 맡는 사람을 두고 후각 상실증을 앓는다고 한다흔한 현상은 아니다.

또한 후각을 잃은 사람이라도 보통 모든’ 냄새에 무감각하지는 않다특정한 냄새만 못 맡는 경우가 더 많다. (155)

 

그런데도 사람들은 냄새를 맡을 수 있는지없는지에 대하여는 전혀 관심이 없다지금까지는.

 

그런데이제 달라졌다.

후각도기능하지 못하던 후각도 연습하면 된다는 것이 밝혀졌다.

자세한 내용은이책 156쪽을 참고하시라.

 

개를 두려워하여개 앞에서 무서워 벌벌 떠는 경우.

 

사람이 개 앞에서 두려움을 느끼고 무서워하면그 두려움을 개는 알아차릴까?

답은알아차린다.

 

그런데 여기 반전이 있다개가 두려워하는 사람을 보고 공격적이 되어 공격하는 것이 아니라사람의 그 두려움을 같이 느끼게 되어 개도 두려워한다는 것이다그런 스트레스를 받게 되는 것이다.

 

그 이유는?

추측건대인간과 개의 오랜 공진화(coevolution) 현상 때문이다두려움도 일종의 스트레스다결국 개와 사람 모두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308)

 

그러니개를 두려워하지 말지어다특히 개 앞에서 두려움의 냄새 풍기지 말자. 

두려움은 사람에게서 개에게로 전염된다. 

 

다시이 책은?

 

후각이 먼저냐 시각이 먼저냐하는 문제의 답은 이책을 읽고나니당연히 후각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많은 사람이 말하길 사람은 시각에 의지하고 산다고 하는데이 책을 읽고나서 깨달은 게 있다.

사람은 시각보다 후각에 더 의지한다후각이 사람을 살리는 데 더 기여한다.

 

먼저 죽고 사는 문제가 아닌 예를 들어보자.

 

밥이 타는 것을 어떻게 알 수 있을까?

시각으로밥솥을 열어보고 밥을 푸는 과정에서 알게 될까아니면 밥솥을 열기도 전에아니 문밖에서 알아차릴 수 있을까답을 굳이 이야기할 필요가?

 

이번엔 죽고 사는 문제다.

집에 불이 나기 시작했는데전선에 불이 붙었다그 전기줄은 천정에 있어 눈으로 볼 수 없었다아직 연기도 나기 전이다그런 경우후각에 의지할 수밖에 없다.

 

해서 후각이 먼저 썩은 생선을 먼저 알아차린다그 생선을 먹으면 안 된다고 코가 먼저 말하는 것이다그런 코이제 제대로 대접해야 우리가 제대로 살 수 있다.

 

위험 요소가 상존하고 있는 이 각박하고 어지러운 시대에 세상이 돌아가는 냄새 이건 정말 중요하다 - 도 맡아가면서제대로 살아가기 위해서코를 잘 대접해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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큐레이션 : 실전편 - 만족스런 큐레이션을 위한 실질적인 가이드북
스티븐 로젠바움 지음, 엄성수 옮김, 임헌수 감수 / 이코노믹북스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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벗어날 수 없는 디지털 세상이니 큐레이션 실전편』 알아두자

 

이 책은?

 

이 책 큐레이션 실전편은 <만족스런 큐레이션을 위한 실질적인 가이드북>이다.

 

저자는 스티븐 로젠바움, <크리에이터이자 큐레이터이며 큐레이션 분야를 이끌고 있는 대표적인 사상가와 작가들 중 한 사람으로 잘 알려져 있다그는 미국 내에선 너무도 잘 알려진 카메라플래닛 기록보관소의 큐레이터인데이 기록보관소는 세계에서 가장 규모가 큰 9/11 테러 관련 비디오 보관소로 현재 미국 9/11 추모관 내에 자리 잡고 있다.>

 

큐레이션이란

 

저자의 책 큐레이션을 읽은 적이 있다.

 

먼저 큐레이션이란 말의 뜻을 알아보기로 하자.

개념을 명확하게 해야큐레이션 활용을 극대화할 수 있다.

저자는 이런 말로 큐레이션의 개념 정립을 시도한다. (큐레이션, 35쪽 이하)

 

주변에서 시간의 흐름을 따라 의미가 바뀌는 용어의 사례를 거론한다구글이라던가트위터 등이 그런 것들이다.

그러면 큐레이션은 어떨까?

잡지에서 편집을 담당하는 건 편집장, TV 방송국에서 프로그램 선정은 프로그램 편성자매점에서 진열은 사장박물관에서는 큐레이터!

 

이런 식으로 분야는 다르지만적절한 아이템을 선정하고 알맞은 순서로 배열하는 작업을 하는 사람들이곧 현재의 큐레이터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따라서 위와 같은 역할을 하는 게 곧 큐레이터라는 것이다.

 

그래서 큐레이터의 개념은 단순히 박물관의 큐레이터에서 벗어나이제 넓은 의미로 쓰이게 된 것이다.

 

큐레이션은 인간이 수집 구성하는 대상에 질적인 판단을 추가해서 가치를 더하는 일이다. (37)

큐레이션은 선별하고 재구성하여 표현하거나 개선하는 작업이다. (37)

 

다음으로 저자는 그러한 광의의 큐레이션 작업이 어디에서 이루어지고 있는가를 구체적 실례를 들어 보여준다.

구글과 리더스 다이제스트가 그런 큐레이션 작업의 사례라는 것이다.

 

다시이 책으로 와서 생각해 본다.

 

큐레이션이란 다른 사람이 만들어놓은 콘텐츠를 목적에 따라 가치 있게 구성하고 배포하는 일을 뜻하는 말이다.

 

큐레이션은 단순히 포장하는 것 이상이다독자들로 하여금 세상에서 무엇이 중요한지를 알 수 있게 도와주는 것그게 큐레이션이다. (19)

 

큐레이터라는 말은 역사적으로는 미술관과 박물관에서 쓰였다.

미술관이나 박물관 큐레이터는 작품들을 선정하고 정리하고 전시해 고객들이 감상도 하고평가도 할 수 있게 해주는 문화적인 작업에 능한 전문가들이다.

디지털 콘텐츠 큐레이터는 인터넷에서 각종 정보를 수집헤 가장 중요한 정보들을 선정해 간편하게 소비할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든 뒤 그걸 다른 사람들과 공유한다는 점에서 미술관이나 박물관의 큐레이터와 비슷하다. (39)

 

큐레이션은 온갖 정보가 넘쳐나는 이 세상에서 가치 있고 일관성 있는 콘텐츠를 찾게 해주는 열쇠다. (107)

 

큐레이션의 중요한 요소

 

이 책 몇 군데에서 큐레이션의 요소를 언급하고 있는데 여기 옮겨 본다.

 

Collection, Creation, Context (114)

 

큐레이션에 맥락을 부여하기 위해 큐레이터는 자신이 뭔가를 창조하려는 이 새상의 맥락 또는 전후 사정에 대한 지식과 이해가 있어야 한다. (114)

 

또다른 C가 있다.

<허핑턴 포스트>를 위시한 사이트에서 중요시하는 3C.

Creation, Contribution, Collection. (140)

 

콘텐츠 큐레이션의 가지 유형 (모델)

 

저자는 콘텐츠 큐레이션의 유형을 다음과 같이 5가지로 제시한다.

응집증류승격매시업연대순. (101)

 

101쪽에서는 그렇게 5가지를 항목만 열거해놓아 궁금증을 자아내더니그 자세한 설명은 215쪽 이하에서 해주고 있다.

 

응집 (aggregation),

특정 주제와 관련하여 가장 적합성 있는 정보를 큐레이트해 한 장소로 모으는 것을 말한다.

 

증류 (distillation),

정보를 큐레이트해 보다 단순한 포맷으로 만드는 것을 말한다.

승격 (elevation),

온라인 상에 올라오는 소소한 단상들 속에서 보다 큰 트렌드나 통찰력을 찾아내는 것이다.

 

매시업 (mashup)

기존의 콘텐츠를 합하여 새로운 관점을 찾아내는 것을 말한다.

 

연대순 (chronology)

역사적인 정보를 끌어모아 시간 경과 순으로 정리해 특정 주제에 대한 사람들의 이해가 어떻게 변화했는지를 살펴보는 것을 말한다.

 

이런 유형들은 다시 말하면 큐레이션의 방법이기도 하다.

매일 매일 올라오는 수많은 콘텐츠들을 응집증류승격매시업연대순으로 정리 분류하여 그중에서 큰 트렌드를 찾아내며 더 유용한 내용을 발굴제시하는 것이다.

 

큐레이션의 실천 사례들

 

저자는 이런 유형방법을 제시한 후에 그 실제적인 사례로기업들의 현황을 살펴보고 있다.

 

유튜브,

텍스트 툴을 이용한 큐레이션 스쿠프잇큐레타리스터 리스토리 파이번들러,

소셜 툴을 이용한 큐레이션 구굴페이스북텀블러트위터

등등 수많은 사례를 통하여각 기업에서 어떻게 큐레이션을 행하고 있는지를 알 수 있다.

 

기업들의 큐레이션 앞에 우리들 유저는 어떤 존재인가?

 

컴퓨터에 접속해서 크롬으로 인터넷을 시작한다.

크롬을 열면 구굴 탐색기 화면이 뜬다.

그리고 이어서 네이버나 다음으로 클릭해 들어간다.‘

그런 때에 기사 말고 나의 시선을 붙잡는 게 몇 가지 있다바로 광고다.

내가 원하지도 않았는데쇼핑 광고가 연이어 바뀌며 등장한다.

 

그게 바로 내가 그들에게 읽혔다는 증거다.

내가 그들에게 노출되어나의 관심사를 알고는 나에 알맞은 정보을 제공한답시고그런 광고를 보여주는 것이다.

 

그런 행태를 이 책에서는 다음과 같이 표현한다.

 

소셜 미디어는 기업들이 광고주로부터 돈을 벌기 위한 플랫폼이고여기에서의 상품은 우리다기업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들 유저의 관심을 끌어 최대한 오랫동안 머물게 하는 것이다.

 

If you’re not paying for the product, then you are the product.

(상품의 대가를 치르지 않으면 네가 상품이다.) (16)

 

소셜 미디어에서 우리의 행위는 즉각적으로 데이터화 되어 저장되고 분석된다. (17)

 

결과적으로 우리는 거대 IT 플랫폼 기업들이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선별된 콘텐츠에 노출된다. (17)

 

그들 기업들은 이미 나를 알고 나에 대한 큐레이션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게 세상은 이미 큐레이션의 시대에 들어섰다.

 

이제 남은 것은 내가 그런 정보에 어떻게 대처하느냐인데저자는 매우 흥미로는 이야기를 이 책의 말미에 하고 있다바로 디지털 무인도. (349)

아무도 날 찾아오지 않는 무인도그곳에는 디지털이 설 자리가 없다.

 

하지만현실 세계에서는 일단 이메일도 확인해야 하고읽을 책도 필요하니당장 인터넷 서점과는 연락이 되어야 할 게 아닌가?

해서 우리는 그들의 촉수에서 벗어날 수 없으니우리도 이런 개념 잘 알아둘 필요가 있다.

 

다시이 책은?

 

인터넷은 차고 넘치는 정보의 바다이다그 많은 정보 속에서 중요하고 적합성 높은 정보를 추려내 가장 핵심적이며 가치 있는 콘텐츠를 독자들에게 꾸준히 공급하는 일이 바로 큐레이터들이 하는 일이다. (118)

 

그렇다고 하니제발 덕분에그들이 나를 제대로 알아서 나에 알맞은 정보그야말로 내가 필요로 하는 정보를 매일 아침에 물어다가 가져다 주면 얼마나 좋을까?

 

참고로이 책에는 우리나라가 아닌 미국 관련 자료가 많아서 미국과 관련이 있는 기업인들은 읽을 필요가 있을 것이다.

 

마음 같아서는 누군가 이런 내용을 한국판으로 써주었으면 좋겠다.

그래서 부록으로 첨부한 망고보드와 씽크와이즈에 관한 정보는 고마운 자료다.

몰랐던 것을 알게 되었으니그곳도 방문하여 가입사용해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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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깔을 모았더니 인생이 되었다 - 중년에게 건네는 따뜻한 모바일 그림 에세이
홍미옥 지음 / 북스케치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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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깔을 모았더니 인생이 되었다

 

이 책은?

 

이 책 색깔을 모았더니 인생이 되었다는 <중년에게 건네는 따뜻한 모바일 그림 에세이>라는 부제가 말하는 것처럼그림 에세이집이다.

 

저자는 홍미옥, <모바일 그림작가항상 무언가를 끄적이던 버릇은 어린 시절부터 오십을 훌쩍 넘긴 지금까지도 여전하다불문학을 전공했지만 어릴 적 꿈인 화가의 끈을 꼭 쥐고 살아왔다몇 차례의 개인전과 다수의 단체전에 참가하고 국내외 공모전에 수상하는 등 순수미술 활동도 병행하고 있다몇 년 전부터 모바일그림이라는 새로운 분야에 뛰어들어 고군분투 중이다현재는 중앙일보 칼럼 필진으로 활동 중이며 모바일그림에세이 카페와 네이버 블로그 홍여사의 모바일그림세상을 운영 중이다.>

 

이 책의 내용은?

 

그림과 에세이그 둘이 어울어진 아름다운 책이다.

그리고 그 그림은 모바일 기기로 그린 것들이다해서 이채롭다.

 

이 책에는 여러 분야의 정보가 들어있다.

먼저 모바일로 그림 그리는 방법에 대한 정보.

 

현재 나오는 거의 모든 스마트폰과 태블릿은 그림 그리기가 가능해요.

모바일 그림을 위한 준비물은 스마트폰 혹은 태블릿그리고 디지털 터치 펜뿐이에요! (30)

 

이 말 맞다스마트폰만 있으면모바일로 그림을 그릴 수 있다.

해서 나도 따라 해본다.

 

그림 그리는데 소용되는 앱의 종류를 알아보자.

 

무료로 다운 받을 수 있는 앱으로는 PENUP, SketchBook, ArtRage (57)이 있는데

그 중에서 PENUP을 다운받아서그림 그리기를 시작했다.

이에 대한 자세한 소개가 78쪽에 나온다.

 

저자는 그림그리기에 대하여는 별도로 페이지를 할애하여 소개하고 있으니 다음을 참고하시라.

 

드로잉 팁 모바일 그림의 시작은?

드로잉 팁 모바일 그림에 사용되는 앱 소개

드로잉 팁 펜업으로 기초 드로잉을!

드로잉 팁 사진 띄워놓고 그려보기!

드로잉 팁 레이어를 이용해 그려보기!

드로잉 팁 이젠 컬러링도 모바일로!

드로잉 팁 캔버스에 유화모바일 그림도 가능!

드로잉 팁 나도 반 고흐처럼!

드로잉 팁 좀 더 다양한 드로잉 앱 소개!

드로잉 팁 10 포토 드로잉으로 재미있는 표현하기

 

컬러링과 포토 드로잉으로 몇 개 그려보았는데아무래도 더 많은 노력과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 말해둔다.

 

또한 그림 그리기에 일가견이 있는 저자이런 정보도 알려준다.

 

그러게 말이다말 그대로 고흐가 빵을 주기를 하나세잔이 그림 속 사과 한 알을 던져 주기를 하나아니면 모네가 수련 한 송이를 건네주기를 하는가 말이다. (137)

 

이런 말 속에 들어 있는 정보를 통해 화가들이 즐겨 그린 그림 소재를 저절로 알게 된다.

고흐는 빵세잔은 사과, 모네는 수련이정도는 교양으로 알아두자.

 

또 있다고흐가 살던 프랑스 아를에 관한 것이다.

 

어렵사리 반 고흐의 해바라기가 태어난 남프랑스 아를에 도착했다미술 애호가들에게 이곳은 소위 성지순례지라 불리며 사랑받는 도시이기도 하다그가 살았던 노란 집은 사라졌고아를의 밤은 별이 빛나는 밤도 아니었다까마귀가 날던 밀밭은 옥수수 밭으로 변해버렸다.(142)

 

이 정도면 고흐에 관한 최신 정보가 아닌가?

 

윤봉길윤동주의 흔적을 찾아서

 

저자의 발길을 따라가다보니뜻밖에 귀한 분들의 발자취를 밟게 된다.

 

윤봉길 의사중국 상해 홍구 공원에 있는 윤봉길 기념관에 저자를 따라 들른다.

또한 일본 오사카의 오사카 성 뒤에 일본의 반전 작가 쓰루 아키라의 추모 시비가 있는데그 뒤에 오사카 육군 위수 형무소가 있던 자리라는 안내판이 있다.

바로 그곳위수 형무소에윤봉길 의사가 수감되어 있었다.

 

윤봉길 의사가 1932년 4월 29일 상해 의거후 현장에서 체포되어 가나자와로 이송되기 전인 11월에 한 달 동안 수감되어 있던 곳이다 (71)

 

또한 가나자와라는 도시에 시립 노다야마 묘원이 있는데 그것에 윤봉길 의사의 유해가 모셔져 있다그는 이곳 도시에서 1932년 12월 19일에 총살을 당하고 여기 암장되었다고 한다. (73)

 

우리나라에는 효창공원그 곳에 이봉창 의사백정기 의사와 함께 윤봉길 의사의 유해를 모신 삼의사 묘역이 있다. (76)

 

윤동주 시인의 행적을 따라서: 

 

우지의 아마가세 구름다리여기가 윤동주 시인이 방학 중 귀국을 앞두고 친구들과 소풍을 가게 되었는데그 마지막 소풍길로 알려진 곳이다.(88)

 

거기에서 멀지 않은 아마가세 강가에는 시인을 기리는 시비가 서있다그 시비는 윤동주 시인을 사랑하는 일본인들이 만들었다는 것도알아두자. (90)

 

또한 그가 머물던 하숙집 터에도 시비가 세워졌다지금은 교토 조형대학 예술부 캠퍼스로 변한 곳이지만시비는 길가에 소박하게 자리하고 있다. (94)

 

밑줄 긋고 새겨볼 말들

 

다음은 어떤 노래의 가사 일부다그 노래가 어떤 노래일지 생각해보자.

 

감출 수 없었네

지울 수 없었네

마음 속 깊은 곳에 고이 접은 꿈

 

유행가사랑의 노래일까?

 

아니다이건 전북도립 여성중고등학교의 교가 중 일부다. (192)

뒤늦게 배움의 길을 걷는 만학도들이 공부를 하면서 부르는 교가다.

 

이런 가사가 들어있는 교가아마 처음일 것이다.

그 사연을 듣고그 가사를 읽으면 다시 한번 꿈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다시이 책은?

 

이 책 에세이집이다그러나 흔한 에세이가 아니다.

 

읽으면서흐믓한 미소를 머금게 되고인생이 이렇구나 하는 통찰의 시간도 갖게 되며또한 그림 그리기로 스마트폰의 용도를 넓히게 되니다방면으로 얻을 수 있는 게 많은일석 몇조의 유익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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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러니스트 - 내 맘 같지 않은 세상에서 나를 지키며 사는 법 EBS CLASS ⓔ
유영만 지음 / EBS BOOKS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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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을 체감과 체득으로 알게 해준 아이러니스트

 

이 책은?

 

이 책 아이러니스트는 <내 맘 같지 않은 세상에서 나를 지키며 사는 법>을 알려주는 철학책이다.

 

저자는 유영만, <지식생태학자·한양대 교수낯선 곳에서 색다른 깨우침을 얻으며삶으로 앎을 증명하며 어제와 다르게 살아보려고 오늘도 안간힘을 쓰는 지식생태학자다책상머리에서 머리로 조립한 지식보다 격전의 현장에서 몸으로 깨달은 체험적 지혜를 사랑한다.>

 

저자의 책 공부는 망치다를 읽었고, EBS를 통해 그의 강의를 들은 적도 있다.

 

이 책의 내용은?

 

이 책 제목인 아이러니스트는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철학자 리처드 로티가 기존의 문법을 파기하고 자기만의 언어 사용 방식으로 자신의 삶을 이전과 다르게 만들어가는 시인이나 소설가를 지칭하기 위해 사용한 말이다. (14)

 

그러니저자가 이 개념을 책의 제목으로 한 이유는, ‘기존의 문법을 파기하고 자기만의 언어 사용 방식으로 자신의 삶을 이전과 다르게 만들어가자고 하는 것이다.

그런 철학을 하자는 것이다.

 

이 책을 한마디로 말하면철학은 곧 체감이요체득이다.

몸으로 살아내는겪어내는 철학이 철학이다철학은 글이나 말로 하는 게 아니다.

 

그러기 위해선 먼저 다른 철학자의 생각과 삶을 철저하게 알아야 한다.

이 책에서 먼저 12명의 철학자를 만나야 하는 이유다그들을 알고그 다음에 나의 생각과 나의 말을행동으로 옮겨야 하는 것이다.

 

첫 번째 만남 아리스토텔레스의 실천적 지혜

두 번째 만남 존 듀이의 예술적 경험론

세 번째 만남 프리드리히 니체의 전복과 파괴의 철학

네 번째 만남 루트비히 비트겐슈타인의 언어철학

다섯 번째 만남 마이클 폴라니의 인격적 지식관

여섯 번째 만남 질 들뢰즈의 우발적 마주침

일곱 번째 만남 움베르토 마투라나의 방랑하는 예술가론

여덟 번째 만남 미셸 푸코의 자기 배려

아홉 번째 만남 리처드 로티의 아이러니스트

열 번째 만남 자크 데리다의 사이 전문가(호모 디페랑스)

열한 번째 만남 조지 레이코프의 체험적 은유법

열두 번째 만남 브뤼노 라투르의 행위자 네트워크 이론

 

아 참또 있다이 책의 저자 유영만 교수.

그 역시 철학자다자신의 말로철학을 말하며, ‘낯선 곳에서 색다른 깨우침을 얻으며삶으로 앎을 증명하며 어제와 다르게 살아보려고 오늘도 안간힘을 쓰는 지식생태학자다.

 

여기 12, 13명의 철학자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이런 철학을 하게 된다.

일단 텍스트를 통해 철학을 배운다그들의 철학 방법을 배운다그리고 그것이 우리들 바로 옆에 있는보이는 것들을 통해 이해할 수 있음에철학을 몸으로 깨닫게 된다.

 

다음 몇 가지 예를 들어보자.

 

과속방지턱을 지나며 행위자 네트워크 이론

 

브뤼노 라투르의 철학이다.

모든 행위자는 네트워크 속에서 다른 행위자를 만날 때만 비로소 의미를 가질 수 있다고 한다.

저자는 이 것을 설명하기 위해 과속방지턱을 예로 든다.

 

운전을 하다보면 곳곳에 과속방지턱을 만난다이때 나도 그렇고 모든 운전자는 속도를 줄여 그 시멘트 덩이를 지나간다그러니 그 방지턱은 사람에게 차 속도를 줄이라고 경고를 하는 것이다.

비인간인 과속방지턱이 교통법규 위반 여부를 판단하는 경찰의 역할을 하고교통 법규를 지켜야 한다는 도덕 교사의 역할을 하는 것이다과속방지턱이라는 비인간이 인간 운전수에게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라투르가 말하는 인간만이 행위자가 아니라비인간도 행위자특히 비인간 행위자가 인간에게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행위자 네트워크 이론이다. (359)

 

하루에도 몇 번씩 과속방지턱을 넘어다니는 사람들이런 철학을 몸으로 하는 것이다.

 

바벨 들고 철학하기 .

 

움베르토 마투라나의 철학이다.

생명체는 기본적으로 자기 생성의 역동적 실체다끊임없는 생성활동을 하면서 자기가 자기 자신을 만들어내는 세포 활동자체를 말한다. (205)

 

자기 생성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에너지가 필요한데그 에너지원이 바로 구조접속이다.

 

저자는 구조접속을 이렇게 설명한다바벨을 드는 것 운동에서 예를 든다.

무거운 바벨을 들고 벤치 프레스를 하면 가슴 근육이 생기고데드 리프트를 하면 어깨 근육과 기립근그리고 허리와 허벅지 근육의 구조가 변한다.

이렇게 운동으로 신체 구조에 변화가 일어나는데이게 바로 구조변화다.

운동하는 동안 내 몸의 구조가 운동기구에 접속하면서 변하는 것인데곧 주어진 환경에 따라 변하는 것이다이게 바로 생명체의 구조변화를 말하는 것이다.

자기생성은 말 그대로 자기 혼자 자기를 생성하는 과정이 아니라끊임없이 환경과 만나서 주어진 환경이 요구하는 구조대로 나의 사고나 신체를 바꾸면서 제2의 나로 거듭나는 과정이고그 생성과정에 에너지를 지원해주는 것이 구조접속이다. (210)

 

우리는 이런 철학이 들어있는 바벨을 오늘도 들어가며 운동을 하는 것이다.

 

헌책을 통해 철학하기

 

역시 라투르의 철학이다.

인간 행위자가 책이라는 행위자를 만났을 때 생기는 특별한 관계를 통해다시 한번 그의 철학을 체득하게 된다.

 

특별한 존재와 평범한 존재를 판가름하는 기준은 존재 자체의 가치가 아니라 관계다.

남에게는 평범한 존재가 내게는 특별한 존재가 될 수 있는 이유는 그 존재가 나와 맺고 있는 관계 때문이다. (366)

 

저자는 이런 사례로헌책을 든다.

인간 행위자와 비인간 행위자(헌책)가 만났을 때 그 둘 사이의 관계가 그 책을 이전과 다른색다른 의미로 완전히 바꾼다.

 

그 예를 저자는 이미 이 책 97쪽에서 니체의 경우를 언급한 바가 있다.

 

니체는 헌책방에서 우연히 쇼펜하우어의 의지와 표상으로서의 세계를 접하고 철학에 깊게 매료됩니다. (97)

 

그러니 혹시 헌책그게 무엇일지라도의미있는 책을 만난 적이 있다면벌써 철학을 하고 있는 것이다.

 

백신 맞으며 철학하기

 

저자는 은유를 말하다가심오한 은유 하나를 소개한다.

율리 비스가 말한 백신과 관련한 은유다그의 저서 면역에 관하여에서 나오는 말이다.

 

면역은 사적인 계좌인 동시에 공동의 신탁이다. (341)

 

저자의 설명 들어보자.

 

내가 주사를 맞으면 내 몸이 건강해진다개인적으로 통장에 돈을 저축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나에게 이익이 생기는 것이다.

 

또한 내 몸은 독립적이지 않으며의존적 관계망으로 연결된 더 큰 우주의 일부다.

 

우주라고 하니감이 오지 않을지 모르니그저 사회내가 살고 있는 고장이라고만 해두자.

백신은 개인 차원의 몸을 돌보는 노력을 넘어 나와 연결된 수많은 관계와 내가 몸담고 있는 공동체의 건강을 책임지는 노력이기도 하다. 

따라서 내가 백신 주사를 맞아야 하는 이유는 개인의 건강을 위해 사적으로 계좌에 가입함과 동시에 공동체의 건강을 위해서 신탁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주장을 하는 것이다.

 

따라서 코로나 19 백신 주사를 맞는 것그게 바로 철학적 행동이다.

 

다시이 책은?

 

지금까지 했던 철학이 책을 읽으며 책속으로 들어가머리 속에 쌓아두는 철학이었다면이번에는 책을 읽은 것은 같았지만책속으로 들어가 쌓아두기만 한 것이 아니다.

그걸 몸으로 느껴보면서체감과 체득으로 소화하려고애쓴 철학이다.

 

실로이 책을 읽고나서 과속방지턱을 넘으며바벨아령을 들면서등등 몸을 움직일 때마다 내 몸에 철학이 핏줄을 타고 도는 듯한 느낌을 받았는데그건 기분탓인가?

 

오랜만에 철학 공부 제대로 했다.

좋은친절한 선생님 한 분 모시고 철학공부 진지하고 재미있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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