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사를 바꾼 21인의 위험한 뇌 세계사를 바꾼 시리즈
고나가야 마사아키 지음, 서수지 옮김, 박경수 외 감수 / 사람과나무사이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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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사를 바꾼 21인의 위험한 뇌

 

이 책은?

 

이 책 세계사를 바꾼 21인의 위험한 뇌는 역사책이다역사의 역사적 순간을 바꿔놓은 질병그 사연을 살펴보고 있다.

 

저자는 고나가야 마사아키, <1949년 지바현에서 태어나 1979년 나고야대학교 대학원 의학 연구과 박사 과정을 수료했고 신경내과학을 전공했다현재 일본 국립병원기구 스즈카 병원의 명예 원장으로 있으며 파킨슨증과 ALS·근이영양증 등의 신경 관련 난치병을 진단하고 치료한다. >

 

이 책의 내용은?

 

2차 대전이 막바지에 이르자전후 처리를 둘러싸고 연합국 정상들은 소련의 얄타에 모여 회의를 연다거기에는 소련의 스탈린영국의 처칠그리고 미국의 루스벨트가 모였다.

그렇게 회의를 마치고 난 후결과 몇 가지 중요한 조약이 체결되었는데대부분 소련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결정되었다.

대채 왜 그런 일이 생긴 걸까유추할 수 있는 한 가지 특기할 게 있는데미국의 루스벨트 대통령은 회의 내내 멍하니 입을 벌리고 앉아 있기만 했을뿐 토론에는 거의 참여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149)

 

그에게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역시 2차 대전 때의 일이다.

영국의 해군 수장인 더들리 파운드는 당시 영국 해군을 총지휘하는 퍼스트 시 로드였다.

요즘으로 하면 해군참모총장’ 격인 인물이다. (120)

그런 그가 몇 가지 실수를 저지른다.

1942년 6월 소련으로 향하는 원조물자를 가득 싣고 가는 수송선 33척을 호위하는 문제가 생겼을 때그의 지휘가 문제가 된 것이다.

독일 함대가 출몰하는 지역을 통과해야 하기에수송선단의 호위는 아주 중대한 사안이었다.

작전 회의에서 그는 뜻밖의 결정을 내린다.

수송선단을 해산하고 각 함대들은 흩어져 목적지로 향하라.”

호위 함대는 스코틀란드 연안 정박지로 돌아가라.”

주위 참모들이 말렸으나 그의 명령은 바뀌지 않았고결국 수송선 33척 중 23척이 수장되고소련과 연합국간의 공동전선도 균열이 발생하게 된다. (126)

 

대체 그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이 책에는 그렇게 의문을 갖게 하는 상황이 등장한다.

역사적 순간그런 절체절명의 순간에 리더의 어처구니 없는 행동에 의아해할 수밖에 없는데 대체 왜 그런 일이 생겼던 것일까?

우리가 리더들에게 갖고 있는 이미지가 있다.

 

어떤 상황에서도 침착함을 잃지 않고 바늘로 찔러도 피 한 방울 나오지 않을 것 같은 냉정함을 지닌 전략형 두뇌의 지휘관이나 도무지 두려움이라고는 없어 보이는 용감한 돌격형 지휘관이 그런 이미지다. (120)

 

전쟁을 지휘하는 장군이나나라를 다스리는 대통령 또는 수상에게도 위의 이미지는 동일하다리더라면 응당 그런 모습을 지녀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그렇지 못한 모습을 보인 것은 대체 무슨 일 때문인가?

이 책의 저자는 역사적 순간 그렇게 포착된 이연에는리더의 건강상 문제가 있었다고 주장한다그런 측면에서 역사적 순간을 그려내고 있다.

 

첫 번째 사례인 미국의 루스벨트 대통령의 경우,

미국 ‘4선 대통령’ 프랭클린 루스벨트를 최악의 대통령으로 만든 질병은 바로 고혈압 때문이라 진단한다루스벨트의 혈압은 300/170 mmHg 인 경우도 있었다 한다. (149)

 

두 번째 사례인 영국 해군 제독 더들리 파운드의 경우는?

저자는 더들리의 증세를 살펴본 결과 뇌종양으로 추정한다. (128뇌 속에 종양이 생기면 정신 기능과 함께 지적 기능도 저하되며이 경우 치매 증상을 보이거나 인격에 급격한 변화가 생길 수 있다바로 그런 증상이 더들리에게 나타난 것이었다.

 

이 책은 그런 사례를 비롯하여다음과 같이 세 파트로 나누어세계사의 갈림길에서 질병이 어떻게 작동했는지 살펴보고 있다.

 

Part 1_ 무서운 질병이 영웅과 군주의 뇌를 조종하여 세계사를 뒤흔들어놓다

Part 2_ 강대국 리더들이 결정적 오판으로 역사의 물줄기를 돌려놓게 한 치명적 뇌 질환

Part 3_ 넘사벽 천재와 최고의 대가도 무릎 꿇게 한 끔찍한 질병

 

각 파트별로 각각 어떤 인물이 해당되는지알아보자.

 

Part 1 무서운 질병이 영웅과 군주의 뇌를 조종하여 세계사를 뒤흔들어놓다

 

잔 다르크와 도스토옙스키 측두엽 간질/ 

로마 황제 막시미누스 하수체성 거인증·말단 비대증/

클레오파트라 코브라 독·중증 근무력증/

 

Part 2_ 강대국 리더들이 결정적 오판으로 역사의 물줄기를 돌려놓게 한 치명적 뇌 질환

 

그랜트 장군 - 편두통 바이마르공화국 힌덴부르크 대통령 치매

영국 해군 제독 더들리 파운드 - 뇌종양 프랭클린 루스벨트 고혈압성 뇌출혈

히틀러 -  파킨슨병중국의 마오쩌둥 근위축성 측삭 경화증(루게릭병)

브레즈네프 뇌혈관성 치매

 

Part 3_ 넘사벽 천재와 최고의 대가도 무릎 꿇게 한 끔찍한 질병

 

무하마드 알리 펀치드렁크 증후군시인 보들레르와 암흑가의 제왕 알 카포네 매독

우디 거스리 -  헌팅턴병리타 헤이워스 알츠하이머 증후군

운디네의 저주’ - 수면 무호흡 증후군바비 존스 척수 공동증

페라리사 후계자 -  근위축증

 

새롭게 알게 된다.

 

클레오파트라는 어떻게 죽었을까?

 

셰익스피어의 희곡 안토니우스와 클레오파트라에서는 뱀에 물려도 고통을 느끼지 않는다:"라는 구절이 있다아마도 셰익스피어는 독사에 물린 사람이 고통 없이 죽는다고 믿었던 모양이다. (69)

 

셰익스피어의 희곡에서는 자신이 모시던 여주인의 저승길 동무로 따라나선 시녀가 왕가의 자녀답게 고결한 최후를 맞이한’ 그의 죽음을 로마군에게 마지막 숨을 몰아쉬며 전했다고 한다. (70)

 

사람이 코브라에 물리면 즉시 눈꺼풀 등의 얼굴 근육에 이상이 생겨 몽롱하게 졸린듯한 표정을 짓게 된다클레오파트라의 시신을 본 사람들이 그가 편안하게 잠자듯 저세상으로 갔다고 생각하는 것은 그런 이유에서다.

 

그러나 실제로는 그와 반대로 공기를 들이마시지 못해 가슴을 쥐어뜯고 싶을 정도로 괴로운데아무리 손을 허우적대려 애써보아도 손끝 하나 움직일 수 없고 숨이 끊어지듯 극심한 통증을 느끼면서도 고통스러움을 나타내는 표정조차 지을 수 없다고 한다.

그러나 최근 연구에 따르면 방울뱀 등의 독에는 마약과 같은 작용을 하는 오피오이드 펩타이트 (opioid peptide) 성분이 들어있다고 하니어쩌면 클레오파트라의 몸속으로 코브라의 독이 들어갈 때 고통을 덜 느끼게 해주는 물질이 함께 들어갈 수도 있다. (71)

 

그러니저자가 살펴본 바와 같이 클레오파트라가 코브라를 이용해 죽었다면혹시라도 고통을 덜 느끼면서 죽어갈 수도 있었겠다.

 

소련과 중국의 지도자가 질병으로 고통받고 있을 때는?

 

소련의 지도자 브레즈네프는 비만형 체질에 지병인 당뇨가 있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엄청난 골초였으며거의 날마다 말술을 마셨다.

그 결과 그는 치매로 시달리면서마지막 몇 년 동안 죽은 사람이나 다름없는 상태로 지내면서도 사직하지 않고 최고 지도자 자리를 고수했다. (205)

 

그를 둘러싼 정치적 지형이 그를 대신하여 다른 후계자를 찾는 것보다그런 상태의 브레즈네프를 세워놓고자기들의 권세를 부리는 게 훨씬 좋았기 때문에 그게 가능했던 것이다.

 

중국의 지도자 마오쩌둥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는 80세가 넘어서자 언어장애에 시달렸으며근위축 측삭 경화증(루게릭병)으로 보행 장애 그리고 심지어는 손을 움직일 수조차 없었다그래서 주변 사람들과 제대로 된 의사소통도 불가능하게 되었다오직 그 옆에 수발들던 개인 여비서만이 그의 입술의 움직임을 겨우 알아볼 정도였다 한다.

 

이런 역사의 이면에 있던 이야기들은 정사 역사 기록에서는 찾아보기 힘들다.

그래서 브레즈네프 이후 소련의 급격한 쇠락에 이르는 과정과 중국에서 마오쩌둥 사후 일어난 변화에 대한 기록도이 책을 통하여 그 숨겨진 이야기를 듣게 된다.

 

다시이 책은?

 

저자가 의사인지라저자가 이 책에 나온 질병을 먼저 앞세우고그 질병을 설명하는 식으로 책을 꾸몄다면나는 이 책을 잡지 않았을 것이다.

 

그렇게 접근하지 않고저자가 역사 차원에서 질병을 바라본 게이 책을 흥미있게 만들고 그래서 내가 이 책을 집어 들게 되는 계기가 된 것이다.

 

저자가 세계사에 이름을 남긴 많은 위인과 유명인이 질병으로 고생했고결국은 그 질병이 그 사람을 움직이고더 나아가서 세계사의 물줄기를 바꿔놓았다는 점에 착안하지 않았더라면역사를 움직인 숨어있는 손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을 것이다.

해서 역사와 그 역사를 움직인 위인 그리고 그 위인을 움직인 질병이렇게 세 개의 연결구도를 이해하게 된 것저자의 덕분이다.

 

역사란 게 참으로 묘하다묘한 부분과 우연인 부분이 함께 하는 가운데 역사의 바퀴는 굴러간다그걸 알게 해준 책이다역사에 관심 있는 사람은 이 책을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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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어, 생생하게 읽기 - 공자와 그 제자들이 만드는 드라마
이응구 지음 / 빈빈책방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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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어 생생하게 읽기

 

이 책은?

 

이 책 논어생생하게 읽기는 <공자와 그 제자들이 만드는 드라마>라는 부제가 붙어있는공자의 어록인 논어를 새롭게 읽어보는 책이다.

 

저자는 이응구,

<대학을 졸업한 뒤에 대기업벤처기업중국기업원자재 영업무역업 등 한 곳에 정착하지 못하고 유목민처럼 다양한 생산 활동을 하다가 늦은 공부를 시작하여공자와 소크라테스를 만나게 되었고 이들이 몸소 실천한 평생 공부하기를 따라하면서 많은 사상가들과 고전을 만나고 있다수년째 동서양고전강좌를 열어 사람들을 공부하는 행복한 삶으로 이끌고 있다앞으로 더 많은 사람들을 그 길로 유혹하기 위해 막 저술활동을 시작하였다.>

 

이 책의 내용은?

 

논어는 공자의 말을 담은 책이다.

공자의 말을 담는 방법은 주로 대화로 이루어진다.

공자와 공자의 제자 중 한 명과 나누는 대화를수록해 놓은 것이다.

 

또한 편집도그러한 대화편을 수집하여 수록해 놓은 것이라읽으면서도 하나의 대화와 이어지는 대화가 내용적으로 이어진다는 보장이 없다그저 대화들을 한 군데 모아놓았다는 식이다.

 

논어의 각 편은 그 자체만으로 뜻을 가지는 게 아니라전후 맥락이 생략된 표현들이다.  (10)

 

해서 다른 방식으로 편집된 논어를 읽어보고 싶은 욕심이 생긴다.

그래서 논어를 연구하는 학자들이 논어를 해설하면서주제별로 또는 인물별로 새롭게 편찬하여 책으로 엮는 경우가 있는데이 책도 그런 책중의 하나이다.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그러니 다양한 맥락 속에서 새로운 해석으로 재탄생할 수 있다.(10)

 

이 책은 그 방법으로 공자의 제자를 각각 앞세워그 제자에 관한 공자의 말을 분류 해설해 놓고 있다.

 

공자의 제자는 수 백 또는 수 천으로 헤아리는데 ,이 책에 등장하는 제자는 모두 6명이다.

자로자공안연염유그리고 재아와 번지이다.

 

무엇보다도 이 책은 그간 읽어왔던 논어를 새롭게 보도록 해준다.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던 구절들을 제대로 이해하게 해준다.

예를 들자면자한 11장의 구절에 이런 게 있다.

 

공자의 병이 깊어지자자로가 문인들을 가신으로 삼았다. (25)

 

이 부분그간 읽으면서도 그 의미를 잘 이해하지 못했다.

자로가 문인들을 가신으로 삼았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또 왜 그것이 잘못된 것인지를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는데이 책으로 제대로 이해할 수 있었다. (23-24)

 

공자가 말하는 앎이란?

 

공자에게 앎의 문제는 상태가 아니라 실천의 문제이다.

()는 행동이다.

내가 알고 있는 것이 무엇이고 모르는 것이 무엇인가를 파악해서 아는 것이 아니다.

아는 것은 안다고 하고 그에 맞춰 실천하고모르는 것은 모른다 하고 그에 맞춰 실천하는 것이다. (31)

 

정명(正名)으로 철학하기

 

공자가 말하는 정명이란 무엇인가?

지금껏 읽어왔던 논어에서는 정명에 대하여정치와 관련하여 고찰할 뿐더 이상 나아가지 않는데 비하여이 책에서 저자는 정명을 화두로 삼아 철학적 접근으로 시도한다.

 

이는 인식론적 차원에서 보기보다는 실천적인 면에서 살펴보아야 한다. (43)

정명은 이름을 붙이는 행위뿐 아니라 그 이름에 걸맞은 실천까지 포함한다. (44)

정명은 한 번의 이름 지음으로 끝나지 않는다그것은 중()에 이르는 과정처럼 끊임없이 바름[]을 찾아가는 과정이자 철학이다. (45)

 

이 책에서 얻은 가장 큰 수확이라고 할 수 있는 대목이 있다.

 

공야장 5- 8의 해석에 관한 글이다.

자공과 안회둘 중에 누가 나은가?

子謂子貢曰: “女與回也孰愈?” 對曰: “賜也何敢望回回也聞一以知十賜也聞一以知二.”

子曰: “弗如也吾與女弗如也.”

 

공자(孔子)께서 자공(子貢)에게 말씀하시기를 너는 안회(顔回)와 누가 나으냐?” 하셨다.

대답하기를 제가 어떻게 감히 안회(顔回)를 바라보겠습니까안회(顔回)는 하나를 들으면

열을 알고저는 하나를 들으면 둘을 압니다.” 하였다.

공자(孔子)께서 말씀하셨다. “네가 안회(顔回)만 못하다나는 네가 그만 못함을 허여[인정]한다.”

 

지금껏 이런 해석에 만족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 책에서 저자는 다르게 해석한다.

 

자공이 대답하기를제가 어찌 감히 안연만 하겠습니까안연은 하나를 들으면 열을 아는데저는 하나를 들으면 둘밖에 모릅니다하였다.

공자가 말하였다그렇지안연만 못하지너나 나나 안연만은 못하지. (73)

 

마지막 문장공자가 대답한 것이 기존 해석과 다르다.

 

기존의 해석 : <네가 안회(顔回)만 못하다나는 네가 그만 못함을 허여[인정]한다.>

저자의 해석 : <그렇지안연만 못하지너나 나나 안연만은 못하지.>

 

이 부분 저자가 왜 그렇게 해석하는지 그 이유를 들어보자.

 

주자의 주석을 비롯한 전통적인 해석은 나는 네가 그만 못함을 허락한다라고 해석한다.

한자어 ()’에는 ‘~ ’ 라는 뜻도 있지만 그 외에도 주다참여하다, 허락하다 등 여러 뜻이 있다필자가 여()를 ‘~ 로 해석한 반면에 전통적인 해석은 여()를 허락한다 라는 뜻으로 풀이했다.

그런데 그 해석에 따라 읽으면 공자의 의도가 전혀 이해가 되지 않는다만일 자공이 안연보다 자신이 뛰어나다고 대답했다면 모르지만 자신이 더 못하다고 했는데그 판단을 허락한다는 말인가전통적인 해석에 의지해서 논어를 이해하려고 했던 필자에게 이 구절은 한동안 수수께끼였다.

 

전통적인 해석이 이렇게 풀이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완벽한 인간인 공자가 제자(안연)보다 자신이 못하다고 인정한다는 것을 상상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그러니 고심 끝에 여()가 가지고 있는 여러 뜻 중에서 가장 그럴듯한 뜻을 들어 자공이 안연보다 못하다고 말한 것을 허락한다는 식으로 해석한 것이다이렇게 해석하게 되면 이 대화를 생생하게 살아있는 인물의 대화로 읽을 수 없다. (75)

 

나 역시 저자의 의문과 같은 의문을 품고 있었다. ‘공자가 자공에게 안연보다 못하다고 생각하는 것을 허락한다니’, 무슨 대화가 이렇게 흘러가지하는 의문을 가지고 있던 구절이었는데저자가제시한 생각과 해석의 근거를 들어보니매우 합리적인 해석이라 판단이 된다.

그래서 오랫동안 품었던 의문이 책으로 풀리게 되니기쁘다.

 

안연 (淵 顔回)

 

공자가 유일하게 ()하며 호학(好學)하는 자라고 인정한 안연.

그는 41세에 사망하여공자가 아쉬워한다.

공자는 그 소식을 듣고, “아아하늘이 나를 망치는구나하늘이 나를 망치는구나” 하며 통곡한다. (선진, 11-8)

 

안연과 관련된 구절선진 7장의 해석에 관한 대목이다,

 

顔淵 死 顔路 請子之車 以爲之槨

子曰 才不才 亦各言其子也 鯉也死 有棺而無槨

吾不徒行 以爲之槨 以吾從大夫之後 不可徒行也

 

안연이 죽자 그의 아비인 안로가 공자의 수레를 팔아 관의 외관인 곽을 만들 것을 청하니,

공자가 말하였다.

재주가 있든 없든 각자 자기 아들은 소중한 법이다내 아들 리()가 죽었을 때에도 관만 있었고 곽은 없었다내 아들이 죽었을 때 수레를 팔아 곽을 만들어주지 않은 것은 내가 나라에서 대부의 지위인 상황에서 걸어다닐 수가 없기 때문이다. (98)

 

이 부분전에 읽으면서 공자가 안연의 아비 안로가 청하는 것을 거절한 것에 대하여 그 상황과 그 이유가 납득이 되지 않았었다.

그토록 사랑하는 제자인 안연에게 그 정도도 못해준다는 말인가하는 생각이었다.

 

그런데 이 책에서 저자의 해설을 듣고 납득이 되었다.

 

수레를 팔아 곽을 만드는 것은 몇 가지 이유로예에 어긋나기 때문이었다.

첫째당시 대부 이상의 지위를 가진 자는 거리를 다닐 때 걸어다니면 안 되었다반드시 수레를 이용해야만 되었다그러니 대부인 공자에게 수레는 꼭 필요했었다.

둘째공자의 수레는 사적으로 구입한 것이 아니라임금이 하사한 것이다그러니 마음대로 팔 수가 없는 것이다. (100)

 

그러니 당시 상황에 비추어보면예에 어긋난 것은 안연의 아비인 안로였지공자가 아닌 것이다.

 

의미 모르고 그냥 넘어갔던 구절새롭게 만나다.

 

논어를 읽으면서그냥 의미를 새겨보지 않고 지나가버렸던 구절의 의미를 새롭게 만나게 된 것들이 많다.

 

계씨 13장의 구절이다.

 

진항이 공자의 아들 백이를 두 번 만난 기록이다그때마다 진항은 묻는다.

아버님으로부터 어떤 특별한 가르침을 들은 바가 있는가?“

그런 질문에 백이는 그저 무심히 대답한다.

특별히 가르침을 받은 바는 없고그저 시를 공부하라 하신다.

또 다음날 만나서는같은 질문에그저 예를 공부하라 하신다,고 답한다.

그 다음 구절이 내가 흘러 넘겼던 구절이다.

 

진항이 물러나와 기뻐하면서 말하였다,

하나를 물어서 세 가지를 얻었으니시를 듣고 예를 들었으며 또 군자가 그 아들을 멀리하는 것을 들었구나.“ (190)

 

마지막 부분새롭게 들린다.

 

또 있다.

헌문 41장의 구절이다.

 

석문이라는 곳에서 문지기가 자로에게 묻는다.

그대는 어디에서 오는 길인가?“

자로가 답한다. ”공씨(공자)로부터 왔습니다.“

문지기가 말한다. ”안 될 것을 뻔히 알면서도 계속 시도하는 그 자 말인가?“(198)

 

내가 놓친 부분은 공씨(공자)로부터 왔습니다.“라는 말이다.

그 다음 말이 중요하다 해서 그말 안 될 것을 뻔히 알면서도 계속 시도하는 그 자 말인가?“라는 말만 열심히 새겨보았지정작 그 말을 하게 만든 자로의 말은 새겨보지 않았던 것이다.

 

저자 그 말을 이렇게 새긴다.

자로가 대답한 공자로부터 왔다는 말은 자신의 현재를 있게 한 과거는 공자와의 만남으로부터라는 의미다. (198)

 

다시이 책은?

 

모처럼 논어를 생생하게 읽을 수 있었다.

그래서 성인 공자를 숭상하는 해석에서 벗어나살아 움직이는 공자의 모습을 보고,

그와 함께 한 제자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새롭게 새겨가며 들을 수 있었다.

 

특히 저자가 자한 16장을 인용하면서 맺음말을 남기는데그게 아주 의미있다.

 

공자가 시냇가에서 흐르는 물을 보며 말하였다.

물이 흐르는 것이 이와 같구나밤낮으로 그치지 않는다.“(203)

 

논어와 공자의 삶은 흐르는 강물과 유사하다.

논어라는 강을 흐르는 공자의 삶은 새로운 시대새로운 독자와 만나면 새로운 드라마로 거듭난다같은 강물에 발을 두 번 담글 수 없는 것처럼 논어를 읽을 때마다우리는 새로운 드라마를 보게 된다.

 

새로운 드라마로 다가온 논어생생하게 읽을 수 있었다이 책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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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히틀러의 아이였습니다 - '레벤스보른 프로젝트'가 지운 나의 뿌리를 찾아서
잉그리드 폰 울하펜.팀 테이트 지음, 강경이 옮김 / 휴머니스트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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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히틀러의 아이였습니다

 

이 책은?

 

이 책 나는 히틀러의 아이였습니다는 히틀러 치하의 <‘레벤스보른 프로젝트가 지운 나의 뿌리를 찾아서치열하게 살아온 아이의 이야기다.

1941년 생인 그 아이는 이제 80세가 되었다.

 

저자는 잉그리트 폰 욀하펜(Ingrid von Oelhafen.)

<독일 오스나브뤼크에 살며 물리치료사로 일했다. 20여 년간 레벤스보른의 실체와 그에 관련된 자신의 숨겨진 과거를 조사해왔다다른 레벤스보른 희생자들과 레벤스푸렌(생명의 흔적)’이라는 단체를 만들어 레벤스보른의 진실을 알리는 활동을 하고 있다.>

 

이 책의 내용은?

 

먼저 저자가 당한 일그 일의 주체인 레벤스보른 프로젝트가 무엇인지 알아보자.

 

홀로코스트는 이른바 열등 인종을 절멸한다는 발상입니다레벤스보른은 이 동전의 뒷면입니다온갖 수단을 동원해 아리아인 인종을 늘이겠다는 발상이지요. (219)

 

아리아인 인종을 늘이겠다는 발상그것을 위하여 나치는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나치는 2차 세계대전 당시 순수 아리안 혈통을 지키고 우수 인종을 길러 아리아인 국가를 건설하고자 레벤스보른 프로젝트를 실행한다.

 

레벤스보른(Lebensborn)은 생명의 샘을 뜻하는 것으로 좋은 피에 대한 나치의 광기에 가까운 집착을 수행하는 기관이었다그 기관은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았다.

특히 이 책에서 주로 다루고 있는 방법은 점령지 아이들에 대한 광범위한 납치 범죄로 이어졌다.

 

저자 욀하펜이 바로 이런 나치의 계획에 의해 납치된 레벤스보른의 아이였다.

 

또 다른 가 있다.

 

독일인으로 알고 자라난 잉그리트어느날부터 부모의 행동에 의심을 품게 된다.

내가 친자식이라면 과연 어머니아버지가 저렇게 대할까?

 

그 의심은 결국 사실로 드러났다.

저자는 58세가 되던 해 1999년에 전화 한 통을 받았다.

친부모를 찾고 싶으십니까?” (81)

독일 적십자 직원으로부터 온 전화그 때부터 뿌리를 찾기 위한 대여정이 시작된다.

 

그녀는 자기 이름이 잉그리크 폰 욀파펜이 아니라에리카 마트고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래서 자기의 국적을 알아보려 백방으로 수소문한 결과유고슬라비아라는 것까지 알게 된다.

 

친부모 이름은 요한과 헬레나성은 마트고.

그런데 그 부모에게는 다른 자녀들도 있었다타나와 루드비그그리고 에리카즉 자신이었다.

 

그렇게 수소문 끝에 연락을 취해보니이게 웬일?

거기에는 에리카 마트고라는 인물이 있었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일까?

내가 나를 찾아 헤매다가드디어 내가 누구인지 알게 되어 그곳을 찾아갔더니거기에는 나와 같은 이름을 가진 다른 사람이 나로 살고 있었다.

 

이 책의 저자 잉그리트 폰 욀파펜의 경우를 단적으로 표현하면 그렇다.

 

죽음의 현장에서 인생이 바뀌다.

 

그렇게 된 사연이 기구하다. 나치가 주민들을 모아 놓고 테러분자들을 선별하는 작업을 벌인다. 

 

그날 (저자의 부모인요한과 헬레나는 아이 셋(타나와 루드비그그리고 에리카)을 데리고 학교 운동장에 도착했다.

거기에는 죽음과 삶의 갈림길이 펼쳐지고 있었다.

학교 교실에서 기다리던 가족중 에리카는 누구의 손에 이끌려 다른 곳으로 끌려가고 말았다.

그녀를 제외한 가족은 하염없이 기다리다가밖에서 나는 총소리를 들었다몇 사람이 끌려가 죽는 소리였다.

다행이 그 가족은 무사히 집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하지만 셋째 아이가 없어졌다고 호소하는 부모의 품에 다른 여자 아이가 맡겨진다.

에리카라는 인물이 두명이 되는 순간이었다.

 

원래의 에리카는 나치의 손에 의해 독일로 납치되어독일 아이로 자라난다.

그리고 다른 에리카는 에리카의 부모 손에 에리카라는 이름으로 유고슬라비아에서 자라난다.

 

그러니 만약 저자가 뿌리 찾기를 하지 않았더라면그냥 그렇게 두명의 에리카는 각각 독일과 유고슬라비아에서 그저 그렇게 살고 있었을 것이다.

 

이게 모두가 나치의 레벤스보른 프로젝트로 인해 벌어진 사건이다.

 

저자의 뿌리찾기 과정에서

 

저자의 뿌리 찾기 과정을 기록한 이 책에서 몇가지 기록할만한 게 있다.

 

토마스 만에 대한 기록

 

뮌헨에 자리한 레벤스보른 본부는 추방된 반나치 활동가이자 작가였던 토마스 만의 소유였다, (143)

 

나치는 레벤스보른 활동을 위하여 여러 곳에 시설을 마련했는데 히틀러의 정적이나 부유한 유대인 가문으로부터 빼앗은 건물이나 저택을 이용했다그중에 토마스 만의 저택도 들어있었다는 것이다.

 

토마스 만의 연보를 찾아보니, 1914년에는 뮌헨 포싱어 가 1번지의 저택에 입주했다는 기록이 있다.

그후 나치가 정권을 잡자, 토마스 만은 국외로 망명을 떠났는데, 1933년 여행지였던 스위스에 계속 체류하고 나중에 취리히 근교의 퀴스나하트에 정착함으로써 독일 외 거주를 통한 사실상의 망명에 들어갔다고 되어있다. 1936년에는 히틀러 정권에 의해 독일 국적을 박탈당하고본 대학 명예 박사 학위도 박탈당했다. (토니오 크뢰거 외민음사, 546)

 

그러니 1914년에 토마스 만이 거주를 시작했던 그 저택을 그의 망명후 나치가 압수한 것으로 보인다.

 

뿌리내림과 시몬 베유

 

프랑스 철학자 시몬 베유는 1943년 <뿌리내림>이란 책을 썼는데저자가 활동한 단체 -  레벤스푸렌 -  은 다음과 같은 시몬 베유의 말을 정관 머리글에 인용하고 있다.

 

단연코 뿌리뽑힘은 인간 사회가 경험하는 가장 위험한 병폐다뿌리뽑힌 사람은 누구든 다른 사람의 뿌리를 뽑는다뿌리내린 사람은 다른 사람의 뿌리를 뽑지 않는다어쩌면 뿌리내림은 가장 중요하면서 간과되는 인간 영혼의 욕구이다. (207)

 

저자는 그 책의 내용처럼뿌리를 찾고 뿌리와 이어지기를 소망하고 있었다. (226)

 

드디어 찾아낸 

 

나는 한때 내가 에리카 마트고라 불린 유고슬라비아 아이였다는 것을나치가 가족에게서 나를 훔쳤다는 것을 확실히 알았다. (262)

 

나는 이제 내가 누구였는지그리고 누구인지 안다.

에리카 마트고는 유고슬라비아에서 훔쳐온 레벤스보른 아이였고레벤스보른의 광기 속으로 사라졌다잉그리트 폰 욀하펜은 독일 여자이고 여러 어린이를 돕고 위로한 물리치료사다.

나는 한때 유고슬라비아 출신 에리카 마트고 였고독일인 잉그리트 폰 욀하펜이었다둘 다 나였다그리고 이제 나는 잉그리크 마트고 폰 욀하펜이다그게 항상 나였다. (264)

 

밑줄 긋고 새겨볼 말들

 

나는 과거를 이해할 뿐 아니라 용서하는 법도 배워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262)

 

너 자신을 찾는 가장 좋은 방법은 다른 사람을 위해 너 자신을 잃어버리는 것이다. - 마하트마 간디. (263)

 

다시이 책은? - 정체성을 찾아서

 

저자는 정체성에 관하여 묻는다정체성에 관한 깊은 성찰을 통해 자기 찾기뿌리찾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정체성이 사람을 형성하는가아니면 그 반대인가추상적인 철학적 질문같지만 그렇지 않다나를 찾는 여정이 끝났을 때 내가 마주해야 했던 질문들이다. (257)

 

그런 성찰 중 하나셰익스피어가 활용된다.

 

셰익스피어의 햄릿에서 오필리아는 이렇게 말한다.

우리는 지금의 우리는 알지만 우리가 무엇이 될지는 모른다.”(258)

나는 내가 무엇이 될 수 있었을지 곱씹어보았다.

 

오필리아의 발언 살펴보았다햄릿의 4막 5장에 등장한다.

 

주님우린 지금의 우리는 알지만 어떻게 될진 몰라요. (민음사, 152)

Lord, we know what we are, but know not what we may be.

 

이 말이 저자에게 적확하게 들어맞는 말이다.

저자가 독일인으로 살아가던 지금과 자기의 정체성을 확인하게 된 지금은 다르다저자는 그걸 전혀 모르고 있다가, ‘지금’ 알게 된 것이다.

 

이 책자기를 찾아 긴여정을 끝낸 아이의 삶을 통해, ‘인류 역사와 한 인생이 결코 분리되어 있지 않고 연결되어 있음을그래서 역사의 엄중함과 소중함을 깨닫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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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기어가 된 조선 유학자, 윤휴 - 왕과 사대부, 그리고 사관마저 지우려 했던 조선 최초의 자유로운 사상가
이덕일 지음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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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기어가 된 조선 유학자 윤휴

 

이 책은?

 

이 책 금기어가 된 조선 유학자윤휴』 는 <왕과 사대부그리고 사관마저 지우려 했던 조선 최초의 자유로운 사상가>인 윤휴의 사상과 죽음에 대해 살펴보고 있다.

 

저자는 이덕일,

<숭실대 사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1997년 당쟁으로 보는 조선 역사를 시작으로 세상에 그의 이름을 알렸다.

그는 역사학자로서 사료에 대한 철저하고 세심한 고증대중과 호흡하는 집필가로서의 본능적인 감각과 날카로운 문체로 한국사에서 숨겨져 있고 뒤틀려 있는 가장 비밀한 부분을 건드려왔다언제나 발표하는 저술마다 논쟁의 중심에 섰으며 역사 인식의 새로운 지평을 개척해왔다.

그는 모든 권위와 기득권을 거부하며 주류 학계에 편입되지 않고그들이 외면하거나 감히 드러내지 못하는 치부를 적나라하게 폭로하여 대중의 지지와 인기를 얻었다.

많은 저술을 통해 그의 생각을 전하고 있다.>

 

이 책의 내용은?

 

윤휴조선 시대의 유학자로, 1617 ~ 1680 의 시대를 살았다.

그가 살았던 조선 시대일어났던 중요한 역사적 사건은 다음과 같다.

 

인조반정 1623

이괄의 난 1624

정묘호란 1627

병자호란 1636

 

그러니조선시대의 굵직굵직한 사건을 다 겪은 셈이다.

그래서 윤휴의 생애는 특별히 의미가 있다.

윤휴가 그런 사건들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하고어떻게 대처했는지를 알아보는 것도조선시대 선비들의 삶과 사상을 알아볼 수 있는 아주 중요한 자료가 되기 때문이다.

 

윤휴는 그런 사건을 거치면서 북벌을 주창한 효종(재위 16491659)과 현종(재위 16591674) 시대를 거쳐 숙종 시대(재위: 16741720)에 들어서 생을 마감하게 된다사약을 받고.

 

왜 그는 사약을 받고 죽어야 했을까그 이유를 이 책에서 살펴볼 수 있다.

그의 죄목은?

 

윤휴가 죽어야 했던 실제의 죄는 두 가지였다.

하나는 실제로 북벌을 추진하려 했던 것이고,

다른 하나는 양반 사대부들도 평민들처럼 똑같은 의무를 지는 대개혁을 실시하려던 것이었다.

이 두 가지는 서인 정권 시대의 금기였다.

북벌은 말로만 추진해야 하고 자신들은 영원히 계급적 특권을 누려야 하는 것이었다.

평민들은 사대부를 위해 존재하는 노예계급이어야 했다.

이 지형을 바꾸려던 윤휴는 사라져야 했다. (394)

 

특이한 사항은 그가 다른 죄로 사약을 받은 게 아니라사문난적이란 죄명으로 사약을 받고 죽었다는 것이다.

 

송시열과 윤휴

 

윤휴가 사문난적이라는 엄청난 죄목으로 죽어야만 했던가장 큰 이유는 바로 송시열과의 갈등이었다송시열은 애초에는 윤휴와 잘 지내다가 나중에는 그 반대편에 서게 되고 결국 윤휴를 죽이게 되는 것이다

 

송시열이 46세 때인 효종 4년에 종질 송기후의 집에 갔다가 윤휴가 지은 중용신주(中庸新註)가 있자땅에 던지면서 크게 책망했다고 한다.

윤휴가 어떤 놈이기에 감히 이런 짓을 했으며너는 또 어찌 감히 이런 책을 가지고 있느냐?”(76)

 

송시열은 주희를 성현의 반열에 올려놓고 그의 말이나 글은 일점일획도 고쳐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던 주자 절대 추종론자였다그러나 윤휴는 달랐다.

그래서 효종 4년에 송시열은 직접 공격하고 나섰다. (77)

 

이에 대한 윤선거의 발언이 의미있다.

의리는 천하의 공물인데 지금 희중(希仲)에게 감히 말하지 못하게 하려함은 무슨 일인가주자 이후에는 말을 할 수 없다면북계(北溪)와 신안(新安)은 왜 말을 했고 그 말이 경전에도 나와 있는가?”(79)

 

희중은 윤휴의 자이다.

북계는 송나라 학자이자 주자의 제자인 진순(陳淳)이고

신안은 원나라 학자 진역(陳?)을 말한다.

 

중용에 대하여

 

윤휴와 직접 관련이 되는 경전이 바로 중용이다.

다른 학자들이 중용에 대하여 주자의 가르침을 그대로 따르는 데 반하여 윤휴는 다르게 해석하고 있었다. 그것이 다른 유학자들로부터 비판을 받게 되는 가장 큰 원인이 된다.

 

윤휴는 중용에 대하여 어떤 생각과 태도를 가졌는지알아보자,

송시열이 윤휴에 대하여 비판한 사항이기도 하니잘 살펴보자.

 

중용이 예기의 한편으로 실려 있었을 때는 장과 절의 구분이 없었다.

주희는 이를 33장으로 나누고 장의 끝에 장하주(章下註)라는 이름으로 해석을 붙이고 다시 130개의 절로 나누었다.

 

그러면 윤휴의 입장은 어떠했을까?

 

윤휴는 이런 주희의 장절 구분을 따르지 않고 10장 28절로 나누었다.

윤휴는 중용 독서기에서 중용을 천명(天命)중용(中庸)비은(費隱)행원(行遠)문왕(文王)박학(博學)자성(自成)성인(聖人)중니(仲尼)상경(尙絅)의 10장으로 나누어 서술하고, “이상 중용장구』 차례를 이와 같이 교정하였다.”라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윤휴가 중용 독서기에서 주자의 설을 직접적으로 비판한 것은 아니었다단지 주희와 다른 장절 구분을 했다는 이유만으로 사문난적(斯文亂賊)으로 몰렸던 것이다. (76-77)

 

결국은 사사(賜死) - 쓰기 싫으면 안 쓰면 그만이지죽일 것은 무엇 있는가!

 

5월 20일 신시(申時오후 3-5)에 윤휴가 머무는 서대문 밖 여염집에 사약이 내려졌다.

학문과 북벌대의와 백성들의 민폐 제거에 바친 인생이 이렇게 형장의 이슬로 사라진 것이다.

 

야사에는 윤휴가 사약을 마시면서 이렇게 말했다고 전한다.

나라에서 유학자를 쓰기 싫으면 안 쓰면 그만이지죽일 것은 무엇 있는가!” (390)

 

수레 제작에 관하여

 

윤휴는 수레 제작을 주창했지만이것 또한 큰 반대에 부딪히고 좌절되었을 뿐이다.

 

윤휴는 북벌의 주요 준비 사업중의 하나로 전차 제작을 강하게 주장했다.

윤휴는 기병 중심의 청나라 군사를 보병 중심의 조선군이 꺾기는 어렵다고 보았다.

청나라 기병을 상대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 전차라고 본 것이다.

윤휴는 전차를 농경에도 이용하고 수송 수단으로도 사용할 수 있는 일거양득의 기구라고 보았다. (246)

 

그러나 이에 대하여도 반대의견이 많아 수레 제작은 무위로 끝나고 말았다.

조선 시대 선비들의 생각이 그러하였다.

수레 제작은 그후 박지원을 비롯한 실학파에 의해 다시 제기되지만반응은 마찬가지였다.

백성들의 산업을 위해 생각해볼만도 한 것이그저 당리당략에탁상공론에 의해 무위로 돌아가 버리고 만 것이다.

 

다시이 책은?

 

윤휴그 이름은 그의 죽음 이후 금기가 되었다.

경전 해석의 다름을 인정하지 못하는 시대를 살았다는 죄 때문에그의 생각이 단죄를 당한 것이다.

 

이 책으로 그런 시대를 살았던 윤휴라는 선비를 만나고그의 사상을 돌아보게 된다주자가 절대적인 권위를 가진 경전 해석그야말로 주자의 시대에 경전 해석을 다르게 했다고 죽어야 했던 그를그가 살았던 시대를 생각하게 된다.

 

그의 죽음 이후로 기울어지는 조선이란 나라가그래서 안타깝다.

그의 생각이 좀더 인정받았더라면그래서 활발하게 생각들이 교환되고열린 마음으로 경전을 읽고 해석했더라면조금은 다른 나라가 되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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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모르는 이웃
박애진 지음 / 들녘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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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모르는 이웃

 

이 책은?

 

이 책 우리가 모르는 이웃은 소설집이다.

 

저자는 박애진, <과학소설판타지스릴러청소년 소설 등 다양한 장르의 글을 쓴다사랑받지 못한 아이들소녀파괴와 죽음을 많이 다룬다.>

 

이 책의 내용은?

 

이 책 우리가 모르는 이웃에는 다음과 같이 세 편의 소설이 실려있다.

 

1너와 함께

2늑대라고 다 네발로 뛰진 않는다

3붉은 오렌지 주스

 

그런데 책 제목 우리가 모르는 이웃에서 우리가 모르는 이웃이란 무슨 의미일까?

예전과 달라진 주거 형태 때문에 우리가 사람들과 이웃하여 지내면서도 그 이웃을 잘 모르는’ 그런 세태를 그리는 작품일까아니면?

 

그게 아니라세상에는 남들과 다르게 태어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다.

특별한 사람들그래서 다른 사람들과 다르기 때문에 잘 모르는 이웃이 된다는 것이다.

그런 속사정을 각 편의 등장인물들을 통해 털어놓는다.

 

그들의 비밀스런 이야기가 어떤 것인지살펴보자.

 

1화 너와 함께

 

주인공 유혜인그녀는 백 년 동안 늙지 않고 젊음을 유지하며 살 수 있다.

하지만 그렇게 살아가는 게 쉽지 않다같이 세월을 지내는 사람이 곁에 있다면 자기 혼자 늙지 않는다는 사실을 감출 수 없기에무언가 조치를 해야 한다.

그녀는 그래서 다른 곳으로 옮겨 다니면서신분을 바꾸면서 살아야 했다.

 

그런 주인공을 보면서오래 젊음을 유지하면서 사는 것도 그리 좋은 일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주변 사람들과 어울리면서 같이 늙어가야지 혼자 젊음을 유지한다는 게결코 복이 아니라는 것이다.

 

또 하나 문제가 그녀에게 있다.

그렇게 백 년을 젊게 살려면여자인 그녀는 아이를 낳으면 안 된다.

아이를 갖는 순간시간은 평범한 사람처럼 적용이 된다.

또 하나백 년이 되기 전에 남자의 간을 먹으면 같은 모습으로 천 년을 살 수 있다.

 

그러니주인공 유지혜에게는 많은 선택지가 놓여있는 것이다.

결혼하고 아이를 낳아 보통 사람들처럼 살아가든지아니면 아이를 낳지 않고 젊게 백 년을 살든지또는 남자 간을 먹고 이제는 천년을 살든가.......

 

2화 늑대라고 다 네발로 뛰지는 않는다,

 

이번 주인공은 남자다.

대학생 차상은멋진 청년이다. 188 cm 키에 어깨까 넓었고배에 식스팩도 있다.

그런 그는 무슨 사연이 있기에 이 소설의 주인공이 되었을까?

 

그는 고등학교 때까지만 해도 남의 주목을 받지 못하던키 작은 학생이어서 다른 친구들에게 폭력으로 괴롭힘을 당하기까지 하던 학생이었다.

그러던 그가 3학년 2학기가 시작되자 갑자기 한 달 동안에 10 cm가 커졌고근육도 발달하는 일이 생긴 것이다. (110)

 

그는 그렇게 다른 사람들과 다른 것이다그의 아버지도 키가 190cm 에 거구이다.

그런 핏줄을 타고나상처를 입어도 빨리 회복되는 또다른 특징을 가지고 있다.

한번 힘을 쓰면 몇 명 정도는 너끈하게 처리할 수도 있다. .

 

그런 주인공드디어 여자 친구가 생기고사귀게 되는데.......

 

3화 붉은 오렌지 주스

 

너무 예쁘게 웃지 말 것,이라는 당부를 항상 듣고 사는 여학생이 주인공이다.

유인아.

그녀의 어머니는 특별히 남자에게는 예쁘게 웃지 마라고 신신당부를 한다.

 

엄마는 내가 말귀를 알아들을 만큼 자란 이후 내내 고의로 예쁘게 웃으면 안 된다고 신신당부해왔다. (227)

 

그녀가 웃으면 어떤 일이 생기기에 웃지 말라는 것일까?

 

그렇게 지내던 유인아이제 고등학생이 되었다.

고등학생인 그녀그녀가 웃었다남학생을 향해서.

 

친한 친구 여학생과 같은 반 남학생그리고 유인아는 하교할 때 항상 같이 하는 사이였는데어느날 그녀가 그를 향해 웃었다.

 

나는 해진을 보며 예쁘게 웃었다. (235)

 

그다음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

 

며칠이 지났다해진은 아침마다 내 책상에 따뜻한 캔커피를 사다 놓았다. (235)

 

이건 그냥 시작일뿐인데....

 

다시 이 책은?

 

이건 어디까지나 소설이다결코 우리 주변에우리 이웃에는 그런 사람들은 없을 것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저자는 왜 그런 사람들을 등장시켰을까?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언제나 다수에 속하기만 하는 사람은 없을 거예요.

누구나 살면서 한두 번은 내 쪽이 소수라서 혹은 내게 남다른 면이 있어서작게는 조금 당황스럽고 크게는 힘겨웠던 경험이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311)

 

그리고 이어서 이런 당부를 한다.

그래서 저는 저를 포함해 모든 사람들이 소수에 속하는 사람들다른 사람과 조금 다른 사람들을 열린 마음으로 바라보기를 바랍니다,라고,

 

그런데그런 당부글을 읽고나니첫 번째 작품의 내용이 예사롭지 않게 느껴진다.

 

백 년을 젊게 살려면여자인 그녀는 아이를 낳으면 안 된다,는 설정 말이다.

아이를 갖는 순간시간은 평범한 사람처럼 적용이 된다.

또 하나백 년이 되기 전에 남자의 간을 먹으면 같은 모습으로 천년을 살 수 있다,는 이야기.

 

그런 게 픽션이 아니라사실이 아닐까?

해서 여자들이 아이를 낳지 않으면 그냥 백 년을 살 수 있는데아이를 낳다 보니 그만 백년도 살지 못하게 된 것은 아닌지또 남자 간을 먹으면 천 년을 살 수 있는데남자가 불쌍해서 간을 빼먹지 못하는 바람에 천년은 살지 못하는 게 아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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