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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누구인지 뉴턴에게 물었다 - 물리학으로 나, 우리, 세상을 이해하는 법 ㅣ 내 인생에 지혜를 더하는 시간, 인생명강 시리즈 2
김범준 지음 / 21세기북스 / 2021년 3월
평점 :
내가 누구인지 뉴턴에게 물었다
이 책은?
이 책 『내가 누구인지 뉴턴에게 물었다』는 <물리학으로 나, 우리, 세상을 이해하는 법>이란 부제가 붙어있는, 물리학의 시선을 통해 나 자신과 나를 둘러싼 세계, 나아가 미래의 삶까지 탐구하는 책이다.
저자는 김범준, <서울대학교 물리학과에서 초전도 배열에 대한 이론 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스웨덴 우메오 대학교와 아주대학교를 거쳐 현재 성균관대학교 물리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일반역학, 전산물리학, 열 및 통계물리학 등 물리학 전공과목을 강의하고 있다.>
이 책의 내용은?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주제는 ‘나’ ‘우주’ ‘관계’ ‘모습’ ‘만남’ ‘미래’ ‘선택’, 모두 7가지다.
1강 [나] ‘나’를 발견하는 물리학의 아름다움
2강 [우주] 나를 알기 위해 우주를 보다
3강 [관계] 당신과 나 사이의 과학적 연결고리
4강 [모습] 나의 모양은 어떻게 결정되는가
5강 [만남] 거대한 세상 속 우리라는 기적
6강 [미래] 예측할 수 없기에 삶은 흥미롭다
7강 [선택] 달려오는 미래, 우리는 어디로 가는가
그런데 그런 주제를 다루는 방법이 다르다, 특이하다. 물리학으로 그런 주제들을 다루고 있다.
예컨대, 저자의 말에 따르면 “우주에 대한 깊은 이해는 결국 나를 이해하는 방법”이라고 한다. ‘나’를 철학적으로 철학스러운 말로 접근하는 게 아니라 우주에서부터 시작하여 ‘나’를 이해하는 것이다.
해서 이런 말이 나오게 된다. .
<우주에 대한 지적인 이해는 오랜 진화의 과정에서 이성을 갖춰 과학을 발전시킨 인간이 짊어진 일종의 책무인지 모른다.> (32쪽)
이제 그 중 몇 가지만 살펴보자.
<모습>, 우리 사람들의 모습은 왜 이런 모양으로 된 것일까?
물리학은 우리의 모습이 어떻게 결정되는지를 살펴보는 유용한 도구가 될 수 있다. 우리는 왜 커다란 천체처럼 동그랗지 않은지, 우리의 모습은 왜 코끼리와 다른지, 개미처럼 허리가 가는 사람은 왜 없는지, 그리고 작은 햄스터같이 털로 뒤덮인 동그란 모습일 수는 없는지, 물리학은 많은 것을 말해준다. 체질량 지수가 같다면 키 큰 사람이 더 날씬해 보일 수밖에 없다는 것도 말이다. 물론 물리학이 모든 것을 정확히 설명할 수는 없지만, 우리 인간의 모습에 대한 개략적인 이해를 도울 수 있다. (171쪽)
그러면 그런 물리 법칙으로 이런 의문도 해결이 된다.
작은 물방울은 있는데 왜 큰 물방울은 없는 것일까?
작은 이슬방울은 동그란데 농구공만한 물방울은 왜 세상에 없을까?
큰 물방울은 전기력보다는 중력의 영향을 더 크게 받고 따라서 둥근 모습을 유지하지 못해 바닥에 퍼지게 된다. (151쪽)
따라서 우리는 큰 물방울을 보지 못하는 것이다.
그런 물방울에 적용되는 중력의 법칙은, 다른 곳에서도 적용이 되는 것일까?
커다란 위성이 둥근 공 모양인 이유는 중력 때문이다. 작은 위성은 다르다. 둥그런 모양일 필요가 없다. 물론 처음에 누군가가 둥근 모습으로 잘 빚어 놓았다면 둥근 모습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위성이 형성되는 자연적인 과정에서, 중력으로 서로 가까워져 한 덩어리가 된 물질의 양이 적다면 얼마든지 찌그러진 감자 같은 모습이거나 삐쭉삐쭉한 형태를 유지할 수 있다. 이유도 간단하다. 중력이 크지 않기 때문이다. 중력 때문에 큰 위성은 둥글고, 작은 위성은 둥근 모습이 아닌 채로 그 모습을 유지한다. (150쪽)
이렇게 물리법칙이 우리 주변 어디서나 적용이 되고, 저자의 주장대로 물리법칙으로 그런 것들을 설명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런 지식으로 이제 생텍쥐페리의 소설 『어린 왕자』를 살펴보자.
어린 왕자의 행성에서 배우는 우주과학
『어린 왕자』의 멋진 표지 그림을 한번 살펴보자.
여기에는 물리 법칙을 거스르는 몇 가지 오류가 있다.
첫 번째 오류.
표지에 어린 왕자는 작은 행성 위에 서 있다. 그림에 보이는 어린 왕자의 키로 짐작해보면, 행성의 반지름은 아무리 커도 기껏 몇 m 정도로 보인다. 누군가가 처음에 애써서 동그란 모습으로 행성을 인위적으로 만든 것이 아니라면 그림처럼 동그란 모습일 리가 없다. 첫 번째 오류다.
두 번째 오류.
그 행성에는 활화산도 보인다. 화산분출과 같은 화산 활동이 가능하려면 행성 내부에 마그마와 같은 고온의 액체 상태에 가까운 물질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작은 행성일 경우에는 고온의 물질이 처음 존재했어도 아주 빠르게 급격히 온도가 낮아져 딱딱하게 굳을 수밖에 없다.
물체가 내부에 가지고 있는 에너지는 그 물체의 부피에 비례한다 또 물체가 외부로 빼앗기는 에너지는 물체가 주변에 맞닿아 있는 표면적에 비례한다.
작은 행성은 아주 빠르게 바깥으로 에너지를 빼앗긴다. 크기가 몇 m밖에 안 되는 행성은 시간이 조금만 지나도 에너지를 모두 잃기 때문에 화산 활동을 지속할 수 없다. 어린 왕자 표지 그림의 두 번째 오류다.
세 번째 오류
표지에는 꽃도 보인다. 꽃이 있어 식물이 살 수 있다면 행성에 대기가 있다는 뜻이다. 진공에서는 식물이 살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크기가 작은 행성은 중력이 약해서 대기를 가지고 있을 수 없다.
행성의 크기가 아주 작다면 중력이 작아서 탈출 속도도 작다. 결국 작은 행성에는 처음에 대기가 있었다고 해도 대기를 구성하는 기체 분자의 열운동에 의해서 점점 기체 분자를 우주로 잃어버려 대기 없는 행성이 될 수밖에 없다. 어린 왕자의 행성보다 훨씬 큰 달에도 대기가 없는데, 달보다 훨씬 작은 어린 왕자의 행성에 대기가 있을 리가 없다 세 번째 오류다
네 번째 오류
어린 왕자는 행성 위에 가만히 서 있을 수도 없다. 중력이 너무 약해서 한 발짝 발걸음을 옮기려고 행성의 표면을 발로 밀면 행성은 어린 왕자를 행성 밖으로 밀어낸다. 작용 ? 반작용의 법칙이다. 어린 왕자는 행성에서 벗어나 우주 공간에 둥둥 떠있게 된다. 어린 왕자는 절대로 작은 행성 위를 걸어서 한 바퀴를 돌아 다시 원래의 위치에 올 수 없다. 네 번째 오류다.
물론 저자는 이 글이 어린 왕자의 표지 그림이 비과학적이라는 것, 그래서 비판하자는 게 아니라는 것을 확실히 해 놓고 있다. 『어린 왕자』의 표지 그림이 다만 우주과학 법칙이 적용된다면 표지 그림은 어떻게 달려져야 하는지를 생각해보자는 것이다.
이 책에서 새롭게 알게 되는 것들
‘떠오름 현상(emergence)’ 또는 ‘창발’
복잡계가 전체로서 보여주는 현상은 개개의 구성 요소가 가진 특성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부분들이 모여서 상호작용하면서 한 구성요소에서는 볼 수 없던 특성들이 전체에서 새롭게 나타난다. 이를 떠오름 현상 또는 창발이라고 한다. (88쪽)
예를 들자면, 얼음은 딱딱한데 얼음을 구성하는 물 분자는 딱딱하다는 특성이 없다. 딱딱함은 물 분자들이 서로 영향을 주고 받으면서 만들어내는 거시적인 특성이다.
뉴턴의 진짜 공로는 무엇일까?
뉴턴의 발상이 놀라운 것은 ‘지구 중력이 사과를 끌어당겨서 사과가 떨어지듯이, 지구 중력이 저 먼 달도 끌어당기고 있는 것은 아닐까?’ 라는 질문을 했다는 데 있다.
뉴턴 이전에는 천상계의 물체인 달과 지상계의 물체인 사과의 운동은 그 본질이 다르므로,
각기 다른 방식으로 설명해야 한다고 여겼다.
그런데 놀랍게도 뉴턴은 당시 알려져 있던 측정수치들을 이용해서, 지구가 달을 끌어당기는 중력이 지구가 사과를 끌어당기는 중력과 정확히 같은 수학적 형태를 가진다는 것을 증명했다. 뉴턴에 와서야 천상계의 움직임과 지상계의 움직임이 하나로 통합된 것이다. (77쪽)
요즘 인공지능은?
판단의 규칙을 인공지능에게 직접 알려주지 않는다.
수많은 고양이 사진을 보여주면서 인공지능이 학습과정에서 스스로 판단의 기준 자체를 내부적으로 형성하게 하는 방법이다. 이를 특징추출이라고 한다. (237쪽)
과거에는 사람이 일일이 특징을 추출해서 프로그램에 넣어주었다면 요즘의 인공지능은 특징 자체를 스스로 내부에서 인간의 도움 없이 추출해낸다.
밑줄 긋고 새겨볼 말들
앎은 한정되어 있지만 무지에는 끝이 없다. 지성에 관한 한 우리는 설명이 불가능한, 끝없는 무지의 바다 한가운데 떠 있는 작은 섬에 불과하다. 세대가 바뀔 때마다 그 섬을 넓혀가는 것이 인간의 의무다. - 토마스 헉슬리 (41쪽)
우주에서 가장 이해가 불가능한 일은 바로 우리가 우주를 이해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 아인슈타인 (135쪽)
다시, 이 책은?
이 책 『내가 누구인지 뉴턴에게 물었다』는 <물리학으로 나, 우리, 세상을 이해하는 법>이란 부제가 붙어있는데, 그 부제가 빈말이 아니다.
저자가 제시한 7개의 주제, 그 주제들은 철학자들이 즐겨 거론하는 주제들이어서 우리들은 그런 주제들을 철학의 대상으로 여겼고, 그래서 철학이 범주 안에서 해결하려고 했었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면서 물리학의 시선을 통해 나 자신과 나를 둘러싼 세계를 살펴보니, 뜻밖에도 이 방법으로도 해결할 길이 있는 것을 알게 된다.
그러니 이 책을 읽고, 새로운 눈을 뜨게 되었다는 말이다.
개안, 물리학으로 세상을 본다. 그게 가능하다. 이 세상을 설명하는 방법이 다른 것도 있다. 해서 나에게 또 다른 시각, 다른 말로 하자면 또 다른 방편이 생긴 것이니. 이 책 무척 의미가 있고, 가치 있는 책이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