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적을 남기는 글쓰기 - 쐐기문자에서 컴퓨터 코드까지, 글쓰기의 진화
매슈 배틀스 지음, 송섬별 옮김 / 반비 / 2020년 8월
평점 :
절판


흔적을 남기는 글쓰기

 

이 책은?

 

이 책 흔적을 남기는 글쓰기<쐐기문자에서 컴퓨터 코드까지, 글쓰기의 진화>를 다루고 있다. 원제는 Palimpsest: A History of the Written Word이다.

 

저자는 매슈 배틀스 (Matthew Battles), <글쓰기와 도서관에 관해 쓰는 작가이자 예술가. 도서관, 그 소란스러운 역사를 비롯한 여섯 권의 책을 썼다. 하버드대학교 버크먼인터넷과사회센터의 실험적 강의.연구실인 메타랩을 이끌고 있다.>

 

이 책의 내용은?

 

이 책의 원제는 Palimpsest: A History of the Written Word인데 팸림프세스트(Palimpsest)’란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팰림프세스트(Palimpsest)란 고대에 이루어진 양피지의 재활용으로, “원본 글이 삭제되거나 일부 지워진 자리 위에 새로운 글을 적어 넣은 표면이라고 옥스퍼드 영어사전은 정의하고 있는데, 옥스퍼드 영어 사전은 그 개념을 다음과 같이 확장하고 있다.

특히 예전 형태의 흔적을 여전히 간직한 채로 재사용되거나 변경되었다는 의미에서 이런 표면과 엇비슷한 것을 가리킨다. (12)

 

토마스 드퀸시의 이런 말은 그 의미를 더욱더 의미심장하게 만들어준다.

인간의 두뇌만큼이나 자연적이며 힘센 팰림프세스트가 또 어디 있겠는가?” (13)

 

이 말을 기본으로 하여, 저자는 팰림프세스트(Palimpsest)를 더 깊게 살펴보고 있는데, 자세한 내용은 323쪽 이하를 참조하시라.

 

셰익스피어로 시작하는 책

 

저자는 이 책을 셰익스피어의 작품에서 한 구절을 인용함으로 이 책을 시작한다.

뜻대로 하세요에서 DUKE SENIOR (퍼디난트 공작)은 이렇게 말한다.

 

나무에게서 말을,

흐르는 개울 속에서 책을,

돌 속에서 설교를 찾으며,

모든 것에서 선()을 찾으십시오, (15)

 

저자는 이 구절에서 다음과 같은 사실을 찾아낸다.

글 읽기는 아주 오래전부터 존재했지만, 글쓰기는 최근에 발명된 것이다.

그런데 글쓰기가 최근에 발명된 것이기는 하지만 글쓰기를 통해 충족할 수 있는 욕구는 오래된 것이다. (15-16)

 

소크라테스의 글자에 대한 생각은?

 

글자는 사람들의 기억을 위한 노력을 등한시하게 만들어 결국 잘 잊어버리게 만들 것입니다. 그들은 스스로 기억하는 대신 외부에 있는 글자에 의존하고 말 것입니다. (55)

 

소크라테스가 타무스의 입을 빌려 하는 말이다.

이 말 일리있다. 요즘 본인의 전화번호조차 외우려고 하지 않고 기기에 의존하고 있으니, 이런 추세라면 언젠가는 우리 인간의 뇌는 컴퓨터 조작 및 스마트폰 작동하는 정도에 그치고, 나머지는 모두 그 안에 담아놓고 살아갈 것이다. 그러다가 어느 날 전기가 생산되지 않으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그래서 이런 암기 촉진 방법, 필요하다.

호메로스나 헤시오도스의 서사시에서 사용된 방법인데, 열거, 형용어구, 리드미컬한 반복 어구를 활용(154) 하여 이야기를 외워나가듯, 그런 방법을 사용, 주변 사물을 뇌에 기억해 두는 것이다.

 

여러 작가들의 작품을 글 읽기, 쓰기차원으로 읽어본다.

 

다음 몇 작품을 글 읽기, 쓰기측면으로 읽어보는 것도 흥미로울 것이다.

 

찰스 디킨스의 위대한 유산(164쪽 이하)

소설 속 주인공인 핍이 겪는 기나긴 고난에 문해력이라는 은빛 실이 내내 엮여 있다.

그러니 소설의 첫 장면부터 핍이 부모의 묘지에서 묘석의 글을 (글을 모르니) 짐작하는 장면부터 시작하여 드디어 글을 쓰게 되어 편지를 써서 보내는 장면이 등장하고, 이렇게 그에게 일어난 변화는 소설의 진행과 함께 이루어진다.

그러니 이 책을 글 읽기, 쓰기차원으로 읽어보면서 핍의 변화, 성장을 지켜보는 것도 의미있을 것이다.

 

버지니아 울프 자기만의 방(171쪽 이하)

인간의 삶에서 글쓰기가 차지하는 자리의 커다란 변동은 오로지 역사적이고 지리적인 시간 규모에서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개인의 관찰과 표기법이라는 가장 밀접한 단위에서도 일어난다(172).

 

읽기는 참으로 귀하다.

 

책 읽기가 귀중한 것은 독자가 저자의 글에서 얻는 지식 때문만이 아니라 그 글이 독자의 정신 속에서 상호 공명하는 방식이기도 하다.

책을 읽을 때 열리는 고요한 공간 속에서 사람들은 스스로 연상하고 추론하고 유추하며 자신이 생각을 길러낸다. 깊이 읽을수록 깊이 생각하게 된다.

(299)

 

이런 것 새롭게 알게 된다.

 

햄릿의 기억의 서판

 

셰익스피어의 작품 햄릿에서 햄릿은 유령의 모습을 한 아버지의 나를 기억하라는 명령을 고찰하며 기억의 서판을 언급한다.

 

기억의 서판은 어떤 것일까?

저자는 위대한 유산속의 미스 해비셤이 한 장의 어음을 써주면서 주머니에서 금테로 장식된 빛바랜 상아 수첩을 꺼내더니 목에 걸고 있던 빛바랜 금 뚜껑 달린 연필로 그 위에 글씨를 썼다는 말에서 수첩을 언급하며 찰스 디킨스가 미스 해비셤의 수첩을 고안해내면서 햄릿의 기억의 서편을 염두에 두었을 가능성을 제기한다. (168 - 169)

 

길가메시 서사시와 셰익스피어

 

길가메시 서사시는 그 박력과 감수성으로 이후 등장한 수많은 문학 작품의 패턴을 형성한 것같다. 셰익스피어의 할 왕자는 길가메시 서사시에서 그 원형을 찾아볼 수 있으며, 엔키두는 성벽을 쌓고 숲을 파괴하면 무엇을 얻고 또 잃을지 알려주는 폴스타프의 더 젊고 감성적인 버전이라 할 수 있다. (147)

 

에우리피데스의 힙시필레(Hypsipyle)(207-208)

 

파피루스 조각에서 에우리피데스의 단편 비극이 발견되었다.

그전까지 오로지 다른 고대 저자들의 작품 속 인용으로만 알려져 있던 렘노스 섬의 여왕 힙시필레와 그녀가 아프로디테로부터 저주를 받은 일을 다룬 이 작품은 약 200개의 파피루스 조각을 짜 맞추어 복원되었다.

 

한자 선()은 노아의 방주를 의미?

 

()에 대한 설명이 나온다.

이 글자는 8을 의미하는 , 입을 의미하는 , 배를 의미하는 로 구성되어 있다.

이 형상은 노아와 그의 가족의 이미지를 연상시킨다.

따라서 이 글자는 성서의 홍수 설화를 뒷받침하는 것처럼 보인다. (100)

 

다시, 이 책은?

 

결국 저자가 말하는 팰림프세스트(Palimpsest)양피지 위에 가치를 새긴 인간 정신의 흔적이라 할 수 있는데, 우리의 글쓰기는 이 팰림프세스트처럼 언제나 이전의 흔적을 남기면서 진화해왔다.

 

저자는 고대 그리스의 질그릇과 도자기에 새겨진 글, 진흙에 새겨진 쇄기문자로부터 컴퓨터로 쓰는 글, 그리고 글 읽기와 쓰기에 대한 온갖 자료들, 정보들을 이 책에 담아 놓았다. 비유하자면 보물 창고라 할 수 있다.

 

독자인 나는 저자가 제공해주는 - 문자’, ‘글 읽기’, ‘글 쓰기에 대한 다양한 정보들을 접하고, ‘그렇게 깊은 뜻이!’ 하는 경탄을 금할 수 없다. 그저 놀라고 놀랍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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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체의 아름다운 옆길 - 천경의 니체 읽기
천경 지음 / 북코리아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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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체의 아름다운 옆길

 

이 책은?

 

이 책 니체의 아름다운 옆길<천경의 니체 읽기>라는 부제를 달고 있다.

 

천경이란 저자의 필명이다.

저자는 [대학에서 불문학을 전공했다. 그동안 기자 및 편집장으로 일했다. “피로 써라. 그러면 피가 곧 넋임을 알게 될 것이다라는 니체의 문장을 좋아한다. 현재 서울 홍대 인근에 위치한 대안연구공동체에서 미셀 푸코, 질 들뢰즈, 프리드리히 니체, 레비스트로스 등의 저서를 읽고 공부하는 <잡종의 책 읽기> 모임을 진행하고 있다.]

 

이 책의 내용은?

 

<이 책은 작가 천경이 지난 201711월부터 20197월까지 국내 한 신문사에 천경의 니체 읽기 칼럼이라는 제목으로 매주 게재한 내용을 엮어서 출간한 것이다.>

 

일단 이 책은 니체를 이렇게 읽을 수도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니체를 위대한 철학자로, 그의 글을 어렵게 생각하게 만드는 대신에 그의 글을 이렇게도 생각하게, 이렇게도 적용하게 만들어주는 것이다.

해서 니체를 가깝게, 그리고 편하게 읽을 수 있는 것이다.

 

니체, 글쓰기에 대해 말하다

 

니체의 발언 중 이런 게 있다. 책쓰기, 글쓰기에 관한 말이다.

 

<다른 사람에게 도움이 되도록 전달되어야만 할 자기 자신에 대한 극복을 표시하는 것이다.>

(인간적인 너무 인간적인 II, 152 이하)

 

이에 대한 저자의 설명을 몇 가지 인용해본다.

 

글을 쓴다는 것은 나를 객관화시켜 나를 이긴, 내가 소화한 정직한 기록이어야 하는 것이다. 삶과 몸으로 익히고 터득한 나만이 쓸 수 있는 무엇. (158)

 

우리는 상처받을 때에만 쓸 수 있다. 나를 내리치는 도끼’, 그것이 현실의 것이든, 상상의 것이든 그 찍힘으로 피흘렸을 때, 상처난 나를 들여다보며, 내 안의 풍경에 대해 쓸 수 있다. 말하자면 사유가 침략과 상처로 발생하듯이, 그 발생한 사유를 나의 관점으로 구성해내는 행위, 그것이 글쓰기일 것이다. (169)

 

해서 글을 쓰고 싶다는 것은 무서운 욕망이다. 타인에게 침범하고 간섭하고 타인의 안으로 들어가려는 떨리는 쾌락이며 나를 적대적으로 관찰하는 냉담한 시선이며 익숙하고 정든 나와 결별하는 행위이다. 나를 이기는 행위이다. (161)

 

그런데, 니체의 발언과 저자의 설명을 읽고, 이해하기 위해선 이 책의 몇 개 문장을 소환하여 되새김을 할 필요가 있다.

 

나를 객관화시켜 나를 이긴 -

 

아는 분에게서 들은 게 떠오른다며, 저자가 소개한 몇 년간 담배를 피웠던 사람의 이야기다.

 

의사나 지인의 충고에도 끄덕없이 담배를 피우던 그 사람, 어느 날 한 장면을 목도하게 되는데 골목길에서 구부정한 중년의 남성이 몸을 움츠린 채 급히 담배를 피우는 모습, 추레하고 서글픈 실루엣. 그 순간 저게 내 모습이구나하는 생각이 퍼뜩 스쳤다. 그날 이후 바로 담배를 끊었다는 이야기. (233)

 

- ‘나에게서 떠나 바라본 나의 모습, 나를 객관화시켜 바라본 나.’ - 는 자기를 비웃을 수 있데 된 것이다. 그리고 자기와 결별한다. 즉 그는 자신을 이긴 것이다.

 

사유가 침략과 상처로 발생하듯이 -

 

저자는 들뢰즈를 인용하며, 저자만의 사유를 보여준다.

모든 사유는 침략이 된다’. 들뢰즈의 말이다.

 

문제와 물음앞에서 우리는 드디어 사유하게 된다. (21)

자기 동일성속에서 사유는 일어나지 않는다.

우리는 전혀 사유하지 않고 살아갈 수 있다.

그래서 어떤 문제나 질문을 받을 때에 습관적인 무사유에서 벗어나 비로소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이다.

 

이걸 저자는 조지 오웰의 삶에서 그 모범을 찾아내 보여준다. (22)

 

새롭게 알게 된 것들

 

도덕경 3장은 백성을 우민화한다는 이유로 유가 사상가들로부터 격렬하게 공격을 받는다. (127)

 

밑줄 긋고 새겨볼 말들

 

깊은 고통은 사람을 고귀하게 만든다. (83)

우리는 고통 안에서 정신의 깊이에 도달하는 것이다. 자신의 영혼을 돌보는 힘을 갖게 된다.

 

신앙이 축복으로 이끄는 것이 아니라면 신앙은 믿어지지도 않을 것이니 신앙이란 얼마나 가치가 없나? (110) - 니체

 

삶의 벽 앞에 서더라도 문제될 것은 없다. 벽은 기댈 언덕이며 새로운 세계를 향한 문, 혹은 캔버스 화폭이라는 사실을 알 테니까. (157)

 

다시, 이 책은?

 

이 책은 니체의 저작을 읽으면서, 쓰는 에세이다.

니체를 읽으면서, 니체를 활용하여 인생을 돌아보는 것이다.

우리 삶을 돌아보는데 니체는 훌륭한 재료가 된다. 표준이 된다고 단정은 하지 못하겠지만, 그간 우리가 표준삼아 살아온 가치에 전복을 꾀할 수 있는 아주 적절한 '철학'을 한 인물이다.

 

저자는 이점을 마음껏 활용하여, 니체가 어떤 사람인지, 니체의 저작에, 니체의 발언에 힘입어 우리가 삶의 자세를 새롭게 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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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마이 갓 오 마이 로드 - 바이러스 · 종교 · 진화
방영미 지음 / 파람북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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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 갓, 오 마이 로드

 

이 책은?

 

혹시 책을 읽다가 자기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인 적이 있는지?

고개를 자기도 모르게 끄덕이다가, 문득 그걸 깨닫고, 저절로 나오는 말.

, 나도 모르게 이 말에 그만 공감해버렸어!’

그런 외침, 자주 한 책이 있다.

바로 이 책, 오 마이 갓 오 마이 로드이다.

<바이러스종교진화>라는 이 시대를 통찰할 수 있는 적절한 부제를 달고 있다.

 

저자는 방영미, <방 박사는 팟빵 종교모두까기의 운영자로 코로나19 이전이나 이후나 한결같이 제도화된 종교를 모두 까고 있다. 팟빵 사씨맨투맨의 출연자로 시사·예능 방송에서 교양 지식을 담당(아마도 시작은?), 극우 유튜버 들의 동태를 살피며 극우 논리를 습득하다 급기야 멘탈 붕괴, 이로 인한 자아 이탈을 해탈로 오인하는 정신승리 과정에 대한 분석가로 거듭나고 있다.>

 

이 책의 내용은?

 

저자가 이 책의 부제로 <바이러스종교진화>라 붙인 이유는 무엇일까?

저자 소개에서 그 이유를 추론해 볼 수 있다.

 

<종교학 전공자, 종말론 묵시록 연구자로서 방 박사는 말한다. 바이러스 테러를 운운하며 정작 교회가 시민사회를 위협하는 공공의 적이 돼버린 현실에서 이 정도는 알아야 한다. 나와 우리 이웃이 덜 상처 입도록, 이미 내상이 깊다면 치유할 수 있도록 종교를 아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여겨 이 책을 썼다.>

 

또한 이런 발언, 역시 부제의 의미를 밝혀주는 글이다.

 

<코로나19 사태를 거치면서 그런 문제 제기가 전혀 근거 없지 않았다는 점을 어느 정도 드러냈다. 전 세계적 위기 상황에서 시민으로서 책임과 의무를 저버려 교회는 바이러스 전파의 온상이 되고 말았다. 게다가 거친 입으로 비난받았던 전광훈 목사는 드디어 국가의 방역 체계를 위해하는 심각한 사태를 초래했다.>(21)

 

가뜩이나 코로나 19 바이러스로 상황이 엄중한 이 시기에, 교회가 도움은 주기는커녕 오히려 방해가 되고 있으니, 문제라는 것이다.

그럼 대체 지금의 시점에서 종교는 어떤 문제점을 가지고 있는가?

여러 종교가 있지만, 현재 기독교라는 타이틀을 달고 있는 종교로만 국한해 살펴보자.

 

우선 저자의 발언, 두 가지 먼저 들어보자.

 

오늘날처럼 대형교회의 비리가 만연하고 이른바 이단이라고 하는 종교단체가 사회문제를 계속 일으킨다면 종교는 게토화할 가능성이 크다.(127)

 

대체 왜 신도들은 전광훈의 거친 표현에 열광하고, 단순무지한 행동에 영혼을 빼앗기는 것일까? 대체 왜 저런 말초적인 자극에 그토록 약한 것일까? (20)

 

나도 같은 의문을 가지고 있다. 대체 한국교회는 왜 이 모양이 되었으며, 왜 저런 사람에게 휘둘리고 있는 것일까?

 

전광훈 : 현재 상황은?

 

한국교회는 가뜩이나 추락 중이었는데, 전광훈이라는 망가진 날개로 수직낙하의 가속도가 붙어버렸다. 어쩌면 이것이 그의 소명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그는 탐욕과 거짓 위에 세워진 위선의 교회를 지금 제대로 붕괴시키고 있다. (21)

 

동성애 :

교회가 신경을 써야 하는 곳이 태산 같은데, 엉뚱한 문제에 온 신경을 집중하고 있으니, 그게 동성애. 기독교가 얼마나 헛된 데 힘을 쏟고 있는지, 그 문제점을 저자는 정확히 지적한다.

 

개신교는 한국 사회가 아직 껄끄러워하는 동성애 문제를 꼭 짚어 포괄적 차별금지법이 통과되면, 곧 동성결혼도 합법화될 것이라고 겁박하는 반대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41)

약자간의 혐오를 부추기는 곳이 종교계에서는 극우 개신교다. 종북좌빨에 대한 혐오감이 약간이나마 옅어지자마자 동성애와 이슬람 혐오에 전력을 쏟고 있다. 왜냐면 동성애와 무슬림들이 우리사회에선 소수자 곧 약자이기 때문이다. 혐오를 이용해서 권력을 유지하는 자들은 절대로 강자를 건드리지 않는다. (118)

 

문제가 되는 보수 개신교는 항상 외부의 적이 필요하다. 더구나 최근 빨갱이에 대한 두려움과 혐오가 옅어지는 사회 분위기 탓에 이를 대신할 강력한 사탄이 필요해졌다. 이슬람은 충분히 혐오 정서에 적합한 상대이긴 하나 문제는 아직 우리 사회에서 그들의 영향력이 미비하다는 것이다. 그렇게 새로운 혐오대상을 물색하던 차에 딱 걸린 게 동성애다. (167)

 

다윗의 범죄 그리고 회개라는 훌륭한 사례

 

다윗은 우리야의 아내 밧세바를 불법적으로 취하여 수태시킨 다음에, 이를 감추고자 남편 우리야를 죽이기까지 한다. 이후 밧세바 사이에서 낳은 첫아이의 죽음과 다윗의 회개로 성서는 우리야의 사건을 정리해버린다. (152)

 

이 사건은 우리나라에서 이상하게, 훌륭하게(?) 활용되고 있다.

교계에서 성범죄를 저지른 목회자들은 이 사건을 활용, 이런 발언으로 엄중한 추궁을 피한다.

다윗같은 위대한 왕도 실수하잖아. 회개하고 하나님의 용서를 받으니 더 위대한 왕이 되었어.’

이런 발언이 전가의 보도처럼 나부낀다. 성범죄자들은 다윗의 회개를 조자룡 헌 칼 쓰듯이 들먹이며 휘둘러댄다.

 

이런 발언에 이의 있다. 그들에게 이렇게 소리쳐주고 싶다.

첫째, 당신은 다윗이 아니다. 절대로 아니다, 결코 될 수 없다.

그 다음, 다윗왕은 그 범죄에 합당한 벌을 받았다. 그런데 당신은 아무런 벌도 받지 않고 있는데?

그 다음에 이런 말, 지금이 무슨 왕권시대라도 되는 줄 아느냐? 당시 다윗은 왕국의 왕이었다, 그런데 당신은 왕은커녕, 왕 근처에 가지도 못한 일개 시민에 불과하다. 당신이 다윗처럼 골리앗을 물리친 적이 있다면 혹시 모르겠다.

 

물론 이런 말 해도, 어디 그 사람들이 들을 귀가 있기는 한가? 그게 문제다.

 

니체가 죽었다는 신은 어떤 신인가?

 

흔히 하는 얘기가 니체가 신은 죽었다고 했기에 저주를 받아 미쳤다고 한다.

과연 그런 얘기가 맞는 것일까?

 

그 말이 맞는가 살펴보기 위해선, 니체가 죽었다고 말한 신은 어떤 신인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저자는 말한다. 니체가 죽었다는 신은, 인간들이 자신의 이익을 위해 도용하고 남용한 왜곡으로 굴절된 신이다. (217)

 

그런 신이 이라는 이름을 달고 있으면, 기독교에서 말한 우상에 불과한 것이다. 그러니 니체가 죽었다고 말하기 이전에 기독교의 은 당연히 그런 신을 죽였을 것이 분명하다. 니체는 단지 이를 선언한 것에 불과할 뿐이다. 그러니 니체를 그런 우상이 된 가짜 신을 죽었다고 선언한 공로를 인정해서 칭찬하지는 못할망정 저주의 말을 퍼부어서는 결코 안 되는 것이다.

 

통찰의 언어들

 

저자는 이상과 같이 도처에, ‘오 마이 갓이라는 비탄조 감탄사를 내뱉을 수밖에 없는 상황을 가감 없이 보여준다.

어디 그뿐인가, ‘오 마이 갓이라는 감탄사에 이어 이번엔 오 마이 로드라고 무릎치면서 고개를 끄덕이게 만드는 말, 있으니, 여기 몇 개만 적어본다.  

 

우리는 경험을 통해 인식의 폭이 넓어지리라 기대한다. 하지만 실상은 그보다는 경험으로 선입견이 생겨서 사고를 편협하게 가둬버리는 일이 더 비일비재하다. (124)

 

내 안의 완고함이 다양함과 상이성을 열등한 것으로 보고 있지는 않은지, 그리고 내 안의 무지함이 독선과 아집을 정당화시키고 있지는 않은지 매순간 성찰할 일이다.(129)

 

개념이 하는 역할은 구체적인 상황에 처했을 때 나아갈 방향을 가리키는 것이지 일상의 세세한 해답을 제시하는 것이 아니다. (129)

 

우리가 성서에서 경직된 교훈만 얻는다면, 그건 아주 슬픈 일이다. 성서가 우리를 자유롭게 하지 않고 구속한다면 그건 창조주의 뜻이 아니다. (195)

 

내세는 너무 멀고 사후는 모르겠고, 지금 당장 삶이 힘들어서 종교에 의지하는 것 아닌가. 그러니까 태생적으로 종교는 그런 것이다. ( …… ) 이런 종교의 속성, 그 속물성을 통제하기 위해 신학이 필요한 것이다. (212)

 

다시, 이 책은?

 

책을 읽으면서, 고개를 끄덕이는 숫자를 혹시 세어본 적이 있는가?

그런 셈 해본 적이 없지만, 해본다면 아마 이 책이 톱에 들지 않을까?

오 마이 갓에 해당되는 부분도, ‘오 마이 로드에 해당되는 부분도, 모두 고개를 끄덕일 테니.

 

그런 끄덕임 차치하고, 이 책을 읽고나면, 현재 우리나라에서 대체 왜 기독교가 문제가 되는지, 그 문제를 해결하자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그 길이 보일 것이다. 기독교로 비롯된 현안문제에 대한 시원한 대답이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읽으면? 시원하다. 더하여, 기독교, 좀 시원하게 만들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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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한국 지성의 모험 - 100년의 기억, 100년의 미래
김호기 지음 / 메디치미디어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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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한국 지성의 모험

 

이 책은?

 

이 책 현대 한국 지성의 모험<100년의 기억, 100년의 미래>라는 부제와 같이 합해보면, 이 책이 어떤 책인지를 알 수 있다.

우리나라 지난 100년간 지성으로 간주할 수 있는 각 분야의 인물을 엄선하여 그들의 저서를 통해, ‘현대지성의 역사를 살펴보고 있다.

 

저자는 이 책의 목적을 다음과 같이 밝히고 있다.

이 책은 우리 현대 지성의 역사를 인물과 그의 대표 저작을 중심으로 살펴보는 데 그 목적이 있다. 우리 현대사를 움직여온 사유와 담론, 이를 포괄하는 지성을 미래지향적으로 성찰함으로써 우리 사회의 선 자리와 갈 길을 탐색해 보고자 한다.(5)

 

저자는 김호기, <연세대학교 사회학과와 같은 대학교 대학원 사회학과를 졸업했다. 독일 빌레펠트 대학교에서 사회학 박사 학위를 받았고, 미국 UCLA 사회학과 및 Center for Korean Studies 방문학자를 지냈으며,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으로 일하기도 했다. 현재 연세대학교 사회학과 교수이다.>

 

이 책의 내용은?

 

우리나라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예술, 역사, 과학을 정리해보는 방법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그것도 100년 전부터 현재까지 말이다.

여러 방법이 있겠지만, 이 책의 저자 김호기 교수에게 의지해보는 것은 어떨까?

 

그래서 이 책의 목차를 훑어보면, 우리나라 지난 100년간의 모든 것의 역사가 한눈에 들어온다. 예를 들어, <VI. 정치가와 나라 만들기>를 살펴보자.

 

. 정치가와 나라 만들기

31. 이승만: 독립정신과 민주공화국의 미래

32. 박정희: 국가와 혁명과 나와 보수의 미래

33. 김영삼: 김영삼 대통령 회고록과 정치가의 미래

34. 김대중: 김대중 자서전과 정치가의 미래

35. 노무현: 진보의 미래와 진보의 미래

 

이승만, 박정희,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으로 이어지는 우리나라 정치 모습을 단번에 파악할 수 있다.

 

문학은 어떨까?

저자가 추려낸 인물들을 보면, 저절로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시 분야는, 한용운, 이육사, 윤동주, 김수영, 박노해.

소설과 평론 부문은, 이광수, 황순원, 박경리, 최인훈, 김윤식, 김우창, 조세희, 박완서, 한강.

 

그렇게 거의 모든 것의 역사를 차분하게 살펴보고, 알아볼 수 있다.

 

문제적 인물, 여운형

 

일단 한 인물을 택해, 저자가 그 인물을 어떻게 소개하고 있는지 살펴보자.

 

여운형이다. 우리나라 역사에서 평전이 가장 많이 쓰여진 인물이다.

1947년 암살당한 후 수많은 평전의 대상이 됐다는 것은 여운형이 대단히 문제적 인물이라는 사실을 증거한다.

 

여운형을 알아보는 저작물로 저자는 몽양 여운형 전집(세권), 조선 독립의 당위성()를 대상으로 그의 사상을 살펴본다.

 

여운형은 1886년 양평에서 태어나, 배재학당, 흥화학교, 우무학당을 다녔고, 그후에도 평양의 장로회 신학교와 중국 난징 진링대학에서도 공부했다.

 

1919년에는 신한청년당을 조직했고, 김규식을 파리 강화회의에 조선 대표로 파견했다.

이런 그의 활동은 2 8 운동과 3 1 운동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일제 강점기 동안 그는 활발한 독립운동을 펼쳤고, 해방후에는 조선건국준비위원회를 결성하여 건국준비를 시작했다.

 

여운형이 도달한 결론은 좌우합작이었다. 그의 파트너는 김규식이었다. () 임시정부를 수립한 후 신탁통치 문제를 주체적으로 해결하자는 데 두 사람은 합의함으로써 우파 민족주의, 좌파 사회주의와 다른 제3의 길을 모색했다. (47)

 

그의 활동에 대해 정병준은 다음과 같이 평한다. 다소 길지만, 그를 정확하게 평가하는 글이라, 인용해본다.

 

여운형은 해방 후 한반도의 현실이 미·소 진영의 대립, 남북의 지역대립, 좌우의 이념 갈등이라는 세 층위의 갈등구조에 위치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 한반도 운명의 주인공인 한국인이 미·소를 손님으로 대접한 후 내보내야 하며, 좌우가 합작하고 남북이 연합해야 통일·독립국가를 수립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이러한 노선은 당시 상황에 비추어 가장 현실적이며 민족적인 노선이었다. (47)

 

이런 평가를 소개한 후에, 저자는 '중도의 미래'라는 항목으로 그의 사상을 21세기 현재의 시점애서 조명하고 있다.

이렇게 여운형이 어떻게 살아왔으며, 어떤 활동을 했으며, 그의 생각과 활동이 우리나라 역사에 어떤 영향을 미쳤으며, 현재 시점으로 다시 조명해보기까지, 살펴보고 있으니, 한 인물과 우리 역사를  동시대에 조감해볼 수 있는 것이다.

 

문제적 인물 몇 명 살펴보자.

 

우리 역사에서 18년 동안 장기 집권한 박정희, 그는 어떤가, 저자의 평을 들어보자.

 

박정희 :

박정희와 그의 시대를 어떻게 볼 것인가는 광복 이후 우리 현대사를 다루는 인문·사회과학에서 가장 중요한 주제 중 하나였다. 그동안 학술 토론을 비롯해 개인 회고, 정치 비사, 소설화 또는 영화화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게 조명돼왔다. 박정희 개인에 대한 평가 역시 민족의 영웅에서 독재의 원조에 이르기까지 다각도로 이뤄져 왔다. 이러한 풍경은 개인적 존재로서의 박정희는 1979년에 사망했으나 역사적 존재로서의 박정희는 우리 사회에 여전히 살아 있음을 보여준다. (277)

 

노무현의 시대정신 :

저자가 이 책을 통해 강조하는 게 있는데, ‘시대정신이다.

지난 100년간 우리 현대사를 이끌어온 시대정신은 세 가지였다

민족해방과 산업화, 그리고 민주화. (7)

 

그런 시대정신이 이승만, 박정희,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을 통해 어떻게 구현되고 있는지 검토하고 있는데, 노무현의 경우는 어떤가? 여기 저자의 견해를 소개한다.

 

시대정신이 한 사회가 지향해야 할 가치의 집약이라면, 노무현의 시대정신은 무엇일까. 그것은 사람 사는 세상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사람 사는 세상은 약육강식과 적자생존의 나라가 아닌 함께 사는 사회더불어 사는 국가를 추구한다. 함께, 그리고 더불어 사는 국가와 시민사회가 산업화와 민주화의 바탕 위에 우리 사회가 나아가야 할 미래라는 점을 노무현은 강조한다. 안타깝게도 이러한 소망을 이루지 못한 채 20095월 그는 돌연 우리 곁을 떠났다. (305)

 

주경철 :

우리 사회에 서양의 역사를 제대로 알려주는, 전문적 독자와 대중적 독자를 모두 아우르는 역사가다. (260)

주경철이 겨냥한 목표중 하나는, 유럽중심주의의 극복이다.

유럽중심주의는 유럽을 절대적 보편성을 가진 기준으로 삼아 다른 지역 역사를 그 기준에 따라 해석하는 것을 뜻한다. (262)

 

리영희 :

어느 시대나 지식인에게 가장 기대하는 것의 하나는 시대의 미래를 선구적으로 읽어내는 일이다. 그래서 리영희 사상의 현대적 의미가 크다. 특히 그는 1970년대에 민주화 시대와 탈냉전 시대를 소망하고 또 예견했다.

 

21세기가 열린 이후 가장 주목할 세계사적 흐름은 중국의 도전이 본격화됐다는 것이다.

(… …)

이러한 세계사적 전환에서 우리가 어떤 대외정책을 추진할 것인지는 매우 중대한 과제일 수밖에 없다. 한미관계 및 한중 관계는 남북관계와 더불어 우리에게 더없이 중요한 정치경제적 대외관계다. (332)

 

다시, 이 책은?

 

이 책에 소개된 인물은 무려 60명에 달한다.

60명 모두가 우리 역사의 흐름에 각각의 역할을 했던 인물들인지라, 60명을 한꺼번에 모아 살펴보는 것 자체가 큰 공부가 된다. 우리역사를 사건별로 읽어보는 것, 또는 인물별로 읽어보는 것도 의의가 있지만, 이렇게 분야별로 인물들을 연결시켜 가면서, 그 흐름을 살펴보는 것도, 우리 역사를 이해하는 또 하나의 방법이 될 것이다.

 

물론 여기 소개되고 있는 인물들 60명을 한 명씩 한 명씩 읽어가면서, 그들의 삶과 사상을 알아보는 것, 꼭 필요하다. 글자 하나, 문장 하나를 꼭꼭 씹어 먹는다는 마음으로 읽어볼 일이다. 이 책, 그런 수고를 감당해야 할 필요가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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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 읽기 독서법 - 기적을 부르는 완벽한 고전 독서 교육
임성훈 지음 / 리드리드출판(한국능률협회) / 2020년 10월
평점 :
절판


고전 읽기 독서법

 

이 책은?

 

이 책 고전 읽기 독서법<기적을 부르는 완벽한 고전 독서 교육> 지침서다.

 

저자는 임성훈, <‘아레테인문아카데미카페에서 고전 필사 프로젝트와 고전 강의를 진행하고, 고전독서법, 독서 노트 작성법, 책 쓰기 방법 등을 코치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 칼 비테의 인문고전 독서교육등이 있다.>

 

이런, 신선한 생각을 만난다.

 

이 책을 읽으면서, 고전으로 분류되는 책 8권을 다시 읽었다.

 

소크라테스의 변론, 논어, 어린 왕자, 갈매기의 꿈

오디세이아, 변신이야기, 이솝우화, 격몽요결

 

다행하게도 한 번씩은 읽은 책이라, 조금은 쉽게 읽을 수 있으리라 생각되었다.

그러니, 가볍게!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내가 그 책들을 읽으면서, 생각하지 못했던 곳으로 저자는 안내하고 있었다.

전혀 생각하질 않았던 새로운 땅이 거기 있었다.

호메로스의 오디세이아, 읽었다. 그것도 요약본이 아니라 천병희 선생이 번역한 완역본을 읽었다

 

리드 컬리지, 스티브 잡스가 다니다가 그만 둔 학교로 유명한 학교다.

그 학교에 합격을 하게 되면, 합격을 축하한다는 편지와 함께 일리아스오디세이아, 이렇게 두 권의 책을 보내준다고 한다.

입학을 하고 공부를 하기 전에 고전의 기본이 되는 호메로스의 작품을 먼저 읽으라는 것이다. (27, 154)

 

그렇게 고전중의 고전인 오디세이아에서 이런 질문 만난다.

세이렌들은 오디세우스에게 왜 자기들의 지식을 자랑했을까?”(41)

 

그런데 막상 이런 질문 만나니, 이게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것이다.

이런 질문, 생각은 했던 적이 없었다. 생경한 질문이었다.

 

세이렌이 지식을 자랑했다니? 그랬던가?

그래서 오디세이아를 펼쳐들었다.

 

우리는 넓은 트로이에서 아르고스인과 트로이인이

신들의 뜻에 따라 겪은 모든 고통을 다 알고 있으며

풍요한 대지 위에서 일어나는 일은 모르는 것이 없으니까요.

(오디세이아. 12, 189-191)

 

, 이 말을 의미하는구나.

이 말이 세이렌 자기들의 지식을 자랑하는 것이고, 그럼, 왜 그랬을까?

 

그 말을 하기 전에 세이렌은 이런 말을 한다.

 

우리 두 자매의 말을 들어보세요.

(……)

그런 사람은 즐긴 다음 더 유식해져 돌아가지요

(오디세이아. 12, 185 -188)

 

이 말이 위 질문에 힌트가 될 것이다.

자세한 내용은 이 책 177쪽을 참조하시라.

 

그러니, 읽었다고, 마음 푹 놓고 있던 책도, 다시 읽어야 한다는 것, 새삼 깨닫는다.

 

어린 왕자를 다시 읽으며

 

어린 왕자를 읽으며 구절 구절을 생각해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그래서 이런 대목 만나니, 다른 책을 대하는 것 같다.

 

참 얄궂은 별이군! 메마르고 뾰족뾰족하고 험하고. 게다가 사람들은 상상력이 없고 다른 사람이 한 말만 되풀이하니... 나의 별에는 꽃 한 송이가 있었지. 그 꽃은 언제나 먼저 말을 걸어왔는데.....

(어린왕자, 19)

 

이 문장 중에서 다른 사람이 한 말만 되풀이하니’ (123)라는 말, 역시 생각해 본적이 없다.

이 말의 뜻은 무엇일까?

 

저자는 이 말의 의미를 이렇게 푼다.

 

어떤 대상을 남이 나에게 보라고 주입한 방식대로만 본다.

내 생각 없이 남이 생각하고 말하는 것을 따라서 되풀이한다.

, 자신만의 생각과 상상력이 없다는 것이다. (123)

 

이런 사실은 처음 듣는다.

 

생텍쥐페리의 실종에 대한 새로운 소식을 듣게 된다.

 

2008년에 독일의 공군조종사였던 허르스트 리페르트가 한 방송에서 자신이 생텍쥐페리의 비행기를 격추했다고 밝힙니다. 그는 생텍쥐페리의 팬이었다고 말합니다. 인터뷰에서 그가 한 나는 제발 그가 아니길 바랐다. 우리 시대의 모든 젊은이들이 그러했듯이 나도 그의 책에 빠져있었기 때문이다.‘라는 말에서 전쟁의 참혹함과 허망함이 느껴집니다. (118)

 

다시, 이 책은?

 

고전을 읽긴 하지만, 고전을 어떻게 읽을 것인가를 고민해 본 적이 없다.

그런데 이 책을 읽고 나서고전에 너무 무심했던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든다. 고전을 너무 만만하게 본 것이 아닌가. 반성을 하게 된 것이다.

 

이 책, 고전에 대한 나의 인식 새롭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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