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랑한 예술가들 - 창작은 삶의 격랑에 맞서는 가장 우아한 방법이다
마이클 페피엇 지음, 정미나 옮김 / 디자인하우스 / 2025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내가 사랑한 예술가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책을 읽다가 문득 저자가 누구인지, 어떤 사람인지 찾아보았다.

 

저자는 마이클 페피엇 (Michael Peppiatt)

<세계적인 미술사가이자 전기 작가, 큐레이터이며 현대미술 분야 최고 권위자로 평가받는다.

60여 년간 동시대 예술가들과 가장 가까이에서 교류하며 평전, 인터뷰집, 칼럼, 전시회 카탈로그 등 수많은 글을 썼고

프랜시스 베이컨, 알베르토 자코메티, 크리스티안 샤드, 다도, 아리스티드 마욜을 비롯해 여러 작가의 전시회를 큐레이팅 했다.>

 

, 그래서 그랬구나. 저자는 60여 년간 동시대 예술가들과 가장 가까이에서 교류했다는 것, 그래서 예술가들에 대해 그렇게 다각도로 살펴볼 수 있었기에 이 책에서 그런 것들이 잘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특히 프랜시스 베이컨, 알베르토 자코메티, 크리스티안 샤드, 다도, 아리스티드 마욜과는 각별한 사연이 있다, 그들의 작품 전시회를 큐레이팅한 것, 그게 얼마나 대단한 일인지, 이 책을 통해 여실히 알 수 있다.

 

시작하는 글, 고흐

 

고흐에 대해서는 이런 말이 돋보인다.

 

예술가들의 삶을 조명하는 책을 여는 글이라면 빈센트 반 고흐에게 바치는 헌사만 한 선택도 없지 않을까? 내가 깊은 관심을 가져온 그 모든 예술가 중에서 반 고흐는 특히나 남다른 감흥을 일으킨다. (27)

 

맞다, 나 개인적으로도 예술가 중에서 언제나 반 고흐의 삶과 작품을 선두로 꼽고 있었으니 말이다.

 

여기에 실려있는 27개 꼭지의 글은 다, 글을 쓰게 되는 사연이 있는데,

 

저자는 글의 초입에 그 사연을 밝혀놓았다. 그러니 독자들은 그것을 유의해 읽고 본문을 읽으면 글에 담겨 있는 사연들을 훨씬 잘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예를 들면, 5번째 글은 <피카소: 예술가가 세상에 자신을 보여주는 방식>인데, 글의 서두에 이렇게 이글을 쓰게 된 배경을 밝히고 있다.

 

온라인 남성복 쇼핑몰 미스터 포터에서 피카소의 패션 스타일을 주제로 자사의 잡지에 실을 에세이를 써 달라고 의뢰해 왔을 때 나는 글의 주제로는 너무 경박한 얘기가 아닐까 하는 생각부터 들었다. (90)

 

그러니까 여기에 실린 피카소 이야기는 그의 작품에 관한 것이라기보다는 피카소가 입고 다니는 옷을 주제로 한 패션 이야기인 것이다.


빈센트 반 고흐

 

고흐가 피아노를 배우려고 했었다.


고흐는 폭넓은 독서를 이어가는 한편 음악의 하모니에 들라크루아아 색채 이론을 결부시키기 위해 피아노 치는 법을 배우려고도 했다. (37)

 

고흐가 피아노와 관련되는 것으로는 가셰 박사의 딸 마르그리트가 피아노 치는 모습을 그린 작품이 남아있는데, 고흐에게 피아노는 단순히 그림의 대상이 아니라, 그렇게 치는 것을 배우려 했다는 것, 이 책으로 알게 된다.

 

아리스티드 마욜,

 

(케슬러와 마욜) 두 사람이 대영박물관에 간 이유는 (.........) 마욜은  조각과 미술 전반을 더 잘 이해하게 되었다며, 이 답사를 깨달음의 순간이라고 밝혔다. (60)

 

피에르 보나르, 오브리 비어즐리,

 

저자에게 이 두 명의 예술가는 아주 의미있다.

저자는 이렇게 밝히고 있다.


피에르 보나르와 오브리 비어즐리에 대한 에세이는 그 뒤에 실린 잡지에 실리게 되는 다수의 예술 및 문학관련 기사를 쓰는 계기를 만들어주었다. (71)

 

피에르 보나르, 그는 대단한 끈기를 발휘해 예술 세계를 꾸준히 변화시키고 발전시켰다. 지칠 줄 모르는 열의로 작품의 주제를 가다듬고 또 가다듬으며 여지가 생겼다 하면 언제든 살짝 새로운 변화를 부여하려 했다. (78)

 

그런 결과 이런 일도 있었다.


뤽상부르 박물관에서 친구 뷔야르에게 경비원의 주의를 딴 데로 돌려달라고 부탁하고 물감을 꺼내 수년 동안 그 박물관에 걸려있던 자신의 그림을 재빨리 손 본 일도 있었다. (78)

 

반 고흐와 베이컨

 

반 고흐의 <반 고흐, 영혼의 편지>는 베이컨이 침대 머릿맡에 두고 반복해서 읽은 몇 안되는 책 중 하나였다. 베이컨은 반 고흐의 작품을 매우 존중했을뿐만 아니라 그가 쓴 편지에 담긴 자유롭고 다채로운 생각과 깊이 있는 통찰력에 매료되었다. (353)

 

고흐의 편지를 엮은 책 <반 고흐, 영혼의 편지>을 읽어본 적이 있는데 이 책이 베이컨이 그토록 애지중지한 책이였다니, 다시 한 번 읽어볼 가치가 있다는 것 다시 확인한다,


밑줄 긋고 새겨볼 말들

 

(저자의 친구가) 예전에 했던 말 중 기억난다며 소개한 글이다.

그는 매일 아침 아주 이른 시간마다 좋아하는 고대 그리스나 로마 시대 작가의 글을 원어로 읽는 것으로 하루를 열고 있다. 그리고 나면 그날을 어떤 사람도 자신의 하루를 망치지 못한다고 한다. (7)

 

나도 그랬으면, 하는 생각이 굴뚝같다.

 

그의 작업실에서 거의 하루 종일을 보냈던 일은 정말 멋진 경험이었다. 그와 길게 대화를 나누면서 많은 가르침을 얻기도 했지만, 예술가의 작업실은 그 자체로 예술가에 대한 많은 것을 알려 주기 때문이다. 공간과 빛, 완성되었거나 아직 미완성인 작품들, 예비 스케치, 사방에 흩어진 붓과 도구들, (마치 조리 전의 식재료처럼) 테이블과 바닥에 놓인 이런저런 재료들. 작업실을 나와서는 같은 건물의 또 다른 층에 있는 서재로 향했다. 이 인상적인 서재도 작업실 못지않게 그에 대해 많은 것을 알려 주었다. 타피에스는 다양한 분야의 책을 탐독하는 열정적인 독서가일 뿐만 아니라 동양 철학과 현대 물리학 같은 겉보기에는 전혀 다른 분야를 연구하는 학자이기도 했다. (322)

 

이 글에서 그는 안토니 타피에스이다.

화가의 작업실과 서재에 한번도 가 본 적이 없는 나로서는, 저자가 안토니의 작업실과 서재에서 얻었을 영감이 문득 부러워지는 순간이었다.

 

이 책, 27개의 에세이에 화가를 담아놓았다.

 

반 고흐를 필두로 하여 저자는 이 책에서 베이컨, 자코메티, 호안 미로, 앙리 미쇼 등 20여명의 예술가를 소개하고 있다.

 

그 이름을 소개하자면 이렇다.

 

빈센트 반 고흐, 아리스티드 마욜, 피에르 보나르, 오브리 비어즐리,

피카소, 호안 미로, 소냐 들로네, 크리스티안 샤드

도라 마르, 앨리스 벨로니리월드, 존 리처드슨,

앙리 미쇼, 장 뒤퓌페,

브르통에서부터 베케트까지:

자코메티, 발튀스, 살바도르 달리:

니콜라 드 스탈, 조란 무시치, 다도

안토니 타피에스, 프랜시스 베이컨,

베이컨과 자코메티, 루치안 프로이트, 레이먼드 메이슨, R. B. 키타이.

 

안타깝게도 이 중 태반이 모르는 사람이다. 부끄럽지만, 그래서 이 책은 의미있다.

몰랐던 사람을 알게 되었고, 이 책으로 점점 예술가들을 친하게 여기게 되었다는 것이다.

 

저자가 사랑했던 예술가들, 이 책을 읽고 난 많은 독자들은 저자의 뒤를 이어 이 책에 등장하는 예술가들을 사랑하게 될 것이다, 나 또한 마찬가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로키산맥 한 달 여행 - 유네스코가 절경으로 꼽은 캐나다로키 15일 미국로키 15일
김춘석 지음 / 스타북스 / 2025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로키산맥 한 달 여행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로키 마운틴, 즉 로키 산맥을 종주하면서, 저자가 보여주는 대로 군데 군데 들르는 도시마다 그 곳의 역사와 문화까지 섭렵하면서, 로키를 감상하는 것이다.

 

철저한 기록 정신

 

저자는 친구들과 같이 로키 산맥을 다니며, 철저한 기록 정신을 발휘하여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여정을 기록해 놓고 있다

 

예컨대, 이런 식이다.

 

숙소를 출발하여 레이크 루이스 나들목을 조금 지나니 밴쿠버로 가는 캐나다 횡단 고속도로와 93번 도로의 아이스필드 파크웨이 분기점이 보여 오른쪽으로 나가 북쪽으로 올라갔다. (127)

 

이 글에서는 위치 정보가 드러난다.

 

선왑타 폭포를 보고 나서 재스퍼로 돌아가는 도로를 20여분 달리니 애서배스카 폭포 입구가 나왔다. (149)

 

따라서 20여분이라는 시간 정보를 알 수 있도록 저자는 기록하고 있다,

 

최고급 차를 마시고 약 36만원을 계산하여 엄청나게 비싸다고 생각하였으나. 일생에 한번은 마셔볼 만한 가치가 있었댜. (87)

 

가격 정보도 제공된다.

 

이곳은 사방이 만년설 산으로 둘러싸인 해발 1,330의 고개로 캐나다 횡단 철도와 고속도로가 통과하는 교통의 요지이며 글레이셔 국립공원 등산, 스키 여행의 출발지라고 한다. (91)

 

이 호수는 자연과 야생동물을 보호하기 위해 출입을 제한하고 있어 주차장에서 왕복 22Km를 걷거나 공원에서 운행하는 셔틀버스를 이용하여야 접근할 수 있다고 한다. (109)

 

거리정보도 제공되고 있으니, 여행 목적지가 이런 곳이라면 참고할 만 하다.

 

이름의 유래도 또한 들을만 하다.

 

페이토 호수는 캐나다 로키에서 가장 높은 해발 1,860m에 있는 호수로 그 이름은 이 지역의 사냥꾼이자 가이드였던 빌 페이토의 이름을 따서 지었다고 한다. (132)

 

이런 자료도 의미있다

 

레이크 루이스 역은 1965년에 개봉한 영화 <닥터 지바고>에서 주인공 유리 지바고가 여자 친구 라라와 헤어지는 장면을 촬영한 장소로 유명해져 관광객이 많이 찾는 곳이다. (79)

 

다시, 이 책은

 

이 책은 눈으로 보는 책이 아니다.

일단 눈을 감고 천천히 아주 천천히 음미하는 책이다.

그런데 물론 눈을 감기 전에 이 책을 몇 쪽은 넘겨봐야 한다. 그리고 그 중 몇 장의 사진을 눈에 넣고, 그 다음에 음미하는 것이다.

그런 책, 이 책은 로키 마운틴을 감상하는 것이다.



   (요호 국립공원의 히든 레이크)


또하나 있다, 이 책의 용도

저저는 워낙 기록에 철저하다.

대체 어떻게 다닌 곳들을 그리 세세하게 기억하고 기록할 수 있었는지, 위에 예를 들었던 수많은 정보들, 저자의 철저한 기록 정신에 그저 감탄할 뿐이다.


그러니 그런 정보를 토대로 하여 앞으로 로키 산맥을 다녀오고 싶은 독자들은 좋은 참고자료를 하나 곁에 비치하게 되는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그림으로 읽는 논어 - 삶의 기쁨과 희망을 주는 그림 속 논어 이야기
김정숙 지음 / 토트 / 2025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그림으로 읽는 논어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글과 그림, 이건 인간만이 가지고, 사용할 수 있는 최상의 소통 도구다.

그래서 사람들은 글을 써서 서로 소통하려고 하고, 또한 거기에 그림을 그려 뜻을 더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글과 그림을 같이 보면서, 그 의미를 살펴보면 어떨까?

때로는 글을 이해하기 위해 그림을 더하고,

때로는 그림을 이해하기 위해 글을 더하면? 

글과 그림은 서로 서로 도우며, 그 뜻을 한층 더 이해하기 쉽게 되는 것이다.


이 책이 바로 그런 책이다. 그림과 글을 같이 살피면서 그 뜻을 헤아릴 수 있는 것이다.

 

누구의 글을 이해?

공자의 글이다. 공자의 언행을 담아놓은 <논어>, 그 책을 그림과 같이 읽어가는 것이다.

 

먼저 이런 글 읽어보자.

 

서양에서는 작품을 논하면서 작가의 인품을 이야기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이처럼 서양에는 없고 동양에만 있는 독특한 장르를 문인화(文人畵)’라 한다,

문인화는 직업 화가가 아니라 공부하는 문인이 여가에 그린 그림을 말한다. 따라서 기교보다는 작품의 품격이 그림의 가치 평가에 더 큰 비중을 차지한다. (40)


그런데 문인화 중 특이한 그림이 있다.

 

우리 역사를 통틀어 병든 국화를 그린 화가는 이인상이 유일하다. (40)

 

이인상은 어떤 사람인가?


이인상은 영의정을 지낸 이경여(李敬輿)의 후손이지만 증조부가 서자였기에 그도 서출 신분으로 살아야 했다. 그래서 신분의 제약으로 평생 하급관리로 살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그는 김정희로부터 인정을 받을 정도의 실력을 갖추고 있었다. 조선을 대표하는 화가 추사 김정희(金正喜)이인상의 예법과 화법에는 모두 문자기(文字氣)가 있다고 칭송했다. (41)

 

저자가 소개하는 이인상의 그림은 <병국도>이다.

병든 국화를 그린 것이다. <병국도>를 감상해보자.

 



그러면 이런 <병국도><논어>는 어떻게 연관이 될까?


저자는 <병국도>를 통해 공자의 제자 염경을 떠올린다.

그는 공자의 제자 가운데 덕행이 뛰어난 수제자였으나 나병에 걸려 활동을 하지 못했다.

이런 제자는 처음 알게 된다. <논어>를 제대로 읽지 않은 탓이기도 하지만, 염경은 보통 사람들 시선을 끌지 못한 제자라 그럴 것이다

 

공자는 그가 나병에 걸리자 그를 찾아가 문병한 내용이 <논어>에 나온다.

<논어>, <옹야>편이다.

 

伯牛有疾,子問之,自牖執其手, :亡之, 命矣夫! 斯人也而有斯疾也!斯人也而有斯疾也!

백우유질,자문지,자유집기수, :망지, 명의부! 사인야이유사질야!사인야이유사질야!

 

여기 등장하는 백우(伯牛)가 바로 염경이다.

 

우리말 번역은 이렇다.

백우가 병이 나자, 공자께서 문병하여 창을 통해 그 손을 잡고 말씀하셨다.

죽는 것은 운명이구나, 이런 사람이 이런 병에 걸리다니. 이런 사람이 이런 병에 걸리다니.”

(논어, 김원중 옮김, 휴매니스트 출판, 163)

 

그런데 <논어>의 그 구절 읽으면서, 의아해했던 적이 있다.

문병 갔으면 당연히 방에 들어가 문병을 하는 게 도리일 텐데 왜 공자는 창을 통해 손만 잡았단 말인가?

 

그걸 이 책에서 저자는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스승이 자신을 문병하러 온다는 소식을 듣자 그는 문을 굳게 닫고 스승을 보려고 하지 않았다. 공자가 문을 두드렸으나 절대로 열어주지 않았다. 하는 수 없이 공자는 창문을 통해 제자에게 손을 내밀어 보라고 간곡히 부탁한다


그래서 위와 같은 구절이 <논어>에 등장하는 것이다.

이 책을 읽고 백우 곧 염경이 나병에 걸렸다는 것을 알게 되고, 그제서야 그 의문이 풀린 것이다. 이 책을 읽지 않았더라면 이 구절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넘어갔을 것이다.

 

이렇게 저자는 그림을 보면서 어떤 인물을 떠올리고, 그 인물과 관련된 공자의 행적을 <논어>에서 찾아내 독자에게 보여주는 것이다,

 

<논어>를 읽어가는 중에 그 구절에서 어떤 그림을 떠올린 경우는?

 

그러면 그런 경우와는 반대의 경우는 없을까?

있다, 저자는 심사정의 <선유도>를 소개하는데, 그 그림이 <논어>를 읽다가 그림을 떠올린 경우다. (133쪽 이하)


<논어>, <자한>편이다. 자한, 5번째 글이다.

 

먼저 <논어>의 글을 살펴보자.

 

子畏於匡曰文王旣沒  文不在玆乎 (자외어광왈 문왕기몰 문부재자호)

天之將喪斯文也  後死者不得與於斯文也 (천지장상사문야 후사자부득여어사문야)

天之未喪斯文也  匡人其如予何 (천지미상사문야  광인기여여하)

 

우리말 번역은 다음과 같다.

 

공자께서 광 땅에서 두려움을 품게 되자, 말씀하셨다.

문왕께서 이미 돌아가셨지만(, 예약제도를 가리킴)이 이 몸(공자를 지칭)에 있지 않은가?

하늘이 이 문을 없애려 했다면, 뒤에 죽을 사람(공자를 비유)은 이 문에 참여하지 못했을 것이다. 하늘이 아직 이 문을 버리지 않았으니 광 지역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하겠느냐?

(논어, 김원중 옮김, 휴매니스트 출판, 230)

 

이 글을 저자는 다음과 같이 풀어내고 있는데, 이 부분은 저자에게 감사드려야 한다. 그 이유는?

<논어>의 자한 이 부분을 그냥 문자만 해석하고 넘어갔었다. <논어>에서는 글의 앞 뒤 정황이 전혀 드러나지 않았기에 그 자세한 내용을 모르고 있었는데, 저자의 해석을 들으면서 다시 이 부분을 확실하게 이해할 수 있었다.

 

공자가 광 땅에서 위기에 처했을 때의 일이다.

공자는 그런 경우에도 거문고를 타면서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자로가 말했다.

선생님은 어찌 그리 편안해하십니까?”

공자가 답했다.

이리 오너라 내 너에게 말해주리라.”

(.....이하 생략) (133)

 

그렇게 <논어>의 글을 다시 해석하게 되고 그 의미를 음미할 수 있다

이어서 저자는 그 부분에서 떠올린 그림을 보여준다. 바로 심사정의 <선유도>



 

심사정의 <선유도>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이 책 133쪽 이하를 참조하시라.

 

다시, 이 책은?

 

앞서 말한 바와 같이 이 책에서

독자들은 <논어>의 깊은 의미와 그리고 그간 <논어>를 다룬 다른 책에서 듣지 못한 <논어> 이야기도 들을 수 있다.

더하여 그림을 공부하는 기회를 갖게 됨은 물론, 그 그림을 통해 <논어>를 더 한층 깊게 새겨볼 수 있으니, 그야말로 일석 삼조라 할 수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동서양 철학 신박한 정리 - 한 권으로 흐름을 꿰뚫는 생각의 역사
박영규 지음 / 김영사 / 2025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동서양 철학 신박한 정리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철학책이다.

철학이 어떻게 흘러왔는가를 알 수 있다.

 

이 책은 철학이 어떻게 흘러왔는가를 살피기 위해, 인물을 선택한다.

인물별로 그의 행적을 따라, 철학의 흐름을 살펴보는 것이다.

 

그런데 그전에 철학의 필요성을 알아야 한다.

대개 이 부분을 건너뛰어 곧바로 철학에 들어가는 게 보통의 철학책인데, 이책은 다르다.

먼저 철학의 필요성을 독자들에게 납득시킨다.

 

지식은 본질적으로 생존 도구다. 특히 인류에게 지식만큼 유용한 생존도구는 없었다. (8)

 

모든 구성원이 믿고 따를 수 있는 행동지침이 필요한데, 이런 행동지침은 불변성, 보편성, 절대성 이 세 가지를 모두 갖추어야 한다. 우리는 이를 흔히 진리라 부른다. (11)

 

종교와 철학간의 관계를 살펴보면,

근본적으로 철학이 종교보다 복잡하다. 종교는 그저 믿고 엎드리면 그만이지만, 철학은 머리로 이해하고 언어를 수단으로 논리를 전개해야만 하기 때문이다. (13)

 

그리고 이어서 철학이 골치가 아픈 이유를 제시한다.

맞다. 철학자가 아닌 나를 포함한 일반인들은 대체로 철학은 골치아픈 학문이라는 데 의견을 같이 한다. 그러니 골치아픈 철학, 그래서 철학자 이름 몇 개 외우는 것을 철학이라 여긴다.

 

그런데 이 책은 왜 그렇게 철학이 골치 아픈가를 먼저 설명한다.

그러니 이 책 그 부분을 좀 더 읽어보자.

 

철학은 생각으로 이치를 파악하는 과정, 즉 논리 전개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 논리를 언어라는 틀을 통해 전개해야 했으니 자연스레 말이 많아지고 단어도 복잡해졌다. 그래서 골치아픈 행동 지침이 될 수밖에 없었다. (13)

 

이렇게 차근차근 철학의 필요성과 골치아프게 되는 이유를 듣고 보니, 철학이 그럴 수밖에 없었다는 것을 납득하게 된다. 그래서 이제 철학을 하기 위해서는 그 정도는 반드시 넘어야 할, 어쩌면 필수적인 과정이라 생각되어 아예 마음이 편해진다. 그런 것 자체가 철학이라는 깨달음이 온 것이다.

 

그 다음 본격적인 철학이 시작되는데, 저자는 그 철학의 방법을 철학자를 아는 것으로 시작한다. 철학자들의 삶과 주장을 시대순으로 엮어가면서, 철학의 흐름을 알게 한다.


철학 하면 맨 먼저 떠오르는 인물은 당연히 그리스인이다.

 

이 책은 시대를 관통하는 동서양 철학의 핵심 슬로건을 시간순으로 엮은 것이다. (17)

 

시간순으로 따지자면 이 세상에서 철학을 맨먼저 시작한 사람은 그리스인 탈레스이다.


탈레스는 철학의 아버지라 한다.

음악에서도 음악의 아버지, 어머니를 거론하는데 철학에서도 아버지가 있다니, 재미있는 설정이다. 물론 철학의 아버지라는 말은 그가 철학의 선두주자였기 때문인데, 그렇게 부른 사람은 뜻밖에도 아리스토텔레스다. (22)

아리스토텔레스가 그를 철학의 아버지라 불렀으니, 이건 인정해줘야 한다.

 

, 이제 이 책의 특징을 언급할 차례다.

 

이 책의 특징이 무언가 하면, 가장 먼저 언급할 게 간단하다는 점이다.

어떻게 간단한가?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그리스 철학자 탈레스에 관해 설명한 분량이 3쪽이다.

그리고 그 다음에 소개되는 피타고라스는 5, 헤라클레이토스도 역시 5.

그런 식으로 해서, <이오니아의 자연철학자들>에 포함된 6명의 철학자를 설명하는 데 겨우 26쪽이다, 평균으로 치면 한 사람당 4-5쪽에 불과하다.

 

그러면 이런 의문이 생길 것이다. 그 정도로 어떻게 철학자를 소개한단 말인가?

그런 의문에는 이렇게 답하면 될 것이다

철학자의 간단한 삶과 주장하는 내용이 있고, 더하여 그 철학자가 가장 잘 알려진 일화도 빠짐없이 소개하고 있으니, 결코 적당히 얼렁뚱땅 넘어가는 법은 없다고.

 

탈레스의 일화는? 어느날 별을 관찰하다가 웅덩이에 빠진 이야기.(25)

피타고라스에 대해서는 그의 죽음에 관한 여러 설이 있다는 것. (27)

 

이렇게 각각의 철학자를 잘 알 수 있도록, 저자가 촘촘히 배치해놓은 책이 바로 이 책이다.

 

그런 철학자를 어디, 누구까지 소개하고 있는가?

이런 흐름을 읽어보자.

 

1부 고대 그리스 철학

1장 이오니아의 자연철학자들

2장 아테네의 인간주의 철학자들

3장 헬레니즘 시대의 철학자들

 

2부 고대 중국 철학

1장 노장사상으로 대표되는 도가

2장 유가

3장 묵가, 명가, 법가

 

3부 이성 중심의 동서양 철학

1장 신유학 시대를 맞이한 중국 철학

2장 과학 시대를 연 17세기 유럽 철학

3장 칸트와 독일의 관념철학자들

 

419세기와 20세기의 현대 철학

1장 새로운 질서를 꿈꾼 19세기 철학

2장 객관·존재·실존으로의 전환을 모색한 20세기 철학

3장 프랑스의 구조주의와 포스트구조주의 철학

 

고대 그리스 철학부터 시작한 이 책은 19세기와 20세기의 현대철학까지 닿는다.

그러니 이 목차에서 보는 것처럼, 동서양은 물론이고, 고대부터 현대까지 철학의 흐름을 이 책 한 권으로 꿰뚫을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저자는 이 책의 제목을 신박한이라 했을 것이다

 

다시, 이 책의 활용방법은?

 

요즘 부쩍 철학에 관심이 생겨 이 책 저 책 철학책을 읽고 있는 중이다.

백숭기의 사르트르를 만나다라는 책을 읽고 있는데, 사르트르가 누구며 어떤 철학을 하는 사람인지 모르는 형편인지라. 마침맞게 이 책을 참고하면서 도움을 얻었다.

 

사르트르는 이 책 4, 2장에 <객관, 존재, 실존으로의 전환을 모색한 20세기 철학>에 등장한다. 그는 휴머니스트를 자처한 자유의 전도사로 소개되고 있다. 그런 소개를 참고로 하여, 사르트르를 일단 알고난 후 그 책을 읽으니, 사르트르에 대한 입문으로 부족함이 없다고 느낄 정도였다.

 

그런 식으로 다른 책을 읽을 때에 관련되는 인물들을 찾아 읽으면서 도움을 받을 수 있으니, 이 책 <철학, 철학자 사전>으로 여겨도 좋을 것이다.

더하여 이 책에 소개되고 있는 64명의 철학자, 그 정도의 철학자만 알고 있어도 철학의 ABC는 뗀 것 아닐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혼군 昏君 - 사리에 어둡고 어리석었던 조선의 네 군주들 내 인생에 지혜를 더하는 시간, 인생명강 시리즈 32
신병주 지음 / 21세기북스 / 2025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혼군 昏君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나라를 이끌어간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다.

절대로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어떤 사람들은 무조건 권력만 손에 쥐면 일이 되는줄 알고 덤빈다. 그래서 그 자리에 앉기만 하면 모든 일이 저절로 굴러가고, 그러면 본인은 자기만의 권세를 누리고... 그러면 되는 줄 아는 지도자가 있었고, 또 여기저기 현재에도 그런 사람들이 보인다.

 

그게 안타까운데, 우리는 다행하게도 반면교사가 있다.

역사에서 결코 따라가면 안 되는 지도자가 보이는 것이다.

이 책은 그런 반면교사를 조선시대에서 찾았다. 이른바 혼군의 사례들이다.

 

우선 그 네 명이 누구 누구인지 알아보자.

 

1부 조선의 탄핵 군주, 핏빛 독재자 연산

2부 성군인가 폭군인가, 두 얼굴의 왕 광해

3부 조선을 버린 왕, 선조

4부 조선의 암흑기, 굴욕의 왕 인조

 

소개되는 네 명의 왕중, 어느 누구도 저자가 말한 혼군의 기준에 해당되지 않는 자 없다.

광해도 두 얼굴이라 표현하지만, 왕으로 어느 한 가지만 잘한다고 되는 게 아니지 않은가?

따라서 광해가 비록 외교면에서 조금 낫다고는 하지만, 혼군임에는 변함이 없다. 그걸 이 책으로 확실하게 알게 된다.

 

핏빛 독재자, 혼군 연산군

 

여기에서는 인수대비의 역할이 중요한데, 인수대비와 연산군과의 촌수 관계를 확실하게 해두고 싶다. 그래서 이런 도표를 만들어 보았다.

 

인수대비와 연산의 가족 관계 - 가계도

 

[세조 예종 성종 연산군]

 

세조의 첫째 아들인 [도원군 (의경세자 덕종) 아내 (인수대비)]

세조의 둘째 아들 : 예종

 

의경세자 20세에 사망하자 인수대비는 사가로 감.

그후 아들이 예종의 뒤를 이어 성종으로 즉위하자 대비가 되어 입궐.

즉 성종은 도원군과 인수대비 사이의 아들이다.


성종은 왕비인 공혜왕후 사후에 숙의 윤씨 (윤비)를 계비로 들였다.

그런데 윤비가 투기하고 공손하지 못하다고 하여 서인으로 강등, 쫓겨나게 된다.

그후 윤비는 사사된다. 윤비 사사후에 정현왕후를 다시 계비로 들였다,


바로 문제가 되는 연산군의 어머니가 서인으로 강등되고 결국은 사사된 윤씨다.

여기서부터 비극이 시작된다.

연산군은 어머니의 뒤를 이어 왕비로 들어온 정현왕후의 아들로 자라난다.

연산군은 성종이 세상을 떠난 직후 친어머니의 존재를 알게 되었다. (35)

 

왕이 된 연산군은 경연을 없애고, 임금에게 직언을 할 수 있는 삼사(三司)의 기능을 약화시켰다. (38)

 

무오사화 (1498)

유자광, 사초 중에 김종직이 쓴 조의제문을 발견하고, 그걸 빌미로 삼아 사화를 일으킨다.

 

드디어 갑자사화(1504)로 어머니 폐비 윤씨를 위한 광적인 복수극이 시작된다. (41)

 

어떤 일이 벌어진 것일까?

 

연산군은 아버지 성종의 후궁 두 명을 때려서 죽이고, 그 아들이자 자신의 이복형제인 안양군과 봉안군을 귀향 보낸 뒤 사사하고, 이를 만류하는 인수대비에게도 대들어 결국에는 그 스트레스로 죽게 만든 패륜 행위를 저질렀다. (44)

 

여기서 연산군과 관련하여 두 명의 인물이 등장한다. 우리가 드라마 등을 통해 잘 알고 있는 인물이다. 바로 장녹수와 김처선.

 

김처선은 연산군에게 직언을 했다가 연산군에게 죽게 된다. (활로 쏘아 죽임)

 

결국 연산군은 중종 반정이 일어나 왕위에서 쫓겨난다. 연산군은 조선 최초로 반정에 의해 좇겨난 왕이다.

 

두 얼굴의 왕 광해군

조선을 버린 왕, 선조

굴욕의 왕, 인조

    

이렇게 조선 시대에 반정으로 쫓겨난 임금이 2명이고, 또 나머지 2명의 임금은 백성과 나라를 도탄으로 몰아넣은 임금으로 당연히 혼군이라 불릴만한 사람들이다.

 

광해는 그나마 외국과의 관계에 있어, 명과 후금 사이에 중립을 지키는 노력을 해서 백성들에게 전화의 어려움을 겪게 하지 않았지만 다음과 같은 실정으로 백성들을 곤고하게 한 왕이다.

 

계축옥사로 시작된 폐모살제.

인목왕후를 유폐시키고 영창대군을 살해한다.

무리한 토목공사

 

결국 광해는 인조반정으로 쫓겨난다.

 

광해의 아버지가 바로 <조선을 버린 왕, 선조>.

이 임금에 대하여는 굳이 이야기할 필요조차 못느낀다. 백성을 전화의 한 가운데 몰아넣고 본인은 명나라로 도망갈 생각을 하고 있었다니, 참 기가 막힌다.

 

이 책에서 비로소 알게 된 것이 있는데, 선조는 왜군이 침공하여 평양까지 함락당하자 의주를 거쳐 명나라로 도망치려고 했는데, 이 때 명나라로 가지 못했다. 그 이유는?

 

바로 명나라가 그것을 허락하지 않아서 가지 못했다. 선조가 명나라로 오면 전쟁이 중국에까지 확산되기 때문에 명나라에서는 그것만은 막아야만 했다.

한나라의 왕이 전쟁터에서 고생하는 백성들을 모른 채 하고 다른 나라로 도망치려다가, 그것도 그나라가 허락하지 않아 도망도 치지 못한 왕이 우리 역사에 있는 것이다.

 

그 다음 혼군의 차례는 수많은 백성들을 포로의 신세로 만들어 청나라로 끌려가게 만든 인조.

그는 광해를 반정으로 쫓아낸 장본인이다. 그런만큼 나라를 제대로 이끌어가야 하는데, 이건더 큰 일을 벌인 왕이다. 정묘호란과 병자호란.

 

다시, 이 책은?

 

역사는 기록한다.

조선 시대에 혼군(昏君)이 있었다고 기록한다!

사리에 어둡고 어리석었던 군주. 왕인 혼군.

그런 임금이 세상에.... 조선시대에 한둘도 아니고, 네 명이나 있었다니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그런 혼군의 이야기를 저자는 차근차근 이야기해주고 있다.

 

역사는 배워서 어디에 쓸까, 어디에 써먹는 게 역사인가?

바로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을 판단하는 기준으로 삼아, 현재와 미래를 바로 살아가도록 하는 게 바로 역사가 아닐까?

 

그래서 이런 책이 가치가 있다. 우리 역사에 그런 혼군이 있었다는 것, 그런 인간들을 반면교사로 삼아, 다시는 이땅에 그런 혼군이 나타나지 못하도록 하라고 이 책은 강조하고 당부하는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