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그림으로 읽는 논어 - 삶의 기쁨과 희망을 주는 그림 속 논어 이야기
김정숙 지음 / 토트 / 2025년 4월
평점 :
그림으로 읽는 논어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글과 그림, 이건 인간만이 가지고, 사용할 수 있는 최상의 소통 도구다.
그래서 사람들은 글을 써서 서로 소통하려고 하고, 또한 거기에 그림을 그려 뜻을 더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글과 그림을 같이 보면서, 그 의미를 살펴보면 어떨까?
때로는 글을 이해하기 위해 그림을 더하고,
때로는 그림을 이해하기 위해 글을 더하면?
글과 그림은 서로 서로 도우며, 그 뜻을 한층 더 이해하기 쉽게 되는 것이다.
이 책이 바로 그런 책이다. 그림과 글을 같이 살피면서 그 뜻을 헤아릴 수 있는 것이다.
누구의 글을 이해?
공자의 글이다. 공자의 언행을 담아놓은 <논어>, 그 책을 그림과 같이 읽어가는 것이다.
먼저 이런 글 읽어보자.
서양에서는 작품을 논하면서 작가의 인품을 이야기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이처럼 서양에는 없고 동양에만 있는 독특한 장르를 ‘문인화(文人畵)’라 한다,
문인화는 직업 화가가 아니라 공부하는 문인이 여가에 그린 그림을 말한다. 따라서 기교보다는 작품의 품격이 그림의 가치 평가에 더 큰 비중을 차지한다. (40쪽)
그런데 문인화 중 특이한 그림이 있다.
우리 역사를 통틀어 병든 국화를 그린 화가는 이인상이 유일하다. (40쪽)
이인상은 어떤 사람인가?
이인상은 영의정을 지낸 이경여(李敬輿)의 후손이지만 증조부가 서자였기에 그도 서출 신분으로 살아야 했다. 그래서 신분의 제약으로 평생 하급관리로 살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그는 김정희로부터 인정을 받을 정도의 실력을 갖추고 있었다. 조선을 대표하는 화가 추사 김정희(金正喜)는 ‘이인상의 예법과 화법에는 모두 문자기(文字氣)가 있다”고 칭송했다. (41쪽)
저자가 소개하는 이인상의 그림은 <병국도>이다.
병든 국화를 그린 것이다. <병국도>를 감상해보자.

그러면 이런 <병국도>와 <논어>는 어떻게 연관이 될까?
저자는 <병국도>를 통해 공자의 제자 염경을 떠올린다.
그는 공자의 제자 가운데 덕행이 뛰어난 수제자였으나 나병에 걸려 활동을 하지 못했다.
이런 제자는 처음 알게 된다. <논어>를 제대로 읽지 않은 탓이기도 하지만, 염경은 보통 사람들 시선을 끌지 못한 제자라 그럴 것이다
공자는 그가 나병에 걸리자 그를 찾아가 문병한 내용이 <논어>에 나온다.
<논어>, <옹야>편이다.
伯牛有疾,子問之,自牖執其手, 曰:「亡之, 命矣夫! 斯人也而有斯疾也!斯人也而有斯疾也!」
백우유질,자문지,자유집기수, 왈:「망지, 명의부! 사인야이유사질야!사인야이유사질야!」
여기 등장하는 백우(伯牛)가 바로 염경이다.
우리말 번역은 이렇다.
백우가 병이 나자, 공자께서 문병하여 창을 통해 그 손을 잡고 말씀하셨다.
“죽는 것은 운명이구나, 이런 사람이 이런 병에 걸리다니. 이런 사람이 이런 병에 걸리다니.”
(『논어』, 김원중 옮김, 휴매니스트 출판, 163쪽)
그런데 <논어>의 그 구절 읽으면서, 의아해했던 적이 있다.
문병 갔으면 당연히 방에 들어가 문병을 하는 게 도리일 텐데 왜 공자는 창을 통해 손만 잡았단 말인가?
그걸 이 책에서 저자는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스승이 자신을 문병하러 온다는 소식을 듣자 그는 문을 굳게 닫고 스승을 보려고 하지 않았다. 공자가 문을 두드렸으나 절대로 열어주지 않았다. 하는 수 없이 공자는 창문을 통해 제자에게 손을 내밀어 보라고 간곡히 부탁한다.
그래서 위와 같은 구절이 <논어>에 등장하는 것이다.
이 책을 읽고 백우 곧 염경이 나병에 걸렸다는 것을 알게 되고, 그제서야 그 의문이 풀린 것이다. 이 책을 읽지 않았더라면 이 구절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넘어갔을 것이다.
이렇게 저자는 그림을 보면서 어떤 인물을 떠올리고, 그 인물과 관련된 공자의 행적을 <논어>에서 찾아내 독자에게 보여주는 것이다,
<논어>를 읽어가는 중에 그 구절에서 어떤 그림을 떠올린 경우는?
그러면 그런 경우와는 반대의 경우는 없을까?
있다, 저자는 심사정의 <선유도>를 소개하는데, 그 그림이 <논어>를 읽다가 그림을 떠올린 경우다. (133쪽 이하)
<논어>, <자한>편이다. 자한, 5번째 글이다.
먼저 <논어>의 글을 살펴보자.
子畏於匡曰, 文王旣沒 文不在玆乎 (자외어광왈 문왕기몰 문부재자호)
天之將喪斯文也 後死者不得與於斯文也 (천지장상사문야 후사자부득여어사문야)
天之未喪斯文也 匡人其如予何 (천지미상사문야 광인기여여하)
우리말 번역은 다음과 같다.
공자께서 광 땅에서 두려움을 품게 되자, 말씀하셨다.
문왕께서 이미 돌아가셨지만, 문(文, 예약제도를 가리킴)이 이 몸(공자를 지칭)에 있지 않은가?
하늘이 이 문을 없애려 했다면, 뒤에 죽을 사람(공자를 비유)은 이 문에 참여하지 못했을 것이다. 하늘이 아직 이 문을 버리지 않았으니 광 지역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하겠느냐?
(『논어』, 김원중 옮김, 휴매니스트 출판, 230쪽)
이 글을 저자는 다음과 같이 풀어내고 있는데, 이 부분은 저자에게 감사드려야 한다. 그 이유는?
<논어>의 자한 이 부분을 그냥 문자만 해석하고 넘어갔었다. <논어>에서는 글의 앞 뒤 정황이 전혀 드러나지 않았기에 그 자세한 내용을 모르고 있었는데, 저자의 해석을 들으면서 다시 이 부분을 확실하게 이해할 수 있었다.
공자가 광 땅에서 위기에 처했을 때의 일이다.
공자는 그런 경우에도 거문고를 타면서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자로가 말했다.
“선생님은 어찌 그리 편안해하십니까?”
공자가 답했다.
“이리 오너라 내 너에게 말해주리라.”
(.....이하 생략) (133쪽)
그렇게 <논어>의 글을 다시 해석하게 되고 그 의미를 음미할 수 있다.
이어서 저자는 그 부분에서 떠올린 그림을 보여준다. 바로 심사정의 <선유도>

심사정의 <선유도>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이 책 133쪽 이하를 참조하시라.
다시, 이 책은?
앞서 말한 바와 같이 이 책에서
독자들은 <논어>의 깊은 의미와 그리고 그간 <논어>를 다룬 다른 책에서 듣지 못한 <논어> 이야기도 들을 수 있다.
더하여 그림을 공부하는 기회를 갖게 됨은 물론, 그 그림을 통해 <논어>를 더 한층 깊게 새겨볼 수 있으니, 그야말로 일석 삼조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