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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고 쓸쓸한 영혼 여성 작가들 - 숙명 같은 삶을 딛고 전설이 된 15명의 여성 작가들
김대유 지음 / 시간여행 / 2025년 3월
평점 :
높고 쓸쓸한 영혼 여성 작가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햇빛에 비추면 역사가 되고, 달빛에 비추면 신화가 된다'(98쪽)는 말을 어디에서 들었던 기억이 난다.
소설가 이병주의 책에서다.
그 말을 다시 여기에서 듣는다.
이번에는 여성 작가들의 이야기를 듣는 중에 듣는다.
그 말, 맞다, 햇빛과 달빛에 비추어져서 역사가 되고 신화가 되어버린 여성 작가들이
이 책에 등장한다. 그것도 무려 열 다섯명이나.
우리나라 작가도 물론 있다. 그래서 이제는 우리나라도 K- 문학이라는 말이 무색하지 않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낀다.
15명의 여성 작가는 다음과 같다.
박완서, 허난설헌, 박경리, 한강, 신경숙 – 우리나라 5명
미우라 아야코, 에쿠니 가오리, 요시모토 바나나, 시오노 나나미 – 일본 4명
루 안드레아스 살로메, 제인 오스틴, 버지니아 울프, 에밀리 디킨슨, 실비아 플라스, 시몬느 드 보부아르, - 유럽 및 기타 6명.
독자들은 이중에서 맘 가는대로 골라 읽어도 좋고, 아니면 처음부터 차근차근 읽어도 좋다.
그런데 아무래도 마음에 드는 작가에게 눈길이 먼저 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나 같은 경우는, 박완서와 미우라 아야코, 그리고 허난설헌을 읽는 중에 버지니아 울프와 비교를 하는 글을 읽게 되어, 그 다음은 순서대로 읽지 않고 바로 버지니아 울프로 넘어가는 식으로 읽을 수밖에 없었다.
아마 다른 독자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렇게 되는 것은, 저절로 다른 사람에 대해 흥미를 가지지 않을 수 없게 만드는 저자의 글쓰기에 있다.
글을 읽다가 넓어지는 인식의 세계, 확장
에쿠니 가오리의 경우를 살펴보자.
그녀는 우리에게 널리 알려진 소설 <냉정과 열정 사이>의 작가다.
그리고 다른 작품 <도쿄 타워>와 <모텔 선인장>의 작가이기도 하다.
저자는 그녀의 삶과 문학 세계를 설명하면서, 다음과 같은 것들을 이야기한다.
그녀에 관해서만 주야장천 말하는 게 아니라, 그녀를 알기 위해 이런 것도 알아야 한다는 츼지에서 여러 가지를 독자에게 선사하는 것이다.
멜로 영화 <화양연화>, <헤어질 결심>도 말한다.
일본의 3대 여류작가 – 요시모토 바나나, 야마다 에이미, 그리고 그녀.
그녀와 비교되는 한국의 여류 작가.
에쿠니 가오리를 탐색하며 저절로 한국의 작가들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비교적 풍족하고 평화로운 현대의 시간을 탐닉하며 마음껏 저술할 수 있는 환경과 분위기를 누린 일본의 여류작가들은 나름 행복해 보였다.
반면에 식민지와 독재의 긴 터널을 지나오며 유교와 페미니즘 사이에서 아파하고 고뇌한 한국의 여류작가들에게는 연민을 느낀다. (94쪽)
이렇게 일본의 여류작가 에쿠니 가오리를 탐색하면서 보여주는 다양한 시각은 독자들로 하여금 좁은 안목에서 벗어나 다양한 경로로 그녀를 바라보게 만들며, 또한 우리나라의 작가들에게도 그 시선이 닿게 되는 즐거움을 선사한다.
우리는 작가들의 인생, 삶을 알 수 있다. 예컨대 박완서, 미우라 아야코
박완서는 1931년 경기도 개풍군 박적골에서 태어났다. 그녀가 3살 때 아버자는 (생략) (21쪽)
미우라 아야코는 1922년 홋카이도 아사히카와시에서 태어났으며 부모와 9남매가 함께 생활했다. (42쪽)
이런 식으로 일단 작가들의 삶을 소개한다, 언제 어디서 태어났으며 성장과정은 어떻고, 그녀가 문학에 입문하게 되는 과정을 살펴보고, 그 다음에 그녀의 문학 세계를 펼쳐보인다.
그러니 이 짤막한 글 한 꼭지씩을 통해 그 작가의 거의 모든 것을 일별할 수 있는 것이다.
외국 작가들은 어떻게 우리에게 알려졌는가?
이 책에서 독자들을 끌어당기는 또 다른 요인은 이런 게 아닐까?
외국 작가의 경우, 그 작가는 어떻게 우리 나라 독자들 눈에 들어오게 되었을까?
이런 내용은 여간해선 듣지 못했던 것들이다.
저자는 외국 작가들과 한국 독자와의 연결고리가 어떤 것이었는지, 알려준다.
흥미롭게도 버지니아가 한국인에게 각인된 것은 박인환의 시 <목마와 숙녀> 때문이다. (115쪽)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개미>가 히트한 것은 1988년 올림픽 이후 국제적 트렌드를 추구하는 과학적 사고에 초점을 맞추었기 때문이다. (190쪽)
실제 그는 프랑스에서는 잘 알려지지 않은 작가다. 작품 판매도 그리 많지 않다. (189쪽)
그렇다면 시오노 나나미의 경우는?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는 1990년대에 경제적으로 도약하는 한국 국력이 성장하는 시기에 출간되었다. 소련의 붕괴에 이어 한중 수교와 한러 수교가 이루어졌고, 한국의 시선은 국제화로 모아졌다. 탈냉전의 시대를 맞이하여 세계적 스케일의 읽기 쉬운 거대한 로마사가 ‘스토리 텔링’의 형식으로 다가오자, 역사 이야기를 좋아하는 독자들은 그만 감동하고 말았다. (191쪽)
다시, 이 책은?
하여 이 책은 단순하게 제목처럼 여성 작가들만 이야기하고 있는 게 아니다.
여기 소개되고 있는 15명의 여성작가들과 관련하여,
그들이 살아온 시대와
그들을 문학으로 이끌어간 게 어떤 것들이었는지,
그들의 작품세계는 물론이고 더하여 그들과 우리 작가들, 그리고 독자들과 만나게 되는 연결고리들을 모두다 보여주고 있다.
그래서 단순하게 여성 작가만 바라보고 이 책을 읽던 독자들은 저자가 보여주는 그들의 문학과 아울러 광대한 인문학적 세계를 인식할 수 있다, 는 것에 놀라고 또한 반가워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