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인 심리학 - 내가 알지 못했던 가족과 사회의 가면
이재연 지음 / 글로벌콘텐츠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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객관화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길

 

<이 책의 글들을 펼치는 독자들에게 바라는 점이 있습니다. 스스로의 모습에 을 비춰서 객관화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길 바랍니다.>(7)

 

저자의 이 말이 마음에 든다. 이 말이 이 책을 손에 들게 한 이유일지도 모른다.

나를 객관화해서 바라볼 수 있는 안목을 기르라는 말이다. 그렇다. 자기 자신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다면, 자신을 찾고, 자존을 회복하고, 자긍을 심을 수 있다면? 그게 바람직한 인생의 모습이 아닐까?

 

사건을 통해서 나를 바라볼 수 있다

 

이 책의 글들 모두가 어떤 사건을 예로 들고 그 사건의 이면에 숨어있는 심리적 배경을 살펴보는 형태로 글이 씌여 있는데, 실상 그 사건에서 볼 수 있는 것들을 나를 읽어보게 만드는 아주 귀한 자()가 되는 것이다.

 

예컨대 이런 것이다.

2015513일에 벌어진 예비군 훈련장 총기 사건(223). 그 사건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최씨의 유서 중, 다음과 같은 부분을 저자는 소개하고 있다.

<깨어있는 게 모든 것들이 부정적으로 보인다. 내 자아감, 자존감, 나의 외적인 것들, 내적인 것들 모두 싫고 낮은 느낌이 밀려오고 그렇게 생각한다.>(225)

 

이렇게 스스로를 부정적으로 보는 것, 즉 자존감의 문제를 가지고 살아가는 사람들, 얼마나 살아가는 것이 힘들었을까? 게다가 그는 가족으로부터, 군대생활에서 상처를 입은 사람이다. 그런 그가 심리 치료를 받고 자기 자신을 돌아보았더라면, 즉 이 책이 지향하는 바 스스로의 모습에 을 비춰서 객관화할 수 있는 기회가있었더라면 그런 끔찍한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는 안타까움이 남는다.

 

그래서 그런 글을 읽으면서, 다시 한번 나 자신의 자존감과 자신감을 되돌아 보는 계기가 되었다, 과연 나는 어떠한가? 글에 드러난 가슴아픈 사연들을 나 자신의 경우에 비추어 보면서 나를 객관화 해보려고 노력하는 시간을 가져보았다.

 

이런 차이 들어봤나?

 

우리가 살아가면서 수많은 감정을 가지게 되고, 그런 감정을 가지고 다가오는 일에 대응하게 되는데, 실상 우리는 그러한 감정들을 그냥 아무렇게나 표현하기 때문에 정확하게 대처를 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그래서 우리에게 일어나는 감정들을 자세하게 구분할 필요가 있는데 이런 경우 심리학의 구분은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실생활에서 우리가 그냥 뭉뚱그려 표현하는 어려 감정들을 심리학에서는 다음과 같이 구분하여 사용하고 있다.

 

두려움과 무서움

 

심리학에서는 두려움과 무서움을 구분한다.

 

<두려움은 내 안에서 생겨나는 감정이고, 무서움은 분명한 외부의 대상을 보고 생기는 감정이다. 김씨(주한 미대사를 공격한 김기종)의 이전 행동들을 보면 자신의 내면에 두려움이 가득해서 자신보다 강하고 큰 것을 향해 감정전이를 한 후 폭력성을 드러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33)

 

부끄러움과 창피함

 

<부끄러움의 감정은 자기 마음속에서 일어나는 감정으로 양심과 함께 하는 개념을 말한다. 양심에 가책을 느끼는 내면적 감정을 바로 부끄러움이라 말할 수 있다.

반대로 창피함의 감정은 내면이 아니라 타인으로부터 오는 감정을 말한다, 예를 들면, 남들 앞에서 발표를 하고 자리로 돌아왔을 때 바지 지퍼가 열려있는 것을 알게 되면 창피함을 느끼게 된다. 남이 안본다고 해서 지갑을 훔치거나 비도덕적인 행동을 했을 때에 마음속에서 양심의 가책을 느끼는 것은 창피함이 아닌 부끄러움이 올라오는 것이다.> (54)

 

다투다와 싸우다

 

<‘다투다싸우다는 다른 의미를 가진다. 힘이나 무기가 수단일 경우에는 싸우다이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이 수단인 경우에는 다투다이다.>(109)

 

버릇과 습관

 

<버릇은 여러 번 반복하면서 몸과 마음에 굳어져 고치기 힘든 기질이나 행동을 말한다. 반대로 심리학에서는 습관을 학습된 행위를 통해 형성되는 양식으로 본다,>(124)

 

좋아하는 것과 사랑하는 것

 

심리학에서는 좋아하는 것과 사랑하는 것을 구분한다.

<남을 통해 내가 행복해지려고 하는 마음은 좋아하는 것이고, 나를 통해 남을 행복하게 만들고 싶어하는 마음을 사랑하는 것으로 구분한다.>(175)

 

<내가 행복해지려고 이성을 옆에 두는 것은 좋아하는 사람이다. 나로 인해 상대방을 행복하게 만들고 싶어서 옆으로 가는 것은 사랑하는 사람이다.>(188)

 

이 책은 따끈따끈하다.

 

이 책은 사회심리학, 말의 심리학, 가족 심리학, 스포츠 심리학으로 구분하여, 각종 사건들과 그 사건에서 찾아 볼 수 있는 심리학 이슈들을 검토하고 있다. 그렇게 분야별, 사건별로 이슈들을 살펴보노라면 우리 사회가 지금 어떤 모습으로 흘러가고 있는가의 흐름과 추세를 살펴 볼 수 있디. 게다가 이 책에서 다룬 사건들은 최신의 것들이다. 2015513일에 벌어진 예비군 훈련장 총기 사건(223)까지 다루었으니, 그야말로 따끈따끈한 책이다. 그런 사건들을 저자의 분석을 따라 읽어가면서 우리 사회가 어떤 모습으로 돌아가고 있는가 하는 속사정을 알아가는 것, 또한 이 책을 읽는 기쁨이라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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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르셀로나 섀도우
마르크 파스토르 지음, 유혜경 옮김 / 니케북스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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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다는 것은 항복하지 않고 싸우는 것

 

이 책은 단순한 스토리를 위주로 하는 범죄소설이 아니다. 죽음과 삶이 무엇인가를 성찰하는 소설이다.

 

바르셀로나에는 당시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었나?

 

먼저 사건의 무대인 바르셀로나가 시대적으로 1911년을 중심으로 어떤 곳인지 살펴보자.

 

<바르셀로나에서는 폭력적인 살인사건이 끊이지 않고 일어나고 있다.> (202)

 

이 소설의 모티브가 된 홍등가를 중심으로 한 하층민의 아이들이 사라지는 엽기적인 일이 발생하는데, 저자는 이 사건을 소설의 서두에서부터 밝히고 시작한다. 그러니 사건의 범인이 누구인가, 심지어 어떻게 진행이 되는가까지 독자들은 다 알고 읽어가게 되는 것이다. 그러니 저자의 관점은 사건 해결에 있지 않다는 점이 이 소설의 첫 번 째 특징이다.

 

소설의 화자인 는 누구인가?

 

그럼에도 이 소설을 읽으면서 긴장감을 놓지 못하게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이야기를 끌고 가는 화자(話者)의 시점(視點)이 참으로 오묘하다는 데 있다.

 

이 소설의 화자는 이다. ‘는 누구일까?

 

저자는 에 대하여 여러 가지 힌트를 남겨둔다. 이 소설은 어쩌면 가 누구인지를 알아가는게 주된 줄거리인지도 모르겠다. 이미 아이를 유괴하는 사건의 얼개는 다 드러냈으니, 사건 자체에 대한 궁금증은 덜한데 비하여, ‘라는 화자가 누구인지 물론 이것도 알려줄 것은 다 알리고 시작한다. 소위 말하는 죽음의 사자이다 - 왜 등장하는지, 궁금한 노릇이었다.

 

해서 초반부에 이런 내용들을 다 밝히고 시작하니, 끝까지 혹시나 이게 어떤 트릭을 감추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멈출 수 없었다. 또한 이 라는 존재가 죽음의 사자인만큼 이 소설의 주인공 모이세스는 어떻게 될 것인가? 왜 죽음의 사자인 가 모이세스 주변에 계속해서 나타나고 있는지, 그것 역시 관심사였다.

 

그런 궁금증이 이 책을 끌고 가는 견인차 노릇을 하고 있는 점이 이 책의 두 번째 특징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모이세스는 누구인가?

 

그래서 자연이 관심은 모이세스라는 인물에게 향한다. 이 소설에서 저자는 유독 모이세스에 대하여 애착을 드러내고 있다. 그는 단순한 범죄, 범인을 잡기 위하여 쫒아다니는 경찰로서가 아니라, 죽음을 대표하는 와 대척점에 서서, 삶이 무엇인가를 그려내 보이기 위하여 저자가 심혈을 기울여 창조해 낸 인물이다.

 

그는 그래서 이 소설을 끌고 가는 주인공이기는 하지만, 사건 해결이 될 즈음해서 허무하게 죽음을 맞이하게 되는데, 그것은 저자가 작중 화자를 로 설정한데서 이미 예견된 것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모이세스가 등장하는 모습

 

인간을 대표하는 모이세스는 그래서 이 소설에서 등장할 때에 가장 원초적인 욕망을 드러내는 장소에서 등장한다. 바로 창녀의 방이다. 흔히 범죄소설에서 범인을 추적하는 경찰 또는 탐정의 멋진 모습처럼 등장하는 것이 아니라, 창녀와의 동침을 마치고 그녀에게 말을 건네는 모습으로 등장한다. (16)

인간의 적나라한 모습을 드러내 보이기 위해 저자는 그런 자리를 모이세스에게 설정해 준 것이 아닐까?

 

모이세스의 능력

 

모이세스는 경찰관으로서의 직무 능력도 출중하지만 더하여 다음과 같은 능력도 보유하고 있다.

<모이세스는 살 가죽 뒤의 모습, 가면 안의 얼굴을 볼 줄 안다. 그는 뛰어난 통찰력을 가지고 있다.> (238)

 

이는 의 발언인만큼 그런 능력은 생과 사를 통찰하는데 필요한 능력이라고 보는 것이 맞지 않을까? 해서 와는 겨룰만한 상대가 된다는 것이다. 그러기에 가 처음부터 모이세스 곁을 오가는 것이 아닐까?

 

모이세스의 생각

 

모이세스의 통찰력은 여기저기 발견할 수 있지만, 그가 이 사건을 취급하는 모습에서도 볼 수 있다. 그는 결코 서두르지 않는다. 그는 차분하게 사건을 추적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소설에서 사건은 항상 해결되지만, 이 소설은 사건 해결을 결코 서두르지 않는다. 사건의 진행을 마구잡이로 몰아가는 것이 아니라, 그래서 숨가뿐 사건 전개라는 추리 또는 범죄소설에서 볼 수 있는 공식이 여기에서는 찾아 볼 수 없다. 그저 인물 주변, 또는 사건 주변을 맴돌 듯 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식이다.

 

<하지만 조심하라는 말을 하면 기셀르는 멋대로 결론을 내리고 사람들에게 퍼뜨릴 것이다. 그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사람들이 최악의 상황은 이미 지나갔다고 생각하는 것이 더 좋을지도 모른다. 그래야 수사를 차분히 할 수 있다.> (293)

 

저자가 말하는 삶이란 ?

 

모이세스는 동료들에게 말 한마디 하지 못하고 허무하게 죽음을 맞이한다. 그러니 이 소설이 범죄소설로만 국한한다면, 허무한 결말이고, 어찌 보면 범죄소설의 모든 공식에도 들어맞지 않는다. 해피 엔딩은 아니더라도, 범죄 수사의 끝맺음은 주인공 손에 맡겨야 되는 것이 아니겠는가?

 

해서 이 소설은 단순한 범죄소설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 소설의 백미는 대미를 장식하기 전에 나눈 와 모이세스 간의 대화에 들어있다.

 

< .....(그는) 자신의 소신을 위해 역경에 맞서 싸웠습니다. 모든 것을 바쳐서 결국 해냈어요. 모이세스, 마지막 순간에 사랑했던 사람들 가슴 속에 깊은 흔적을 남겼다는 사실을 아는 이는 별로 없어. 산다는 것은 항복하지 않고 싸우는 거야. 떠날 때도 고개를 꼿꼿이 세우는 거지.>(3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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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나에게 상처를 줄 수 없다 2 - 누구를 사랑하든, 누구와 일하든 당당하게 살고 싶은 나를 위한 심리학 너는 나에게 상처를 줄 수 없다 2
배르벨 바르데츠키 지음, 두행숙 옮김 / 걷는나무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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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상처, 나만이 치유할 수 있다.

 

 

어릴 적 말뚝에 묶여 봤던 코끼리의 슬픔

 

서커스 공연에 동원된 코끼리는 엄청난 몸무게와 거대한 몸집, 굉장한 힘을 보여준다. ,,,그러나 공연이 끝나면 한 쪽 발에 쇠사슬을 차고 작은 말뚝에 묶인 채 천막 뒤에서 염전히 다음 공연을 기다린다. ...

 

사실 코끼리의 발목을 붙들고 있는 말뚝은 겨유 몇 센티 미터 정도의 깊이로 땅에 박혀 있을 뿐이다. 그러니까 코끼리가 원한다면 얼마든지 그 말뚝을 뽑아내고 야생으로 돌아갈 수도 있다는 말이다, 그런데 코끼리는 왜 그렇게 하지 않는 것일까?

서커스단의 코끼리에게 말뚝에 묶여 있지 않은 세상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아기 코끼리 시절부터 그 코끼리는 말뚝에 묶인 채 살아왔다. ....

어릴 때에 말뚝에서 벗어나려고 앴던 자신이 얼마나 무력햇는지 잘 기억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 안 좋은 것은 코끼리가 그 기억에 대하여는 자시는 진지하게 의문을 가져 보지 않는다는 것이다.

 

사람도 마찬가지이다. 고통스럽다고 해서 상처를 마음속에 묻어놓고 외면하면 그 상처가 결국 코끼리의 말뚝이 되어 우리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게 한다. (54-55)

 

이 책, <너는 나에게 상처를 줄 수 없다 2>에서 인상깊게 읽은 이야기이며, 이 책의 가장 핵심적인 부분이라 할 수 있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이 책의 키워드는 상처라는 말인데, 그 상처를 직면하지 않고 방치하면 그 코끼리처럼 평생을 거기에 묶여 지낼 수밖에 없다는 말이다, 그러니 그 상처 없애라는 말이다.

 

어떻게? 내가 내 안에 있는 상처를 치유해야 한다는 것이다. 나만이 나의 상처를 치유할 수 있다.

 

문제 의식

 

그런 상처를 치유하기 위하여 저자는 먼저 우리의 자세를 점검한다.

왜 우리들은 남의 시선에 당당하지 못하는가, 하는 점에 착안한다.

그리고 나온 결론은 세상에서 나에게 가장 많이 상처를 주는 사람은 다름 아닌 나 자신이라는 것이다.

 

, 우리들은 불쌍한 인생들이다. 사랑하는 동안에는 버림받을까 두려워하고, 행복해지길 원하면서도 내가 이렇게 행복해도 될까 불안해하며, 상처받고 싶지 않다고 말하면서도 과거의 마음 아팠던 기억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결과적으로 항상 상처를 받으면서 사는 것이다.

 

사람들은 특히 다른 사람이 준 상처가 마음의 벽을 쌓았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마음의 감옥을 만드는 것은 스스로를 믿지 못하는 끝없는 의심이다.

 

분명한 것은 다른 누군가와 함께 살아가는 한, 상처를 주고받을 수밖에 없으며 이겨내기 위하여 끊임없이 노력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16)

 

그러나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발생한 상처라고 해도 다른 사람과의 관계를 개선하는 것만으로는 바닥에 내동이 쳐진 자존감을 다시 일으켜 세울 수 없다. 지나간 상처에 계속해서 물을 주고 자라게 만드는 것은 다른 누구도 아닌 나 자신이기 때문이다. (16)

 

이 책은

 

이 책은 그러한 문제의식을 가지고 다양한 각도로 접근하며 문제 해결에 나선다.

다른 사람의 시선과 평판을 의식하느라, 정작 자기 자신에게는 진지하게 고민해 보지 못했던 사람들에게, 자기 삶에 집중하고 당당하게 인생을 살아가는 방법을 알려주고자 하는 목적에서 쓰여진 책이다. (6)

 

이러한 문제점을 인식한 저자는 다양한 조언들 - 실제적으로 적용 가능한 조언들-을 제시한다. 그래서 실제 상황에서 자기가 자기를 상처주고 상처받는 사람들에게 실제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책이라 할 수 있겠다.

 

몇 가지 밑줄 그은 조언들

 

가정에서 친밀하고 안정적인 사랑을 경험하지 못한 사람들은 누군가와 진지하고 따뜻한 관계를 맺는 것을 두려워한다. (41)

 

자기 자신이 만족하는 기준을 세우고 지금까지 억지로 강요받았던 이미지가 아니라 나는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를 스스로 결정해야 한다. (106)

 

시기심과 관련하여 버트란트 러셀은 현명한 사람은 누군가 가지고 있는 어떤 것 때문에 자신의 즐거움을 망치지 않는다고 했다. (115)

 

우리의 가치는 꼭 최상급에 속해야 빛나는 것이 아니다. 그보다는 자신의 한계를 인정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당함을 잃지 않을 때 더욱 큰 힘을 발휘한다.(116)

 

세상으로부터 등을 돌리고 스스로를 고립시키는 것으로 불안과 두려움을 해소하려고 하지마라. 누군가 손을 잡아주고 고통스런 상황에서 끄집어 내주기를 바란다면 우리가 세상을 향해 손을 내밀고 있어야 한다.(1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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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계의 증언
오정은 지음 / 디아망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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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마른 땅에 불을 피우고 사람을 모아라 .

 

 

차별적이고 배타적인 현실을 넘어

 

저자는 이 책에서 기묘한 작업을 하고 있다.

현실과 이상은 다른가, 같은가?

다르다면 그 두 개의 영역은 언제 같아질 수 있을까?

차별이 횡행하고 배타적인 이 땅의 현실을 벗어나 우리는 언제 이상향이라고 생각되는 그 곳에 다다를 수 있을까?

 

이 책에서 그 해답을 찾아볼 수 있을 것이다. 물론 그것이 모두를 만족시키는 답은 아닐지라도 부분적이나마 해답은 된다고 본다.

 

현실은 고달픈 이 땅을 말함이고, 이상이라 함은 저자가 만들어 놓은 경계를 말함이다,.

 

경계란 어떤 곳인가? 이 책에서 저자가 설정해 놓은 개념인 경계란 다음과 같은 곳이다. (57)

 

망자가 저승으로 가기 전 마지막으로 머무는 공간을 그렇게 부른다.

그런 경계(또는 구천)이라고 부르는 곳은 망자가 가장 바라던 이상향의 모습으로 구현되곤 했다. 현실이 지독히도 차별적이고 배타적이었던 반면에 망자가 차사들을 따라가지 전까지의 한정된 경계에서의 시간만큼은 모두에게 평등하고 자비로웠다.

 

그래서 이 책의 주인공 은우가 망자들의 경계에 들어가서 살펴보는 그들의 경계는 망자가 이 땅에서는 현실의 제약 때문에 이루지 못했던 이상향에 가서 행복한 시간을 보내게 되는 것이다. 물론 그것은 한시적이지만...

 

그런 이상향을 저자는 우리들에게 보여주면서, 이 땅에도 그런 이상향이 이루어져야  함을 역설하고 있는 것이다. 이 것이 이 소설의 주제라 할 수 있다.

 

저자가 만들어 놓은 장치, 이능(異能)

 

그 현실이 이상향으로 전환되기 위해서, 저자가 만들어 놓은 장치 두 가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첫 번 장치는 바로 주인공 은우에게 주어진 이능이라는 초능력이다.

은우에게 주어진 초능력, ‘이능(異能)은 무엇일까?

 

은우가 가진 이능은 죽은 자가 완전히 저승에 속하기 전의 경계로 들어가, 억울하게 죽임을 당한 자의 사연을 들어주는 것’(160)이다.

 

그 이능을 통하여 은우는 독자들에게 우리가 지향해야 할 이상향이 어디 인지를 보여준다.

은우는 그 능력을 활용하여 소설속의 사건들은 풀어나가며, 한 발자국 한 발자국 저자가 최종적으로 만들어 놓은 그 곳으로 다가간다.

 

그것은 바로 이 소설의 숨어있는 주제인 묵가(墨家)라는 사상이다.

 

두 번째 장치, 묵가(墨家)

 

메마른 땅이라도 불을 피우고 사람이 모이면, 그것이 마을이 됩니다.”(390)

 

저자는 이런 말로 묵가를 소개한다. 

()’ 자를 파자(破字)하여 그 뜻을 헤아린 것이다.

먼저 땅은 흙 토()이다. 땅이니 당연히 맨 아래에 위치한다. 그 다음 불 ()’는 땅위에 놓이는데, 이 화 자는 다른 글자 밑으로 가게 되면 이런 모습으로 변한다. (....) 마을은 마을 리(), 그렇게 토()와 화()가 합하여 마을 리()가 이루어지는데, 이것을 모두 합한 글자가 바로 먹 ()’이다.

 

()자가 왜 이 소설에 등장하는 것일까? 바로 묵가(墨家)를 말하기 위함이다. 묵자(墨子)가 주창한 묵가 사상.

 

묵가는 이미 오래 전에 사멸되다 싶이한 사상으로 치부되어 왔다. 우리나라에서는 더더욱 심하다, 유가의 모진 핍박을 받아 입 밖에 내기만 해도 핍박을 받던 시절이 있었다. 맹자가 '아비를 몰라보는 금수의 책'(399쪽)이란 평가를 내렸기 때문이리라.

 

이런 묵가를 꺼내어 소설에 체화하다니, 묵가를 이런 식으로 형상화한 소설, 신기한 일이다.

 

지금껏 묵자를 읽어왔고, 묵가의 사상이 이 땅 - 현재는 물론이거니와 예전에도 - 에 펼쳐지지 못한 것에 대하여 안타까움을 지니고 있었는데, 그것을 이렇게 나타나게 하다니! 고마운 일이다.

 

이 소설에서 저자는 도처에서 묵가를 설명하고, 그 사상이 현실에 적용되어야 할 최적의 정치임을 역설하고 있다.

 

그 묵가가 만들어 내는 세상은 어떤 것일까?

 

이 소설에서 뜻밖의 주인공 역할을 하는 대비의 입을 빌려 이야기를 들어보자

 

<여기 한 마을이 있다. 그 마을은 모두 글 잘 읽는 선비들이 모여 사는 마을이다.

여기 또 한 마을이 있다. 그 마을에는 글 잘 읽는 이는 드무나, 쇠를 잘 다루는 대장장이도 있고, 힘 센 장사도 있고, 셈을 잘하는 산술가도 있으며, 별을 읽는 천문가도 있으며.... 싼 값에 좋은 물건을 들여오는 영민한 상인도 있다.>(405)

당신이라면 어떤 마을에서 살고 싶은가?

 

또 선대왕과 하월군의 대화를 통해서는 이렇게 이야기 하고 있다.(401- 402)

 

<묵자는 가난한 백성이 보기에는 참으로 이상적인 사상이나, 가진 자들에게는 더없이 잔인한 사상이구나.

...

묵자는 수령이란 잘 다스리는 이가 아니라 잘 살피는 이, 뜻을 모으는 이라 하였습니다.

신화와 백성이 약속하는 정치가 되어야지요.

그 약속을 잘 이끌어내는 것이 임금의 자리여야겠지요.

입 밖으로 내고 보니, 더 두렵습니다.

나도 그렇다. 이 사상이 나를 변화시킬까봐, 더욱 두렵다.>

 

그렇게 왕과 왕자가 만나 이야기를 나누는 대상, 묵가는 그렇게 가진 자들에게 두려움의 대상이었으며, 조금 깨친 자들조차 그 사상이 가지고 올 파장에 대해 걱정인 사상이었으니, 역으로 이 땅에 그 사상이 펼쳐졌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이 책, 그래서 슬프다.

 

그래서 저자는 이 두 장치, '이능'과 '묵가'를 통해 우리가 지향해야 할 곳이 어디인가를 보여주고 있다. 이 소설은 시대를 조선의 어느 때인가로 하여, 우리가 가야 할 곳이 어디인가를 케이스 스타디하는 식으로 보여 주고 있다.

 

그래서 이 소설, 읽고 나니, 안타까움이 어린다. 이 소설에서처럼 뜻있는 자들이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나라를 만들지 못하는가, 하는 마음에..

 

그래서 저자가 책 속에서 묵가의 그런 사상이 펼쳐지지 못하는 것에 대해 아쉬움을 표하는 다음과 같은 말은 더더욱 가슴에 와 닿았다.

 

<그래서 더 슬펐다. 현실은 아직 그렇지 아니하기에...>(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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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금 남미 - 그 남자 그 여자의 진짜 여행기
한가옥.신종협 지음 / 지콜론북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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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 위를 걷고 왔다는 여행기는 이제 그만

 

이 책, 필자가 둘인데

 

이 책의 필자는 두 명이다. 한명은 음악인인 신종협, 그는 기타 하나를 메고 남미를 여행했다, 이 책의 제목 그대로 19금 남미의 모습을 가감없이 그려놓고 있다. 또 한명의 필자는 여성인 한가옥이다. 그녀는 콜롬비아 수도 보고타에서 여행사와 호스텔을 3년간 경영하면서 보고 듣고 겪을 것을 기록해 놓았다. 그래서 이 책은 남미의 밤과 낮을 모두 살펴보는 귀한 자료로서의 역할도 하고 있다. 겉만 보고 다니는 여행이 아니라, 밤에 보이는 19금의 거리, 그리고 그 속에서 벌어지는 인간 군상들의 모습을 볼 수 있는가 하면, 또 실제로 살아가는 남미 사람들의 진면목을 - 물론 한 쪽 시각이긴 하지만- 볼 수 있다는 점에서, 다른 여행기와는 다른 책이라 할 수 있다.

 

여행기도 인생만큼 현실적이어야

 

저자 둘은 이렇게 그들의 여행을 정리한다.

여행이야기는 신나게 꾼 꿈을 남에게 이야기하는 것과 같아서 완전히 전해질 리 없고, 결국 5분 안에 상대를 지루하게 만든다. 그래서 어떤 여행자들은 결국 아무 말도 하지 않게 되는데 이들은 마치 모국어가 사어가 된 것 같았다라고 친구의 말을 전해주면서 다음과 같은 말을 덧붙인다.

 

남미를 다녀온 우리 역시 언젠가부터 어떤 말도 하지 않게 되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못 견디게 표현하고 싶은 것들이 있었고...”(275)

 

그렇게 해서 오랜 침묵을 깨고 나온 이야기이니 그 울림이 절실하다. 군더더기 없는 이런 여행기가 어떤 유명인의 여행기 - 모험이 가득하고 오직 그에게만 신기한 일이 한 페이지 걸러 일어나는 마술같은 그런 - 보다도 더 현실적이지 않는가?,

 

인생은 멀리서 보면 희극, 하지만 가까이서 보면....

 

찰리 채플린이 말한 바, “인생은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지만, 멀리서 보면 희극이라는 말을 몸으로 겪은 저자의 글이다. 공동저자중의 한명인 한가옥은 이렇게 말한다.

 

<생을 멀리서 바라보면 희극이라고 한다. 하지만 그때를 돌이켜보면 언제나 괴물같은 한 시절에 목이 졸려 있을 뿐이었다.> (252)

 

콜롬비아의 수도 보고타에서 호스텔을 운영하는 저자가 여러 가지 어려움, 거기에다가 설상가상격으로 고국에서 들려온 할머니의 죽음, 그러한 곡절을 겪고 나서 한 말이다.

 

그렇게 요약이 되는 저자의 콜롬비아에서의 3년간 체류기는 여행에 대해 많은 정보를 제공해주고 있다. 그것은 저자가 단순히 며칠 지나가는 여행객이 아니라, 거기에서 먹고 자며 사업을 경영해가며 속속들이 현지 사정을 꿰뚫게 되었기에 그러한 것이다. 그러니 여행에 대해 정보를 얻고자 하는 독자들에게는, 재미로 일관한 흥미있는 객기를 발산하는 일화를 기록한 수준의 여행기에 돈을 쓰는 대신에 이런 책이 훨씬 유익한 책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여행기에서 이런 말 들어봤나?

 

해외여행이 자유화 된 이후, 그야말로 해외물을 먹어 본 사람들의 기록으로 가히 서점가는 범람이라 해도 좋을 듯하다. 수없이 쏟아져 나오는 여행기, 이름 있는 작가로부터 이름없는 사람에 이르기까지 가지각색의 여행기는 그야말로 마치 유적지 바위에 자기 이름을 긁어 새기는 것만큼이나 공해를 유발하고 있지는 않는지? 특히나 거짓을 포함한 각종 무용담으로 엮어지는 일화들이 여행기에서 빠져서는 안되는 것처럼, 양념처럼 들어간 책을 보고 철부지 같다 생각되는 것은 비단 나만의 생각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이런 말 하는 여행기 읽어봤나?

 

<여행경비 몇 푼을 아끼지 위해, 혹은 재미있을 것 같아서, 또 흔치 않은 여행을 했다고 인정받고 싶은 욕망 등의 이유로 의외로 많은 여행자들이 지켜야 할 주의사항을 무시하다가 큰일을 당하고 만다. 나 역시 여행자이기에 적당한 모험심이 여행을 좀 더 특별하게 만들어준다는사실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당신이 남미를 여행하게 된다면, 당신은 그 용기를 접어두는 것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위험과 위협의 그 수준은 당신이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직접적이기 때문이다. >(206)

 

자극적인 것에 대한 경계

 

이 책의 가치는 이 것 하나로서 충분하다.

자극적인 것에 목말라있는 여행기, 특히나 여행정보를 얻기 위해 여행기를 섭렵하는 사람에게는,  흘러다니며 사람들을 혹하게 하는 그러한 정보들이 어떤 의미인지 정확하게 경계하는 책은 이 책 외에 아주 드물 것이다.

 

<나는 히치하이킹으로만 남미를 여행해 보겠다는 한국인 여성 여행자를 만난 적이 있다. 그 빌어먹을 여행계의 스테디셀러 탓임이 분명하다. 그녀는 주변의 경악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위대한 여로를 관철하려 노력했으나 이곳에 실제로 며칠을 더 머문 후에야 자신이 얼마나 멍청했는지를 깨닫게 되었다,>(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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