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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르셀로나 섀도우
마르크 파스토르 지음, 유혜경 옮김 / 니케북스 / 2015년 4월
평점 :
절판
산다는 것은 항복하지 않고 싸우는
것
이 책은 단순한 스토리를 위주로
하는 범죄소설이 아니다.
죽음과
삶이 무엇인가를 성찰하는 소설이다.
바르셀로나에는 당시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었나?
먼저 사건의 무대인 바르셀로나가
시대적으로 1911년을
중심으로 어떤 곳인지 살펴보자.
<바르셀로나에서는
폭력적인 살인사건이 끊이지 않고 일어나고 있다.>
(202쪽)
이 소설의 모티브가 된 홍등가를
중심으로 한 하층민의 아이들이 사라지는 엽기적인 일이 발생하는데,
저자는
이 사건을 소설의 서두에서부터 밝히고 시작한다.
그러니
사건의 범인이 누구인가,
심지어
어떻게 진행이 되는가까지 독자들은 다 알고 읽어가게 되는 것이다.
그러니
저자의 관점은 사건 해결에 있지 않다는 점이 이 소설의 첫 번 째 특징이다.
소설의 화자인
‘나’는
누구인가?
그럼에도 이 소설을 읽으면서
긴장감을 놓지 못하게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이야기를 끌고 가는
화자(話者)의 시점(視點)이 참으로 오묘하다는 데 있다.
이 소설의 화자는
‘나’이다.
‘나’는
누구일까?
저자는
‘나’에
대하여 여러 가지 힌트를 남겨둔다.
이
소설은 어쩌면 ‘나’가
누구인지를 알아가는게 주된 줄거리인지도 모르겠다.
이미
아이를 유괴하는 사건의 얼개는 다 드러냈으니,
사건
자체에 대한 궁금증은 덜한데 비하여,
‘나’라는
화자가 누구인지 ㅡ
물론
이것도 알려줄 것은 다 알리고 시작한다.
소위
말하는 ‘죽음의
사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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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등장하는지,
궁금한
노릇이었다.
해서 초반부에 이런 내용들을 다
밝히고 시작하니,
끝까지
혹시나 이게 어떤 트릭을 감추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멈출 수 없었다.
또한
이 ‘나’라는
존재가 죽음의 사자인만큼 이 소설의 주인공 모이세스는 어떻게 될 것인가?
왜
죽음의 사자인 ‘나’가
모이세스 주변에 계속해서 나타나고 있는지,
그것
역시 관심사였다.
그런 궁금증이 이 책을 끌고 가는
견인차 노릇을 하고 있는 점이 이 책의 두 번째 특징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모이세스는
누구인가?
그래서 자연이 관심은 모이세스라는
인물에게 향한다.
이
소설에서 저자는 유독 모이세스에 대하여 애착을 드러내고 있다.
그는
단순한 범죄,
범인을
잡기 위하여 쫒아다니는 경찰로서가 아니라,
죽음을
대표하는 ‘나’와
대척점에 서서,
삶이
무엇인가를 그려내 보이기 위하여 저자가 심혈을 기울여 창조해 낸 인물이다.
그는 그래서 이 소설을 끌고 가는
주인공이기는 하지만,
사건
해결이 될 즈음해서 허무하게 죽음을 맞이하게 되는데,
그것은
저자가 작중 화자를 ‘나’로
설정한데서 이미 예견된 것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모이세스가 등장하는
모습
인간을 대표하는 모이세스는 그래서
이 소설에서 등장할 때에 가장 원초적인 욕망을 드러내는 장소에서 등장한다.
바로
창녀의 방이다.
흔히
범죄소설에서 범인을 추적하는 경찰 또는 탐정의 멋진 모습처럼 등장하는 것이 아니라,
창녀와의
동침을 마치고 그녀에게 말을 건네는 모습으로 등장한다.
(16쪽)
인간의 적나라한 모습을 드러내
보이기 위해 저자는 그런 자리를 모이세스에게 설정해 준 것이 아닐까?
모이세스의
능력
모이세스는 경찰관으로서의 직무
능력도 출중하지만 더하여 다음과 같은 능력도 보유하고 있다.
<모이세스는
살 가죽 뒤의 모습,
가면
안의 얼굴을 볼 줄 안다.
그는
뛰어난 통찰력을 가지고 있다.>
(238쪽)
이는
‘나’의
발언인만큼 그런 능력은 ‘생과
사’를
통찰하는데 필요한 능력이라고 보는 것이 맞지 않을까?
해서
‘나’와는
겨룰만한 상대가 된다는 것이다.
그러기에
‘나’가
처음부터 모이세스 곁을 오가는 것이 아닐까?
모이세스의
생각
모이세스의 통찰력은 여기저기 발견할
수 있지만,
그가
이 사건을 취급하는 모습에서도 볼 수 있다.
그는
결코 서두르지 않는다.
그는
차분하게 사건을 추적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소설에서 사건은 항상 해결되지만,
이
소설은 사건 해결을 결코 서두르지 않는다.
사건의
진행을 마구잡이로 몰아가는 것이 아니라,
그래서
‘숨가뿐
사건 전개’라는
추리 또는 범죄소설에서 볼 수 있는 공식이 여기에서는 찾아 볼 수 없다.
그저
인물 주변,
또는
사건 주변을 맴돌 듯 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식이다.
<하지만
조심하라는 말을 하면 기셀르는 멋대로 결론을 내리고 사람들에게 퍼뜨릴 것이다.
그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사람들이
최악의 상황은 이미 지나갔다고 생각하는 것이 더 좋을지도 모른다.
그래야
수사를 차분히 할 수 있다.>
(293쪽)
저자가 말하는 삶이란
?
모이세스는 동료들에게 말 한마디
하지 못하고 허무하게 죽음을 맞이한다.
그러니
이 소설이 범죄소설로만 국한한다면,
허무한
결말이고,
어찌
보면 범죄소설의 모든 공식에도 들어맞지 않는다.
해피
엔딩은 아니더라도,
범죄
수사의 끝맺음은 주인공 손에 맡겨야 되는 것이 아니겠는가?
해서 이 소설은 단순한 범죄소설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 소설의 백미는 대미를 장식하기
전에 나눈 ‘나’와
모이세스 간의 대화에 들어있다.
<
.....(그는)
자신의
소신을 위해 역경에 맞서 싸웠습니다.
모든
것을 바쳐서 결국 해냈어요.
모이세스,
마지막
순간에 사랑했던 사람들 가슴 속에 깊은 흔적을 남겼다는 사실을 아는 이는 별로 없어.
산다는
것은 항복하지 않고 싸우는 거야.
떠날
때도 고개를 꼿꼿이 세우는 거지.>(367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