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단
제바스티안 피체크.미하엘 초코스 지음, 한효정 옮김 / 단숨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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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독자들이여, 작가와의 두뇌싸움에서 이기시기를!

 

먼저, 이것 하나 명심하자.

 

이것 먼저 알고 읽자. 이 책의 결말, 줄거리 결코 누구든지 말하지 마라.

말하는 순간, 그는 작가를 죽이는 일이 된다. 더하여 작품의 신선도를 훼손하는 일이 되니 결코, 누구든 줄거리를 말하지 말고, 또 누구든지 읽기 전에 호기심으로라도 줄거리를 알려고 하지 말라.

 

그 말은 이 책은 어쨌든 한번 정도 반전은 있겠지, 하는 생각으로 읽는 독자들이 있다는 것이며, 내 말인즉슨 그런 것은 꿈에도 꾸지 말아야 된다는 것이다.

반전? 이 책에 반전- 흔히 생각하는 뻔한 반전- 은 없다. 그러나 반전 대신에 그 어떤 것이 있다. 독자들의 심리를 잘 아는 작가는 그 심리를 역이용해 줄거리를 이끌어 가고 있다.

 

그래도 이런 연결고리 하나 있다.

 

먼저 이런 힌트, 하나 생각해 봄직 하다.

그리스 신화에서의 테세우스, 아드리아네, 하면 무엇이 떠오르는지? 미로(迷路). 지금이야 미로라는 말이 생소하지 않지만, 또 자기 앞에 그런 상황이 있어도 미로라 생각이 들면 아드리아네가 테세우스에게 건네준 실타래가 생각나겠지만, 막상 당하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앞에 놓인 상황이 미로인지, 뭣인지 알 턱이 없지 않은가? 다만 독자들만 - 전지전능한 전지적 입장에 있으니까 - 알고 읽고 있는 것이다.

 

바로 이 책 읽으면서, 그 미로를 연상했다. 주인공 남녀는 역할을 바꿔가면서 이 소설을 이끌어간다. 두 주인공은 티격태격 하면서도 도와가면서 그 미로를 빠져나오는 일을 하고 있으니, 그거 생각하면서 읽으면 이 소설 더 재미있다. 그 말은 이 책의 결말에 관한 힌트가 되겠다. 해피엔딩이다.

 

 

차단, 그래도 활로는 남았다.

 

완벽하게 차단된 것 같은 상황에 주인공은 봉착한다. 범인은 주인공이 가는 곳마다 출구를 차단한다. 해서 그를 막다른 골목으로 몰아넣는다.

그래서 시간은 악마의 편이다.

이제 조금 있으면 절망에 스스로 빠지게 된 그의 딸은 스스로 목숨을 끊어 악랄한 마수로부터 벗어나려 한다. 그 수밖에 뾰족한 방법이 없으니, 어떻게 하겠는가? 더 이상의 고통과 치욕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방법 - 그 소녀의 입장에서는 - 이 없으니 이제 죽어야만 한다.

그 시간이 다가온다. 이제 딸은 올가미를 목에 걸고 뛰어내릴 심산이다.

그런데도 시간은 주인공의 사정은 아랑곳하지 않고 흘러간다.

 

그들에게 오직 하나 남은 연결고리는 핸드폰, 그래서 독자들은 제발 그것만은 남겨주기를 바라는데, 그것 역시 작가는 여지없이 빼앗아 가버린다. 그마저 범인의 손에 의해 부셔져 버린 상황. 당신 같으면 더 이상 무엇을 기대하겠는가? 완전히 절망뿐이다.

 

그러나 그 절망에서 다시 시작한다는데 이 소설의 묘미가 있다. 그야말로 다이하드(die hard). 죽어도, 죽여도 다시 살아나는 기회. 아마도 미로를 빠져나가는데 쓰라고 건네준 그 실이 튼튼한 모양이다.

 

소녀들아, 나는 너희들를 응원한다.

 

첫 번째 소녀에게. 프롤로그에 등장하는 소녀, 피오나다. 그 소녀는 밤길을 가다 위급한 상황에 처한 남자를 만난다. 그가 그 소녀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그럴 때, 소녀가 마땅히 지켜야할 행동지침은?

속으면 안돼. 진짜 사이코패스는 항상 자기가 희생자인 것처럼 행세해. 그가 네 동정심을 이용할거야”(11) 라는 말을 따라야 한다.

 

그러나 어디가나 소설 속의 등장인물들은 자기가 예외라고 생각하지 않는가? 여기도 예외가 아니다. 그러니, ‘소녀야 제발, 어려운 처지로 네 스스로 들어가지 마라! 집에서 어머니가 걱정하지 않겠니?’ 그런 말 해주고 싶다.

 

두 번째 소녀, 한나. 주인공 헤르츠펠츠의 딸이다. 납치되었다.

상황이 심상치 않다. 곧 죽으려 한다. 그런 그 소녀에게, 독자인 나는 외친다. 소녀야, 희망을 버리지 말아라...

응원한다. 이 세상에는 너를 응원하는 사람이 있단다....그러니 절망하지 마라.....아직도 희망은 있다....제발 목숨만은! 어떠한 일이 있더라도, 붙들고 있어라...

 

그러나 여기서 힌트 또 하나, 59장을 읽으면서, '그녀'가 누구인지를 알고 읽으면? 그 다음이 재미없으니, 그냥 무심히 읽을 것! (그러니 이 말 자체를 무심히 흘러 듣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사족 - 친절한 소설 전개와 편집

 

이 소설 속에는 시체 해부가 필수조건이기 때문에 그 상황을 설명하는데 여러 가지 의학 용어가 등장한다. 하지만 미리 겁낼 필요 없다. 작가는 그런데 일가견이 있다. 독자들의 수준을 알고 있기에 그런 항목이 나오면, 친절하게 설명을 해주어 스토리 이해하는데 지장이 없게 해 놓았다. 친절한 작가가 분명하다.

 

게다가 역자 역시 친절하다. 한국인 독자들이 어렵다 싶은 사항들이 등장하면 그 밑에 친절하게 각주를 달아 놓았다. 예컨대, 174쪽. 그러니 독서하는데 전혀 지장이 없다친절하다.

 

그것만이 아니다. 뒷부분에 가서 앞의 사건을 언급하는 구절이 등장하는데, 이 소설 몰입도가 좋으니 앞에 나왔던 부분이 뭔가 기억조차 나지 않을 정도로 빠르게 지나가고, 독자들은 그래서 무엇이었더라, 하며 의아해 할 것이 분명하다.그런 독자를 위하여 각주로 해설을 덧붙여 놓았다. 280쪽에서 볼 수 있는 역자의 친절함이다.

 

서평 후기

 

이 서평은 소설을 읽으시는 다음 독자들을 위하여 줄거리나 소설의 전개에 대해 극도로 절제된 표현을 하였음을 알려드립니다. 섣부르게 서평 쓴다고 이것저것 말하다보면, 소설의 재미가 반감될 것 같아서 그런 것이니, 양해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그러니, 이 소설 읽을 때에, 부디 속지 마시기를! 작가가 군데 군데 숨겨놓은 트릭을 잘 분별하시기를, 그래서 작가와의 치열한 두뇌싸움에서 부디 승리하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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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전 창비세계문학 40
마리오 베네데티 지음, 김현균 옮김 / 창비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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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 제발 좀, 휴전합시다.

 

궁금한 것 - 왜 제목이 휴전”?

 

이 소설을 읽으면서 시종일관 전쟁의 포탄소리를 생각했었다.

소설의 시대적 배경을 생각하지 않은 탓이리라. 두 주인공의 연애가 무르익을 즈음에도 나는 그저 전쟁이 일어나 포탄 소리가 조만간 울릴 줄 알았다.

그래서 두 연인은 속절없이 전쟁 가운데로 휩쓸려 들어가고 그래서, 사랑은 아픈 기억으로 남는가, 는 생각이 이 책을 읽는 동안 떠나지 않았다.

 

대체 왜 제목이 휴전일까? 이상하다. 책이 거의 끝나갈 무렵에도 어떤 조짐은 보이지 않았다. 힌트가 보이지 않는 것이다. 이야기는 손에 땀을 쥐게 하면서 흘러가는데, 대체 전쟁은 일어나는 거야, 안일어나는 거야?

그렇게 읽어가기를 어느덧, 종반! 어라? 이거 전쟁이 일어나지 않으니, 언제 개전, 그리고 휴전을 한다는 거야. 소설 제목 값을 해야 하는 것 아닌가?

 

사랑은 인생이란 전쟁에서 잠시 휴전하는 것!

 

내 궁금증은 끝에 가서야 풀렸다.

 

<하느님이 내게 암울한 운명을 주신 건 분명하다. 잔혹하신 않다. 단지 암울할 뿐. 하느님이 내게 휴전을 허락하셨다는 건 분명하다. 처음엔 이러한 휴전이 행복이라면 믿지 않으려 했다. 온 힘을 다해 저항했지만, 결국 굴복했고 그렇게 믿게 되었다. 그러나 단지 휴전이었을뿐, 행복은 아니었다. 이제 또다시 나의 운명에 휘말렸다. 전보다 더 암울하다. 훨씬 더.> (219)

 

바로 주인공인 49세의 홀아비 마르띤 산또메가 그보다 25년 더 어린 라우라 아베야네다와의 사랑이 바로 휴전인 것이다. 그의 무료한 삶에서 빛나는 시절이 되는 그 시간들이, 인생이란 전쟁에서 잠시 포성이 멈추는 시간이었던 셈이다.

 

그에게 그녀 라우라는 어떤 존재였을까?

<그녀가 얼마나 절실한가! 하느님은 나에게 가장 커다란 결핍이었다. 그러나 하느님보다 그녀가 더 필요하다.>(219)

 

주인공에게 하나님은 없는 존재였다. 그래서 그의 인생에서 신은 결핍으로 존재하나, 그 보다 더 필요한 존재가 바로 라우라였으니, 그녀의 존재가치가 얼마나 컸던가를 알 수 있다.

 

그에게 인생이란? 전쟁인데.....

 

생각해 본다. 작가가 의도하는 바, 인생은 분명 전쟁과 같은 처절함이 묻어나는 과정인데, 그 전쟁에서 잠시 마음을 달래주고 편안하게 만드는 것은 무엇일까?

 

사랑일까? 일단 사랑인가 아닌가는 추후로 미루고, 다른 그 어떤 것은 그에게 위안이 될 수 없었던가?

 

먼저 생각할 수 있는 것은 가족이다.

그에게는 부인은 없다. 먼저 세상을 떠났기에 그렇다. 셋째 아이를 낳고 세상을 떠났다. 그래서 그에게 가족은 세아이가 있다. 그런데 그 아이들이 이제 다 성장해서, 그에게 곁을 주지 않는다. 그가 집에 들어가 지내는 시간은 이렇게 묘사된다.

 

<거의 매주 일요일마다 점심과 저녁을 혼자 먹는다.>(51)

<어젯 밤 에스떼반은 12, 하이메는 1230, 그리고 불랑까는 새벽 1시가 다 돠어서야 들어왔다.>(31)

 

31쪽의 기록은 월요일의 일이다. 따라서 어제, 즉 일요일은 하루종일 혼자였던 셈이다. 그러니 그에게 가족은 아무런 의미 없는 곳이다.

 

그럼 친구들은?

친구 역시 별로 없다. <아니발은 몇 안되는 친구들 중에 제일 괜찮은 녀석이다.>(49)

 

그래서, 그의 일상은 어떻게 지내고 있는가?

 

일요일, <언젠가 내가 자살을 한다면 그날은 일요일일 것이다. 일요일은 가장 맥이 풀리고 따분한 날이 아닌가.> (30)

 

평일, 어느 수요일이다. <엄청난 과제가 떨어졌다. 내일까지 끝내야 한다.> 그 다음 날, <10시까지 일해야 했다. 시쳇말로 녹초가 됐다.>(119)

 

그러니 그에게 살아간다는 것은 무료함과의 전쟁인 것이다. 한 마디로 이 없는 삶인 것이다. ‘무료함과의 전쟁! ‘의미 없음과의 전쟁! 이것보다 더 처절한 싸움이 있을까?

 

그런 그가 사랑에 빠졌다!, 그러니 휴전이다

 

그런 그가 사랑에 빠졌다. (88) 그의 사랑은 구체적이다. 머리속으로 세밀한 계획을 세운다. 그리고 그 계획을 실행한다. 용감한 자가 사랑을 쟁취한다는 말이 그에게는 더할 나위없이 맞는 말이다. 결국 그녀를 쟁취하는데 성공했다. 그리고 그 사랑은 아파트를 얻어 시간을 같이 보내는 사랑으로 구체화된다. 그래서 그의 인생은 의미없음에서 무척 의미있음으로 변한다. 이제 결혼까지도 생각하는 시간이 된다. (, 인생은 아름다워라~)

 

그러나 어디까지나 휴전이다. 그러니 잠시라는 말이다. 영원과는 거리가 있다. 그러니 그 사랑하는 시간, 무척 의미있는 시간은 훌쩍 그를 떠나버린다. 그녀가 어이없게 죽은 것이다

 

인생이란?

 

<라우라의 죽음과 함께 휴전의 시기는 막을 내렸고, 이제 모든 것은 거대한 허공이며 일기에 기록할 의미있는 일은 더 이상 일어나지 않을 것임을, 신의 부재보다 더 큰 그녀의 부재가 미래의 시간을 지배할 것임을 알기 때문이다.> (225)

 

<그녀의 죽음은 그에게서 다시 행복을 앗아간다. 결국 라우라가 그의 삶에 도착한 것은 새로운 꿈도, 변화도, 행복의 기회도 아니었다. 단지 예전의 고독하고 무미건조한 삶으로 돌아가기 전에 주어진 신() 또는 운명과의 협정, 짧은 휴전이었을 뿐이다. 시작과 끝을 가진 시간, 두 시기 사이의 괄호를 의미하는 소설제목은 협정이 종료되면 다시 불행한 삶으로 돌아가리라는 것을 암시한다.> (225)

 

그의 사랑인 라우라가 마르띤의 삶에 열어보인 희망은 그녀의 죽음과 함께 끝난다. 우리의 인생도 그런가? 우리가 의미있다고 여긴 그 무엇이 우리를 떠나가면 우리 인생은 다시 전쟁으로 돌아가는가? 우리 인생의 처절한 싸움터에서 진정한 휴전은 어떻게 얻는 것인가? 인생의 의미를 되돌아보게 한 소설은 그러한 생각거리를 던져준다. 인생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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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1위 실리콘밸리의 자유로운 업무 방식 - 구글 애플 페이스북 어떻게 자유로운 업무 스타일로 운영하는가
아마노 마사하루 지음, 홍성민 옮김 / 이지북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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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살아가는 길목에서 실리콘밸리를 만나기를

 

먼저 책의 제목을 훑어보자. <세계 1위 실리콘밸리의 자유로운 업무방식>이다. 이 책의 편집자는 너무 정직하다. 책의 내용 그대로를 제목으로 뽑아 놓았다. 그래서 제목이 상당히 길 수 밖에!

 

그러니 책의 내용은 이미 다 설명이 나왔다. 실리콘밸리에서 운영되는 벤처기업들의 자유로운 업무 방식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책이다.

 

더 한걸음만 더 들어가 보자. 그래서 저자가 말하려는 주된 요지는 지금 당신이 놓여있는 상황의 업무방식이 전부가 아니라는 점과 세계에는 더욱 진화된 방식으로 일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는 사실이다.” (11)

 

그러니 이 책의 저자가 타켓으로 하는 독자는 실리콘밸리 밖에 있는 사람들이며, 실리콘밸리에서 시행되고 있는 업무방식과는 다른 - 심지어 전혀 다른 - 모습으로 일하고 있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저자는 그런 사람들에게 말하기를, ‘가벼운 마음으로 책을 읽으면서 새로운 지식과 선택지를 늘려 미래에 대한 희망을 키우기 바라’(13)는 것이다.

 

그런 저자의 의도를 염두에 두고 차분히 읽어보자.

 

독자들에게 이 책은?

 

일단, 이 책의 시작은 정답을 찾으려 노력하지 말라는 것이다.

그럼 저자는 왜 정답을 찾으려고 하지 말라는 것인가?

그것은 정답(이라고 여기는 것)이 있다고 생각하면 어쩔 수 없이 그 틀 안에 갇히게 된다. 공격보다 수비하기에 바빠서 지금의 자신을 뛰어 넘을 수 없”(28)기 때문이다.

 

그렇게 서두를 시작한 저자는 자유로운 업무방식으로 몇가지 예시를 든다.

 

비즈니스에서는 더 이상 정답을 추구하는 시대가 아니다.

원래 정답은 모르는 편이 재미있다.

우발적인 일에 적극적으로 반응해 커리어를 쌓는다.

우발적인 일에 적극적으로 대처할 수 있다.

자신만의 철학을 세계에 알리기 위해서는 큰 회사에 있을 필요 없다. (54)

 

위에 열거한 방식이 이 책에서 소개하는 새로운 업무 방식이다.

 

그런데 이 책은 그리 길지 않는 내용(202)이지만, 많은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단순한 실리콘밸리의 소개를 포함하여 실리콘밸리에 들어가기 위한 여러 가지 정보 또한 제공하고 있다. 그래서 다음과 같은 구절이 등장하게 된다.

 

자신의 능력을 어필하고 적극적으로 자신의 생각을 표현해야 비로소 길이 열리는데, 그 길을 찾기 위해서는 실리콘밸리의 비즈니스 스타일을 알고 거기에 대응하기 위한 대책을 세워야 한다.  그 대책으로 여러 가지 방안을 제시한다. 바로 그게 제 3, ‘자유로운 업무방식에 위험은 없다?’인데, 문장 끝에 ?을 붙인만큼, 당연히 거기에 대한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을 동시에 소개하고 있다.

 

그래서 3장의 면면을 살펴보면서, 자기 자신의 모습을 비추어 볼 수 있다. 각각의 항목에 자기 자신을 대입해보면, 과연 자기가 실리콘밸리에 진입할 수 있는가부터 거기에서 견뎌낼 수 있는가 까지 점검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끝으로 저자는 실리콘밸리 취직계획이라는 항목에서 구체적인 취직계획을 설명하고 있다. 그러므로 이 책을 읽으면 실리콘밸리에 대한 기초적인 정보를 얻는 것에서부터 취직을 위한 본격적인 준비까지 할 수 있다.

 

나에게 이 책은?

 

저자는 실리콘밸리의 하드웨어를 말하는 게 아니다. 물론 저자가 실리콘밸리의 위치를 설명하기는 하나, 그것이 실리콘밸리의 하드웨어적 측면을 강조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어디까지나 저자는 실리콘밸리가 어떻게 움직이는가의 소프트웨어 쪽에 관심이 있을 뿐이다. 소프트웨어라 말하니 혹시 오해할지 모르겠다. IT 산업에 있어 프로그램 개발 및 생산을 말하려는 것이 아니라, 그 실리콘밸리를 움직이는 원동력에 대하여 말하려는 것이다.

 

예컨대, 멘토와 엔젤을 설명하고 있는 82쪽을 보자. 저자는 여기에서 실리콘밸리에서 벤처기업이 어떻게 구축되는지를 이야기한다. 멘토가 벤처를 응원하고, 또 신세를 진 벤처는 은혜를 갚기 위하여 다시 멘토의 인맥을 넓히고, 그래서 새로운 네트워크가 구축된다. 이것이 벤처비지니스 생태계의 순환(83)이라 말하는 것을 보면, 분명히 소프트웨어, 즉 실리콘밸리가 돌아가는 것에 관심이 있는 것이다.

 

결론, 이 책은 실리콘밸리에 대하여 말하는 책이다. 그러나 실리콘밸리가 꼭 미국의 샌프란시스코만()의 서남부 지역을 말하는 것일까? 그것은 아니다. 설령 그 장소가 어디이든, 또는 어떤 상황에 처해 있든지, 우리 삶에서 위에 기술한 여러 가지 항목과 일치한 곳이 있다면 거기가 바로 실리콘밸리이다. 그래서 이 책은 그 적용의 폭을 넓혀갈 수 있다. 더하여 그것을 인생의 전반적인 것으로 넓혀가면 어떨까?

 

그렇게 적용을 넓혀간다면, “아무리 책을 많이 읽어도 행동으로 옮기지 않으면 아무 의미 없어요. 나도 그랬는데, 행동하면 상상도 못했던 일을 체험하게 되고, 그때 비로소 책에 있는 말의 의미가 이해되죠.”(74)라는 말은 내가 일반적으로 책을 읽으면서, 그 책을 통하여 배운 바, 어떤 것을 그저 읽고 (지식으로) 알았다는 데서 만족하지 말고, 그것을 실생활에서 실천하라는 말이 되겠다.

 

또한 이 책에서 소개된 수많은 사례들, 역시 나의 삶에서 부딪히는 수많은 새로운 일, 벅찬 일 등에 대한 대처 방법을 알려주는 지침서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으리라 본다.

 

그것도 지금껏 누구도 생각하지 못했던 실리콘밸리만의 특유한 - 새롭고 자유로운 - 방식으로 대처할 수 있으면, 그것이 이 책을 읽은 또 하나의 성과라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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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자 - 사상 최초의 정치경제학서, 고전에서 배우는 경제 활성화와 국가 경제 전략
관중 지음, 신동준 옮김 / 인간사랑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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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관중 제대로 알기 줌인 때로는 줌아웃으로

 

관자의 기본 사상

 

관중은 치국평천하의 이론과 실체를 모두 아우른 당대 최고의 사상가이자 정치가였다. 그의 저서인 관자에는 제자백가의 모든 사상이 녹아있다. 주목할만한 점은 그의 사상을 관통하는 핵심어가 바로 부민강국이라는 점이다. 이는 부민부국을 치국평천하의 요채로 삼는 상가(商家)의 이론 핵심에 해당한다. (87)

 

그러나 주희는 관자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취하는데, 이렇게 말한다.

 

관자는 여러 사람의 말을 주워 모은 것에 지나지 않는다. 실제로 관중은 제나라의 정사를 떠맡아 일이 매우 많았던 까닭에 한가한 때가 드물었다. 게다가 그는 사치에 빠져 결코 한가하게 공부하며 책을 지을 사람이 못되었다.”(203-204)

 

 

주희는 왜 그런 평가를 내렸을까?

 

그것은 주희가 성리학을 제창한 입장에서 그렇게 파악한 것이다. 그 반면 사마천은 관자의 원형에 해당하는 목민과 산고 및 경중 등을 읽은 사실을 거론하며, 그 내용이 매우 상세했다고 호평했다. 그러니 사마천은 관자를 관중의 저서로 파악한 것이다.

 

원래 관중이 살던 시기는 제자백가가 등장하기 이전의 시대였다. 나라를 다스리는데 특정한 사상만을 고집할 이유가 없었다. 치국평천하에 도움이 되는 것이라면 모든 방법을 동원할만했다. 실제로 관중은 그런 모습을 보였다. 바로 그게 실용주의에 입각한 부국강병의 계책이 관자를 관통하는 키워드로 나오는 근본 배경이다. (203) 

 

공자를 보다.

 

 

그래서 관자에서는 공자등 제자백가의 사상과 맥을 같이 하는 부분이 많이 보인다. 관자를 읽어가면서 그 안에 그런 생각들을 찾아보는 것도 흥미로운 일이다.

 

 

관자, 경연 <목민(牧民)>에 다음과 같은 말이 있다.

국다재즉원자래 (國多財則遠者來)’

 

이 말을 해석하자면 다음과 같다.

국가의 재부가 풍족하면 먼 곳의 사람이 찾아온다.’ (215)

 

또 이런 말도 보인다.

고종기사욕, 즉원자자친 (故從其四欲, 則遠者自親)’

백성이 바라는 네 가지 욕망을 따르면 먼 곳의 사람도 저로 다가와 친하게 되고’(218)라는 의미이다.

 

여기서 말하는 백성이 원하는 네 가지 욕망이란 무엇일까?

백성이 바라는 것은 일락, 부귀, 존안, 생육, 이렇게 네 가지이다. 그런 네 가지 백성의 욕망을 채워주면 먼 곳에 있는 사람들도 저절로 오게 된다는 이치를 말해주고 있다.

 

그런데 그런 생각은 공자를 통해서도 이어진다.

논어 자로편에 보면 다음과 같은 글이 보인다.

 

근자열 원자래 (近者說 遠者來)’

가까이 있는 사람들을 기쁘게 하라. 먼 곳에서 사람들이 찾아오리라.’ -(논어,  자로 16장)

 

섭공이 공자에게 정치란 무엇이냐고 물었을 때에 공자가 대답한 말이다.

정치란 다름 아니라, 가까이 있는 백성들을 기쁘게 하는 것이고, 그것을 알게 되면 먼 곳에 있는 사람들도 저절로 찾아오게 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통치자가 먼저 해야 할 일은 가까이에 있는 백성들을 기쁘게 만드는 것이다.

무엇으로 백성을 기쁘게 할까? 백성이 바라는 게 무엇일까? 바로 관자가 말한 백성이 바라는 사욕(四欲)- 일락, 부귀, 존안, 생육 - 일 것이다. 그렇게 관자의 생각은 공자를 통해서 이어지고 있다.

 

논어 안연편을 살펴보자.

공자의 제자 자공이 어느 날 공자에게 정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이냐고 묻자 공자가 대답하기를 족병(足兵), 족식(足食), 민신(民信)이라 했다. (논어, 안연 7)

 

이에 자공이 그 중에 하나를 버린다면 무엇이냐고 하자 병()이라 했고, 또 하나를 버린다면 무엇이냐 묻자 식()이라 답했다. 그러면서 민신(民信)은 버릴 수 없는 것이라 해서 무신불립(無信不立)이라는 말이 등장하게 된다.

 

백성이 정치를 신뢰하게 하는 것, 이것이 가까이 있는 백성을 기쁘게 하는 일이 될 것이고, 먼 데 있는 사람들을 몰려오게 하여 나라는 부강하게 될 것이고, 결국 관자가 추구하는 부민강국이 이루어질 것이다. 따라서 관자의 사상은 공자에게 이어지고 있으니, 관자를 읽고 논어를 읽으면서 사상들이 어떻게 연결되는가를 찾아보는 것도 흥미로운 일이 될 것이다.

 

순자를 보다

 

순자는 주어진 현실을 토대로 패도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순자, <왕제>에 이런 말이 등장한다.

<관중은 밭과 들을 개간하고 창고를 충실하게 했다. 점차로 상을 줌으로써 인민을 선도하고 형벌을 엄격이 함으로써 인민들을 바로 잡았다.>(151)

 

또 이런 말도 보인다.

 

예로써 다스리는 자는 왕자王者

바른 정사를 행하는 자는 패자覇者

민심을 얻는 자는 안자安者

백성을 착취하는 자는 망자亡者 가 된다.

 

왕자는 백성을 부유하게 만들고

패자는 선비를 부유하게 만들고

안자는 대부를 부유하게 만들고

망자는 군주 개인의 창고를 부유하게 만든다.

 

역시 순자, <왕제> 편에 나오는 대목으로, 백성을 부유하게 만드는 게 나라의 임무라고 말하는 관중의 사상이 거기에 녹아있는 것이다.

 

바른 해석을 찾아서

 

제자백가의 사상을 지금의 시점에서 읽을 때에 가장 문제가 되는 점은 그 해석을 얼마나 올바르게 하느냐이다, 올바른 해석이 담보되지 않으면 아무리 읽고 또 읽는다 할지라도 시간낭비에 지나지 않는다. 따라서 해석은 시시때때로 제대로 되었는지 살펴볼 일이다.

 

이 책에서 바로 그런 해석의 문제를 하나 발견하게 되었다.

바로 논어 안연편 7장의 해석이다.

거기에서 공자는 정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족병(足兵), 족식(足食), 민신(民信)이라 했다.

이어서 그 중에 하나를 버린다면 무엇이냐고 하자 족병(足兵)이라 했고, 또 하나를 버린다면 무엇이냐 묻자 족식(足食) 이라 답했다.

 

마지막 대목을 인용해본다.

<먹을 것을 버려라. 예로부터 사람은 다 죽게 마련이지만 백성이 신뢰하지 않으면 나라가 존립할 수 없다.> (새번역 논어, 이수태, 319) 

먹을 것을 버려라는 말이 바로 거식(去食)이다.

 

<거식은 경제의 축소를 의미한다. 공자의 이러한 주장은 일견 족식에 해당하는 실창을 강조한 관중의 주장과 배치되는 것처럼 보인다. 실제로 성리학자들은 그 같이 해석하면서 관중이 말한 실창족식을 통한 부민 - > 지례지법을 통한 부강의 도식은 공자사상과 배치된다고 주장했다.>(103쪽)

 

이렇게 주장하는 성리학자들의 견해가 바로 잘못된 해석이다. 우리는 지금껏 그렇게 잘못된 해석을 마치 정설처럼 듣고 배워온 것이다. 그런 잘 못된 해석에 대하여 이 책은 다음과 같이 말한다.

 

<이 대목에서 공자가 민신을 가장 중요한 국가존립의 요건으로 거론한 것은 국가 존립을 위한 최소한의 조건인 족식족병을 포기해도 좋다고 말한 게 아니다. 이런 오해가 빚어진 것은 자공이 외적의 침공으로 인해 성이 함락되는 등의 극단적인 위기상황을 전제로 한 질문한 점을 간과한 데 있다.> (103)

 

그러니 자공이 처한 특수상황, 그래서 질문이 전제로 하고 있는 점을 무시한 채 그 질문을 일반화시켜 해석했으니, 그 해석이 잘 못된 것이라는 것이다. 저자는 그런 해석의 문제점에 대하여 계속 이야기하면서, 그런 잘못된 해석을 지적한 이탁오를 덧붙여 설명하고 있다.

 

그러니 나로서는 관중의 사상을 알아가는 기쁨과 함께 논어 해석에 있어서 잘 못된 점도 깨닫게 되었으니, 이런 게 바로 책읽는 기쁨이 아닐까 싶다.

 

결어: 이 책의 의의

 

아쉽게도 우리나라는 20세기 말까지 관학을 제대로 연구한 사람이 거의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저자인 신동준이 1998년 박사학위로 제출한 논문이 사실상 최초의 본격적인 관학 연구에 해당한다. 지난 2006년 관자의 한글 완역본이 최초로 출간되었으나 여러 사람이 공역한 탓에 적잖은 문제를 노정하고 있다.(209)

 

그런 면에서 이 책은 가치가 있다. 저자인 신동준 박사는 그동안 관중이란 인물을 발굴, 그의 존재가치를 면밀히 분석하여 학계에 알려오고 있었다. 그런 대표적인 예가 <사마천의 부자경제학 : 사기 화식열전>이란 책이다. 그 책은 부를 향해 줄달음질치는 인간의 본성을 꿴 사마천의 상가 이론에 초점을 맞춰 상가가 출현한 배경과 전개 과정 등을 정밀하게 추적했다. 그런 점에서 관중과 자공, 사마천으로 이어지는 상가의 흐름을 21세기의 관점에서 완전히 새롭게 해석한 최초의 해설서에 해당한다.’라는 평을 받고 있으며, 거기에 바로 관중의 위치가 드러나고 있다.

 

여기 이 책에서도 관중의 가치를 사마천의 사기, 화식열전을 통하여 제시하고 있는데, 이 책 87쪽에서 98쪽 까지, 거기에 대한 자세한 해설을 해 놓고 있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비로소 관중을 - 단지 관포지교(管鮑之交)의 관중으로서가 아니라 - 상가(商家) 이론의 창시자인 관중으로 제대로 알게 되었다. 때로는 줌인으로, 때로는 줌아웃으로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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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 일상을 만나다 - 도시에서 즐기는 22가지 천문학 이야기
플로리안 프라이슈테터 지음, 최성웅 옮김, 김찬현 감수 / 반니 / 2015년 1월
평점 :
절판


별 헤는 밤 - 우주, 일상을 만나다

 

이 책을 읽으면서 윤동주의 시 별 헤는 밤이 떠오르는 것은 어찌된 일일까?

윤동주의 작품은 식민지 지식인의 고뇌와 자기성찰 의식 이전에 인간과 우주에 대한 사색이 담겨 있다고 평가되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인간과 우주에 관한 사색을 하게 되어 그런 것일까?

 

시간과 공간의 근본적인 구조에 관한 성찰

 

 

 

이 책을 읽으면서 새삼 천문학이란 무엇인가 생각해 볼 수 있었다.

천문학이 우리처럼 평범한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어떤 관련이 있을까? 아니, 관련이 있고 없고를 따지기 이전에, 그러한 생각 자체를 해본 적이 있을까?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런 생각조차 하지 않았을 것이다. 나도 그렇다. 이 책을 손에 들고 펼쳐 머리말을 읽기 전까지, 그런 생각을 꿈에도 하지 않았다. 아니, 해보려는 생각조차 없었다, 천문학은 그야말로 나에게는 천문학적 숫자의 거리만큼 떨어진 거리에 존재하는 학문(?)이었다.

 

그런데 이 책을 읽고나니, 그게 아니었다. 천문학적 숫자의 거리에 있으리라 여겼던 천문학이 빛의 속도만큼이나 나에게 가까이 다가왔다. 그래서 아무 것도 없던 것처럼 보이던 - 깜깜해서 보이지 않았던 - 나의 지식 창고에 밝은 빛을 비추어 거기에 다양한 것들이 들어있음을 보고 깨닫게 해주었으니, 참으로 기쁜 일이다.

 

먼저 이 책은 사물을 다른 방법으로 보게 만들어 주는 책이라는 점을 짚고 넘어가자.

이 책을 읽고난 지금 지금까지는 전혀 생각하지 않았던 방법으로 세상을 바라보게 되었다. 그냥 지나가는 말이 아니다. 내가 길을 나서 길거리에서 마주치는 바람, 그냥 아무런 것도 아닌 것처럼 느껴졌던 그 바람, 그 바람을 찾아 시간을 거슬러가면 우리는 45억년 전에 발생한 지구 생성의 순간과 마주한다는 생각(21)! 생각만 해도 신기한 기분이 들지 않는가?

그러한 기분으로 이 책을 읽었다.

 

우리가 일상에서 만나는 우주

 

그러면 우리는 우주를 어디에서 만날 수 있나?

저자는 그 우주를 하늘에서만 보여주지 않는다.

저자는 우리들이 문밖으로 발을 내 딛는 순간부터 시작하여, 공원에서도 우주 과학을 만날 수 있다고 하며, 심지어 식당에서조차 우주를 만나고 경험할 수 있다고 한다. 그리고 어두운 밤, 밤하늘에서 우주를 우리에게 보여주고 있다.

그렇게 저자의 안내에 따라 독자는 책 제목처럼 우주를 일상에서 만날 수 있다. 그것도 아주 구체적으로 말이다.

 

모든 위성 안테나가 한 방향을 가리키고 있는 이유

 

이 책의 설명방법은 다음과 같다.

일단 우리 주변에서 우리가 흔히 접하는 일을 하나 꺼집어낸다그것은 우리가 자주 대하는 것이지만, 그것을 천문학과 연결시켜 생각하지 못하고 그냥 스쳐보낸 것들이다.

 

예컨대 이런 것이다.

<이 모든 것이 지붕 위 위성 안테나들이 어째서 모두 한 방향을 가리키고 있는가를 알기 위한 과정이었음을 잊지 말자. 언뜻 보기에 지금 이야기 하고 있는 거대한 역사적 사실과 안테나가 아무런 상관 없는 것처럼 여겨질지 모른다> (35)

 

그런데 저자의 설명에 따르면 그것이 의외로 천문학과 긴밀하게 연결이 된다. 그렇게 저자는 일단 그것(여기서는 안테나 방향)에 대한 일반적인 설명을 한다. 여기 이 부분에서 독자들은 그런 설명을 들으면서도 긴가민가 하는 생각에 아직도 그 설명을 백퍼센트 이해하지 못한다. 그때 저자는 다시 이렇게 설명을 시도한다.

다시 위성 안테나로 돌아오자’(45)

 

저자는 이 부분에서 설명하고자 하는 대상에서 다른 여러 가지 요소들을 생략한 채 우리가 더 이해하기 쉽도록 간단하게 이야기를 풀어간다.

 

그렇게 이야기를 풀어간 저자는 이렇게 결론을 내린다.

<모든 위성 안테나가 한 방향을 가리키고 있는 이유는 케풀러와 뉴턴이 300년도 훨씬 더 전에 천체가 어떻게 움직이며, 그 움직임에 어떤 힘들이 작용했는지를 밝혀낸 덕분이다.>(49)

 

분수대에서 생명 생각해보기

 

또한 저자는 말한다.

공원 한가운데에 맑고 투명한 물이 솟구치는 분수대가 보인다. 생명에 대해 생각해 보기 좋은 장소다.” (96)

 

어떤가? 저자의 그 말이, 허황되게 들리는가? 그렇게 들린다면 조금만 더 읽어볼 일이다. 저자는 다음과 같이 자기의 말을 증명한다.

 

지구에 있는 물만이 흐른다. 흐르는 물은 태양계안 지구에서만 볼 수 있다.

얼음이나 증기는 다른 천체에도 있다. 흐르지 않는 물은 우주에서 가장 많이 찾아볼 수 있는 분자 중 하나이다. 예를 들어 다른 천체의 표면이나 우주공간 어디에서나 쉽게 발견된다. 먼지와 가스로 이루어져 태양과 함께 다른 항성들이 태어난 거대한 구름에도 무수한 물 분자가 포함되어 있다.

 

지구의 물은 흐르는 액체 상태로 존재한다. 이러한 물은 태양주위에서 특정 온도에 한하는 지역의 생명체 거주가능 영역에서 흘러 다닌다. 태양과 너무 가까이 위치하면 온도가 높아 물은 증기가 되며, 반대로 너무 멀면 완전히 얼어버린다. 따라서 물이 증기나 얼음으로 변하지 않으려면 너무 뜨겁거나 차가우면 안된다. 이렇게 물이 물로 있을 수 있는 이상적인 위치에 자리한 행성은 단 하나뿐이다. (96 - 97 )

 

이렇게 물이 물로 있을 수 있는 이상적인 위치에 자리한 행성은 단 하나 뿐이다. 이 우주 안에 그런 곳이 하나뿐인데, 그게 바로 우리가 발 딛고 살아가는 지구라는 말이다. 그러니 분수대 옆에서 생명을 생각해 보는 것이 적합하지 않은가저자의 주장이 실체적으로 공감이 되는 이유이다.

 

과학으로 본 할리우드 영화의 옥의 티

 

할리우드 영화에 이런 영화가 있다. 부르스 윌리스가 주연한 영화로 기억되는데, 지구로 다가오는 행성과의 충돌을 방지하기 위하여 고군분투하는 결사대의 활약을 그린 영화!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스릴과 서스펜스, 개봉박두! 뭐 그런 영화 말이다.

그게 과학적으로 보면 어림없는 이야기라는 게 저자의 진술이다. 어디 한번 들어보자

 

<소행성과의 충돌을 모면하기 위해 할리우드 영화에서 보는 것처럼 굳이 소행성을 공중에서 폭파시킬 필요도 없다. 그리고 실제로 그러한 일은 영화에서 보는 것보다 훨씬 어렵지 않다. 소행성의 궤도를 약간만 바꿔주는 정도로 문제는 충분히 해결된다. 이를 위한 여러 가지 방법이 있다. 우선 레이져 광선으로 소행성의 표면 일부를 증기화하는 것이다. 증기로 변한 물질이 우주로 해방되면서 반동이 생길테고, 그 반동만으로 소행성의 궤도는 충분히 바뀔 수 있다. 아니면 충돌선을 소행성으로 쏘아 올려도 되겠다. 정확한 시점에 조금만 밀 수 있다면, 지구에 조금의 위험도 주지 않는 안전한 궤도로 옮길 수 있다. 이 외에도 충돌을 피하도록 방향을 트는 많은 방법이 있다. > (114)

 

결론 - 어린 왕자의 해넘이 보기처럼 각별한

 

어린 왕자가 살았던 별은 지구보다 작아서 해넘이를 마흔 몇 번이나 보았다는데, 우리가 사는 별은 우리의 맨 눈으로는 계측하기 어려운 정도이기 때문에 천문학적 사실들이 그리 쉽게 다가오지 않는다. 그러나 이제 이 책을 읽었으니 어린왕자의 별처럼, 실체적으로는 천문학적 크기이나 심정적으로는 소행성 B - 3251 처럼 느껴진다 말하면 너무 과장된 것일까?

 

이 책은 그럴 정도로 우리 일상에서 흔히 보던 - 그래서 그게 어찌 천문학적 사실과 관련이 될까 생각지도 않았던 - 일들이 바로 우주와 연결되고 있다는 사실들을 알게 해준다. 그래서 어린왕자에게 해넘이가 갖는 의미가 무척 각별하였듯이 이 책의 의미도 그렇게 각별하다고 결론내릴 수 있다.

 

사족 - out of sight out of mind 와 만유인력 함수 관계

 

이 책을 읽는 중에 문득 사람간의 관계도 만유인력을 이용하여 설명할 수 있겠다 싶었다.

만유인력의 법칙을 함수로 설명하는 부분에서 든 생각인데, 이 함수를 이용하면 사람간의 거리에 따른 마음의 인력도 설명할 수 있지 않을까?

 

<만유인력은 거리의 제곱에 반비례하는 이차함수관계이다. 두 물체 사이의 거리가 두배로 멀어질 경우, 둘 사이에 작용하는 힘은 이전보다 두 배로 줄어드는 것이 아니라, 2의 제곱인 네배로 줄어든다. 세 배로 거리가 멀어진다면 아홉 배로 힘이 줄어드는 셈이다.>(23-24)

 

마음이 사람을 끄는 인력이라 할 수 있으므로, 따라서 사람과 사람 사이의 거리가 멀어지면 마음은 그 거리의 제곱에 반비례한다. 그만큼 멀어진다는 것이다. 그렇게 함수로 설명할 수 있지 않을까? 이런 생각이 바로 이 책에서 기본으로 하고 있는 사물을 다른 시각으로 보는 방법중의 하나라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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