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단 한방처방 - 이해하기 쉽다 외우기 간편하다 간단한방 시리즈
니미 마사노리 지음, 권승원 옮김 / 청홍(지상사)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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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 산()과 환()을 구분할 수 있는가?

 

이 책을 읽는 방법, 두 가지

 

이 책은 두 갈래로 읽을 수 있다.

하나는 그저 상식을 추가한다는 생각으로, ! 이런 것도 있구나 하는 정도로 읽는 방법이다.

두 번째는 한방에 약간의 지식이 있는 사람이 취할 방법으로, 이 책에서 말하는 대로 한방을 직접 따라해 보는 방법이다. 그래서 여기 처방(?)대로 한약재를 이용하여 직접 해 보는 방법이다.

 

나는 한방에 대한 기초적 지식조차 없었던 관계로 첫 번째 방향으로 잡았다. 그런데 이 책을 읽고 정말 말 그대로 많은 지식을 얻었다. 아니 지식의 차원이 아니라, 나에게는 상식조차 부족했던지라 그런 부족을 메워줄 수 있는 많은 상식적인 사항들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읽을 때마다 흡족하게 받아 들였다.

 

()과 산()과 환()을 구분할 수 있느뇨?

 

이제 나의 지식은 하나 더 늘게 된다. 바로 탕()과 산()과 환()을 구분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우리는 많은 약들을 먹고 산다. 비단 몸이 불편할 때만이 아니라, 그저 어떤 습관에 의해서 약을 복용하며 살아가고 있다. 요즘 약은 약사에게 진료는 의사에게라는 규칙이 존재하지만, 웬만한 증상쯤은 각자 진단하고 약을 사 - 買- 복용하고 있다. 나의 경우만 해도 배가 아프다 싶으면 정로환(正露丸)을 몇 알 먹는다. ‘OO ’, ‘XX 을 마시기도 한다. 때로는 △△ 을 먹기도 한다.

그렇게 탕, , 환이라 이름 붙은 약들을 먹고 마시는데, 실상 그 말이 의미하는 바를 정확히는 모르고 있었다. 그저 지레짐작하고 있었을 뿐이었는데 이 책의 설명을 통하여 확실하게 개념을 잡게 되었다.

 

()은 달인 약, ()은 산제, ()은 벌꿀 등으로 산제(散劑)를 뭉친 환제(丸劑)를 말한다. (103좀 더 자세하게 읽어보자. 66쪽 이하에 자세하게 설명이 되어 있다.

 

()은 달인 약, 즉 끓인 약을 의미한다. 갈근탕, 인삼탕 등이 그런 종류에 속한다. 그런데 같은 것 같지만 다른 개념이 하나 있다. 바로 음()이다. 음은 탕과 같이 만드는 방식은 똑같이 달이는 것이지만, 여러 차례 복용한다는 것이 탕과 다르다.

()은 파쇄한 생약을 벌꿀 등으로 둥글게 빚어 복용하는 방법이다. 여기 또 비슷한 개념이 있는데, ()이다. 료는 같은 양을 파쇄하지 않고 다린 것을 말한다.

 

그렇게 이해가 되니, 이제 탕과 환, 산이 구분이 되었다. 나로서는 대단한 상식의 진보다.

 

명의의 정의가 새롭다.

 

이 책에 <퀴즈를 풀면서 한의학에 친숙해져 봅시다>라는 항목이 있는데, 거기에 이런 것이 나온다. "명의(名醫)의 확률은 어느 정도입니까?"

 

그런데 그 정답이 의외다.

<처음부터 유효한 한의약을 주지 못하는 경우가 있으나, (그 처방이) 맞지 않다면 다음 처방을 순차적으로 사용하면 됩니다.> 이게 답이다.

추가 설명을 들어보자. <어떤 처방을 주고 효과가 없거나 어느 정도 효과를 보였던 것을 참고로 하여 처방을 변경해 갑니다. 명의라도 처방을 통해 진단해 가면서 보다 적절한 처방을 탐색해 나가게 되는 것이지요.>(106)

 

어찌 보면 이 말 속에 들어있는 처방 철학이 이 책의 요체이기도 하다.

그래서 이 책은 한약에 대하여 이해를 함에 있어 우리의 사고 방식을 전환할 것을 요청한다. 우리로 하여금 생각 시스템의 변환을 요구하는 것이다.

우리가 생각하고 있는 패러다임을 바꾸어 나가도록 하는 책이다.

 

그러한 생각의 전환을 통하여 한방을 논리적으로 이해할 수 있게 되었으니, 그런 지식을 얻게 된 것 하나만으로도 이 책의 가치가 있다.

 

한약에 대한 친숙함 획득

 

서두에 말한 바와 같이 내가 애초 이 책을 읽었던 목적은 그저 한방에 관한 상식적 지식을 보충하고자 함이었다. 그런데 읽고 나니 이런 생각까지 드는 것은 어찌된 일일까?

다름 아니라, 여기 나온 바대로 한번 해보고 싶은 욕심이 난다는 것이다. 

 

그것은 이 책의 <STEP 3>을 읽고 나서부터이다. 저자는 여기에서 직접 한약을 복용해 볼 것을 권하고 있다.  그러고 보니 서양약에서는 그렇지 않다. 병도 없는데 양약을 시험삼아 복용하는 일은 없기 때문이다. (131)

 

그래서 이 책의 저자는 한방에 친숙해 지는 방법으로 독자들 스스로 복용해 보는 것을 권한다. 한의약은 식재료의 연장으로 한번 복용하는 것만으로 중대한 부작용이 발생하는 경우는 없기 때문에 꼭 시도를 해볼 것을 권하고 있다.

이런 한약에는 우리 귀에 친숙한 것들이 많이 보인다. 예컨대, 갈근탕, 십전대보탕 등이 있다.

 

그리고 이어서 각종 증상에 맞는 한약을 열거해 놓은 도표가 보인다. 각 증상별로 일목요연하게 제시해 놓아, 참고하는데 편리하게 제시해 두고 있으니, 이게 일반 사람들의 경우에도 유용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니 이 책을 설사 첫 번째 목적을 가지고 읽기 시작했다 할지라도, 이 책을 다 읽은 독자들은 이제 상식적 차원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한약에 대해 친숙해지고, 가까이 다가가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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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아람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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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점을 먼저 찍는다

 

이 책을 읽으면서 먼저 떠올랐던 것은 회화 기법중 점묘법이었다.

점묘법이란 회화의 기법 중 하나로서, 점 또는 점과 유사한 세밀한 터치로 묘사하는 기법을 말한다. 그러니 수많은 점을 찍어 그림을 그리는 것을 말하는데, 이 소설이 바로 그렇다. 각각의 이야기들은 화가가 캔버스 위에 붓으로 하나 하나 점을 찍어 묘사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 내용이 짧아서일까, 아니면 그저 잠깐 스쳐 지나가는 듯 해서일까. 그러나 그 점들이 모여 캔버스 위에 하나의 그림을 그려내듯이, 이 점 같은 이야기들이 결국 모여서 장관을 연출하고 파란만장한 이야기를 보여준다.

 

그런 이야기의 성격은 무엇일까? 저자가 말한 바, 저자의 자전적인 회고록이 아니다, 라는 말을 믿기로 했다. 설령 그것이 저자의 개인적 이야기라 할지라도 그것이 단순히 개인사로 끝이 나는 게 아니라, 우리 역사를 그려내고 있기에 그렇다. 그래서 이 책은 역사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

 

주인공중 한 명인 민효의 이런 발언을 한번 들어보자.

<작년에 정치학과 수업을 들었거든. 교과서가 무려 8백 페이지였어. 거기에 우리에 대해서도나오더라. 우리가 세계의 모든 것인 줄 알았던 사건들이 단 한 페이지로 정리되어 있었어.>(486)

 

그렇게 주인공들 앞에 펼쳐졌던 세계가 단 한 페이지로 정리되는 게 바로 역사인데, 다행이 이 책은 한 페이지가 아니라 500여 페이지나 되니까, 역사책도 그렇게 상세할 수가 없는 것이다. 그러니 읽어볼만 하지 않겠는가?

 

2. 점은 선이 되고, 선은 ....

 

다시한번 말하자. 이 책은 하나의 이야기가 점처럼 그려지고 있다. 그런데 그 점들은 어떻게 존재하는가? 그 점들은 이윽고 선이 되고, 선들은 면이 되며, 면들은 이윽고 입체가 되어 독자 앞에 드러난다. 그러니 그 점들이 혹시 띄엄띄엄하게 보일지라도 참을성을 가지고 읽어나가야 한다.

그런 이치를 소설 속 강정환 교수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빗줄기라는 표현은 틀렸어요. 빗방울이라고 불러야 합니다. 한 줄기처럼 보여도 띄엄띄엄 내리지요. 실은 세상 모든게 띄엄띄엄 존재합니다.>(28)

 

그렇게 사건 하나하나가 띄엄띄엄 존재하지만, 그래서 그것이 사건들이 방울방울 이어지는 것 같고, 또 그것이 사실 맞지만, 어디 사람 눈에는 내리는 비가 빗방울로 보이나, 빗줄기로 보이듯이, 이 소설의 이야기들도 이야기가 점처럼 하나하나 그려지지만 결국에는 사건의 줄기가 보이고, 결국은 그게 바로 우리의 역사인 것이 보이는 것이다.

 

그래서 이 책은 그런 역사를 그려내고 있는 역할을 하는 주인공들의 얽히고설킨 이야기이다. 주인공들이 시대를 살아가면서, 시대와 부딪히며 갈등하는 사이에 그들이 지나가는 궤적이 점이 되고, 점은 선이 되고 이윽고 그 선들이 면을 이루어 입체를 만들어 가는 것이다.

 

3. 이 세계가 입체적으로 보이는가?

 

그런데 여기에서 저자는 하나의 암시를 심어 놓는다.

바로 주인공의 한 명인 진우의 눈 말이다. 한 쪽 눈을 잃은 진우에게 세상이 어떻게 보이나?

<이제 진우의 눈은 사물들이 떠도는 세계를 영원토록 평면으로만 인식할 것이다. 진우는 입체로 구성된 세계의 한 축을 잃은 대가로 누구도 비난하지 못할 자유의 권리를 얻었다.>(474)

 

저자의 이 발언은 의미심장하다. 주인공 진우가 한쪽 눈을 잃은 다음에 이 세계를 입체적으로 보지 못하게 되었는데, 그렇다면 두 눈이 멀쩡한 우리는 이 세상을 어떻게 보고 있는가? 저자는 진우를 이렇게 막다른 골목으로 몰아넣은 대가를 우리에게 치르게 하고 있는 것이다. 진우는 한 쪽 눈을 잃은 다음에서야 이 세상을 평면으로 보게 되었는데, 당신들은 두 눈을 번연히 다 뜨고 살면서도 이 세상을 그렇게 평면으로만, 아니 면이 아니라, 단선으로만 보고 있느냐고? 이 질문은 더 나갈 수 있을 것이다. 당신 앞에 보여지는 이 사건을 왜 그렇게 조각 조각으로만, 점 하나로만 보느냐고!

 

4. 음수사원 (飮水思源)

 

그래서 이 소설은 모든 일의 원인을 묻는 소설이다.

저자가 주인공 태의에게 토마스 아퀴나스의 <신학대전>을 공연히 읽힌 것이 아니다.

 

<아퀴나스는 주장했다. 모든 현상에는 반드시 원인이 있다. 그렇다면 원인에도 원인이 있을 것이다. ...>(483, 505)

 

저자가 이 부분을 두 번 씩이나 인용한 것은 다 이유가 있다.

주인공 태의가 빨강색 점퍼를 입고 시위에 나가고, 그 시위장면이 채증사진에 찍혔고, 그 사진을 들이대며 네가 맞냐고 추궁하는 문경사에게 오리발을 내밀지 못하고, 맞다고 대답하고 결국은 그것이 진우에게까지 영향을 미쳤고, 더 한걸음 나가 진우가 한 쪽 눈을 잃게 되는 사건에 이르기까지. 원인은 결과를 낳고, 그 결과는 또 다른 결과의 원인이 되는 무한궤도처럼 끝없이 달려간다.

 

그렇다면 그 이야기를 읽은 독자인 우리는 지금 우리 앞에 보이는 어떤 현상에 대하여 거슬러 올라가 그 원인 A, 또 그 현상 A를 거슬러 올라가 원인 B.......그렇게 거슬러 올라가 결국 우리 앞에 놓인 어떤 현상을 만들어 놓은 근본적인 이유 Z를 생각해 내야 하지 않겠는가?

 

그러니 음수사원, 지금 물을 마시면서 그 물의 근원을 생각하라는 평범한 이치, 그 이치를 우리 현상에 대입해 보라는 것일게다.

   

5. 역사는 이렇게 평가된다

 

저자가 역사에 등장하는 사건들을 평가한 대목을 보자

<황우석이 증명한 것이라고는 논문 검증 체계가 얼마나 허술한지밖에 없다.>(489)

 

대학에서의 학사관리가 엄정화 - 여배우 이름이 아니다 - 되고 난 변화는?

<그 곳 캠퍼스에서는 오리가 한 줄로 서서 횡단보도를 건너 다녔다.>(490)

 

6. 아포리즘 몇 개

 

이 책에서 가장 빛나는 아포리즘, 하나!

<“돈이 많으면 행복하지 않아?”

행복하지, 그래도 내 행복 때문에 누군가 불행을 느끼는 건 싫어. 그렇게는 내가 충분히 행복할 수 없는거야.”>(101) 미주의 말이다.

 

그것 하나로는 섭섭하다, 하나만 더 들어보자.

<어떤 사람들은 말합니다. 우리 모두가 살아남으려면 누군가는 보트에서 뛰어내려야 하지 않겠냐고. 제가 의아한 건, 왜 그렇게 말하는 사람들은 하나같이 장롱에 침대까지 챙겨들고 보트에 탔느냐는 것입니다.>(154) 대석 형의 말이다.

형(兄)이 말하는 것이니까, 새겨 듣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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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아람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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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eview - 수리와 간디, 그리고 강풀의 운동화

 

이 책은 읽을거리가 많다. 더하여 생각할 거리도 많다.

 

여기 244쪽에 또 하나의 주인공인 수리의 운동화 한쪽이 갯벌에 빠져 사라진 사건이 기록되어 있다. 수리의 몸이 갯늪에서 끌려 올라올 때에 한쪽 발에만 운동화가 신겨 있었던 것이다. 그런 것을 바라보던 태의는 수리가 벗어 놓은 한쪽을 집어 들어 갯벌 위로 힘껏 던졌다. 그 이유를 묻는 수리에게 이렇게 이유를 설명한다.

정말로 누군가 신발을 찾을 수 있다면, 한 짝보다는 한 켤레가 더 쓸모 있는 것 같아서.”(244)

 

그 에피소드를 읽고 있노라니, 간다의 일화가 떠올랐다.

마하트마 간디가 남아프리카에서 변호사로 활동을 한 뒤 귀국했을 때다.

간디가 열차에 올라서는 승강대를 딛다가 그만 실수를 해서 한쪽 신발을 땅에 떨어뜨리고 말았다.

열차는 막 속도가 붙기 시작했으므로 떨어진 한쪽 신발을 주울 수 없었다.

옆에 있던 동료가 떨어진 신발을 포기하고 차내로 들어가자고 권했다.

그 순간 간디는 얼른 신고 있던 한쪽 신발을 마저 벗어 들더니 금방 떨어뜨렸던 신발을 향해 세게 던지는 것이었다. 동료가 의아해서 그 까닭을 물었다.

간디는 미소 띤 얼굴로 이렇게 대답했다.

˝한쪽 신발로는 누구도 신고 다닐 수가 없네. 누군가 떨어뜨린 저 신발을 줍는다면 두 쪽이 다 있어야 신을 수 있을게 아닌가˝

 

그 뒤를 이어 강풀의 만화 한 컷이 떠오른다.

이야기의 무대는 한국 서울의 지하철 승강장이다. 만화의 주인공은 지하철에 올라타다가 그만 운동화 한쪽이 벗겨지고 말았다. 그 주인공 그러한 급박한 상황 가운데에서도 간디의 일화가 생각이 나, 나머지 운동화 한쪽을 벗어 마악 닫히려는 그 문 틈 사이로 집어 던졌다. 누구라도 그 신을 온전하게 신으라는 착한 마음씨(?). 그런데 같은 순간, 그 승강장에 또 한 명의 착한 마음씨가 있었으니! 오지랖 넓은 청년 한 명이 거기 있었던 것이었다. 그는 올라탄 사람이 신발 한쪽만 들고 안타까워할까봐 승강장에 떨어진 운동화 한쪽을 얼른 집어 들어 안으로 집어넣었는데, 그 나오고 들어간 순간이 거의 동시! 아뿔싸! 주인공이 던진 운동화는 승강장으로 떨어지고, 오지랖 청년이 던진 운동화는 지하철 안으로 무사히 들어갔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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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망의 끝에서 세상에 안기다 - 암을 치유하며 써내려간 용기와 희망의 선언
이브 엔슬러 지음, 정소영 옮김 / 자음과모음(이룸)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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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픈 몸으로 세상 치유하기

 

이 책을 읽는 방법은 두 가지이다. 하나는 그냥 줄거리 위주로 읽어가는 것이다. 또 하나의 방법은 줄거리 이외에 그 속에 숨겨진 그 무엇인가를 찾아가며 읽는 것이다.

 

먼저, 첫 째 방법은 어떨까? 그냥 막 읽어서 부지런히 줄거리를 파악하면 된다. 그 작업은 간단하다. 왜?  그 줄거리가 의외로 간단하기에 그렇다. 한 여성운동가가 일에 빠진 나머지, 자기 몸을 돌보지 못하고 암에 걸렸는데, 그 투병기록을 기록한 것. 그리고 다행하게도 몸은 나았고, 그 소원하던 환희의 도시를 만들 수 있었다는 감동수기!

 

그러나 조금만 각도를 달리해서 읽는다면 이 책은 그저 그런 암투병기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그게 바로 두 번째 방법으로 이 책을 읽어갈 때에 비로소 파악이 가능한 내용이다.

 

저자의 몸은 아프다, 세상이 병들었으므로

 

이 책을 읽다보면이상한 내용들이 눈에 뜨이는 것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저자는 비단 자기 이야기만을 하는게 아니다. 세상의 무언가를 같이 이야기한다. 그 무엇이 무엇일까? 그것을 파악하면서 읽기 위해서는 약간의 관점의 교정이 필요하다.

 

그것은 저자의 아픈 몸과 이 세상을 연결시키는 것들이 어떤 것인가를 파악하는 일이기도 하다.

 

저자가 기록하고 있는 바탕에는 자기 몸 자체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는 전제가 깔려있다. 자신의 몸이 이 세상에서 벌어지는 일들과 긴밀히 엮여져 있으며, 자기 몸이 병에 걸린 것처럼, 엮어져 있는 그러한 세상의 일들 또한 병에 걸린 것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저자의 고통스런 투병생활을 통해 나은 것처럼, 세상의 일들, 역시 그러한 과정이 필요하다는 것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이 책은 단순히 저자의 투병기록이 아니라, 이 세상이 병들었다는 외침이며, 그 병을 치료하기 위하여 독자들로 하여금 그 문제에 대하여 관심을 촉구해 달라는 외침인 것이다.

 

그래서 그의 삶에는 항상 무언가가 두 개 오버랩되어 나타난다

예컨대, 97쪽에 보면 바다에 쏟아진 기름유출 이야기가 등장한다.

그런데 그 사건을 저자는 무엇과 연결시키고 있는가? 바로 저자의 몸에서 피를 유출하는 것과 관련시키고 있다.

 

나무를 통한 세상과의 화해

 

또한 나무에 관한 장은 그 연결이 단순한 표면적인 연결이 아니라, 좀 더 근원적으로 연결되어 있는 것을 말하는 깊은 성찰의 장을 펼쳐주고 있다.

 

<어떤 다른 것에 이르지 않는다면 인생 그 자체는 보잘 것 없는 것이었다. 나무가 장작이 되고 집이 되고 탁자가 되지 않는다면 나무 자체에 무슨 가치가 있다는 말인가?>(121)

 

그런데 이 말은 이 말 자체로서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니다. 그 앞의 말을 살펴보자.

<나는 미국에서 자랐다. 미국의 모든 가치는 미래, , 생산에 있다. 현재형은 없다. 지금 이 상태에서는 어떤 가치도 없고, 오직 앞으로 생길 수 있는 것, 지금 있는 것에서 뽑아낼 수 있는 것만이 가치가 있다. 당연히 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나는 내면적인 어떤 가치도 가지지 못했다. 일하거나 노력하지 않으면, 나 자신을 뭔가 중요한 존재로 만들거나 내 가치를 증명하지 않으면 나는 여기 존재할 어떤 권리도 이유도 없었다.>(120)

 

그래서 그 중간 결론이 바로 이것이다.

<어떤 다른 것에 이르지 않는다면 인생 그 자체는 보잘 것 없는 것이었다. 나무가 장작이 되고 집이 되고 탁자가 되지 않는다면 나무 자체에 무슨 가치가 있다는 말인가?>(121)

 

그런 일반적인 가치를 가지고 살아오면서 '어떤 것으로 변화해야만 하는 존재'에서 가치를 찾았었는데, 나무를 바라보면서 '그대로 존재하는 나무'의 가치를 깨달았다는 것이다.

 

그것을 이렇게 말한다.

<그래서 실제로 병원 침대에 누워 나무를 보고 나무 안으로 들어가고 나무 안에 내재된 푸른 삶을 발견한 것, 그것은 깨달음이었다.>(121)

 

바로 현재의 삶이 가치있음을 깨닫는 귀한 순간이었다. 나무는 지금 현재 저자가 누워있는 병실 밖에 있는 것만으로 귀한 존재였다. 그래서 결국 그 나무는 내가 보았으되 볼 수 없었던 나무들, 진정한 사랑없이 사랑했던 다른 나무들을 가져다 주었다.’(122)

 

저자에게 나무는 어떤 존재가 되었는가, 더 읽어보자.

<나의 나무. 내가 소유하고 있다는 게 아니다. 그럴 마음이 전혀 없었다. 하지만 나무는 나의 친구가 되었고, 내가 관계를 맺고 명상하는 지점이자 살아야 하는 새로운 이유가 되었다,>(124)

 

그렇게 나무는 저자에게 의미있는 존재가 되었는데, 나무는 또 다른 의미에서 저자에게 큰 역할을 한다. 그 이야기는 다음과 같다.

 

몰이해가 빚어낸 '뜻 깊은' 오해 한가지

 

그것은 독자인 나의 독해력 부족으로 인한 오해로부터 시작된다.

 

<공격으로부터 해를 입지 않도록 나를 안정시키고 보호하고 세포 구조를 견고히 다져준 것은 나무였다. 드디어 나의 엄마를 찾았다.>(146)

 

화학 치료약인 타솔이 오래된 주목의 나무껍질에서 찾아낸 것이 되어서, 결국 나무가 저자의 목숨을 구해주었다는 말인데, ‘나무의 마법이 통하다라는 장의 마지막 말이며, 그 문단의 마지막 문장이다. 그런데, ‘드디어 나의 엄마를 찾았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게 비약인지, 아니면 비유인지, 그것도 아니라면 상징인지? 그 다음에 어떤 말도 이어지지 않고 끝이 나버렸으니, 그저 답답할 따름이었다.

 

그런데 다음 장들을 읽어 내려가다가, 그것이 무언가 암시를 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저자가 그 말을 문장의 말미에 해 놓은 것이 무의미한 말이 아니라, 무언가 암시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것이 무엇일까?

 

바로 그렇게 생각한 순간, 아까 말한 바처럼 저자가 나무 존재에 대한 깨달음 장면이 떠올랐다, 나무? 나무!

그래서 다시 돌아가 저자가 나무에 대한 새로운 깨달음을 얻은 그 기록(118~124)을 되짚어 보았다. 그제서야 그 말 - 드디어 나의 엄마를 찾았다 - 이 나무와의 연결을 확인하고, 더 나아가 엄마와의 연결을 의미하는 줄 알게 되었다. 나무를 통해서 얻은 깨달음이 결국은 엄마와의 화해를 이룰 수 있게 되었기에, 저자는 그것을 드디어 나의 엄마를 찾았다라고 한 것이다.

 

저자는 그 문장의 끝을 마침표(.)로 끝냈지만, 더 깊은 마음속으로는 느낌표(!)로 부르짖지 않았을까?

 

이책은 그래서 감동적이다. 단순히 투병의 결과 암을 극복해서 감동적이 아니라, 그런 과정에서 몸이 이 세계와 연결되어 있음을, 또한 주변의 사람들과 연결되어 있음을 깨닫는 구도의 과정임을 알게 되어, 감동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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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하기 전에는 몰랐던 것들 - 함께 일하고 싶은 든든한 일원으로 만들어 주는 조언들
찰스 머레이 지음, 박인균 옮김 / 을유문화사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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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실천적 지혜를 바탕으로 한 진지한 조언

 

이 책은 찰스 머레이가 직장생활을 하는 후배들에게 지금의 모든 문제점을 고쳐 줄 수 있기를바라는 마음으로 저술한 것이다. 그 목적이 달성되지 못하면, 즉 고칠 수 없다면 적어도 고치는 데 도움은 됐으면 하는 마음으로 쓴 것이다. (13)

모든 문제점을 포함하고 있기에, 이 책이 언급하고 있는 내용은 다양한데, 글쓰기에 대한 조언도 있고 더 나아가서는 삶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성찰도 포함되어 있다. 그렇게 저자는 다양한 분야별로 알맞은 조언을 갈무리 해 놓고 있다.

 

1. 이 책을 끌고 가는 바탕, ‘실천적 지혜

 

이 책은 언뜻 보면 그러한 조언의 집합으로 보이나, 더 중요한 것은 그러한 조언을 하게 되는 바탕에 무엇이 있는가 하는 점이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바로 그러한 바탕에 저자가 말하는 실천적 지혜가 깔려 있다고 보았다.

 

실천적 지혜란 무엇인가?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한 두 가지 지혜중의 하나인데, 그 하나는 현실을 파악하고 조각들을 맞추는데 쓰는 지혜이다.(146) 쉽게 말해, 과학의 밑바탕이 되는 지혜를 말한다. 두가지 지혜중 나머지 하나가 바로 실천적 지혜이다. 저자는 실천적 지식을 행동이 가져오는 결과를 바르게 평가할 수 있는 능력이라 정의한다. 실천적 지혜는 과학적 지식보다 얻기가 더 힘들다. 현실을 공부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146) 실천적 지혜의 핵심은 지식이 아닌 인생의 경험을 얻는 것이다.(118)

 

이 책의 저자는 이 책을 통하여 바로 그러한 인생의 경험을 후배들에게 들려주고 있다.

그런데 그 내용이 아주 기본적인 데에서 시작하기 때문에 이 책을 읽고서 실천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글의 내용이 공허하지 않고, 직장 생활을 몸으로 겪어본 사람의 진지한 경험에서 우러나온 것이기 때문에 매우 실천적이다.

 

2. 왜 인생 경험이 중요한가?

 

인생경험이 왜 중요한가에 대하여 저자는 다음과 같이 변증하고 있다.

 

사회과학자들은 비록 인생경험이 중요한 것이 아님을 증명해왔다. 예컨대 스포츠, 체스, 순수 수학 등에서 최고의 업적을 달성한 사람들은 모두 이십대이거나 삼십대 초반이었다. 그러나 저자는 그것을 인정하면서 다음과 같이 덧붙인다.

 

하지만 이런 분야에서도 인생 경험은 창작에 깊이를 더할 수 있다. 예술가와 작곡가가 훌륭한 작품을 탄생시킨 평균 나이는 마흔인데, 이는 위대한 작품의 절반이 마흔 이후에 탄생했다는 뜻이다. 문학의 경우 위대한 작가에게는 인생 경험이라는 연장이 중요하므로 결과적으로 위대한 문학작품이 탄생하는 평균 나이는 작가가 쉰 살에 이르렀을 때쯤이다.”(119쪽)

 

그렇기 때문에 인생의 경험이 주축이 되는 실천적 지혜는 일시적이거나, 미봉책을 추구하기보다는 조금 더 긴 안목으로 인생을 성찰할 수 있게 되어, 결과적으로 이런 조언을 하는데 유용한 자산이 되는 것이다.

 

3. 다양한 조언들

 

그러한 실천적 지혜를 바탕으로 직장이라는 문을 열고 들어가고 싶은 후배, 또는 신입 사원이라는 이름으로 열심히 배우고 있지만 아직 모든 것이 어설프기 만한 후배, 그리고 직장 생활 수 년 차지만 아직도 상사의 마음을 알지 못해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후배들에게 찰스 머레이는 말은 해 주고 싶지만 깐깐한 노인네처럼 보이기 싫어 속으로만 담고 있던 이야기들을 들려준다. 이제 그러한 조언 중에서 몇 가지만 살펴보자.

 

<좋은 사람들이 운영하는 목적있는 조직에서 일하고 있다면 한 가지는 확신할 수 있다. 바로 당신이 능력이 있다면 분명 눈에 띄리라는 것이다.>(53)

 

글쓰기에 대하여; <글을 잘 쓴다고 승진의 사다리를 오르는데 반드시 도움이 되는 것은 아니지만 글을 못 쓰면 사다리를 오르는데 걸림돌이 된다.>(69)

 

<서투른 표현을 잡아낼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은 소리 내서 또는 머릿속으로 소리 내어 글을 읽어보는 것이다. 그러면 어색한 어구나 투박한 표현이 쉽게 드러난다. 매끄럽게 읽히지 않기 때문이다.>(75)

 

<비판할 줄 아는 능력은 호모 사피엔스와 다른 종의 가장 큰 차이점이다.>(134)

 

<당신은 관대한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싶을 것이다. (그러면) 항상 반올림을 해서 그러한 자기 모습에서 오는 즐거움을 지켜라. 셋이서 함께 밥을 먹으러 갔는데 식비가 10만원이 나왔을 때 3으로 나눠서 33,333 원을 내지는 마라. 35,000원을 내라.> (150 

 

4. 끝으로, 한 걸음 더

 

이 책의 마지막 항목은 행복의 추구에 대하여이다. 저자는 아리스토텔레스의 <니코마코스 윤리학>을 인용하고 있는데, 그는 먼저 그 책에 대하여 이렇게 평가한다. 이 고전에서 나오는 행복에 대한 논의는 완벽하고 설득력이 있다.” (153)

 

그래서 이 책을 읽은 김에 한 걸음 더 나가보면 어떨까? 저자가 완벽하고 설득력이 있다고 평가한 바로 그 책, <니코마코스 윤리학>을 한번쯤 읽어보는 것 말이다. 그렇게 하는 것이 이 책의 저자가 의도하는 바, 독자들이 실천적 지혜를 더 굳건하게 다지도록 하는 일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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