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의 이야기들
발터 벤야민 지음, 파울 클레 그림, 김정아 옮김 / 엘리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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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의 이야기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이 책은 발터 벤야민의 여러 가지 글들을 모아 놓은 글모음집이다.

발터 벤야민은 말 그대로 다양한 글을 썼는데 이 책에는 이런 분야의 글들이 실려있다.

 

크게 분류하면 다음과 같다.

1: 꿈과 몽상

2: 여행

3: 놀이와 교육론

 

이렇게 읽어보자.

 

일단 읽기 시작한다.

일단 읽기 시작한다는 말은 이 책의 303쪽 이하에 있는 <편집자 해제>를 읽지 않고 본문의 글을 읽는다는 말이다. 그러니까 이 책에 대한, 발터 벤야민에 대한 아무런 사전 정보 없이 읽어보는 것이다.

 

몇 개 글꼭지를 읽다보면, 이런 생각이 들 것이다.

이게 뭐지? 이게 소설이야, 뭐야, 글의 내용이 영.....

그런 생각이 들어도 계속 읽어보자. 어디까지?

 

<1: 꿈과 몽상> 편을 다 읽을 때까지 그저 읽어대는 것이다.

그렇게 읽은 다음에 이제 목차로 돌아가서, 1부 글의 성격을 파악해보는 것이다.

꿈과 몽상? , 그래서 글들이 그랬구나........

 

그리고 다시 2부로 넘어가자. <2: 여행>이다.

2부에서는 조금씩 글의 갈피가 잡히기 시작한다. 글의 앞 뒤가 조금씩 이해되면서, 여행에 관련된 글이구나, 하는 실체가 잡히기 시작한다.

그래도, 글이 마무리 되지 못한 듯한 부분이 많아, 그저 감만 잡을뿐, 여행의 진정한 맛을 아직 느끼지 못한다. 아직은 발터 벤야민의 글이 낯설다.

 

조금더 참고 읽어가자.

이제 조금씩 보인다, 글이, 안개속을 헤매던 글들이 이제 희미하게나마 보이기 시작한다.

 

22번 글 <세이렌>이다.

세이렌은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뱃사람들을 유혹하는 괴물들이다.

세이렌이목이니 당연히 뱃사람들이 등장하고, 뱃사람들을 유혹하는 설정일 것이라 생각했는데..... 

글 안에 뱃사람은 등장한다. 스페인의 세비야 항이다.

배도 등장한다. 베스터발트 호(), 그 배의 선장은 G.

그 배에 탄 승객은 한 사람 클라우스 신징어,

G 선장과 승객 클라우스 신징어는 식당에 단 둘이 마주 앉아 이야기를 나눈다.

식당의 위치는?

배안, 배 밖? 127쪽 글을 자세히 살펴보면, 배 밖 세비야의 어느 곳으로 추정된다.

그렇게 이야기가 진행되다가, 갑자기 글은 끝이 난다. 신징어가 이야기를 계속하는 중에 글이 끝이 나는 것이다. (129)

 

그런데 정작 세이렌에 대한 언급은 81쪽에 미리 나오고 있었다는 것을 기억하고 다시 앞으로 돌아가 읽어보았다.

 

예전에 세이렌들이 오디세우스 앞에 나타났을 때도 이렇게 바다의 파도에 올라탄 모습이었다. 그 때 그 바다는 그리스인들에게 낯선 바다였을 테고, (............) (81)


왜 글이 이럴까?

그런 를 알아보기 위해, 별 수 없이 <편집자 해제>를 읽을 수밖에 없다.

그랬더니, ‘에 대한 의문이 풀린다.

 

<편집자 해제>를 읽어보자.

 

한 선장이 한 승객에게 썰을 풀고, 한 친구가 다른 친구에게 자기가 겪은 신기한 일을 들려주고, 한 남자가 다른 남자에게 자기 지인 이야기를 전하면, 이야기를 전해들은 사람이 전해들은 이야기를 우리에게 전해준다. (308)

 

이게 바로 발터 벤야민의 이야기 방식이다.

 

그렇다면 벤야민이 시도하고 있는 것이 변화된 조건들 아래에서 스토리텔링의 구술성을 재활성화하는 것이라고 해도 될까? (308)

 

이런 종류의 글에서 벤야민은 내용에 초점을 맞추면서 형식을 놀라운 방향으로 (형식이 스스로 허물어질 수도 있을 지점까지) 밀어붙인다. (308)

 

그런 글을 지향하고 있는 벤야민의 글, 정수를 이 책에서 맛보게 된다.

그렇게 글의 성격을 확실히 하고 읽으니,

 

이제야 이런 재미가 보이기 시작한다.

 

묵은해를 돌아보는 여행이 시작됩니다. 열두 장의 장면이 지나가고, 각 장면에 짧은 설명이 쓰여있고 (........) 해설을 덧붙이고 있습니다. 이런 장면들입니다.


그때 저 길로 가고 싶었는데

그때 저 편지를 보내고 싶었는데

그때 저 사람을 구해주고 싶었는데

(........)

그때 저 여자를 따라가고 싶었는데

(.......) (43-44)

 

내가 그때 처음으로 경험한 그리움, 아예 그리움의 대상 안으로 들어가 있던 나를 엄습했던 그 그리움은, 대상으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다는 데서 비롯되어 대상을 그리는 것으로 마무리되는 그리움이 아니었다. 그것은 복된 그리움이었다. (51)

 

고대 로마의 알렉산드리아에서 공연되었던 희가극 한 편이 이렇게 베를린이라는 비밀 무대에서 공연된다. 고대 그리스 연극에서는 시간과 장소를 일치시켜야 한다는 법칙을 물려받았고 (사랑을 둘러싼 소동이 스물 네 시간 내에 얽히고 풀린다.) (157)

 

고대 그리스 연극에서는 시간과 장소를 일치시켜야 한다는 법칙, 이것은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에서 보았던 것인데, 이렇게 만나게 되니 재미있다.

 

또 이런 글은 어떤가?

 

여행 중 독서와 기차 탑승의 관계는 기다림과 기차역의 관계 못지않게 밀접하다. (165)

 

이런 내용이 들어있는 <서평: 범죄소설을 여행 중>(161-166)은 이 책에서 빼놓지 말고 읽어야하는 글이다. 글의 장르가 서평이니, 이 정도는 되어야 서평이라 할 것인데.....

 

다시, 이 책은?

 

말이 길었다. 이 글의 요지인즉, 이 책을 읽을 때에는, 벤야민의 글에서 재미를 맛보려면, 먼저 이 책의 후반부에 실려있는 <편집자 해제><편집자의 말>을 읽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만, 언뜻 보면 글이 이상하다, 고 느껴지는 글들을 제대로 읽을 수 있다. 그러면 벤야민의 속내 깊은 글을 발견할 뿐만 아니라, 곳곳에 이런 유머도 숨겨 놓았다는 것을 알고, , 벤야민의 글, 읽을만하다고 확신하게 될 것이다.

예컨대 이런 부분, <숨기고 있던 이야기> (109~), <고독의 이야기들> (182~)

 

해서, 서평 속의 이런 말은 자기 자신의 책을 말하는 것이 아닐까?

 

그의 인물 묘사들은 종종 참으로 매력적이다. 이 책이 어떤 책인가와 상관없이 이 책을 읽을만한 책으로 만들어주는 것은 바로 그 묘사다. (102)

 

아참, 하나더, 파울 클레의 그림을 좋아하시는 독자라면 맘껏 파울 클레를 만날 수 있다는 점도 이 책의 큰 장점이라는 것, 밝혀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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셜록 홈스의 과학수사 - 홈스의 시선이 머무는 현장에는 과학이 따라온다
스튜어트 로스 지음, 박지웅 옮김 / 다온북스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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셜록 홈스의 과학수사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이 책은?

 

이 책 셜록 홈스의 과학수사<홈스의 시선이 머무는 현장에는 과학이 따라온다>는 부제가 말하는 것처럼 셜록 홈스의 과학수사 기법을 총망라, 정리해 놓고 있다.

 

이 책의 목적은?

 

저자는 이 책의 목적을 다음과 같이 밝혀놓고 있다. (11-13)

 

셜로키언 관련 자료를 하나로 묶어 역사적 맥락에서 살펴본다.

세부적인 사항으로

홈스가 활동한 시기의 과학과 기술의 발전을 알아본다.

홈스를 창조한 작가 아서 코난 도일에 대해 살펴본다.

홈스가 왜 과학 탐정이라 불리는지 살펴본다.

홈스가 해결한 60개의 사건을 살펴본다.

 

이 책의 내용은?

 

셜록 홈스가 가진 무기가 무엇이었던가?

피스톨? 돋보기, 그리고 또?

그러한 것은 홈스에게 빙산의 일각일 뿐이다. 홈스에게 무기는 바로 과학 그 자체였다.

 

이 책은 바로 그 과학, 홈스가 애용한 과학을 살펴보고 있는 것이다.

무엇 무엇이 있을까?

이 책에서 대상으로 삼고 있는 과학의 도구는 참으로 다양하다.

지문, 광학, 통신수단, 이동수단, 무기. 의학 등이란 큰 카테고리 아래 다시 소항목으로 들어가면 일일이 열거하기도 어려울 정도다.

 

그래서 이 책은 일단 셜로키언들에게 홈스의 무기를 전시해 놓은 기념관 쯤으로 생각해도 무방할 듯하다.

 

그런데 재미있는 게 하나 있다.

왓슨의 관찰에 의하면, 홈스는 천문학에 관한 지식이 전무하다. (76)

 

그런 정황이 주홍색 연구둘째 장에 등장한다.

 

우연히 홈스가 코페르니쿠스의 지동설과 태양계의 구성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른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나의 놀라움은 정점을 찍었다. 19세기를 사는 문명인이 지구가 태양 주위를 공전하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다니! (진홍색 연구, 문예춘추사, 23문예춘추사에서는 진홍색 연구라고 제목을 번역했다. )

 

그렇게 천문학 관련 지식이 전무한 홈스의 과학을 다루는 이 책에서, 저자는 본격적으로 이야기를 시작하면서 다음과 같이 천문 과학을 찬양하는 글로 시작한다.

 

19세기 과학은 지구를 이해하는 새로운 시각을 제시했으며 우주에서 인간이 차지하는 위치를 영원히 바꾸어놓았다. 르네상스 시대에 등장한 지동설이 사실임을 증명하고 해왕성의 존재를 예측했다(공식적인 관찰은 1846). 또한 소행성을 발견하고 목록을 만들어 기록했다. 더 놀라운 점은, 태양 역시 평범한 하나의 별이며 지구와 같은 성분으로 구성되었을 뿐 아니라, 우주가 측정할 수 없을 만큼 크다는 사실을 밝혔다는 데 있다. (18)

 

여기서 특기할 사항은 과학이 해왕성의 존재를 예측했다라는 말이다. 게다가 공식적인 관찰은 1846년이라고 하는데, 코난 도일은 주홍색 연구1887년에 발표했으니, 아마 코난 도일이 이런 천문학의 발전에 무심했거나, 아니면 홈스가 무언가는 잘 모르는 것으로 설정하여 인간적인 면모를 돋보이게 하려는 고도의 전략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왜냐면 셜록 홈스는 과학을 추구한다고 해서, 냉철한 이미지로 일관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그가 장미꽃에 대하여 바치는 찬사를 들어보자.

 

명탐정 셜록 홈스, 때로는 꽃을 보고 감상에 젖는다.

해군 조약에서 그가 말하는 장미 찬가를 들어보자. (23)

이 세상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장미를 노래했지만, 그중 가장 아름다운 노래가 아닌가 싶다.

 

홈스는 소파 곁을 지나 열린 창문쪽으로 가서 붉은 색과 녹색으로 물들어 있는 아름다운 정원을 바라보며 작은 장미가 드리워진 줄기를 손에 쥐었다. 홈스에게 그런 성격이 있는 줄을 몰랐다. (중략)

나는 꽃이야말로 신의 은혜를 가장 잘 드러내는 징표라고 생각합니다.

다른 모든 것, 예를 들어서 우리의 힘, 욕망, 먹을 것 등은 생존을 위해서 꼭 필요하지만 장미는 그렇지 않습니다.

그 향기나 색은 생명의 장식이기는 해도 필요조건은 아니지요.

그러한 것을 내려 주셨다는 것이 곧 신의 은혜이며,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꽃을 보고 큰 희망을 얻을 수 있습니다.” (셜록 홈즈 전집(4), 문예춘추사, 306)

 

홈스의 말이다.

장미가 신의 은혜를 가장 잘 드러내는 징표요, 그래서 장미를 보고 희망을 얻을 수 있다는 그의 생각은 냉철 쪽이라기 보다는 부드러운 낭만에 가깝지 아니한가?

 

또한 저자는 그렇기 때문에 리는 꽃을 보고 큰 희망을 얻을 수 있습니다라는 발언 속에서 홈스가 자연의 아름다움이 신의 존재를 반영한다고 생각하는 듯하다,는 결론을 도출하고 있다. (23)

 

이렇게 이 책은 홈스의 무기인 과학을 다각도로 살펴보면서, 홈스의 인간적인 면모도 결코 몰라라 하지 않는다. 그래서 제목은 과학수사라 하지만 홈스의 치명적인 모든 무기가 들어있는 것이다.

 

이 책의 또 다른 장점

 

그가 출연하는 작품을 낱낱이 살펴보면서, 그가 사용하는 과학 도구들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쓰였나를 보여준다는 점이다.

 

코난 도일은 셜록 홈스를 주인공으로 내세워 장편 4, 단편 56, 그렇게 해서 모두 60편을 남겼는데, 이 책은 거의 모든 작품을 분석의 대상으로 삼았다. 해서 각종 과학 도구들이 어떤 작품에서 어떻게 쓰였나를 정리할 수 있다는 점, 셜로키언들에게는 즐거운 일이 될 것이다.

 

홈스와 음악

 

이 책을 읽는 중에 뜻밖에 홈스가 음악을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무엇보다도 그가 바이올린 실력이 뛰어나다는 사실이다. (77)

 

해서 이 사실이 적혀있는 주홍색 연구를 찾아보았다.

 

바이올린 연주 실력 : 수준급

 

다윈이 음악에 대하여 뭐라고 했는지 아는가? 그의 주장에 따르면 인간은 언어를 사용하기 훨씬 전부터 음악을 만들고 즐겼다고 하더군. 그래서 우리가 음악을 듣고 깊은 감동을 받는 것이 아닐까? 우리 마음 속에 아득한 옛날의 기억이 희미하게 남아 있는 거겠지.

(진홍색 연구, 문예춘추사, 63)

 

이 부분, 다윈이 말했다는 내용에 대해서는 이 책에서 그 출처를 밝혀놓고 있다.

다윈이 1871년에 발표한 인간의 유래라는 책이다. (23)

 

홈스는 바이올린 연주에 능하다. 이 점을 생각하면 주홍색 연구에서 했던 다윈과 음악 이야기는 상당히 흥미롭다. 다윈이 1871년에 내놓은 인간의 유래(The Descent of Man)는 탐정 업무와 별 관련이 없는 책이다. 그러나, 홈스가 알고 있었다는 사실로 보아 과학 연구의 최신 동향에 관심이 있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23)

.

다시, 이 책은?

 

셜록 홈스는 왓슨에게 고백한다. 머리를 쥐어짜야 할 게 필요하다고, 고백한다.

 

어쩐지 가슴이 답답해서 견딜 수 없네. 내게 문제를, 일을 주게나. 머리를 쥐어짜야 할 복잡한 문제나 어려운 암호라도 가져다 준다면 평소의 나로 돌아갈 수 있을걸세. (........) 이렇게 아무 변화도 없는 나날을 보내면 따분해서 견딜 수가 없다네. 나는 가슴이 두근거리는 일을 하고 싶어서 이런 특수한 직업을 선택한 거지. 아니 선택했다기보다는 만들어냈다고 해야겠군.

(네 개의 서명, 문예춘추사. 11)

 

따라서 셜록 홈스를 읽는다는 것은 가슴이 두근거리는 일이다. 해서 셜록 홈스의 무기를 종합 정리해 놓은 이 책을 읽는 것은, 이제 그렇게 가슴이 두근거릴 준비를 마쳤다는 것을 강하게 암시한다. 셜록 홈스에게 다시 한번 빠질 기회를 주고 있는 책, 이제 다시 홈스를 읽을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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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의 영화 레시피 - 10대의 고민, 영화가 답하다 특서 청소년 인문교양 19
김미나 지음 / 특별한서재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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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의 영화 레시피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일단 이 책은 특이하다.

단순하게 영화를 소개하는 것이 아니라, 주인공인 준희가 맞닥뜨리는 문제들을 마녀라 불리는 편의점 언니가 들어주고, 거기에 맞춤하여 영화를 소개하는 것이다

그러니까 영화 속 이야기를 통해서 준희의 문제를 풀어가는 것인데, 그래서 영화는 그러한 문제를 해답과 같이 담고 있는 훌륭한 매체가 되는 것이다.

 

이 책에 들어있는 영화는 모두 25, 그 내역은 다음과 같다.

그 영화가 어떤 때 소용이 되는가를 기준으로 분류해보자.

 

자신감을 키우고 싶을 때 : 알라딘, 아이 필 프리티, 위대한 쇼맨, 원더

용기가 필요할 때 : 빌리 엘리어트, 헬프, 옥토버 스카이, 주토피아

깨달음이 필요할 때 : 히든 피겨스, 아이 캔 스피크, 조커, 모던 타임즈

친구 관계가 고민될 때 : 우아한 거짓말, 우리들, 포레스트 검프, 플립

위로가 필요할 때 : 인사이드 아웃, 월플라워, 굿 윌 헌팅, 겨울왕국

미래와 직업이 고민될 때 : 변호인, 파이널리스트, 그래비티, 스포트라이트, 아이, 로봇

 

영화, 이런 것을 다시 본다.

 

25편 중에 본 영화도, 또한 아직 보지 못한 영화도 있는데

신기한 것이 본 영화에서도 이 책에서 소개하는 장면을 읽으니, 보지 못한 듯하다는 점이다

그러니까 같은 영화를 보고도 나는 그냥 지나쳐서 못본 장면들이 있다는 것이다. 이 책을 통하여 그런 장면들을 다시 만난다.

그런 장면들이 더욱 깊은 의미를 가지고 있는 장면인 것을 이제야 깨닫게 된다.

 

<빌리 엘리어트>에서

 

아빠와 런던으로 가는 빌리, 아빠에게 묻는다.

전에 런던에 가본 적이 있느냐고 묻자, 아빠는

아니. 런던에는 탄광이 없잖니......” (74)

 

아버지는 평생을 탄광촌에서 태어나 평생 그곳을 벗어난 적이 없다. 그가 아는 세상이라고는 탄광이 전부였다. 런던은 거기 탄광이 없으니 갈 리가 없는 것!

이런 대사가 뼈를 때리는 기분이 드는 것은 웬일일까.

 

<조커>에서

 

<모던 타임즈>의 한 장면이 등장한다. 바로 찰리 채플린이 백화점에서 스케이트를 타고 있는 장면이다. (123)

 

특히 이 장면이 압권인 것은, <조커>에서 노동자들이 거리에 몰려나와 시위를 하느라 건물들이 불타고 거리는 아비규환인데, 부자들은 영화관에서 그 영화를 보고 있다는 것이다.

참으로 아이러니한 장면이 아닐 수 없다.

 

<변호인>에서

 

국밥집 아들. 진우의 말이다.

바위는 아무리 강해도 죽은 거고, 계란은 아무리 약해도 살아있는 거다. 바위는 부서져서 모래가 되고 계란은 바위를 넘는다.” (195)

 

진우가 이 말을 하는 장면을 영화에서 보았는데, 그 발언을 이렇게 직접 워드로 치면서 음미해보니, 더더욱 의미가 있는 발언이 아닐 수 없다. 명언이다.

 

<파이널리스트>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최종 라운드에 오른 12명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 <파이널리스트>에서

특히 이 사람의 말이 다시 떠오른다. 그 당시 영화를 보면서는 귀에 들어오지 않았던 말이다.

 

그 중의 한명인 케네디 렌쇼

전 콩쿠르가 경쟁이라기보다 끊임없는 콘서트의 향연이라고 생각해요. 그렇게 생각하는 편이 훨씬 나아요.” (201)

 

밑줄 긋고 새겨볼 말들

 

이런 말 아주 신선하다. 저자의 글솜씨에 경탄하지 않을 수 없다.

거기에 배어있는 통찰을 특히 새겨놓고 싶다.

영화에서 나온 말, 말고 저자의 발언도 새겨볼 말이 많다는 점, 분명히 해둔다.

 

시간 죽이려고 보는 거 아냐. 그런 건 시간을 아무렇게나 죽여도 될만큼 남아도는 사람들이나 하는 거지. (20)

 

얼굴은 우리가 나아갈 곳을 보여주는 지도야. 그리고 얼굴은 우리가 지나온 곳을 보여주는 지도란다. (54)

 

친절이란?
국어대사전에 의하면, 대하는 태도가 매우 정겹고 고분고분함. 또는 그런 태도. (57)

 

영화 <원더>에서

위대함은 강함에 있지 않고 그 힘을 바르게 쓰는 데 있다. (58)

 

큰 용기가 필요한 순간에 큰 용기가 단번에 솟아나는 게 아니란 말이야. 아주 사소한 일에서 작은 용기를 내는 것에서부터 차근차근 시작해야 하는 거야. (67)

 

한 번의 용기가 마법처럼 모든 걸 해결해 주지는 않아. 현실은 훨씬 더 많은 시련과 그것을 감당할 용기를 끝도 없이 요구하지. 용기는 두려움이 없는 게 아니라 두려움을 넘는 거야. (77)

 

생각이라는 게 한번 굳어지면 좀처럼 깨기가 힘들어. (104)


영화 <풀립>에서

풍경 전체를 봐야지. 그림은 그저 풍경을 모아 놓은 게 아니야. (150)

 

영화 <겨울왕국>에서

사랑이란, 다른 사람이 원하는 걸 네가 원하는 것보다 우선순위에 놓는 거야. (184)

 

다시, 이 책은? - 영화의 새로운 쓸모

 

이 책에서 마녀 언니의 입을 빌려 저자는 영화의 새로운 쓸모를 확실히 알려주고 있다.

영화는 단순한 오락거리가 아니라는 것이다.

 

언니가 영화에 대하여 설명을 해줘서 그런지는 몰라도 줄거리 이외의 것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하고 많은 생각을 하게 됐어요. 영화라는 게 참으로 많은 것을 담고 있다는 걸 깨닫게 됐죠. (226)

 

영화라는 게 참으로 많은 것을 담고 있다는 것을 깨달은 사람은 단지 준희뿐만 아니라, 이 책을 읽는 많은 독자들도 그럴 것이다. 나또한 마찬가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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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하철도의 밤 (일본어 + 한국어) 손끝으로 채우는 일본어 필사 시리즈 1
미야자와 겐지 지음, 오다윤 옮김 / 세나북스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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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하철도의 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맨처음 수업하는 장면이 소개된다.

선생님은 칠판에 걸린 검은 성좌도에서 은하 띠 같은 부분을 가리키며 아이들에게 묻는다.

강이라고도 하고, 젖이 흐른 자국이라고도 하는 이 희뿌연 것이 실제로는 무엇인지?

거기에 조반니는 대답하지 못한다.

 

그렇게 시작되는 이 소설, 그래서 그런지 은하 여행이 이루어진다.

소설의 제목은 은하철도의 밤.

 

일본인 미야자와 겐지가 쓴 것으로, 이 책에는 그의 시 한편이 또한 실려있다.

시는 <비에도 지지 않고>

소설은 <은하철도의 밤>

 

<은하철도 999>의 원작이 되는 작품

 

우리에게 <은하철도 999>로 잘 알려진 애니메이션의 원작이 되는 소설이다.


이 책 소개에 의하면, 만화가 마츠모토 레이지는 은하철도의 밤에서 모티브를 가져와 만화 은하철도 999를 탄생시켰고 일본 애니메이션의 거장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은 가장 존경하는 작가로 미야자와 겐지를 꼽았다.

 

등장인물은 매우 단출하다.

 

조반니

조반니의 부모 (아빠는 아마 감옥에 있는 듯하고, 집에는 몸이 아픈 엄마 혼자 있다.)

조반니가 살고 있는 마을 주민들

그리고 조반니의 학교 친구들, 이중에서도 캄파넬라.

 

일본인 작가가 쓴 것인데도 주인공 이름이 일본식이 아니라 서양식이다.

 

, 은하철도를 타고 떠나자

 

조반니는 엄마를 위해 우유를 가지러 갔다가 은하철도를 타게 된다.

마침 그날 저녁에 마을에서는 은하 축제가 열린다. (29, 43)

 

엄마와의 대화

, 오늘 밤이 은하 축제구나.”

, 나 우유 받아오면서 보고 오려고.”

그래, 다녀와라. 강에는 들어가지 말고.”

, 강가에서 보기만 할거야. 한 시간 안에 올게.” (43)

 

길을 나선 조반니의 눈에 길가에 세워진 별자리 조견판이 보인다.

그 안에는 모든 별자리 그림이 걸려있는데, 조반니는 그걸 보며 이런 생각을 한다.

 

정말 하늘에는 저런 전갈이나 용사가 가득한 것일까? ! 저 별들 사이를 끝없이 걸어봤으면’ (53)

 

그런 생각이 주효했을까, 조반니는 드디어 은하여행을 하게 된다.


마을 언덕 꼭대기에 있는 천기륜 기둥 아래에서 마을을 내려다보고 있었는데, 멀리서 기차 소리가 들려왔다. (69)

 

그리고 은하 정거장

정신을 차려보니 아까부터 덜컹덜컹덜컹 조반니가 탄 작은 열차가 쉼없이 달리고 있었다.

 

드디어 은하철도 여행이 시작된 것이다.

 

열차 안에는 친구 캄파넬라도 있었다.

 

백조 역

북십자성

북십자성은 백조자리에 있는 십자형을 이루는 다섯 개의 별. (89)


백조 역에서 조반니와 친구 캄파넬라는 내린다.

거기에서 둘은 신비로운 은하의 물도 보고, 또 거기에서 자라는 호두도 줍는다.

그리고 거기에서 화석을 캐내는 대학자도 만난다.


그리고 다시 열차에 타고 여행을 계속한다.

또 만나는 사람은 이제 새잡이다. 새를 잡아 파는 새장수이기도 하다.

 

그런데 그때 차장이 등장하여 이들의 승차권을 검사하는데

조반니가 내민 차표를 본 차장은 문제없다고 하면서 지나간다,

그 표를 본 새장수가 뜻밖의 말을 한다, 그 차표는 천국까지도 갈 수 있는, 어디든지 갈 수 있는 표라고 한다.

 

그 다음에는 독수리 정거장인데

거기에서는 청년 한 명과 어린 남녀 이렇게 세 명이 등장한다.

 

이런 여행을 계속하다가 문득 눈을 떠보니, 조반니는 자기가 언덕 위 풀밭에 지쳐 잠들어있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242)

 

꿈속에서 은하 여행을 한 것이다,


이런 음악 들으면서, 은하 여행을.

 

이 소설 속에는 여러 음악이 등장하는데, 다른 곡은 구체적인 설명이 없지만 유일하게 <신세계 교향곡>은 소개를 하고 있다.

 

시계추 소리 사이로 멀고 먼 들판 저 끝에서 싵날처럼 희미한 멜로디가 흘러나왔습니다.

신세계 교향곡이다,”(199)

 

<신세계 교향곡> 선율은 지평선 끝에서 점점 더 뚜렷이 들려오고 있었다. (203)

 

은하 여행을 진짜 하면서 이 곡을 들으면 어떨까?

은하 세계는 신세계가 분명하니, <신세계교향곡>과 은하는 잘 어울릴 것도 같다.

 

다시, 이 책은?

 

나무위키에는 이 소설 <은하철도의 밤>에 관하여 이런 설명이 붙어있다.

<은하철도 999>와 관련해서다.

 

<(은하철도 999) 일본 최초의 SF 작가라고 할 수 있는 미야자와 겐지(1896~1933)의 동화 "은하철도의 밤"이 만화의 원작이라고 한다. 내용상으로는 만화와 동화가 상당히 다르지만, 원작에 나오는 "우주를 횡단하는 증기기관차"라는 낭만적인 소재에서 모티브를 얻어 만화가 탄생했다. 한국에선 오히려 은하철도의 밤보다 은하철도 999가 더 유명해서 둘을 혼동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니 이 책으로 <은하철도 999>와의 차이도 확실히 알게 되니, <은하철도 999>의 모티브가 되는 원작을 오히려 잘 알아둔다는 마음으로 읽으면 좋을 것이다.

일본 최초의 SF 작가가 쓴 SF 소설, 독자들은 주인공 조반니처럼 이 소설을 읽다가 분명 은하 철도를 타고 은하를 여행하는 꿈을 꾸게 될 것이다.

 

또한 일본어를 공부하는 독자가 이 책을 읽는다면 일본어로 은하 여행을 하는 꿈을 꿀지도 모르겠다. 이 책은 일본어와 한글 번역본이 같이 실려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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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의 공중 호텔 텔레포터
정화영 지음 / 북멘토(도서출판)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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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의 공중 호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독자로서 이 소설의 내용을 알기 위해서는 몇 가지 도구들의 명칭과 쓰임새를 알아두어야 한다

이 소설 SF 형식을 띠고 있으니 그것 역시 감안하고 읽어야 한다.

현실에서는 일어날 수 없는 일이 일어나는 게 SF의 세계이니까.

 

예를 들면, ,.... ! 여기서 그걸 말하면 스포일러가 될 것이니 말하지 못한다.

어찌보면 그것이 이 소설에서 반전을 이끌어내는 방법이 되니까, 더욱 그렇다.

 

일단 등장인물을 살펴보자.

 

(차석준)

엄마, 아빠 (차은한)

예지 (예빈)

형사 (54)

미스터 한

 

사건의 무대는?

 

이 소설의 제목처럼 무대는 공중 호텔이다. 그러니까 비행기 안인 것이다.

하늘의 공중 호텔, 거기에서 일이 벌어진다.

 

이 소설의 주인공 나(석준)는 공중 호텔 스카이 크루즈로부터 초대를 받아, 올라가게 된다.

거기에서는 어떤 일이 기다리고 있을까?

 

기억에 관련된 일이다. 인생을 바꿀 기억 여행.

 

과연 석준에게 어떤 일이 있었기에 이런 초대장을 받게 되었을까?

일단 소설의 앞부분에 석준의 사연이 소개되고 있다.

 

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시고, 엄마와 함께 살고 있었는데 그만 엄마도 사라졌다는 것이다.

그게 석준이 스카이 크루즈 측에 보낸 <이야기>에 들어있는 사연이다.

그래서 석준의 기억에는 온통 좋지 않은 것뿐이다.

 

석준은 <이야기>의 끝을 이렇게 마무리한다.

 

저에겐 행복한 기억 하나가 간절합니다. 여러 개도 필요없어요. 딱 하나면 돼요. 떠난 엄마를 이해할 수 있는 기억 하나만 있다면 적어도 지금보다는 나아질 것 같아요. (12)

 

그런 소원을 가지고 드디어 스카이 크루즈에 올라갔는데....

과연 그 아이 석준에게 어떤 일이 생길까?

 

이 소설의 주제는?

 

그래서 다음 두 문장이 이 소설의 주제가 된다.

 

행복했던 기억이 단 하나만 있었으면 좋겠어. 그럼 지금보단 낫겠지. (9)


기억이 사라진다면 그게 사람의 인생일까. (98)

 

독자들이 응원하게 된다.

 

소설 앞부분에서 석준의 처지가 참으로 딱했다.

아버지는 죽고, 어머니마저 사라져버린 그 아이는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물론 소설이니까 먹고 사는 문제는 고려의 대상이 아니겠지만, 혼자서 슬픈 기억만 간직한 채 살아가기가 얼마나 어려울까?

 

그래서 처음 그아이에게 스카이 크루즈에서 초대장이 왔을 때, 그게 그 아이의 인생에 어떤 전기가 되어, 그 아이의 상처를 달래주기를 바랐다.

그래서 이 소설은 초입부터 독자들의 감정이입에 성공한다.

 

그리고 소설을 읽는 내내 독자들은 석준을 응원하게 된다.

그 아이에게 좋은 기억 하나만이라도 좋으니, 갖게 해달라고.

그런 기억 갖게 되는 하늘 여행이 되게 해 주기를, 소원한다.

그러면 과연,,,,,,,?

 

다시, 이 책은?

 

그런데 소설이 진행되면서 만난 뜻밖의 문장이 있다. 이 말은 아주 석준에게 행운이 깃든 문장이라 생각된다.

 

어디로 가는지 알지 못했지만 어디론가 갈 수 있어 다행이었다. (91)

 

이 소설의 또다른 주인공 예지와 만날 때 저자가 남겨둔 말이다.

 

어디로 가는지 알지 못했지만 어디론가 갈 수 있어 다행이었다. 매번 막다른 길이라고 생각했던 곳에서 예지가 나를 새로운 장소로 안내해 주었다.(91)

 

이 소설에서, 줄거리를 이끌어간 아주 의미있는 말이지만, 설령 소설이 아니더라도 우리들 인생이 이런 안내자가 있으면 좋겠다.

 

이런 문장 하나만 발견한 것만으로도 이 소설은 의미와 가치가 있다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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