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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경영의 시간
(재)예술경영지원센터 엮음 / 시옷살롱 / 2024년 12월
평점 :
예술경영의 시간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예술경영의 시간』, 책 제목 중의 예술경영이란 어떤 의미일까?
예술을 경영한다?
일단 공연예술이란 말을 생각해보자.
예술 작품을 공연한다는 말이겠다. 그러면 공연을 펼치려면 공연을 할 작품과 그 작품을 펼쳐보일 장(場)이 마련되어야 한다. 해서 작품과 공연장(公演場)이 필요하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예술경영의 뜻이 나온다.
작품을 만들고, 그 작품을 펼칠 장을 마련하는데 경영이 필요한 것이다.
그것을 이 책은 이렇게 정의한다.
예술경영, 예산과 사람, 아이디어를 조율하고 결정하는 일. (차례, 앞선 페이지)
이 책에는 그런 예술경영을 담당하는 세 명의 예술경영인을 소개하고 있다.
송승환, 그는 공연예술의 신화를 연출한 제작자 겸 경영자.
구자홍, 삶에 보탬이 되는 예술을 위해, 연극의 산역사
박희정, 공연 예술의 대중화를 이끈 1세대 기획자.
이 세 분 중 송승환은 방송을 통해 얼굴을 알기에, 아는 인물이지만 나머지 두 분은 모르는 분들이다. 이 책으로 세 분이 어떤 일을 하고, 예술에 어떤 기여를 했는지 알게 된다.
더하여 공연예술이 어떤 과정을 통해 우리 앞에 오게 되는지도 알게 되었다.
먼저 이 책 맨 앞에 있는 연대기를 살펴보자. <예술경영의 시간 연대기>다.
이 연대기에 의하면, 1960년대로 예술경영의 시간은 거슬러 올라간다.
1960년대부터 최근인 2020년대까지.
그 세 분의 인생이 그 안에서 펼쳐진다.
이 책은 그런 세 분과 인터뷰를 하면서, 공연예술의 현황을 보여준다.
몇 가지 적어둔다. 공연예술에 대한 많은 지식과 통찰을 얻을 수 있었다.
송승환
뉴욕에 있으면서 연극에 대한 기본 틀이 깨졌다. (30쪽)
연극에서는 기본적으로 희곡이 있어야 하는데, 희곡 없는 공연들이 있다.
바로 넌버벌 퍼포먼스가 그것이다.
대한민국 최초의 넌버벌 공연이 그렇게 해서 생겨난다. 바로 <난타> 시리즈다.
동인제에 대하여 (32쪽)
극단 시스템 중 동인제가 있다.
그런 동인제 시스템에는 한계가 있다. 개인의 역할이 고정되는 것이다.
예를 들면, <춘향전>을 하면 그 극단에서 가장 예쁜 배우가 춘향역을 하고, 또 <로미오와 줄리엣>을 하는 경우도 그 배우가 줄리엣을 하게 된다. 그렇게 되니 작품 완성도가 떨어진다.
또한 연출도 극단의 대표가 항상 하게 되니 어느 작품을 한다고 해도 느낌이 비슷해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그런 것에서 탈피하고자, 프로듀서 시스템을 도입한다.
그리고 평창 동계 올림픽 개, 폐회식을 준비하는 과정에서의 얘기도 흥미진진하게 읽었다.
구자홍
극장에 전속단체가 창단된다. (79쪽)
서울시민회관이 재개관하면서 국립극장이 단독으로 사용하게 되며, 국립오페라단, 국립창극단, 국립무용단 등 전속단체가 창단된다.
여기에서 궁금증이 생긴다. 국립오페라단, 국립창극단, 국립무용단 등을 전속단체라 했는데, 그 세 개 단체는 어디의 전속이란 것인가? 국립극장, 아니면 서울시민회관?
그러한 것들이 궁금한데 여기에서는 설명이 없다. 내가 글을 잘 못 이해하고 있는지도?
이런 분, 널리 알려야 하지 않을까?
포천의 한 중학교 교장, 학생들이 졸업 전까지 무용과 발레, 클래식, 연극, 국악 등 장르별로 공연 하나씩은 꼭 보게하겠다는 목표를 가진 분이다. (105쪽)
이런 분은 널리 알려서, 전국의 모든 학교에서 이런 문화사랑의 정신을 가지도록 하면 좋겠다.
박희정
김남윤에 대한 추억 (150쪽)
열정적인 교수법으로 국제 콩쿠르 우승자를 비롯해 우리나라 현악계를 이끄는 훌륭한 음악가를 많이 배출했다.
상트페테르부르크 국립 아이스발레단 등 공연 (155쪽)
순수 클래식 공연 대신 엔터테인트먼트를 가미한 종합예술공연.
25년전부터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하여 상트페테르부르크 국립아이스발레단을 초청하여 공연을 하고 있다. (179쪽)
세계적인 예술가들을 초청, 그 이름을 보니 대단한 분들이다.
첼리스트 로스트로포비치.
바이올리니스트 이차크 펄만, 안네 소피 무터, 제임스 골웨이 (158쪽)
240년된 러시아 볼쇼이 극장 리모델링을 위해 유네스코에서 전 세계극장에 지원 요청을 했는데, 서울예술기획 주관으로 공연을 하고 그 수익금인 3만 달러를 기부했다. (179쪽)
밑줄 긋고 세겨볼 말들
송승환, 저는 어떤 일로 스트레스를 받으면 다른 일을 기획해서 잊어버려요. (71쪽)
극장은 이벤트처럼 어쩌다 찾는 게 아니라 생활 속에서 수시로 찾아야 하는 곳이라는 인식을 심어주는 장치가 필요하다. (108쪽)
예술은 학습과 경험에 따라 기호가 생길 수 있다. 그래서 어린 시절의 예술 교육이 중요하다.
지식을 넘어 예술 자체를 좋아하게 만드는 일. (171쪽)
다시, 이 책은?
무대에서 공연되는 모든 형태의 예술을 의미한다. 본질적으로는 표현하는 사람과 관객이 같은 시간과 공간을 공유하면서 그 자리에서 작품의 실체가 만들어져 가는 형태의 예술. (185쪽)
박희정이 내린 공연예술에 대한 정의다. 아주 의미있다고 생각되어 옮겨놓는다.
예술경영이라고 해서 무조건 경영측면만 우선할 수 없는 일이다. 경영 마인드 이전에 예술에 대한 기본적인 사랑이 있어야 하고, 그런 예술을 펼치기 위해 경영을 효율적으로 해야 하는, 어찌보면 양쪽에 모두 일가견이 있어야하는 게 예술경영이 아닌가 싶다.
우리가 그저 공연장에 가서 예술을 즐길 때, 그것을 우리 앞에까지 가져다 주기 위해 힘쓰고 애쓰는 이런 분들이 있다는 것을 항상 기억해두고 싶다.
그런 면에서, 여기 소개된 세 분의 인생이야말로, 예술경영의 모범적인 사례라고 해도 좋을 것이다. 모처럼 예술과 관객을 이어주는, 예술경영의 얘기를 들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