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의 大기자, 연암
강석훈 지음 / 니케북스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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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기자 연암

 

연암 박지원조선 시대의 문인이다.

시대를 앞서간 문인그가 어떤 시각으로 당시 세상을 보았는지를 보여주는 책이다.

연암은 기자다’ 라는 색다른 시각으로 연암의 행적을 파헤쳐살펴보고 있다.

 

먼저 저자는 연암의 저서인 열하일기에서 연암의 기자 정신을 다음과 같이 찾아낸다.

 

1. 현장에는 연암이 있었다 현장 정신

2. 술을 부어 먹을 갈다 기록 정신

3. 한 점 의혹도 남김 없다 탐사 정신

4. 취재 과정과 취재원은 비밀이 아니다 투명성의 정신

5. 취재에는 차별과 피아彼我가 없다 불편부당 정신

6. 부조리 질타에는 성역이 없다 비판 정신

7. 취재의 궁극적 목적은 공공의 선’ - 공공 정신

8. 양고기를 잊고 취재에 빠지다 취재 열정

9. 인기 폭발한 조선 청심환 철저한 취재 준비

10. 정확한 기록을 위한 파격 사실의 정확성

 

몇 가지 추려적어본다.

 

북경에서 열하로 가는 길목에 만리장성의 고북구(古北口)가 있다역사적으로 군사적전략적 요충지여서 칼과 창이 부딪히는 소리가 그치지 않은 곳이다역사에 조예가 깊은 연암이 이 역사적 현장을 그냥 지나칠 리 없다만리장성 관문으로 나가 장성에 이름을 써놓으려고 작은 칼로 성벽의 이끼를 깎아내린다붓과 벼루를 꺼냈으나 사방에 벼룻물을 구할 곳이 보이지 않자 말안장에 매달아 둔 술을 벼루에 쏟아 먹을 간다바로 손주마묵(?酒磨墨)술을 부어 먹을 간다는 뜻이다별빛 아래 붓을 적셔 큰 글자로 수십 자를 썼다술로 쓴 글이다. (58 - 59)

 

연암의 취재 가운데 특기할만한 사항은 하인이나 말몰이꾼군뢰 등 사절단의 하층민과 관련된 기사가 열하일기』 곳곳에 적지 않게 자리 잡고 있다는 점이다사절단의 우두머리인 정사나 부사서장관에 관련된 내용보다도 오히려 이들의 이야기가 훨씬 더 많다그만큼 연암이 신분적 차이에 얽매이지 않고중립적이고 객관적인 위치에서 오로지 뉴스로서의 가치를 기준으로 취재하고 기사를 쓰는 기자 정신에 투철했다는 증거이다. (103)

 

연암의 도() 사상

 

이 책을 읽으면서 새겨 보아야 할 대목이 많이 보인다.

그중 하나는 연암의 도 사상에 관한 글이다. (248쪽 이하)

 

열하일기』 중 연암이 압록강을 건너면서 도를 논한 부분으로그걸 저자는 노자의 도가도비상도 (道可道非常道)와 연결시켜 도를 말하고 있는데새겨볼 만하다.

 

자신의 글을 쓰라 (258)

 

연암의 글쓰기에 대한 철학은 그의 아들 박종채가 쓴 과정록에 잘 나온다.

바로 자신의 글을 써야 한다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자신의 글을 쓰는 것이다귀로 듣고 눈으로 본 바에 따라 그 형상과 소리를 곡진히 표현하고 그 정경을 고스란히 드러낼 수만 있다면 문장의 도()는 그것으로 지극하다. (259)

 

더 자세한 내용은 과정록을 번역한 책 나의 이버지 박지원』 179쪽 이하를 참고하시라.

 

<4부 연암의 통찰력과 예언>과 관련하여 이런 것도 알게 된다.

 

1. 화신의 패가망신을 내다보다

2. 청나라의 붕괴를 예언하다

3. 조선의 민란을 내다보다

4. 제너럴리스트와 스페셜리스트

 

연암은 청나라 호부상서 화신(和?)에 대한 기록을 남기고 있는데황제의 총애를 믿고 거들먹거리는 것과 오만방자함을 보고그의 벼슬이 위태할 것이라는 통찰을 기록하고 있는데서장관으로 청에 다녀온 이태영이 조정에 정보 보고를 한 내용중 화신에 대한 기록이 있다.

 

조선왕조 실록』 해당 부분을 찾아보았다. 1785년 3월 22일자 기록이다.

 

정조실록19정조 9년 3월 22일 신미

사은사 서장관 이태영이 올린 별단

이규운·주형채 등을 정국한 후 주형채를 효시할 것을 명하다.

 

이부 상서 화신(和?) 지난해에 군기 대신(軍機大臣)으로 승진(陞進)하고아들이 황제의 딸에게 장가들었으며딸은 황제의 손자에게 시집을 가서 권세가 날로 높아가고 있으며황제께서도 그 집에 번갈아 가며 내시를 보냅니다그리하여 세력이 하늘을 찌를 듯이 대단하여조정의 관리들이 붙좇지만 오직 각로(閣老)인 아계(阿桂)만은 대단한 공신의 가문임을 자랑하고 청렴하고 근신하는 마음을 스스로 지녔으므로화신의 공명과 꺼림을 받고 있어 조야에서 자못 신임한다고 합니다공부 상서 김간(金簡)도 또한 황제의 외척으로서은총을 많이 받으며 상사가 자주 빈번하여 세력이 화신의 다음 간다고 합니다.

 

연암이 청나라에 간 시기가 이태영보다 훨씬 빠른 1780(정조 4) 5월이다. 서장관 이태영보다 훨씬 앞서서 화신의 내막을 알았던 것이니그가 사람을 보는 눈이 어떤지를 알 수 있는 것이다과연 연암의 예견대로 화신은 그 후 부정부패 혐의로 축출되고 재산을 몰수당하였으며 자진하는 운명으로 인생을 마감한다. (204)

 

연암의 기자 정신을 찾아서

 

저자는 왜 연암의 행적을 기자 정신이라는 시각으로 살펴보았을까?

 

그건 연암의 기자 정신이 오늘날에 더 절실히 필요했기 때문이다.

기자의 시각에서 기자로서의 연암을 조명하고 배우고 싶었기 때문이다.(8)라는 저자의

말이 그걸 단적으로 말해주고 있다.

 

또한 저자는 더 중요한 목적이 있다면서 그걸 다음과 같이 밝히고 있다.

 

한 사람이라도 더 열하일기』 를 비롯한 연암의 역작을 읽고 연암의 뜻을 새기는 계기가 되도록 하는 데 있다. (8)

 

연암의 뜻은 무엇일까?

 

나라와 백성을 위해 천하대세(天下大勢)를 보고천하지우(天下之憂)를 걱정한다. (7)

 

그런 연암의 뜻을 찾아서저자는 연암의 모든 저작을 그야말로 기자의 눈으로 살피고 추적한다그런 결과가 이 책에 담겨 있는 것이다.

 

다시이 책은?

 

시중에 연암의 열하일기를 해설하는 많은 책들을 본다.

모두들 연암의 귀한 뜻을 헤아리는 데 부족함이 없는 책들이지만거기에 뭔가 빠진 듯한 느낌을 받았었는데이 책을 통해 그게 무엇인지를 알게 된다. 

바로 연암의 기자 정신이다.

연암이 왜 그렇게 어려움을 겪어가면서 중국의 사정을 낱낱이 파헤치려고 밤잠을 설쳐가면서 그토록 애를 썼을까단순하게 호기심이나 그의 성정 때문이 아니라, 치열한 기자 정신으로 한 자라도 더 보고 들도 한 것들을 적어서 잘못된 길로 가고 있는 조선을 깨우치려고 했던 것이다,

 

그런 정신을 새겨 열하일기를 다시 읽는 기분으로 이 책 먼저 읽는다다음엔 열하일기를 다시모든 부분을 새겨가면서 읽어야 할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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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성 이론이란 무엇인가? - 세상에서 가장 쉬운 물리학 특강, 개정판
제프리 베네트 지음, 이유경 옮김 / 처음북스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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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성 이론이란 무엇인가

 

저자는 이 책의 내용을 분명하게 밝힌다.

 

증거에 근거한 아인슈타인의 아이디어들에 초점을 맞출 것이다.

공상과학과는 거리를 둘 것이고그것보다 더 분명하다 할 수 있는 수학적 계산에 의한 추측과도 거리를 둘 것이다. (........) 증거에 근거한 접근 방식은 이 책의 내용은 모두 과학으로 인정받은 내용이라는 것을 알려줄 것이다. (40)

 

아인슈타인의 아이디어란 무엇일까?

두 가지다특수 상대성 이론과 일반 상대성 이론

 

특수 상대성 이론

 

이 책은 특수 상대성 이론을 다음 세 가지 항목으로 설명한다.

 

달리는 빛

시간과 공간을 다시 정의하다

새로운 상식

 

먼저 빛의 속도에 대한 생각 하나.

빛의 속도로 가는 우주선을 만드는 것은 그저 기술적인 도전이 아니다할 수 없는 것이다. (62)

 

특수 상대성 이론은 등속으로 운동하는 계(system)에만 적용할 수 있다.

일반적인 적용을 위하여 중력을 재해석한 것이 일반 상대성 이론이다. (나무 위키)

 

이 말을 이 책에서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특수 상대성 원리는 그 이름이 암시하듯이 본질적으로 일반 상대성 원리의 일부다.

특히 특수 상대성 원리는 중력의 영향을 무시한 특수한 경우에 적용되고일반 상대성 이론은 중력을 포함한다. (45)

 

그래서 이런 말들이 등장한다.

특수 상대성 원리는 중력의 역할을 무시하고 있으므로” (55)

 

상대성 원리를 이해하는 첫걸음은무엇이 상대적인지를 명확하게 하는 것이다. (49)

그 상대적이라는 말은모든 것이 상대적이라는 말이 아니라, ‘운동은 언제나 상대적이라는 말이다. (49)

 

시간 지연 (Time dilation)

 

관찰자가 정지해있고 이동하는 물체를 볼 때 이 이동하는 물체의 시간이 더 느리게 흐르는 효과. (74)

 

이를 계산하는 방식이 있다.

이때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이동하는 기준틀에서 시간이 얼마나 느리게 흐르는지 그 변화치를 계산하는 방법은 쉽다. (74)

 

과연 쉬울까그 방법이 쉬운지 한번 적어본다,

 

첫 번째 단계 이동하는 물체의 속도가 빛의 속도에 비해 몇분의 몇인지 적는다.

두 번째 단계 이 몇분의 몇을 제곱하고, 1에서 이 제곱한 값을 뺀다.

세 번째 단계 계산한 값에 근호를 씌운다. (75)

 

나에겐 결코 쉽지 않다,

그래서 저자는 (쉽지 않다고 여기는 나를 위해다시 설명한다.

 

알이 빛의 속도에서 90%에 해당하는 속도즉 0.9 C로 움직이고 있다고 하자.

이 말은 빛의 속도의 90%에 해당하는 속도라는 의미다. 83)

 

첫 번째 단계에 따르면 0.9 가 나온다.

두 번째 단계에 따르면, 0.9의 제곱은 0.81이 되고, 1에서 0.81을 뺀 값은 0.19이다.

마지막 단계에 따르면, 0.19에 근호를 씌운 값은 0.44가 된다.

 

이런 계산의 결과는 어떻게 해석되는 것일까?

 

이로써 알이 0.9 C로 움직일 때 당신의 시간보다 알의 시간은 44%밖에 흐르지 않는 것을 관찰할 것이다.

다시 말해당신의 시간이 10초 걸리는 동안 알의 시계는 겨우 4.4 초 걸릴 것이다.

마찬가지로당신에게 100년이 걸린다면 알에게는 겨우 44년이 걸릴 것이다. (75)

 

물론 이렇게 저자의 설명을 따라 가면서 계산을 해보니쉽게 여겨진다.

그런데 다른 수치를 제시하고 상황을 달리 한다면 내가 위와 같은 계산식을 도출해 낼 수 있을까그러면서 쉽게 계산을 할 수 있을까?

하여튼 그런 경우는 논외로 하고지금은 저자의 설명을 따라가며 이해하는 게 우선이니까 그렇게 알아두고 넘어가자.

 

동시성의 상대성 (relativity of simultaneity) (82)

여기에서 우리의 상식은 모든 관찰자가 사건들의 순서나 동시성에 대해 같은 의견을 가지지는 않는다는 사실을 용납해야 한다. (85)

 

아인슈타인과 다른 사람들은 이들 아이디어를 수학을 통해 조사했고매우 중요한 사실을 발견했다.

시간과 공간은 개별적으로 측정했을 때는 관찰자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시간과 공간을 합친 시공간은 모든 사람에게 똑같다는 것이다. (86)

저자가 시도하는 시공간과 차원에 대한 설명은 우리로 하여금 '차원'에 대한 이해를 제대로 하게 만들어 준다. 이 부분 필독! 

   

E = mc²

(여기 c² 표시하는 방법은아래 한글 프로그램에서입력 -  문자표 -  분수/첨자에서 2를 선택하면 된다.)

 

이 공식은 특정 상황에서는 질량을 에너지로혹은 에너지를 질량으로 전환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을 말한다. (95)

 

일반 상대성 이론

 

이 책은 일반 상대성 이론을 다음 두 가지 항목으로 설명한다.

 

뉴턴의 불합리성

중력을 다시 정의하다

 

다시이 책은?

 

이 책지금껏 읽어온 상대성 이론에 관한 책 중에서 그래도 쉬운 편이다.

저자가 다양한 방법으로 설명을 시도하고 있고 그런 설명을 차근차근 듣다보면 상대성 이론이 납득이 되는 것이다그러나 그걸 나의 언어로 설명하기는 아직 역부족이다.

 

그런 것 감안하더라도상대성 이론이라는 난공불락의 성에 도전하고 입구에 들어섰다는 것만으로 우선 만족한다물론 저자는 이런 나의 자세를 나무라겠지만저자의 이런 말에 힘입어 더욱 공략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는 것첨언한다.

 

저자는 이런 말로 나를 다독인다.

아인슈타인의 아이디어는 우주를 보는 시각을 바꿔줄 것이다.” (41)

그게 내가 바라는 바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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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녀로운 조선시대 - 궁녀의 시선으로 다시 읽는 역사
조민기 지음 / 텍스트CUBE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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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녀로운 조선시대

역사를 드라마로 배우면 생기는 일들

 

역사를 드라마에서 배우는 것이 얼마나 많은지?

많은 역사적 사실을 우리는 드라마나 영화에서 보고 배우게 된다.

물론 그런 가운데 부정적인 경우도 있다.

 

탈렌트 최수종은 우리 역사에서 수많은 나라의 임금으로 알려져 있다.

우스개 이야기가 아니다.

심심찮게 아이들 시험지 답안이 유머 란에 올라오는데고려를 건국한 왕도 최수종이고 발해를 건국한 대조영도 본명은 최수종이다.

그런 경우는 그저 유머라고 해두자그런데 이런 경우는?

 

장옥정장희빈으로 더 잘 알려진 사람의 경우는 어떨까?

우리는 드라마 몇 개로 그녀를 알고 있다.

 

궁녀가 약을 먹이려 하자장씨는 궁녀를 밀치고 몸을 비틀며 발악하였다.

나를 죽일 테면 세자와 함께 죽이거라내가 무슨 죄가 있는가?” (96)

 

이건 <인현왕후전>에 나오는 대목이지만이런 모습들이 장옥정을 다룬 드라마에서도  나온다,

 

1988년 MBC <조선왕조 오백년인현왕후>

희빈 장씨가 사약을 먹지 않으려고 발버둥치다가 옷고름이 풀어지는 격렬한 장면을 연출했다.

 

2002년 KBS2 <장희빈희빈 장씨의 입을 강제로 벌려 사약을 먹인다.

 

그러니 장희빈의 최후 모습은 이런 식으로 드라마 시청자들의 기억에 오롯이 남았을 것이다.

그러면 장옥정이 죽을 때 실제 모습은 어땠을까?

 

희빈 장씨는 세자의 어머니이자 숙종의 후궁으로 자진해야 하는 운명을 받아들였다발악하며 억울해하지도 않았고 세자에게 패악질을 하지도 않았다. (95)

 

희빈 장씨는 숙종 27년 10월 8일 자진했다. (95)

 

이 책에 그런 기록이 있어확인하기 위해 <조선왕조실록숙종조 부분을 찾아보았다.

 

숙종실록35숙종 27년 10월 8일 신유

희빈 장씨를 내전을 질투하여 모해하려 한 죄로 자진하게 하라고 하교하다

부교리 권상유 등이 세자 보안을 위해 장 희빈의 구명을 청했으나 허락하지 않다

판중추부사 서문중 등이 청대하여 장 희빈의 구명을 논의했으나 허락하지 않다

 

숙종실록35숙종 27년 10월 10일 계해

예조로 하여금 자진한 장 희빈의 상장의 제수를 참작하여 거행하라고 하교하다

왕세자와 빈궁의 거애 절차에 대해 논의하다

장씨의 상장에 제수를 주라고 호조에게 하교하다

장씨의 상을 선인문으로 나가게 하다

 

숙종은 희빈 장씨의 모든 장레를 궁에서 주관하며 최상의 예우로 치렀다.

희빈 장씨의 장지는 예조참판등이 고른 끝에 고른 명당으로 선정됐고숙종은 세자와 세자빈에게 망곡례를 행하게 했다세자 부부는 희빈 장씨의 상복을 3년 동안 입되 왕비와 같은 예로 할 수는 없기에 3년을 채우기 며칠 전에 상복을 벗었다. (97)

 

그러니 드라마에 등장하는 것처럼 발악하는 모습표독스런 모습의 장희빈이 결코 아닌 것이다그녀는 후궁으로써 누릴 수 있는 최고의 예우를 받았다그녀의 무덤은 대빈묘라 불리었고 사당은 대빈궁으로 불리는데후궁의 지위 앞에 ()’를 붙인 사람은 장희빈이 유일하다.

 

우리가 장희빈장희빈이라는 말에 익숙하지만실제 그녀는 한때 왕비였다.

그런 사실을 처음 알았다이 책 저자가 파헤쳐 준 덕분이다.

 

숙종은 왕비의 명호를 정하고 희빈 장씨를 왕비로 삼았다. (91)

숙종 15년 5월 6일의 일이다.

 

<조선왕조실록>을 찾아 보았다.

 

숙종실록21숙종 15년 5월 6일 신축

희빈 장씨로 왕비를 삼겠다는 전지

장형을 추증하고 이식·권유 등에게 관직을 제수하다

이상진의 선처를 바라는 정언 조식의 상소

 

그러나 그것도 잠시 숙종 20년에 숙종은 사가에 있던 인현왕후를 환궁하라 명하고후에 왕비로 복위시켰다. (92)

 

이상이 장희빈 -  아니 왕비 명호는 - 에 대해 우리가 알고 있는 드라마에서의 모습과 실제 모습과의 차이다그런 차이가 있다는 것그래서 실제 장희빈의 모습은 그게 아니라는 것을 이 책으로 알게 된다

 

어디 장희빈뿐일까?

 

이 책에는 조선 시대 궁궐에서 살았던 궁녀 8명이 등장한다.

이런 이름 들으면 이들이 드라마에서 보았던 배역들의 모습으로 떠오를 것이다.

 

창빈 안씨흔들리는 왕의 사랑보다 왕비라는 든든한 울타리

인빈 김씨임진왜란 중에도 명실상부한 내명부의 기둥

희빈 장씨장옥정오로지 왕의 뜨거운 총애로 왕비가 된 유일한 궁녀

의빈 성씨성덕임제문에 새겨진 카리스마 개혁 군주의 절절한 순정

숙빈 최씨가장 신비로운 조선의 후궁

영빈 이씨찬란했던 후궁의 빛그만큼 짙었던 그림자

조두대붓 끝으로 권력을 좌우한 언어 천재

김개시왕의 심리를 읽고 정권을 장악한 비선 실세

 

드라마의 주조연으로 등장해 그저 흥밋거리로만 알고 있던 그들의 실제 모습이 이 책에서 드러난다역사의 뒷길에서 그들이 얼마나 치열하게 역사적 삶을 살았는지이제 제대로 알 수 있다제대로 알게 된 것그것만 해도 고마운 일이다.

 

다시이 책은?

 

다행하게도 장희빈에 대한 묘사는 그 후로 많이 달라졌다.

 

예컨대,

2010년 <동이>와 2013년 <장옥정, 사랑에 살다>에서는 사약을 마신 후 조용히 쓰러지는 모습사약을 받고 죽을 때 숙종이 달려와 장옥정은 그의 품에서 눈을 감는 모습으로 그려졌다.

 

이제 앞으로 나올 드라마에서는 좀더 실제의 모습으로 그려질지도 모르겠다하여튼 지하에서라도 그나마 달리 그려진 본인의 모습을 보고 조금이라도 마음 편하게 지내기를바라는 마음이다.

 

그런 원혼을 풀어주기 위해서도 역사는 항상 다시 써야 한다.

이 책은 그런 다시 쓰는 역사특히 궁녀의 진면목 알게 되어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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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여성, 학자입니다 - 고대부터 근대까지 시대의 한계를 뛰어넘은 여성 학자들
박민규 지음 / 빈빈책방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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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여성학자입니다

 

이 책은 고대로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시대의 한계를 뛰어넘은 여성 학자들을 소개하고 있는데이름을 들어봤거나알고 있는 사람은?

 

01. 히파티아 진리와 결혼한 최초의 여성 수학자

02. 빙엔의 성녀 힐데가르트 교회 학자가 된 예언자

03. 루이즈 부르주아 의학 교과서를 쓴 최초의 여성

04. 라우라 바시 이탈리아가 자랑하는 천재최초의 여성 대학교수가 되다

05. 에이다 러브레이스 최초의 프로그래머

06. 마리 퀴리 대표적인 여성 과학자

07. 리제 마이트너 진리의 아름다움을 탐구한 따뜻한 마음

08. 마거릿 미드 문화 인류학의 상징

09. 레이첼 카슨 환경 운동의 어머니

10. 로절린드 프랭클린 - X선으로 밝혀낸 DNA 구조

 

히파티아는 영화 <아고라>의 주인공이며라파엘로가 그린 <아테네 학당>에 등장하는 인물이기도 하다.

에이다 러브레이스는 컴퓨터 역사를 공부하면서 알게된 사람인데, 시인 바이런의 딸이어서 기억하고 있었다.

마리 퀴리는 노벨상을 두 번이나 받은 과학자 퀴리 부인으로 알고 있었다.

마거릿 미드는 인류학 책을 읽으면서 알게 되었고

레이철 카슨은 환경 관련 책인 침묵의 봄을 읽고 알게 되었다.

 

그러니 이 책에 소개되고 있는 10명 중 5명은 알고 있었고나머지 5명은 처음 듣는 인물들이다.

 

에이다 러브레이스 :

 

서양 여성 이름은 결혼하면 남편의 성을 따르기 때문에 혼동을 일으키게 한다.

에이다 러브레이스를 누가 바이런과 연결시키겠는가?

바이런의 딸인 에이다는 결혼하면서 남편 윌리엄 킹의 성을 따랐을 것이고그후 남편이 러브레이스 백작이 되면서 그녀는 다시 러브레이스 백작 부인이 되어우리가 알고 있는 에이다 러브레이스가 되었다.

 

이 책을 읽고 특기할 것은그녀가 자신의 수학적 재능을 이용해 경마 도박에 걸었다가 많은 빚을 졌다는 것또한 약물 중독으로 고생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녀는 36세에 죽었는데공교롭게도 아버지가 세상을 뜬 나이와 같은 36세였다.

유언에 따라 생전에 한 번도 만나보지 못한 아버지 바이런 경의 옆에 묻혔다. (69)

 

그녀의 공적에 대하여 이의를 제기한 사람도 있었지만,

배비지는 해석기관을 제대로 설명하는 사례와 아이디어는 모두 에이다가 낸 것이라는 글을 남겼다또한 배비지뿐 아니라 여러 학자가 해석기관을 단지 자동 계산 기계라고 생각한 데 비해 에이다는 해석기관이 자동 계산 이상으로 복잡한 일도 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주장했다. (70)

 

마리 퀴리

 

마리와 언니 브로니아도 파리로 유학을 가는 꿈을 가졌는데가정 형편상 둘이 한꺼번에 유학을 가기에는 어려웠다. 그래서 우선 한 사람이 먼저 대학에 가고 다른 사람은 뒷바라지를 하기로 약속했다. 그래서 언니인 브로니아가 먼저 파리 소르본 대학에 가서 의학을 공부하고 그동안 마리는 폴란드에서 가정교사로 일을 하며 언니의 유학생활을 도왔다. (76)

 

이 부분 요즘 읽고 있는 제인 에어에서 제인이 가정교사로 일한 대목이 있어적어보았다.

 

마리가 연구할 당시 방사능의 위험이 알려지지 않았었다그래서 마리는 연구를 하면서 방사능 물질을 주머니에 넣고 다니기도 했고침대 머리맡 서랍에 보관하기도 했다그런 결과 마리는 여러 질병에 걸린 것이다.

 

남편인 피에르가 먼저 죽은 후 마리가 죽자, 1995년에 그들의 공적을 기려 그들의 유해를 파리 팡테옹 국립묘지로 옮겼는데슬프게도 두 사람의 유해에서 여전히 방사선이 나왔으므로 납으로 된 관을 사용해 밀봉할 수밖에 없었다. (87)

 

리제 마이트너 핵분열을 발견페르미상 수상

 

리제 마이트너는 어떤 일을 했는지 몰랐던 여성이다이 책을 통해 그녀의 업적을 알게 된다.

그녀의 묘비에는 다음과 같은 글이 써있다.

리제 마이트너 인간성을 절대 잃지 않았던 물리학자

 

과학의 유용성을 강조하면 자연법칙을 이해하는 즐거움이 줄어든다고 생각한 리제는 평생 순수 과학의 아름다움을 추구했다. (106)

 

이는 그녀가 은퇴 이후에도 세계 평화군비 축소와 같은 주제로 강연을 다닌 이유이기도 하다그런 차원에서 그녀의 업적은 남다르다.

 

또한 이런 평가도 이어지는데이는 이 책에 거론된 다른 여성들도 같은 평을 들을 것이 분명하다.

 

여성이라서 학계에서 차별받고 학문적 성과를 제대로 인정받지 못한 안타까움이 있지만그녀는 '진리 탐구를 위한 전쟁'에 평생을 바친 용감한 투사였다. (106)

 

마거릿 미드를 감동시킨 것은?

 

문화 상대주의다,

마거릿 미드가 대학교 4학년 때에 들었던 강의프란츠 보아스 교수의 학설이다.

 

환경에 따라 문화는 다르게 나타나며문화 사이에는 더 우월하거나 열등한 것이 없다는 주의이다. (111)

 

마거릿 미드는 보아스 교수의 강의에 감동받아 인류학의 길로 들어서게 된다.

 

이런 아이러니그리고 우연

 

마리의 딸 이렌의 이야기다.

이렌도 어머니의 뒤를 이어 물리학과 화학 학위를 받고 남편인 프레데리코 졸리오와 함께 1935년 인공방사능 연구로 노벨 화학상을 공동 수상했다그녀는 마리의 뒤를 이어 소르본 대학의 교수가 되었고그후 1936년에는 과학부 장관이 되었는데프랑스 최초의 여성장관이었다. (89그리고 그녀는 1956년 방사능 노출로 인한 백혈병으로 사망한다. (87어머니의 뒤를 그대로 이은 셈이다.

 

리제 마이트너와 마리 퀴리.

리제는 1차 대전에 독일측으로 전선에 투입되었다그녀는 X선 담당 간호사로 오스트리아 전선에서 부상병을 돌보았는데그때 마리 퀴리도 딸 이렌 퀴리와 함께 반대진영에서 같은 일을 하고 있었다. (84, 97)

1차 세계 대전이 발발하기 전인 1910년에 벨기에에서 열린 국제 라듐 회의에서 두 사람은 만난 적이 있는데그 후 반대진영에서 선을 들고 전선에 투입되는 상황을 상상이나 했을까?

 

다시이 책은

 

이 책에 실린 10명의 여성 학자들그들은 여성이기에 차별받고 받아야 할 상도 받지 못했다.

리제 마이트너는 핵분열을 발견해서 페르미상을 수상했지만 정작 노벨상은 받지 못했다그녀와 공동 연구한 오토 한은 혼자서 노벨 화학상을 받았다. (104)

 

그들은 물론 여성이라서 이 책에 등장하는 것이지만.

그들의 업적은 남녀를 구분하지 않고서도 얼마든지 기려야 할 업적인 것이다.

이 책으로 그걸 확인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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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kus Gabriel VS - 마르쿠스 가브리엘의 차이와 분열을 극복하는 철학, 서로 이해할 수 없는 사람과 살다
마르쿠스 가브리엘 지음, 오노 가즈모토 엮음, 쓰키타니 마키.노경아 옮김 / 사유와공감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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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kus Gabriel VS 

 

저자는 타자가 없으면 우리는 존재조차 할 수 없다고 주장하면서 기존 철학의 타자 개념은 잘못 되었다고 주장한다.

 

이 책의 구성은?

 

그런 논의를 위해 이 책은 다음과 같이 구성되어 있다.

 

1장 나에게 타자란 무엇인가?

2장 우리는 타자를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

3장 가족은 무엇이고사랑은 무엇인가?

4장 내 감정과 마주하기

5장 종교-윤리-타자의 관계

 

타이틀만 언뜻 보면 3, 4, 5장은 타자와 관련이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그 안에는 모두 타자로 인해 발생하는 것들이 들어있다.

예컨대가족이란 와 가장 가까운 타자이다그래서 가족간의 관계에서도 타자와의 공존을 배워야 하는 것이다. (143)

 

중요한 것 몇 개 짚어본다.

 

<왜 우리에게 존엄이 필요한가?> (57쪽 이하)

 

존엄이란 말에는 그야말로 타자의 인간성을 인정하는 태도가 담겨있다. (57)

 

모든 인간에게는 존엄이 있다당연히 갓 태어난 태아에게도 존엄이 있고 자기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존엄이 있다나는 이것을 자율성이라고 부른다자율성이란 자기 뜻에 따라 스스로 행동하는 능력이다.

그러나 요즘 인간의 존엄이 경시되고 있다존엄에 대한 공격은 악()이다악은 분명 존재한다악이 사람들 사이에 믿을 수 없을 만큼 만연해 있다. (59)

 

이런 글을 읽고마침 읽고 있던 다른 책제인 에어에 접목을 시도했고다음과 같은 글로 정리를 해보았다.

 

그날은 산책을 할 수 없었다.”

http://blog.yes24.com/document/17101665

 

<타자를 어떻게 대해야 할까?> (63쪽 이하)

 

이 안에는 다음과 같은 논의가 들어있다.

 

동조 압력으로 바라본 타자성

지금 필요한 것은 타자와 자신에 대한 허용

자신과 다른 관점을 받아들이는 방법

관용의 마음을 가질 때 필요한 것

 

이 중에서 몇 개 적어둔다.

 

동조 압력

직장이나 어느 특정의 또래 집단에서 의사 결정을 할 때소수 의견을 가진 사람에게 암묵중에 다수 의견에 맞추는 것을 강요하는 것 (67)

 

사회적 공간에 어느 만큼의 허용이 가능한가?

그 허용하는 범위에서 타자와의 만남이 이루어진다. (69)

 

이런 제언새겨보기로 하자.

 

우리는 자신의 모습을 언제나 더 좋게 생각한다그래서 당연히다른 사람도 자신처럼 되기를 바란다그러나 그것으로 만족하기보다 타자가 자신과 다르다는 사실을 알고그 차이를 허용하는 막을 한겹 더 깔아보면 어떨까? (70)

 

저자는 철학적인 논의를 하는 데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그렇게 우리가 실행에 옮길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타자와 행복하게 지내기 위해서는?

 

타자와 관련된 수많은 발언중장 폴 사르트르의 유명한 말이 있다.

타인은 지옥이다.“ (182)

 

이 말은 우리나라에서 드라마 제목으로 사용되기도 했는데그만큼 그 말은 실제적이다,

그렇다면 지옥이 되기도 하는 타인과 과연 행복하게 지낼 수 있을까?

저자의 발언 들어보자.

 

사람이 행복하게 살기 위해서는 타자가 필요하다그러나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타자에게 행복의 조건을 제공하는 것이어서 그 누구도 타자를 행복하게 할 수 없다사람은 오직 자기 자신만 행복하게 만들 수 있고타자에게는 행복의 조건을 제공할 수 있을 뿐이다행복하게 만드는 것과 행복의 조건을 제공하는 것은 전혀 다르다. (189)

 

팬데믹과 관련하여

 

이 책은 특히 저자가 팬데믹과 관련하여 논의를 진행하고 있기 때문에우리가 간과하기 쉬운 팬데믹의 영향을 여러모로 짚어볼 수 있다.

 

저자가 우리나라와 관련하여 발언한 것도 그 중의 하나이다.

 

한국도 자국에서 이뤄진 백신 접종만 인정하느라 내가 맞은 백신 패스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래서 유럽 연합이 나서서 한국 정부와 교섭하느라 진땀을 뺐다.(119)

 

이런 기록은 우리가 안에 있어서 오히려 우리나라의 상황을 잘 모르는 측면도 있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

 

밑줄 긋고 새겨볼 말들

 

인간이란 동물이 되지 않으려고 애쓰는 동물이다. (54)

 

헤겔은 자기 자신을 알아가는 정신 활동이야말로 자신과 타자의 구별을 인식하고 자신의 사명을 각인하는 과정이며이렇게 자기를 알아가는 자기 지(운동이 절대 정신을 만든다고 주장했다또 역사의 흐름은 이 절대정신이 시간 위에 표출된 결과라고 말했다. (83)

 

다시이 책은

 

저자의 책 왜 세계사의 시간은 거꾸로 흐르는가를 읽은 적이 있다.

거기에서 저자는 격변하는 현대 사회의 다섯 가지 위기를 민주주의의 위기자본주의의 위기 등으로 논하면서모든 것이 모호한 경계 속에 어떻게 삶의 중심을 지켜낼 것인가 살펴보고 있었다.

 

이 책은 그런 논의의 연장으로, <우리는 와 다른 사람과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를 살펴보고 있는데그 중심에 타자’ 개념이 자리하고 있다.

 

이 책은 타자가 존재하는 자리를 찾아 살펴보면서 타자와 공존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그러므로 슬기롭게 타자와의 관계를 설정하여 우리의 삶이 조금이라도 편안해진다면그게 이 책의 저자가 원하는 바인생에서 차지해야 할 철학의 자리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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