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수수를 심은 밭에 울타리를 두르기로 했다. 아무래도 멧돼지로 인한 피해가 염려돼서다.

울타리라고 해야 비닐 망으로 두르는 거다. 틈틈이 이틀 걸러 일단 울타리를 둘렀는데 문제는()’이다. 집에 다는 것 같은 번듯한 문은 어울리지도 않을뿐더러, 돈이 많이 들어서 애당초 고려 대상이 아니다. 비닐 망 울타리에 맞게 가벼우면서 돈이 별로 안 드는 문이란결국 4년 전처럼 비닐 망을 잘라 만들어야 할 것 같다.

비닐 망을 사람이 드나들게 자른 뒤, 휘장처럼 위쪽을 매달아놓고 출입하는 형태다. 사람은 쉽게 쳐들어 올리며 들락거릴 수 있지만 멧돼지는 그럴 수 없다.

문을 만들어 달자 비로소 울타리가 마무리됐다.

그러자 산에 있는 멧돼지들의 고민(?)이 시작됐다. 물론 내 상상(想像)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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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아파트로 이사 온 뒤, 엘리베이터에서 서너 살 되는 어린이들을 자주 본다. 먼젓번 단독주택 동네에 살 때는 영 보이지 않더니 웬일인가 싶다. 새 아파트가 젊은 부부들의 주거(住居)로 자리 잡은 때문이 아닐까.

어린이들도 어른들처럼 마스크를 썼다.

어른들의 마스크가 크듯이 어린이들의 마스크는 그만큼 작다. 작은 마스크를 쓰고 천진난만한 눈동자로 엘리베이터의 움직임을 느끼는 어린이들. 고사리 같은 손으로 엄마 아빠 손을 쥔 채.

나는우리나라의 미래를 본다.

수 십 년 후 우리나라의 행로(行路)를 전담할 주인공들.

그 사실을 깨달을 정도로 비로소 철들었다 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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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낮이다. 나는 농막 안에 엎드려서 밖을 내다보았다.

아직은 농막의 문을 열어놓고서 지낼 만한 날씨다.

작은 멧새 한 마리가 땅바닥의 무슨 먹이를 쪼아 먹고 있는 게 내 눈에 들어왔다. 멧새는 먹이를 쪼아 먹으면서 연실 주위를 살핀다. 잠시도 편하게 먹는 모습이 못 된다. 저리 먹다가 음식에 목이 메일까봐 걱정이다.

나는 문득 깨달았다. 모든 짐승들은 먹이를 먹는 순간 주위를 살피는 일을 멈추지 않는다는 사실을. 그럴 만했다. 먹이를 먹는 순간이 아주 위험한 순간이었다.

사나운 상위(上位) 짐승이 한 발 한 발 숨죽이며 자신에게 다가오는 순간일 수도 있고 경우에 따라서는 먹이 자체가 자신을 포획하는 미끼일 수도 있다.

땅바닥의 작은 벌레에 온 신경을 집중하기에는 멧새의 처지는 너무 불안정했다.

 

우리 인간도 그렇다. 식당에서 음식을 먹을 때 잠시라도 마음 편할 수 있을까? 음식이 혀를 델 만큼 뜨겁지 않은지 살펴야 하고, 음식을 먹다가 지인(知人)이 나타나면 인사하는 일을 놓쳐서도 안된다. 옆 자리의 손님이 뭐라고 외치면 귀 기울여야 한다. “여기 부탄가스가 새요!”하고 외치는 수도 있으니.

그렇다. 농막 앞의 작은 멧새나 농막 안에 엎드려서 쉬는 나나 음식을 먹을 때 온 신경을 음식에 기울이기 어려웠다. 멧새는 목숨을 거는 일이고 나는 그 정도는 아닌 수준의 차이만 있었다.

그 수준을 우리 인간은 문명(文明)’이라 이름붙인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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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만사 뜻대로만 되지 않는다더니, 춘심산촌의 머위들이 그렇다.

 

아내가 춘심산촌의 100평 밭에다가 머위들을 잔뜩 사다가 심은 게 작년이다. 머위가 다 자라면 그 잎들이 호박잎처럼 넓어서 잡초들을 다 잡을 거라며 비닐 멀칭도 안 했다. 겨울을 나는 아주 강한 작물이라, 내년에는 머위가 풍작을 이룰 거라 장담한 아내.

그랬었는데 올해 그 밭의 머위들 대부분이 되살아날 줄 모른다. 그저 무심한 잡초들만 무성해서 아내의 근심이 깊어지는데 세상에, 생각지도 않은 곳에서 머위들이 잘 자라고 있었다! 비닐하우스 옆, 그늘지고 경사진 곳에서 연못에 번지는 동심원 파문들처럼 사방으로 잘 퍼져나가는 머위들.

그래, 세상만사가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풀리기도 하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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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대국 러시아가 약소국 우크라이나를 침략했다.

나도 모르게 우크라이나 편이 돼 가슴 아픈데 웬걸 우크라이나의 항전에 러시아 군대가 힘들어한다. 심지어는 우크라이나 군의 미사일에 맞아서 러시아 탱크들이 잇달아 폭파되질 않는가. 나는 신이 나서 TV 뉴스를 지켜보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저 러시아 탱크 속의 병사들이 미사일에 피격되는 순간 얼마나 지옥 같을까. 단단한 철갑 속의 고통이니 역()으로 단단한 지옥 속의 고통일진대!’

내 마음 한 편이 무거워졌다.

전쟁은 일어나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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