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슨 소리가 차 뒤쪽에서 났다. K가 실내 후시경을 보자, 웬 교통경찰차가 사이렌에 경광등까지 번쩍이며 차 뒤로 따라붙고 있었다. K의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 차를 세웠다. 교통경찰차도 따라서더니 경찰관이 한 명 내렸다. K의 차 열린 운전석 창 가까이 와 말했다.
“벌칙금을 내셔야겠습니다.”
그러면서 서류에 뭘 적는다. K는 어이가 없었다. 결코 과속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딱지 한 장 떼이면 몇 만 원인데 그냥 있을 수 없었다.
“아니, 제가 뭘 어겼습니까?”
“운전 중 전방주시태만입니다.”
“아니, 조심해서 천천히 달렸는데 그게 말이 됩니까?”
그러면서 K는 생각했다.‘이건 어째 이상하다. 그렇다, 꿈을 꾸는 것 같은데 빨리 깨자.’하면서 꿈에서 깨어났다. 자신이 이부자리에 누워있었다.

노인이 된 K는 새벽 4시경에 잠이 깬다. 그러면 컴퓨터를 켜서 하룻밤 새 뉴스도 보고 그러다가 6시경에 혼자 주방에서 아침밥을 먹는다. 곤하게 자는 아내를 깨울 수가 없기 때문이다. 식후 30분에 혈압약과 통풍약을 먹는다. 전에, 약봉지를 달고 사는 노인들을 참 한심하게 여겼는데 K가 바로 그런 노인이 돼 가고 있는 것이다.
K는 약 기운에다가 식곤증이 복합적으로 밀려오면서 다시 아침잠을 30여 분 잔다. 오늘은 그 순간에 교통경찰한테 혼나는 꿈을 꾸다 깬 것이다. 꿈이길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고 참 어이없다는 생각도 든다. 꿈속에서‘꿈’이라는 걸 의식했으니 말이다. 어릴 적은 물론이고 한 10년 전만 해도 K가 자면서 꾸는 꿈은 조금도 의심 없는 완전한 꿈이었다. 꿈과 현실의 경계가 분명했던 것이다. 그런데 이제는 꿈과 현실이 경계를 잃어가고 있다.
‘모처럼 꾸는 꿈조차 순수함을 잃다니!’
K는 실망감에 흰 눈 내리는 거실 창밖을 망연하게 바라보았다. 삭막하던 동네 풍경이 동화마을처럼 아름답게 바뀐다는 생각도 못하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