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초가을을 맞아 야생화‘꽃향유’들이 일제히 꽃을 피웠다. 어디선가 꿀벌들 수십 마리가 날아와 꿀을 채취하기 시작했다.
어제 일이다. 꽃향유 꽃마다 그 놈들이 달라붙어 꿀 채취에 여념이 없더니 어둑해지는 오후 5시경이 되자 대부분 그 모습을 보이지 않는 것이다. 나는 퍼뜩 깨달았다. 그 놈들이 퇴근시간에 맞춰 퇴근했다는 사실을.
햇빛 환한 시간에는 직장(꽃밭)에서 열심히 일하다가 해가 질 때쯤에는 미련 없이 퇴근하는 꿀벌 놈들의 철저한 근무정신. 아내를 꽃밭 가로 불러내 그 사실을 일러주자 이런 대답을 했다.
“다 퇴근한 것은 아니네. 서너 놈은 남아 있잖아요.”
“수십 마리 중 서너 마리쯤이야 잔무 처리 차 남는 거지.”
우리는 함께 웃었다. 그리고는‘출근시간은 있지만 퇴근시간은 딱히 정해진 게 없는, 인간사회의 고된 회사들’에 관해 이야기 나누었다. 전반적인 불경기 분위기 탓일까, 그런 회사들이 주위에 적지 않은 것 같다.
아침 햇살을 받고 출근해서 해 지는 시간에 맞춰 칼 퇴근하는 회사. 얼마나 멋진 회사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