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 동네는 주택단지다.
옆집과 우리 집은 거의 같은 시기에 완공됐다. 1996년 8월 중순이었으니 벌써 21년 됐다. 집을 다 지으면 준공검사를 받아야 하고 그런 뒤에야 법적으로 입주할 수 있다는 사실을 그 때 알았다. 다른 지역에서는 어떤지 모르는데 여기 춘천에서는 나무 몇 그루를 집 주변에 심어놓아야만 준공검사를 받을 수 있단다.
옆집어른께서 어린이 키만 한 나무 한 그루를 자기 집 마당가에 심으면 말했다.
“이게 목련인데 봄날 되면 꽃잎들이 볼 만할 겁니다.”
21년 동안에, 어린이 키만 했던 그 목련이 지금은 장대처럼 자라 3층 건물인 옆집의 지붕 높이까지 됐다. 키만 큰 게 아니다. 5월쯤 되면 탐스런 흰 꽃을 ‘허공으로 튄 강냉이들’처럼 무수히 단다. 처음에는 바라보기 좋더니 그 무수한 꽃들이 바람이 불 때마다 우리 집 안팎까지 날아들어, 그것들을 치우느라 한 달은 쩔쩔 매야 하는 수고를 안기면서 우리 생각이 바뀌었다. 꽃들뿐만 아니다. 가을에는 시든 목련나뭇잎들이 봄철의 꽃들처럼 바람이 불 때마다 전 난리다. 봄가을로, 꽃들과 나뭇잎들을 쓸어내는 일에 지친 아내가 내게 말했다.
“옆집 분께 말해서 저 목련나무를 톱으로 베 달라고 할까?”
나는 답하지 않았다. 자칫하면 이웃 간 언쟁이 벌어질지 몰라, 판단이 서지 않는 때문이다. 그건 그렇고, 어린이 키만 한 목련이 3층 높이로 자라는 데 21년 걸렸다. 21년이 세 번이면 63년이다. 인생 뭐 있나? 목련나무가 3층 높이로 자라는 일이 세 번 반복되면 거의 다 가는 게 인생인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