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만사 뜻대로만 되지 않는다더니, 춘심산촌의 머위들이 그렇다.

 

아내가 춘심산촌의 100평 밭에다가 머위들을 잔뜩 사다가 심은 게 작년이다. 머위가 다 자라면 그 잎들이 호박잎처럼 넓어서 잡초들을 다 잡을 거라며 비닐 멀칭도 안 했다. 겨울을 나는 아주 강한 작물이라, 내년에는 머위가 풍작을 이룰 거라 장담한 아내.

그랬었는데 올해 그 밭의 머위들 대부분이 되살아날 줄 모른다. 그저 무심한 잡초들만 무성해서 아내의 근심이 깊어지는데 세상에, 생각지도 않은 곳에서 머위들이 잘 자라고 있었다! 비닐하우스 옆, 그늘지고 경사진 곳에서 연못에 번지는 동심원 파문들처럼 사방으로 잘 퍼져나가는 머위들.

그래, 세상만사가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풀리기도 하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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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심산촌(春心山村)에 봄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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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대국 러시아가 약소국 우크라이나를 침략했다.

나도 모르게 우크라이나 편이 돼 가슴 아픈데 웬걸 우크라이나의 항전에 러시아 군대가 힘들어한다. 심지어는 우크라이나 군의 미사일에 맞아서 러시아 탱크들이 잇달아 폭파되질 않는가. 나는 신이 나서 TV 뉴스를 지켜보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저 러시아 탱크 속의 병사들이 미사일에 피격되는 순간 얼마나 지옥 같을까. 단단한 철갑 속의 고통이니 역()으로 단단한 지옥 속의 고통일진대!’

내 마음 한 편이 무거워졌다.

전쟁은 일어나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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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막 가까이조그만 철쭉나무 가지 사이에 멧새 둥지가 있었다.

땅에서 높이 30cm쯤 되는 곳에사람 주먹만한 크기의 멧새 둥지이런 높이와 크기라면 뱀 같은 흉측한 짐승들로부터 눈에도 안 띄며 안전했던 것일까.

문득 우리 사람의 주택을 생각해 본다사람의 주택은 그 값이 천정부지로 치솟기도 해서 갖가지 갈등을 야기하는데 이 멧새 둥지는 전혀 그렇지 않다멧새 어미가 알을 낳아 부화돼 나온 새끼와 웬만큼 같이 살다가 어느 날 훌훌 멀리 떠나버리면 그만이다.

아무 미련도 없었다.

나는비가 오면 비를 맞고 눈이 내리면 눈을 그대로 맞으며 오직 자기 새끼들을 따듯하게 품는 데 전력을 다한 어미 멧새의 마음을 찾느라고 한참을 서성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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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밭은 산골짜기에 있는 돌투성이 밭이다

그래도 컨테이너 농막을 갖다 놓고 농사를 처음 짓기 시작할 때는 적잖이 흥분됐던 것 같다. 비좁은 농막에 냉장고 하나 들이는 데 그치지 않고 농사짓다가 쉴 때 음악 감상을 하는 게 좋을 거라는 생각에 라디오까지 한 대 갖다 놓았으니.

나중에는 폐() 내비게이션으로 kbs티브를 볼 욕심까지 냈다. 부근에서 우리처럼 농사짓는 분이 그렇게 폐 내비게이션을 활용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분의 농막이 있는 곳보다 우리 농막이 있는 곳이 지형적으로 전파가 날아들기 힘든지, 폐 내비게이션은 구해서 갖다놓았지만 티브 화면이 잡히지 않았다. 티브 전파를 잡으려면 산에 올라가 안테나라도 설치해야 될 듯싶은데과연 그렇게 해서도 전파가 안 잡힌다면 어떡하나 하는 생각에 결국은 포기했다.

그렇게 7,8년이 흘렀다.

어럽쇼, 그나마 잘 나오던 라디오도 얼마 전 고장 나버리니 이제는 농막 주위가 적막강산이다. 아니다. 딱따구리가 나무를 쪼는 소리, 산새들 지저귀는 소리 등이 찾아온다.

뒤늦게 깨달았다. 농막은 본래 문명의 이기를 갖다 놓는 곳이 아님을. 불편한 대로 그냥 쉬면서 딱따구리와 산새들의 지저귐에 내 귀를 맡기는 곳임을.

라디오니 폐 내비게이션이니 같은 문명의 이기를 갖다 놓고 쉬려면, 그냥 온의동 집에 있을 것이지 뭐 하러 산골짜기 농막에 와 있는가?’

내 마음이 편해졌다. 세상만사 생각하기 나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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