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식물도 두뇌 활동을 하며, 동물의 뇌와 유사한 기능을 하는 구조가 뿌리에 존재한다는‘식물 두뇌’ 가설이 있다.
오늘 아침 아내가, 소파에서 신문을 보고 있는 남편한테 말했다.
“여보, 지금 바쁘지 않으면 창고 한 구석에 있는 종이박스 두 개 좀 마당에 내다 줘요.”
남편이 신문의 정치면을 접으며 퉁명스레 물었다.
“박스에 뭐가 들었는데 그래?”
“다알리아 구근들이 들어있어요. 지난가을에 화초 많이 기르는 분한테서 얻은 것들인데 겨울을 나느라고 창고 구석에 갖다 놓은 거에요. 이제 봄이니까 밭에 갖다 심어야죠.”
창고 옆으로 보일러 파이프가 지나고 있기 때문에 다알리아 구근들이 얼지 않고 겨울을 난 것 같았다. 남편은 창고로 가 문제의 박스를 마당으로 나르기 시작했다. 구근들이 한두 개가 아닌 여럿이 들어 그럴까, 제법 묵직했다. 순간 남편은 며칠 전 보았던 신문 기사를 떠올렸다.
일간 뉴욕포스트, 기술지 MIT테크놀로지 리뷰에 따르면, 신생 기업 ‘넥톰’(Nectome)은 인간 두뇌를 완전한 형태로 냉동 보존해 뇌에 저장된 기억이나 의식을 디지털 테이터로 컴퓨터에 업로드하고 저장하는 방법을 고안하고 있다. 넥톰은 알데히드 안정 냉동 보존법(ASC)로 불리는 최첨단 방부처리기술을 활용해 뇌를 보존한다. 이후 보존된 두뇌에서 사람의 의식을 디지털 방식으로 되살린다.
박스가 묵직하니, 남편은 아무래도 사람의 묵직한 두뇌를 든 듯싶다. 집 마당에 화사하게 봄 햇살이 떨어지는데 정작 남편은 식은땀을 흘리기 시작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