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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강의
랜디 포시.제프리 재슬로 지음, 심은우 옮김 / 살림 / 2008년 6월
평점 :

결론을 알고 있는 드라마는 중간 내용이 흥미진지해도 어딘지 재미가 들하다. 그러나, 결과를 이미 알고 있어도 결과와 상관없이 재미있는 것들도 많이 있다. '식스 센스'처럼 "브루스 윌리스가 귀신이다"말을 들음과 동시에 영화를 보는 재미가 완전히 날라 가는 경우도 있지만 그렇지 않다면 내용을 쫓아가며 같이 웃고 울며 동화되는 드라마들도 많다.
'마지막 강의'같은 경우에도 워낙 유명하기도 하지만 이미 저자가 고인이 되었다는 사실은 책이 처음 나올 때 이미 광고로도 나왔기 때문에 결론을 알고 읽는 책이지만 중요한 것은 죽음을 앞두고 있는 저명한 학자이자 한 명의 남편이자, 아이들의 아빠이자 자식이자 동료이자 친구이며 스승인 사람이 주변 사람들로부터 존경받는 이 인물이 과연 어떤 이야기로 삶의 마지막에 대해 이야기할 것인지가 가장 중요하다.
그렇다고 무대 위에 올라 온 언테테이너에게 '자, 멍석을 깔아 주었으니 어디 한 번 놀아봐'라는 감정으로 책을 읽는 것은 아니고 과연 어떤 이야기를 할 것인지 궁금해 하는 마음으로 책을 읽게 되었다. 슬프게도 세 아이의 아빠로 아직 자녀들이 자라지도 못하고 심지어 한 명은 이제 막 말을 할 정도의 나이라 더욱 떠나고 싶지 않은 아빠로서 단순하게 학생들에게 하는 마지막 강의가 아니라 자녀들에게 평생 남을 수 있는 영원한 강의를 들어보고자 했다.
다 읽었을 때 느끼는 감정은 멋진 사람이라는 것이다. 마지막이랍시고 숭고한 충고를 하거나 자신이 못다한 일에 대해 후회를 하며 남은 사람들은 그렇게 살지 말라는 교훈식의 이야기도 아니고 랜디 포시라는 한 개인 그 자체의 삶에 대해 최대한 담담하게 이야기하는 것이 무척 감동적이며 순간 순간 흔들리는 모습이 비쳐질 때는 저절로 감정이입이 되며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평소 내 생각과 일치하는 것이 각 기구는 그 자체로 의미가 있는 것이지 그것들이 내 삶의 주인이 되면 안된다는 것이다. 자동차를 구입하여 타고 다니는 것이 이동수단의 목적을 넘는 경우가 많은데 개인적으로 자전거를 타고 다닐 때도 자전거를 철저하게 자전거로 쓰고 있어 다른 자전거보다 좀 더럽기도 하고 바람빠져 공기 넣는것 이외에는 전혀 노력을 하지 않는데 그런 관점의 이야기를 볼 때 반가웠고 나처럼 우선순위를 확실히 하는 구나라는 괜한 동료의식을 갖게 되었다.
저자 자신의 이야기는 아니지만 제자중에 스타워즈가 아직 4편 이후가 제작된다는 이야기 조차 없던 시절에 자신의 꿈이 스타워즈 4편 제작에 참여하는 것이라는 꿈을 이야기한 제자가 실제로 그 꿈을 이뤘다는 이야기는 진정으로 꿈을 꾸고 그 꿈을 위해 노력한다면 기회가 왔을 때 놓치지 않게 된다는 아주 평범하지만 어려운 진실을 다시 한 번 깨닫게 해 준다.
무엇보다 가장 인상적인 것은 분명히 췌장암으로 인해 수술을 받았음에도 암이 전이되어 남은 삶이 몇 개월 되지 않는다는 판정을 받았음에도 일반인(??)들보다 더 밝고 유쾌하게 살고 있는 모습은 세상을 바라보는 내 자신의 태도문제라는 것을 보여준다. 특히, 너무나 밝은 모습에 도대체 누군가하고 얼굴을 봤더니 바로 췌장암 선고를 받은 랜디 포시라는 것을 알고선 너무 감동받은 사람의 이야기를 통해 내 삶의 주인공은 내 자신이여만 한다는 걸 알려준다.
책 내용중에 자녀들과 해 볼만 내용이 있었는데 그건 내 맘에는 들지 않지만 아이들 자신이 하고 싶은 행동에 대해 서로 계약을 통해 그걸 망치면 아이 스스로 책임지고 원상복귀한다는 계약서를 써야겠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그러면, 나도 마음에 들지 않아도 계약했으니 참아야 하고 아이들은 자신의 행동에 책임을 지고 행동하면 되기때문에 여러가지로 아이들에게도 교훈이 되거나 책임완성이 되지 않을까 하는 힌트를 얻게 되었다. 그래도 여전히 내 마음에 들지는 않겠지만.
자세하게 나오지 않았지만 자신에 대한 추억을 갖지 하지 못하거나 기억하지 못하는 자녀들에 대해 가장 미안하고 힘들어하지 않았을까 한다. 같은 부모로써 그런 느낌이 들었다. 될 수 있는 한 자녀들과 추억을 공유하기 위해 노력하지만 좀 더 아이들과 추억을 공유하는 아빠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물론, 부모님의 자녀로써, 주변 사람들의 동료, 친구, 선후배로써 끝으로 내 반 쪽인 반려자에게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