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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 여자
기욤 뮈소 지음, 전미연 옮김 / 밝은세상 / 2010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기욤 뮈소의 작품은 늘 환타지를 근간으로 현실을 이야기한다. 환타지라는 장르가 반지의 제왕이나 해리 포타와 같이 마법이 등장하는 소설도 있지만 내공이나 축지법과 같은 내용이 나오는 무협지도 있다. 무협지는 그냥 무협지였는데 어느날부터 환타지라는 장르에 편입된 것처럼 있는 그래도의 현실세계가 아니라 말이 되지 않는 이야기가 진행되면 환타지라는 장르를 차용했다고 생각될 만큼 환타지는 현실 세계에서 일어나지 않는 일들이라고 한다면 소설이라는 분야 자체가 환타지라고 할 수 있다.
현실과 같은 일들이 일어나고 우리가 자주 접하는 현실세계를 생생하게 묘사한다고 해도 소설 속에 등장하는 모든 것들은 작가가 가공하고 창조한 세계이다. 그 어떠한 것도 작가의 머리속에서 벗어 날 수 없다. 작가가 아무리 현실세계에 일어난 일들이며 장소등에 대해 사전 조사를 많이 했어도 소설은 현실이 아니기 때문이다.
기욤 뮈소의 작품을 처음 접했을 때 영화와 같이 빠른 스피드로 전개되는 내용과 주인공이 잃어버린 - 이것이 사랑일수도 있고, 식구일수도 있고 - 것을 찾아가는 과정을 환타지적인 요소를 통해 보여주기 때문에 소설의 재미를 더욱 높히기는 하지만 갈수록 반복되는 메세지를 다양하게 변주할 뿐이라는 생각에 최근 1-2권 정도는 그다지 초기에 기욤 뮈소의 작품을 읽을 때 만큼의 재미와 신선함을 선사하지 못했다.
새롭게 기욤 뮈소의 작품이 나왔는데 무척 재미있고 한국인도 등장한다는 이야기가 굳이 없더라도 그의 전작을 다 읽었다는 사명감(??)에 이번 종이 여자도 읽어야만 한다는 의무감 아닌 의무감으로 읽게 되었는데 여타의 다른 작품들이 환타지를 내 놓고 드러내지 않고 중간정도부터 환타지가 섞여 있다는 생각으로 읽게 되는데 이 책은 아예 처음부터 환타지라고 노골적으로 이야기한다.
주인공의 소설속 여자가 현실 세계에 나와 벌어지는 내용이라니 무조건 이 책은 환타지로 읽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책을 읽고 덮을 때 쯔음에 환타지가 아니라고 이야기를 전달하자 마자 이 내용이 다시 소설 속의 소설이라는 뜻하지 않는 결말을 보여준다. 늘 그렇듯이 해피엔딩을 예상한 사람들에게 그에 맞는 결말을 보여주면서 말이다.
이 책에 나온 내용과 소재는 꽤 신선하고 색다르다. 뻔한 러브 스토리가 될 수 있지만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는 이야기처럼 어느 누가 얼마나 더 그 뻔한 내용을 재미있게 각색하고 생소하면서 신선하게 만드느냐가 핵심이라 할 수 있는데 그런 점에서 이 책을 읽는 독자에게 충분히 책에 빠지게 만들어 준다.
비록, 소설이지만 소설에서 나온 모든 소설속의 내용은 작가의 머리속에 있을 때 의미가 있는 것이 아니라 책을 읽는 독자들이 상상하는 대로 새롭게 생명을 얻게 된다는 이야기는 맞는 이야기지만 상당히 새롭게 나에게 다가왔다. 장님이 코끼리를 어느 부분을 만지느냐에 따라 코끼리에 대해 상상하는 것이 다른 것과 같은 이치말이다.
바로 직전 작품을 읽으면서 기욤 뮈소에 대해 실망하고 이제 이 작가의 작품은 그만 읽어야 할 것인가에 대해 고민하게 만들었는데 '종이 여자'는 다시 기욤 뮈소의 작품을 읽을 수 있게 만들어 준다. 다만, 책 소개에서 작품에 한국 여자가 나온다고 했는데 약간은 낚시성 광고였다. 굳이 한국 여자가 아니더라도 소설의 전개상 전혀 상관이 없어 자신의 책을 많이 읽어 준 한국사람들을 위한 배려정도가 아닐까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