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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화 가족
천명관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2월
평점 :

제목만 보면 계속 언론에 소개되고 있는 고령화를 통한 우리나라 사회구조의 변화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 책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게 만든다. 책의 제목과는 달리 그림을 본다면 '고령화 가족'이라는 제목과는 어딘지 핀트가 어긋난 느낌이 든다. 그렇다 하여도 책의 이야기는 노인과 관련된 이야기로 진행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으로 읽게 되었다.
한국 순수문학 소설 - 추리, 판타지와 같은 소설이 아니라 - 중에 의식하지 않았지만 2000년 후에 출판된 책 중에 읽었던 책들이 대부분 여성 작가의 소설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의도하지 않은 결과이지만 그만큼 우리나라 여류 소설가들이 더 많은 사람들의 지지를 받고 있다는 뜻이 되고, 남자보다 여성이 소설의 소비계층이 아닌가하는 생각도 드는데, 남자 작가들의 순수문학 소설은 아마도 이문열의 소설들로 더이상 읽지 않은 것이 아닐까 한다. 대하 장편 소설을 제외한다면.
박민규의 소설을 읽었을 때와 비슷한 느낌을 받게 되었다. 공교롭게도 책의 후기에는 박민규의 이야기도 나온다. 그렇게 따져보니 여성 작가들의 소설에는 그들만의 비슷한 정서적 공감이 있었는데 - 비록, 나이차는 각기 있을 지라도 - 비슷한 세대의 두 남성 작가의 소설을 읽으니 비슷한 느낌이 다 읽은 후에 생겼다.
한 편으로는 굳이 이렇게 내용을 전개할 필요는 있을까하는 의문도 들지만 한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은 알게 모르게 그 시대를 살아가며 주고 받는 것이 있기에 현재 시대를 살아가는 남성들에게 다가오는 것들이 소설에 자연스럽게 녹아든 것이 아닐까 한다.
고령화 가족이라는 이야기는 간단한다. 어찌 하다보니 출가했던 3남매가 모두 모이게 되었는데 이들의 평균 나이가 50대가 되다보니 자연스럽게 고령화 가족이라고 하지만 책의 내용은 고령화와는 전혀 상관없이 작가의 표현대로 막장 가족에 가깝다. 서로가 서로를 어색하게 여기고, 긍정적인 측면보다는 부정적인 측면으로 바라보고 상대방에 대한 이해보다는 전적으로 내 관점에서 상대방을 편의적으로 판단하고 내 잣대를 들이댄다.
가족이라면 당연히 상대방이 아니라는 관점으로 접근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고 하는 것은 어느새 우리들이 살아가는 가족은 가족이라는 울타리를 벗어버리고 가족이라는 끈만 연결되어 있는 상태에서 타인과 같이 가족들을 바라보는 것은 아닐까 한다. 과연, 우리는 매일같이 만나는 직장 동료들보다 자주 만나지 않는 내 형제, 자매를 더 많이 알고 언제든지 이해할 수 있다고 자신있게 이야기할 수 있을까?
'고령화 가족'에 나오는 식구들은 상대방에 대해 식구라는 이름으로 엮어 진 것 이외에는 성인이 된 후에 각자 자신의 삶을 살면서 오로지 나만 생각하고 살다 뜻하지 않게 서로 모이게 되지만 상대방에 대해서는 아는 것이 전혀 없다는 것을 알게 된다. 심지어 자신의 엄마에 대해서도 말이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면 집에서 가장 똑똑하다고 하는 주인공만 그런 것이고 가장 어리숙하고 인간 말종이라는 편견에 사로잡힌 식구가 가장 가족 구성원의 일상 생활과 생각에 대해 더 잘 이해하고 대처하고 있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소설에 나오는 내용들은 꽤 날 것 그대로의 감정과 생활을 묘사하고 있다. 굳이 그렇게 까지 묘사해야 하나하는 생각도 들게 만든다. 우리의 일상은 - 아니, 내 일상은 - 그렇게 재미있지도 스펙타클하지도 않다. 소설이라는 매체를 통해 우리의 일상을 표현하려면 어쩔 수 없이 어느 정도는 흥미진지한 요소들이 포함되어야 한다고 보지만 내 생각은 그렇다.
특별한 이벤트없이 진행되는 소설은 끝을 향해 달라가면서 뜻하지 않게 하드 코어 액션 장르가 삽입된다. 순수하게 이야기라는 관점에서는 지루할 수 있었던 이야기가 마지막 단락에 가서 탄력이 붙고 흥미롭게 진행된다. 액션, 사기, 모험과 같은 내용이 나오면 좀 더 책을 읽는데 몰입이 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재미를 추구하는 인간의 근본 감정이 아닐까 한다.
도저히 출구가 없어 보이던 소설은 마지막에 가서 헤피엔딩으로 대 단원을 맺는다. 사전에 각자의 캐릭터가 갖고 있는 과거에 대해 알고 있기 때문에 그다지 갑작스럽다고 할 수는 없어도 조금은 뜬끔없이 이야기가 전개되어 '그들은 그렇게 행복하게 살았답니다'라는 동화식으로 마무리가 된다.
작가가 책 중반에 소개한 것처럼 우리의 인생은 '행복하게 살았답니다'라는 단 한 문장으로 끝이 나지 않고 그 후의 이야기도 길게 이어진다. '고령화 가족'에 나온 가족들도 행복하게 끝을 맺을지 중간 중간 나온 불안요소들이 등장하여 인생사 뜻대로 되지 않는다는 사실로 될지 모르지만 소소한 문제들이 발생하더라도 큰 문제없이 행복하게 살지 않았을까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