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6년 가을날, 사크라 수도원.
서른두 명이 기거하지만 몇 시간 뒤면 그 수가 하나 줄 터였습니다.
그는 다른 수도사들과 같지 않은, 뭔가 비밀을 지니고 있는데...
여러 설 중 그녀를 지키려고 여기에 있다는 설이 있었습니다.
협소한 그 독실로부터 몇백미터 떨어진 곳에서 대리석의 어둠에 갇혀 기다리고 있는 그녀,
40년 전부터 인내심을 발휘하고 있는 그녀를...
피에타 석상......
대체 이 석상에는 무슨 사연이 있는 걸까?
1904년 프랑스에서 왜소증으로 태어나
「얘는 조각가가 될 거야.」 어머니가 장담했다.
아버지는 툴툴거리며 손과 등과 눈이 돌보다도 더 빨리 닳게 되는 고약한 직업이니, 만약 미켈란젤로처럼 되지 못한다면 그 모든 일을 피해 가는 게 차라리 낫다고 응수했다. - page 18
이리하여 얻게 된 이름 '미켈란젤로 비탈리아니'
1914년 아버지는 전장에 징병되었다가 죽음을 맞이하게 되고 어머니는 그를 조각가인 삼촌 알베르토에게 보내게 됩니다.
「난 저 아이 필요 없는데.」 알베르토가 말했다.
이번에도 또 한 번 자질구레한 사실 하나를 잊고 있었다. 그렇다, 그건 그런 거, 자질구레한 사실이니까.
「무슨 말인지. 안토넬...... 아니, 비탈리아니 부인이 미리 편지를 보내어 합의한 거라고 생각했소만.」
「편지를 쓰긴 했소. 하지만 난 원치 않는데, 저런 도제는.」
「아니, 대체 이유가 뭐요?」
「난쟁이라는 얘기를 아무도 해주지 않았으니까.」 - page 29
그럼에도 만약 알베르토가 자신의 이름 대신 오래전에 부모님이 붙여 준 별명 '미모'로 불러주길 원했고 그렇게 그의 이름은 70년 동안 사람들이 미모로 불리게 됩니다.
아무튼, 석수장이 알베르토와의 생활이 시작된 미모.
알베르토의 술주정과 걸핏하면 폭력을 휘두르고 미모는 그런 석수장 밑에서 도제로 일하며 굶주림과 외로움을 겪지만 스스로 자신이 불행하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그러다 알베르토를 따라 이탈리아 명문가인 오르시니 가문에 일을 하러 갔다가, 창백한 피부에 새빨간 입술을 가진 아름답고 지적인 소녀 '비올라 오르시니'를 만나게 되면서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비올라는 한 번 본 것은 뭐든 외울 수 있고 앉은 자리에서 국제 정세를 꿰뚫을 정도로 천재적 두뇌를 소유하고 있지만 귀족 아녀자이기에 책 한 권 볼 자유조차 허락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그녀는 자유롭게 하늘을 나는, 자유를 갈망하게 되고
미모는 미켈란젤로보다 위대한 조각가가 되길 원하며
이 둘은
「오, 나도! 혹시 우리가 한날에 태어났을까? 그렇다면 우리는 우주적 쌍둥이일 텐데.」
「그게 무슨 말이야?」
「우리가 시간과 공간을 가로질러서, 우리를 능가하며 그 무엇도 절대 부술 수 없는 힘에 의해 서로 연결되어 있을 거란 말이지. 자, 셋까지 센다, 셋에 다 같이 자신의 생일을 말하는 거야. 하나, 둘, 셋...... 」 - page 113
자신들을 억압하는 사슬을 끊고 꿈을 이룰 수 있게 서로 힘을 모으기로 다짐하게 됩니다.
한편, 이탈리아는 무솔리니 치하에서 파시즘이 득세하면서 혼란에 빠지게 되고 이들 역시도
「너와 나. 우리의 우정이. 하루는 서로 좋아하다가, 그다음 날이면 서로 미워하고...... 우리는 두 개의 자석이야. 서로에게 다가갈수록 서로를 밀어내지.」
「우리는 자석이 아니야. 우리는 심포니야. 그리고 음악조차도 침묵의 순간을 필요로 해.」 - page 488 ~ 489
혼란한 세상 속 지키고자 고군분투를 해 나가는데...
과연 그 끝은 어떨지...?!
「그 누구도 나에 대해 아무 짓도 할 수 없어. 난 모든 걸 겪었어. 누가 나를 가장 아프게 한 줄 알아? 나야. 나도 그들 식으로 해보려고 애쓰다가, 그들이 옳다고 스스로를 설득하다가. 내가 지붕에서 뛰어내렸을 때, 미모, 내 추락은 고작 몇 초가 아니었어. 그건 26년 동안 계속됐지. 이제야 그게 끝나는거야.」 - page 595 ~ 596
묵직한 울림을 선사했습니다.
미모와 비올라.
비올라는 자신을 옭아매는 가족과 사회에 투쟁했지만 원치 않은 결혼과 죽음으로 패배하게 되었고
미모는 왜소증으로 자신의 재능을 알아주지 않은 사회에 투쟁에 결국 승리를 하게 된.
이 둘의 '투쟁'으로부터
내가 반드시 지켜야 할 소중한 단 한 가지는 무엇일까...?
그러기 위해선 어떻게 살아야 할까...?
에 대해, 특히나 혼란스러운 상황에 놓은 요즘 우리에게 던진 화두가 아닐까 생각되었습니다.
한 편의 영화와도 같았던 이야기.
왠지 며칠 동안은 이 여운에서 헤어 나오질 못할 것 같습니다.